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희영은 여진숙이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었기에 깜짝 놀라 같이 언성을 높였다.“내가 뭘 했는데요? 노승아가 뭐라고 했나 보죠? 내가 뭘 했는지 말해 봐요!”“당신 지금 어디 있는데요?”여진숙의 머릿속에는 여희영을 찾아가 직접 따지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내가 왜 그걸 알려 줘야 해요? 당신이 뭐라고?”여희영은 손에 들었던 안주를 던졌다. 마침 가슴 속에 쌓인 울분을 뱉을 곳이 없었던 참이었다.여진숙이 비웃었다.“무섭나 보죠? 내가 무슨 일이라도 치를까 봐. 당신네 미용원이 박살 난 것도 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놀란 거북이처럼 숨어서 안 나오는 게 눈에 훤히 보이네요.”“내가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당신이 여재호과 결혼만 안 했어도 한 집의 사람이라 인정도 안 했어요!”여희영이 각박하게 말했다.“그래요, 나야 좋지. 얼굴 맞대고 한번 겨뤄보죠.”여진숙이 말했다.“나오라면 나오지 뭐. 그러신다면 저도 더 이상 안 봐줄 거예요.”그 말을 끝으로 여희영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바로 밖으로 나갈 기세였다.그 모습을 본 온지유가 외쳤다.“고모님, 어디 가시려고 그러세요! 저도 같이 가요.”여희영이 온지유를 향해 말했다.“넌 가만있어. 여진숙은 지금 노승아를 지키려고 이 짓을 하는 거야. 내가 이 기회를 줄 테니까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보자고.”“고모님...”온지유는 쫓아 나갔지만 여희영은 이미 택시를 타고 떠난 뒤였다.“민우야, 나도 가봐야할것 같아.”온지유는 이게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이미 네티즌들의 여론은 노승아를 향해있다. 만일 여희영의 행적이 발각되면 문제가 생겼을 때 곁에서 편을 들어 주는 사람도 없게 된다.“내가 데려다줄게.”온지유의 조급한 마음을 잘 아는 나민우가 바로 대답했다.여희영은 여진숙이 말한 곳에 도착했다.한 묘원이었다.차에서 내린 여희영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여진숙이 이런 곳을 지목할 줄은 몰랐다.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여진숙이 그녀의 아버지 묘비 앞에 서
“그래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한 가정, 또 한 가정을 망가뜨려 왔나 봐요? 자기 탓일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나 보죠?”“내 탓이 뭐가 있는데요!”여진숙이 흥분하며 말했다.“다 당신들이 이렇게 만든 것 아니에요!”노승아는 격분하여 언성이 점점 높아져 가는 두 사람을 말렸다.“고모님, 아주머님과 싸우지 마세요. 아주머님도 잠깐 화가 올라오셨을 뿐이세요. 전 괜찮으니, 아주머님도 한발 물러서는 게 어떠세요? 이러지 마세요.”“너랑은 상관없어! 내 탓을 하는 게 아니라면 여진숙한테는 왜 일러바친 거래? 대신 싸워주길 바란 게 아니냐? 입만 번지르르해서는. 난 너 같은 사람이 제일 싫어.”여희영이 노승아를 향해 큰 소리로 욕했다.그에 여진숙이 여희영을 밀어냈다.“누굴 욕하는 거예요? 승아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욕을 해? 대체 얼마나 더 밑바닥까지 내려가려는 거예요?”“내가 밑바닥이라 해도 당신보다야 더하겠어요?”여희영도 여진숙을 밀쳤다.“지금 내 몸에 손을 댄 거예요?”여진숙이 눈을 부릅떴다.“오늘 한번 끝장을 보죠!”“내가 가만둘 줄 알아!”여희영은 두말없이 여진숙과 몸싸움을 시작했다.뒤따라온 온지유와 나민우가 마침 그 광경을 목격했다.둘은 조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지만, 노승 아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제 자리에 서 있었다.“고모님!”묘원은 계단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지금처럼 뒤엉켜있으면 사고가 나기 십상이었다.온지유의 심장은 목구멍 끝까지 올라와 있었다.온지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둘을 떼어 놓으려 뛰쳐나갔다.나민우는 온지유를 걱정해 그 뒤를 따랐다.“지유야, 조심해!”행여 온지유가 다치기라도 할이 조심스러웠다.여진숙과 여희영은 누구도 먼저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머리카락도 서로 잡아당겨 헝클어져 있었다.“당신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해대니 아들이 나를 소원하게 된 거죠! 그것도 모자라 이젠 승아에게도 손을 대! 오늘에야말로 아버지 눈 아래에서 승부를 내고 말 거에요. 아버지께서 보고 계신다면 당
