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를 읽은 노승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눈빛이 놀라움에서 분노로 변하면서 핸드폰을 바닥에 던져버렸다.마침 들어온 김예진이 그녀의 모습을 보곤 물었다.“언니, 왜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핸드폰은 여전히 진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승아는 온지유가 임신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누구 아이를 가진 거지?'‘어떻게 임신한 거지?!'‘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지 않았나? 온지유가 어떻게 아이를 배!'노승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길고 하얀 그녀의 손등 위로 핏줄이 튀어나왔다. 김예진이 다가오자 김예진의 팔을 뿌리치며 소리를 질렀다.“손대지 마!”김예진은 깜짝 놀랐다.노승아는 그 손길이 김예진의 손길이라는 것을 알곤 바로 울먹이는 얼굴로 바뀌었다. 아주 서러워 보이는 표정이었다.김예진은 바로 그녀를 달랬다.“언니, 괜찮아요. 울지 말아요.”노승아는 눈물을 흘리며 김예진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내가 여이현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데, 왜 날 봐주지 않는 걸까. 설마 이젠 나에게 은혜 갚아야 한다는 것도 잊은 걸까?”김예진은 그녀가 이렇듯 슬퍼하는 모습은 처음이었고 그녀의 감정에 옮아 같이 슬퍼하게 되었다....굳게 닫혔던 수술실 문이 드디어 열렸다. 여이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침대 곁으로 달려갔다. 여전히 창백한 그녀의 안색에 너무도 걱정되어 물었다.“언제 깨어날 수 있는 거예요? 안색이 왜 아직도 안 좋죠? 아기는 무사해요?”우르르 쏟아지는 질문에 의사는 어느 것부터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럼에도 침착하게 말했다.“하마터면 유산할 뻔했지만, 운이 좋았죠. 저희가 최선을 다한 덕에 아기는 무사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환자는 휴식이 필요한 상태에요. 과하게 일하면 안 되고 영양을 보충하면서 몸조리를 잘해야 할 거예요. 환자분은 너무 말랐어요. 몸에 필요한 영양분도 부족해서 아기한테도 좋지 않을 거예요.”여이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감사합니다. 제가 앞으로 잘 보살피겠습니다.”온지유는 병실로
온지유가 눈을 떴을 땐 어둠이 내린 밤이었다.손가락을 움직이자 누군가 자신의 손을 깔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천천히 눈을 뜬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여이현은 그녀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잠들어 있었다.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제대로 편히 자지 못한 것 같았다.항상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던 그의 얼굴엔 수염도 났다.그의 모습을 훑어보던 온지유는 멈칫했다.순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진호가 들어왔다. 배진호는 양손 가득 뭔가를 들고 왔다.“사모님, 깨셨어요.”배진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배진호는 잠든 여이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대표님께서 사모님이 병원에 오신 뒤로 내내 곁을 지키고 계셨어요. 잠깐이라도 근처 호텔에서 편하게 주무시라니까 꼭 사모님의 곁에 계시겠다며 고집을 부리시더군요.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잠드셨어요.”온지유는 입을 벙긋거렸다.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힘겹게 말을 꺼냈다.“아이는...”배진호가 답했다.“무사해요. 하마터면 유산할 뻔했다고 했어요. 다행히 아이도 무사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사모님과 대표님의 사이는 돌일 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졌을 거예요. 사모님이 수술실로 들어간 순간부터 대표님께선 초조해하셨어요. 사모님과 배 속의 아이가 잘못될까 봐요. 대표님께선 배 속의 아이가 잘못되면 사모님이 대표님을 원망하고 미워할까 봐 엄청 마음 졸이고 계셨거든요.”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여이현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까요?”배진호는 사온 물건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전 사모님께 거짓말을 한 적 없어요. 설마 제 말을 못 믿으시는 거예요? 대표님께선 사모님을 엄청 걱정하고 계셨어요. 설령 그 아이가 대표님의 아이가 아니라고 해도 대표님껜 그 아이를 없애는 방법은 아주 많거든요. 사모님만 원하지 않는다면 대표님께선 강요할 생각도 없으셨어요. 대표님은 자신의 행동으로 나중에 영원히 사모님과 다시 잘
