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엔 키도 나보다 작았던 것 같은데 이젠 훌쩍 컸구나. 얼굴도 더 잘생겨졌어. 어쩐지 아들을 만난 이분이구나.”성무현은 진심으로 여이현을 좋아했다. 그는 여이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자세히 살펴보았다.예전에 여이현은 그의 부대에 있었다. 그때는 성무현이 대령이 되기도 전이었다. 분대장이었던 그는 여이현과 함께 생사를 오가며 전우애를 쌓았다. 여이현이 부대를 떠난 지 오래되었다고 해도 그 정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났다. 여이현은 정말로 성무현의 아들 벌이었다. 그래서인지 성무현도 여이현을 아들처럼 여겼다.둘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주로 과거 얘기였다. 때가 무르익자 여이현이 말했다.“저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말만 해.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꼭 도와줄게. 근데 너 부대로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어?”성무현은 여이현이 다시 돌아오기를 원했다.“그건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여이현은 그럴 마음이 없었다. 거절의 뜻을 드러낸 성무현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그래, 부탁할 일은 뭐야?”“사람 한 명 찾아주세요.”여이현은 ‘석이’라는 남자를 찾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남자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그도 내심 그 남자가 존재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렇다면 온지유 배 속의 아이가 설명이 안 됐다.만약 그 남자가 온지유를 능멸한 것이라면, 그는 꼭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온지유는 빨리 아이를 지워야 했다. 정체 모르는 아이를 가진 것은 그녀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런 생각에 여이현의 눈빛은 부쩍 차가워졌다.성무현의 업무능력은 아주 훌륭했다. 여이현이 말을 꺼내자마자 그는 즉시 지시를 내렸다. 여이현은 거의 그에게 무언가 부탁한 적 없었다. 그래서 이번 부탁을 꼭 들어주고 싶었다.“이건 이름에 ‘석’자가 들어간 목록이야.”오후, 성무현은 파일을 건네며 말했다.“여기 있는 사람 모두 경성에 온 적 있어. 네가 찾는 사람이 있는지 한번 봐봐.”여이현은 파일을 쭉 살펴보
“여보세요.”온지유의 목소리를 들은 여이현의 눈빛에 미묘한 감정이 일었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보고 싶어.”온지유는 핸드폰을 꽉 쥐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늘 납치당할 뻔했다는 두려움은 아직 가시지 않았고, 인명진을 옆집에 두고 계속 지내도 되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그래도 여이현과 통화하는 것이 주의를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괜히 물어봤다.“지금 어디 있어요?”여이현은 창밖으로 보이는 훈련하는 군인들을 바라봤다. 구령 소리가 너무 커서 그는 창문을 닫으며 대답했다.“나 지금 교외에 있어.”“교외요?”온지유는 그가 부랴부랴 떠났던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가 교외로 갈 줄은 몰랐다.“응, 일이 좀 있어서.”그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 말하지 않았다. 온지유가 괜한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잠시 후 여이현이 다시 물었다.“요즘 어때? 밥은 제때 먹고 있어?”그는 여전히 온지유를 많이 신경 쓰고 있었다.온지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러 가지로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았지만 대답은 간결했다.“저는 괜찮아요.”여이현은 그녀가 좀 더 얘기하길 바랐다. 전화로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시간을 확인한 그는 물었다.“이제 잘 거야?”“네.”이쯤 되자 여이현은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졌다.“그럼 푹 쉬어. 방해하지 않을게.”“언제 돌아와요?”온지유가 한 마디 더 물었다. 그러자 여이현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내일, 아니면 모레쯤.”“인터뷰도 해야 하는 거 잊지 않았죠? 돌아오면 바로 일정 잡아요.”그녀가 언급한 건 일과 관련된 얘기였다.잠깐이나마 여이현은 그녀가 자신을 보고 싶어서 빨리 돌아오라고 한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그래도 여이현은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네 일에 영향 주지 않을게.”온지유는 여전히 핸드폰을 꼭 쥐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
