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온지유가 대답했다.여이현의 얼굴이 굳어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곧 전처가 될 사람이죠."의사는 그들의 반응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말했다."환자는 가벼운 뇌진탕과 손목 골절이 있습니다. 일정 기간 휴식을 취하면 회복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다행이라는 생각에 온지유는 곧바로 대답했다."감사합니다, 선생님.""천만에요."두 사람은 여희영을 따라 병실로 들어갔다.온지유는 여희영의 입술이 말라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따뜻한 물을 가져와 면봉으로 그녀의 입술을 촉촉하게 적셔 주었다.여이현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병실에는 환자의 휴식을 방해할 다른 사람은 없었다.온지유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맞은편에 앉아 여희영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다가 어느새 피곤해져 눈꺼풀이 무거워지더니, 결국 잠에 빠지고 말았다.얼마 후 온지유는 놀라서 깨어났다.꿈에서 그녀는 온통 어둠에 싸인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두려워하는 것은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그녀를 괴롭히는 듯, 자주 그런 악몽을 꾸곤 했다.온지유는 불쾌감을 느끼며 깨어났다.정신을 차린 온지유는 자신이 담요 대신 누군가의 외투를 덮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외투는 아직 따뜻했고, 익숙한 향기가 났다. 그녀는 그것이 여이현의 것임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병실에는 여이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온지유는 들고 있던 정장을 내려놓았다. 여이현의 한 번의 따뜻함에 속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사실, 이것은 익숙한 일이었다.여이현이 자신에게 해준 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여희영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온지유는 그녀가 깨어나기 전에 생활용품을 사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나중에 분명히 필요할 것이다.병실을 나서자, 나민우은 여전히 그곳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여진숙과 노승아는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민우야."온지유가 그를 불렀다.나민우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나왔구나.""오래 기다렸지
온지유는 문득 소독약 냄새를 맡고 고개를 들었다.남자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안에는 스웨터와 슬랙스, 그리고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다.그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갈색 눈동자로 온지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손보다도 더 창백했고, 금테 안경을 쓴 깨끗한 인상이었다.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마치 타고난 미소를 지닌 것처럼 친근한 인상을 주었으며, 왼쪽 눈가에는 작은 눈물점이 있었다.그러나 다정해 보이는 인상에도 불구하고 온지유는 그에게서 한기를 느꼈다.심장을 파고드는 차가움이었다."율아..."남자는 온지유를 응시하며, 몇 글자 흘려보냈다.온지유는 마음속의 두려움을 가라앉히려는 듯 서둘러 일어서며 말했다."누구를 부르는 거죠?"온지유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남자도 함께 일어서며 미소를 띤 채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군요."온지유가 다시 말했다."이만 제 물건을 돌려주시겠어요?"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그녀에게 쇼핑백을 건넸다.온지유는 서둘러 그것을 받아서 들었다. 그의 손에 닿았을 때 여전히 그 차가운 한기를 느꼈다."비켜 주세요, 지나가고 싶어요."온지유가 덧붙였다.남자는 몸을 옆으로 돌렸고, 온지유는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그의 곁을 지나갔다.온지유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그와 더 이상의 대화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그러나 남자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율아."그 목소리는 길고 여운이 있었지만 감정은 드러나지 않았다.온지유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손에 쥐고 있던 구슬을 굴리며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약 10분 정도 걷고, 몇 개의 코너를 돌아가 한 건물 아래에 도착했다.그곳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이곳은 사무실로 사용되는 건물로, 평소에도 사람의 왕래가 적고 매우 은밀한 장소였다.그는 천천히 건물로 들어가 4층에 도착했다.그 층에는 오직 하나의 방만 있었다.문을 열고 첫 번째로 열쇠를 돌렸다가 두 번째로 돌리려는 순간
그 말에 노승아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지만, 곧바로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 난 더 이상 못 해. 난 노승아, 최상급 연예인이야. 어떻게 그런 일을 다시 할 수 있겠어!""노승아..."인명진은 그 이름을 천천히 읊조리더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노승아라는 이름도 그렇게 깨끗한 건 아니잖아. 그림자 속에서 살던 사람이 이제 와서 빛을 보겠다고?"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노승아에게 물었다.그들은 모두 수면 밑의 사람들이었기에, 누구도 완전히 깨끗할 수 없었다.노승아의 얼굴은 창백해지며 손을 꽉 쥐었다."이미 지나간 일이야. 우리 모두 되돌릴 수 있어!"그녀는 자신이 깨끗해질 수 있기를 바랐다.이전의 일들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로 남아있기를 바랐다. 비록 그녀의 손이 더러워졌을지라도, 깨끗이 씻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인명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노승아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내겐 경력이 있고, 앞으로는 가정도 가질 거야. 너도 마찬가지야, 너도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어."인명진은 노승아의 눈을 응시하며, 그녀가 지금 말하는 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하지만...그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천천히 말했다."아직 할 일은 끝나지 않았어."노승아는 다시 몸이 굳어졌다."그들은 다시 돌아올 거야."노승아는 몸에 힘이 풀리며 말했다."난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거야?""방법이 하나 있긴 해."노승아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어떤 방법?""죽음."인명진은 평온한 눈빛이었지만, 이 단어를 입에 올릴 때는 약간의 쓸쓸함이 있었다.오직 죽음만이 해방을 줄 수 있었다.이것이 그들의 운명이었다.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다.어둠 속에 사는 사람은 결코 빛을 볼 수 없는 법이다.잠시 빛을 본 적이 있더라도, 그것은 그저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죽음이 그들의 결말이었다.그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하지만 분명히 고통스럽게 죽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인명진은 손에 쥐고
