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81화

Author: 류한나
인명진은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다.

노승아는 충격에 휩싸였다.

“대체 왜 그런 거야? 그렇게 하면 나한테 얼마나 큰 피해로 돌아올지 몰라서 그랬어? 온지유를 처리하라고, 죽여버리라고 했잖아! 그래야 우리 둘 다 무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감히 날 불구덩이로 밀어 넣어? 대체 왜 그런 거냐고!”

인명진의 손에 있던 빵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는 몸에 떨어진 빵가루를 털어냈다.

“나랑 너 사이엔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잖아. 난 널 도와주었는데 넌 그에 합당한 보수도 주지 않았고. 보수를 받지 않았으니 바도 딱히 약속을 지킬 이유는 없지. 온지유는 날 찾아와서 네 정보를 사겠다고 했어. 돈도 꽤나 두둑하게 챙겨주었는데 내가 굳이 마다할 필요가 있을까?”

“인명진!”

노승아가 소리를 빼액 질렀다.

“난 지금 너랑 농담할 기분 아니야. 너랑 나야말로 한배를 탄 사람들이라고!”

인명진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느긋하게 말했다.

“나도 알아,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그래서 그 보상으로 네 청력을 회복하게 해주려고.”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노승아는 그가 너무도 가소로웠다.

“난 네가 나랑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날 도와주면 죽을 때까지 평생 도와줄 거로 생각했는데, 바로 날 배신해서 온지유에게 내 진료 기록을 팔아? 너 그런 사람이었어? 너랑 온지유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그러나 인명진이 말했다.

“있잖아, 가끔 호기심이 사람을 죽이기도 해. 알고 있어?”

그는 이내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네가 지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럼 넌 노승아가 아닌 거지. 하지만 난 너와 달라. 난 내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거든!”

노승아는 인명진이 유난히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는 당연히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다.

“아니,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네가 될 거야!”

노승아는 경고했다.

그럼에도 인명진은 웃으며 말했다.

“네가 나보다 오래 살 것 같아?”

노승아는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82화

    대체 왜 슬픈 걸까?한참 생각해 보아도 온지유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저 얼마나 잔 거예요?”공아영이 답했다.“30분 정도요. 지유 씨, 혹시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책상에 엎드리자마자 잠들어 버렸거든요.”온지유는 아마도 임신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아마 어젯밤 잠을 설쳐서 그런 거일 거예요.”공아영은 그럼에도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온지유가 괜찮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뒤에야 공아영은 마음이 놓였다.다만 기쁜 일은 온지유와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지유 씨, 우리가 쓴 기사 인기 폭발이에요! 조회수가 얼마인지 아세요? 100만을 훌쩍 넘겼어요!”“네티즌들도 노승아를 욕하고 있어요. 심지어 채미소도 놓치지 않고 욕하고 있더라고요. 우리 성공했어요!”공아영은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기쁨을 온지유와 공유하고 싶었다.“채미소가 잔뜩 부아가 치민 모습을 상상만 해도 상쾌하네요. 이번엔 방송국의 이미지까지 깎아 먹었으니 분명 엄중한 처벌을 받을 거예요!”온지유의 목표는 여전히 노승아였다.“이번엔 조금 성과가 있지만, 우리 방송국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었으니 윗분들도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하게 알아내려고 할 거예요. 우리도 조심해야 해요.”공아영이 말했다.“그 문제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우리가 노승아를 까발리는 기사를 썼지 채미소를 까발리는 기사를 쓴 건 아니잖아요. 애초에 채미소가 벌인 일이니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은 없는 거예요. 채미소는 그냥 재수 없게 노승아의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엮이게 된 거고 불똥이 튀어버린 거죠. 게다가 노승아를 까발리는 기사도 저희가 쓴 거니 똑똑하신 윗분들은 절대 저희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지 않을 거예요.”공아영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온지유는 원래부터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채미소는 이번엔 절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기자로서의 신용을 잃었으니 그녀의 커리어에도 아주 큰 영향을 주게 된다.더구나 그녀는 KTBC의 이미지까지 건들지 않았는가.이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83화

