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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391 - 챕터 400

920 챕터

제391화

그날 이후로 유강후는 해외로 떠났다.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조용히 그녀가 성인이 되길 기다리기 위함이었다.그렇게 생각한 유강후는 방으로 들어갔다.온다연은 이미 자고 있었다.그녀는 부드러운 잠옷을 갈아입은 상태였고 몸에서는 은은한 바디워시 향이 났다.상쾌하고도 깔끔한 향이었다.저도 모르게 그녀를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그는 그녀의 옆에 누우며 작게 말했다.“화났어?”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굳게 감은 두 눈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유강후는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보드라운 얼굴을 쓰다듬으며 작게 말했다.“그 차는 내가...”온다연은 눈을 뜬 후 말허리를 잘랐다.“아저씨, 저 너무 피곤해요. 자고 싶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렸다.유강후는 그녀의 등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억지로 그녀를 다시 돌렸다.“일어나서 뭐라도 먹고 자. 안 그러면 이따가 또 속이 안 좋아질 거야.”온다연은 그를 피곤한 눈빛으로 보았다.“저 정말로 자고 싶어요.”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너무도 피곤했고 잠이 몰려왔다. 게다가 입맛도 없었던지라 지금 이 순간 그저 잠을 자고 싶을 뿐이다.유강후는 기운이 하나도 없는 그녀를 보며 장화연에게 따듯한 우유를 가져오라고 했다.온다연은 조금만 마시고 바로 잠들어 버렸다.꿈을 꾸었다. 꿈속에 그녀는 새하얀 눈을 밟으며 주한과 함께 나란히 걷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유강후가 튀어나왔고 누군가 억지로 주한을 그녀의 곁에서 떼어내며 데려갔다.그녀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하지만 유강후가 그녀를 꽉 끌어안고 있었던지라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저 주한이 멀리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안돼, 주한, 돌아와!”하지만 주한의 모습은 점점 더 흐릿해지며 내리는 새하얀 눈 속에 사라졌다.꿈속에서 본 유강후의 눈빛은 짐승처럼 사나웠다.“온다연, 내 곁에서 떠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죽기 전까지!”“넌 평생 내 곁에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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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온다연은 나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유강후에게 탐해졌다.빠르게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부드러운 잠옷이 사라졌다.나직한 목소리로 애원하며 내몰아 쉰 뜨거운 숨이 방 안 가득 퍼졌다.얼마나 지났을까, 집사가 아침을 들고 문을 노크하는 것은 세 번째였다. 유강후는 그제야 방에서 나왔다.장화연은 혼자 나오는 그의 모습에 방 안을 힐끗 보았다.“온다연 씨는 일어나지 않으셨나요?”유강후는 보기 드문 보조개가 들어가는 미소를 지으며 낮게 말했다.“자게 내버려 둬. 괜히 들어가서 깨우지 말고.”점심이 되어서야 온다연은 깨어났다.화장실에 갔을 때 옷에 묻은 피를 발견하곤 생리가 온 줄 알았다.하지만 오후가 지나서도 피는 계속 흐르지 않았고 다소 배가 아픈 기분만 들었다.그녀는 따듯한 핫팩을 들고 와 배에 가져다 댔다. 통증이 사라지자 그녀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처음 생리 왔을 때부터 그녀의 생리는 불규칙했다. 가끔 2, 3개월 지나서야 생리하거나 6개월 지나서야 한 번 할 때도 있었다.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 보았을 때 의사는 그녀에게 내분비 기관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그 뒤로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장화연은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지만, 입맛이 없었던 그녀는 대충 몇 입 먹고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티브이를 시청했다.영원시에 관한 뉴스였다.이틀간 영원에 있는 여러 개 가문이 조사를 받게 되었다. 탈세 혐의만 해도 그 금액이 엄청났다.소문에서 신씨 가문의 딸이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려 자살 시도하게 되었다고 했다.하지만 뛰어내렸을 때 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영원히 의식을 되찾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이 소식이 퍼지자 신씨 가문과 친했던 나씨 가문이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나씨 가문에서는 신씨 가문을 도와주고 싶어 했지만, 정체 모를 배후에 협박을 당해 감히 나설 수가 없었고 그저 모른 척 가만히 있어야 했다.온다연은 한참 보다가 채널을 돌렸다.마침 새로 나온 임신테스트기를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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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그러고 난 후 온다연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다.