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70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 말에 노승아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지만, 곧바로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난 더 이상 못 해. 난 노승아, 최상급 연예인이야. 어떻게 그런 일을 다시 할 수 있겠어!"

"노승아..."인명진은 그 이름을 천천히 읊조리더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노승아라는 이름도 그렇게 깨끗한 건 아니잖아. 그림자 속에서 살던 사람이 이제 와서 빛을 보겠다고?"

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노승아에게 물었다.

그들은 모두 수면 밑의 사람들이었기에, 누구도 완전히 깨끗할 수 없었다.

노승아의 얼굴은 창백해지며 손을 꽉 쥐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우리 모두 되돌릴 수 있어!"

그녀는 자신이 깨끗해질 수 있기를 바랐다.

이전의 일들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로 남아있기를 바랐다. 비록 그녀의 손이 더러워졌을지라도, 깨끗이 씻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인명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승아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내겐 경력이 있고, 앞으로는 가정도 가질 거야. 너도 마찬가지야, 너도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어."

인명진은 노승아의 눈을 응시하며, 그녀가 지금 말하는 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그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천천히 말했다.

"아직 할 일은 끝나지 않았어."

노승아는 다시 몸이 굳어졌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거야."

노승아는 몸에 힘이 풀리며 말했다.

"난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거야?"

"방법이 하나 있긴 해."

노승아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

"어떤 방법?"

"죽음."

인명진은 평온한 눈빛이었지만, 이 단어를 입에 올릴 때는 약간의 쓸쓸함이 있었다.

오직 죽음만이 해방을 줄 수 있었다.

이것이 그들의 운명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다.

어둠 속에 사는 사람은 결코 빛을 볼 수 없는 법이다.

잠시 빛을 본 적이 있더라도, 그것은 그저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죽음이 그들의 결말이었다.

그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고통스럽게 죽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인명진은 손에 쥐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1화

    온지유는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이미 노승아에게 사람을 붙였었기에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노승아는 절대 자신의 청각에 문제 생기게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분명 누군가 뒤에서 노승아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노승아가 이런 곳에 왔다는 것부터 의심스러웠다. 어쩌면 이곳에서 단서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따라왔다.문을 열자 거대한 형체가 보였다.“당신이군요!”인명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온지유는 눈앞에 있는 남자의 차림새를 보았다. 누가 봐도 의사 같았기에 모든 것이 들어맞았다. 시선을 돌려 그의 등 뒤를 두리번거리며 노승아의 모습을 찾아보려고 애를 썼다.노승아를 미행하던 사람이 노승아가 이곳에 들어온 뒤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의사예요?”온지유가 묻자 인명진이 답했다.“네.”그녀는 떠보듯 물었다.“제 친구가 저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던데 혹시...”“노승아 씨요?”그의 말에 온지유는 바로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딱히 뭘 숨기고 있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러면서 그녀가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고 있다.온지유가 입을 열었다.“맞아요, 제 친구가 여기로 들어온 거 맞죠?”“전 그쪽이 원하는 대답을 해드릴 수 있어요.”인명진은 직설적으로 말했다.“듣고 싶으면 들어오세요.”그는 문을 열곤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온지유는 뜸을 들이다가 먼저 성큼성큼 들어가는 남자의 모습에 용기를 내어 따라갔다.아주 큰 집이었다.이 한층 전부 남자의 집으로 보였다.주방, 안방, 서재 등 방으로 나누어져 있어야 할 구역들이 전부 한 공간에 있었다.이런 구조는 처음 보았다.공간이 아주 크면서 전부 방으로 나누지 않았다니. 그녀는 빠르게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에 침대, 메스, 그리고 의약용품이 있었다.남자는 의사일 거라는 그녀의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앉아요.”인명진의 발걸음에는 소리가 없었다. 갑자기 들려온 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2화

