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영은 그릇을 들며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그의 입가까지 가져다 댔다.그러자 나민우는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유지했다.“알았어. 내가 알아서 먹을게.”“그래, 천천히 먹어. 아직 뜨거우니까.”송신영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가 먹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다.나민우는 숟가락을 들어 입에 넣었다.“어때?”송신영은 기대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나민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맛있어.”송신영은 아주 기뻤다.“아직 내가 만들어온 반찬은 안 먹어봤지? 먹어본 사람들은 다들 요리에 재능이 있다면서 칭찬해줬어. 다음번에 만들어 줄게. 어머님과 아버님께 네가 어떤 반찬을 좋아하는지 이미 물어봤으니까 다음엔 재료를 사 와서 네 주방에서 만들어 줄게, 어때?”“괜찮아.”나민우는 바로 거절했다.“요즘 바빠서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시간이 날 때 와서 해줄게.”나민우는 열정적인 송신영을 보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거절했다.“신영아, 날 이렇게 챙겨줄 필요 없어. 우리 부모님 말씀도 열심히 듣지 않아도 돼. 나도 날 잘 챙길 수 있어. 남녀가 유별한 세상인데 네가 우리 집에 와서 밥을 차린다면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볼 거야. 너 그러다가 나중에 시집은 어떻게 가려고 그래.”그의 의미를 바로 알아들은 송신영은 바로 굳어진 얼굴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어제 술 잔뜩 먹고 나서 네가 다른 사람의 이름만 중얼거리는 거 들었어.”송신영이 물었다.“온지유,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는 거야?”나민우는 시선을 떨군 채 담담하게 답했다.“응.”솔직하게 말하자 송신영의 안색이 변했다. 열정이 팍 식어버린 그녀가 또 물었다.“왜? 얼굴이 예뻐서? 나보다 예뻐?”나민우는 그녀를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나한테는 지유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송신영은 온지유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부드러운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비록 나민우는 원래부터 성격이 좋아 그녀를 대할 때도 부드럽게 대하며 심한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
온지유는 고개를 돌렸다.채미소는 씩씩대며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그녀의 뺨을 갈궜다.다행히 반응이 빨랐던 온지유는 그녀가 뺨을 때리려고 손을 든 것임을 눈치채고 바로 확 잡아버렸다.채미소는 잡힌 손목을 빼내려고 애를 쓰며 욕설을 퍼부었다.“나쁜 X, 감히 날 물 먹여? 내가 방심한 사이에 든든한 뒷배를 찾은 것도 모자라 네 쓰레기 같은 기획안을 편집장님이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말이 돼? 왜, 네가 뭔데 자꾸만 내 것이어야 했을 것들을 빼앗아 가는데!”그녀가 만약 보육원에 찾아가 소란을 피운다면 그녀에게 안 좋을 것이 분명했고 회사에서도 해고될 가능성이 아주 컸다.게다가 누군가 온지유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었으니 행여나 잘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녀는 앞으로 이 바닥에서 일하기 어려워진다.초조해진 채미소와 달리 온지유는 그저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손을 떼어냈다.“채미소 씨가 절 계략으로 밀어 넣는 건 괜찮고, 전 채미소 씨가 꾸민 일에 방어하면 안 되는 건가요? 그리고 전 채미소 씨가 원하는 대로 여이현 씨를 미소 씨 앞으로 데려와 줬잖아요. 여이현을 유혹하지 못했다는 건 채미소 씨의 능력이 부족해서죠.”“하, 지금 나한테 능력이 부족하다고 했어? 이 개 같은 X이! 죽여버릴 거야!”채미소는 커다란 눈을 부릅뜨더니 방송국인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온지유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행동은 회사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되었고 보안 요원이 달려와 급히 그녀를 막았다.온지유는 그런 그녀의 행동에도 놀란 기색 하나도 없었다.“각자 능력대로 일하자고요. 제가 채미소 씨 밥그릇에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제 밥그릇에도 손을 댈 생각하지 말아요!”“하, 여이현을 내 앞으로 데리고 오기 전에 분명 나에 대해 뭐라고 말했지? 안 그랬으면 왜 날 보자마자 화를 냈겠냐고! 사악한 X, 너만 아니었어도 난 지금 이미 여이현을 내 남자로 만들었을 거야!”채미소는 여전히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 여이현을 꼬시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모든 탓을 온지유에게