“이현 씨...”말을 마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렸다.여희영이 다급하게 들어오며 온지유를 보더니 기뻐하는 얼굴로 말했다.“세상에, 지유야. 임신했으면서 왜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니? 이제야 알게 되었잖니. 만약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여행 가지 않았을 거야. 설마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알게 된 건 아니지?”여희영은 캐리어를 끌고 들어왔다. 머리엔 스카프를 쓰고 있었고 선글라스도 끼고 있는 것을 보아 금방 돌아온 것 같았다.그녀의 피부는 전보다 까맸다. 여행하면서 탄 것이 분명했다.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여희영의 등장에 그녀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얼른 일어나 앉아 여희영을 불렀다.“고모님!”여희영을 본 온지유는 아주 기뻐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았다.여희영은 손에 든 물건과 캐리어를 내려놓고 다가왔다. 여이현을 밀어내고 온지유와 포옹했다.“아이고, 우리 지유, 고생했어. 우리 집안 핏줄을 품고 있느라 많이 힘들었겠네.”온지유도 그녀를 안았다. 너무 반가워서 그런지 아니면 최근 너무도 많은 일이 벌어져서 그런지 그녀는 훌쩍이며 말했다.“왜 귀국하셨으면서 저한테 말씀하지 않으신 거예요. 그동안 고모님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여희영이 말했다.“서프라이즈로 짠 나타나려고 했지. 그리고 이현이가 널 괴롭히고 있으면 현장을 잡으려고 했어.”여이현은 여희영을 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자발적으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여씨 가문에서 온지유를 가장 아껴주는 사람은 여희영이었다. 여희영은 고리타분한 집안사람들과 달랐고 젊은 사람과 잘 어울려 지냈을 뿐 아니라 온지유를 아주 예뻐했다.여희영은 온지유를 진짜 가족으로 대했다.“전 괜찮아요. 잘 지내고 있었어요.”온지유는 그간 여이현과 있었던 일을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행복했으니까.“안 믿어.”여희영은 선글라스를 벗고 여이현을 보았다.“쟤가 널 괴롭힌 게 아니라면 네가 여기에 있을 리가 없잖아. 임신도 했는데 널 괴롭혀? 내가 아주 따끔하게 혼내줄 거야!”온
음식 용기에 담아온 것도 있고 보온병에 담아 온 것도 있었다.여이현이 사온 음식은 5성급 호텔 주방장이 만든 것이었지만 여희영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옆으로 밀어두며 자신이 포장해온 음식을 꺼냈다.“이건 농어탕이야. 임산부에게 아주 좋지. 그리고 이건 돼지 간으로 만든 죽이야. 돼지 간은 철분이 많아 빈혈에도 좋고 태아한테도 좋아. 또 이건 족발 찜이야...”그녀는 계속 음식을 꺼내며 말했다. 병실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었다. 이내 여이현에게 시선을 돌렸다.“넌 아빠가 되는 게 처음이니까 임산부를 어떻게 잘 보살펴야 하는지,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배워둬. 내가 가져온 음식은 전부 임산부의 영양 보충에 좋은 것들이야. 절대 산도가 있거나 카페인 같은 걸 먹게 하지 마. 그런 것들은 유산의 위험성이 있으니까...”여희영이 끊임없이 말하자 여이현이 말했다.“지유는 내 아내니까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 당연히 알고 있어요.”“알긴 뭘 알아!”여희영은 전혀 믿지 않았다.“남편이라는 놈이 아내가 입원할 정도로 일하는데 말리지도 않고 말이야. 어딜 봐서 잘 챙겨준 거니? 지유는 임신했으니까 몸조리를 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집에 가만히 있으면서 태교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 모르니? 정말이지 하나도 모르면서 뻔뻔하게 말은 잘하네!”여이현은 온지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배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출근하면 안 되죠.”온지유는 두 사람이 다투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지 않았다.“고모님, 얼른 앉으세요. 저 배고파요. 뭘 좀 먹고 싶어요.”“그래.”그녀의 말에 여희영은 바로 잔소리를 멈추고 자신이 포장해온 음식을 내밀며 온화하게 말했다.“아직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여이현은 여희영이 온 뒤 얼굴에 웃음기가 생긴 그녀를 보며 눈치껏 자리를 피해 주며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온지유는 죽을 먹었다. 임산부에게 좋은 음식이라곤 했지만, 여전히 메스꺼움은 사라지지