    “그래요!”채미소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편집장님이 누구 편을 들어줄지 지켜보자고요!”“왜들 소란이에요!”이때 안정희가 그녀들의 뒤에서 입을 열었다. 그녀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이곳에 다른 같은 부서 직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싸우는 그녀들의 모습에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채미소는 그녀를 발견하곤 바로 말했다.“편집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얼른 옳고 그름을 밝혀주세요. 이 두 사람이 제 일을 망친 것도 모자라 제 이미지까지 망쳐버렸어요. 전 원래 오늘 무사히 노승아 씨 단독 인터뷰를 따낼 수 있었어요. 노승아 씨의 단독 인터뷰는 저희 방송국에서 단독으로 보도하면 저희에게 엄청난 이익이 주어질 수 있었는데 이 두 사람이...”“그만 해요!”안정희는 더는 그녀의 빅 픽쳐를 듣고 싶지 않았고 싸늘한 시선으로 채미소를 보았다.말을 끊는 안정희를 채미소는 빤히 보았다. 너무도 불안하고 초조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말을 이었다.“편집장님, 제가 말한 건 전부 사실이에요.”“미소 씨가 지금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안정희가 따져 물었다.“노승아 쪽은 지금 평판이 바닥났다고요. 노승아가 벌인 짓이 전부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는데 아직도 내 앞에서 그런 말이 나와요? 허위 사실을 기사로 쓴 건 미소 씨잖아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방송국의 평판에도 영향을 주는 짓을 하다니, 그 대가가 얼마나 클지 생각은 해봤어요?”채미소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얼른 변명했다.“아녜요. 이 두 사람만 아니었으면 애초에 그런 일은...”“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거예요?!”안정희가 차갑게 말했다.“미소 씨 때문에 나까지 국장님께 호출되어 혼났잖아요. 내가 우리 팀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아 미소 씨 같은 사람을 키웠다고요! 온지유 씨와 아영 씨가 다행히 KTBC 이름으로 노승아의 악행을 밝히지 않았다면 우리 방송국은 분명 방송계에서 퇴출당할 거라고요. 이제야 미소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겠어요? 미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84화

    채미소는 결국 두 다리마저 보안팀에게 들려 나갔고 목소리도 점점 사라졌다.안정희는 시선을 돌려 온지유와 공아영을 보았다.“이번 일은 두 사람 덕분에 방송국 평판을 지킬 수 있었어요.”공아영은 처음 받는 칭찬에 다소 어쩔 줄 몰라 했다.“편집장님, 저희는 있는 그대로 사실을 밝혔을 뿐이에요. 방송국의 평판에 나쁜 영향 주지 않았다고 하시니 다행이네요.”안정희는 두 사람을 더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보지 않았다.“기억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실만 밝히는 거예요. 진상을 밝히는 거죠. 그러니 두 사람은 오늘 옳은 일은 한 거예요!”두 사람은 안정희의 인정을 받았다.안정희는 시선을 돌려 온지유를 보았다.“보아냈어요. 온지유 씨가 이 일에 얼마나 진심이었고 열심이었는지.”사실 온지유는 사심으로 이 일을 밝혀낸 것이다.“전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글도 꽤 잘 쓰셨더군요.”안정의는 계속 온지유를 칭찬했다.“앞으로도 열심히 하면 분명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거예요.”“네, 감사합니다. 편집장님.”온지유는 예의 있게 대답했다.안정희가 떠나자 부서의 분위기도 풀어졌다.속으로만 저주하던 악녀 채미소가 드디어 퇴치당했기 때문이다.그들은 서로 기쁨을 나누며 온지유와 공아영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더는 채미소의 갈굼을 당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한편, 여이현에게 드디어 여유 시간이 주어졌지만 노승아가 청력을 잃었다는 사실이 전부 자작극이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누가 기사를 쓴 것인지 모르겠지만 KTBC에서 올린 것을 보아 분명 온지유와 연관이 있을 것이었다.노승아의 일에서 관심을 끄라고 그가 분명 경고했지만 온지유는 여전히 듣지 않았다.여이현은 겉옷을 들고 외출할 준비를 했다....오늘 그들은 전부 야근했다.저녁 7시가 되어서야 그들은 퇴근했다.공아영은 이번 일로 마음이 놓였다. 더는 컴퓨터 모니터만 빤히 보며 끝없는 타자를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취재하러 갈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85화

