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655 챕터

제461화

“그래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한 가정, 또 한 가정을 망가뜨려 왔나 봐요? 자기 탓일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나 보죠?”“내 탓이 뭐가 있는데요!”여진숙이 흥분하며 말했다.“다 당신들이 이렇게 만든 것 아니에요!”노승아는 격분하여 언성이 점점 높아져 가는 두 사람을 말렸다.“고모님, 아주머님과 싸우지 마세요. 아주머님도 잠깐 화가 올라오셨을 뿐이세요. 전 괜찮으니, 아주머님도 한발 물러서는 게 어떠세요? 이러지 마세요.”“너랑은 상관없어! 내 탓을 하는 게 아니라면 여진숙한테는 왜 일러바친 거래? 대신 싸워주길 바란 게 아니냐? 입만 번지르르해서는. 난 너 같은 사람이 제일 싫어.”여희영이 노승아를 향해 큰 소리로 욕했다.그에 여진숙이 여희영을 밀어냈다.“누굴 욕하는 거예요? 승아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욕을 해? 대체 얼마나 더 밑바닥까지 내려가려는 거예요?”“내가 밑바닥이라 해도 당신보다야 더하겠어요?”여희영도 여진숙을 밀쳤다.“지금 내 몸에 손을 댄 거예요?”여진숙이 눈을 부릅떴다.“오늘 한번 끝장을 보죠!”“내가 가만둘 줄 알아!”여희영은 두말없이 여진숙과 몸싸움을 시작했다.뒤따라온 온지유와 나민우가 마침 그 광경을 목격했다.둘은 조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지만, 노승 아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제 자리에 서 있었다.“고모님!”묘원은 계단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지금처럼 뒤엉켜있으면 사고가 나기 십상이었다.온지유의 심장은 목구멍 끝까지 올라와 있었다.온지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둘을 떼어 놓으려 뛰쳐나갔다.나민우는 온지유를 걱정해 그 뒤를 따랐다.“지유야, 조심해!”행여 온지유가 다치기라도 할이 조심스러웠다.여진숙과 여희영은 누구도 먼저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머리카락도 서로 잡아당겨 헝클어져 있었다.“당신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해대니 아들이 나를 소원하게 된 거죠! 그것도 모자라 이젠 승아에게도 손을 대! 오늘에야말로 아버지 눈 아래에서 승부를 내고 말 거에요. 아버지께서 보고 계신다면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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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이현아.”여희영과 싸우던 도중에 여진숙은 그의 존재를 발견하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온지유도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이현은 그들의 발언이 전혀 의외이지 않았다는 듯 차가운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여이현은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여희영은 여이현의 눈빛을 보고 충격받았다.그 순간, 여희영은 자신이 흥분해 여이현의 출신을 밝혀버린 것에 후회했다.여이현에게는 충격이 얼마나 크겠는가.여희영은 정신이 혼미해 여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현아...”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이들이 묘원에 온 것을 알고,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되어 와본 것뿐이다.여진숙은 더더욱 화가 났다.“여희영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요? 날 해코지하려고 악을 쓰더니, 곱게 죽지 못할 거예요!”그녀는 여희영을 힘껏 밀쳤다.여희영의 정신은 여이현에게 팔려있었고, 기세도 누그러들어 있었다. 여이현에게 상처라도 낼까 손도 내렸다.그 탓에 여진숙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단김에 밀려 계단 밑으로 떨어졌다.온지유는 연이은 충격에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 여희영이 계단 밑으로 넘어지는 것을 보고 소리 질렀다.“고모님!”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됐다.여이현의 얼굴에도 걱정이 어렸다.여희영은 열몇 층의 계단을 굴러 내려갔다. 온몸에 상처가 났지만 가장 심한 건 머리에 난 상처였다.온지유가 가장 먼저 여희영의 곁으로 달려왔다.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옆에서 외칠 뿐이었다.“고모님, 일어나세요!”여희영은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여진숙은 놀라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계단 밑으로 굴러떨어진 여희영을 바라보았다.자기 손이 피투성이가 된 것만 같았다.“난... 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저 사람이 날 놀리지만 않았어도 밀칠 것까진 없었는데. 어쨌든 난 모르는 일이에요!”여이현이 걸어와 여희영을 안아 올렸다.“고모님!”불러도 대답이 없자 여이현은 바로 자리를 옮겼다.“빨리 병원으로 가!”그는 여희영을 안고 묘원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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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아니야..."