    인명진은 입꼬리를 올린 채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눈가에 있는 점이 더 돋보였다.“그쪽이 알고 싶어 한 거잖아요. 전 그냥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죠.”온지유는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넓은 공간을 아무리 두리번거리며 노승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도 뜸을 들이며 물었다.“제가 그 말을 어떻게 믿죠?”“그쪽을 속여서 저한테 뭐 좋은 점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겠어요.”인명진은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저한테 노승아 씨가 저에게서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데 못 믿겠으면 직접 봐도 돼요.”온지유는 진료 기록을 가져와 보았다.역시나 노승아가 인명진을 찾아온 것이 맞았다.의사가 치료하지 못하는 것을 눈앞에 있는 남자가 치료해낸 것을 보아 의술 실력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닌 것 같았다.노승아의 귀를 먹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도 있다니.모든 것이 들어맞았다.“진실을 알게 되었는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바로 이때, 인명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오며 말했다.고개를 들어 그를 본 그녀의 눈빛이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눈앞에 있는 남자가 누군지도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영역에 들어왔으니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었다.그럼에도 그녀는 용기를 내어 남자를 따라 들어왔다.책상 위에 있는 메스를 발견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정말로 그에게 죽임을 당할 것 같아 바로 입을 열었다.“저한테 이 진료 기록을 넘겨주신다면 노승아 씨를 도와준 대가로 받은 이득의 두 배로 드릴게요. 절대 손해 보진 않을 텐데, 굳이 손에 피 묻힐 필요가 있을까요? 일단 대화로 협상을 해보자고요. 전 제 목숨을 아끼거든요. 그러니 지금 하는 생각은 잠시 멈추고 저한테 협상할 기회를 주세요.”인명진은 의자에 손을 올리며 몸을 구부렸다. 그의 입에선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사람이라면 신용을 지켜야죠.”온지유는 긴장해졌다. 길고 큰 그의 손을 빤히 보았다. 행여나 갑자기 메스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3화

    “나야!”여이현은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았다.고개를 든 그녀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여이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현 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여이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건 내가 할 말이야.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온지유는 방금 손에 넣은 진료 기록을 절대 그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알게 되면 증거를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아는 친구 만나러 왔어요.”“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고?”여이현이 반박했다.“아니면요? 제가 여기에 왜 있었겠어요.”“너 방금 4층으로 들어갔잖아.”여이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낯선 사람 집안까지 들어가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몰라서 그래?”온지유가 말했다.“멀쩡히 나왔으면 됐잖아요!”경계심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녀의 모습에 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온지유, 만약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다면 넌 목숨을 잃게 되었을 수도 있었어. 대체 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거야!”온지유는 여이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현 씨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설마 나랑 같은 목적인 건가?'확신이 서지 않았던 온지유는 그가 자신과 목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이미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던 그녀는 이내 잠정을 다스리고 말했다.“알았어요. 다음부턴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을게요.”여이현의 표정이 그제야 풀어졌다.“가자, 데려다줄게.”그가 여기에 나타난 이유도 노승아를 미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온지유가 그보다 한발 빠르게 도착했다. 그녀를 발견한 여이현은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노승아의 상황은 아주 복잡했다. 노승아가 그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도 아직 몰랐다.그랬기에 그는 행여나 일을 망치게 될까 봐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시계를 보던 그는 온지유가 20분 후에도 나오지 않으면 바로 쳐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행여나 그녀가 위험한 상황에 닥쳤을까 봐 말이다.다소 의외였던 것은 온지유는 들어간 지 몇 분 만에 다시 나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4화

    “하, 이현이는 당신 아들이 아니에요?”여진숙이 말했다.그러자 여재호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너랑 결혼한 것도 미치게 싫은데, 내 아들로 받아들일 것 같아?”여진숙의 안색이 창백해졌다.“당신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내가 왜 당신이랑 결혼했는지, 정말 후회되네요.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애초에 당신 같은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여재호는 아주 냉랭하게 말했다.“애초에 네가 더러운 수단을 쓴 게 아니었다면, 내가 너랑 결혼했겠어?”여진숙은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고 눈가가 촉촉해졌다.“그래요. 다 내가 더러운 수단을 써서, 억지로 나랑 결혼하게 해서, 그래서 지금 나한테 복수하는 거예요?”여재호는 매일 귀가하지 않을뿐더러 거의 돌아오지 않았다.그녀와 결혼한 뒤 여재호는 그녀를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었다.이건 과부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복수하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여재호는 쌀쌀맞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애초에 넌 내 안중에도 없었으니까.”여진숙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대체 그에게 뭘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까?언젠가 여재호가 자신을 뒤돌아 봐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아니었다.그녀는 그저 그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이도 이젠 다 큰 어른이 되었으니 그녀도 더는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나 여재호는 여전히 그녀에게 상처만 주었다.여재호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기 싫었다. 매번 집에 돌아오면 바쁘게 움직이며 챙길 것만 챙겨서 나갔고 가족에게 한 번도 관심을 준 적 없었다.그의 마음은 이미 꽁꽁 얼어붙은 상태였기 때문이다.여진숙과 결혼한 뒤로 그는 없는 사람처럼 지냈다.여호산이 세상을 뜬 뒤로 그의 발길이 더 뜸해져 돌아오지 않았다.여재호는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지나쳐갔다. 그녀가 얼마나 속상한지, 얼마나 자신을 원망하고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여전히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가버렸다. 그런 그가 그녀를 사랑할 리가 있겠는가.다만 마침 내려온 노승아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5화

