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11 - 챕터 420

659 챕터

제411화

자고로 남자는 반항심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 선택한 여자가 눈에 차기는 어려웠다.그러나 여이현은 달라졌다. 그는 점점 더 온지유를 좋아하고 있었다.“두 번째는 불가능해. 온지유는 다른 남자를 좋아하거든. 벌써 애까지 있어.”이 말을 들은 최주하는 잠깐 멈칫했다. 일단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확실해?”“확실하지 않으면 너한테 말하겠어?”여이현의 대답을 들은 최주하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 아이가 아니라는 것도 확신하고?”그는 온지유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나는 온지유랑 관계를 가진 적이 없어!”여이현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래. 내가 졌다. 내가 졌어. 지유 씨 같은 여자를 곁에 두고 아무 일도 없었던 거면, 넌 타고난 스님 감이야. 아주 훌륭한 인재 납셨어.”“...꺼져.”안색이 어두워진 여이현은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괜히 더 말했다가 열만 받을 바에는 그냥 끊는 게 나았다.화는 담배 한 대 전부 타들어 간 다음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차창을 통해 위층을 바라봤다. 온지유가 있는 층의 전등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설마 지금도 울고 있나?’여이현은 갑자기 초조해졌다. 마치 수많은 개미가 가슴을 갉아 먹는 것처럼, 전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는 입술을 꾹 다물며 다시 차 문을 열었다. 배진호는 그가 다시 올라가려는 줄 알고 자연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이제 화가 좀 가라앉으셨나요.”여이현이 차가운 눈빛을 보내자, 배진호는 흠칫 놀라며 입을 막았다. 그런데도 말은 멈추지 않았다.“사모님 많이 힘드실 텐데 대표님이 가서 위로해 주세요. 잘 달래주시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지도 몰라요.”급하게 덧붙인 듣기 좋은 말이었다.여이현의 머릿속에는 온지유의 붉은 눈시울로 가득했다.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은 없었다. 물론 배진호가 한 말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출입문을 닫지 않고 나갔었다. 온지유는 줄곧 방에서 나오지 않았는지 출입문이 그대로 열려 있었다.식탁 위에서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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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온지유가 일어났을 때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눈가는 여전히 촉촉했다.어젯밤 싸웠던 일이 떠오른 온지유는 곁으로 손을 뻗었다. 누군가 누웠던 흔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여이현은 어제 나간 대로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옷장을 확인했다. 여이현의 옷이 그대로 있는 걸 봐서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기분은 더욱 암울해졌다.욕실에서 샤워하고 나온 그녀는 바로 출근했다. 방송국에서 채미소는 큰 소리로 외쳐댔다.“내 앞길 막지 마요! 여기 나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오늘의 그녀는 폭탄을 집어삼킨 것처럼 불을 뿜어냈다.“미소 씨, 왜 그래요? 안 좋은 일이 있다고 해서 남한테 화풀이 아는 건 아니죠.”동료가 기분 나쁜 듯 말했다.그러나 채미소는 언제나 이랬다. 특히 기분 나쁠 때는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안 좋은 일? 하, 내 앞길을 막아놓고 무슨 말이 이렇게 길어요. 난 중요한 인터뷰를 하러 가는 길이에요. 당신 따위가 방해할 스케일이 아니라고요.”“미소 씨가 여이현 대표님 인터뷰 못 따낸 거, 우리가 모를 줄 알아요? 따냈으면 여기서 화풀이하지도 않았겠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기 바빴을 테니까.”채미소는 미간을 팍 찌푸리더니 언성을 더욱 높이며 말했다.“확정 안 됐을 뿐이지 못 따낸 거 아니에요! 앞으로 기회가 있다고요! 당신은 뭐 할 수 있을 줄 알아요? 다들 못하는 일이니까 내가 하는 거예요! 실력도 없으면서 입만 살았네요!”동료도 화가 나 보였지만 아무 말도 못 했다. 채미소의 말마따나 그녀는 방송국의 기둥이었기 때문이다.이때 온지유가 들어왔다. 채미소와 싸우고 있는 동료 빼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다들 채미소가 무서운 눈치였다.“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다들 일 안 해요?”안정희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채미소는 곧바로 달려가서 고자질하기 시작했다.“편집장님, 저 하루 종일 고생해서 여이현 대표님을 만나고 돌아온 거 아시죠. 근데 인터뷰를 하루 만에 못 따냈다고 비웃는 사람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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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채미소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 온지유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그녀는 또 여이현을 잘 설득해서 지난번 잃어버린 체면을 되찾아야 했다.