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521 - Chapter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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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화

“돕는다고 할 수 없어요. 다희 씨는 실력 있는 사람이니까요. 이번 아이디어는 저희가 같이 생각해 낸 거예요. 상대가 다희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저는 똑같이 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는 다희 씨가 다희 씨를 도운 격이죠.”“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제가 좋은 인연을 만났네요. 그럼 전 할 일이 있어서 다음에 다시 연락해요.”“네.”전화를 끊은 다음 공아영은 턱을 괸 채 온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유 씨는 어쩌면 못 하는 일이 없어요? 장다희 씨 매니저를 해도 되겠어요.”“아니에요. 그래도 화제성은 떼놓은 당상이겠어요. 전통적인 미디어는 못하는 걸 숏폼은 할 수 있으니까요.”이제는 신문 기사에만 목매다는 세대가 아니다. 21세기는 변화가 찾아올 때도 되었다.퇴근 시간이 되자, 온지유가 공아영에게 말했다.“시간 됐어요. 이만 퇴근해요.”“네.”공아영은 주섬주섬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방향이 다른 것만 아니었어도 같이 돌아가고 싶네요.”온지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내일 봐요.”“아쉽지만 내일 봐요.”공아영과 헤어진 다음 온지유는 혼자 거리를 걸었다. 그녀는 택시를 잡지 않았다. 앉아 있은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서 조금 움직이고 싶었던 것이다.요즘 들어 배가 좀 커진 것 같았다. 그녀는 배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와 함께 커가는 아이가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차량 한 대가 그녀를 쫓았다. 신발에 묻은 먼지를 터는 모습, 어딘가에 대고 사진 찍는 모습... 그녀의 모든 모습을 지켜봤다.차 안의 남자는 기분 좋은 듯 눈웃음을 지었다. 눈가의 점이 함께 움직여 아주 매혹적인 모습을 자아냈다. 그는 조수석에 놓인 딸기 바구니를 힐끗 보고는 계속 천천히 뒤따랐다.잠깐 걸은 다음 온지유는 택시를 잡고 집에 돌아가려고 했다. 앱으로 잡은 택시는 금방 찾아왔고, 그녀는 주소를 말하고 올라탔다.택시 안에는 은은한 향수 냄새가 맴돌았다. 택시 기사에게 시선을 주니 그녀는 무언가 감추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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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성공이야!’그러나 여자가 기뻐하기도 전에 벤츠 한 대가 바짝 붙어왔다. 그녀가 속도를 올리자, 벤츠도 역시 속도를 올렸다. 퇴근길 차로 가득한 거리에서 미친 듯이 쫓아왔다.여자는 더 이상 속도를 높일 용기가 없었다. 이대로 가다 가는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벤츠는 옆으로 다가왔다. 다리를 지날 때는 금방이라도 강에 빠뜨릴 듯 가까이 붙었다. 여자는 어쩔 수 없이 차를 세웠다. 벤츠는 끼익 소리를 내며 그녀의 앞으로 가서 멈춰 도망갈 길을 막았다.인명진은 주저 없이 차에서 내렸다. 차 안의 여자는 잠깐 진정하다가 차에서 내렸다.“이번엔 또 뭐야? 급한 일 있다며? 시간을 칼같이 지키던 사람이 왜 나보다도 급해졌대?”인명진은 빨간 머리 여자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말한 임산부가 저 여자야?”여자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말했다.“그 말투 마음에 안 들어.”인명진은 정신을 잃은 온지유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뭘 먹였어?”“아무것도 안 먹었어. 한 번 내리치니까 그냥 쓰러지던데?”인명진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온지유를 안아 내렸다. 빨간 머리 여자는 화들짝 놀라며 그의 손을 잡았다.“인명진, 너 뭐 하는 거야? 이거 우리 임무야. 그 인간들이 저 여자 장기를 팔아야 한다고 했잖아!”임명진은 정신 잃은 온지유를 꼭 안은 채 여자의 손을 뿌리쳤다.“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너 미쳤어? 죽고 싶어?”인명진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말했다.“이 여자는 안 돼.”“왜? 우린 한 번도 실패한 적 없어. 여자 하나 때문에 실패 경력을 만들고 싶어?”인명진의 눈빛은 아주 단호했다.“홍혜주, 난 내가 죽는다고 해도 상관없어.”홍혜주는 창백한 안색으로 말했다.“너 진짜 제정신 아니구나. 네가 언제부터 이런 거 신경 썼다고 그래? 왜 여자 때문에 인생을 망치려고 하냐고.”그녀는 인명진의 차 안에 있는 딸기 바구니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목숨값으로 농장을 사더니 딸기를 심으려고 그랬던 거야? 이 여자가 딸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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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홍혜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인명진은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 없었다.인명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지유를 뒷좌석에 태웠다. 