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92화

Author: 손이영
온다연은 나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유강후에게 탐해졌다.

빠르게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부드러운 잠옷이 사라졌다.

나직한 목소리로 애원하며 내몰아 쉰 뜨거운 숨이 방 안 가득 퍼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집사가 아침을 들고 문을 노크하는 것은 세 번째였다. 유강후는 그제야 방에서 나왔다.

장화연은 혼자 나오는 그의 모습에 방 안을 힐끗 보았다.

“온다연 씨는 일어나지 않으셨나요?”

유강후는 보기 드문 보조개가 들어가는 미소를 지으며 낮게 말했다.

“자게 내버려 둬. 괜히 들어가서 깨우지 말고.”

점심이 되어서야 온다연은 깨어났다.

화장실에 갔을 때 옷에 묻은 피를 발견하곤 생리가 온 줄 알았다.

하지만 오후가 지나서도 피는 계속 흐르지 않았고 다소 배가 아픈 기분만 들었다.

그녀는 따듯한 핫팩을 들고 와 배에 가져다 댔다. 통증이 사라지자 그녀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 생리 왔을 때부터 그녀의 생리는 불규칙했다. 가끔 2, 3개월 지나서야 생리하거나 6개월 지나서야 한 번 할 때도 있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 보았을 때 의사는 그녀에게 내분비 기관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그 뒤로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장화연은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지만, 입맛이 없었던 그녀는 대충 몇 입 먹고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티브이를 시청했다.

영원시에 관한 뉴스였다.

이틀간 영원에 있는 여러 개 가문이 조사를 받게 되었다. 탈세 혐의만 해도 그 금액이 엄청났다.

소문에서 신씨 가문의 딸이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려 자살 시도하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뛰어내렸을 때 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영원히 의식을 되찾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퍼지자 신씨 가문과 친했던 나씨 가문이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나씨 가문에서는 신씨 가문을 도와주고 싶어 했지만, 정체 모를 배후에 협박을 당해 감히 나설 수가 없었고 그저 모른 척 가만히 있어야 했다.

온다연은 한참 보다가 채널을 돌렸다.

마침 새로 나온 임신테스트기를 광고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93화

    그러고 난 후 온다연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다.설명서엔 똑똑히 적혀 있었다. 임신테스트기가 두 줄을 가리킨다면 임신한 것이라고.그러니까 지금 그녀의 배 속에 작은 아이가 있다는 말이었다.아니, 지금은 아마 작은 콩알만 한 형태일 것이다.당황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여러 감정이 휩싸이며 그녀는 제자리에 조각상처럼 우뚝 서서 멍하니 있었다.장화연이 노크하는 소리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황급히 대답을 하곤 전부 갈기갈기 찢어 변기에 버렸다.그녀는 두 줄을 나타내고 있는 그 종이를 한참을 보다가 물을 내렸다.머릿속이 복잡했다. 꼭 모든 계획이 망쳐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게다가 그녀는 자기가 사 온 임신테스트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그렇게 한참 멍하니 서 있던 그녀는 그제야 화장실에서 나왔다.꼭 넋을 잃은 사람처럼 장화연이 물을 건네자 바로 마시고, 밥 먹으라고 하면 바로 얌전히 식탁으로 갔다.심지어 자신이 뭘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밥을 먹은 후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역시나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었다.장화연이 따듯한 우유를 가지고 들어왔을 때 혈색이라고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안색과 그녀의 멍한 눈빛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온다연의 이마에 올리며 열이 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이내 온다연에게 말을 걸었지만, 온다연은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천장만 보았다.장화연은 하는 수 없이 유강후에게 연락했다.“도련님, 온다연 씨가 이상합니다. 혹시 바쁘신 게 아니라면 일찍 돌아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유강후는 아주 중요한 회의를 열고 있었다. 그런데 장화연의 연락에 바로 회의를 중단했다.그가 급히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침 몽유병 환자처럼 거실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고 있는 온다연을 발견했다.그녀의 안색은 아주 창백했고 걸음걸이마저 다소 비틀거렸다.그를 발견한 온다연은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든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오셨어요?”유강후는 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94화