온지유는 고개를 떨구고 자신의 다리를 보았다. 바지에 피가 묻어있었다.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어제부터 배가 살살 아팠지만 바빴던 탓에 신경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임신은 처음이었기에 몸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그리고 지금, 배가 너무도 아팠다.무의식적으로 배를 감싸 안으며 몸을 굽혔다. 안색이 창백해지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났다.여이현은 그녀가 피를 흘리는 순간부터 안색이 굳어져 있었다. 서둘러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부축하였다.“온지유!”온지유는 극심한 통증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아팠고 불길한 예감이 들어 여이현의 팔을 잡으며 힘겹게 말했다.“아기...”여이현은 두말하지 않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괜찮아, 괜찮을 거야. 내가 지금 바로 병원에 데려다줄게.”“배 비서, 얼른 시동 걸어요!”배진호는 놀라 넋을 잃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던지라 정신을 차리며 얼른 두 사람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여이현은 온지유를 안고 차 안에 밀어 넣은 뒤 자신도 올라탔다. 온지유의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에 눕혔다. 혈색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보니 너무도 걱정되었다.“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그는 온지유가 이렇듯 피를 많이 흘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애초에 그녀가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본 적도 없었다.지금 그녀가 얼마나 아픈지 줄줄 흐르는 피만 봐도 알 수 있었다.운전대를 잡은 배진호는 속도를 올렸다.온지유는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혈색을 잃은 입술을 틀어 물며 그의 손을 꽉 잡았다. 통증이 심해질수록 그녀는 불안해졌고 손톱이 그의 손등에 박힐 정도로 꽉 잡고 있었다.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으면서 힘겹게 말을 꺼냈다.“이현 씨, 꼭, 꼭 아기를 지켜야 해요. 아기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안 돼요!”그녀가 여이현에게 한 말은 아기를 지켜달라는 말뿐이었다.그녀는 여이현이 아기를 지켜주지 않을까 봐
여이현도 간호사를 따라 수술실 앞으로 왔다. 온지유가 수술실로 들어가자 그는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아주 불안하고 초조했다. 꼭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었고 무언가 번뜩 생각난 듯 간호사에게 말했다.“꼭 살려야 해요. 아기도 살려주세요!”온지유는 수술실로 들어갔다.문이 닫히고 여이현의 세상에도 어둠이 드리워졌다.그는 수술실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마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한참 지나도 진정할 수 없었다.누군가 그의 심장을 움켜쥐는 듯 호흡이 가빠졌다.그는 너무도 두려웠다.아기를 살려내지 못하면 온지유가 자신을 원망하게 될 것이 두려웠다.지금 이 순간 그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비록 아기를 받아들일 순 없었지만 온지유를 잃게 되는 것이 더 두렵고 무서웠다.여이현은 침묵했다. 수술실의 문이 열리기 전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초조한 모습으로 기다렸다.손바닥에도 어느새 식은땀이 가득 찼다.배진호가 다가오자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여이현이 온지유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전화 받을 기분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부하직원으로서 보고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대표님, 전화 왔습니다.”여이현은 확인하지도 않고 답했다.“무시하세요.”같은 시각, 여이현에게 전화를 건 김예진이 끊겨버린 전화를 보며 노승아에게 말했다.“언니, 여 대표님 전화를 안 받으시는데요.”노승아는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그럴 리가. 오늘 영화 시사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 혹시 깜빡하고 있을까 봐 다시 알려주려고 전화를 한 건데 안 받을 리가 없잖아.”최근 그녀는 여이현을 자주 찾지 않았다.지난번에 그가 그렇게나 분명히 말했으니 그녀는 당연히 지금은 한발 물러서는 수밖에 없었다.그렇지 않고 계속 그를 찾는다면 그의 반감을 살 것이 분명했으니까.그녀가 김예진을 시켜 여이현에게 연락하라고 한 것도 거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더