여진숙이 말했다."넌 그래도 내 아들이야. 나도 후회하고 있어. 최대한 보답할게...""필요 없어요."여이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대답했다."어머니라고 부르는 것도 제 최대의 인내에요. 그 정도로 만족하시죠."여진숙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너 나한테 그러면 안 돼. 너희 아버지처럼 굴 거야? 내가 너를 왜 데려온 줄 알기나 해?"여이현이 대꾸했다."제가 있어서 남편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게 헛수고였었죠."말 한마디 한마디가 여진숙의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그녀와 여재호의 결혼은 웃음거리일 뿐이었다. 그녀가 억지로 여재호에게 시집간 것이었으니까.여재호는 그녀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혐오했다.그녀는 결혼만 하면 여재호가 자신의 것이 될 거로 생각했다.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너무 단순한 생각이었다. 여진호는 그 뒤로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늘 홀로 빈방을 지켜야 했다.남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여진숙은 큰 노력을 기울였다.심지어는 그의 아이를 가지려고까지 했다.여진숙은 여재호가 아들을 원하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아들을 낳으면 여재호가 자신을 좋아하게 될 것이고, 그가 마음을 돌려 그녀 곁으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다.여진숙은 완벽한 가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결국 여진숙은 아들을 입양할 수밖에 없었다.그 아이가 바로 여이현이였다.하지만 여재호의 마음은 냉혹했다. 그녀가 자기 배로 아들을 낳았어도, 여재호는 여진숙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여재호는 아들조차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실망한 여진숙은 모든 책임을 갓난아기인 여이현에게 돌렸다.여진숙은 여이현을 학대하기 시작했다.밥도 주지 않으며 아이를 굶겨 죽이려 했다.여진숙은 여이현의 생사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다행히도 여희영이 이를 발견하고 여이현을 그 환경에서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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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여진숙이 노승아를 감싸고 있던 바로 그때, 온지유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여진숙이 다시 말했다.“지유야, 승아가 지금 이런 상태인데, 더 이상 상처 주지 마."여진숙은 가장 먼저 자기 ‘자식’을 보호하려 하고 있었다.온지유는 노승아가 연약한 모습으로 우는 것을 보고 말했다."왜 말하면 안 되죠? 누구 하나라도 고모님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나요? 어머님은 아들이 떠날지 걱정하고, 노승아는 누군가 자신을 탓할까 봐 걱정하며 동정표를 얻으려 연기를 하고 있잖아요. 고모님이 계단에서 밀려 떨어진 건 제가 두 눈으로 다 봤어요. 실행한 건 어머니고, 배후에서 주도한 사람은 노승아겠죠!"고모님은 심각한 부상으로 수술실에 들어갔고, 온지유는 그들에게 더 이상 어떠한 여지도 주고 싶지 않았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여진숙이 호통쳤다."내가 밀긴 했지만, 아주 가볍게 건드린 것뿐이었어. 왜 여희영이 일부러 넘어졌다고는 하지 않는 거니?"온지유는 여진숙을 바라보며 말했다."절대 가볍지 않았어요. 모두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요."여진숙은 그녀의 태도에 화가 나서 더 강한 어조로 말했다.“지유 너 나한테 이런 말투로 말하는 거니? 그래도 너의 시어머니고, 너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야. 너 진짜 이 집에서 계속 살고 싶긴 한 거야?"온지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나쁜 짓을 해놓고 할 말이 없으니 이제 와서 어른이라는 이유로 입을 막으려고요? 절 인정하지 않았던 것도 어머니잖아요? 노승아 때문에 이젠 모든 걸 다 인정하는 거예요? 도대체 노승아가 어머니께 무슨 사람이기에 이렇게 보호하려고 애쓰는 거예요?"여진숙은 노승아의 팔을 더 꽉 잡으며 말했다."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네가 여희영을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승아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거고, 승아가 청력을 잃을 일은 없었을 거야!"온지유의 시선이 다시 노승아에게 향했다. 노승아는 여전히 흐느끼며 눈물을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모습은 참으로 가련해 보였다.자신이 듣지 못한다는 것을 핑계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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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여진숙은 여이현의 냉담한 태도에 당황했다."이현아!"