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51 - 챕터 460

655 챕터

제451화

노승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제게 무슨 일이 생긴 거죠? 왜 아무것도 안 들리는 거예요? 무슨 병이라도 걸린 건가요?”“그런 거 아니에요.”옆에 있던 매니저가 위로했다.여이현은 노승아의 근처에 서서 그녀의 행동을 감시했다.모습을 보아하니 확실히 기억을 잃은 상태가 맞는 듯하였다.오랫동안 지켜보고 나서야 여이현은 노승아에게 타이핑 해 보였다.'밖에 많은 기자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어. 인터뷰는 받을 수 있겠어?'노승아는 당연히 거절했다.“싫어요.”하룻밤 사이에 노승아는 기억을 잃고 피해자의 입장으로 변해 버렸다.동영상에 관해서는 여이현도 이미 매니저인 김예진이 찍은 것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그 얘기에 매니저는 의기양양했다."제가 뿌린 게 맞아요. 언니가 괴롭힘 받고 있는데 제가 가만있을 수는 없잖아요?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네티즌들에게 판단을 맡길 수밖에 없겠죠. 주위에 언니를 돕는 사람이 없더라도 팬들은 언니를 지켜줄 거니까요. 저도 그 팬 중 하나고요. 여 대표님, 처벌을 내리신다면 달게 받아들일게요. 이미 엎지른 물이니 저도 돌이킬 생각은 없어요!”여이현은 단호했다.“좋아요, 그럼 당신은 이제부터 해고입니다.”용서를 구할 여지는 주어지지 않았다. 매니저는 눈물을 흘리며 노승아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아쉬운 마음이 역력했다.하지만 노승아의 시선 속에 김예진은 없었다.“언니, 전 이제 언니 곁에 있을 수 없게 됐어요. 꼭 잘 지내셔야 해요. 제가 필요할 땐 꼭 다시 돌아올게요.”노승아는 여이현의 등 뒤에 숨어 피해 있을 뿐이었다. 자기 매니저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김예진이 떠난 후 노승아는 또 여이현을 불렀다.“전 이젠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는데, 절 버리진 않을 거죠? 계속 같이 있어도 돼요?”그 말에는 약간의 간절함도 깃들어 있었다. 여이현의 회답이 필요했다.청력을 잃고, 몸도 상한 지금 여이현은 그래도 노승아의 곁에 있어 줄지.여이현은 노승아의 두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잠시 고민하다 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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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설마 그 유괴 사건 말이야?”나도현이 말했다.“꽤 엄중한 형사 사건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것도 내가 변호사로 섰었잖아.”그 사건은 공개 심사로 진행되지 않았었다.연루된 수면 밑의 사건이 한둘이 아니었다.그랬기에 나도현의 기억에 아주 선명히 남아있었다.“맞아.”나도현은 이 사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이현도 입을 열었다.“바로 이 사건과 같은 시기에, 노승아도 아무 말 없이 출국 했었어.”나도현이 대답했다.“우연이겠지. 노승아도 평범한 여자애인데 설마 그렇게 큰 사건에 손을 댔겠어.”만일 노승아가 이 사건에 연관되어 있다면, 엮여 있는 사람의 범위는 훨씬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노승아가 그저 평범한 여자애가 아니라는 것도 증명이 된다.나도현은 노승아를 잘 알지 못했다. 여이현과 여러 해를 같이 지내 왔지만, 노승 아를 직접 만난 적은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없었다.노승아와 가까워지려고 한 적도 없고 말이다.“그러기를 바라야지.”여이현은 그리 말할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너도 잘 알고 있을 테지만, 이 사건은 해결됐지만 배후 인물은 잡아 내지 못했었어.”“의문점은 많았지. 그리고 너도 머리에 큰 상처를 입었잖아. 그것 때문에 지금도 술만 마시면 기억을 잘 못하고 말이야.”나도현이 말을 이어갔다.“그때 한 여자애를 구한 적이 있댔지? 너희 둘 다 거의 죽을 뻔했다며. 기억나?”여이현이 잠시 멈칫했다.“기억은 있는 것 같아.”여이현은 스파이 신분으로 적의 아지트에 잠입했었다. 유괴, 납치당한 여인들과 아동을 구하러 말이다.그곳은 방대한 조직이었다.납치뿐만 아니라 총기 매매, 약물 판매에도 손을 뻗어 있었다.형법에 씌어있는 일에는 거의 다 손을 댔고, 아주 악랄했다.그곳의 한 작고 어두운, 늘 누군가가 지키고 있었던 방에 한 여자애가 갇혀 있었다.다른 유괴 당한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대우였다.여이현은 눈빛이 어두워지며 생각에 잠겼다.하지만 나도현은 여이현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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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453화