    그 순간 여진숙은 자신의 곁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누구도 그녀의 곁에 있으려 하지 않았다....온지유는 병원으로 돌아왔다.여희영은 이미 깨어난 상태였다.다만 많이 힘들었던 탓인지 그녀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고모님.”온지유가 뭔가를 양손 가득 들고 들어왔다.여희영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온지유를 맞이했다.“지유구나.”“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온지유가 물었다.“혹시 어디 불편한 곳이 있으면 저한테 말해주세요.”여희영은 온지유 뒤에 있던 여이현을 보더니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그냥 아파야 할 곳만 아플 뿐이야. 참을 만해. 걱정하지 마, 이틀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이현아.”여희영은 시선을 돌려 여이현을 보았다. 묘원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여전히 신경 쓰고 있었다.“미안해. 난 그냥 충동적으로 한 말이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줘.”그녀는 비록 여이현에게 화가 나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었다고 생각했다.여이현에겐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기도 했으니까.여이현은 여희영을 빤히 보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고모도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여희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너한테는 그냥 상처가 아니지. 어릴 때부터 그런 가정에서 살았으니 나랑 네 할아버지 외엔 누구도 너한테 관심도 주지 않았고 신경 써주지 않았지. 게다가 부모와 떨어져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난 그냥 네가 안타까웠어. 만약 우리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넌 분명 잘살고 있었을 텐데...”“지금도 잘살고 있어요.”여이현이 말했다.“전 제가 힘들게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고모, 몸조리에 신경 써 주세요.”“알았어. 금방 나을 거야.”여희영은 온지유와 여이현의 손을 겹쳐 잡았다.“지금 내 가장 큰 소원은 너희 둘이 다시 잘 되는 거야. 아기도 잘 키우고 지유도 잘 챙겨주고.”그녀는 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6화

    “이현 씨 집 안에서 나올 때 가지고 나오지 않았으니 제 것이 아니죠.”여이현은 입술을 짓이겼다. 눈빛이 험악해지고 두 손은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가자.”나민우가 온지유에게 말했다.온지유는 나민우와 함께 떠났다.여이현은 두 사람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다가가서 붙잡지는 않았지만, 눈빛이 아주 서늘했다.지하 주차장으로 온 온지유는 나민우에게 말했다.“노승아가 왜 갑자기 청력을 잃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찾았어. 지금 연락해야 할 것 같아.”인터넷엔 여전히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고 있었다.그녀는 얼른 이 관심이 사라지기 전에 사실을 밝혀야 했다. 그래야 여희영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으니까.나민우는 바로 시동을 걸었다.“방송국으로 갈 거야?”“응, 방송국에 들러야겠어.”나민우는 바로 온지유를 태우고 방송국으로 갔다.그녀는 최근 휴가를 냈다.원래 채미소는 여이현의 단독 인터뷰를 따내지 못했다. 그런데 그녀의 뉴스까지 망쳐버린 것도 모자라 방송국에서 난동을 피웠으니 편집장의 귀에도 고스란히 들어갔다.편집장은 채미소를 따로 불러 혼냈다.그렇게 채미소는 스스로 편집장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버렸다.보육원은 이미 어느 한 인기 예능에 정식으로 방영하게 되었다.채미소의 방해로 방송국 직원들은 야근을 강행하는 수밖에 없었다.노승아의 인터뷰는 채미소에게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현재 노승아의 인터뷰를 따낸 사람은 채미소가 유일했고 인터뷰 내용도 KTBC에서 제일 먼저 단독으로 공개하게 되었다.그 덕에 채미소의 이미지는 얼마간 회복되었다.온지유가 돌아왔을 때 채미소는 마침 외출하려던 참이었다.남자와 함께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본 채미소는 입꼬리를 올리며 다가가 물었다.“지유 씨, 왔어요? 어머, 오늘은 다른 남자를 데리고 왔네요.”온지유는 채미소를 보며 전혀 기가 죽지 않는 모습으로 말했다.“다시 살아난 거예요?”채미소가 말했다.“한 곳에서 넘어졌다고 해서 다른 곳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기삿거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7화