    온다연의 몸이 경직되었다.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그녀는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정말로 싫어하는 거예요?”유강후는 혈색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녀의 안색을 보았다. 표정도 이상했다.손을 뻗어 다시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어디 아파?”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 자고 싶어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장화연을 보았다.장화연이 말했다.“오후에 한 번 외출하신 뒤로 쭉 이런 상태였습니다. 따라간 경호원에게 물었는데, 구월이가 뛰쳐나간 바람에 다연 씨가 찾으러 나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근처 약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멀리 나간 것은 아니니 아마 다른 사람은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유강후의 두 눈에 분노가 점차 드리워졌다.“따라간 놈들은 대체 뭐 하고 있었기에 고양이 한 마리도 제대로 지켜보지 못하는 거지?”장화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행동이 빠른 놈으로 골라 당장 찾아오라고 해.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장화연은 그저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네, 알겠습니다.”며칠 전 화분 사건 이후로 유강후는 전보다 더 온다연을 감시하고 있었다.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전부 유강후에게 자세하게 보고해야 했고 무슨 일이 생겨서도 안 되었다.예전에는 온다연이 혼자 집 근처쯤은 돌아다니게 했었다. 비록 그때는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자유로웠다.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 동네 산책하고 싶다고 해도 허락해주지 않았다.만약 나가고 싶다면 반드시 장화연이나 몇몇 경호원과 함께 나가야 했다.장화연은 여전히 넋을 잃은 상태인 온다연을 보며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도련님, 다연 씨는 이미 많이 얌전해졌습니다. 하루종일 집안에만 있다면 오히려 더 문제가 생길 겁니다.”유강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안 돼. 지난번에 친구 사귀고 싶다고 해서 허락해줬더니 무슨 사달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그래? 장화연, 왜 점점 예전 모습 잃어가고 있는 거지?”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95화

    온다연은 본능적으로 유강후를 보았다.유강후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그저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그의 눈빛에 놀란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두어 걸음 뒷걸음질 쳤다.“전, 전 잘못한 게 없어요. 의사한테 검사받기 싫다고 전 이미 말했어요. 약도 먹지 않을 거예요. 전 아프지 않아요. 다 아저씨가 억지로 먹이니까 먹은 거라고요!”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반드시 여기서 도망쳐야 해!'‘여긴 너무 숨 막혀!'‘저 사람이랑 함께 있는 1분 1초가 숨 막혀서 살 수가 없어!'입구까지 뛰쳐나온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옷걸이에 있던 겉옷을 입었다.밖에 있던 경호원은 무슨 상황인지 몰랐던지라 온다연이 나오자 막지도 않고 그저 따라갈 뿐이다.온다연은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도착했을 때 갑자기 몸을 돌려 뒤에 있는 경호원을 노려보았다.“따라오지 마세요!”두 사람은 유강후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고 있었기에 그녀의 곁에서 한 시도 떨어질 수 없었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온다연이 유강후가 애지중지하고 있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고, 매번 온다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분위기부터 싸늘해졌기에 두 사람은 온다연에게 미움을 살 용기도 나지 않았다.연약한 온다연이 갑자기 노려보자 두 사람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대체 그녀의 말을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이때 유강후가 나와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온다연을 보았다.“지금은 밤이야. 밖에 눈도 내리는데 어디를 가겠다고 그러는 거지?”온다연은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얼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문이 곧 닫히자 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따라가. 멍하니 서서 뭐해?”두 경호원은 얼른 따라가려고 했다.그러나 엘리베이터 문은 이미 닫혀 버렸다. 두 사람은 얼른 계단으로 내려갔다.로비에 도착했을 때 온다연은 이미 밖으로 나가버렸다.두 사람은 깜짝 놀라 얼른 따라갔다.만약 온다연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두 사람의 밥줄도 끊기게 될 것이니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96화

    두 경호원은 차가 떠나가는 것을 보자마자 따라갔다.그러나 택시 기사는 영원 토박이였고, 또 택시 운전을 몇십 년 하고 있었던지라 빠르게 뒤따라오는 경호원의 차를 따돌렸다.곧 영원을 벗어날 것으로 보이자 기사는 다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가씨, 아까 그 사람들은 누구예요? 덩치가 참 크던데, 아가씨가 나온 그 호텔에 경원에서 온 엄청난 인물이 머물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온다연은 담담하게 답했다.“전 잘 몰라요. 제가 저 사람들 돈 좀 빌렸거든요. 그래서 도망치고 있었던 거예요.”기사는 더는 묻지 않았다.한참 지나자 온다연이 갑자기 물었다.“기사님은 아이가 있으세요?”기사는 웃으며 답했다.“당연히 있죠. 자식이 둘이에요. 큰아이는 경원에서 대학교 다니고 있고, 작은 아이는 아직 중학교 다니고 있어요.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지 않았다면 이런 위험한 일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온다연은 손을 배에 올리며 작게 말했다.“아이가 있다는 기분은 어떤 기분이에요?”기사는 백미러로 그녀를 힐끗 보았다.“혹시 임신했어요?”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사는 눈치챈 듯 한숨을 내쉬었다.“임신한 거라면 낳아요. 아이가 있는 생활도 나쁘지 않으니까. 아이는 아가씨를 더 오래 살게 해줄 수 있는 버팀목 같은 존재예요. 아이가 있음에 삶에 동력이 생기고 희망도 생기게 되는 거죠. 어쨌든 나는 그랬어요.”그의 말에 온다연은 다소 경직되었다. 평평한 배를 만지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도 몰랐다. 다만 유강후는 분명 이 아이를 원치 않을 것이다.환영받지 못하는 아이였던지라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아마 그녀를 제외하고 누구도 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길 바라지 않을 거다.그녀는 순간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자신보다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시간만큼은 기대를 받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만약 누군가 그녀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억지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97화

