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우는 의문에 빠졌다.온지유의 이름에 정신이 팔려 잘못 봤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하지만 온지유에게도 사건의 기억이 존재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단순히 신문 출판사의 실수였던 것일까?온지유는 생각에 잠긴 나민우를 보고 전부터 꾹 참아온 물음을 물었다.“대체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야?”나민우는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어? 아무것도 아니야. 빨리 주문이나 하자.”“이미 다 시켰어. 고모님이 맥주 좀 마신다는데 너도 어때?”“그래.”둘은 서재를 떠났다.여희영은 소파에 앉아 조용히 티비를 보고 있었다.지금의 여희영에게 이는 유일한 오락이였다.티비에서는 여희영에 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온지유는 여희영의 곁에 앉아 함께 티비를 보기 시작했다.채미소가 병실에 있는 모습이 보였다.“여기 계시는 이분이 바로 피해자 노승아 씨입니다. 노승아 씨,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노승아는 카메라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찍지 마세요, 전 아무 말도 할 생각 없어요.”“노승아 씨?”채미소가 다시 한번 이름을 불렀다.“그만하세요! 안 들린다고요,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찍지 마세요. 전 지금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아요!”노승아는 창백한 얼굴과 초췌한 모습으로 병약한 미인의 분위기를 조성했다.채미소도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노승아씨는 확실히 청력을 잃으신 듯 합니다.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승아 씨의 커리어에도 큰 타격이 될 것 같은데요, 영상 속에 등장한 가해자 여성은 인터넷에서 많은 추측들이 난무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는 상황입니다. 혹시 본인께서 이 보도를 보신다면 부디 노승아씨에게 사과 한마디라도 전해주시길 바랍니다.”채미소의 인터뷰를 본 온지유는 바로 티비 전원을 꺼버렸다.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여희영이 불평했다.“아니 왜 끈 거야, 지유야.”온지유가 말했다.“채미소가 나오잖아요. 어떻게 노승아 병실에 들어 간건진 모르겠지만,
괜찮다.아직 시간은 많다.언젠가는 이 저택의 여주인이 될 것이다.지금도 한 걸음 가까워지지 않았는가.노승아는 함께 들어 온 배진호를 바라보았다.그는 여이현의 측근이다. 배진호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노승아에게도 유리했다.“배 비서님, 이현 오빠는 여기에 자주 묵나요?”배진호가 휴대폰에 타이핑 했다.'최근에는 자주 여기서 묵고 계십니다. 하지만 대표님도 이 며칠간은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저택에는 안 돌아가시는 건가요?”노승아도 오랜 시간 여진숙과 연락하지 않았다.일이 바빠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몇 번 여진숙에게서 메시지가 왔었지만 회신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대표님은 돌아가시죠. 사모님께서 저택에 돌아가시기를 꺼리셔서 대표님도 자주 돌아가지 않으실 뿐입니다.'노승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럼 최근에는 여기에 돌아오실까요?”'그건 잘 모르겠네요. 대표님도 일이 바쁘시니 사모님을 보러 가실지도 모르겠고요.'배진호의 말은 노승아에게 자기 주제를 알라는 의미가 있었다.노승아는 미소를 지었다.“지유 언니가 방송국으로 옮겨 간 건 저도 이미 알고 있어요. 이현 오빠를 떠난 걸 보니 이미 이혼했나 보죠?”'아직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배진호가 선을 그었다.“그럴 의향은 있으신지요?”노승아가 더 캐물었다.배진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건 두분 사이의 일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필요한 말은 하되, 말할 필요가 없는 말은 알리지 않는다.노승아도 배진호가 온지유를 감싸고 있다는 것에 눈치를 챘다.오랜 시간 함께 일을 해온 사이이니 온지유에게 정이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여이현과 결혼하면 이번에는 누구 쪽으로 갈지 잘 파악할 수 있으리라 노승아는 믿었다.그때가 오면 신경 거슬리게 하는 사람이 배진호라 하더라도 노승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을 거다.지금은 아직 그와 신경전을 벌일 때가 아니다.노승아는 수려원을 자신의 구역이라 여기고 주인 행세를 했다.
