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해요. 제가 바로 옆 병실에 있거든요. 그분 온몸에 상처가 있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처참해 보이더라고요. 전부 노승아의 몇 마디에 그렇게 된 거죠!][그러니까 불공평하다는 거죠. 공인이면서 몇 마디 말에, 그 눈빛 하나에 진실을 바꿔버리잖아요. 오늘은 입원했다고 쳐도, 그러다 내일 목숨이라도 잃게 되면 어떻게 해요? 연예계도 이젠 관리가 필요해요. 물 싹 갈아버리는 거죠. 노승아처럼 사악한 악녀는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고요!][노승아 꺼져! 연예계에서 꺼져!][채미소 너도 앞으로 기사 쓰지 마라. 네 기사 하나에 억울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니까!]채미소의 안색이 파리해졌다.그녀는 이 일로 자신의 이미지에 이렇게 큰 타격을 줄 줄은 몰랐다.순간 머릿속에 온지유가 자신에게 했던 설교가 떠올랐다. 언젠가 나무에서 떨어질 날이 올 거라고 말이다.채미소는 빠르게 말했다.“온지유가 퍼뜨린 게 아닐까요?!”노승아는 핸드폰을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무섭게 달린 악플은 그녀의 앞날을 가로막았고 더는 연예계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할 것 같았다.너무도 무서웠다.띠링, 띠링, 띠링...핸드폰이 울렸다.노승아는 얼른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낯선 번호에 받아야 할지 망설였다.하지만 그녀가 든 핸드폰은 개인용이었다.네티즌들이 알아낼 리가 없는 번호였다.그래서 전화를 받았지만, 욕설을 듣게 되었다.“야, 이 쓰레기 같은 X아. 연기 잘한다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줄 아는 거야? 이렇게 일반인을 괴롭혀 돼? 정말 어디 가서 확 죽어버리지 그러냐. 괜히 내 눈앞에 띄지 말고. 내 눈앞에 띄며 바로 네 가증스러운 그 얼굴을 뜯어 버릴 테니까!”난생처음 들어보는 거친 욕설에 노승아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급하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뒤 던져버렸다.그러나 바로 핸드폰이 울렸다.노승아는 머리를 두 팔로 감쌌다. 꼭 핸드폰이 자신을 해치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두려움에 가득 찬 시선으로 김예진을 보았다.“얼른
노승아는 자신의 진료 기록을 인명진이 넘겼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지금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채미소는 흥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말을 이었다.“노승아 씨, 저흰 지금 한배를 탄 거예요. 어떻게든 반전을 만들어야 저희한테 피해가 없게 되죠!”그녀가 이미 노승아에 대한 기사를 다룬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그저 노승아와 손을 잡는 수밖에.또 다른 반전을 보여줘야 네티즌들의 마음도 돌릴 수 있을 것이다.노승아는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다들 나가! 나 혼자 있고 싶으니까!”마음 급해진 채미소가 계속 말했다.“얼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해요. 혼자 생각해서 무슨 쓸모가 있는데요. 이미 까발려진 이상... 아니면 반격하세요. 그 사람들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면서 고소를 하는 거예요. 이러면 시간을 좀 벌 수 있을...”말을 마치기도 전에 노승아가 말했다.“예진아, 얼른 저 여자 빨리 내보내! 난 지금 혼자 있고 싶으니까!”“채미소 씨, 얼른 가요. 우리 언니 혼자 있고 싶다잖아요!”김예진은 바로 채미소를 내보내려 했다.채미소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결국 집 밖으로 내쫓았다.채미소는 분명 자신을 더 신경 쓸 것이다.네티즌들의 신용을 잃을 수 없으니까.노승아가 아니라고 딱 잡아떼면서 고소한다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패소했다고 해도 채미소는 노승아의 거짓말에 깜빡 속아 자신도 그런 기사를 내게 되었다고 입장을 밝히면 그만이었다.그때 가서 사과문도 올리고 후회와 반성하는 글까지 올리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채미소는 노승아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이런 시기에 왜 굳이 혼자 있고 싶다고 하는지 말이다.쫓겨난 채미소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만약 이대로 방송국으로 돌아간다면 직원들의 비웃음은 물론이고 밥그릇 지키기도 어려워질 것이다.그녀 하나 때문에 방송국 이미지마저 깎아 먹었으니 방송국 국장도 그녀를 해고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게 분명했다.노승아는 먼저 그녀를 불렀으면서 그녀를 살려줄 궁리를 하지 않으니