    “절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만약 다시 붙잡힌다면 아이는커녕 제 목숨도 지켜낼 수 없을 거예요!”택시 기사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얇은 옷차림이었던지라 확실히 어딘가 불쌍하게 보여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이 차는 이미 들켰어요. 지금 우리 기사들만 있는 단톡방에서도 모든 게이트가 막혔다고 문자가 올라오고 있어요. 이 차 색깔만 골라 전부 검사한다고 하더군요. 어휴, 한번 마음 쓴 김에 끝까지 써보죠. 내가 다른 차를 불러줄게요.”말을 마친 그는 누군가에게 연락했다.5분 정도 지났을까, 자가용 한 대가 그들이 탄 차 옆에 멈춰 섰다.기사가 말했다.“얼른 타요. 저걸 타면 안전할 거예요.”온다연은 머뭇거리다가 택시 기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곤 승용차로 올라탔다.안전하든 아니든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 이곳에만 있다가 유강후에게 붙잡혀 돌아가는 것보단 나았다.가는 길은 아주 순조로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원으로 돌아왔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검은색 승합차가 그녀를 향해 빵빵 소리를 냈다.그녀는 빠르게 승합차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그 안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임정아가 앉아 있었다.임정아의 어깨는 훤히 드러나 있었고 목에는 비싼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눈썹을 꿈틀거렸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병원에 같이 가 달라니요. 전 연예인이에요. 그런데 저한테 그런 부탁을 하시면 어떻게 해요?”온다연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뒤 생수를 꺼내 마셨다.“이렇게 하면 돼요.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모자를 눌러 써요. 그러면 아무도 정아 씨인 걸 모를 거예요.”임정아는 말문이 막혔다.“만약 파파라치한테 사진이라도 찍혀 내일 아침 대문짝만한 기사라도 나면 저더러 어떻게 하라고요!”온다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이따가 신분증도 빌려줘요.”임정아가 말했다.“안 돼요!”온다연은 멈칫했다.“그럼 정아 씨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을 거예요.”임정아는 혀를 하며 눈을 가늘게 접었다.“전에는 연약하고 만만한 상대인 줄 알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98화

    온다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고 눈앞에 있는 차를 노려보았다.자세히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안도할 수 있었다.하지만 임정아의 안색이 변했다.그녀는 그 차를 빤히 보다가 기사한테 말했다.“그냥 들이박아요!”기사는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럴 수 없습니다. 저 차는 송 시장님 차에요. 전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요.”임정아의 표정은 한껏 일그러졌다.“그냥 박으라면 박아요. 대체 뭘 두려워하는 거죠?”기사는 여전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임정아는 차에서 내린 뒤 기사를 운전석에서 끌어냈다.“정말 쓸모없네요. 꺼져요!”그러고 난 후 시동을 걸었다.두 사람이 탄 차는 그대로 앞차로 달리고 있었다.앞에 있던 차는 승합차가 정면으로 달려오자 바로 핸들을 꺾어 피해버렸다.임정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속도를 끝까지 올리며 빠르게 병원으로 달렸다.온다연은 뒤를 보다가 작게 말했다.“따라오고 있어요.”임정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다연은 송지원을 만난 적 있었다. 경원에서 아주 젊은 나이로 부시장 자리에 오른 사람이었고 집안 배경도 빵빵했다.게다가 송지원은 유강후와도 깊은 사이였다. 온다연은 유강후가 마련한 식사 자리에 여러 번이나 송지원을 봤었다.만약 송지원이 임정아의 차에 자신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모든 것이 들통나게 될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온다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송지원 씨는 아저씨 친구에요. 만약 제가 여기에 있다는 걸 들키기라도 하면 끝장날 거예요.”임정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이따가 연기 좀 해줘요. 제 매니저인 척하면 못 알아볼 거예요.”온다연이 또 물었다.“송지원 씨랑은 무슨 사이에요? 왜 따라오는 거죠?”임정아는 입꼬리를 픽 올리며 말했다.“전 약혼자예요. 그리고 지금은 원수지간이죠. 딱히 무슨 사이라고 할 건 없죠.”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빠르게 병원에 도착했다.내리기 전 온다연은 마스크를 착용한 뒤 모자를 푹 눌러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399화