안정희가 떠난 다음 그녀는 온지유에게 다가가 한결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건넸다.“지유 씨, 어제 말했던 일 다시 생각해 봤어요?”“답은 어제 이미 드렸잖아요.”온지유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채미소는 속으로만 화를 삭였다.온지유는 만만한 동료들과 달랐다. 그러나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이번 일은 우리가 같이 한 걸로 해요. 언제까지 블로그에 글만 쓰고 있을 거예요. 지유 씨도 높은 자리에 가고 싶죠? 나 채미소예요. 나만 잘 따라오면 1년 안에 내 위치에 오를 수 있게 해줄게요.”이 말을 듣고 온지유는 가볍게 웃었다. 직장은 냉혹하다. 누군가 무책임하개 한 말까지 믿으면 안 되는 법이다.그녀는 채미소를 올려다보며 말했다.“미소 씨가 원하는 대로 양보해 줬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제가 왜 또 따라가야 하죠?”채미소는 인내심이 바닥난 듯 당당하게 말했다.“그러는 온지유 씨는 뭐가 그렇게 잘났어요? 잊었나 본데, 이번 일은 내가 따온 거예요!”그녀는 ‘양보’라는 말을 용납할 수 없었다. 뭐든 직접 손에 넣어야만 실력을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온지유는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채미소 씨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요. 아무튼 저는 이 인터뷰 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당신 뒤만 졸졸 따라다닐 정도로 유치하지 않거든요. 적당히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은 말아요. 그리고 채미소 씨 뭐든 혼자 잘 해내는 능력자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러면 이번에도 스스로 실력을 입증해 봐요.”온지유는 다시 한번 채미소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쯤 되니 채미소도 그녀가 자신과 대립하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아영 씨, 잠깐 저 좀 봐요.”온지유는 옆에서 타자하던 공아영을 향해 말했다.“네.”공아영은 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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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온지유 씨 도대체 어디 출신이길래 이렇게 재수 없어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우리가 좋게 좋게 말해서 만만해 보였나 봐요.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돼요, 미소 씨!”채미소의 아첨꾼들이 불 난 집에 부채질했다. 채미소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나한테 와서 무릎 꿇고 제발 도와주게 해달라고 싹싹 빌게 할 거라고요.”온지유는 회사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공아영은 신난 기색으로 말했다.“지유 씨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우리 부서에 편집장님을 제외하고는 다 미소 씨 무서워하거든요.”“제가 뭘 했다고요. 저는 그냥 사실을 말한 거예요. 미소 씨만 특별한 거 아니에요.”“하지만 미소 씨가 화난 것 같았어요. 이제 지유 씨를 괴롭히려고 할 텐데요.”공아영은 채미소의 성격을 잘 알았다. 그녀는 모두가 자신을 좋아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한 번 찍은 사람은 끝까지 물고 놔주지 않았다.온지유가 다시 입을 열었다.“영원히 높은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미소 씨도 지금은 잘 나가지만, 인간관계가 엉망이면 결국 몰락하게 되어 있어요. 때가 되면 모두가 복수하려고만 할 거예요.”채미소는 이익지상주의자다. 이익만 따라다니는 그녀는 친구 한 명 없었다. 이용 가치를 잃는 순간 전부 등 돌릴 사람이었다.“지금 보육원에 가는 거예요?”“네, 편집장님이 가보라고 하셨어요. 소재 좀 찾아서 공익 광고 하는 셈으로 기사를 쓰면 된다고 했어요. 근데 이번 일 꽤 중요한 것 같아요. TV 프로그램에 실릴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그건 어디서 알게 된 소식이에요?”“편집장님이랑 얘기하다가 추측한 거예요. 이틀 뒤면 알 수 있을걸요.”온지유는 안정희의 말에 따라 추측했을 뿐이다. 물론 그녀가 틀렸을 수도 있다.어찌 됐든 그녀는 이번 일이 단순하지 않을 것 같았다. 보육원을 주제로 한 사건이 TV에 나온다면 감동적인 요소를 더해서 엄청난 효과를 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요즘 TV 프로그램은 경쟁이 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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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글썽였다.“지유 씨가 다른 사람의 것을 건드렸으니, 그들도 똑같이 돌려주겠다고 하더군요. 지유 씨더러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라고 했어요. 