그리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 끝까지 설명은 없었다.점점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는 홍혜주의 눈빛에는 슬픔이 서렸다. 그가 이런 식으로 목숨을 뒷전에 놨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죽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홍혜주는 주먹을 꽉 쥔 채 한참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이곳을 떠났다.인명진은 온지유를 바로 집에 데려갔다. 그녀의 집이 아닌 자기 집으로 말이다. 온지유의 집은 가봤자 비밀번호를 몰랐기에 그냥 자기 집으로 왔다.그녀를 소파에 눕히고 몸에 상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그는 옆에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시선은 시종일관 온지유의 얼굴에 머물렀다. 짙은 갈색 눈동자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드러난 팔에는 여전히 붕대로 감긴 상처가 보였다.그는 그저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약 한 시간 후에야 온지유가 깨어났다.그녀는 목이 몹시 아팠다. 잠시 후 택시에서 맞아 쓰러진 기억이 떠오르자, 그녀는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깼어요?”온지유의 반응은 인명진도 보고 있었다. 온지유는 그를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몸을 튕기듯 일으켰고 뒤로 물러나며 경계의 눈빛을 쏘았다.“이번에는 또 무슨 꿍꿍이에요?”그녀는 원래부터 인명진을 좋게 보지 않았다. 택시에서 쓰러졌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가 보이자, 당연히 택시 기사와 한패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온지유의 경계하는 태도에 인명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봐도 슬픈 표정이었다.“이제 다 괜찮아요. 지유 씨는 안전해요.”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방의 구조는 그녀의 아파트와 비슷했다. 옆집, 이곳은 인명진의 집인 모양이었다.“지유 씨 집 비밀번호를 몰라서 일단 여기로 데려왔어요.”인명진의 집은 아주 깔끔했다. 모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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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인명진은 고개를 숙였다. 입 밖으로 나온 건 짧은 한마디뿐이었다.“저는 지유 씨를 다치게 하지 않아요.”온지유는 벌떡 일어나서 거리를 두며 말했다.“제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인명진 씨는 깨끗하지 못한 일을 하는 게 분명한데. 그냥 앞으로 연락하지 말고 지내요.”그녀는 인명진과 가까이할 용기가 없었다. 지금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인명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금방 딴 딸기를 바라보다가 그녀에게 전해줬다.“지유 씨가 좋아하는 딸기예요. 오늘 금방 땄어요. 가져가서 먹어요.”온지유는 단호하게 몸을 틀었다.“죄송하지만, 저는 그거 못 받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인명진이 언제 갑자기 그녀를 죽일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끊임없이 밀려왔다. 지금 당장 이사할 생각마저 들었다.살인자를 이웃으로 두고 어찌 산단 말인가?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절대 이런 일을 경솔하게 넘겨서는 안 된다.그녀는 인명진이 바이러스라도 되는 듯이 빠르게 멀어져갔다. 집안에는 인명진과 미처 선물하지 못한 딸기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인명진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바구니에 담긴 딸기는 아무리 싱싱해도 가치를 잃었다. 그는 주저 없이 전부 쓰레기통에 던졌다.온지유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녀도 원하지 않았다.집으로 돌아간 온지유는 문을 굳게 잠갔다. 그런데도 마음은 쉽게 안정되지 않았다.‘왜 나를 납치하려고 한 걸까? 대체 왜... 누구한테 사주받았나? 앞으로 조심해야겠어.’...어두운 방 안.짝!홍혜주의 머리는 뺨을 맞고 홱 돌아갔다.“여자 하나 잡지 못하면 살아서 뭐 해?!”뺨은 금방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입가에는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고통을 참고 무릎을 꿇었다.“시간을 잘못 잡았습니다. 퇴근 시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꼭 잡아 오겠습니다.”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키가 177cm 정도 되어 보였다. 왼쪽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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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중년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떠났다. 홍혜주는 그대로 땅에 주저앉았다. 이제야 긴장이 풀린 것이다.그녀는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만졌다. 