백지희는 물건을 잔뜩 들고 들어왔다. 온지유는 그녀를 보자마자 구세주라도 만난 듯 꽉 껴안았다.“잘 왔어, 지희야. 네가 와서 다행이다. 안 그러면 나 오늘 잠도 못 잘 거야.”백지희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 있었구나? 어쩐지 여이현이 갑자기 전화 와서 너한테 가보라고 한다고 했어. 난 그것도 모르고...”여이현이 부탁한 일은 단순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도 곧바로 달려왔다.“이현 씨가 전화했었어?”온지유는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백지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자기는 바빠서 못 온대. 그래서 너 좀 돌봐달라고 부탁하더라.”백지희는 온지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너 좀 봐, 얼굴이 하얗게 질렸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렇게 놀랄 일이었어?”온지유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나도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어. 근데 나 오늘 납치당할 뻔했다?”“뭐?! 야, 그런 일은 여이현한테 말해야지! 여이현은 해결해 줄 거 아니야! 납치범 빨리 잡아야 해. 하아... 대체 누구지?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꾸민 거지?”온지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이현과 결혼한 후로 원수가 부쩍 많아졌다. 직장에서든, 생활에서든 그 수가 적지 않았다.“한 명 한 명 추려봐야 할 것 같아.”“그건 그거고, 너 어떻게 빠져나왔어?”온지유는 바로 인명진을 떠올렸다. 그녀는 이 문제로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그가 선 쪽인지 악 쪽인지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인명진이라는 사람 기억해?”백지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기억하지.”“하아... 인명진이 날 구해줬어.”백지희는 눈을 크게 뜨며 웃었다.“봐봐, 내가 뭐랬어. 그 사람 너한테 신경 많이 쓴다니까. 중요한 순간에 널 구해줬네.”“넌 이상하지 않아?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 우연히 내 옆집에 살고, 또 우연히 날 구해줬잖아.”그녀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다. 백지희도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하지만 널 해치지는 않았잖아.”“만약 일부러 내 신뢰를
“승아 언니는 잘 지내고 있어요.”김예진이 말했다.“최근 일이 많아서 연락을 못 했나 봐요.”“일이 많아...?”여진숙은 속으로 실망스러우면서도 아닌 척 말을 이었다.“그래, 일이 많으면 좋은 거지. 우리 승아 톱스타가 다 됐네. 앞으로 더 유명해질 텐데, 일이 많다는 건 앞길이 창창하다는 뜻이야. 나도 정말 기쁘다고 전해줘.”“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그래, 가봐.”여진숙은 노승아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그녀는 뒤늦게 도시락이 떠올라서 김예진에게 건넸다.“이건 내가 직접 끓인 닭곰탕이야. 우리 승아 일하느라 밥 먹을 시간도 없지? 이거 좀 가져가서 쉬는 시간에 먹어줘.”김예진은 도시락을 받아서 들었다.“네, 전해드리겠습니다.”대답을 끝낸 김예진은 다시 몸을 옮겼다.여진숙은 문 앞에서 잠시 더 기다렸다. 그러나 노승아는 끝내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실망한 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김예진이 휴게실에 들어갔을 때, 노승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언니, 아주머니는 돌려보냈어요. 이건 아주머니가 주신 닭곰탕이에요.”김예진은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노승아는 도시락을 힐끗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알았어.”“드실래요?”“아니.”노승아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여진숙의 행동이 조금도 감동스럽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여진숙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깟 닭곰탕 한 번 배달했다고 감동할 리도 없었다.노승아는 도시락을 통째로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러자 김예진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평소 그녀는 여진숙과 사이가 좋았기 때문이다.“나 이제 닭곰탕 안 먹어.”노승아의 말을 김예진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닭곰탕에 질렸겠거니 했다....여진숙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교도소로 갔다. 그녀는 만날 사람이 있었다.잠시 기다린 끝에 그녀는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 만났다. 두 사람은 유리창을 사이 두고 서로를 바라봤다.여진숙의 눈에는 잠시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였