설명서엔 똑똑히 적혀 있었다. 임신테스트기가 두 줄을 가리킨다면 임신한 것이라고.그러니까 지금 그녀의 배 속에 작은 아이가 있다는 말이었다.아니, 지금은 아마 작은 콩알만 한 형태일 것이다.당황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여러 감정이 휩싸이며 그녀는 제자리에 조각상처럼 우뚝 서서 멍하니 있었다.장화연이 노크하는 소리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황급히 대답을 하곤 전부 갈기갈기 찢어 변기에 버렸다.그녀는 두 줄을 나타내고 있는 그 종이를 한참을 보다가 물을 내렸다.머릿속이 복잡했다. 꼭 모든 계획이 망쳐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게다가 그녀는 자기가 사 온 임신테스트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그렇게 한참 멍하니 서 있던 그녀는 그제야 화장실에서 나왔다.꼭 넋을 잃은 사람처럼 장화연이 물을 건네자 바로 마시고, 밥 먹으라고 하면 바로 얌전히 식탁으로 갔다.심지어 자신이 뭘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밥을 먹은 후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역시나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었다.장화연이 따듯한 우유를 가지고 들어왔을 때 혈색이라고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안색과 그녀의 멍한 눈빛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온다연의 이마에 올리며 열이 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이내 온다연에게 말을 걸었지만, 온다연은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천장만 보았다.장화연은 하는 수 없이 유강후에게 연락했다.“도련님, 온다연 씨가 이상합니다. 혹시 바쁘신 게 아니라면 일찍 돌아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유강후는 아주 중요한 회의를 열고 있었다. 그런데 장화연의 연락에 바로 회의를 중단했다.그가 급히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침 몽유병 환자처럼 거실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고 있는 온다연을 발견했다.그녀의 안색은 아주 창백했고 걸음걸이마저 다소 비틀거렸다.그를 발견한 온다연은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든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오셨어요?”유강후는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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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온다연의 몸이 경직되었다.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그녀는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정말로 싫어하는 거예요?”유강후는 혈색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녀의 안색을 보았다. 표정도 이상했다.손을 뻗어 다시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어디 아파?”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 자고 싶어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장화연을 보았다.장화연이 말했다.“오후에 한 번 외출하신 뒤로 쭉 이런 상태였습니다. 따라간 경호원에게 물었는데, 구월이가 뛰쳐나간 바람에 다연 씨가 찾으러 나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근처 약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멀리 나간 것은 아니니 아마 다른 사람은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유강후의 두 눈에 분노가 점차 드리워졌다.“따라간 놈들은 대체 뭐 하고 있었기에 고양이 한 마리도 제대로 지켜보지 못하는 거지?”장화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행동이 빠른 놈으로 골라 당장 찾아오라고 해.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장화연은 그저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네, 알겠습니다.”며칠 전 화분 사건 이후로 유강후는 전보다 더 온다연을 감시하고 있었다.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전부 유강후에게 자세하게 보고해야 했고 무슨 일이 생겨서도 안 되었다.예전에는 온다연이 혼자 집 근처쯤은 돌아다니게 했었다. 비록 그때는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자유로웠다.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 동네 산책하고 싶다고 해도 허락해주지 않았다.만약 나가고 싶다면 반드시 장화연이나 몇몇 경호원과 함께 나가야 했다.장화연은 여전히 넋을 잃은 상태인 온다연을 보며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도련님, 다연 씨는 이미 많이 얌전해졌습니다. 하루종일 집안에만 있다면 오히려 더 문제가 생길 겁니다.”유강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안 돼. 지난번에 친구 사귀고 싶다고 해서 허락해줬더니 무슨 사달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그래? 