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659 챕터

제421화

온지유의 편집장이 말했었다. 그녀의 편집 실력이 좋다고.편집장은 그녀에게 보육원의 에피소드도 예능에 편집해 넣으라고 했다.만약 더 많은 후원을 받게 되고 투자자도 생기면 고정 예능이 되어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예능에 전부 담을 수 있다고 했다.온지유도 처음엔 보육원의 아이들이 새로운 집에서 살기를 바라며 찍은 것이었다.그녀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세상 모든 아이들을 챙길 수는 없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었다..“이번엔 정말 고마웠어요.”온지유가 겸손하게 말했다.“뭘요. 급하게 연락했는데 이유도 묻지 않고 도와주셨잖아요. 저야말로 고마워서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지유 씨도 저를 도와주었으니 당연히 저도 지유 씨가 고맙죠.”한정민은 그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걱정하지 말고 이 일은 나한테 맡겨요. 보육원의 아이들도 분명 행복해질 거예요.”온지유가 들어가자 아이들은 바로 해맑은 얼굴로 그녀를 불렀다.“이모!”아이들은 그녀에게 모여들었다.“이모, 우리도 고기 먹을 수 있대요!”“이모이모, 이것 봐요. 예쁜 머리핀 생겼어요!”아이들은 앞다투어 서로가 가진 것을 자랑해댔다.아이들은 원래부터 순진해 작은 것에서 쉽게 만족하고 기뻐했다. 배불리 먹기만 한다면 아이들은 아주 행복해했다.“그래, 너희들은 앞으로도 매일 고기랑 영양 가득한 반찬도 많이 먹을 수 있을 거야.”온지유는 아이들에게 말했다.“이모, 감사합니다.”“아니야,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 다 이 삼촌 덕분인걸. 이 삼촌이 너희들이 고기 먹을 수 있게 도와준 거야.”“감사합니다, 삼촌.”아이들은 예의 바르게 감사 인사를 했고 자신들에게 잘해준 사람을 똑똑히 기억하려 했다.한정민은 웃으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원장은 바빴던지라 온지유와 인사를 나눈 뒤 아이들을 보살폈다.“이모, 늑대 삼촌은? 늑대 삼촌은 왜 안 왔어요?”이때 한 아이가 커다란 눈을 초롱초롱 뜨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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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온지유는 메스꺼움을 꾹꾹 참아보려고 했다. 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러나 예민해진 후각 탓에 바로 구역질을 해댔다.그녀와 대화를 나누던 한정민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걱정스럽게 물었다.“지유 씨, 괜찮아요...?”온지유는 더는 참지 못하고 코와 입을 막은 채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다.그녀의 반응을 보던 한정민은 의아했다.‘보통 임신한 사람들이 저런 증상을 보이던데...'순간 그는 뭔가 깨달은 듯 이내 그녀가 들어간 화장실 문 앞에 서 있었다.온지유는 한참 게워냈다.입덧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메스꺼움이 사라지고 온지유는 찬물로 세수하고 나왔다.한정민은 그녀에게 휴지를 건넸다.“고마워요.”“왜 구역질을 하게 된 거예요? 혹시... 임신이에요?”“네, 바로 알아채셨네요.”온지유는 숨기지 않았다.한정민은 놀란 듯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임신한 상태였다.“축하해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아이가 생겼을 줄은 몰랐네요.”그는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온지유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저희 다른 거 얘기해요.”한정민도 눈치챘다. 온지유가 아이의 아빠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그녀가 화제를 바꾸려 하니 한정민도 더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다만 마른 몸을 이끌고 임신한 채로 열심히 일하는 그녀의 모습을 빤히 보았다.‘혹시 임신 때문에 여진에서 그만둔 건가?'비서보다 못한 직급임에도 그녀가 방송국에 취직한 것을 보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한정민은 다소 이해할 수가 없었다.‘여자랑 남자는 체력부터가 다르잖아. 만약 배가 불러오기라도 하면 그때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러 다닐 건가?'그녀가 측은하게 느껴졌다.한정민은 바로 비서에게 말했다.“가서 먹을 것 좀 사 와요.”“네, 대표님.”비서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온지유는 카메라 감독과 자기 일을 하러 갔다.피비린내를 맡았을 때 그녀는 손을 올려 코와 입을 막았다. 미간을 찌푸린 채 올라오는 메스꺼움을 꾹꾹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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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정민 씨를 놔줘요!”온지유는 한정민 입가에서 새어 나오는 피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한정민을 감싸드는 그녀의 모습에 여이현은 더욱 화가 났다.“하, 왜. 마음이 아파? 