    임정아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나은별 그 여자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에요. 저도 상대하기 버거운 사람이라고요. 교활하고도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나은별 같은 타입이 취향이죠.”온다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말을 하려던 순간 고개를 드니 차 앞에 누군가 서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그 사람은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아주 점잖아 보였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임정아에게 고정되었다.송지원이다.온다연은 황급히 마스크를 착용하며 작게 말했다.“앞에 사람 있어요.”임정아도 고개를 들어 보았다. 안색이 바로 굳어지며 빈정댔다.“언제부터 송지원 씨에게 사람을 미행하는 취미가 생긴 거죠? 전 아주 대단하신 송지원 씨가 절대 이런 볼썽사나운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송지원의 시선이 온다연이 들고 있던 진단서로 옮겨졌다.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매니저랑 이 밤에 병원에 왜 온 거지?”온다연은 안도했다.송지원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임정아의 비서로 오해하고 있었다.임정아는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송지원 씨랑 무슨 상관이죠?”송지원은 그녀를 빤히 보았다.“아픈 거야? 어디가 아픈 건데?”임정아는 그를 무시하며 온다연에게 말했다.“타요.”이때 송지원이 갑자기 다가오며 온다연 손에 들고 있던 진단서를 확 빼앗아 갔다.훑어보던 그는 안색이 변했다.“임수아, 임신했어?”임정아의 본명은 임수아였다. 임정아는 예명일 뿐이다. 방금 온다연은 그녀의 신분증으로 검사를 받았다.임정아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그래요, 뭐가 문제 있어요?”송지원은 진단서를 꽉 잡았다. 온다연은 송지원 손등으로 튀어나온 퍼런 핏줄을 보았다.갑자기 고개를 들던 그는 임정아를 무섭게 보았다.“누구 애야.”임정아는 픽 웃었다.“어차피 송지원 씨 아이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 결혼은 이미 없던 일이 되었잖아요. 제가 누구 아이를 배든 무슨 상관인데요. 계속 이러시면 저한테 마음이 있는 거로 간주할 거예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400화

    누군지 떠올리기도 전에 송지원의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달려왔다.그는 힘겹게 송지원을 임정아에게서 떼어냈다.그리곤 힘을 써 빨개진 얼굴로 임정아를 향해 소리 질렀다.“얼른 가요. 멍하니 서 있지 말고 가세요!”임정아는 기침을 했다. 손발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송지원이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을 순간 느꼈다.‘정말 미쳤어!'그녀는 기침해대며 말했다.“타요, 얼른!”차는 빠르게 주차장을 벗어났다. 운전기사는 여전히 이성을 잃은 남자를 붙잡고 있었다.온다연은 조수석에 앉아 임정아를 힐끗 보았다.임정아의 목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고 여전히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온다연이 작게 말했다.“조금 쉬다가 다시 운전할래요? 지금쯤이면 아마 못 쫓아 올 거예요.”임정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길가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웠다.차에서 내린 그녀는 담배를 꺼내 피우다가 전화를 받았다.한참 지나서야 다시 차로 돌아왔다.임정아는 진정을 되찾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유강후 씨가 지금 다연 씨를 못 찾아서 이성을 잃은 상태라고 하네요. 영원 전체를 지금 다 막아버렸다고 해요. 당시 다연 씨를 태워줬던 택시 기사님도 찾았대요. 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건지 모르겠지만 기사님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유강후 그 미친놈과 지금 경원으로 오는 중이라고 해요.”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유강후가 자신을 빨리 찾을 줄은 예상하였지만 운전기사까지 난처하게 할 줄은 몰랐다.핸드폰을 꺼낸 뒤 미리 빼버린 유심 카드를 다시 넣었다.그리고 전화를 걸었다.몇 번의 신호음 끝에 유강후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야.”온다연은 핸드폰을 꽉 잡았다.“기사님을 어떻게 하신 거예요?”그는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말해, 어디야.”온다연은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웠다.“얼른 기사님 풀어줘요!”유강후의 목소리는 아주 싸늘했다.“온다연, 내가 지난번에도 말했지? 또다시 말도 없이 사라지면 그땐 벌을 내려줄 거라고!”온다연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

