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31 - 챕터 440

659 챕터

제431화

온지유가 눈을 떴을 땐 어둠이 내린 밤이었다.손가락을 움직이자 누군가 자신의 손을 깔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천천히 눈을 뜬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여이현은 그녀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잠들어 있었다.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제대로 편히 자지 못한 것 같았다.항상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던 그의 얼굴엔 수염도 났다.그의 모습을 훑어보던 온지유는 멈칫했다.순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진호가 들어왔다. 배진호는 양손 가득 뭔가를 들고 왔다.“사모님, 깨셨어요.”배진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배진호는 잠든 여이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대표님께서 사모님이 병원에 오신 뒤로 내내 곁을 지키고 계셨어요. 잠깐이라도 근처 호텔에서 편하게 주무시라니까 꼭 사모님의 곁에 계시겠다며 고집을 부리시더군요.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잠드셨어요.”온지유는 입을 벙긋거렸다.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힘겹게 말을 꺼냈다.“아이는...”배진호가 답했다.“무사해요. 하마터면 유산할 뻔했다고 했어요. 다행히 아이도 무사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사모님과 대표님의 사이는 돌일 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졌을 거예요. 사모님이 수술실로 들어간 순간부터 대표님께선 초조해하셨어요. 사모님과 배 속의 아이가 잘못될까 봐요. 대표님께선 배 속의 아이가 잘못되면 사모님이 대표님을 원망하고 미워할까 봐 엄청 마음 졸이고 계셨거든요.”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여이현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까요?”배진호는 사온 물건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전 사모님께 거짓말을 한 적 없어요. 설마 제 말을 못 믿으시는 거예요? 대표님께선 사모님을 엄청 걱정하고 계셨어요. 설령 그 아이가 대표님의 아이가 아니라고 해도 대표님껜 그 아이를 없애는 방법은 아주 많거든요. 사모님만 원하지 않는다면 대표님께선 강요할 생각도 없으셨어요. 대표님은 자신의 행동으로 나중에 영원히 사모님과 다시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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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이현 씨...”말을 마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렸다.여희영이 다급하게 들어오며 온지유를 보더니 기뻐하는 얼굴로 말했다.“세상에, 지유야. 임신했으면서 왜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니? 이제야 알게 되었잖니. 만약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여행 가지 않았을 거야. 설마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알게 된 건 아니지?”여희영은 캐리어를 끌고 들어왔다. 머리엔 스카프를 쓰고 있었고 선글라스도 끼고 있는 것을 보아 금방 돌아온 것 같았다.그녀의 피부는 전보다 까맸다. 여행하면서 탄 것이 분명했다.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여희영의 등장에 그녀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얼른 일어나 앉아 여희영을 불렀다.“고모님!”여희영을 본 온지유는 아주 기뻐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았다.여희영은 손에 든 물건과 캐리어를 내려놓고 다가왔다. 여이현을 밀어내고 온지유와 포옹했다.“아이고, 우리 지유, 고생했어. 우리 집안 핏줄을 품고 있느라 많이 힘들었겠네.”온지유도 그녀를 안았다. 너무 반가워서 그런지 아니면 최근 너무도 많은 일이 벌어져서 그런지 그녀는 훌쩍이며 말했다.“왜 귀국하셨으면서 저한테 말씀하지 않으신 거예요. 그동안 고모님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여희영이 말했다.“서프라이즈로 짠 나타나려고 했지. 그리고 이현이가 널 괴롭히고 있으면 현장을 잡으려고 했어.”여이현은 여희영을 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자발적으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여씨 가문에서 온지유를 가장 아껴주는 사람은 여희영이었다. 여희영은 고리타분한 집안사람들과 달랐고 젊은 사람과 잘 어울려 지냈을 뿐 아니라 온지유를 아주 예뻐했다.여희영은 온지유를 진짜 가족으로 대했다.“전 괜찮아요. 잘 지내고 있었어요.”온지유는 그간 여이현과 있었던 일을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행복했으니까.“안 믿어.”여희영은 선글라스를 벗고 여이현을 보았다.“쟤가 널 괴롭힌 게 아니라면 네가 여기에 있을 리가 없잖아. 임신도 했는데 널 괴롭혀? 내가 아주 따끔하게 혼내줄 거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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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음식 용기에 담아온 것도 있고 보온병에 담아 온 것도 있었다.