내가 오늘 이 자식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는 발을 들더니 한정민을 걷어찼다.한정민은 입을 열 새도 없이 그의 발길질에 다시 철퍼덕 쓰러졌다.놀란 온지유는 얼른 한정민을 부축하면서 일으켰다.여이현이 그런 그녀를 말리며 소리를 높였다.“지금 감히 내 앞에서 이 자식을 걱정해?!”온지유는 여이현을 보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왜 이렇게 막무가내인 거예요! 한정민 씨는 저랑 같이 새로 일하게 된 사람이라고요!”“그걸 내가 믿을 것 같아?”여이현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이 자식이 방금 널 부축하려고 했어. 네 배 속에 있는 아이가 걱정되어서 그런 게 아니라면, 왜 임산부가 쓸 물건까지 준비해 두었겠냐고! 이 자식이 그 자식이 아니라면 왜 널 걱정하겠어? 하, 넌 지금 또 날 속이고 있잖아!”“제가 언제 이현 씨를 속였다고 그래요!”“날 속인 적 없다고?”여이현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나랑 먼저 약속을 잡은 사람은 너야. 그런데 자리에는 없고 엉뚱한 채미소가 있더라?”그의 말에 온지유는 더는 당당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그래요, 이 일로 당신을 이용하려고 했던 걸 인정할게요. 우리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지금은 한정민 씨 상태가 먼저예요.”“아직도 이 자식을 걱정하고 있어?”온지유의 한 마디 한 마디 전부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한정민은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는 코를 꽉 잡으며 말했다.“전 괜찮아요. 두 분이 먼저 대화를 나눠서 오해를 푸세요.”온지유도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녀는 여이현이 왜 이렇듯 충동적으로 행동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와 대화가 통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정민 씨, 미안해요. 저 때문에 정민 씨가 다치셨네요. 제가 일단 상처부터 치료해 드리고 나서 사과하고 배상해 드릴게요.”“전 괜찮아요. 혼자 치료하러 갈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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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두 사람의 싸움에 누구도 감히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여이현의 두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온지유의 말에 이성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온지유는 이상하리만큼 냉정했다.그녀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가슴 쪽에서 씁쓸한 감정이 밀려왔다.이혼은 그녀가 원하는 것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그와 이혼하게 되니 실망에 휩싸였다.어쩌면 그녀는 여이현이 자신에게 이렇듯 화를 낼 거라곤 예상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또 어쩌면 오늘 너무도 많은 일이 벌어져 그녀가 아직 전부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에서 그와 다투게 되어 그런 것일 수도 있다.여이현은 그녀를 빤히 보았다.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온지유는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네, 그럼 동사무소에서 봬요.”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기대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헛웃음만 나왔다.“그래!”여이현은 몸을 틀어 떠나버렸다.떠나기 전에 바닥에 있는 임산부를 위한 비타민을 보곤 짜증이 났는지 발로 걷어찼다.그는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온지유는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감정 기복이 너무도 심했던지라 이번엔 어지럼증에서 그치지 않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온지유 씨!”보육원의 원장이 쓰러지는 그녀를 보며 바로 달려와 부축했다.“괜찮아요? 안 되겠어요. 쉬어요.”온지유는 원장의 부축을 받으며 바닥에 앉아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다.“자, 물 좀 마셔요.”선생님이 그녀에게 물잔을 건넸다.“고마워요.”온지유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물잔을 받았다.“온지유 씨, 세상에 싸우지 않고 사는 부부는 없어요. 그래도 싸우고 나면 한 침대에서 자면서 화해해야 한다고 했어요.”그녀에게 물잔을 건넨 선생님은 그녀를 위로했다.“그러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사실 예전의 그녀는 여이현과 다툰 적이 거의 없었다.그녀는 불만이 있어도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여이현은 그녀를 무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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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괜찮아요. 제가 차를 끌고 왔거든요. 