Latest chapter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30화

    하지만 온다연은 서혜윤에게 꺼지라고 했다. 설마 블랙 카드 사용자일까?그 생각은 잠깐 스쳤지만 곧 부정되었다.불가능했다.블랙카드는 세 명의 대주주만 가진 것이다. 이들은 평소 바빠서 자주 오지 않으며, 설령 오더라도 상위에서 미리 통보하여 매장을 비우게 했고 절대로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니 이 여자는 블랙카드가 아닌 골드 카드 사용자일 것이고 여기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매니저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온다연을 직접적으로 폭로할 수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고객님, 어서 나가주세요. 이미 내부 가격을 드렸으니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쇼핑할 수 있어요. 꼭 여기서 살 필요는 없잖아요!”그 순간, 그는 말을 멈췄다.온다연이 손에 검은 카드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쇼핑몰의 블랙 카드였다.그는 눈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이건...”“블랙 카드예요.” 온다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제 이 사람들을 쫓아낼 수 있나요?”매니저는 깜짝 놀라며 다시 한 번 온다연을 살폈으나 그녀의 옷차림에는 명품이라 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 카드, 진짜예요?”“당연히 가짜죠!” 서혜윤은 바닥에서 일어나며 온다연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이 블랙카드를 가질 리가 없어요!”“경찰 불러요! 가짜 카드로 사기 치다니, 어서 신고해요!”매니저는 블랙카드를 유심히 살펴본 뒤,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 “하지만 이 카드, 가짜 같지는 않아요. 제가 진짜를 두 번 본 적이 있는데 이 카드와 똑같아요. 여기 저희 쇼핑몰의 보안 마크도 있어요.”그때 몇 명이 매장으로 들어왔고 서혜윤은 그들을 보자마자 다가가며 말했다. “삼촌! 여기에 계셨네요! 여기에 블랙 카드를 들고 사기 치는 사람이 있어요. 빨리 경찰을 불러서 잡아가게 해요!”그 사람은 쇼핑센터의 주주 중 한 명인 서안준이었다.서안준은 크게 화를 말했다. “북아메리카 최고급 쇼핑몰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어서, 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29화

    온다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말해보세요.”그때 서혜윤의 옆 사람이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만해, 저 여자, 너 찍고 있는 거 같아.”서혜윤은 손을 휘휘 휘둘렀다. “뭐가 두려워? 여긴 외국이야.”온다연은 손뼉을 한 번 치며 말했다. “서혜윤 씨, 참 거만하시네요. 제가 이 영상 인터넷에 올려서 당신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어요.”서혜윤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뭐라고요?”온다연은 서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못 할 것 같아요? 당신은 국내에서 벌어놓은 돈으로 국내 제품을 무시하고 소비자들까지 경멸하며 ‘촌놈’ 이라고 말했죠. 외국 제품을 좋아하는 건 자유지만 자기 나라 사람을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스타 자격이 없다고 보는데요!”“예진 씨, 영상 올리고 핫서치도 하나 사요.”권예진은 이미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바로 대답했다. “알겠어요, 바로 올릴게요!”서혜윤은 크게 화를 내며 권예진의 핸드폰을 잡으려고 달려들었지만 권예진은 그녀를 밀쳐 바닥에 넘어뜨렸다.서혜윤은 분에 못 이겨 소리쳤다. “보디가드, 보디가드 어디 있어? 당장 불러서 이 년들 손목을 부러뜨려!”직원은 급히 온다연 일행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빨리 나가세요, 서혜윤 씨 삼촌이 여긴 주주예요. 정말로 싸움이 나면 여러분만 불리해질 거예요!”온다연은 코웃음을 치며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이권 씨, 이권 씨 사람들 어디 있어요? 바로 CC 매장으로 와주세요, 누가 저한테 손대려고 해요!”전화를 끊은 후, 서혜윤의 보디가드들이 이미 매장으로 돌진해 들어왔고 서혜윤은 온다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때려. 특히 저 여자 얼굴을 망가뜨려!”그 얼굴이 너무 눈에 거슬렸고 볼 때마다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임혜린은 온다연 앞에 서서 막았다. “얘가 누구인 줄 알기나 해요? 손 대기만 해봐요. 당신 같은 작은 스타는 물론이고 그쪽 삼촌까지 와도 싹싹 빌 수밖에 없을 거예요!”그녀는 날카롭게 말하며 강한 존재감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28화