김예진은 여이현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대표님, 제가 드디어 찾았네요.”여이현은 고개를 들었다. 수심이 가득한 김예진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김예진이 노승아의 매니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담배를 꺼버리곤 재떨이에 던졌다.“회사에 다른 직원이 없어요?”그가 기획사를 차리긴 했어도 따로 회사를 관리하는 경영자를 두었다.그러니 기획사의 일은 그 직원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었다.김예진이 말했다.“회사에 아무리 직원이 많다고 해도 승아 언니한테 필요한 사람은 대표님이세요. 대표님께선 계속 전화를 안 받으셔서...”여이현은 또 노승아의 일이라는 것을 알고 미간을 찌푸렸다.“다른 일은 없는 거예요?”김예진은 눈물을 닦았지만 계속 흘러냈다.“언니가 앓고 있던 병이 다시 재발했어요. 어제 검진 결과를 받고 알게 되셨는데, 귀가 안 들린다고 일정을 전부 취소했어요. 승아 언니 이대로 청력을 잃으면 어떻게 하죠? 앞으로 연기는 어떻게 해요? 가수 생활 겨우 포기하고 배우로 전향했는데 연기도 못하게 되면... 그럼 언니 인생은 여기서 끝나게 되는 거잖아요. 언니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그녀의 말에 여이현이 고개를 들었다. 표정이 심각해졌다.“아무것도 안 들린다고 하던가요?”김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최고의 의사를 그녀에게 붙여 귀를 치료하게 했다.의사는 그녀가 치료만 잘하면 다시 예전처럼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예전에 이미 치료를 잘 받은 탓에 청력의 거의 회복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안 들릴 수 있겠는가.여이현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지금 어디에 있죠?”김예진은 서둘러 그를 노승아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온지유의 병실은 9층이었지만 여이현은 11층에 왔다.병실 밖에서부터 그는 병실에 누워있는 노승아를 발견했다. 머리를 헝클어진 채 안색은 창백했다. 그녀는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다른 남자가 그녀의 모습을 봤어도 마음 아파했을 정도였다.여이현이 병실 입구에 서 있자 김예진이 말했다.
노승아의 눈에 힘이 풀리면서 억지 미소를 지었다.“오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꼭 그렇게 차갑게 말을 해야겠어? 나 무서워, 난 지금 이미 귀가 안 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섭다고!”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여이현은 그녀의 팔을 놓아주며 차가운 시선으로 보았다.“네가 널 괴롭히고 있는 게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은 뭔데. 어떻게 귀가 안 들릴 수 있겠어. 네 직업을 사랑한다는 건 다 거짓말이었나 보군. 넌 어떻게 하면 네가 더 잘 될 수 있나 연구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네 건강이 나빠지는지만 연구하고 있었나 보네.”“연예계가 쉬운 줄 알았어? 누구나 다 네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줄 아느냐고. 네가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있는데 나도 계속 널 그 자리에 앉혀둘 이유가 없지. 그 자리를 아끼면서 열심히 할 사람은 아주 많아!”여이현은 매정하게 말했다. 그녀가 들을 수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말이다. 여하간에 평생 그녀에게만 신경 쓰며 살아갈 수 없지 않겠는가.노승아는 그가 키운 연예인이었다.그러니 그가 끌어내릴 수 있었다.말을 마친 여이현은 단호하게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노승아는 예전이었다면 당장이라도 가슴 아픈 얼굴로 달래야 할 그가 차갑게 돌아서는 모습을 보곤 마음 급해져 얼른 그를 안았다.“오빠, 가지 마!”한편, 온지유와 여희영이 11층에 있었다.여희영은 휴지를 들고 코를 닦으면서 말했다.“내가 나 혼자 와도 된다고 했잖아. 내 말도 안 듣고 결국 침대에서 내려오다니.”“괜찮아요. 의사가 적당히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요. 그냥 조금 걷는 것뿐인데요. 전 정말로 괜찮아요.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온지유는 여희영의 팔에 팔짱을 꼈다.“고모님을 보니까 너무 기뻐서 그래요.”그녀는 여희영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전보다 더 여희영에게 찰싹 붙었다.“아, 비염은 언제 나으려나. 먼지가 코끝에 붙어도 코가 간지러워 못 살겠네. 그래서 내가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못 키우잖아. 에휴, 얼른 의사한테 진료받아야지.”여희