혹시 바쁘시면 먼저 가셔도 돼요. 나중에 제가 다시 정식으로 사과하러 찾아갈게요.”한정민이 말했다.“정말 그러지 않아도 돼요. 전 오늘 거저 맞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온지유 씨의 능력을 믿으니 나중에 오늘 맞은 것에 대한 보상을 톡톡히 받아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상처를 치료한 뒤 한정민은 온지유와 대화를 나누다가 먼저 보육원을 떠났다.한정민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나민우에게 문자를 보냈다.[온지유 씨 임신한 거 알고 있었어?]같은 시각 나민우는 집에 있었다.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옷도 캐주얼하게 입고 있었다. 한정민의 문자를 읽자마자 그의 손이 멈칫했다.[몰랐어.]한정민의 의외라고 생각했다.[그럼 앞으로 온지유 씨랑 잘 되긴 글렀네. 지유 씨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배고, 오늘 보니까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던데 말이야. 네가 지유 씨랑 잘 되긴 아주 힘들겠어.]나민우의 안색이 변했다. 결국 포기한 듯한 문자를 보냈다.[지유가 행복하다면... 난 그거면 돼...]그는 이내 한 마디 더 전송했다.[지유가 직접 행복하다고 해야 나도 행복할 수 있을 거야.][지유 씨가 임신하긴 했어도 상황을 보니까 아기 아빠를 포기하려는 것 같았어. 혹시 아기 아빠라도 되어줄 생각은?]나민우가 답장했다.[그런 기회가 나한테도 차려진다면 그럴 생각이야.]한정민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와, 정말 순애 녀석이네. 우리 중에서 네가 제일 순애보일 거야. 10년 넘게 변함없이 지유 씨를 짝사랑하다니... 정말 대단해.]나민우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소파에 앉았다.사실 짝사랑은 그에게 힘든 것이었다.하루하루 마음 편히 잠을 자 본 적이 없었다.온지유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불안하면서도 자신에게 과분한 사람이라 어울리지 않을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그가 바라는 것은 사실 아주 간단했다. 온지유가 행복한 것.그는 온지유가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까지 바라지 않았다. 그저 의지할만한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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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송신영은 그릇을 들며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그의 입가까지 가져다 댔다.그러자 나민우는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유지했다.“알았어. 내가 알아서 먹을게.”“그래, 천천히 먹어. 아직 뜨거우니까.”송신영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가 먹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다.나민우는 숟가락을 들어 입에 넣었다.“어때?”송신영은 기대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나민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맛있어.”송신영은 아주 기뻤다.“아직 내가 만들어온 반찬은 안 먹어봤지? 먹어본 사람들은 다들 요리에 재능이 있다면서 칭찬해줬어. 다음번에 만들어 줄게. 어머님과 아버님께 네가 어떤 반찬을 좋아하는지 이미 물어봤으니까 다음엔 재료를 사 와서 네 주방에서 만들어 줄게, 어때?”“괜찮아.”나민우는 바로 거절했다.“요즘 바빠서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시간이 날 때 와서 해줄게.”나민우는 열정적인 송신영을 보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거절했다.“신영아, 날 이렇게 챙겨줄 필요 없어. 우리 부모님 말씀도 열심히 듣지 않아도 돼. 나도 날 잘 챙길 수 있어. 남녀가 유별한 세상인데 네가 우리 집에 와서 밥을 차린다면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볼 거야. 너 그러다가 나중에 시집은 어떻게 가려고 그래.”그의 의미를 바로 알아들은 송신영은 바로 굳어진 얼굴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어제 술 잔뜩 먹고 나서 네가 다른 사람의 이름만 중얼거리는 거 들었어.”송신영이 물었다.“온지유,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는 거야?”나민우는 시선을 떨군 채 담담하게 답했다.“응.”솔직하게 말하자 송신영의 안색이 변했다. 열정이 팍 식어버린 그녀가 또 물었다.“왜? 얼굴이 예뻐서? 나보다 예뻐?”나민우는 그녀를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나한테는 지유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송신영은 온지유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부드러운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비록 나민우는 원래부터 성격이 좋아 그녀를 대할 때도 부드럽게 대하며 심한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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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온지유는 고개를 돌렸다.