    공아영은 온지유를 보니 위로가 되었다.온지유는 얼른 그녀를 달랬다. 등을 토닥이며 공아영의 컴퓨터 모니터에 빼곡한 글씨를 보았다.“괜찮아요, 울지 말아요. 이번만 참아요. 채미소 씨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테니까요.”공아영은 훌쩍이며 물었다.“마지막이라니요? 전 제가 채미소한테 화라도 내면서 달려들었으면 좋겠네요!”그녀는 채미소에게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채미소는 무슨 일만 생기면 항상 그녀를 괴롭혀 왔다.“그래서 온 거예요.”공아영은 바로 울음을 그쳤다.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지유 씨가 절 구해주러 올 줄 알았어요. 얼른 말해줘요, 제가 지금 당장 할게요!”온지유는 자리에 앉아 공아영과 함께 노승아의 일을 까발릴 준비를 했다.한편, 채미소는 차를 몰고 노승아의 거처로 왔다.노승아는 이미 집으로 돌아온 상태였다.수려원에 그녀가 있는 한 여이현이 집으로 돌아올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더는 그를 기다릴 수 없었다.여이현이 아직 그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어떻게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연예계에서의 그녀의 지위였다.만약 어느 날 완전히 혼자가 된다면 배우로 승승장구하면서 잘 살 수 있기를 바랐다.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품으면 안 된다. 기대를 품은 만큼 실망이 더 커지는 법이니까.어쨌든 그녀의 곁엔 사람이 부족했다. 그리고 김예진은 마침 그녀에게 충성을 바칠 사람이었으니 당연히 김예진을 잃어서는 안 된다.김예진은 노승아가 여기까지 힘들게 올라온 줄 알며 불쌍히 여기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그녀만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김예진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였다.그래서 더욱 그녀를 위해 발을 벗고 나섰다.채미소가 초인종을 눌렀을 때 노승아는 화장을 하고 있었다. 최대한 초췌해 보이는 얼굴로 인터뷰할 생각이었다.김예진이 문을 열어주었을 때 노승아의 초췌 메이크업은 끝난 상태였다.“노승아 씨.”채미소는 노승아의 집으로 오기 전에 선물을 샀다. 김예진에게 준비한 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8화

    노승아는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뭐라고? 그럴 리가!”“진짜예요. 정말로 다들 전화 와서 욕하고 있어요!”김예진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귀가 따가울 정도로 듣기 거북한 욕이었어요. 전 도무지 대처할 수가 없어서 끊어버린 거니까 언니도 전화 받지 말아요.”노승아가 듣게 된다면 분명히 충격받을 것이었다.노승아는 한동안 넋을 잃었다.“누군가 내 진료 기록을 공개했다고. 절대 그럴 리가 없어!”그녀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을 열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해서.그녀의 진료 기록이 공개되면 여론이 뒤집히게 된다. 그렇다면 유일한 가능성은...‘절대 그럴 리가 없어.'그녀는 믿지 않았다.그러나 핸드폰을 확인하자마자 여기저기서 그녀를 욕하고 있었다.여우라는 둥, 지금도 연기하고 있는 것이라는 둥, 남에게 누명을 씌우는 나쁜 사람이라는 둥 말이다.심지어 누군가는 그녀가 영화 몇 편 찍었다고 카메라 밖에서도 연기하며 산다고 했다.앞뒤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며 뻔뻔한 악녀라고 하기도 했다.노승아는 연예계에 오랫동안 발을 들이면서 가수 시절에도 악플을 받아본 적 있었지만 많지 않았다.그때의 그녀는 인기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인기를 얻기 위해 돈을 들여 일부러 기사도 쓰고 홍보도 했지만,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배우의 길은 비록 넓으나 그녀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주었다.댓글을 쭉 내려보니 전부 그녀를 향한 악플이었다.[귀가 안 들리는 것도 자작극이라고? 하, 그럼 전에 우리가 불쌍하게 여긴 건 뭐가 돼? 네티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승아는 무슨 짓이든 다 하는 사람이었네. 일반인마저 끌어들여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다니, 이것보다 악랄한 사람 존재하기나 해?]또 어떤 사람들은 그녀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대체 이런 짓을 한 이유가 뭘까?][뭐겠어요. 당연히 인기 때문이겠죠. 관심받기 위해서 불쌍한 척 연기하고, 여론을 몰고, 일반인까지 끌어들이다니. 쯧, 그러다 천벌 받으면 어쩌려고?][와,