“나쁜 놈!”여진숙은 눈물을 머금은 채 이를 악물었다.“당신 때문에 내가 그 집안에 시집간 거야. 도건웅, 이 빚은 어떻게 갚을 건데?!”도건웅은 당연히 은혜를 잊지 않고 있었다.“그건 기억하고 있어.”그는 잠시 말을 멈추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출소한 다음 거하게 챙겨줄게.”여진숙은 차갑게 대꾸했다.“됐어, 이제는 그냥 네 삶을 살아. 나도 승아도 찾지 마. 승아 인생에 영향 주지 말라고. 그게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이야.”그녀는 도건웅에게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그저 그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노승아는 아주 힘들게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여진숙은 도건웅이 그걸 망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게다가 노승아는 그의 곁에서 고된 삶을 살았을 것이 분명했다.지난 세월 동안 노승아는 많은 고생을 했다. 그래서 여진숙은 더욱 죄책감이 들었다. 앞으로 다시는 고생시키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도건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여진숙을 바라봤다. 여진숙은 오늘 그냥 경고하러 온 것이다. 그래서 그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을 끝낸 그녀는 화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도건웅은 그녀를 끝까지 바라보며 희미한 냉소를 지었다....“검사받을 때 필요한 건 다 챙겼어?”집을 나서기 전 백지희가 물었다. 온지유는 일찍 일어나서 병원에 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응, 다 챙겼어.”온지유는 가방 안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넣었다. 이제 그녀는 하이힐을 신지 않았고 옷차림도 편한 것뿐이었다. 지금도 그녀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원피스만 입었다.백지희는 차로 그녀를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는 마침 진료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대기 줄은 아주 길었다. 아무래도 주말인 탓에 그런 것 같았다.어쩔 수 없이 온지유는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녀의 순서는 꽤 뒤쪽에 있었다. 아마 11시쯤 돼야 그녀 차례가 올 것 같았다. 일부는 오후에 다시 오겠다며 돌아가기도 했다
의사는 몸을 살짝 굳히며 말했다.“지금 제 직업 능력을 의심하는 겁니까?”온지유는 여전히 의사의 손을 꽉 붙든 채 말했다.“매니큐어를 하는 의사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이렇게 긴 매니큐어로는 병원 문도 못 들어올 것 같네요. 그리고 이 방 안에 당신 향수 냄새가 얼마나 진동하는지 알아요?”가짜 의사는 당황한 듯 손을 거뒀다. 온지유는 이 틈을 타서 도망가려고 했다. 그러나 의사가 먼저 그녀의 머리채를 잡았다.“가긴 어딜 가!”머리채를 잡힌 온지유는 꼼짝도 못 했다. 상대가 일반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몸으로 반항할 생각도 없었다.“살려주...”그 순간 의사가 그녀의 목을 조르며 주사기를 찔렀다. 조금 전 피를 뽑으려던 그 주사기였다.날카로운 통증에 온지유는 눈살을 찌푸리며 본능적으로 의사의 다리를 꽉 잡았다. 하지만 정신은 점점 흐려졌다.온지유가 더 이상 저항하지 않자, 의사는 이제야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가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온지유는 흐릿한 시야로 의사를 응시했다. 그리고 이제야 어제의 택시 기사와 오늘의 의사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의사가 드러낸 기묘한 눈빛에 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의사는 거만한 자태로 온지유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하여간 멍청한 여자야. 도망갈 능력도 없으면서 아는 척은 왜 해?”약효는 빠르게 퍼졌다. 온지유는 점점 더 깊은 혼수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손톱으로 손바닥을 꾹 누르며, 그 고통으로 잠에 빠지지 않으려 했다.“포기해. 코끼리도 쓰러뜨릴 약이니까.”의사는 아직도 의식이 있는 온지유를 보며 피식 비웃었다. 그러고는 그녀를 들쳐서 이동식 카트 아래에 숨긴 뒤 흰 천으로 덮어 버렸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데리고 나갈 수 있었다.모든 준비가 끝난 후, 의사는 문을 열었다. 밖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카트를 밀며 조용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한편,