여이현이 사온 음식은 5성급 호텔 주방장이 만든 것이었지만 여희영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옆으로 밀어두며 자신이 포장해온 음식을 꺼냈다.“이건 농어탕이야. 임산부에게 아주 좋지. 그리고 이건 돼지 간으로 만든 죽이야. 돼지 간은 철분이 많아 빈혈에도 좋고 태아한테도 좋아. 또 이건 족발 찜이야...”그녀는 계속 음식을 꺼내며 말했다. 병실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었다. 이내 여이현에게 시선을 돌렸다.“넌 아빠가 되는 게 처음이니까 임산부를 어떻게 잘 보살펴야 하는지,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배워둬. 내가 가져온 음식은 전부 임산부의 영양 보충에 좋은 것들이야. 절대 산도가 있거나 카페인 같은 걸 먹게 하지 마. 그런 것들은 유산의 위험성이 있으니까...”여희영이 끊임없이 말하자 여이현이 말했다.“지유는 내 아내니까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 당연히 알고 있어요.”“알긴 뭘 알아!”여희영은 전혀 믿지 않았다.“남편이라는 놈이 아내가 입원할 정도로 일하는데 말리지도 않고 말이야. 어딜 봐서 잘 챙겨준 거니? 지유는 임신했으니까 몸조리를 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집에 가만히 있으면서 태교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 모르니? 정말이지 하나도 모르면서 뻔뻔하게 말은 잘하네!”여이현은 온지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배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출근하면 안 되죠.”온지유는 두 사람이 다투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지 않았다.“고모님, 얼른 앉으세요. 저 배고파요. 뭘 좀 먹고 싶어요.”“그래.”그녀의 말에 여희영은 바로 잔소리를 멈추고 자신이 포장해온 음식을 내밀며 온화하게 말했다.“아직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여이현은 여희영이 온 뒤 얼굴에 웃음기가 생긴 그녀를 보며 눈치껏 자리를 피해 주며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온지유는 죽을 먹었다. 임산부에게 좋은 음식이라곤 했지만, 여전히 메스꺼움은 사라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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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김예진은 여이현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대표님, 제가 드디어 찾았네요.”여이현은 고개를 들었다. 수심이 가득한 김예진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김예진이 노승아의 매니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담배를 꺼버리곤 재떨이에 던졌다.“회사에 다른 직원이 없어요?”그가 기획사를 차리긴 했어도 따로 회사를 관리하는 경영자를 두었다.그러니 기획사의 일은 그 직원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었다.김예진이 말했다.“회사에 아무리 직원이 많다고 해도 승아 언니한테 필요한 사람은 대표님이세요. 대표님께선 계속 전화를 안 받으셔서...”여이현은 또 노승아의 일이라는 것을 알고 미간을 찌푸렸다.“다른 일은 없는 거예요?”김예진은 눈물을 닦았지만 계속 흘러냈다.“언니가 앓고 있던 병이 다시 재발했어요. 어제 검진 결과를 받고 알게 되셨는데, 귀가 안 들린다고 일정을 전부 취소했어요. 승아 언니 이대로 청력을 잃으면 어떻게 하죠? 앞으로 연기는 어떻게 해요? 가수 생활 겨우 포기하고 배우로 전향했는데 연기도 못하게 되면... 그럼 언니 인생은 여기서 끝나게 되는 거잖아요. 언니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그녀의 말에 여이현이 고개를 들었다. 표정이 심각해졌다.“아무것도 안 들린다고 하던가요?”김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최고의 의사를 그녀에게 붙여 귀를 치료하게 했다.의사는 그녀가 치료만 잘하면 다시 예전처럼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예전에 이미 치료를 잘 받은 탓에 청력의 거의 회복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안 들릴 수 있겠는가.여이현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지금 어디에 있죠?”김예진은 서둘러 그를 노승아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온지유의 병실은 9층이었지만 여이현은 11층에 왔다.병실 밖에서부터 그는 병실에 누워있는 노승아를 발견했다. 머리를 헝클어진 채 안색은 창백했다. 그녀는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다른 남자가 그녀의 모습을 봤어도 마음 아파했을 정도였다.여이현이 병실 입구에 서 있자 김예진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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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노승아의 눈에 힘이 풀리면서 억지 미소를 지었다.“오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꼭 그렇게 차갑게 말을 해야겠어? 나 무서워, 난 지금 이미 귀가 안 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섭다고!”