최신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7화

    “괜찮아요. 기사 아저씨께서 한 번만 내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제 것만 낸 거로 하면 되죠. 돌려 주지 않으셔도 돼요.”최승현은 택시비를 내고 차에서 내려 여희영에게 차 문을 열어줬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이 장면을 목격한 온지유는 아무 생각 없이 달려가서 여희영을 몸 뒤로 숨겼다.“두 사람이 왜 같은 차에서 내려요?”온지유는 질투 난 듯 잔뜩 뾰로통한 얼굴로 최승현을 바라보았다. 여희영은 마음속으로 그녀의 연기에 감탄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최승현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그쪽을 온지유 씨라고 부를까요? 아니면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그 말에 두 사람은 조각상처럼 굳어졌다. 최승현은 진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모르는 척했다.여희영은 그런 최승현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아 그를 무시하고 온지유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여희영 씨, 전 여희영 씨를 진심으로 좋아해요. 여희영 씨가 저에게 못되게 굴더라도 저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여희영 씨를 제 여자로 만들 거에요!”고래고래 소리치는 최승현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이리로 주의를 기울이며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여희영은 최승현이 큰소리를 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온지유와 함께 여이현을 찾으러 올라갔다.연회가 열리는 곳은 교외에 있는 바캉스 호텔이었다. 주최 측에서는 호텔 전부를 연회장소로 정해서 사람들이 마음껏 즐기도록 만들었다.홀로 연회장에 들어선 여희영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각양각색의 남녀들이 모여있는 연화장은 마치 소개팅을 하는 것 같았다.이때 그녀 눈이 들어온 간판이 그 추측을 실증해줬다. 그제야 여이현이 왜 온지유를 참가 못 하게 막으려 했는지 깨달았다.“아가씨, 저와 함께 춤을 추실 수 있나요?”어떤 남자가 다가오더니 젠틀하게 초대를 보내왔다.여희영은 기분전환을 하려고 연회에 참가했기 때문에 소개팅할 마음이 없었다.여희영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누군가는 일부러 연회에 참가했다.“이분은 여희영 씨라고 여진그룹 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6화

    “어머, 네가 마음 많이 썼네. 나도 깜박하고 있었는데. 맞아. 예전에는 파리에서 생활하고 싶었지 하지만 지금은 너도 알다시피...”여진숙이 더는 입을 열지 않았지만 모두 원인을 알고 있었다.이때 온지유가 여진숙에게 선물 상자를 가져다주며 말했다.“이 얘긴 그만하는 게 어때요? 자 이건 저희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한번 열어보세요. 맘에 드시는지.”여진숙이 상자를 열자 그 속에는 열쇠와 부동산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부동산 계약서에 쓰여있는 파리 주소를 보자 여진숙은 너무 기쁜 나머지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온지유가 여진숙의 모습을 보고 다가와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줬다.“사람이 필요하시다면 어머님께서 직접 고르시고 말씀하세요. 의료팀도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이현 씨가 모두 준비해뒀어요.”여희영은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는 이번 가정모임에서 여진숙이 수작을 부릴 것 같아서 여이현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았다.파리에서 자리 잡고 살 기회를 얻은 여진숙은 그 자리에서 여씨 가문을 여이현에게 전부 넘겨주고 모든 재산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지금부터 여진숙은 남은 세월을 편안히 누리고 재단의 일에 손을 뗄 것이다.세 사람이 모임 장소에서 나오자 여희영은 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인제야 비로소 여진 그룹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이현아, 정말 대단해. 근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여진숙이 파리에 가고 싶어 한다는 거 말이야.”그녀는 여이현이 그처럼 세심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온지유도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여이현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여이현은 차에 시동을 걸고 어느 정도 주행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서찬이 찾아갔을 때부터 눈치챘어요. 그래서 제가 사람을 불러 간병인을 매수했죠. 서찬이 떠나자마자 간병인 쪽에서 정보를 입수했어요.”‘그렇구나.’두 사람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5화

    여진숙은 서찬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녀는 여진 그룹의 일에 관심이 일도 없었다.서찬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당연히 사모님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찾아왔죠. 여진 그룹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소식 들어보셨나요? 글쎄 여이현이 여 대표님 편을 드는 사람들을 모두 해고했지 뭐에요. 지금 여진 그룹은 여이현의 천하에요.”여진숙은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덤덤한 태도로 “그래요.”라고 대답한 뒤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서찬은 여전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설득했다.“사모님, 여진 그룹이 여 대표님 손으로 다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더는 요양원에 계시지 않아도 돼요. 들은 바에 의하면 사모님께서는 경제적인 원인 때문에 아직 외국으로 떠나지 못하신다면서요. 사실, 이 모든게 여이현 때문이잖아요.”“도대체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겁니까?”여진숙이 드디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무표정이었다.서찬이 그녀 가까이 다가가서 뭐라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이 끝나자 여진숙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분부했다.“알겠어요. 서 부장님 뜻대로 하세요.”허락을 받은 서찬은 한껏 부풀어 올라 당장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그는 허리를 굽힌 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담보했다.두 사람의 계획은 가정모임이었다. 여진숙은 여이현의 어머니였기에 지금 이 모양이 되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가정모임에서 그녀의 체면을 구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물론 여의현은 아니였다.밝은 하늘에 어둠이 깃들 무렵 여이현이 온지유와 별이를 데리고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그는 여진숙을 향해 머리를 끄덕이고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여진숙은 자상한 눈길로 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별아, 할머니께 인사해야지.”여이현의 말에 별이가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별이 인사를 받은 여진숙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별이에게 미리 준비한 돈 봉투를 쥐여주었다.여이현과 온지유 두 사람은 확연히 달라진 여진숙의 모습에 어리둥절했다.가정모임에 여희영이 빠질 리가 없었다. 그들이 자리에 앉으려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4화