안 그러면 가만두지 않겠대요. 저도 지유 씨한테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어요.”“너무해요!”공아영이 격분하며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아이들을 건드리면 안 되죠! 그것들은 인간도 아니에요!”“원장님,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온지유도 상대가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다른 곳도 아닌 보육원을 건드릴 줄은 말이다.“아니에요, 저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유 씨 덕분에 아이들이 이렇게 빨리 고기를 먹을 수 있었잖아요.”원장은 여전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하지만 지유 씨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건드린 것 같아요. 그들은 지유 씨를 노리고 온 거예요. 방송국에서 일한다면서 어쩌다 그런 일에 연루된 거예요?”“분명 채미소 씨일 거예요! 지유 씨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이런 수를 써서 협박하는 거잖아요!”온지유는 공아영를 바라보았다. 공아영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채미소 씨는 더러운 수작을 쓰고 있어요. 지유 씨가 먼저 도와줘야만 보육원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 있을 거예요. 채미소 씨의 일이 잘 안 되면 지유 씨의 일도 마찬가지예요. 채미소 씨는 이런 사람이었어요!”온지유와 갈등이 있는 사람이라면 채미소일 가능성이 높았다. 채미소는 그녀가 자신을 찾아와서 무릎 꿇고 빌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몰랐다.원장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보육원에는 50명 남짓의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근원에서 해결해야 했다.온지유는 차분하게 말했다.“알겠어요, 원장님. 폐를 끼쳐서 죄송해요. 이 문제 제가 직접 해결할게요. 다음 번에 왔을 때는 아이들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요.”“감사합니다, 지유 씨. 이해해 줘서 정말 감사해요.”원장은 깊이 감사했다.“이모!”아이들은 온지유를 부르며 아쉬움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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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채미소는 온지유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러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지금 뭐라고 했어요? 하, 난 정말 지유 씨를 모르겠어요. 내가 그런 말에 넘어갈 정도로 멍청해 보였어요?”그녀의 눈빛에는 무시로 가득했다. 온지유의 말을 전혀 안 믿는 눈치였다.“만약 지유 씨한테 그런 남편이 있었으면 날 찾아오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 자그마한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해서 나한테 빌고 있는 거잖아요. 허풍을 쳐도 믿을 만한 거로 쳐야죠. 사람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온지유는 속으로 자신이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비록 곧 이혼할 사이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서류상 부부가 맞았다. 채미소에게 밝힌다고 해서 안 될 건 없었다.이게 바로 온지유가 생각한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채미소는 믿어주지 않았다.“제가 미소 씨를 도와주면 정말 보육원 일에 간섭하지 않을 거죠?”잠시 생각에 잠겼던 온지유는 결국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이번 한 번 채미소의 말을 따르면 앞으로는 그녀에게 달렸다.채미소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왜요? 지유 씨 연기하는 거 재밌는데 좀 더 해봐요.”온지유는 얼마든지 여이현을 불러낼 수 있었다. 채미소의 삐딱한 태도도 일단은 무시하기로 했다. 무시해서 얻는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그들의 거래가 성사되면 서로에게 다 좋은 일이었다. 보육원 일도 안심하고 할 수 있었다. 안 된다고 해도 그녀의 책임은 없었다.온지유는 차라리 채미소를 도와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제가 대신 자리를 마련할게요.”“여진에서 그렇게 오래 일했으니, 대표님을 꼬드겨낼 핑곗거리 정도는 있겠죠? 이렇게 작은 일도 못 하면 방송국에서 일할 생각 말아요. 일한다고 해도 청소부가 될 거예요.”채미소는 승자의 자태로 말했다. 온지유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멸이 가득했다.“나는 지유 씨한테 인생을 가르치는 거예요. 듣기는 안 좋지만 전부 사실이라고요.”온지유는 그녀가 하는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필요 없어요.”“아무튼 좋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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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그래도 지유 씨한테 너무 불공평해요. 