온지유는 잠시 멈칫했다.“고모님은 저 때문에 이상한 일에 휘말리신 거예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모른척해요. 승아 씨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잘 알지만 고모님이 인터넷에서 욕을 먹고 있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이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일이 아니야.”여이현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단순하지 않겠죠. 승아 씨는 쉬운 사람이 아니니까요. 승아 씨가 해냈다고 다른 사람이 못할 거야 없죠. 당신이 안 한다면 제가 방법을 생각해 내서 고모님을 도울 거예요.”“내가 안 돕겠다고 한 적은 없잖아.”여이현이 말했다.온지유는 미덥지 않다는 듯 여이현을 바라보았다.“승아 씨를 수려원에 데려간다면서요? 전 고모님이랑 함께 있을게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제가 지킬 수 있게요.”방금 병실에서 여이현은 분명히 입장을 표시했다.고모님도 여이현과 연을 끊을 기세였다.온지유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여이현이 사건을 더 이상 크게 만들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아쉽지만 그 생각은 엇나갔다.노승아를 위해서라면 여이현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그렇다면 온지유가 고모님을 챙길 수밖에 없었다.여이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었기에 온지유에게 쉽사리 알려줄 수 없었다.“완전히 밝혀지기 전에 고모님과 너 모두 조심하고, 되도록 외출은 피하도록 해.”여이현은 다른 말 없이, 따로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온지유는 그에 마음이 울컥했다. 아무 대답도 하기 싫어 고개를 휙 돌리고 그곳을 떠났다.여이현은 풀이 죽어 돌아선 그 모습에 그저 전화를 걸어 사람을 보내 온지유를 지키도록 했다.이윽고 노승아의 짐도 다 챙겨두고 있었다.“이현 오빠, 이제 가도 돼요.”노승아가 그를 보며 말했다.노승아가 여이현의 손을 잡으려 하자 여이현은 바로 그 손을 피했다.“사람을 불러 너를 데려다줄게.”“오빠는 같이 안 가는 거예요?”노승아가 실망한 어투로 말했다.여이현이 휴대폰에 글을 써서 보여주었다.'너를 수려원에 보내는 건 안전을 위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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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온지유는 여희영과 손을 맞잡고 있었다.여희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이미 여이현을 백번은 넘게 욕했을지도 모른다.온지유가 말했다.“고모님, 제가 있잖아요. 적적하지는 않을 거예요.”“아들을 낳아서 무슨 쓸모가 있다는 말이냐. 딸이 얼마나 좋으니. 딸은 옆에 꼭 붙어서 같이 있어 주고 말이야. 이현이를 봐, 우리 집안의 유일한 남자아이인데 화를 돋우는 일만 하잖아. 지금 와서는 나도 모르는 체하고.”여이현은 그 생각만 하면 혈압이 올랐다.온지유는 어떻게든 여희영을 위로하려 했다.“이현 씨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죠.”“말을 못 하긴 왜 못해? 이젠 입 밖에 내기도 싫다. 말할수록 심장에서 피가 떨어지는 것 같아. 빨리 가자, 멀리 가면 갈수록 속이 시원해.”여희영은 더 이상 병원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의사 선생님께 물어보니 청력이 인위적으로 손상을 입을 수도 있대요.”온지유가 걱정되는 건 그래도 여희영이었다.규율이 없는 인터넷상에서는 아무 말을 해도 무서울 게 없었다. 여희영이 노승아의 귀가 들리지 않게 만들었다는 루머가 벌써 돌고 있었다.네티즌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온지유는 진짜 원인을 찾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의 목소리에 진실이 묻혀버릴지도 모른다.여희영은 다시 온지유의 말에 집중했다.“노승아가 저절로 귀를 멀게 했을 수도 있단 말이야?”“아직 증거는 없지만 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승아 씨는 자기 몸에 손을 대면서까지 무얼 하고 싶었던 건지 잘 모르겠어요.”의사의 말로는 노승아의 청력이 회복할 가능성은 지극히 적다고 한다.온지유가 노승아 였다면 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르면서 이 길을 선택할 리가 없었다.게다가 노승아는 현재 기억도 잃은 상태이다.“동정심을 사고 싶었겠지.”온지유가 또 물었다.“동정을 받고 싶었다 해도 청력을 잃기보다야 다른 선택을 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요?”여희영도 생각에 잠겼다.“그렇긴 해. 나도 잘 모르겠네.”나민우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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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기억 해둬야지. 그것도 기억 못 하면 인정사정도 없이 어떻게 이 길에서 살아남겠어!”여희영은 통이 큰 사람이었다.