    온지유는 생각만 해도 비웃음이 흘러나왔다.“이현 씨 기획사 임원진들도 지금 미친 듯이 바쁘게 일하고 있겠네요. 그런데 그 기획사 사장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절 찾아올 시간도 있다니.”여이현의 그윽한 눈동자에는 오로지 온지유만 담고 있었기에 그녀의 비웃음도 전부 눈에 넣고 있었다.“그까짓 기획사를 내가 신경이나 쓸 것 같아?”온지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이현의 눈빛엔 여전히 그녀를 향한 걱정만 가득 담겨 있었다.꼭 그가 설립한 기획사는 그녀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노승아를 위해 기획사를 세웠다고 하지 않았나?'‘혹시 내가 노승아보다 더 소중한 사람인 건가?'그 순간 온지유는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노승아와 여이현의 끈끈한 사이가 더 설득력이 있었다.“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알고 싶지도 않으니까 말하지 말아요.”온지유는 도피를 선택했다. 뒤에 멈춰 선 택시를 보며 말했다.“난 이만 집으로 가야겠으니까 좀 비켜줘요.”온지유는 그를 지나쳐 택시에 타려고 했다.그러나 여이현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빠르게 걷고 있었던 온지유는 그가 팔을 확 잡으며 당기자 허리를 삐끗하게 되었다.‘씁!'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배에 올렸다. 배가 살짝 당기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여이현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손에 힘을 풀면서 그녀의 복부로 시선을 돌렸다.“배 아파?”온지유는 한참 지나서야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임산부는 뭐든 조심해야 했다.이렇게 확확 잡으며 끌어당겨서는 안 된다.이때 그녀의 배로 큼직한 손이 올려졌다.온지유는 고개를 떨구며 그 손을 보았다. 부드럽게 그녀의 배를 문지르자 따듯한 온기가 퍼졌다.다소 현실적이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여이현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그녀의 배에 집중하면서 살살 문질렀다.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이런 여이현의 모습은 조금 낯설었다. 다정히 그녀의 배를 문지르며 통증을 완화해주고 있었다.“아직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86화

    여이현은 그녀가 버둥거려도 끄떡하지 않았다.“네가 내 말을 듣지 않으니까 나도 이러는 수밖에 없어.”온지유는 다소 화가 났다.“강도예요? 왜 사람을 자꾸 힘들게 만드는데요!”“감정적으로 일을 해결하는 너보단 나아.”“내가 언제 감정적으로 일을 해결했는데요?”그녀는 바로 반박했다.여이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잊었어? 지난번 무리한 탓에 하마터면 유산할 뻔한 거? 오늘도 노승아의 일로 바쁘게 돌아다녔잖아.”그의 말에 온지유은 눈을 내리깔았고 냉정함을 되찾았다.“그게 내가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여이현은 그녀를 자신의 차가 있는 쪽까지 데리고 온 후에야 내려주면서 그윽한 눈길로 말했다.“택시에서 배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방금도 배가 아팠었잖아. 그런데 혼자 알아서 가겠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마음 놓고 그러라고 하겠어.”그녀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온지유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여이현이 자신을 걱정하며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순간의 감정일까 봐 두려웠다.예전에 그가 그녀에게 했던 일을 그녀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고 한번 생긴 상처는 지워질 리가 없었다.여하튼 여이현은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방금 절 확 끌어당겨서 아픈 것뿐이에요. 제 몸엔 아무 이상도 없어요. 한번 그런 일이 있었으니 두 번째는 없을 거예요. 저도 푹 쉬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여이현은 그럼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고 점점 단호해졌다.“그래도 이미 차 옆까지 왔으니까 나한테 또 안기고 싶은 거 아니라면 그냥 얌전히 타.”온지유는 여이현의 눈을 빤히 보았다. 그는 눈빛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뭐든 할 수 있다고.더는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얌전히 차에 올라탔다.운전석에 있던 배진호는 두 사람의 말다툼을 전부 보고 있었다. 비록 두 사람의 사이가 안 좋다고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더 가까워진 것 같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87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온지유가 물었다.“나랑 이혼하기 위해 배 속의 아이가 나민우 아이라는 거짓말을 했잖아.”온지유가 여이현에게 거짓말을 한 횟수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정말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녀는 절대 거짓말하지 않았다.나민우의 아이라는 말도 애초에 그녀가 한 말이 아니었다.그녀는 인정한 적도 없었다.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민우 아이가 아니면, 이현 씨 아이겠어요?”“석이가 대체 누구지?”여이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온지유, 그 사람이 정말로 존재하기는 해? 아니면 일부러 내 화를 돋우기 위해 지어낸 거야?”그는 오랫동안 그녀가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았다.그녀가 어릴 때부터 만났던 사람부터 지금까지 전부 알아보았지만, 석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어쩌면 어릴 때 애칭으로 불렀던 이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알아낸 것이 없었다.그의 말을 들은 온지유는 순간 긴장해졌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을 마주 잡았다.그녀는 이 비밀을 영원히 마음속 깊은 곳에 숨기고 살아야 하나 생각했다.만약 정말로 그녀에게 신경을 썼다면 그는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설령 말을 해준다고 해도 딱히 상관없었다.어차피 기억 못 하는 것 같으니 그러면 영원히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온지유가 말했다.“네, 진짜 존재하는 사람이에요. 전 이현 씨를 속인 적 없어요.”그녀는 여이현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거리가 조금 전보다 가깝지는 않았지만, 말이 조금 많아졌다.“석이는 날 구해준 적 있었어요. 그때 날 지키기 위해 대신 총에 맞았죠. 그 순간부터 석이는 나에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 같은 존재가 되었어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여이현은 진지하게 들으며 그녀에게서 ‘석이'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려고 했다.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면서 결국 이를 빠득 갈고 말았다.“그만 말해!”그녀와 다른 남자 사이에 이야기를 들으니 그 남자를 어떻게 죽여야 할까, 영원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88화