지금으로서 다른 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요. 근데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왜 대표님한테 연락할 방법은 찾지 않고 지유 씨만 괴롭힌대요?”“신입사원인 저한테 겁주고 싶었겠죠. 채미소 씨가 부서에서의 위치도 알릴 겸요.”공아영은 궁금한 듯 물었다.“그것보다 지유 씨가 대표님 아내라는 말 사실이에요?”그녀는 온지유의 말을 약간 믿는 눈치였다. 온지유는 잠깐 멈칫하다가 핸드폰을 끄면서 대답했다.“지금은 맞지만, 곧 아니게 될 거예요. 우리도 이만 일어날까요?”공아영이 정신 차리지 못한 와중에 온지유는 가방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아직 완벽한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반대로 공아영은 어리둥절해 있었다. 온지유의 말이 약간 이해가 안 됐던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상 계속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았다.두 사람은 함께 사무실에 돌아갔다. 채미소와 아이들은 벌써 김칫국을 마시기 시작했다.“정말 대표님이랑 약속 잡았어요? 역시 우리 미소 씨가 최고예요! 못 하는 게 없어요!”“언제 만나기로 했어요? 저는 뭘 준비하면 될까요? 저 재벌은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요. 따라가서 미소 씨 곁에 서 있으면 안 돼요?”채미소는 오만하게 콧방귀를 뀌었다.“두 사람도 데려갈게요. 이제 세상 물정 구경할 때도 됐잖아요. 내가 어떻게 말하는지 보고 배워요.”“그럼요! 미소 씨는 우리 롤모델이에요!”채미소는 대놓고 자랑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말이다.“여이현 대표님은 다른 사람이랑 달라요. 여진그룹 실세의 인터뷰를 딴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대표님의 눈에 들 수 있다면 반평생 걱정 없이 보낼 거예요.”“역시 미소 씨예요!”채미소가 인터뷰를 따낸 것처럼 말하는 것을 듣고 다른 동료들도 다가왔다.“미소 씨 대단하네요. 역시 미소 씨만 한 사람 없어요. 해결 못 하는 일이 없잖아요. 이번 일 잘되면 우리 회식이라도 해요. 축하는 제대로 해야죠.”“그럼요. 그 회식 제가 쏠게요. 저를 도와준 사람은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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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점심에 시간 있어요?]온지유는 아래에 레스토랑 주소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채미소에게도 문자를 보냈다.[점심 12시.]온지유의 문자를 보고 채미소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여이현을 상대할 방법은 진작 생각해 놓았다....같은 시각, 여이현은 기분이 꽤 좋았다. 온지유가 먼저 약속을 잡았기 때문이다.온지유는 한 번도 먼저 약속을 잡은 적이 없었다.‘갑자기 정신 차린 건가? 이혼하기 싫어서 이러는 거 맞지?’여이현은 이게 좋은 신호라고 생각했다. 부잣집 사모님으로 살던 그녀에게 역시 자그마한 오피스텔은 무리라고 생각했다.‘이따가 가서 괜히 도도한 척해볼까? 내가 당한 것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지. 나 같은 남자 세상에 어디 있어? 다시는 이혼 소리 안 나오게 할 거야.’사무실에 들어왔다가 여이현이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 배진호는 짧게 노크했다.“대표님, 오후에 주주 회의 있습니다.”“미뤄줘요. 점심에 갈 데가 있어요.”배진호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오늘 일정은 아주 많았다. 한 일정을 미루게 되면 모든 일정을 다 미뤄야 했다.“어디에 가시는데요?”“지유 만나...”여이현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바꿨다.“지유가 날 찾아서요.”“두 분 드디어 화해하신 거예요?”여이현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의자에 기대며 입꼬리를 올렸다.“글쎄, 지유가 하는 걸 봐서요.”배진호는 미소를 지었다.“그럼 미리 축하드릴게요.”여이현은 그를 힐끗 노려보며 말했다.“축하하긴 일러요. 내가 아직 용서하기로 한 건 아니니까.”“...”배진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여이현이 이미 용서하고도 남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엄청 신이 났을 것이다.‘정말 다행이다.’배진호는 남몰래 안도했다. 여이현의 기분이 좋아야 비서인 그도 쉽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보너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일이 있을지도 몰랐다.“지금 바로 차를 준비하겠습니다.”여이현은 잠깐 고민하다가 물었다.“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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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배진호까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여이현은 약간 회의감이 들었다.‘결국 다 내 문제라는 건가?’“차 준비해요. 지금 바로 출발할 거예요.”...온지유는 차에 앉아서 레스토랑 정문에 도착했다. 