나민우도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그래요, 저도 새 친구를 사귄 거로 하죠.”그들에게는 거리낌이 없었다.나민우의 거처로 도착했다.한눈에 봐도 커다란 복층 아파트였다.24시간 보안 시스템도 있었다.“어떠세요?”나민우가 물었다.“괜찮은 것 같네. 민우야, 우린 아무 데라도 좋아.”“그럼 오늘 밤은 여기 묵으시죠. 저도 예전에 쓴 적이 있는 곳인지라 안에 물건들이 남아 있을 거예요. 마침 오늘 한 번에 처리하면 되겠네요.”“너무 신세 지는 거 아니야?”온지유가 물었다.“전혀. 언젠가는 치워야 했을 물건들이었으니까. 이미 내 매니저를 불렀어.”나민우는 그들의 소식을 듣고 두 사람에게 새로운 거처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미리 준비 해두고 있었다.“그럼 됐어.”온지유는 나민우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잠시 쉬고 있어.”나민우는 둘에게 물을 따라줬다.“우유 마실래?”나민우가 온지유에게 물었다.“괜찮아, 물이면 돼.”온지유가 대답했다.“임신 중이니까 우유를 마셔두면 좋아. 지금 필요 없다면 이따가 자기 전에라도 마셔. 그때 다시 귀띔할게.”나민우가 자상하게 말했다.온지유는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여희영은 두 사람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나민우는 온지유에게 푹 빠져있는 게 분명하다.여희영이 아무리 여이현을 나무라고 꾸짖으며 온지유에게 여이현의 쓴소리했다고 해도, 온지유가 정작 다른 남자와 좋은 분위기이니 조바심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손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다.여이현이 아무리 모자라라고 해도 한 집안 사람이었다. 입으로는 나쁘다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내버려둘 수 없었다.여희영은 두 사람의 사이에 앉으며 말했다.“둘이 속닥속닥 무슨 말 하고 있는 거야? 나도 좀 끼워줘.”그리고 동시에 여이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그저 사진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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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그 말에 나민우가 말했다.“그럴 리가요. 지유 씨가 맞습니다.”그때부터 나민우는 온지유를 좋아했었다.걱정되어 참을 수 없어서, 밤낮없이 귀국했었다.차준현은 신문을 들고 이상한 것을 보고 있기라도 한 듯 한 글자 한 글자 눈여겨보았다.“들은 바로는 대표님과 온지유 씨는 같은 학년 친구라 하지 않으셨나요. 이 사람은 대표님보다 한 학년 어린데요?”소리를 들은 나민우의 얼굴에 적지 않은 당황한 기색이 여렸다.급히 다가가 신문을 들고 확인했다.오래된 신문이지만 보존 상태는 아주 좋았다.인쇄된 타이틀은 거의 바래지 않고 선명히 보였다. 중학교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몇 명이 죽었으며, 유일한 생존자는...나민우는 눈을 의심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틀림이 없었다.마치 이 신문이 예전의 그가 읽었던 것이 아닌 듯했다.신문에 쓰인 생존자도 온지유라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한 학년 아래였다.그럼 이 사람은 온지유가 아니다.이럴 수가.나민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신문이 잘못된 건가, 아니면 어딘가에서 틀어진 건가.온지유도 확실히 큰 사건을 겪었었다. 그들의 입에서 친히 들은 것이다. 온지유 자신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순간에 다른사람이 되다니.나민우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민우야.”마침 온지유가 찾아왔다. 아직 정리가 채 끝나지 않은 걸 보고 온지유가 물었다.“나도 도와줄까?”나민우는 정신이 돌아와 온지유를 바라보았다. 얼떨결에 손에 든 신문을 감추고 놀란 표정을 지웠다.“괜찮아, 거의 다 됐어. 이따가 비서에게 가져가라고 하면 돼.”온지유는 그의 표정이 안 좋은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무슨 일 있어? 필요하면 나와 고모님이 자리를 피해줄게.”온지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 나민우에게 방해가 될지 걱정했다.여희영은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베풀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호의도 달갑게 받아들였다.호의를 받으면 그걸 기억하고 꼭 배로 돌려주는 사람이다.그러기에 별말 없이 동의했었다.“아니야, 이상한 생각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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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나민우는 의문에 빠졌다.온지유의 이름에 정신이 팔려 잘못 봤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하지만 온지유에게도 사건의 기억이 존재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단순히 신문 출판사의 실수였던 것일까?