    온지유는 장담했다. 그녀는 어느 여름 방학이던지 사라졌었던 적이 없었다.여이현은 다소 의아했다.사라졌었던 여름 방학을 그녀가 잊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온지유는 그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거의 도착했네요. 그냥 여기서 세워주세요.”배진호는 부드럽게 차를 세웠다.온지유는 차에서 내렸다.“갈게요. 이현 씨도 일찍 돌아가요.”여이현이 그녀를 데려다준 것이니 그래도 예의상의 말을 해야 했다.여이현은 여전히 머리가 아팠다. 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겼던 것일까.온지유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긴 모습에 먼저 걸음을 옮겨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온지유의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머릿속에 온통 방금 온지유가 했던 말뿐이었기 때문이다.“온지유 뒷조사, 제대로 한 거 맞아요?”여이현이 물었다.이 일은 배진호에게 맡겼다. 석이를 찾기 위해 배진호도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알아보았다.“네, 빠진 것 하나도 없이 전부 알아보았습니다. 어쩌면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서 사모님께서 잊으신 게 아닐까요?”“16살 때의 일을 배 비서는 기억 못 할 것 같아요?”여이현이 물었다.“전 기억합니다만...”배진호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럼 왜 온지유는 못 기억하는 거죠?”여이현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눈빛도 어둡게 가라앉았다.“지유의 사라진 기억 속에 석이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어요. 대체 지유가 그때의 일을 기억 못 하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잘못 알아본 걸까요.”두 가지 가능성 모두 있었다.배진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사모님과 나민우 씨가 오랜 동창이라고 했으니 나민우 씨라면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배진호가 말했다.“전 나민우 씨가 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모님께서 전에 말했다시피 나민우 씨와 다시 만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저 동창으로만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았습니다.”여이현도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기만 하면 화가 났던 이유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89화

    여이현을 언급하자 온지유는 아주 큰 의혹이 생겼다.핸드폰 화면을 보던 그녀는 한참 고민에 빠졌다.그래도 궁금증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녀가 물었다.[엄마, 혹시 고등학생 때 여름 방학에 제가 집에 없었던 적이 있어요?]여이현이 그녀에게 이런 의혹을 심어주었으니 그녀도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정미리는 한참 지나도 답장하지 않았다.온지유는 정미리의 답장만 기다렸다.조금 전까지 계속 대화를 주고받던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지니 그녀는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10분이 지난 후.정미리는 드디어 문자를 보냈다.[누가 그런 말을 한 거야?]온지유는 불 확신한 어투로 말했다.[아녜요.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그런 일 없었어.]정미리가 말했다.[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집에 있었어. 널 교육하면서 키운 사람도 나인데 어떻게 집에 없을 수 있겠니? 그러니까 괜히 이상한 사람한테서 이상한 소리 듣고 믿지 마!]온지유도 그렇게 생각했다.그녀의 친척도 전부 같은 지역에서 살았다.설령 친척 집에서 지냈다고 해도 한 달 넘게 사라졌을 수는 없었다.더구나 그녀의 집안은 유서가 깊은 집안은 아니었지만, 가정교육은 엄했다.온지유도 더는 이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얼른 씻고 누웠다....한편 여이현은 서승만 교장의 집으로 찾아왔다.서승만은 이미 쉬고 있었던 상태였지만 여이현이 왔다는 소식에 겉옷을 챙겨입고 문을 열어주었다.여이현을 본 서승만은 열정적으로 반겼다.“여 대표님께서 이 밤에 어쩐 일로 오셨어요? 오신다고 미리 말씀하셨으면 저도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을 텐데.”그는 얼른 여이현을 집안으로 들이며 도우미에게 차를 내오라고 했다.“죄송합니다. 이렇게 늦은 밤에 찾아와서 실례했네요.”여이현은 안으로 들어가며 예의 있게 말했다.“실례라니요, 괜찮습니다.”서승만이 말했다.“저녁은 드셨어요? 아니면 야식이라도 드실래요? 우리 집엔 뭐든 다 있답니다.”“괜찮습니다.”여이현이 말을 이었다.“사실은 궁금한 것이 있