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여이현은 그녀의 팔을 놓아주며 차가운 시선으로 보았다.“네가 널 괴롭히고 있는 게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은 뭔데. 어떻게 귀가 안 들릴 수 있겠어. 네 직업을 사랑한다는 건 다 거짓말이었나 보군. 넌 어떻게 하면 네가 더 잘 될 수 있나 연구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네 건강이 나빠지는지만 연구하고 있었나 보네.”“연예계가 쉬운 줄 알았어? 누구나 다 네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줄 아느냐고. 네가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있는데 나도 계속 널 그 자리에 앉혀둘 이유가 없지. 그 자리를 아끼면서 열심히 할 사람은 아주 많아!”여이현은 매정하게 말했다. 그녀가 들을 수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말이다. 여하간에 평생 그녀에게만 신경 쓰며 살아갈 수 없지 않겠는가.노승아는 그가 키운 연예인이었다.그러니 그가 끌어내릴 수 있었다.말을 마친 여이현은 단호하게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노승아는 예전이었다면 당장이라도 가슴 아픈 얼굴로 달래야 할 그가 차갑게 돌아서는 모습을 보곤 마음 급해져 얼른 그를 안았다.“오빠, 가지 마!”한편, 온지유와 여희영이 11층에 있었다.여희영은 휴지를 들고 코를 닦으면서 말했다.“내가 나 혼자 와도 된다고 했잖아. 내 말도 안 듣고 결국 침대에서 내려오다니.”“괜찮아요. 의사가 적당히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요. 그냥 조금 걷는 것뿐인데요. 전 정말로 괜찮아요.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온지유는 여희영의 팔에 팔짱을 꼈다.“고모님을 보니까 너무 기뻐서 그래요.”그녀는 여희영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전보다 더 여희영에게 찰싹 붙었다.“아, 비염은 언제 나으려나. 먼지가 코끝에 붙어도 코가 간지러워 못 살겠네. 그래서 내가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못 키우잖아. 에휴, 얼른 의사한테 진료받아야지.”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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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노승아의 고개가 돌아가고 그대로 침대에서 떨어졌다.여희영의 한방에 단단한 침대에 뼈가 부딪치는 소리마저 들려왔고 노승아는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떨어졌다.여이현은 원래 노승아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갑자기 등장한 여희영이 먼저 노승아의 뺨을 갈궜다.그는 여희영을 보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고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동시에 김예진이 달려오며 노승아를 부축했다.“뭐 하냐니, 안 보이니? 여우를 잡고 있잖아.”여희영이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노승아는 눈물을 흘렸다. 꼭 더는 혼자의 힘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노승아를 일으켰다.“승아는 지금 환자예요. 전 그냥 상태를 보러 온 거라고요.”“네가 뭔데 얘 상태를 확인하러 와?”여희영은 믿지 않았다.“얘는 지금 연기하고 있는 거야. 네가 얘를 불쌍하게 여겨 목적을 이루려고!”“전 승아 회사 대표예요. 설령 연기라고 해도 상사로서 상태 확인하러는 와야죠.”여이현은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희영의 행동은 다소 선을 넘은 것 같았다.“그걸 누가 믿어!”여희영이 말했다.“아픈 것도 시기가 있는 거니? 왜 많고 많은 시간 중에서 하필이면 네가 병원에 있을 때 아픈 건데. 이 여자는 연기로 대상도 받았으니 네 앞에서 아픈 환자 연기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말을 마친 여희영은 팔짱을 끼면서 노승아를 내려다보았다.김예진은 노승아를 위해 나섰다.“대체 왜 언니한테 이러시는 건데요. 언니는 이미 충분히 불쌍한 사람이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다들 언니한테 이럴 수가 있으세요!”김예진의 눈에는 노승아가 힘들게 노력해 정상의 자리에 앉은 것으로 보였다.예전에는 목을 다쳐 가수 생활을 포기하고 이젠 청력까지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제일 중요한 시기에 말이다.그런데 다른 사람이 노승아를 괴롭히는 모습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났다.김예진의 말에 여희영은 코웃음을 쳤다.“하, 불쌍하다고요? 대체 어디가 불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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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몸싸움을 벌이는 세 사람을 보며 여이현은 얼른 여희영을 잡아당겼다. 그는 여희영이 충동적으로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길 바랐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고모. 얼른 그 손 놓으세요!”여희영은 여이현의 팔을 뿌리쳤다.“안 놔, 못 놔! 내가 오늘 이 X 진상을 전부 까발릴 거야. 너희들도 똑똑히 봐야지. 입만 열면 거짓말인 여자니까 귀가 안 들린다는 것도 거짓말일 거야!”“아아아악!”노승아가 소리를 질렀다.“다들 제가 죽기를 바라네요. 그래요, 죽을게요. 지금 죽으면 되잖아요!”