문자를 읽은 노승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눈빛이 놀라움에서 분노로 변하면서 핸드폰을 바닥에 던져버렸다.마침 들어온 김예진이 그녀의 모습을 보곤 물었다.“언니, 왜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핸드폰은 여전히 진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승아는 온지유가 임신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누구 아이를 가진 거지?'‘어떻게 임신한 거지?!'‘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지 않았나? 온지유가 어떻게 아이를 배!'노승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길고 하얀 그녀의 손등 위로 핏줄이 튀어나왔다. 김예진이 다가오자 김예진의 팔을 뿌리치며 소리를 질렀다.“손대지 마!”김예진은 깜짝 놀랐다.노승아는 그 손길이 김예진의 손길이라는 것을 알곤 바로 울먹이는 얼굴로 바뀌었다. 아주 서러워 보이는 표정이었다.김예진은 바로 그녀를 달랬다.“언니, 괜찮아요. 울지 말아요.”노승아는 눈물을 흘리며 김예진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내가 여이현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데, 왜 날 봐주지 않는 걸까. 설마 이젠 나에게 은혜 갚아야 한다는 것도 잊은 걸까?”김예진은 그녀가 이렇듯 슬퍼하는 모습은 처음이었고 그녀의 감정에 옮아 같이 슬퍼하게 되었다....굳게 닫혔던 수술실 문이 드디어 열렸다. 여이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침대 곁으로 달려갔다. 여전히 창백한 그녀의 안색에 너무도 걱정되어 물었다.“언제 깨어날 수 있는 거예요? 안색이 왜 아직도 안 좋죠? 아기는 무사해요?”우르르 쏟아지는 질문에 의사는 어느 것부터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럼에도 침착하게 말했다.“하마터면 유산할 뻔했지만, 운이 좋았죠. 저희가 최선을 다한 덕에 아기는 무사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환자는 휴식이 필요한 상태에요. 과하게 일하면 안 되고 영양을 보충하면서 몸조리를 잘해야 할 거예요. 환자분은 너무 말랐어요. 몸에 필요한 영양분도 부족해서 아기한테도 좋지 않을 거예요.”여이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감사합니다. 제가 앞으로 잘 보살피겠습니다.”온지유는 병실로
온지유가 눈을 떴을 땐 어둠이 내린 밤이었다.손가락을 움직이자 누군가 자신의 손을 깔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천천히 눈을 뜬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여이현은 그녀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잠들어 있었다.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제대로 편히 자지 못한 것 같았다.항상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던 그의 얼굴엔 수염도 났다.그의 모습을 훑어보던 온지유는 멈칫했다.순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진호가 들어왔다. 배진호는 양손 가득 뭔가를 들고 왔다.“사모님, 깨셨어요.”배진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배진호는 잠든 여이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대표님께서 사모님이 병원에 오신 뒤로 내내 곁을 지키고 계셨어요. 잠깐이라도 근처 호텔에서 편하게 주무시라니까 꼭 사모님의 곁에 계시겠다며 고집을 부리시더군요.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잠드셨어요.”온지유는 입을 벙긋거렸다.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힘겹게 말을 꺼냈다.“아이는...”배진호가 답했다.“무사해요. 하마터면 유산할 뻔했다고 했어요. 다행히 아이도 무사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사모님과 대표님의 사이는 돌일 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졌을 거예요. 사모님이 수술실로 들어간 순간부터 대표님께선 초조해하셨어요. 사모님과 배 속의 아이가 잘못될까 봐요. 대표님께선 배 속의 아이가 잘못되면 사모님이 대표님을 원망하고 미워할까 봐 엄청 마음 졸이고 계셨거든요.”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여이현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까요?”배진호는 사온 물건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전 사모님께 거짓말을 한 적 없어요. 설마 제 말을 못 믿으시는 거예요? 대표님께선 사모님을 엄청 걱정하고 계셨어요. 설령 그 아이가 대표님의 아이가 아니라고 해도 대표님껜 그 아이를 없애는 방법은 아주 많거든요. 사모님만 원하지 않는다면 대표님께선 강요할 생각도 없으셨어요. 대표님은 자신의 행동으로 나중에 영원히 사모님과 다시 잘