    최승현은 여희영의 말을 듣고도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여희영 씨, 저는 진심으로 여희영 씨를 좋아해요.”여희영은 비록 여이현의 친고모는 아니었지만 여진 그룹에 큰 변화가 생긴 뒤로부터여이현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여이현은 현재 그녀를 친 고모로 여기며 존경스러운 태도로 모시고 있다. 그건 여희영이 여진 그룹의 다양한 광고 촬영에 참여했다는 소식에서 알아볼 수 있었다.최승현이 악착스레 달라붙는 것도 뒷백이 센 여희영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여희영은 그의 속셈을 모른 채 짜증 나기만 했다.그녀가 온지유를 바라보며 도와달라고 하려던 찰나 최승현이 갑자기 그녀의 얼굴에 손을 댔다.여희영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최승현을 두 손으로 밀어 내팽개쳤다.이 장면을 목격한 온지유가 소리를 지르며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여희영을 끌어안고 대성통곡했다.“안돼요. 전 반대에요! 저와 약속하셨잖아요!”너무나도 가련한 온지유의 모습에 구경꾼들이 모여들더니 작은 소리로 두 사람을 의논하기 시작했다.여희영은 온지유의 등을 토닥이며 차가운 말투로 최승현에게 말했다.“최승현 씨, 제가 분명히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텐데요. 더는 저에게 달라붙지 마세요.”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녀는 온지유를 끌어안고 호텔을 나섰다. 두 사람은 숨을 죽인 채 최승현이 또 따라올까 봐 부리나케 달려나갔다.“아직도 따라오고 있어?”여희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니요. 하지만 아직도 저희를 보고 있어요. 어? 이현 씨가 내려왔는데요.”여희영은 여이현이 두 사람의 계획을 망칠까 봐 두려워 발걸음을 재촉했다.“아니 근데 이현이가 최승현 쪽으로 다가가서 뭘 말하고 있는데.”이 말에 온지유는 여희영을 밀어내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여이현이 입 모양으로 말을 읽어내려고 노력했다.“이현 씨가 최승현 씨에게 계속 달라붙으면 연예계에서 사라지게 만들겠다고 말했어요.”온지유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희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최승현 씨 연예인이에요?”“아니. 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3화

    ‘이게 끝이라고? 더 시도해 보지 않을 건가?’온지유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 여자가 여이현을 붙잡을까 봐 많이걱정하고 있었다. 바람기 많은 남자보다 진지한 여자가 더 위험하기 마련이다.자신의 마음을 과감히 고백하는 여자에게 유혹당하지 않을 남자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여이현, 운 좋은 줄 알아.”온지유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때 갑자기 누군가 그녀 앞길을 막고 서있었다.고개를 들어보니 여이현이 부드러운 눈길로 온지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끝이보이지 않는 소용돌이처럼 온지유를 빨아 들어갈 것으로 보였다.“어떤 여자분이 찾던 것 같던데 가보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받아 주지. 그러면...”“그럼 나 간다.”그 대답에 온지유는 재빨리 여이현을 잡으며 소리쳤다.“가긴 어딜 가!”이 틈을 타 여이현이 온지유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안 갈 거야. 내 곁에 지유 너와 별이만 있으면 행복한걸.”갑작스러운 돌직구에 온지유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두 사람은 금방 발생한 불쾌한 사건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다시 야시장 돌아다녔다. 허기진 배도 채우고 재밌게 놀고 나니 시간이 물 흐르듯 흘러 어느덧 늦은 밤이 되었다.연이어 하품하는 온지유를 보고 여이현은 택시를 불러 호텔로 향했다. 힘들게 약속한 단둘만의 데이트라 여이현은 오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뜨거운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찾아왔다.비몽사몽 한 상태로 꿈나라에서 빠져나온 온지유의 머릿속은 온통 뜨거웠던 어젯밤 화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여러 번 흔들어 요동치는 마음을 가까스로 가라앉히고 시간을 보니 벌써 별이 등교 시간이었다.온지유는 아직 한창 꿈나라에서 여행 중인 여이현을 버려두고 옷을 바꾼 뒤 허둥지둥 방을 나섰다.“어머, 우리 자기 왜 그렇게 급해. 혹시 내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여희영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는 온지유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귀가에대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2화