Latest chapter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93화

    여학생이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은 달리기를 하던 중 과다 출혈이 일어난 것이었다.그녀는 생리 기간이라 선생님에게 달리기를 면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선생님이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무리하게 달리기를 하다가 출혈이 심해진 데다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그런데 학교 쪽에서는 자신들이 잘못한 건 일부일 뿐이고, 학생과 학부모 쪽 책임도 크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다른 여학생들은 달려도 멀쩡한데, 왜 그 여학생만 그랬냐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양시은은 사건 자료를 살펴보면서 분노를 참기 어려웠다.“이런 파렴치한 학교가 다 있네!”나도현이 달래듯 말을 건넸다.“진정해.”양시은은 억지로 심호흡을 했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다는 걸 알기에 더 마음이 무거웠다.400만 원으로 한 생명의 가치가 판단되는 것이 황당하기는 해도 실존한다. 현실에서는 정말 흔히 일어나고 있지만 법에 명시된 조항이 없어서 답답할 따름이다.“게다가 그 여자애 학교에서 전학한 뒤로 적응도 못 하고 왕따까지 당했어. 여기저기 호소해 봐도 해결이 안 됐고 집에서도 신경을 안 썼대.”그렇게 말하던 양시은은 고개를 들어 나도현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순수한 의문이 서려 있었다.“이렇게 비슷한 일이 자꾸 생기는데 왜 명확한 규정 하나 안 만들어지는 걸까?”왕따는 겉보기에는 사소해 보여도 실제로는 사람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문제였다. 심지어 매년 그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나도현은 시선을 살짝 떨구며 깊은 무력감이 깃든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정해. 이런 일에는 얽힌 게 생각보다 많이 있어. 그래도 좋게 생각해 보자. 이번에 네가 변론에서 이기면 많은 사람이 이 사건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잖아. 그럼 좀 나아질 수도 있어.”“응.”양시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다시 자료를 꼼꼼히 살폈다.그 사이, 나도현도 일하기 시작했지만 둘은 같은 공간에 머무르며 묘한 평온을 공유했다. 창문 너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92화

    “이 법률 자료들은 누구 겁니까?”양시은이 대답했다.“제 거예요. 요즘 어떤 대회에 참가 중이라서요.”간단히 상황을 설명하자, 경찰은 자료를 돌려주며 회사 내에 이런 자료가 있으면 안 된다고 한마디 덧붙이고는 그냥 돌아갔다.그러자 그 남자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아니, 제대로 조사 안 해본 겁니까? 저 사람은 변호사였다고요! 변호사가 어떻게 대표가 될 수 있어요? 그건 불법이잖아요!”남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나도현이 서 있었다. 경찰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나도현 씨의 변호사 자격은 이미 오래전에 말소됐습니다.”남자는 순간 멍해져서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부인했다.“그, 그럴 리가... 그건 말이 안 돼요!”“뭐가 안 된다는 거죠? 나도현 씨가 변호사 자격증을 취소하러 왔을 때, 일부 서류를 저희 쪽에서도 처리해 줬어요.”경찰은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이건 사실관계를 의심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사실 나도현은 워낙 유명한 변호사였기에 변호사 자격을 정리할 때도 꽤 화제가 됐었다. 그래서 경찰들 역시 모를 리가 없었다.남자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휘청거리며 같은 말만 반복했다.“이럴 수가... 이럴 수가...”경찰들은 허탕 치고 가게 된 것이 불만인 듯 돌아가기 전 남자를 한 번 더 나무랐다.“다음부터 뚜렷한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신고하지 마세요.”이 한마디로 그 남자는 체면이 말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양시은은 시퍼렇게 질린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떠한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이제 믿겠어요? 아직도 못 믿겠다면 직접 로펌에 가도 돼요. 거기선 다들 증언해 줄 테니. 만약 믿었다면 이전에 한 약속 이행 좀 부탁드릴게요.”남자는 약속을 어기고 싶었지만, 이미 주변에서 그를 지켜보는 시선이 엄청났다. 만약 그 자리에서 발을 빼려 한다면 사회적 신뢰가 무너질 게 뻔했다.결국 그는 마지못해 공개 해명을 올렸다. 그 덕분에 온라인에서 막 불붙으려던 논란은 재빨리 사그라들었고, 나도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91화