채미소는 창문을 톡톡 두드리면서 물었다.“여기예요?”“네. 12시에 만나기로 했어요.”“좋아요.”채미소는 온지유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도와준 건 기억하고 있을게요. 내가 편집장이 되면 지유 씨도 보조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이만 들어가요.”온지유는 예약한 룸의 번호를 알려줬다. 채미소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온지유의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를 확인한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보육원 일이 잘 해결된 것이다.그녀는 채미소가 멀어져간 방향을 바라봤다. 당분간은 그녀의 일을 방해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곧장 보육원을 향해 달려갔다.20분 후, 여이현의 차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는 백미러로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나서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한적한 복도를 따라 룸으로 걸어갔다채미소는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를 들은 그녀는 자세를 바로 하고 여이현이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여이현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주변을 빙 둘러봤지만, 온지유는 안 보이고 채미소만 보였다. 원래는 평온했던 얼굴이 빠르게 어두워졌다.“여이현 대표님.”채미소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속으로는 온지유가 정말 성공한 것에 약간 놀라고 있었다.“지유는요?”“지유 씨는 화장실에 갔어요. 금방 돌아올게요.”여이현도 이게 함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온지유를 놓칠 1%의 가능성이 있기에 참기로 했다.안으로 들어간 그는 채미소와 가장 먼 자리에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채미소는 적극적으로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조금 기다리시면 금방 돌아올 거예요. 음식도 주문해 놨어요. 그 전에 저랑 술 한잔할까요?”여이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거절했다.“저는 지유를 기다릴 거예요.”“지유 씨 만나러 오신 거 알아요. 술 마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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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채미소는 깜짝 놀랐다.“대표님?”여이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다시 한번 물을게요. 온지유, 지금 어디 있어요?”바닥에 널브러진 유리 조각과 여이현의 표정을 보고 취기는 빠르게 가셨다. 여이현이 이 정도로 매몰찬 사람일 줄은 채미소도 생각지 못했다.여이현이 싸늘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그녀는 빠르게 대답했다.“지유 씨는 여기 없어요. 여기는 저랑 대표님만 있어요.”여이현은 표정이 더욱 차가워지며 물었다.“오늘 날 만나러 온 사람이 그쪽이란 말이에요?”“네.”그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몰랐던 채미소는 눈치 없이 말을 보탰다.“지유 씨가 여진그룹 직원이었다길래 제가 부탁했어요. 저는 대표님께 연락할 방법이 없지만 지유 씨는 있으니까요. 저 정말 간절해요. 그리고 지유 씨랑은...”“꺼져요.”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던 여이현은 단호하게 외쳤다. 채미소는 안색이 다 창백해졌다.“거짓말 아니에요. 지유 씨는 제 직장 동료예요. 옛정을 봐서라도 이번 한 번...”쾅!여이현은 아예 테이블을 뒤집어 버렸다. 채미소는 완전히 말을 잃었다. 한마디라도 더 했다가 뒤집어지는 것은 그녀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녀는 여이현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단단히 화난 여이현은 평소처럼 감정 조절을 잘 못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밥 한 끼로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이현은 그녀가 건넨 술도 마시지 않았다.여이현은 도무지 화를 견딜 수가 없었다. 온지유가 이런 식으로 다른 여자와 자리를 마련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사과받을 줄 알고 온 그만 우스워지는 순간이었다.‘내가 한참 얕봤네.’여이현은 차가운 얼굴로 나가버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채미소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에 있었다.여이현이 이런 안색으로 나온 것을 보고 배진호는 또 온지유와 다툰 줄 알았다. 그는 눈치껏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 문을 열어줬다.여이현은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차갑게 말했다.“온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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