“이현아.”여희영과 싸우던 도중에 여진숙은 그의 존재를 발견하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온지유도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이현은 그들의 발언이 전혀 의외이지 않았다는 듯 차가운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여이현은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여희영은 여이현의 눈빛을 보고 충격받았다.그 순간, 여희영은 자신이 흥분해 여이현의 출신을 밝혀버린 것에 후회했다.여이현에게는 충격이 얼마나 크겠는가.여희영은 정신이 혼미해 여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현아...”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이들이 묘원에 온 것을 알고,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되어 와본 것뿐이다.여진숙은 더더욱 화가 났다.“여희영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요? 날 해코지하려고 악을 쓰더니, 곱게 죽지 못할 거예요!”그녀는 여희영을 힘껏 밀쳤다.여희영의 정신은 여이현에게 팔려있었고, 기세도 누그러들어 있었다. 여이현에게 상처라도 낼까 손도 내렸다.그 탓에 여진숙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단김에 밀려 계단 밑으로 떨어졌다.온지유는 연이은 충격에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 여희영이 계단 밑으로 넘어지는 것을 보고 소리 질렀다.“고모님!”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됐다.여이현의 얼굴에도 걱정이 어렸다.여희영은 열몇 층의 계단을 굴러 내려갔다. 온몸에 상처가 났지만 가장 심한 건 머리에 난 상처였다.온지유가 가장 먼저 여희영의 곁으로 달려왔다.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옆에서 외칠 뿐이었다.“고모님, 일어나세요!”여희영은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여진숙은 놀라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계단 밑으로 굴러떨어진 여희영을 바라보았다.자기 손이 피투성이가 된 것만 같았다.“난... 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저 사람이 날 놀리지만 않았어도 밀칠 것까진 없었는데. 어쨌든 난 모르는 일이에요!”여이현이 걸어와 여희영을 안아 올렸다.“고모님!”불러도 대답이 없자 여이현은 바로 자리를 옮겼다.“빨리 병원으로 가!”그는 여희영을 안고 묘원 밖으로 향했다.
"아니야..."여진숙이 말했다."넌 그래도 내 아들이야. 나도 후회하고 있어. 최대한 보답할게...""필요 없어요."여이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대답했다."어머니라고 부르는 것도 제 최대의 인내에요. 그 정도로 만족하시죠."여진숙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너 나한테 그러면 안 돼. 너희 아버지처럼 굴 거야? 내가 너를 왜 데려온 줄 알기나 해?"여이현이 대꾸했다."제가 있어서 남편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게 헛수고였었죠."말 한마디 한마디가 여진숙의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그녀와 여재호의 결혼은 웃음거리일 뿐이었다. 그녀가 억지로 여재호에게 시집간 것이었으니까.여재호는 그녀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혐오했다.그녀는 결혼만 하면 여재호가 자신의 것이 될 거로 생각했다.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너무 단순한 생각이었다. 여진호는 그 뒤로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늘 홀로 빈방을 지켜야 했다.남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여진숙은 큰 노력을 기울였다.심지어는 그의 아이를 가지려고까지 했다.여진숙은 여재호가 아들을 원하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아들을 낳으면 여재호가 자신을 좋아하게 될 것이고, 그가 마음을 돌려 그녀 곁으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다.여진숙은 완벽한 가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결국 여진숙은 아들을 입양할 수밖에 없었다.그 아이가 바로 여이현이였다.하지만 여재호의 마음은 냉혹했다. 그녀가 자기 배로 아들을 낳았어도, 여재호는 여진숙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여재호는 아들조차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실망한 여진숙은 모든 책임을 갓난아기인 여이현에게 돌렸다.여진숙은 여이현을 학대하기 시작했다.밥도 주지 않으며 아이를 굶겨 죽이려 했다.여진숙은 여이현의 생사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다행히도 여희영이 이를 발견하고 여이현을 그 환경에서 벗어