    그렇다고 해서 나도현은 양시은이 자신을 대신해 앞장서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그는 양시은을 뒤로 끌어당기며 말을 시작한 무리에게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좋아요. 그럼 경찰 불러서 조사해 보죠.”양시은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물론 잘못이 없으면 두려울 이유도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들은 애초에 시비를 걸 목적으로 왔을 게 뻔했다. 혹시 뒤에서 상대편이 사주한 걸 수도 있고, 결국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해도 여론몰이를 해서 나도현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았다.‘도현 씨가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려 하다니...’양시은은 감동스러우면서도 안절부절못했다. 그를 말리고 싶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의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손길이 양시은을 제지하는 듯했다.“왜 신고 안 해요? 이제 와서 겁내는 거예요?”나도현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눈썹을 치켜떴다. 여유로우면서도 강압적인 기세가 느껴졌다.시끄럽게 목소리를 높이던 이가 가장 먼저 그 기세에 눌려 뒷걸음질 치고, 곧 스스로를 다독이듯 중얼거렸다.“무, 무서울 건 없지. 어차피 다 허세일 뿐이야. 그렇게 짧은 시간에 증거를 없앨 수 있었겠어...”그러면서 나도현을 노려보았다.“좋아요. 지금 바로 신고하죠. 다만 약속하세요.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뒤에 있는 저 여자는 준결승에서 사퇴해야 해요.”“당신들 같은 사람이 대회에 나오는 건 인정할 수 없어요.”나도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조건을 바꾸죠. 이건 제 일이니 다른 사람은 끌어들이지 마요.”자신이야 어떻게 되든 괜찮지만 양시은이 휘말리는 건 견딜 수 없었다. 그녀가 이 대회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그 말을 들은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겁난다면 그냥 겁난다고 하지 그래요?”“그렇게 하죠.”“시은아, 너...”나도현이 말을 잇기도 전에 양시은이 괜찮다는 눈빛을 건넨 뒤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 조건에 응할게요. 다만 저도 약속을 받아야겠어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90화

    “위에 CCTV도 있어요. 임다혜 씨를 위해 화풀이하려는 거라면 이렇게 말씀드리죠. 나씨 가문 일이라고 하든, 임씨 가문 일이라고 하든, 외부인인 단미주 씨가 낄 자리는 없어요. 이 술 한 잔으로 경고하는 거예요. 제 한계를 시험하려 들지 마요.”나도현의 한계란 곧 양시은이었다. 다른 사람이 그녀를 괴롭히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여러분 다 들으셨죠? 술로 저를 경고하겠다네요. 여러분은 이게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몇 마디 했다고 이 지경을 만드는 게 말이나 돼요? 나도현 씨 같은 사람은 분명히 벌을 받게 돼 있어요! 다들 궁금하지 않나요? 변호사로 잘 나가던 사람이 왜 갑자기 회사를 운영하겠어요. 변호사가 상업에 뛰어들면 안 된다는 건 기본 상식이에요.”단미주는 나도현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지만 이대로 물러나긴 억울했다. 그 억울함은 임다혜를 대신한 것이기도 했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그녀는 한평생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굴욕을 당해 본 적이 없었다. 나도현이 무슨 권리로 함부로 술을 끼얹느냐는 분노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그 말이 떨어지자 장내가 일제히 술렁거렸다.“그러고 보니 나도현 씨 전에는 유명한 변호사였는데 왜 갑자기 진로를 바꿨지? 설마 내막이 있는 거 아냐?”“그야 뻔하죠. 뒷배경 없이 어떻게 변호사 접고 곧장 대표 자리에 오르겠어요?”“변호사라는 직업 특성상 인맥도 많고 나씨 가문의 오랜 기반도 있잖아요. 뭐든 상상 초월인 거죠.”“돈 많고 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원하는 걸 얻기 마련이니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나도현은 양시은을 데리고 세상 구경을 시키려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곳은 어느새 나도현을 몰아세우는 비난의 장소로 바뀌어 버렸다. 사람들 태도가 하나같이 막무가내였다.양시은은 나도현을 끌고 나가려 했으나, 그가 오히려 양시은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나도현은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제 직종 변경은 모두 절차에 따른 겁니다. 변호사 자격증도 이미 말소했고, 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89화