‘지금! 지금 당장이라도 좋지!’노승아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여진숙이 노승아를 만나고 싶어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노승아는 자리에 앉아 여진숙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노승아는 수려원 안을 둘러보다가 역시 호기심을 못 이겨 안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꽤 오랜 시간 사람이 들어오지 않은 티가 났다.옷장을 열어보니 여성용 잠옷이 여러 벌 걸려있었다.태그를 뜯은 것, 아직 안 뜯은 것도.관능적인 스타일의 것도 걸려 있었다.노승아는 몇 벌 꺼내 자기 몸에 대 보았다. 거울 앞에서 몇 번 빙그르르 돌아보기도 했다.노승아가 이 옷들을 입고 여이현의 앞에서 뽐내 본다면 그도 분명 만족스러워 할 것이다.노승아는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기회는 더 기다리면 주어질 것이다.노승아는 눈앞의 큰 침대를 보며 여이현과 이곳에서 뜻깊은 밤을 지새울 것이라 상상했다.20분 뒤.여진숙이 수려원 앞에 도착했다.그녀는 입구에서부터 소란을 떨었다.“승아야, 승아야!”하지만 노승아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여진숙은 노승아가 리빙에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승아는요? 수려원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승아 씨는 위층에 계십니다.”도우미가 말했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떠올라 한마디 덧붙였다.“아가씨는 지금 귀가 들리지 않으십니다. 아마 직접 올라가셔야 할 겁니다.”“뭐요?”여진숙이 깜짝 놀라 부리나케 위층으로 달려갔다.객실의 문을 열어젖히고 바로 외쳤다.“승아야!”노승아는 뒤 돌아보지 않았다.여진숙은 노승아가 정말 말을 듣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노승아에게 다가가 어깨를 흔들었다.“승아야.”노승아가 머리를 돌렸다.“아주머니.”여진숙은 홀쭉해진 노승아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떻게 된 거야 이게. 어쩌다 귀를 다친 거야? 누가 그랬어!”말하다 말고 여진숙은 눈시울을 붉혔다.노승아는 열심히 그녀의 입모습을 보고 말했다.“아주머니, 전 아무 일 없어요... 요즘 휴가를 받아서 만나 뵈려고 한 거예요.”여진숙은
여희영은 여진숙이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었기에 깜짝 놀라 같이 언성을 높였다.“내가 뭘 했는데요? 노승아가 뭐라고 했나 보죠? 내가 뭘 했는지 말해 봐요!”“당신 지금 어디 있는데요?”여진숙의 머릿속에는 여희영을 찾아가 직접 따지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내가 왜 그걸 알려 줘야 해요? 당신이 뭐라고?”여희영은 손에 들었던 안주를 던졌다. 마침 가슴 속에 쌓인 울분을 뱉을 곳이 없었던 참이었다.여진숙이 비웃었다.“무섭나 보죠? 내가 무슨 일이라도 치를까 봐. 당신네 미용원이 박살 난 것도 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놀란 거북이처럼 숨어서 안 나오는 게 눈에 훤히 보이네요.”“내가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당신이 여재호과 결혼만 안 했어도 한 집의 사람이라 인정도 안 했어요!”여희영이 각박하게 말했다.“그래요, 나야 좋지. 얼굴 맞대고 한번 겨뤄보죠.”여진숙이 말했다.“나오라면 나오지 뭐. 그러신다면 저도 더 이상 안 봐줄 거예요.”그 말을 끝으로 여희영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바로 밖으로 나갈 기세였다.그 모습을 본 온지유가 외쳤다.“고모님, 어디 가시려고 그러세요! 저도 같이 가요.”여희영이 온지유를 향해 말했다.“넌 가만있어. 여진숙은 지금 노승아를 지키려고 이 짓을 하는 거야. 내가 이 기회를 줄 테니까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보자고.”“고모님...”온지유는 쫓아 나갔지만 여희영은 이미 택시를 타고 떠난 뒤였다.“민우야, 나도 가봐야할것 같아.”온지유는 이게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이미 네티즌들의 여론은 노승아를 향해있다. 만일 여희영의 행적이 발각되면 문제가 생겼을 때 곁에서 편을 들어 주는 사람도 없게 된다.“내가 데려다줄게.”온지유의 조급한 마음을 잘 아는 나민우가 바로 대답했다.여희영은 여진숙이 말한 곳에 도착했다.한 묘원이었다.차에서 내린 여희영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여진숙이 이런 곳을 지목할 줄은 몰랐다.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여진숙이 그녀의 아버지 묘비 앞에 서