장화연, 왜 점점 예전 모습 잃어가고 있는 거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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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온다연은 본능적으로 유강후를 보았다.유강후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그저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그의 눈빛에 놀란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두어 걸음 뒷걸음질 쳤다.“전, 전 잘못한 게 없어요. 의사한테 검사받기 싫다고 전 이미 말했어요. 약도 먹지 않을 거예요. 전 아프지 않아요. 다 아저씨가 억지로 먹이니까 먹은 거라고요!”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반드시 여기서 도망쳐야 해!'‘여긴 너무 숨 막혀!'‘저 사람이랑 함께 있는 1분 1초가 숨 막혀서 살 수가 없어!'입구까지 뛰쳐나온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옷걸이에 있던 겉옷을 입었다.밖에 있던 경호원은 무슨 상황인지 몰랐던지라 온다연이 나오자 막지도 않고 그저 따라갈 뿐이다.온다연은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도착했을 때 갑자기 몸을 돌려 뒤에 있는 경호원을 노려보았다.“따라오지 마세요!”두 사람은 유강후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고 있었기에 그녀의 곁에서 한 시도 떨어질 수 없었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온다연이 유강후가 애지중지하고 있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고, 매번 온다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분위기부터 싸늘해졌기에 두 사람은 온다연에게 미움을 살 용기도 나지 않았다.연약한 온다연이 갑자기 노려보자 두 사람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대체 그녀의 말을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이때 유강후가 나와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온다연을 보았다.“지금은 밤이야. 밖에 눈도 내리는데 어디를 가겠다고 그러는 거지?”온다연은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얼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문이 곧 닫히자 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따라가. 멍하니 서서 뭐해?”두 경호원은 얼른 따라가려고 했다.그러나 엘리베이터 문은 이미 닫혀 버렸다. 두 사람은 얼른 계단으로 내려갔다.로비에 도착했을 때 온다연은 이미 밖으로 나가버렸다.두 사람은 깜짝 놀라 얼른 따라갔다.만약 온다연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두 사람의 밥줄도 끊기게 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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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두 경호원은 차가 떠나가는 것을 보자마자 따라갔다.그러나 택시 기사는 영원 토박이였고, 또 택시 운전을 몇십 년 하고 있었던지라 빠르게 뒤따라오는 경호원의 차를 따돌렸다.곧 영원을 벗어날 것으로 보이자 기사는 다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가씨, 아까 그 사람들은 누구예요? 덩치가 참 크던데, 아가씨가 나온 그 호텔에 경원에서 온 엄청난 인물이 머물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온다연은 담담하게 답했다.“전 잘 몰라요. 제가 저 사람들 돈 좀 빌렸거든요. 그래서 도망치고 있었던 거예요.”기사는 더는 묻지 않았다.한참 지나자 온다연이 갑자기 물었다.“기사님은 아이가 있으세요?”기사는 웃으며 답했다.“당연히 있죠. 자식이 둘이에요. 큰아이는 경원에서 대학교 다니고 있고, 작은 아이는 아직 중학교 다니고 있어요.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지 않았다면 이런 위험한 일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온다연은 손을 배에 올리며 작게 말했다.“아이가 있다는 기분은 어떤 기분이에요?”기사는 백미러로 그녀를 힐끗 보았다.“혹시 임신했어요?”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사는 눈치챈 듯 한숨을 내쉬었다.“임신한 거라면 낳아요. 아이가 있는 생활도 나쁘지 않으니까. 아이는 아가씨를 더 오래 살게 해줄 수 있는 버팀목 같은 존재예요. 아이가 있음에 삶에 동력이 생기고 희망도 생기게 되는 거죠. 어쨌든 나는 그랬어요.”그의 말에 온다연은 다소 경직되었다. 평평한 배를 만지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도 몰랐다. 다만 유강후는 분명 이 아이를 원치 않을 것이다.환영받지 못하는 아이였던지라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아마 그녀를 제외하고 누구도 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길 바라지 않을 거다.