인명진은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다.노승아는 충격에 휩싸였다.“대체 왜 그런 거야? 그렇게 하면 나한테 얼마나 큰 피해로 돌아올지 몰라서 그랬어? 온지유를 처리하라고, 죽여버리라고 했잖아! 그래야 우리 둘 다 무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감히 날 불구덩이로 밀어 넣어? 대체 왜 그런 거냐고!”인명진의 손에 있던 빵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는 몸에 떨어진 빵가루를 털어냈다.“나랑 너 사이엔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잖아. 난 널 도와주었는데 넌 그에 합당한 보수도 주지 않았고. 보수를 받지 않았으니 바도 딱히 약속을 지킬 이유는 없지. 온지유는 날 찾아와서 네 정보를 사겠다고 했어. 돈도 꽤나 두둑하게 챙겨주었는데 내가 굳이 마다할 필요가 있을까?”“인명진!”노승아가 소리를 빼액 질렀다.“난 지금 너랑 농담할 기분 아니야. 너랑 나야말로 한배를 탄 사람들이라고!”인명진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느긋하게 말했다.“나도 알아,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그래서 그 보상으로 네 청력을 회복하게 해주려고.”“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노승아는 그가 너무도 가소로웠다.“난 네가 나랑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날 도와주면 죽을 때까지 평생 도와줄 거로 생각했는데, 바로 날 배신해서 온지유에게 내 진료 기록을 팔아? 너 그런 사람이었어? 너랑 온지유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그러나 인명진이 말했다.“있잖아, 가끔 호기심이 사람을 죽이기도 해. 알고 있어?”그는 이내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네가 지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럼 넌 노승아가 아닌 거지. 하지만 난 너와 달라. 난 내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거든!”노승아는 인명진이 유난히도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는 당연히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다.“아니,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네가 될 거야!”노승아는 경고했다.그럼에도 인명진은 웃으며 말했다.“네가 나보다 오래 살 것 같아?”노승아는
대체 왜 슬픈 걸까?한참 생각해 보아도 온지유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저 얼마나 잔 거예요?”공아영이 답했다.“30분 정도요. 지유 씨, 혹시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책상에 엎드리자마자 잠들어 버렸거든요.”온지유는 아마도 임신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아마 어젯밤 잠을 설쳐서 그런 거일 거예요.”공아영은 그럼에도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온지유가 괜찮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뒤에야 공아영은 마음이 놓였다.다만 기쁜 일은 온지유와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지유 씨, 우리가 쓴 기사 인기 폭발이에요! 조회수가 얼마인지 아세요? 100만을 훌쩍 넘겼어요!”“네티즌들도 노승아를 욕하고 있어요. 심지어 채미소도 놓치지 않고 욕하고 있더라고요. 우리 성공했어요!”공아영은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기쁨을 온지유와 공유하고 싶었다.“채미소가 잔뜩 부아가 치민 모습을 상상만 해도 상쾌하네요. 이번엔 방송국의 이미지까지 깎아 먹었으니 분명 엄중한 처벌을 받을 거예요!”온지유의 목표는 여전히 노승아였다.“이번엔 조금 성과가 있지만, 우리 방송국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었으니 윗분들도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하게 알아내려고 할 거예요. 우리도 조심해야 해요.”공아영이 말했다.“그 문제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우리가 노승아를 까발리는 기사를 썼지 채미소를 까발리는 기사를 쓴 건 아니잖아요. 애초에 채미소가 벌인 일이니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은 없는 거예요. 채미소는 그냥 재수 없게 노승아의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엮이게 된 거고 불똥이 튀어버린 거죠. 게다가 노승아를 까발리는 기사도 저희가 쓴 거니 똑똑하신 윗분들은 절대 저희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지 않을 거예요.”공아영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온지유는 원래부터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채미소는 이번엔 절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기자로서의 신용을 잃었으니 그녀의 커리어에도 아주 큰 영향을 주게 된다.더구나 그녀는 KTBC의 이미지까지 건들지 않았는가.이때