채미소는 씩씩대며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그녀의 뺨을 갈궜다.다행히 반응이 빨랐던 온지유는 그녀가 뺨을 때리려고 손을 든 것임을 눈치채고 바로 확 잡아버렸다.채미소는 잡힌 손목을 빼내려고 애를 쓰며 욕설을 퍼부었다.“나쁜 X, 감히 날 물 먹여? 내가 방심한 사이에 든든한 뒷배를 찾은 것도 모자라 네 쓰레기 같은 기획안을 편집장님이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말이 돼? 왜, 네가 뭔데 자꾸만 내 것이어야 했을 것들을 빼앗아 가는데!”그녀가 만약 보육원에 찾아가 소란을 피운다면 그녀에게 안 좋을 것이 분명했고 회사에서도 해고될 가능성이 아주 컸다.게다가 누군가 온지유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었으니 행여나 잘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녀는 앞으로 이 바닥에서 일하기 어려워진다.초조해진 채미소와 달리 온지유는 그저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손을 떼어냈다.“채미소 씨가 절 계략으로 밀어 넣는 건 괜찮고, 전 채미소 씨가 꾸민 일에 방어하면 안 되는 건가요? 그리고 전 채미소 씨가 원하는 대로 여이현 씨를 미소 씨 앞으로 데려와 줬잖아요. 여이현을 유혹하지 못했다는 건 채미소 씨의 능력이 부족해서죠.”“하, 지금 나한테 능력이 부족하다고 했어? 이 개 같은 X이! 죽여버릴 거야!”채미소는 커다란 눈을 부릅뜨더니 방송국인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온지유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행동은 회사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되었고 보안 요원이 달려와 급히 그녀를 막았다.온지유는 그런 그녀의 행동에도 놀란 기색 하나도 없었다.“각자 능력대로 일하자고요. 제가 채미소 씨 밥그릇에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제 밥그릇에도 손을 댈 생각하지 말아요!”“하, 여이현을 내 앞으로 데리고 오기 전에 분명 나에 대해 뭐라고 말했지? 안 그랬으면 왜 날 보자마자 화를 냈겠냐고! 사악한 X, 너만 아니었어도 난 지금 이미 여이현을 내 남자로 만들었을 거야!”채미소는 여전히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 여이현을 꼬시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모든 탓을 온지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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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온지유는 고개를 떨구고 자신의 다리를 보았다. 바지에 피가 묻어있었다.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어제부터 배가 살살 아팠지만 바빴던 탓에 신경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임신은 처음이었기에 몸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그리고 지금, 배가 너무도 아팠다.무의식적으로 배를 감싸 안으며 몸을 굽혔다. 안색이 창백해지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났다.여이현은 그녀가 피를 흘리는 순간부터 안색이 굳어져 있었다. 서둘러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부축하였다.“온지유!”온지유는 극심한 통증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아팠고 불길한 예감이 들어 여이현의 팔을 잡으며 힘겹게 말했다.“아기...”여이현은 두말하지 않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괜찮아, 괜찮을 거야. 내가 지금 바로 병원에 데려다줄게.”“배 비서, 얼른 시동 걸어요!”배진호는 놀라 넋을 잃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던지라 정신을 차리며 얼른 두 사람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여이현은 온지유를 안고 차 안에 밀어 넣은 뒤 자신도 올라탔다. 온지유의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에 눕혔다. 혈색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보니 너무도 걱정되었다.“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그는 온지유가 이렇듯 피를 많이 흘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애초에 그녀가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본 적도 없었다.지금 그녀가 얼마나 아픈지 줄줄 흐르는 피만 봐도 알 수 있었다.운전대를 잡은 배진호는 속도를 올렸다.온지유는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혈색을 잃은 입술을 틀어 물며 그의 손을 꽉 잡았다. 통증이 심해질수록 그녀는 불안해졌고 손톱이 그의 손등에 박힐 정도로 꽉 잡고 있었다.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으면서 힘겹게 말을 꺼냈다.“이현 씨, 꼭, 꼭 아기를 지켜야 해요. 아기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안 돼요!”그녀가 여이현에게 한 말은 아기를 지켜달라는 말뿐이었다.