여이현은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차가운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여진숙은 여이현에게 몇 마디 더 말하고 싶었지만 노승아가 주저앉아 울고 있어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여진숙은 결국 노승아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승아야, 울지 말고 빨리 일어나."노승아는 일어서서 여진숙의 품에 엎드려 울며 말했다."이모님, 제가 그렇게 나빠요? 그래서 모두가 저를 싫어하는 건가요?""아니야, 아니야, 나도 널 좋아하고, 모두가 널 좋아해."여진숙은 노승아의 등을 두드리며 그녀를 달랬다.노승아는 계속 여진숙의 품에 엎드린 채 울었다.이러고 있으면, 잘못이 있더라도 피해자로 보여 누구도 그녀를 탓할 수 없었다.여기가 병원이 아니고 사람들이 없었다면, 온지유는 손을 올려서라도 노승아의 가면을 벗겨냈을 것이다. 얼마나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는지, 좋은 볼거리가 될 것이다.물론 온지유는 알고 있었다. 노승아가 한 말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여진숙은 변함없이 그녀를 보호하리라는 것을.그들 사이의 관계는 쉽게 설명할 수 없었다.그때,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검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온지유가 고개를 들어보니, 여재호가 다가오고 있었다.정장을 입고 있었고, 키는 여이현과 비슷했다. 머리카락은 한 올도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비록 나이가 오십이 넘었지만, 여전히 젊어 보였으며, 외모도 준수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여희영의 사고에 대해 약간의 걱정을 드러냈다.여희영은 그의 친여동생이었으니, 아무리 그래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온지유는 여가 집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살면서도 여재호를 몇 번밖에 본 적이 없었다.매번 그는 일에 바빠 보였다..그도 여호산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관계는 그리 좋지 않은 듯 보였다.밖에서는 여씨 성을 감추고 현재호라 말하고 다녔으니 말이다.지난 몇 년 동안, 할아버지는 그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돌아가신 뒤 여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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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여재호는 여진숙의 모든 울부짖음을 무시했다.그에게 여진숙의 눈물은 전혀 가치가 없었다.한 여자로서 여진숙은 남편의 냉담한 태도에 점점 더 무너져 내렸고, 더욱 격하게 외치기 시작했다."말 좀 해봐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예요? 당신한테는 여희영이 더 중요한 거죠, 그렇죠? 난 당신과 정식으로 결혼한 아내예요, 나한테 이러시면 안 돼요!"여진숙은 두 눈이 벌게지도록 울면서, 남편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신경 써주길 바랐다.그가 단 한 번만이라도 그녀를 더 봐준다면, 분노와 불안이 다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여재호는 아무 말 없이 침착하게 낯선 사람 대하듯 했다.여이현은 그들의 이러한 관계를 보며 익숙한 듯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의견도 없었다.여이현에게 그들은 이름뿐인 부모일 뿐이었다.이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이 모든 것에 이미 익숙해져 버렸다.여재호는 더 이상 여진숙을 견딜 수 없어 자리를 일어나며 여이현에게 말했다."이만 내려가마. 희영이 깨어나면 알려줘."여이현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여재호도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그는 여이현에게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았다. 부자간의 정이 그리 깊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굳이 연기할 필요도 없었다.여이현이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신경이 쓰이는 사람은 친여동생인 여희영뿐이었다.말을 끝낸 여재호는 자리를 떠났다.여진숙은 그가 자신을 무시하자, 급히 따라가며 말했다."이대로 가면 안 돼요. 나한테 설명은 하고 가야죠!"노승아는 여진숙의 감정이 매우 격해진 모습을 보고 속으로 놀라웠다. 여희영와 다툴 때도 여진숙은 이렇게 동요한 적은 없었다.이곳에서는 여진숙만이 자신의 편이었다.노승아는 당연히 그녀를 따라갔다.여진숙이 막 여재호의 소매를 잡았을 때, 그는 마치 세균이라도 있는 듯한 태도로 소매를 뿌리치며 냉담하게 말했다."난 할 만큼 했어. 더 이상 혐오감을 느끼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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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여이현은 진작에 알고 있었던 것일까?예전에 여희영이 몇 번 말한 적이 있었지만, 온지유는 당시 그 이유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아마도 여이현은 이미 알고 있었고, 그저 속으로 묵인했을 뿐일지도 모른다."지유야."나민우가 그녀 옆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말했다."잠시 쉬는 게 어때? 