절망적이었다.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올 때, 한 쌍의 따뜻한 손이 그녀의 손을 잡고 귓가에 속삭였다.“괜찮아. 내가 널 데리고 나갈게.”이때 또 한 쌍의 차가운 손이 그녀를 잡고 물었다.“넌 태양 본 적 있어? 태양은 어떤 느낌일까?”상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방 안이 하도 어두워서 서로의 얼굴도 볼 수 없었다. 느낄 수 있는 건 오직 소리뿐이다.“율아... 내가 태양을 보여줄게.”“승아야!”온지유는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두 손은 꽉 쥐어졌고 온몸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렸지만 여전히 좁고 어두운 공간에 갇혀 있었다.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그녀는 머리를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안 돼!”차가 갑자기 급정거를 했다.온지유의 비명이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다. 그들은 반사적으로 차를 멈췄다.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것인지 의심하며 말이다.“왜 그래?”홍혜주가 물었다.“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그 여자가 깨어난 건 아닐까요?”조수가 말했다. 조수는 키가 크고 마른 남자였다. 평범한 외모의 그는 말투에 약간의 사투리가 섞여 있었다.“그럴 리 없어. 인간이면 내가 쓴 약을 이기지 못해.”차는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이때 갑자기 앞에서 5대의 군대 차량이 다가왔다. 홍혜주는 이상함을 눈치채고 외쳤다.“빨리, 빨리 방향 틀어!”조수는 엑셀을 밟으며 핸들을 급히 돌려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그들의 차와 5대의 군대 차량만 있었다.홍혜주는 그들이 온지유를 구하러 온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맞다고 해도 겨우 붙잡은 온지유를 이렇게 놓칠 수 없었다.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가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설마 여자 한 명 구하려고 군대 차량을 동원하지는 않았겠죠?”그들은 한 번도 이토록 긴박한 상황에 놓인 적 없었다. 홍혜주는 인명진의 반응을 떠올리며 말했다.“이 여자 아무래도 보통 사람 아닌 것 같아.”그녀는 온지유에 대해
여이현은 그들의 소대장이었다. 부대를 떠난 지금도 전우들은 입에 익은 대로 소대장이라고 불렀다.그는 온지유와 통화할 때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일정을 단축해 새벽같이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러다가 납치범과 딱 마주친 것이다. 당연히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계속 쫓아가. 인질이 있으니까 조심하고.”차를 멈추고 싶으면 타이어를 전부 펑크내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온지유가 타 있기 때문에 경솔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납치범이 다치면 온지유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온지유는 홑몸이 아니었다. 그들은 속도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차량은 마치 다리에 다다랐다. 홍혜주의 조수가 말했다.“이 다리만 건너면 무사할 수 있어요!”홍혜주는 뒤에서 바짝 쫓아오는 차를 바라보며 말했다.“...그게 쉽지 않을 것 같아.”타이어가 펑크 난 탓에 속도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아직 아직 3개의 타이어가 있었다.군대 차량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었다. 조수는 백미러를 힐끗거리며 또다시 물었다.“이제 진짜 어떡해요?”홍혜주는 다리 아래를 바라봤다. 온지유가 죽으면 임무를 완성할 것으로 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말이다.그 사이로 군대 차량은 더 바짝 쫓아왔다. 온지유를 처리하지 않으면 이대로 붙잡힐 것이 분명했다.“차 세워.”조수는 눈을 크게 떴다.“뭐라고요?”“차 세우라고. 장기는 필요 없어. 그 여자 지금 바로 던져서 임무를 완성해야겠어.”“네!”차는 급정거했다.홍혜주는 빠르게 내려서 트렁크를 열었다. 안에서 온지유는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갑자기 비친 태양이 공격적이기만 했던 터라 얼굴은 꼭 가리고 있었다.그녀가 깨어 있는 것을 보고 홍혜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생각할 때가 아니다. 홍혜주는 그녀를 끌어내렸다.온지유는 아직도 환상 속에 잠겨 있었다. 눈동자도 완전히 풀려 있었다. 그녀는 트렁크 밖으로 나와 몸이 붕 뜬 다음에야 약간 정신을 차렸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거친 물살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