온지유는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이미 노승아에게 사람을 붙였었기에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노승아는 절대 자신의 청각에 문제 생기게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분명 누군가 뒤에서 노승아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노승아가 이런 곳에 왔다는 것부터 의심스러웠다. 어쩌면 이곳에서 단서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따라왔다.문을 열자 거대한 형체가 보였다.“당신이군요!”인명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온지유는 눈앞에 있는 남자의 차림새를 보았다. 누가 봐도 의사 같았기에 모든 것이 들어맞았다. 시선을 돌려 그의 등 뒤를 두리번거리며 노승아의 모습을 찾아보려고 애를 썼다.노승아를 미행하던 사람이 노승아가 이곳에 들어온 뒤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의사예요?”온지유가 묻자 인명진이 답했다.“네.”그녀는 떠보듯 물었다.“제 친구가 저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던데 혹시...”“노승아 씨요?”그의 말에 온지유는 바로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딱히 뭘 숨기고 있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러면서 그녀가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고 있다.온지유가 입을 열었다.“맞아요, 제 친구가 여기로 들어온 거 맞죠?”“전 그쪽이 원하는 대답을 해드릴 수 있어요.”인명진은 직설적으로 말했다.“듣고 싶으면 들어오세요.”그는 문을 열곤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온지유는 뜸을 들이다가 먼저 성큼성큼 들어가는 남자의 모습에 용기를 내어 따라갔다.아주 큰 집이었다.이 한층 전부 남자의 집으로 보였다.주방, 안방, 서재 등 방으로 나누어져 있어야 할 구역들이 전부 한 공간에 있었다.이런 구조는 처음 보았다.공간이 아주 크면서 전부 방으로 나누지 않았다니. 그녀는 빠르게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에 침대, 메스, 그리고 의약용품이 있었다.남자는 의사일 거라는 그녀의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앉아요.”인명진의 발걸음에는 소리가 없었다. 갑자기 들려온 그
인명진은 입꼬리를 올린 채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눈가에 있는 점이 더 돋보였다.“그쪽이 알고 싶어 한 거잖아요. 전 그냥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죠.”온지유는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넓은 공간을 아무리 두리번거리며 노승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도 뜸을 들이며 물었다.“제가 그 말을 어떻게 믿죠?”“그쪽을 속여서 저한테 뭐 좋은 점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겠어요.”인명진은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저한테 노승아 씨가 저에게서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데 못 믿겠으면 직접 봐도 돼요.”온지유는 진료 기록을 가져와 보았다.역시나 노승아가 인명진을 찾아온 것이 맞았다.의사가 치료하지 못하는 것을 눈앞에 있는 남자가 치료해낸 것을 보아 의술 실력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닌 것 같았다.노승아의 귀를 먹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도 있다니.모든 것이 들어맞았다.“진실을 알게 되었는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바로 이때, 인명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오며 말했다.고개를 들어 그를 본 그녀의 눈빛이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눈앞에 있는 남자가 누군지도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영역에 들어왔으니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었다.그럼에도 그녀는 용기를 내어 남자를 따라 들어왔다.책상 위에 있는 메스를 발견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정말로 그에게 죽임을 당할 것 같아 바로 입을 열었다.“저한테 이 진료 기록을 넘겨주신다면 노승아 씨를 도와준 대가로 받은 이득의 두 배로 드릴게요. 절대 손해 보진 않을 텐데, 굳이 손에 피 묻힐 필요가 있을까요? 일단 대화로 협상을 해보자고요. 전 제 목숨을 아끼거든요. 그러니 지금 하는 생각은 잠시 멈추고 저한테 협상할 기회를 주세요.”인명진은 의자에 손을 올리며 몸을 구부렸다. 그의 입에선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사람이라면 신용을 지켜야죠.”온지유는 긴장해졌다. 길고 큰 그의 손을 빤히 보았다. 행여나 갑자기 메스를
“나야!”여이현은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았다.고개를 든 그녀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여이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현 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여이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건 내가 할 말이야.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온지유는 방금 손에 넣은 진료 기록을 절대 그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알게 되면 증거를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아는 친구 만나러 왔어요.”“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고?”여이현이 반박했다.“아니면요? 제가 여기에 왜 있었겠어요.”“너 방금 4층으로 들어갔잖아.”여이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낯선 사람 집안까지 들어가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몰라서 그래?”온지유가 말했다.“멀쩡히 나왔으면 됐잖아요!”