“그래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한 가정, 또 한 가정을 망가뜨려 왔나 봐요? 자기 탓일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나 보죠?”“내 탓이 뭐가 있는데요!”여진숙이 흥분하며 말했다.“다 당신들이 이렇게 만든 것 아니에요!”노승아는 격분하여 언성이 점점 높아져 가는 두 사람을 말렸다.“고모님, 아주머님과 싸우지 마세요. 아주머님도 잠깐 화가 올라오셨을 뿐이세요. 전 괜찮으니, 아주머님도 한발 물러서는 게 어떠세요? 이러지 마세요.”“너랑은 상관없어! 내 탓을 하는 게 아니라면 여진숙한테는 왜 일러바친 거래? 대신 싸워주길 바란 게 아니냐? 입만 번지르르해서는. 난 너 같은 사람이 제일 싫어.”여희영이 노승아를 향해 큰 소리로 욕했다.그에 여진숙이 여희영을 밀어냈다.“누굴 욕하는 거예요? 승아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욕을 해? 대체 얼마나 더 밑바닥까지 내려가려는 거예요?”“내가 밑바닥이라 해도 당신보다야 더하겠어요?”여희영도 여진숙을 밀쳤다.“지금 내 몸에 손을 댄 거예요?”여진숙이 눈을 부릅떴다.“오늘 한번 끝장을 보죠!”“내가 가만둘 줄 알아!”여희영은 두말없이 여진숙과 몸싸움을 시작했다.뒤따라온 온지유와 나민우가 마침 그 광경을 목격했다.둘은 조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지만, 노승 아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제 자리에 서 있었다.“고모님!”묘원은 계단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지금처럼 뒤엉켜있으면 사고가 나기 십상이었다.온지유의 심장은 목구멍 끝까지 올라와 있었다.온지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둘을 떼어 놓으려 뛰쳐나갔다.나민우는 온지유를 걱정해 그 뒤를 따랐다.“지유야, 조심해!”행여 온지유가 다치기라도 할이 조심스러웠다.여진숙과 여희영은 누구도 먼저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머리카락도 서로 잡아당겨 헝클어져 있었다.“당신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해대니 아들이 나를 소원하게 된 거죠! 그것도 모자라 이젠 승아에게도 손을 대! 오늘에야말로 아버지 눈 아래에서 승부를 내고 말 거에요. 아버지께서 보고 계신다면 당
“이현아.”여희영과 싸우던 도중에 여진숙은 그의 존재를 발견하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온지유도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이현은 그들의 발언이 전혀 의외이지 않았다는 듯 차가운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여이현은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여희영은 여이현의 눈빛을 보고 충격받았다.그 순간, 여희영은 자신이 흥분해 여이현의 출신을 밝혀버린 것에 후회했다.여이현에게는 충격이 얼마나 크겠는가.여희영은 정신이 혼미해 여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현아...”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이들이 묘원에 온 것을 알고,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되어 와본 것뿐이다.여진숙은 더더욱 화가 났다.“여희영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요? 날 해코지하려고 악을 쓰더니, 곱게 죽지 못할 거예요!”그녀는 여희영을 힘껏 밀쳤다.여희영의 정신은 여이현에게 팔려있었고, 기세도 누그러들어 있었다. 여이현에게 상처라도 낼까 손도 내렸다.그 탓에 여진숙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단김에 밀려 계단 밑으로 떨어졌다.온지유는 연이은 충격에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 여희영이 계단 밑으로 넘어지는 것을 보고 소리 질렀다.“고모님!”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됐다.여이현의 얼굴에도 걱정이 어렸다.여희영은 열몇 층의 계단을 굴러 내려갔다. 온몸에 상처가 났지만 가장 심한 건 머리에 난 상처였다.온지유가 가장 먼저 여희영의 곁으로 달려왔다.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옆에서 외칠 뿐이었다.“고모님, 일어나세요!”여희영은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여진숙은 놀라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계단 밑으로 굴러떨어진 여희영을 바라보았다.자기 손이 피투성이가 된 것만 같았다.“난... 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저 사람이 날 놀리지만 않았어도 밀칠 것까진 없었는데. 어쨌든 난 모르는 일이에요!”여이현이 걸어와 여희영을 안아 올렸다.“고모님!”불러도 대답이 없자 여이현은 바로 자리를 옮겼다.“빨리 병원으로 가!”그는 여희영을 안고 묘원 밖으로 향했다.