평소 세련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눈빛에는 두려움이 단단히 깃들어 있었다.두려운 게 당연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조직을 떠날 수 없다는 말이다. 한 번 떠나면 남은 길은 죽음뿐이다.그녀는 인명진이 걱정되었다. 아무래도 그가 조직과 대립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도 언젠가 드러나고 말 것이다.홍혜주의 요염한 얼굴에는 근심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떻게든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이건 자신뿐만 아니라 인명진도 구하는 일이었다.그녀에게는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시간은 오직 일주일만 남았고, 그건 그녀와 인명진의 목숨을 건 카운트다운이었다.자리에서 일어난 홍혜주는 붉어진 얼굴을 파우더로 가리고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 되어야 했다.그녀는 강가로 갔다. 인명진은 이미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보고는 내가 했어.”홍혜주의 목소리는 아주 담담했다. 인명진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그녀를 돌아봤다.“어떻게?”“별말 안 했어.”홍혜주는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너 평생 이런 식으로 살 거야? 조직에 찍힌 사람은 결국 죽게 되어있어.”“누가 지시한 일이지?”“난 그냥 일만 대신해 주는 사람이야. 명령은 보스가 내렸고.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이게 바로 인명진이 의심을 품은 이유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왜 날 고발하지 않았어?”홍혜주의 얼굴에는 보기 드물게 부드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는 인명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린 동료잖아. 너한테 문제가 생기면 나도 곤란해. 그날 밤도 네가 상처를 치료하길 바랐던 것뿐이야. 나도 그 정도로 시끄러워질 줄은 몰랐지만...”홍혜주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허리를 감싸안으며 머리를 기댔다.“아무튼 네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못 해. 이 세상에서 내가 신경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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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전엔 키도 나보다 작았던 것 같은데 이젠 훌쩍 컸구나. 얼굴도 더 잘생겨졌어. 어쩐지 아들을 만난 이분이구나.”성무현은 진심으로 여이현을 좋아했다. 그는 여이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자세히 살펴보았다.예전에 여이현은 그의 부대에 있었다. 그때는 성무현이 대령이 되기도 전이었다. 분대장이었던 그는 여이현과 함께 생사를 오가며 전우애를 쌓았다. 여이현이 부대를 떠난 지 오래되었다고 해도 그 정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났다. 여이현은 정말로 성무현의 아들 벌이었다. 그래서인지 성무현도 여이현을 아들처럼 여겼다.둘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주로 과거 얘기였다. 때가 무르익자 여이현이 말했다.“저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말만 해.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꼭 도와줄게. 근데 너 부대로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어?”성무현은 여이현이 다시 돌아오기를 원했다.“그건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여이현은 그럴 마음이 없었다. 거절의 뜻을 드러낸 성무현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그래, 부탁할 일은 뭐야?”“사람 한 명 찾아주세요.”여이현은 ‘석이’라는 남자를 찾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남자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그도 내심 그 남자가 존재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렇다면 온지유 배 속의 아이가 설명이 안 됐다.만약 그 남자가 온지유를 능멸한 것이라면, 그는 꼭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온지유는 빨리 아이를 지워야 했다. 정체 모르는 아이를 가진 것은 그녀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런 생각에 여이현의 눈빛은 부쩍 차가워졌다.성무현의 업무능력은 아주 훌륭했다. 여이현이 말을 꺼내자마자 그는 즉시 지시를 내렸다. 여이현은 거의 그에게 무언가 부탁한 적 없었다. 그래서 이번 부탁을 꼭 들어주고 싶었다.“이건 이름에 ‘석’자가 들어간 목록이야.”오후, 성무현은 파일을 건네며 말했다.“여기 있는 사람 모두 경성에 온 적 있어. 네가 찾는 사람이 있는지 한번 봐봐.”여이현은 파일을 쭉 살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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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여보세요.”