여진숙이 노승아를 감싸고 있던 바로 그때, 온지유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여진숙이 다시 말했다.“지유야, 승아가 지금 이런 상태인데, 더 이상 상처 주지 마."여진숙은 가장 먼저 자기 ‘자식’을 보호하려 하고 있었다.온지유는 노승아가 연약한 모습으로 우는 것을 보고 말했다."왜 말하면 안 되죠? 누구 하나라도 고모님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나요? 어머님은 아들이 떠날지 걱정하고, 노승아는 누군가 자신을 탓할까 봐 걱정하며 동정표를 얻으려 연기를 하고 있잖아요. 고모님이 계단에서 밀려 떨어진 건 제가 두 눈으로 다 봤어요. 실행한 건 어머니고, 배후에서 주도한 사람은 노승아겠죠!"고모님은 심각한 부상으로 수술실에 들어갔고, 온지유는 그들에게 더 이상 어떠한 여지도 주고 싶지 않았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여진숙이 호통쳤다."내가 밀긴 했지만, 아주 가볍게 건드린 것뿐이었어. 왜 여희영이 일부러 넘어졌다고는 하지 않는 거니?"온지유는 여진숙을 바라보며 말했다."절대 가볍지 않았어요. 모두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요."여진숙은 그녀의 태도에 화가 나서 더 강한 어조로 말했다.“지유 너 나한테 이런 말투로 말하는 거니? 그래도 너의 시어머니고, 너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야. 너 진짜 이 집에서 계속 살고 싶긴 한 거야?"온지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나쁜 짓을 해놓고 할 말이 없으니 이제 와서 어른이라는 이유로 입을 막으려고요? 절 인정하지 않았던 것도 어머니잖아요? 노승아 때문에 이젠 모든 걸 다 인정하는 거예요? 도대체 노승아가 어머니께 무슨 사람이기에 이렇게 보호하려고 애쓰는 거예요?"여진숙은 노승아의 팔을 더 꽉 잡으며 말했다."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네가 여희영을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승아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거고, 승아가 청력을 잃을 일은 없었을 거야!"온지유의 시선이 다시 노승아에게 향했다. 노승아는 여전히 흐느끼며 눈물을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모습은 참으로 가련해 보였다.자신이 듣지 못한다는 것을 핑계 삼아,
여진숙은 여이현의 냉담한 태도에 당황했다."이현아!"여이현은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차가운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여진숙은 여이현에게 몇 마디 더 말하고 싶었지만 노승아가 주저앉아 울고 있어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여진숙은 결국 노승아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승아야, 울지 말고 빨리 일어나."노승아는 일어서서 여진숙의 품에 엎드려 울며 말했다."이모님, 제가 그렇게 나빠요? 그래서 모두가 저를 싫어하는 건가요?""아니야, 아니야, 나도 널 좋아하고, 모두가 널 좋아해."여진숙은 노승아의 등을 두드리며 그녀를 달랬다.노승아는 계속 여진숙의 품에 엎드린 채 울었다.이러고 있으면, 잘못이 있더라도 피해자로 보여 누구도 그녀를 탓할 수 없었다.여기가 병원이 아니고 사람들이 없었다면, 온지유는 손을 올려서라도 노승아의 가면을 벗겨냈을 것이다. 얼마나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는지, 좋은 볼거리가 될 것이다.물론 온지유는 알고 있었다. 노승아가 한 말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여진숙은 변함없이 그녀를 보호하리라는 것을.그들 사이의 관계는 쉽게 설명할 수 없었다.그때,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검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온지유가 고개를 들어보니, 여재호가 다가오고 있었다.정장을 입고 있었고, 키는 여이현과 비슷했다. 머리카락은 한 올도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비록 나이가 오십이 넘었지만, 여전히 젊어 보였으며, 외모도 준수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여희영의 사고에 대해 약간의 걱정을 드러냈다.여희영은 그의 친여동생이었으니, 아무리 그래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온지유는 여가 집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살면서도 여재호를 몇 번밖에 본 적이 없었다.매번 그는 일에 바빠 보였다..그도 여호산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관계는 그리 좋지 않은 듯 보였다.밖에서는 여씨 성을 감추고 현재호라 말하고 다녔으니 말이다.지난 몇 년 동안, 할아버지는 그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돌아가신 뒤 여진그
