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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온지유는 문득 소독약 냄새를 맡고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안에는 스웨터와 슬랙스, 그리고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갈색 눈동자로 온지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손보다도 더 창백했고, 금테 안경을 쓴 깨끗한 인상이었다.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마치 타고난 미소를 지닌 것처럼 친근한 인상을 주었으며, 왼쪽 눈가에는 작은 눈물점이 있었다.

그러나 다정해 보이는 인상에도 불구하고 온지유는 그에게서 한기를 느꼈다.

심장을 파고드는 차가움이었다.

"율아..."

남자는 온지유를 응시하며, 몇 글자 흘려보냈다.

온지유는 마음속의 두려움을 가라앉히려는 듯 서둘러 일어서며 말했다.

"누구를 부르는 거죠?"

온지유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남자도 함께 일어서며 미소를 띤 채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군요."

온지유가 다시 말했다.

"이만 제 물건을 돌려주시겠어요?"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그녀에게 쇼핑백을 건넸다.

온지유는 서둘러 그것을 받아서 들었다. 그의 손에 닿았을 때 여전히 그 차가운 한기를 느꼈다.

"비켜 주세요, 지나가고 싶어요."

온지유가 덧붙였다.

남자는 몸을 옆으로 돌렸고, 온지유는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그의 곁을 지나갔다.

온지유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그와 더 이상의 대화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남자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율아."

그 목소리는 길고 여운이 있었지만 감정은 드러나지 않았다.

온지유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손에 쥐고 있던 구슬을 굴리며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약 10분 정도 걷고, 몇 개의 코너를 돌아가 한 건물 아래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곳은 사무실로 사용되는 건물로, 평소에도 사람의 왕래가 적고 매우 은밀한 장소였다.

그는 천천히 건물로 들어가 4층에 도착했다.

그 층에는 오직 하나의 방만 있었다.

문을 열고 첫 번째로 열쇠를 돌렸다가 두 번째로 돌리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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