그녀는 순간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자신보다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시간만큼은 기대를 받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만약 누군가 그녀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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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절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만약 다시 붙잡힌다면 아이는커녕 제 목숨도 지켜낼 수 없을 거예요!”택시 기사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얇은 옷차림이었던지라 확실히 어딘가 불쌍하게 보여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이 차는 이미 들켰어요. 지금 우리 기사들만 있는 단톡방에서도 모든 게이트가 막혔다고 문자가 올라오고 있어요. 이 차 색깔만 골라 전부 검사한다고 하더군요. 어휴, 한번 마음 쓴 김에 끝까지 써보죠. 내가 다른 차를 불러줄게요.”말을 마친 그는 누군가에게 연락했다.5분 정도 지났을까, 자가용 한 대가 그들이 탄 차 옆에 멈춰 섰다.기사가 말했다.“얼른 타요. 저걸 타면 안전할 거예요.”온다연은 머뭇거리다가 택시 기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곤 승용차로 올라탔다.안전하든 아니든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 이곳에만 있다가 유강후에게 붙잡혀 돌아가는 것보단 나았다.가는 길은 아주 순조로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원으로 돌아왔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검은색 승합차가 그녀를 향해 빵빵 소리를 냈다.그녀는 빠르게 승합차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그 안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임정아가 앉아 있었다.임정아의 어깨는 훤히 드러나 있었고 목에는 비싼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눈썹을 꿈틀거렸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병원에 같이 가 달라니요. 전 연예인이에요. 그런데 저한테 그런 부탁을 하시면 어떻게 해요?”온다연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뒤 생수를 꺼내 마셨다.“이렇게 하면 돼요.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모자를 눌러 써요. 그러면 아무도 정아 씨인 걸 모를 거예요.”임정아는 말문이 막혔다.“만약 파파라치한테 사진이라도 찍혀 내일 아침 대문짝만한 기사라도 나면 저더러 어떻게 하라고요!”온다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이따가 신분증도 빌려줘요.”임정아가 말했다.“안 돼요!”온다연은 멈칫했다.“그럼 정아 씨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을 거예요.”임정아는 혀를 하며 눈을 가늘게 접었다.“전에는 연약하고 만만한 상대인 줄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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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온다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고 눈앞에 있는 차를 노려보았다.자세히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안도할 수 있었다.하지만 임정아의 안색이 변했다.그녀는 그 차를 빤히 보다가 기사한테 말했다.“그냥 들이박아요!”기사는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럴 수 없습니다. 저 차는 송 시장님 차에요. 전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요.”임정아의 표정은 한껏 일그러졌다.“그냥 박으라면 박아요. 대체 뭘 두려워하는 거죠?”기사는 여전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임정아는 차에서 내린 뒤 기사를 운전석에서 끌어냈다.“정말 쓸모없네요. 꺼져요!”그러고 난 후 시동을 걸었다.두 사람이 탄 차는 그대로 앞차로 달리고 있었다.앞에 있던 차는 승합차가 정면으로 달려오자 바로 핸들을 꺾어 피해버렸다.임정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속도를 끝까지 올리며 빠르게 병원으로 달렸다.온다연은 뒤를 보다가 작게 말했다.“따라오고 있어요.”임정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다연은 송지원을 만난 적 있었다. 경원에서 아주 젊은 나이로 부시장 자리에 오른 사람이었고 집안 배경도 빵빵했다.게다가 송지원은 유강후와도 깊은 사이였다. 온다연은 유강후가 마련한 식사 자리에 여러 번이나 송지원을 봤었다.만약 송지원이 임정아의 차에 자신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모든 것이 들통나게 될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온다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송지원 씨는 아저씨 친구에요. 만약 제가 여기에 있다는 걸 들키기라도 하면 끝장날 거예요.”임정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이따가 연기 좀 해줘요. 제 매니저인 척하면 못 알아볼 거예요.”온다연이 또 물었다.“송지원 씨랑은 무슨 사이에요? 왜 따라오는 거죠?”임정아는 입꼬리를 픽 올리며 말했다.“전 약혼자예요. 그리고 지금은 원수지간이죠. 딱히 무슨 사이라고 할 건 없죠.”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빠르게 병원에 도착했다.