“그래요!”채미소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편집장님이 누구 편을 들어줄지 지켜보자고요!”“왜들 소란이에요!”이때 안정희가 그녀들의 뒤에서 입을 열었다. 그녀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이곳에 다른 같은 부서 직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싸우는 그녀들의 모습에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채미소는 그녀를 발견하곤 바로 말했다.“편집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얼른 옳고 그름을 밝혀주세요. 이 두 사람이 제 일을 망친 것도 모자라 제 이미지까지 망쳐버렸어요. 전 원래 오늘 무사히 노승아 씨 단독 인터뷰를 따낼 수 있었어요. 노승아 씨의 단독 인터뷰는 저희 방송국에서 단독으로 보도하면 저희에게 엄청난 이익이 주어질 수 있었는데 이 두 사람이...”“그만 해요!”안정희는 더는 그녀의 빅 픽쳐를 듣고 싶지 않았고 싸늘한 시선으로 채미소를 보았다.말을 끊는 안정희를 채미소는 빤히 보았다. 너무도 불안하고 초조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말을 이었다.“편집장님, 제가 말한 건 전부 사실이에요.”“미소 씨가 지금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안정희가 따져 물었다.“노승아 쪽은 지금 평판이 바닥났다고요. 노승아가 벌인 짓이 전부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는데 아직도 내 앞에서 그런 말이 나와요? 허위 사실을 기사로 쓴 건 미소 씨잖아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방송국의 평판에도 영향을 주는 짓을 하다니, 그 대가가 얼마나 클지 생각은 해봤어요?”채미소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얼른 변명했다.“아녜요. 이 두 사람만 아니었으면 애초에 그런 일은...”“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거예요?!”안정희가 차갑게 말했다.“미소 씨 때문에 나까지 국장님께 호출되어 혼났잖아요. 내가 우리 팀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아 미소 씨 같은 사람을 키웠다고요! 온지유 씨와 아영 씨가 다행히 KTBC 이름으로 노승아의 악행을 밝히지 않았다면 우리 방송국은 분명 방송계에서 퇴출당할 거라고요. 이제야 미소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겠어요? 미소
채미소는 결국 두 다리마저 보안팀에게 들려 나갔고 목소리도 점점 사라졌다.안정희는 시선을 돌려 온지유와 공아영을 보았다.“이번 일은 두 사람 덕분에 방송국 평판을 지킬 수 있었어요.”공아영은 처음 받는 칭찬에 다소 어쩔 줄 몰라 했다.“편집장님, 저희는 있는 그대로 사실을 밝혔을 뿐이에요. 방송국의 평판에 나쁜 영향 주지 않았다고 하시니 다행이네요.”안정희는 두 사람을 더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보지 않았다.“기억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실만 밝히는 거예요. 진상을 밝히는 거죠. 그러니 두 사람은 오늘 옳은 일은 한 거예요!”두 사람은 안정희의 인정을 받았다.안정희는 시선을 돌려 온지유를 보았다.“보아냈어요. 온지유 씨가 이 일에 얼마나 진심이었고 열심이었는지.”사실 온지유는 사심으로 이 일을 밝혀낸 것이다.“전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글도 꽤 잘 쓰셨더군요.”안정의는 계속 온지유를 칭찬했다.“앞으로도 열심히 하면 분명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거예요.”“네, 감사합니다. 편집장님.”온지유는 예의 있게 대답했다.안정희가 떠나자 부서의 분위기도 풀어졌다.속으로만 저주하던 악녀 채미소가 드디어 퇴치당했기 때문이다.그들은 서로 기쁨을 나누며 온지유와 공아영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더는 채미소의 갈굼을 당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한편, 여이현에게 드디어 여유 시간이 주어졌지만 노승아가 청력을 잃었다는 사실이 전부 자작극이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누가 기사를 쓴 것인지 모르겠지만 KTBC에서 올린 것을 보아 분명 온지유와 연관이 있을 것이었다.노승아의 일에서 관심을 끄라고 그가 분명 경고했지만 온지유는 여전히 듣지 않았다.여이현은 겉옷을 들고 외출할 준비를 했다....오늘 그들은 전부 야근했다.저녁 7시가 되어서야 그들은 퇴근했다.공아영은 이번 일로 마음이 놓였다. 더는 컴퓨터 모니터만 빤히 보며 끝없는 타자를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취재하러 갈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온지유는 생각만 해도 비웃음이 흘러나왔다.