    그때, 그 세 사람도 온다연과 그 일행을 보았다.세 사람 중, 맨 앞에 있던 이는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온다연의 얼굴을 두 초간 바라본 뒤, 질투심이 치밀어 올랐다.그때 매장 직원이 그들을 알아보고 웃으며 다가갔다.“혜윤 씨, 오셨네요. 새로운 스타일이 많이 입고됐는데 오늘 한번 보실래요?”서혜윤은 눈꺼풀을 살짝 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게 비워. 이런 촌놈들과 함께 쇼핑하기 싫어.”직원은 잠시 놀라며 임혜린이 옷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혜윤 씨, 그분들도 저희 고객님이세요. 이렇게 하는 건 조금 곤란할 것 같은데요.”그때 옆에 있던 다른 여자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우리 혜윤이는 대스타야. 최근엔 거액의 투자가 들어간 영화 에서 여주인공을 맡았어. 보안이 철저해야 하는데 누가 여기서 뻔뻔하게 몰래 촬영하고 있을지 모르잖아? 며칠 전에도 여배우가 옷 갈아입는 모습이 찍혔다는 뉴스까지 나왔고. 어떻게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어.”직원은 서둘러 말했다. “혜윤 씨, 정말 축하드려요. 그런데 저희 매장에는 여러 개의 탈의실이 있고 모두 매일 점검하고 있어서 그런 염려는 전혀 없어요.”서혜윤은 턱을 살짝 올리며 온다연을 가리키고 말했다. “저 여자들, 나가게 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옷을 갈아입을 수는 없어.”직원은 난감해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분들은 이미 옷을 고르셨고 여기 오시는 고객님들 대부분은 배경이 있는 분들이라 쉽게 무시할 수 없어요.”서혜윤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 삼촌이 이곳의 주주야. 잊었어? 이곳은 우리 집 매장이나 마찬가지야. 만약 내 심기를 건드리면 여기서 가게 못 차릴 줄 알아.”직원은 어쩔 수 없이 임혜린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방금 중요한 고객님이 오셨는데 그분께서 매장을 비우라고 하셨어요. 뜻을 거스를 수 없는 분이니 고객님께선 다른 시간에 다시 오셔야 할 것 같아요.”임혜린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27화

    “잠깐 쉬자, 나 좀 피곤해.”“나도 피곤해, 앞에 VIP 라운지가 있는데 거기 가자. 무료 음료수랑 다과가 있어.”권예진은 듣자마자 눈이 반짝였다. “다과가 무료라고요? 나 배고팠는데 잘됐네요!”온다연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많이 소비했는데, 다과 하나 먹는다고 뭐라고 하겠어요. 얼른 가요.”VIP실은 꽤 넓었고 안에는 몇 명이 흩어져 앉아 있었다.온다연 일행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멀리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가 뭐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인 줄 아나?”“조용히 해, 들었으면 어쩌려고!”“뭐가 무서워? 저 사람들 옷차림 좀 봐, 뭐 같아?”“아마 싸구려 브랜드겠지. 명품도 입지 못하는 처지에 여기에 와서 쇼핑한다니, 창피한 줄도 모르나 봐.”“아까 그 여자랑 같은 매장에 있었는데, 이것저것 예쁘다고 난리를 치더라고. 촌뜨기 티 나는 저런 사람들이 뭐가 무서워.”임혜린은 미간을 찡그리며 다가가려고 했지만 온다연이 그녀를 잡았다. “됐어, 그런 사람들하고 싸울 필요 없어. 그냥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가자.”임혜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 옷이 뭐 어때서? 국제적인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한정판으로 나온 거야. 전 세계에서 50벌밖에 안 나오는 거라 저 인간들은 주문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온다연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됐어, 그냥 내버려둬. 우리 지금 충분히 피곤하잖아. 여기서 또 싸우면 아마 더 이상 쇼핑 못 할 걸.”권예진도 덧붙였다. “맞아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품위도 없고 남들을 배려할 줄도 모르는 걸 보니 좋은 사람들이 아닐 거예요.”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세 사람을 슬쩍 훑어봤다.그들은 유창한 한국어를 했고 그중 한 명은 낯이 익었다. 아마도 유명한 여배우였던 것 같은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세 사람은 그들이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듯, 비꼬는 말 몇 마디를 주고받은 후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떠나고 나서 온다연 일행은 한동안 편안하게 쉬면서 음료도 마시고 다과도 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26화

    뉴스 속에는 수많은 사진들이 섞여 있었고 사진 속 인물은 모두 원피스를 입은 여자였다.그녀의 골격은 작고 여리여리했지만 비율이 완벽하게 맞춰져 있었으며 곡선미가 제법 돋보였다.길고 가느다란 다리와 잘록한 허리, 사람의 영혼을 빼앗을 듯한 아름다움이었다.그녀는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오직 두 개의 아름다운 눈만을 드러내었는데 검은 동공이 카메라를 응시할 때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듯, 그 안에 무수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유강후는 이를 악물며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사랑하는 물건이 대중의 시선에 공개되어 모두가 그것을 탐낼 것 같은 위기감이 밀려왔다.그는 손에 쥐고 있던 금펜을 잠시 멈추며 두꺼운 문서 위에 선명한 자국을 남겼다.“이권!”그는 차갑게 외쳤다.“다연이는 어디 있어? 사람을 보냈으면서 왜 끝까지 보고하지 않았던 거야?”이권은 이미 그 뉴스를 보고 나쁜 예감이 들었고 숨을 죽이며 얼버무렸다. “사모님께서 따라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보낸 사람이 행사장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사모님께서 들어오는 이는 바로 해고한다고 하셨어요.”“그럼 아무도 못 들어갔단 건가?”“그, 그렇습니다...”“무능한 놈!”유강후는 서류 뭉치를 책상에 세게 내리치며 말했다.“지금 당장 그 엉망인 열애 기사 다 삭제해! 사진 하나도 남기지 말고!”“어떤 언론사가 보도했는지 다 확인하고 경고장을 보내서 다시는 내 아내에 대한 기사 쓰지 못하게 해. 그룹 법무팀에 맡겨서 확실히 처리해!”“그리고 다연이를 꼭 따라가. 만약 다연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권, 넌 끝장인 거다!”이권은 급히 말했다.“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차 준비하고 임혜린의 작업실로 가자!”“알겠습니다!”유강후는 외투를 챙기며 걸어가면서 전화를 걸었다.이권이 뒤를 따라가다가 문득 유강후의 말투가 차가움에서 부드러움으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어디예요? 데리러 갈게요.”“싫다고요? 아니면 나가서 좀 돌아다닐래요? 좋아요, 내가 같이 가 줄게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25화