내리기 전 온다연은 마스크를 착용한 뒤 모자를 푹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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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임정아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나은별 그 여자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에요. 저도 상대하기 버거운 사람이라고요. 교활하고도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나은별 같은 타입이 취향이죠.”온다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말을 하려던 순간 고개를 드니 차 앞에 누군가 서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그 사람은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아주 점잖아 보였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임정아에게 고정되었다.송지원이다.온다연은 황급히 마스크를 착용하며 작게 말했다.“앞에 사람 있어요.”임정아도 고개를 들어 보았다. 안색이 바로 굳어지며 빈정댔다.“언제부터 송지원 씨에게 사람을 미행하는 취미가 생긴 거죠? 전 아주 대단하신 송지원 씨가 절대 이런 볼썽사나운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송지원의 시선이 온다연이 들고 있던 진단서로 옮겨졌다.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매니저랑 이 밤에 병원에 왜 온 거지?”온다연은 안도했다.송지원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임정아의 비서로 오해하고 있었다.임정아는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송지원 씨랑 무슨 상관이죠?”송지원은 그녀를 빤히 보았다.“아픈 거야? 어디가 아픈 건데?”임정아는 그를 무시하며 온다연에게 말했다.“타요.”이때 송지원이 갑자기 다가오며 온다연 손에 들고 있던 진단서를 확 빼앗아 갔다.훑어보던 그는 안색이 변했다.“임수아, 임신했어?”임정아의 본명은 임수아였다. 임정아는 예명일 뿐이다. 방금 온다연은 그녀의 신분증으로 검사를 받았다.임정아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그래요, 뭐가 문제 있어요?”송지원은 진단서를 꽉 잡았다. 온다연은 송지원 손등으로 튀어나온 퍼런 핏줄을 보았다.갑자기 고개를 들던 그는 임정아를 무섭게 보았다.“누구 애야.”임정아는 픽 웃었다.“어차피 송지원 씨 아이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 결혼은 이미 없던 일이 되었잖아요. 제가 누구 아이를 배든 무슨 상관인데요. 계속 이러시면 저한테 마음이 있는 거로 간주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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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누군지 떠올리기도 전에 송지원의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달려왔다.그는 힘겹게 송지원을 임정아에게서 떼어냈다.그리곤 힘을 써 빨개진 얼굴로 임정아를 향해 소리 질렀다.“얼른 가요. 멍하니 서 있지 말고 가세요!”임정아는 기침을 했다. 손발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송지원이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을 순간 느꼈다.‘정말 미쳤어!'그녀는 기침해대며 말했다.“타요, 얼른!”차는 빠르게 주차장을 벗어났다. 운전기사는 여전히 이성을 잃은 남자를 붙잡고 있었다.온다연은 조수석에 앉아 임정아를 힐끗 보았다.임정아의 목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고 여전히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온다연이 작게 말했다.“조금 쉬다가 다시 운전할래요? 지금쯤이면 아마 못 쫓아 올 거예요.”임정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길가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웠다.차에서 내린 그녀는 담배를 꺼내 피우다가 전화를 받았다.한참 지나서야 다시 차로 돌아왔다.임정아는 진정을 되찾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유강후 씨가 지금 다연 씨를 못 찾아서 이성을 잃은 상태라고 하네요. 영원 전체를 지금 다 막아버렸다고 해요. 당시 다연 씨를 태워줬던 택시 기사님도 찾았대요. 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건지 모르겠지만 기사님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유강후 그 미친놈과 지금 경원으로 오는 중이라고 해요.”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유강후가 자신을 빨리 찾을 줄은 예상하였지만 운전기사까지 난처하게 할 줄은 몰랐다.핸드폰을 꺼낸 뒤 미리 빼버린 유심 카드를 다시 넣었다.그리고 전화를 걸었다.몇 번의 신호음 끝에 유강후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야.”온다연은 핸드폰을 꽉 잡았다.“기사님을 어떻게 하신 거예요?”그는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말해, 어디야.”온다연은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웠다.“얼른 기사님 풀어줘요!”유강후의 목소리는 아주 싸늘했다.“온다연, 내가 지난번에도 말했지? 또다시 말도 없이 사라지면 그땐 벌을 내려줄 거라고!”온다연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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