    두 사람은 야시장 입구에 왔다. 인파로 사람들 머리만 보이자 여이현은 바로 그녀를 끌어안고 나직하게 말했다.“옷이라도 갈아입고 올까? 인파들 속에서 기회를 틈타 널 만지려고 하면 어떡해.”온지유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흥, 드레스를 고를 땐 야시장을 구경할 거라는 생각은 못 해봤나 봐? 안 갈아입을래. 오랜만에 이쁘게 입었는데 왜 갈아입어. 게다가 여긴 사람도 많잖아. 그럼 더 신경 써야지.”여이현은 그녀를 설득할 수가 없었기에 속으로 어떻게든 지켜내고 말겠다고 다짐했다.실컷 놀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온지유는 더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맛있는 것을 보면 맛보고 배가 부르면 여이현에게 넘겨주었다. 알록달록한 칵테일에 맛만 본 후 바로 여이현에게 주기도 했고 재밌는 것이 있으면 체험해보기도 했으며 무서운 것이 있으면 바로 여이현의 품으로 안겨들었다.그녀는 밤하늘에 뜬 예쁜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기에 사람들도 저도 모르게 자꾸만 그녀를 힐끗거리고 있었다.당연히 눈치 없는 사람들이 접근하기도 했다.아이스크림을 사러 줄을 서고 있을 때 온지유는 누군가와 부딪치게 되었고 바로 표정이 일그러졌다.여이현은 바로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누가 내 엉덩이를 만졌어.”온지유는 고개를 돌리며 인파 속에서 의심이 갈 만한 사람을 찾아보았으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엉덩이를 만진 건 확실했다.여이현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얼른 그녀를 데리고 가까운 옷가게로 들어가 명령 어조로 말했다.“당장 갈아입어. 안 그러면 지금 당장 집으로 갈 거야.”“왜 화를 내.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알아. 네 잘못이 아닌 거. 하지만 난 짜증이 난다고. 그런 썩을 놈들이 네 엉덩이를 만졌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다 불쾌하고 화가 나.”여이현의 기분을 누가 알겠는가. 자신의 여자가 어떤 남자에게 성희롱을 당했는데 상대가 누군지도 몰라 복수할 수도 없는 이 기분을.온지유는 억울했다. 그래서 아주 보수적인 옷을 골라 피팅룸으로 들어갔다.옷을 갈아입고도 나오지 않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1화

    말을 하던 여이현은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더니 파란 장미를 꺼내 온지유에게 건넸다.“온지유 씨, 좋아해요. 사랑하고 있어요. 평생 당신만을 바라보며 살게요.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오직 당신만 사랑할 거예요. 그러니 내 마음을 받아줘요. 내가 평생 당신을 걱정하고 아끼며 사랑할 수 있게.”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에 그녀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온지유는 이미 눈물바다가 되었다. 파란 장미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지나서야 그녀는 대답했다.“그럴게요.”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여이현은 그녀를 안고 빙빙 돌았다.지금 이 순간 온 세상에 둘만 남은 듯한 기분이었고 서로의 심장 소리가 확성기에 틀어놓은 것처럼 크게 들렸다.“내 고백을 받아줬으니까 다음 순서로 그 장미를 뜯어 봐.”여이현의 목소리가 다시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놀란 얼굴로 그를 힐끗 보다가 조심스럽게 장미를 뜯었다.안에는 반지가 있었다.온지유는 깜짝 놀랐다.“이현 씨, 정말!”“마음에 들어?”여이현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 밸런타인데이에 얼마나 정성을 쏟아부었는지 모른다.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그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며 준비했다.다행히 온지유는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온지유가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는가. 여자라면 대부분 그의 이벤트를 좋아할 것이다.그녀는 발꿈치를 들더니 여이현에게 입을 맞추었다. 짧은 입맞춤 후 입을 떼려던 순간 여이현은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더니 이내 질척인 키스를 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온 세상에 둘만 있는 기분이었다.온지유는 숨이 막혔다. 여이현은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뭐야. 하지 마. 나 배고파. 얼른 음식을 준비해달라고 해줘.”온지유는 배고프다는 핑계를 대며 야릇해진 분위기를 피해 보려고 했다.여이현이 준비한 저녁은 전부 밸런타인데이와 연관이 있는 음식이었다.데코레이션이든 음식의 의미이든 전부 마음에 들었다.이런 이벤트를 싫어할 여자는 없을 것이다. 다만 온지유는 하루 종일 자신을 방치해둔 것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70화