싸우고 있는 그들을 보며 노승아는 소리를 지르더니 벽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노승아의 머리에선 피가 흘러나오더니 바닥에 쓰러졌다.온지유의 눈이 커졌다. 노승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충격을 받은 온지유는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뒷걸음질을 쳤다.여희영도 놀랐다. 노승아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모든 사람들이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언니!”김예진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살인자들! 당신들이 우리 언니를 죽인 거야!”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노승아를 안았다.“얼른 의사 불러요!”김예진은 그들을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 얼른 병실 밖으로 나가 의사를 불렀다.의사는 서둘러 노승아를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혼란스러웠던 상황은 몇 분간 지속하였고 다시 평온해졌다.그들은 응급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김예진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여이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누군가와 연락하고 있었다.여희영은 그제야 진정되었다. 이상하리만큼 냉정한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온지유를 보았다. 안색이 창백해진 온지유를 보며 말했다.“지유야, 아까 많이 놀랐지?”온지유는 여희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고모님...”“그래, 임신했는데 피를 보았으니 많이 놀랐겠지. 얼른 가서 쉬어.”여희영은 이미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 노승아는 그녀의 생각처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방금은 내가 너무 충동적이어서 너한테 안 좋은 모습만 보여주었네. 미안해, 이 일은 내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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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이현...”그녀가 다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던 여이현은 그녀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자리를 옮겼다.“소식이 새어나가지 않게 잘 관리하세요. 누구도 노승아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안 됩니다. 그러면 나쁜 영향을...”여이현은 온지유를 스쳐 지나갔다. 꼭 그녀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처럼 말이다.그 순간 온지유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여희영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여이현은 노승아를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행여나 연예인 앞길에 문제가 생길까 봐 말이다.물론 그녀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본 이상 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피어올랐다.여이현이 노승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본 그녀는 귀찮게 물어보지 말자며 속으로 생각하곤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의사라면 분명히 그녀에게 정확한 답을 줄 것이다.의사에게 노승아의 상태를 물어본 후에야 그녀는 노승아의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전에는 목을 다쳐 노래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었다.게다가 분명 한쪽 귀만 문제가 있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왜 양쪽 모두 청력을 잃게 된 것일까.의사는 그녀에게 노승아의 청력은 원래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이현이 예전에 노승아에게 붙여준 의사는 세계 최고의 의사였으니까.100%의 확률로 나아질 수 있었다고 했다.설령 목소리는 예전과 달라져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해도 청력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하지만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그들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만약 노승아의 귀가 계속 회복하지 못한다면 아마 영원히 청력을 잃고 살게 될 것이다.온지유는 다소 충격에 빠졌다.노승아에겐 질병이 많았기 때문이다.온지유가 또 물었다.“그러면 노승아 씨 상황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었을까요?”어떤 사람들은 청각에 문제가 있어도 모르고 넘기는 경우가 있었다.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다.의사는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후천적인 겁니다. 