    한 입 베어 먹자마자 권예진의 눈이 반짝였다.“이 맛은... 정말 맛있어요! 예전에 경원시에서 먹었던 맛이랑 비슷해요. 그 식당 주방장이 옛날 누구의 후손이라고 했는데, 왕에게 요리를 해주던 사람이래요. 그때 딱 한 번 먹어보고 다시는 못 먹어 봤거든요! 근데 오늘 이렇게 다시 먹어 보게 되다니... 진유나 씨, 요리 솜씨가 정말 좋으시네요!”온다연은 눈물이 맺힌 속눈썹과 볼 가득 음식을 담고 웃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운 다람쥐 같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맛있으면 많이 먹어요. 많이 가져왔어요. 하지만 이건 내가 만든 게 아니고, 집에 있는 요리사가 만든 거예요.”권예진은 전혀 가식 없이 죽과 반찬을 맛있게 먹었다.그리고는 계속 감탄했다.“진유나 씨, 정말 맛있어요! 매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하시겠어요.”그녀의 얼굴에 드리웠던 어둠이 사라지고 햇살처럼 환한 미소가 돌아왔다.“기회가 된다면 꼭 밥 얻어먹으러 가고 싶어요.”온다연이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언제든 환영이에요.”“그럼 꼭 기억해 두세요. 저는 사양 안 하는 사람이니까 맛있는 건 절대 안 놓쳐요.”권예진은 말한 대로 전혀 사양하지 않고 생선 살 죽을 깨끗이 비우고 만두도 절반이나 먹어 치웠다.행복한 표정으로 음식을 먹는 그녀를 보며 온다연은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저렇게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라면 뭐든 잘 헤쳐나갈 것만 같았다. 염지훈이 그녀를 놓친다면, 분명 후회할 것이다.온다연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맞다, 제 친구가 여기서 의상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데 최근에 새로운 개량 한복을 디자인했어요. 며칠 후에 패션쇼를 할 예정인데, 권예진 씨도 관심 있으면 같이 가요.”권예진의 눈이 반짝였다.“설무 스튜디오 말씀이세요?”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권예진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꼭 가야죠! 그 스튜디오 옷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 아세요? 얼마 전에 나온 화려한 의상들 정말 잘 팔렸는데, 전 세계에 100벌 한정 판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24화

    온다연은 주방에 닭곰탕을 끓여 달라고 한 후 직접 죽을 쑤었다.먼저 유강후에게 죽을 먹이고 체온을 재어 보니 어제처럼 열이 높지 않았다. 그제야 그녀는 도시락을 들고 병원으로 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권예진이 병실 문 앞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눈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온다연을 보자 그녀는 일어섰지만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온다연은 그녀에게 다가가 빨갛게 부어오른 눈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안에 안 들어가고 여기 있어요? 그 사람이 괴롭혔어요?”권예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눈가가 더 빨개졌다.“아니에요.”온다연이 말했다.“아침 식사를 가져왔어요. 같이 먹어요.”병실에 들어가 보니 염지훈은 이미 깨어 침대에 기대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그는 흰 셔츠로 갈아입고 있었고 안색은 어젯밤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온다연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는 반가운 기색을 보였지만 권예진을 발견하고는 얼굴이 굳어졌다.“권예진, 꺼지라고 했잖아. 안 들려?”권예진의 눈시울이 더 붉어졌지만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진유나 씨가 들어오라고 하셨어요.”염지훈은 차갑게 말했다.“네 얼굴 보기 싫다고 했잖아. 사람 말 못 알아들어?”권예진은 몸을 떨며 황급히 뛰쳐나갔다.온다연도 화가 나서 말했다.“지훈 씨,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요? 그래도 어젯밤 당신을 간호해 줬고 위출혈로 쓰러졌을 때 병원에도 데려왔잖아요. 그녀가 아니었으면 당신은 집에서 죽었을지도 몰라요!”염지훈은 차갑게 말했다.“그런 호의 필요 없어!”그는 권예진에게 집에 오지 말라고 거듭 경고했었다. 그런데 왜 그녀가 거기에 있었던 걸까?그날 밤에도 그녀는 몰래 그의 집에 잠입해 그의 물에 약을 타고 그의 침대로 들어왔었다.평소 순진한 척 가장했던 그녀에게 완전히 속았던 자신이 한심했다.두 집안이 오랜 세월 친분을 쌓아온 사이가 아니었다면 그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감히 그의 앞에서 얼쩡거리고 또 온다연의 앞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23화