여재호는 여진숙의 모든 울부짖음을 무시했다.그에게 여진숙의 눈물은 전혀 가치가 없었다.한 여자로서 여진숙은 남편의 냉담한 태도에 점점 더 무너져 내렸고, 더욱 격하게 외치기 시작했다."말 좀 해봐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예요? 당신한테는 여희영이 더 중요한 거죠, 그렇죠? 난 당신과 정식으로 결혼한 아내예요, 나한테 이러시면 안 돼요!"여진숙은 두 눈이 벌게지도록 울면서, 남편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신경 써주길 바랐다.그가 단 한 번만이라도 그녀를 더 봐준다면, 분노와 불안이 다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여재호는 아무 말 없이 침착하게 낯선 사람 대하듯 했다.여이현은 그들의 이러한 관계를 보며 익숙한 듯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의견도 없었다.여이현에게 그들은 이름뿐인 부모일 뿐이었다.이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이 모든 것에 이미 익숙해져 버렸다.여재호는 더 이상 여진숙을 견딜 수 없어 자리를 일어나며 여이현에게 말했다."이만 내려가마. 희영이 깨어나면 알려줘."여이현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여재호도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그는 여이현에게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았다. 부자간의 정이 그리 깊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굳이 연기할 필요도 없었다.여이현이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신경이 쓰이는 사람은 친여동생인 여희영뿐이었다.말을 끝낸 여재호는 자리를 떠났다.여진숙은 그가 자신을 무시하자, 급히 따라가며 말했다."이대로 가면 안 돼요. 나한테 설명은 하고 가야죠!"노승아는 여진숙의 감정이 매우 격해진 모습을 보고 속으로 놀라웠다. 여희영와 다툴 때도 여진숙은 이렇게 동요한 적은 없었다.이곳에서는 여진숙만이 자신의 편이었다.노승아는 당연히 그녀를 따라갔다.여진숙이 막 여재호의 소매를 잡았을 때, 그는 마치 세균이라도 있는 듯한 태도로 소매를 뿌리치며 냉담하게 말했다."난 할 만큼 했어. 더 이상 혐오감을 느끼게 하
여이현은 진작에 알고 있었던 것일까?예전에 여희영이 몇 번 말한 적이 있었지만, 온지유는 당시 그 이유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아마도 여이현은 이미 알고 있었고, 그저 속으로 묵인했을 뿐일지도 모른다."지유야."나민우가 그녀 옆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말했다."잠시 쉬는 게 어때? 이렇게 있으면 너도 지치잖아."온지유는 오랫동안 서 있어 허리가 아팠다. 하지만 여희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서 옆에 앉으며 말했다."고모님이 깨어날 때까지는 여기서 기다릴래.""그럼 나도 같이 있을게."나민우가 다시 말했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여이현은 문틀에 기대어 나민우가 온지유를 걱정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민우의 눈길에서는 따뜻한 배려가 엿보였다.온지유도 그의 친절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듯했다.그때, 한층 더 큰 불쾌감이 여이현의 온몸을 휘감았다.여이현은 일부러 옆에 있는 의자를 발로 차 소리를 냈다.그 의자는 나민우가 앉아 있던 의자였다.나민우가 고개를 들자, 여이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실례했습니다, 실수로 발이 닿았네요.""괜찮습니다."나민우도 유연하게 대답했다.하지만 여이현이 말했다."여기는 가족 대기 구역입니다. 나 대표님, 회사 일이 한가 하지는 않을 텐데, 여기서 뭘 하는 거죠?"나민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유와 함께 있어 주는 거죠. 임신 중인데 고모님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니, 혼자 두는 게 불안해서 옆에 있어 주는 거예요.""고모님?"그 말을 듣고 여이현은 더욱 불쾌해졌다."나민우씨, 제 고모가 언제 당신 고모가 됐는지요?"나민우는 여전히 웃음을 띤 채, 여이현의 차가운 태도와는 달리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모르셨나요? 저와 고모님도 이제 친구가 됐습니다. 고모님은 지유가 존경하는 분이니, 저도 당연히 존경해야죠."여이현은 주먹을 꽉 쥐며, 충동을 억누르려 애썼다."나 대표님이 이렇게 가벼운 분일 줄은 몰랐네요. 지유가 고모님이라고 부르는 건 나를 따라서인데, 당신은 무슨 자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