    어둠이 내려앉자 경성은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오늘은 밸런타인데이였던지라 곳곳의 가게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밸런타인데이를 삼켜버릴 것처럼 말이다.온지유는 여희영이 알려준 호텔로 왔으나 바로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커다란 창가로 여희영이 알려준 파란 장미를 든 남자를 찾아보고 있었다.테이블마다 한 쌍씩 앉아 있었지만 여희영이 말한 남자는 없었다.전화를 들어 여희영에게 상대가 기다리다가 지쳐 먼저 돌아간 것은 아닌지 물어보려고 한순간 익숙한 형체를 발견하게 되었다.여이현이 코너를 돌며 2층의 룸으로 올라갔다.밸런타인데이에 귀가하지 않고 이곳에 와서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일까.온지유의 머릿속에 순간 여러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대부분은 여이현이 바람을 피웠다는 가능성이었다.그녀는 씩씩대며 호텔 안으로 들어간 뒤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어서 오세요, 몇 분이실까요?”직원이 그녀를 붙잡았다.온지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 안에 몇 분이 예약되었는지 알려주시면 이 돈을 전부 드리죠.”그녀는 통 크게 돈뭉치를 꺼내 직원에게 주었다. 직원은 눈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두 개 펼쳐 보였다.밸런타인데이에 호텔에 혼자 오는 사람은 없었다.그녀는 바로 발을 들어 문을 차버리곤 코웃음을 쳤다.“이현 씨, 즐거운가 봐. 나한테 들켰다고...”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룸 안에 여이현 혼자 있었기 때문이다.온지유는 바로 고개를 돌려 직원에게 따져 물었다.“안에 둘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대표님께선 두 명으로 예약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직 아내 분이 도착하지 않으셨다고...”“이제 가도 됩니다. 여긴 제가 설명하죠.”여이현은 직원에게 물러나라고 하곤 문을 닫으려 했으나 그제야 문이 뜯겨 나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이내 빙긋 웃었다.“룸을 바꿔야 할 것 같네.”직원은 눈치껏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온지유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바람 피우는 현장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직원은 그녀에게 여이현의 아내가 아직 도착하지 않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69화

    “얼른 여이현한테 전화해서 여진을 나한테 넘기라고 말해. 그리고 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도 전부 나한테 주라고 해. 안 그러면 지금 이곳이 곧 너의 무덤이 될 테니까.”여재호는 뒤를 돌아보라는 턱짓을 했다.온지유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이현 씨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니까 헛된 망상은 그만하시죠.”“여이현이 그러지 않겠다고 하면 널 죽여버리면 돼. 그리고 네 아들을 여기로 잡아 오는 거지. 여이현이 그럼에도 넘기지 않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네 아들도 죽이는 거지 뭐.”여재호는 칼을 꺼낸 후 온지유의 앞으로 갔다. 그녀의 턱을 꽉 잡으며 뺨을 때렸다.“가능한 어떻게든 여이현을 설득해야 할 거야. 안 그러면...”서늘한 칼날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온지유는 눈을 가늘게 떴다.여재호는 돈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그가 계속 이 세상에 남는다면 세상은 앞으로 불안만 가득해질 것이다.무언가 떠오른 온지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제가 이현 씨를 설득해볼게요. 그런데 저한테 핸드폰이라도 줘야 설득해보는 거 아닌가요? 핸드폰도 없이 제가 어떻게 말을 해보죠?”여재호는 머릿수가 많다는 이유로 방심하면서 온지유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어차피 산 아래에도 그의 사람들이 깔려 있었으니까.바로 옆 사람에게 지시를 내려 온지유에게 핸드폰을 주었다.자유를 되찾은 온지유는 뻐근한 손목을 돌리며 여이현에게 전화를 거는 척했다.“이현 씨, 나 지금 사방이 무덤인 산에 있어. 얼른 와줘...”“씨X, 지금 날 속여?”여재호는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확 빼앗았다. 온지유는 그를 꽉 끌어안더니 벼랑 끝으로 뛰어내렸다.“야!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여재호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차정혁이 얼른 사람들과 함께 벼랑 끝으로 달려와 내려다보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온지유는 죽지 않았다. 이미 전에 더 험한 일을 당했었던지라 여재호를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여재호가 그 말을 하자마자 그녀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