“이현 씨 기획사 임원진들도 지금 미친 듯이 바쁘게 일하고 있겠네요. 그런데 그 기획사 사장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절 찾아올 시간도 있다니.”여이현의 그윽한 눈동자에는 오로지 온지유만 담고 있었기에 그녀의 비웃음도 전부 눈에 넣고 있었다.“그까짓 기획사를 내가 신경이나 쓸 것 같아?”온지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이현의 눈빛엔 여전히 그녀를 향한 걱정만 가득 담겨 있었다.꼭 그가 설립한 기획사는 그녀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노승아를 위해 기획사를 세웠다고 하지 않았나?'‘혹시 내가 노승아보다 더 소중한 사람인 건가?'그 순간 온지유는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노승아와 여이현의 끈끈한 사이가 더 설득력이 있었다.“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알고 싶지도 않으니까 말하지 말아요.”온지유는 도피를 선택했다. 뒤에 멈춰 선 택시를 보며 말했다.“난 이만 집으로 가야겠으니까 좀 비켜줘요.”온지유는 그를 지나쳐 택시에 타려고 했다.그러나 여이현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빠르게 걷고 있었던 온지유는 그가 팔을 확 잡으며 당기자 허리를 삐끗하게 되었다.‘씁!'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배에 올렸다. 배가 살짝 당기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여이현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손에 힘을 풀면서 그녀의 복부로 시선을 돌렸다.“배 아파?”온지유는 한참 지나서야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임산부는 뭐든 조심해야 했다.이렇게 확확 잡으며 끌어당겨서는 안 된다.이때 그녀의 배로 큼직한 손이 올려졌다.온지유는 고개를 떨구며 그 손을 보았다. 부드럽게 그녀의 배를 문지르자 따듯한 온기가 퍼졌다.다소 현실적이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여이현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그녀의 배에 집중하면서 살살 문질렀다.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이런 여이현의 모습은 조금 낯설었다. 다정히 그녀의 배를 문지르며 통증을 완화해주고 있었다.“아직
여이현은 그녀가 버둥거려도 끄떡하지 않았다.“네가 내 말을 듣지 않으니까 나도 이러는 수밖에 없어.”온지유는 다소 화가 났다.“강도예요? 왜 사람을 자꾸 힘들게 만드는데요!”“감정적으로 일을 해결하는 너보단 나아.”“내가 언제 감정적으로 일을 해결했는데요?”그녀는 바로 반박했다.여이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잊었어? 지난번 무리한 탓에 하마터면 유산할 뻔한 거? 오늘도 노승아의 일로 바쁘게 돌아다녔잖아.”그의 말에 온지유은 눈을 내리깔았고 냉정함을 되찾았다.“그게 내가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여이현은 그녀를 자신의 차가 있는 쪽까지 데리고 온 후에야 내려주면서 그윽한 눈길로 말했다.“택시에서 배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방금도 배가 아팠었잖아. 그런데 혼자 알아서 가겠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마음 놓고 그러라고 하겠어.”그녀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온지유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여이현이 자신을 걱정하며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순간의 감정일까 봐 두려웠다.예전에 그가 그녀에게 했던 일을 그녀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고 한번 생긴 상처는 지워질 리가 없었다.여하튼 여이현은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방금 절 확 끌어당겨서 아픈 것뿐이에요. 제 몸엔 아무 이상도 없어요. 한번 그런 일이 있었으니 두 번째는 없을 거예요. 저도 푹 쉬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여이현은 그럼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고 점점 단호해졌다.“그래도 이미 차 옆까지 왔으니까 나한테 또 안기고 싶은 거 아니라면 그냥 얌전히 타.”온지유는 여이현의 눈을 빤히 보았다. 그는 눈빛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뭐든 할 수 있다고.더는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얌전히 차에 올라탔다.운전석에 있던 배진호는 두 사람의 말다툼을 전부 보고 있었다. 비록 두 사람의 사이가 안 좋다고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더 가까워진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