    “진유나 씨, 제발 불쌍히 여겨서라도 곁에 있어 주세요...”권예진은 조금 전 염지훈이 피를 토하던 모습을 떠올리자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다.“이 사람은 당신만 있으면 돼요. 다른 사람은 아무 소용도 없어요.”온다연은 염지훈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정말 좋은 사람이었고 그녀에게 모든 걸 다 해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예전에 그와 결혼할 거라 생각했을 때조차 도망치고 싶었다.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조용히 말했다.“권예진 씨, 나와 이 사람은 안 돼요. 끊을 거면 깔끔하게 끊어내야죠. 이렇게 질질 끌면 더 힘들어질 뿐이에요.”권예진이 말했다.“하지만 이 사람은 이미 이렇게 아픈데...”온다연이 말했다.“오늘 밤은 부탁해요. 내일 아침에 다시 올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섰다.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자 유강후는 일어섰다.“끝났어?”온다연은 다가가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돌아가요.”유강후는 잠시 망설였다.“상태가 좀 심각해 보이는데 누군가 여기 남아서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니야?”온다연은 병실 쪽을 흘끗 보고 고개를 저었다.“그의 어린 비서가 그를 많이 좋아하고 사람도 괜찮아요. 내가 알아봤는데, 집안도 그와 어울리고요. 두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좋겠어요.”유강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그는 일이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염지훈의 성격상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게다가 그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염지훈은 그 어린 비서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이제 두 사람을 확실하게 묶어둘 무언가를 할 때가 온 것 같다.그가 말이 없자 온다연은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가요. 내일 다시 올 거예요.”유강후는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렸다.“집에 가자.”온다연은 몸부림치며 말했다.“내려 주세요. 아프잖아요. 열도 나고...”유강후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나지막이 말했다.“조금 아픈 것뿐이야. 죽기 직전이라도 너는 안을 수 있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022화

    온다연은 눈살을 찌푸렸다.“지훈 씨, 너무 무리한 요구예요.”염지훈은 억지로 웃었다.“그래? 그럼 너희들은 만날 때, 나랑 약혼한 건 생각도 안 했어?”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대답하지 않았다.방안은 다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그때, 권예진이 들어와 온다연에게 조용히 말했다.“진유나 씨, 강 대표님이 밖에 계세요. 많이 아파 보이시던데...”온다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 사람도 왔어요?”그녀가 밖으로 나가려 하자 염지훈이 불렀다.“다연아, 난 그 사람 발가락 하나만도 못한 거야?”온다연은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말했다.“잠깐 보고 올게요.”염지훈은 희미하게 웃었지만 가슴 속에는 격렬한 고통이 몰려왔다.온다연이 밖에 나가보니 멀지 않은 벤치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유강후였다.평소 차갑고 위엄있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는 지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옅은 피곤함이 드리워져 있었고 깊은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마치 그녀의 연민을 갈구하는 듯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연약함이 느껴졌다.예전에 그를 감싸고 있던 모든 갑옷을 벗어 던진 듯 지금 그녀 앞에 있는 것은 더 이상 높은 곳에 있는 전쟁의 신 같은 남자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었다.실망할 줄도 알고 상처받을 줄도 알고 아픈 줄도 알고 힘들어할 줄도 아는 사람 말이다.온다연이 마음이 아파 말을 하려던 찰나, 뒤에 있던 염지훈이 갑자기 심하게 기침을 하더니 피를 토해냈다.권예진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 달려갔다.“박 대표님!”온다연이 뒤를 돌아보니 염지훈은 계속 피를 토하고 있었다.그녀 역시 놀라 의사를 불렀다.한바탕 소란 후, 염지훈은 더 이상 피를 토하지 않았다.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보호자는 환자를 어떻게 돌본 겁니까? 자극을 주면 안 된다고 했는데, 방금 화가 나서 이렇게 된 겁니다. 3일 동안 유동식만 드셔야 하고 혼자 두어서도 안 됩니다. 보호자분, 누구시죠? 와서 서명하세요!”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가서 서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