이렇게 있으면 너도 지치잖아."온지유는 오랫동안 서 있어 허리가 아팠다. 하지만 여희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서 옆에 앉으며 말했다."고모님이 깨어날 때까지는 여기서 기다릴래.""그럼 나도 같이 있을게."나민우가 다시 말했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여이현은 문틀에 기대어 나민우가 온지유를 걱정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민우의 눈길에서는 따뜻한 배려가 엿보였다.온지유도 그의 친절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듯했다.그때, 한층 더 큰 불쾌감이 여이현의 온몸을 휘감았다.여이현은 일부러 옆에 있는 의자를 발로 차 소리를 냈다.그 의자는 나민우가 앉아 있던 의자였다.나민우가 고개를 들자, 여이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실례했습니다, 실수로 발이 닿았네요.""괜찮습니다."나민우도 유연하게 대답했다.하지만 여이현이 말했다."여기는 가족 대기 구역입니다. 나 대표님, 회사 일이 한가 하지는 않을 텐데, 여기서 뭘 하는 거죠?"나민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유와 함께 있어 주는 거죠. 임신 중인데 고모님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니, 혼자 두는 게 불안해서 옆에 있어 주는 거예요.""고모님?"그 말을 듣고 여이현은 더욱 불쾌해졌다."나민우씨, 제 고모가 언제 당신 고모가 됐는지요?"나민우는 여전히 웃음을 띤 채, 여이현의 차가운 태도와는 달리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모르셨나요? 저와 고모님도 이제 친구가 됐습니다. 고모님은 지유가 존경하는 분이니, 저도 당연히 존경해야죠."여이현은 주먹을 꽉 쥐며, 충동을 억누르려 애썼다."나 대표님이 이렇게 가벼운 분일 줄은 몰랐네요. 지유가 고모님이라고 부르는 건 나를 따라서인데, 당신은 무슨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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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아니요."온지유가 대답했다.여이현의 얼굴이 굳어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곧 전처가 될 사람이죠."의사는 그들의 반응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말했다."환자는 가벼운 뇌진탕과 손목 골절이 있습니다. 일정 기간 휴식을 취하면 회복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다행이라는 생각에 온지유는 곧바로 대답했다."감사합니다, 선생님.""천만에요."두 사람은 여희영을 따라 병실로 들어갔다.온지유는 여희영의 입술이 말라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따뜻한 물을 가져와 면봉으로 그녀의 입술을 촉촉하게 적셔 주었다.여이현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병실에는 환자의 휴식을 방해할 다른 사람은 없었다.온지유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맞은편에 앉아 여희영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다가 어느새 피곤해져 눈꺼풀이 무거워지더니, 결국 잠에 빠지고 말았다.얼마 후 온지유는 놀라서 깨어났다.꿈에서 그녀는 온통 어둠에 싸인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두려워하는 것은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그녀를 괴롭히는 듯, 자주 그런 악몽을 꾸곤 했다.온지유는 불쾌감을 느끼며 깨어났다.정신을 차린 온지유는 자신이 담요 대신 누군가의 외투를 덮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외투는 아직 따뜻했고, 익숙한 향기가 났다. 그녀는 그것이 여이현의 것임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병실에는 여이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온지유는 들고 있던 정장을 내려놓았다. 여이현의 한 번의 따뜻함에 속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사실, 이것은 익숙한 일이었다.여이현이 자신에게 해준 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여희영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온지유는 그녀가 깨어나기 전에 생활용품을 사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나중에 분명히 필요할 것이다.병실을 나서자, 나민우은 여전히 그곳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여진숙과 노승아는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민우야."온지유가 그를 불렀다.나민우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나왔구나.""오래 기다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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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온지유는 문득 소독약 냄새를 맡고 고개를 들었다.남자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안에는 스웨터와 슬랙스, 그리고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다.