"아니야..."여진숙이 말했다."넌 그래도 내 아들이야. 나도 후회하고 있어. 최대한 보답할게...""필요 없어요."여이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대답했다."어머니라고 부르는 것도 제 최대의 인내에요. 그 정도로 만족하시죠."여진숙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너 나한테 그러면 안 돼. 너희 아버지처럼 굴 거야? 내가 너를 왜 데려온 줄 알기나 해?"여이현이 대꾸했다."제가 있어서 남편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게 헛수고였었죠."말 한마디 한마디가 여진숙의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그녀와 여재호의 결혼은 웃음거리일 뿐이었다. 그녀가 억지로 여재호에게 시집간 것이었으니까.여재호는 그녀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혐오했다.그녀는 결혼만 하면 여재호가 자신의 것이 될 거로 생각했다.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너무 단순한 생각이었다. 여진호는 그 뒤로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늘 홀로 빈방을 지켜야 했다.남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여진숙은 큰 노력을 기울였다.심지어는 그의 아이를 가지려고까지 했다.여진숙은 여재호가 아들을 원하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아들을 낳으면 여재호가 자신을 좋아하게 될 것이고, 그가 마음을 돌려 그녀 곁으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다.여진숙은 완벽한 가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결국 여진숙은 아들을 입양할 수밖에 없었다.그 아이가 바로 여이현이였다.하지만 여재호의 마음은 냉혹했다. 그녀가 자기 배로 아들을 낳았어도, 여재호는 여진숙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여재호는 아들조차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실망한 여진숙은 모든 책임을 갓난아기인 여이현에게 돌렸다.여진숙은 여이현을 학대하기 시작했다.밥도 주지 않으며 아이를 굶겨 죽이려 했다.여진숙은 여이현의 생사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다행히도 여희영이 이를 발견하고 여이현을 그 환경에서 벗어
여진숙이 노승아를 감싸고 있던 바로 그때, 온지유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여진숙이 다시 말했다.“지유야, 승아가 지금 이런 상태인데, 더 이상 상처 주지 마."여진숙은 가장 먼저 자기 ‘자식’을 보호하려 하고 있었다.온지유는 노승아가 연약한 모습으로 우는 것을 보고 말했다."왜 말하면 안 되죠? 누구 하나라도 고모님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나요? 어머님은 아들이 떠날지 걱정하고, 노승아는 누군가 자신을 탓할까 봐 걱정하며 동정표를 얻으려 연기를 하고 있잖아요. 고모님이 계단에서 밀려 떨어진 건 제가 두 눈으로 다 봤어요. 실행한 건 어머니고, 배후에서 주도한 사람은 노승아겠죠!"고모님은 심각한 부상으로 수술실에 들어갔고, 온지유는 그들에게 더 이상 어떠한 여지도 주고 싶지 않았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여진숙이 호통쳤다."내가 밀긴 했지만, 아주 가볍게 건드린 것뿐이었어. 왜 여희영이 일부러 넘어졌다고는 하지 않는 거니?"온지유는 여진숙을 바라보며 말했다."절대 가볍지 않았어요. 모두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요."여진숙은 그녀의 태도에 화가 나서 더 강한 어조로 말했다.“지유 너 나한테 이런 말투로 말하는 거니? 그래도 너의 시어머니고, 너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야. 너 진짜 이 집에서 계속 살고 싶긴 한 거야?"온지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나쁜 짓을 해놓고 할 말이 없으니 이제 와서 어른이라는 이유로 입을 막으려고요? 절 인정하지 않았던 것도 어머니잖아요? 노승아 때문에 이젠 모든 걸 다 인정하는 거예요? 도대체 노승아가 어머니께 무슨 사람이기에 이렇게 보호하려고 애쓰는 거예요?"여진숙은 노승아의 팔을 더 꽉 잡으며 말했다."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네가 여희영을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승아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거고, 승아가 청력을 잃을 일은 없었을 거야!"온지유의 시선이 다시 노승아에게 향했다. 노승아는 여전히 흐느끼며 눈물을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모습은 참으로 가련해 보였다.자신이 듣지 못한다는 것을 핑계 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