온지유는 생각에 잠긴 나민우를 보고 전부터 꾹 참아온 물음을 물었다.“대체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야?”나민우는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어? 아무것도 아니야. 빨리 주문이나 하자.”“이미 다 시켰어. 고모님이 맥주 좀 마신다는데 너도 어때?”“그래.”둘은 서재를 떠났다.여희영은 소파에 앉아 조용히 티비를 보고 있었다.지금의 여희영에게 이는 유일한 오락이였다.티비에서는 여희영에 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온지유는 여희영의 곁에 앉아 함께 티비를 보기 시작했다.채미소가 병실에 있는 모습이 보였다.“여기 계시는 이분이 바로 피해자 노승아 씨입니다. 노승아 씨,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노승아는 카메라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찍지 마세요, 전 아무 말도 할 생각 없어요.”“노승아 씨?”채미소가 다시 한번 이름을 불렀다.“그만하세요! 안 들린다고요,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찍지 마세요. 전 지금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아요!”노승아는 창백한 얼굴과 초췌한 모습으로 병약한 미인의 분위기를 조성했다.채미소도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노승아씨는 확실히 청력을 잃으신 듯 합니다.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승아 씨의 커리어에도 큰 타격이 될 것 같은데요, 영상 속에 등장한 가해자 여성은 인터넷에서 많은 추측들이 난무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는 상황입니다. 혹시 본인께서 이 보도를 보신다면 부디 노승아씨에게 사과 한마디라도 전해주시길 바랍니다.”채미소의 인터뷰를 본 온지유는 바로 티비 전원을 꺼버렸다.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여희영이 불평했다.“아니 왜 끈 거야, 지유야.”온지유가 말했다.“채미소가 나오잖아요. 어떻게 노승아 병실에 들어 간건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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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괜찮다.아직 시간은 많다.언젠가는 이 저택의 여주인이 될 것이다.지금도 한 걸음 가까워지지 않았는가.노승아는 함께 들어 온 배진호를 바라보았다.그는 여이현의 측근이다. 배진호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노승아에게도 유리했다.“배 비서님, 이현 오빠는 여기에 자주 묵나요?”배진호가 휴대폰에 타이핑 했다.'최근에는 자주 여기서 묵고 계십니다. 하지만 대표님도 이 며칠간은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저택에는 안 돌아가시는 건가요?”노승아도 오랜 시간 여진숙과 연락하지 않았다.일이 바빠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몇 번 여진숙에게서 메시지가 왔었지만 회신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대표님은 돌아가시죠. 사모님께서 저택에 돌아가시기를 꺼리셔서 대표님도 자주 돌아가지 않으실 뿐입니다.'노승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럼 최근에는 여기에 돌아오실까요?”'그건 잘 모르겠네요. 대표님도 일이 바쁘시니 사모님을 보러 가실지도 모르겠고요.'배진호의 말은 노승아에게 자기 주제를 알라는 의미가 있었다.노승아는 미소를 지었다.“지유 언니가 방송국으로 옮겨 간 건 저도 이미 알고 있어요. 이현 오빠를 떠난 걸 보니 이미 이혼했나 보죠?”'아직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배진호가 선을 그었다.“그럴 의향은 있으신지요?”노승아가 더 캐물었다.배진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건 두분 사이의 일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필요한 말은 하되, 말할 필요가 없는 말은 알리지 않는다.노승아도 배진호가 온지유를 감싸고 있다는 것에 눈치를 챘다.오랜 시간 함께 일을 해온 사이이니 온지유에게 정이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여이현과 결혼하면 이번에는 누구 쪽으로 갈지 잘 파악할 수 있으리라 노승아는 믿었다.그때가 오면 신경 거슬리게 하는 사람이 배진호라 하더라도 노승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을 거다.지금은 아직 그와 신경전을 벌일 때가 아니다.노승아는 수려원을 자신의 구역이라 여기고 주인 행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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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459화