온지유의 목소리를 들은 여이현의 눈빛에 미묘한 감정이 일었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보고 싶어.”온지유는 핸드폰을 꽉 쥐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늘 납치당할 뻔했다는 두려움은 아직 가시지 않았고, 인명진을 옆집에 두고 계속 지내도 되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그래도 여이현과 통화하는 것이 주의를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괜히 물어봤다.“지금 어디 있어요?”여이현은 창밖으로 보이는 훈련하는 군인들을 바라봤다. 구령 소리가 너무 커서 그는 창문을 닫으며 대답했다.“나 지금 교외에 있어.”“교외요?”온지유는 그가 부랴부랴 떠났던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가 교외로 갈 줄은 몰랐다.“응, 일이 좀 있어서.”그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 말하지 않았다. 온지유가 괜한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잠시 후 여이현이 다시 물었다.“요즘 어때? 밥은 제때 먹고 있어?”그는 여전히 온지유를 많이 신경 쓰고 있었다.온지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러 가지로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았지만 대답은 간결했다.“저는 괜찮아요.”여이현은 그녀가 좀 더 얘기하길 바랐다. 전화로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시간을 확인한 그는 물었다.“이제 잘 거야?”“네.”이쯤 되자 여이현은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졌다.“그럼 푹 쉬어. 방해하지 않을게.”“언제 돌아와요?”온지유가 한 마디 더 물었다. 그러자 여이현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내일, 아니면 모레쯤.”“인터뷰도 해야 하는 거 잊지 않았죠? 돌아오면 바로 일정 잡아요.”그녀가 언급한 건 일과 관련된 얘기였다.잠깐이나마 여이현은 그녀가 자신을 보고 싶어서 빨리 돌아오라고 한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그래도 여이현은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네 일에 영향 주지 않을게.”온지유는 여전히 핸드폰을 꼭 쥐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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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백지희는 물건을 잔뜩 들고 들어왔다. 온지유는 그녀를 보자마자 구세주라도 만난 듯 꽉 껴안았다.“잘 왔어, 지희야. 네가 와서 다행이다. 안 그러면 나 오늘 잠도 못 잘 거야.”백지희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 있었구나? 어쩐지 여이현이 갑자기 전화 와서 너한테 가보라고 한다고 했어. 난 그것도 모르고...”여이현이 부탁한 일은 단순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도 곧바로 달려왔다.“이현 씨가 전화했었어?”온지유는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백지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자기는 바빠서 못 온대. 그래서 너 좀 돌봐달라고 부탁하더라.”백지희는 온지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너 좀 봐, 얼굴이 하얗게 질렸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렇게 놀랄 일이었어?”온지유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나도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어. 근데 나 오늘 납치당할 뻔했다?”“뭐?! 야, 그런 일은 여이현한테 말해야지! 여이현은 해결해 줄 거 아니야! 납치범 빨리 잡아야 해. 하아... 대체 누구지?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꾸민 거지?”온지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이현과 결혼한 후로 원수가 부쩍 많아졌다. 직장에서든, 생활에서든 그 수가 적지 않았다.“한 명 한 명 추려봐야 할 것 같아.”“그건 그거고, 너 어떻게 빠져나왔어?”온지유는 바로 인명진을 떠올렸다. 그녀는 이 문제로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그가 선 쪽인지 악 쪽인지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인명진이라는 사람 기억해?”백지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기억하지.”“하아... 인명진이 날 구해줬어.”백지희는 눈을 크게 뜨며 웃었다.“봐봐, 내가 뭐랬어. 그 사람 너한테 신경 많이 쓴다니까. 중요한 순간에 널 구해줬네.”“넌 이상하지 않아?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 우연히 내 옆집에 살고, 또 우연히 날 구해줬잖아.”그녀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다. 백지희도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하지만 널 해치지는 않았잖아.”“만약 일부러 내 신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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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승아 언니는 잘 지내고 있어요.”김예진이 말했다.