노승아의 고개가 돌아가고 그대로 침대에서 떨어졌다.여희영의 한방에 단단한 침대에 뼈가 부딪치는 소리마저 들려왔고 노승아는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떨어졌다.여이현은 원래 노승아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갑자기 등장한 여희영이 먼저 노승아의 뺨을 갈궜다.그는 여희영을 보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고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동시에 김예진이 달려오며 노승아를 부축했다.“뭐 하냐니, 안 보이니? 여우를 잡고 있잖아.”여희영이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노승아는 눈물을 흘렸다. 꼭 더는 혼자의 힘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노승아를 일으켰다.“승아는 지금 환자예요. 전 그냥 상태를 보러 온 거라고요.”“네가 뭔데 얘 상태를 확인하러 와?”여희영은 믿지 않았다.“얘는 지금 연기하고 있는 거야. 네가 얘를 불쌍하게 여겨 목적을 이루려고!”“전 승아 회사 대표예요. 설령 연기라고 해도 상사로서 상태 확인하러는 와야죠.”여이현은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희영의 행동은 다소 선을 넘은 것 같았다.“그걸 누가 믿어!”여희영이 말했다.“아픈 것도 시기가 있는 거니? 왜 많고 많은 시간 중에서 하필이면 네가 병원에 있을 때 아픈 건데. 이 여자는 연기로 대상도 받았으니 네 앞에서 아픈 환자 연기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말을 마친 여희영은 팔짱을 끼면서 노승아를 내려다보았다.김예진은 노승아를 위해 나섰다.“대체 왜 언니한테 이러시는 건데요. 언니는 이미 충분히 불쌍한 사람이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다들 언니한테 이럴 수가 있으세요!”김예진의 눈에는 노승아가 힘들게 노력해 정상의 자리에 앉은 것으로 보였다.예전에는 목을 다쳐 가수 생활을 포기하고 이젠 청력까지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제일 중요한 시기에 말이다.그런데 다른 사람이 노승아를 괴롭히는 모습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났다.김예진의 말에 여희영은 코웃음을 쳤다.“하, 불쌍하다고요? 대체 어디가 불쌍
몸싸움을 벌이는 세 사람을 보며 여이현은 얼른 여희영을 잡아당겼다. 그는 여희영이 충동적으로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길 바랐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고모. 얼른 그 손 놓으세요!”여희영은 여이현의 팔을 뿌리쳤다.“안 놔, 못 놔! 내가 오늘 이 X 진상을 전부 까발릴 거야. 너희들도 똑똑히 봐야지. 입만 열면 거짓말인 여자니까 귀가 안 들린다는 것도 거짓말일 거야!”“아아아악!”노승아가 소리를 질렀다.“다들 제가 죽기를 바라네요. 그래요, 죽을게요. 지금 죽으면 되잖아요!”싸우고 있는 그들을 보며 노승아는 소리를 지르더니 벽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노승아의 머리에선 피가 흘러나오더니 바닥에 쓰러졌다.온지유의 눈이 커졌다. 노승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충격을 받은 온지유는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뒷걸음질을 쳤다.여희영도 놀랐다. 노승아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모든 사람들이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언니!”김예진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살인자들! 당신들이 우리 언니를 죽인 거야!”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노승아를 안았다.“얼른 의사 불러요!”김예진은 그들을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 얼른 병실 밖으로 나가 의사를 불렀다.의사는 서둘러 노승아를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혼란스러웠던 상황은 몇 분간 지속하였고 다시 평온해졌다.그들은 응급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김예진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여이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누군가와 연락하고 있었다.여희영은 그제야 진정되었다. 이상하리만큼 냉정한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온지유를 보았다. 안색이 창백해진 온지유를 보며 말했다.“지유야, 아까 많이 놀랐지?”온지유는 여희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고모님...”“그래, 임신했는데 피를 보았으니 많이 놀랐겠지. 얼른 가서 쉬어.”여희영은 이미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 노승아는 그녀의 생각처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방금은 내가 너무 충동적이어서 너한테 안 좋은 모습만 보여주었네. 미안해, 이 일은 내가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