    양시은은 자신과 나도현의 관계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뭐라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두 사람이 오래갈 것 같아요? 둘 사이에는 애초에 신분 격차가 있어요. 나도현 씨가 정말 신경을 안 썼다면 이렇게 자주 연회에 왔겠어요? 결국에는 신경 쓰고 있다는 거겠죠.”말투에서 은근히 도발적인 기색이 풍겼다. 상대는 우아하고 고상해 보였지만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양시은은 낮은 목소리로 비꼬듯 대꾸했다.“도현 씨가 신경 쓴다고 해도, 그건 저희 문제지 그쪽과는 상관없잖아요? 그리고 이런 말, 정말 당당하면 도현 씨 앞에서도 해봐요. 근데 저만 붙잡고 이러는 거 보니까 그럴 용기는 없나 보네요.”양시은은 이 상황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낯선 여자가 모른다고 해도 그녀는 잘 알았다. 나도현이 그녀에게 얼마나 헌신적인지를 말이다.“나도현 씨 앞에서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어요. 그렇게까지 안 한 건 당신이 눈치 있는 사람인 줄 알아서였는데... 보다시피 아니네요.”여자는 이렇게 말하고 돌아섰다.마침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나도현은 곧장 움직였다. 양시은에게 시비를 건 여자가 임다혜의 친구인 단미주라는 걸 바로 알아챘기 때문이다.단미주가 양시은의 앞에 나타난 목적은 뻔했다.그렇게 생각한 나도현은 대화를 나누던 무리에서 벗어나 양시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는 잠시 망설이지도 않고 양시은과 함께 곧장 단미주를 찾아갔다. 단미주는 나도현이 나타난 걸 보자마자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당신 고자질하는 취미도 있었네요.”단미주는 나도현이 자신의 앞에 온 이유가 양시은이 무언가 일러바쳤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직접 찾아올 리 없다고 여긴 것이다.“시은이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제가 직접 본 거거든요. 남 험담하는 게 그렇게 좋으면 재능 살릴 만한 직업이라도 구해줄까요, 단미주 씨?”나도현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서빙 트레이에 있던 술잔을 집어 들어 단미주의 얼굴에 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88화

    나도현이 양시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이현이네랑 만났어. 시은아, 내일 나랑 같이 연회에 가지 않을래?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양시은에게 상류층 행사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진짜 중시하는 건 나도현의 곁에 함께 있는 일뿐이었다.하지만 나도현은 그녀에게 세상을 보여 주고 싶어 했다. 사람들에게 그녀를 소개하고 싶었고, 가능한 모든 인맥과 자원을 총동원해 그녀의 앞길을 활짝 열어 주고자 했다. 양시은은 지금 이 작은 공간에서 조용히 지내는 편이 더 좋은데도 말이다.“난 지금으로 충분해. 연회 같은 거 별로 관심도 없어. 그냥 안 가면 안 될까?”양시은은 차라리 하민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종종 별이도 만나서 둘이 친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훨씬 즐거웠다.“당연히 네 의견이 우선이야. 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큰 자리에 나가야 하는 일이 많아질 텐데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알았어. 먼저 샤워부터 해. 내가 비타민C 챙겨둘게.”이미 나도현이 결정한 듯 보였기에 양시은도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나도현이 푹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나도현은 그녀를 살짝 끌어안고 속삭였다.“난 네가 아이를 하나 더 낳아주면 좋겠지만 출산은 고통스럽지. 그리고 우리가 이현이네랑 같은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일까 봐 좀 꺼려지기도 해. 우선 네가 좀 더 편하게 이 생활을 누리면 좋겠어. 다른 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자.”양시은이 예전에 겪었던 삶은 너무 힘겨웠다. 이제는 일단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혹시 나중에 정말 원하게 되면 무슨 일이든 해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응, 다 네 말대로 할게.”그녀는 나도현을 사랑했고, 당연히 그의 아이를 낳는 일도 기쁘게 여겼다. 예전에 둘이 떨어졌을 때도 아이를 기어코 낳은 건 그를 향한 마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잠들었다. 둘 사이의 거리는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다.다음 날, 나도현은 양시은을 데리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87화

    지석훈과 최주하가 동시에 나도현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결혼까지 다 해놓고 그러냐. 하여간 너도 참 대단하다.”여이현은 나도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이미 애도 있는데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네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주면 되는 거야. 게다가 네 와이프 지유랑 같이 있는 거 보니까 괜찮던데?”나도현은 최근 양시은의 상태를 떠올렸다.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다시 하게 된 뒤로는 이전처럼 피곤해 보이지 않아 상태가 훨씬 낫기는 했다.지석훈이 끼어들었다.“나 다음 달 지방 출장 가야 해서 오늘이 아니었으면 못 올 뻔했어.”“나도 내일 해외 나가야 해.”최주하도 맞장구쳤다.그렇게 짬을 내서 다 같이 모인 것이다.여이현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도현이 놀리다가 너희도 똑같이 될 줄 알아. 너희는 언제쯤 가정 꾸리고 애 낳을 건데? 우리 애들 중학생 될 때까지도 결혼 안 하고 이러고 있을 거야?”그들은 이미 서른을 훌쩍 넘겼다. 여이현은 온지유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면서부터 안정을 선호하게 되었다.하지만 최주하는 달랐다.“좋아하는 사람이 없는데 아무나 붙잡고 결혼할 수는 없잖아.”지석훈도 거들었다.“여이현처럼 지유 씨랑 먼저 결혼해 놓고 천천히 좋아하게 되는 쪽도, 나도현처럼 재회한 뒤 오해로 얽히고설키는 쪽도, 내 취향은 아냐.”그는 결혼에 전혀 흥미가 없다는 태도였다.“결혼해서 뭐 해? 맨날 아내랑 애들만 신경 쓰게 되잖아. 난 지금 일하는 게 더 재밌어. 인생이 꼭 결혼이 전부는 아니지.”솔직히 말해서, 그는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결혼이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 의문이었다.매일 아내와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일하는 게 훨씬 더 매력적이지 않나. 게다가 인생이 결혼만이 전부는 아니었다.최주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석훈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둘이 결혼했다고 우리까지 끌어들이려는 것 같아.”“뭐야, 네 명이 아니면 못 하는 거라도 있어?”최주하는 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86화