그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갈색 눈동자로 온지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손보다도 더 창백했고, 금테 안경을 쓴 깨끗한 인상이었다.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마치 타고난 미소를 지닌 것처럼 친근한 인상을 주었으며, 왼쪽 눈가에는 작은 눈물점이 있었다.그러나 다정해 보이는 인상에도 불구하고 온지유는 그에게서 한기를 느꼈다.심장을 파고드는 차가움이었다."율아..."남자는 온지유를 응시하며, 몇 글자 흘려보냈다.온지유는 마음속의 두려움을 가라앉히려는 듯 서둘러 일어서며 말했다."누구를 부르는 거죠?"온지유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남자도 함께 일어서며 미소를 띤 채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군요."온지유가 다시 말했다."이만 제 물건을 돌려주시겠어요?"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그녀에게 쇼핑백을 건넸다.온지유는 서둘러 그것을 받아서 들었다. 그의 손에 닿았을 때 여전히 그 차가운 한기를 느꼈다."비켜 주세요, 지나가고 싶어요."온지유가 덧붙였다.남자는 몸을 옆으로 돌렸고, 온지유는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그의 곁을 지나갔다.온지유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그와 더 이상의 대화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그러나 남자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율아."그 목소리는 길고 여운이 있었지만 감정은 드러나지 않았다.온지유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손에 쥐고 있던 구슬을 굴리며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약 10분 정도 걷고, 몇 개의 코너를 돌아가 한 건물 아래에 도착했다.그곳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이곳은 사무실로 사용되는 건물로, 평소에도 사람의 왕래가 적고 매우 은밀한 장소였다.그는 천천히 건물로 들어가 4층에 도착했다.그 층에는 오직 하나의 방만 있었다.문을 열고 첫 번째로 열쇠를 돌렸다가 두 번째로 돌리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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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그 말에 노승아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지만, 곧바로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 난 더 이상 못 해. 난 노승아, 최상급 연예인이야. 어떻게 그런 일을 다시 할 수 있겠어!""노승아..."인명진은 그 이름을 천천히 읊조리더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노승아라는 이름도 그렇게 깨끗한 건 아니잖아. 그림자 속에서 살던 사람이 이제 와서 빛을 보겠다고?"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노승아에게 물었다.그들은 모두 수면 밑의 사람들이었기에, 누구도 완전히 깨끗할 수 없었다.노승아의 얼굴은 창백해지며 손을 꽉 쥐었다."이미 지나간 일이야. 우리 모두 되돌릴 수 있어!"그녀는 자신이 깨끗해질 수 있기를 바랐다.이전의 일들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로 남아있기를 바랐다. 비록 그녀의 손이 더러워졌을지라도, 깨끗이 씻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인명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노승아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내겐 경력이 있고, 앞으로는 가정도 가질 거야. 너도 마찬가지야, 너도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어."인명진은 노승아의 눈을 응시하며, 그녀가 지금 말하는 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하지만...그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천천히 말했다."아직 할 일은 끝나지 않았어."노승아는 다시 몸이 굳어졌다."그들은 다시 돌아올 거야."노승아는 몸에 힘이 풀리며 말했다."난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거야?""방법이 하나 있긴 해."노승아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어떤 방법?""죽음."인명진은 평온한 눈빛이었지만, 이 단어를 입에 올릴 때는 약간의 쓸쓸함이 있었다.오직 죽음만이 해방을 줄 수 있었다.이것이 그들의 운명이었다.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다.어둠 속에 사는 사람은 결코 빛을 볼 수 없는 법이다.잠시 빛을 본 적이 있더라도, 그것은 그저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죽음이 그들의 결말이었다.그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하지만 분명히 고통스럽게 죽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인명진은 손에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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