“최근 일이 많아서 연락을 못 했나 봐요.”“일이 많아...?”여진숙은 속으로 실망스러우면서도 아닌 척 말을 이었다.“그래, 일이 많으면 좋은 거지. 우리 승아 톱스타가 다 됐네. 앞으로 더 유명해질 텐데, 일이 많다는 건 앞길이 창창하다는 뜻이야. 나도 정말 기쁘다고 전해줘.”“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그래, 가봐.”여진숙은 노승아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그녀는 뒤늦게 도시락이 떠올라서 김예진에게 건넸다.“이건 내가 직접 끓인 닭곰탕이야. 우리 승아 일하느라 밥 먹을 시간도 없지? 이거 좀 가져가서 쉬는 시간에 먹어줘.”김예진은 도시락을 받아서 들었다.“네, 전해드리겠습니다.”대답을 끝낸 김예진은 다시 몸을 옮겼다.여진숙은 문 앞에서 잠시 더 기다렸다. 그러나 노승아는 끝내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실망한 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김예진이 휴게실에 들어갔을 때, 노승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언니, 아주머니는 돌려보냈어요. 이건 아주머니가 주신 닭곰탕이에요.”김예진은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노승아는 도시락을 힐끗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알았어.”“드실래요?”“아니.”노승아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여진숙의 행동이 조금도 감동스럽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여진숙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깟 닭곰탕 한 번 배달했다고 감동할 리도 없었다.노승아는 도시락을 통째로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러자 김예진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평소 그녀는 여진숙과 사이가 좋았기 때문이다.“나 이제 닭곰탕 안 먹어.”노승아의 말을 김예진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닭곰탕에 질렸겠거니 했다....여진숙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교도소로 갔다. 그녀는 만날 사람이 있었다.잠시 기다린 끝에 그녀는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 만났다. 두 사람은 유리창을 사이 두고 서로를 바라봤다.여진숙의 눈에는 잠시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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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나쁜 놈!”여진숙은 눈물을 머금은 채 이를 악물었다.“당신 때문에 내가 그 집안에 시집간 거야. 도건웅, 이 빚은 어떻게 갚을 건데?!”도건웅은 당연히 은혜를 잊지 않고 있었다.“그건 기억하고 있어.”그는 잠시 말을 멈추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출소한 다음 거하게 챙겨줄게.”여진숙은 차갑게 대꾸했다.“됐어, 이제는 그냥 네 삶을 살아. 나도 승아도 찾지 마. 승아 인생에 영향 주지 말라고. 그게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이야.”그녀는 도건웅에게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그저 그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노승아는 아주 힘들게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여진숙은 도건웅이 그걸 망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게다가 노승아는 그의 곁에서 고된 삶을 살았을 것이 분명했다.지난 세월 동안 노승아는 많은 고생을 했다. 그래서 여진숙은 더욱 죄책감이 들었다. 앞으로 다시는 고생시키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도건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여진숙을 바라봤다. 여진숙은 오늘 그냥 경고하러 온 것이다. 그래서 그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을 끝낸 그녀는 화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도건웅은 그녀를 끝까지 바라보며 희미한 냉소를 지었다....“검사받을 때 필요한 건 다 챙겼어?”집을 나서기 전 백지희가 물었다. 온지유는 일찍 일어나서 병원에 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응, 다 챙겼어.”온지유는 가방 안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넣었다. 이제 그녀는 하이힐을 신지 않았고 옷차림도 편한 것뿐이었다. 지금도 그녀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원피스만 입었다.백지희는 차로 그녀를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는 마침 진료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대기 줄은 아주 길었다. 아무래도 주말인 탓에 그런 것 같았다.어쩔 수 없이 온지유는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녀의 순서는 꽤 뒤쪽에 있었다. 아마 11시쯤 돼야 그녀 차례가 올 것 같았다. 일부는 오후에 다시 오겠다며 돌아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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