‘지금! 지금 당장이라도 좋지!’노승아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여진숙이 노승아를 만나고 싶어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노승아는 자리에 앉아 여진숙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노승아는 수려원 안을 둘러보다가 역시 호기심을 못 이겨 안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꽤 오랜 시간 사람이 들어오지 않은 티가 났다.옷장을 열어보니 여성용 잠옷이 여러 벌 걸려있었다.태그를 뜯은 것, 아직 안 뜯은 것도.관능적인 스타일의 것도 걸려 있었다.노승아는 몇 벌 꺼내 자기 몸에 대 보았다. 거울 앞에서 몇 번 빙그르르 돌아보기도 했다.노승아가 이 옷들을 입고 여이현의 앞에서 뽐내 본다면 그도 분명 만족스러워 할 것이다.노승아는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기회는 더 기다리면 주어질 것이다.노승아는 눈앞의 큰 침대를 보며 여이현과 이곳에서 뜻깊은 밤을 지새울 것이라 상상했다.20분 뒤.여진숙이 수려원 앞에 도착했다.그녀는 입구에서부터 소란을 떨었다.“승아야, 승아야!”하지만 노승아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여진숙은 노승아가 리빙에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승아는요? 수려원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승아 씨는 위층에 계십니다.”도우미가 말했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떠올라 한마디 덧붙였다.“아가씨는 지금 귀가 들리지 않으십니다. 아마 직접 올라가셔야 할 겁니다.”“뭐요?”여진숙이 깜짝 놀라 부리나케 위층으로 달려갔다.객실의 문을 열어젖히고 바로 외쳤다.“승아야!”노승아는 뒤 돌아보지 않았다.여진숙은 노승아가 정말 말을 듣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노승아에게 다가가 어깨를 흔들었다.“승아야.”노승아가 머리를 돌렸다.“아주머니.”여진숙은 홀쭉해진 노승아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떻게 된 거야 이게. 어쩌다 귀를 다친 거야? 누가 그랬어!”말하다 말고 여진숙은 눈시울을 붉혔다.노승아는 열심히 그녀의 입모습을 보고 말했다.“아주머니, 전 아무 일 없어요... 요즘 휴가를 받아서 만나 뵈려고 한 거예요.”여진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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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여희영은 여진숙이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었기에 깜짝 놀라 같이 언성을 높였다.“내가 뭘 했는데요? 노승아가 뭐라고 했나 보죠? 내가 뭘 했는지 말해 봐요!”“당신 지금 어디 있는데요?”여진숙의 머릿속에는 여희영을 찾아가 직접 따지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내가 왜 그걸 알려 줘야 해요? 당신이 뭐라고?”여희영은 손에 들었던 안주를 던졌다. 마침 가슴 속에 쌓인 울분을 뱉을 곳이 없었던 참이었다.여진숙이 비웃었다.“무섭나 보죠? 내가 무슨 일이라도 치를까 봐. 당신네 미용원이 박살 난 것도 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놀란 거북이처럼 숨어서 안 나오는 게 눈에 훤히 보이네요.”“내가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당신이 여재호과 결혼만 안 했어도 한 집의 사람이라 인정도 안 했어요!”여희영이 각박하게 말했다.“그래요, 나야 좋지. 얼굴 맞대고 한번 겨뤄보죠.”여진숙이 말했다.“나오라면 나오지 뭐. 그러신다면 저도 더 이상 안 봐줄 거예요.”그 말을 끝으로 여희영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바로 밖으로 나갈 기세였다.그 모습을 본 온지유가 외쳤다.“고모님, 어디 가시려고 그러세요! 저도 같이 가요.”여희영이 온지유를 향해 말했다.“넌 가만있어. 여진숙은 지금 노승아를 지키려고 이 짓을 하는 거야. 내가 이 기회를 줄 테니까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보자고.”“고모님...”온지유는 쫓아 나갔지만 여희영은 이미 택시를 타고 떠난 뒤였다.“민우야, 나도 가봐야할것 같아.”온지유는 이게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이미 네티즌들의 여론은 노승아를 향해있다. 만일 여희영의 행적이 발각되면 문제가 생겼을 때 곁에서 편을 들어 주는 사람도 없게 된다.“내가 데려다줄게.”온지유의 조급한 마음을 잘 아는 나민우가 바로 대답했다.여희영은 여진숙이 말한 곳에 도착했다.한 묘원이었다.차에서 내린 여희영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여진숙이 이런 곳을 지목할 줄은 몰랐다.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여진숙이 그녀의 아버지 묘비 앞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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