그녀는 여이현이 아기를 지켜주지 않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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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여이현도 간호사를 따라 수술실 앞으로 왔다. 온지유가 수술실로 들어가자 그는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아주 불안하고 초조했다. 꼭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었고 무언가 번뜩 생각난 듯 간호사에게 말했다.“꼭 살려야 해요. 아기도 살려주세요!”온지유는 수술실로 들어갔다.문이 닫히고 여이현의 세상에도 어둠이 드리워졌다.그는 수술실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마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한참 지나도 진정할 수 없었다.누군가 그의 심장을 움켜쥐는 듯 호흡이 가빠졌다.그는 너무도 두려웠다.아기를 살려내지 못하면 온지유가 자신을 원망하게 될 것이 두려웠다.지금 이 순간 그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비록 아기를 받아들일 순 없었지만 온지유를 잃게 되는 것이 더 두렵고 무서웠다.여이현은 침묵했다. 수술실의 문이 열리기 전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초조한 모습으로 기다렸다.손바닥에도 어느새 식은땀이 가득 찼다.배진호가 다가오자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여이현이 온지유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전화 받을 기분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부하직원으로서 보고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대표님, 전화 왔습니다.”여이현은 확인하지도 않고 답했다.“무시하세요.”같은 시각, 여이현에게 전화를 건 김예진이 끊겨버린 전화를 보며 노승아에게 말했다.“언니, 여 대표님 전화를 안 받으시는데요.”노승아는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그럴 리가. 오늘 영화 시사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 혹시 깜빡하고 있을까 봐 다시 알려주려고 전화를 한 건데 안 받을 리가 없잖아.”최근 그녀는 여이현을 자주 찾지 않았다.지난번에 그가 그렇게나 분명히 말했으니 그녀는 당연히 지금은 한발 물러서는 수밖에 없었다.그렇지 않고 계속 그를 찾는다면 그의 반감을 살 것이 분명했으니까.그녀가 김예진을 시켜 여이현에게 연락하라고 한 것도 거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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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문자를 읽은 노승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눈빛이 놀라움에서 분노로 변하면서 핸드폰을 바닥에 던져버렸다.마침 들어온 김예진이 그녀의 모습을 보곤 물었다.“언니, 왜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핸드폰은 여전히 진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승아는 온지유가 임신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누구 아이를 가진 거지?'‘어떻게 임신한 거지?!'‘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지 않았나? 온지유가 어떻게 아이를 배!'노승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길고 하얀 그녀의 손등 위로 핏줄이 튀어나왔다. 김예진이 다가오자 김예진의 팔을 뿌리치며 소리를 질렀다.“손대지 마!”김예진은 깜짝 놀랐다.노승아는 그 손길이 김예진의 손길이라는 것을 알곤 바로 울먹이는 얼굴로 바뀌었다. 아주 서러워 보이는 표정이었다.김예진은 바로 그녀를 달랬다.“언니, 괜찮아요. 울지 말아요.”노승아는 눈물을 흘리며 김예진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내가 여이현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데, 왜 날 봐주지 않는 걸까. 설마 이젠 나에게 은혜 갚아야 한다는 것도 잊은 걸까?”김예진은 그녀가 이렇듯 슬퍼하는 모습은 처음이었고 그녀의 감정에 옮아 같이 슬퍼하게 되었다....굳게 닫혔던 수술실 문이 드디어 열렸다. 여이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침대 곁으로 달려갔다. 여전히 창백한 그녀의 안색에 너무도 걱정되어 물었다.“언제 깨어날 수 있는 거예요? 안색이 왜 아직도 안 좋죠? 아기는 무사해요?”우르르 쏟아지는 질문에 의사는 어느 것부터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럼에도 침착하게 말했다.“하마터면 유산할 뻔했지만, 운이 좋았죠. 저희가 최선을 다한 덕에 아기는 무사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환자는 휴식이 필요한 상태에요. 과하게 일하면 안 되고 영양을 보충하면서 몸조리를 잘해야 할 거예요. 환자분은 너무 말랐어요. 몸에 필요한 영양분도 부족해서 아기한테도 좋지 않을 거예요.”여이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감사합니다. 제가 앞으로 잘 보살피겠습니다.”온지유는 병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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