뇌에 손상을 입거나 귀를 세게 다친 환자만이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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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게다가 나민우에게 빚진 것도 많았다.“난 괜찮아.”나민우가 들어왔다. 그는 웃으며 땀을 닦았다.“조금만 지나면 마를 거야. 네 소식을 듣고 옷 갈아입을 새도 없이 달려왔거든.”온지유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았다.“얼른 앉아. 내가 물 한잔 따라줄게.”“아니야, 내가 따라서 마실게.”나민우가 물잔을 빼앗으며 말했다. 그는 온지유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아기는 괜찮대?”그의 말에 온지유는 다시 앉았다.“정민 씨가 그것도 얘기한 거야?”나민우는 물잔에 물을 따르며 웃었다.그러자 온지유가 말했다.“뭐든 다 알려주나 보네. 혹시 네가 심어둔 스파이는 아니야?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기만 하면 바로 너한테 보고를 하는 그런 스파이 말이야.”“에이, 아니야.”나민우는 물잔을 내려놓았다.“그냥 정민이랑 친해서 그런 거야. 게다가 학교도 같이 다녔었으니까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거지.”“아니면 됐어. 정말 그랬다면 내 프라이버시는 전부 털렸을 테니까.”온지유는 장난스럽게 말했다.나민우는 시선을 돌려 그녀의 배를 보았다.“아이는 무사해. 그냥 피가 났을 뿐이야. 심각한 거 아니야. 의사 선생님도 그냥 몸조리 잘하라고만 하셨어.”온지유가 그의 시선을 눈치채며 말했다.나민우가 물었다.“몇 개월 됐어?”“두 달 됐어.”온지유는 솔직하게 말해주었다.“나도 사실 안 지 얼마 안 됐어. 그래서 말하지 않은 거야. 엄마가 되는 건 처음이라 뭐든 조심스러웠거든. 그래도 실수할 때가 더 많지만 말이야.”나민우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의 배를 보며 또 물었다.“아빠는 여이현 씨야?”그의 말에 온지유는 침묵했다.말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아이의 아빠가 여이현이라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행여나 여이현이 이 아이를 지우라고 할까 봐 말이다.그래서 그녀는 밝히지 않기로 했다.나민우의 말에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민우에게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나민우는 그녀에게 조금의 거짓말을 해도 죄책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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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그러자 온지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나민우는 할 말만 한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번엔 용기를 내보고 싶었다.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영원히 온지유를 곁에 둘 기회가 차려지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나민우,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온지유는 그가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의 배 속에 있는 아이는 그의 아이가 아니었다. 그런데 나민우가 먼저 자신의 아이라고 누군가에게 말했다.나민우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미안해, 내가 상의도 없이 이런 말을 해서. 하지만 이렇게 해야 그 사람이 포기하지 않을까?”“그러면 넌 어쩌려고!”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렸다.“이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닌데, 넌 네 아이라고 말했잖아. 이건 처음부터 너한테 불리한 거라고!”그녀는 자신이 지켜야 할 분수를 알고 있었다.나민우는 아직 젊었다. 그랬기에 앞날도 창창했다.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아이가 생겼다고 하면 그의 가족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그녀는 나민우에게 책임을 지게 하고 싶지 않았을뿐더러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도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나민우가 말했다.“불리하든 말든 난 신경 쓰지 않아. 한번 사는 인생 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거거든.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난 상관없어. 사람들의 시선만 신경 쓰면 세상 살기가 힘들어져. 너도 날 걱정할 필요 없어. 어찌 되었든 나도 네 덕을 보니까.”“안 돼. 네가 힘들어질 거야.”온지유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넌 신경 안 쓴다고 했지만 난 그럴 수 없어. 너한테 진 빚도 아직 못 갚았단 말이야.”“난 갚으라고 한 적 없어.”나민우가 웃으며 말했다.“난 내가 원해서 널 도와준 거야. 아쉬운 것 하나도 없었어. 그거 알고 있나 모르겠네. 너랑 조금이라도 연관된 거면 난 전부 기뻐. 널 도와줄수록 내가 너한테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거든. 널 도와주는 건 나한테 영광이나 마찬가지야. 오히려 엎드려 절하면서 날 이용해달라고 말하고 싶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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