    “훌륭합니다. 양시은 변호사는 법 조항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인상 깊네요. 주장도 명확하고 논리 정연해서, 이번 사건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줬어요.”다른 심사위원들도 잇달아 동의하며 양시은의 변론을 높이 평가했다.대회가 끝난 뒤, 양시은은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그녀는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탈락한 여성 변호사가 갑자기 주먹을 쥐고 외쳤다.“이건 불공평합니다.”조금 전 무대에서 사용했던 마이크가 꺼지지 않았던 터라, 그 소리는 대회장 안팎으로 크게 울려 퍼졌다.순식간에 장내가 조용해졌다.“이번 변론은 양시은 변호사 쪽이 훨씬 수월하게 짜여 있습니다. 게다가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까지 있는 데 왜 참가 자격을 박탈하지 않은 거죠?”그녀의 말에 주위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양시은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표정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했다.“상황을 잘 모르시는 것 같네요.”양시은의 목소리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었다.“저는 어떤 특혜도 받지 않았어요. 모든 절차는 대회 운영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쳤고, 온라인상의 소문은 실력 있는 사람을 함부로 정의하지 못한다고 믿습니다.”여성 변호사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여전히 목소리를 높였다.“그래도 지금 누리는 편의가 전부 다 나도현 변호사 덕분이잖아요. 이게 뒤를 봐주는 게 아니면 뭐겠어요?”양시은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나도현 변호사는 대회의 스폰서 중 한 명이고, 스폰서가 추가로 한 명을 뽑을 수 있다는 건 공개된 조항이에요. 그건 운영위원회의 결정이고, 저는 그 범위 안에서 경쟁했을 뿐이죠. 만약 이게 뒤를 봐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스폰서의 추천을 받는 모든 참가자를 그렇게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요?”주위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양시은의 말은 많은 이들에게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었다.“게다가 대회 중 제가 보여 준 실력은 심사위원과 관중들이 다 지켜봤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결과가 아니었다면, 저는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85화

    양시은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곧 오늘 대회가 시작되겠네요. 저는 제가 가진 전문성으로 끝까지 가볼 거예요. 설령 못 간다고 해도 떳떳하게 임할 거고요.”그 말을 남기고 양시은은 돌아섰다.곧이어 대회가 시작됐다. 유언비어 때문인지, 방청석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를 편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무시하는 기색까지 드러냈다.그러나 양시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법 조항을 들고 무대에 올라 당당하게 변론을 펼쳤다.“이모 씨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 증언에 따르면 가해자는 여전히 행동 능력이 있었고 침해 행위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모 씨의 생존을 위한 반항은 정당방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상대 변호사는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반박했다.“법의학자가 부검한 결과, 피해자는 당시 이미 행동 능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이모 씨가 공격을 이어간 건 방어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죠.”양시은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이모 씨는 체구가 작아서 키가 160도 안 되는 반면 가해자는 180에 달합니다. 체격 차이가 꽤 크기 때문에 가해자가 완전히 재공격 능력을 잃었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손을 뗄 수 없었겠죠? 이모 씨에게 가해자를 고의로 해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양시은의 목소리는 단단했고, 사건에 대한 이해와 법 조항 활용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 줬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의 전문성에 저절로 감탄하는 분위기였다.상대 변호사 역시 그녀의 논리에 흔들린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반박했다.“그래도 이모 씨의 행동은 필요한 한도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가상 판사가 기침을 하며 둘 사이의 공방을 제지했다.“핵심은 이모 씨의 행동에 주관적 고의가 있었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입니다.”양시은은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실무에서 주관적 고의 판단은 언제나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였기 때문이다.“이모 씨는 가해자가 이미 행동 불능 상태인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양시은은 차분하게 설명했다.“이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