경계심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녀의 모습에 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온지유, 만약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다면 넌 목숨을 잃게 되었을 수도 있었어. 대체 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거야!”온지유는 여이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현 씨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설마 나랑 같은 목적인 건가?'확신이 서지 않았던 온지유는 그가 자신과 목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이미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던 그녀는 이내 잠정을 다스리고 말했다.“알았어요. 다음부턴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을게요.”여이현의 표정이 그제야 풀어졌다.“가자, 데려다줄게.”그가 여기에 나타난 이유도 노승아를 미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온지유가 그보다 한발 빠르게 도착했다. 그녀를 발견한 여이현은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노승아의 상황은 아주 복잡했다. 노승아가 그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도 아직 몰랐다.그랬기에 그는 행여나 일을 망치게 될까 봐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시계를 보던 그는 온지유가 20분 후에도 나오지 않으면 바로 쳐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행여나 그녀가 위험한 상황에 닥쳤을까 봐 말이다.다소 의외였던 것은 온지유는 들어간 지 몇 분 만에 다시 나왔
“하, 이현이는 당신 아들이 아니에요?”여진숙이 말했다.그러자 여재호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너랑 결혼한 것도 미치게 싫은데, 내 아들로 받아들일 것 같아?”여진숙의 안색이 창백해졌다.“당신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내가 왜 당신이랑 결혼했는지, 정말 후회되네요.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애초에 당신 같은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여재호는 아주 냉랭하게 말했다.“애초에 네가 더러운 수단을 쓴 게 아니었다면, 내가 너랑 결혼했겠어?”여진숙은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고 눈가가 촉촉해졌다.“그래요. 다 내가 더러운 수단을 써서, 억지로 나랑 결혼하게 해서, 그래서 지금 나한테 복수하는 거예요?”여재호는 매일 귀가하지 않을뿐더러 거의 돌아오지 않았다.그녀와 결혼한 뒤 여재호는 그녀를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었다.이건 과부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복수하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여재호는 쌀쌀맞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애초에 넌 내 안중에도 없었으니까.”여진숙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대체 그에게 뭘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까?언젠가 여재호가 자신을 뒤돌아 봐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아니었다.그녀는 그저 그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이도 이젠 다 큰 어른이 되었으니 그녀도 더는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나 여재호는 여전히 그녀에게 상처만 주었다.여재호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기 싫었다. 매번 집에 돌아오면 바쁘게 움직이며 챙길 것만 챙겨서 나갔고 가족에게 한 번도 관심을 준 적 없었다.그의 마음은 이미 꽁꽁 얼어붙은 상태였기 때문이다.여진숙과 결혼한 뒤로 그는 없는 사람처럼 지냈다.여호산이 세상을 뜬 뒤로 그의 발길이 더 뜸해져 돌아오지 않았다.여재호는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지나쳐갔다. 그녀가 얼마나 속상한지, 얼마나 자신을 원망하고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여전히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가버렸다. 그런 그가 그녀를 사랑할 리가 있겠는가.다만 마침 내려온 노승아가
그 순간 여진숙은 자신의 곁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누구도 그녀의 곁에 있으려 하지 않았다....온지유는 병원으로 돌아왔다.여희영은 이미 깨어난 상태였다.다만 많이 힘들었던 탓인지 그녀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고모님.”온지유가 뭔가를 양손 가득 들고 들어왔다.여희영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온지유를 맞이했다.“지유구나.”“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온지유가 물었다.“혹시 어디 불편한 곳이 있으면 저한테 말해주세요.”여희영은 온지유 뒤에 있던 여이현을 보더니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그냥 아파야 할 곳만 아플 뿐이야. 참을 만해. 걱정하지 마, 이틀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이현아.”여희영은 시선을 돌려 여이현을 보았다. 묘원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여전히 신경 쓰고 있었다.“미안해. 난 그냥 충동적으로 한 말이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줘.”그녀는 비록 여이현에게 화가 나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었다고 생각했다.여이현에겐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기도 했으니까.여이현은 여희영을 빤히 보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고모도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여희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너한테는 그냥 상처가 아니지. 어릴 때부터 그런 가정에서 살았으니 나랑 네 할아버지 외엔 누구도 너한테 관심도 주지 않았고 신경 써주지 않았지. 게다가 부모와 떨어져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난 그냥 네가 안타까웠어. 만약 우리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넌 분명 잘살고 있었을 텐데...”“지금도 잘살고 있어요.”여이현이 말했다.“전 제가 힘들게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고모, 몸조리에 신경 써 주세요.”“알았어. 금방 나을 거야.”여희영은 온지유와 여이현의 손을 겹쳐 잡았다.“지금 내 가장 큰 소원은 너희 둘이 다시 잘 되는 거야. 아기도 잘 키우고 지유도 잘 챙겨주고.”그녀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