“이현 씨...”말을 마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렸다.여희영이 다급하게 들어오며 온지유를 보더니 기뻐하는 얼굴로 말했다.“세상에, 지유야. 임신했으면서 왜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니? 이제야 알게 되었잖니. 만약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여행 가지 않았을 거야. 설마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알게 된 건 아니지?”여희영은 캐리어를 끌고 들어왔다. 머리엔 스카프를 쓰고 있었고 선글라스도 끼고 있는 것을 보아 금방 돌아온 것 같았다.그녀의 피부는 전보다 까맸다. 여행하면서 탄 것이 분명했다.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여희영의 등장에 그녀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얼른 일어나 앉아 여희영을 불렀다.“고모님!”여희영을 본 온지유는 아주 기뻐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았다.여희영은 손에 든 물건과 캐리어를 내려놓고 다가왔다. 여이현을 밀어내고 온지유와 포옹했다.“아이고, 우리 지유, 고생했어. 우리 집안 핏줄을 품고 있느라 많이 힘들었겠네.”온지유도 그녀를 안았다. 너무 반가워서 그런지 아니면 최근 너무도 많은 일이 벌어져서 그런지 그녀는 훌쩍이며 말했다.“왜 귀국하셨으면서 저한테 말씀하지 않으신 거예요. 그동안 고모님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여희영이 말했다.“서프라이즈로 짠 나타나려고 했지. 그리고 이현이가 널 괴롭히고 있으면 현장을 잡으려고 했어.”여이현은 여희영을 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자발적으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여씨 가문에서 온지유를 가장 아껴주는 사람은 여희영이었다. 여희영은 고리타분한 집안사람들과 달랐고 젊은 사람과 잘 어울려 지냈을 뿐 아니라 온지유를 아주 예뻐했다.여희영은 온지유를 진짜 가족으로 대했다.“전 괜찮아요. 잘 지내고 있었어요.”온지유는 그간 여이현과 있었던 일을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행복했으니까.“안 믿어.”여희영은 선글라스를 벗고 여이현을 보았다.“쟤가 널 괴롭힌 게 아니라면 네가 여기에 있을 리가 없잖아. 임신도 했는데 널 괴롭혀? 내가 아주 따끔하게 혼내줄 거야!”온
음식 용기에 담아온 것도 있고 보온병에 담아 온 것도 있었다.여이현이 사온 음식은 5성급 호텔 주방장이 만든 것이었지만 여희영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옆으로 밀어두며 자신이 포장해온 음식을 꺼냈다.“이건 농어탕이야. 임산부에게 아주 좋지. 그리고 이건 돼지 간으로 만든 죽이야. 돼지 간은 철분이 많아 빈혈에도 좋고 태아한테도 좋아. 또 이건 족발 찜이야...”그녀는 계속 음식을 꺼내며 말했다. 병실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었다. 이내 여이현에게 시선을 돌렸다.“넌 아빠가 되는 게 처음이니까 임산부를 어떻게 잘 보살펴야 하는지,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배워둬. 내가 가져온 음식은 전부 임산부의 영양 보충에 좋은 것들이야. 절대 산도가 있거나 카페인 같은 걸 먹게 하지 마. 그런 것들은 유산의 위험성이 있으니까...”여희영이 끊임없이 말하자 여이현이 말했다.“지유는 내 아내니까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 당연히 알고 있어요.”“알긴 뭘 알아!”여희영은 전혀 믿지 않았다.“남편이라는 놈이 아내가 입원할 정도로 일하는데 말리지도 않고 말이야. 어딜 봐서 잘 챙겨준 거니? 지유는 임신했으니까 몸조리를 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집에 가만히 있으면서 태교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 모르니? 정말이지 하나도 모르면서 뻔뻔하게 말은 잘하네!”여이현은 온지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배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출근하면 안 되죠.”온지유는 두 사람이 다투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지 않았다.“고모님, 얼른 앉으세요. 저 배고파요. 뭘 좀 먹고 싶어요.”“그래.”그녀의 말에 여희영은 바로 잔소리를 멈추고 자신이 포장해온 음식을 내밀며 온화하게 말했다.“아직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여이현은 여희영이 온 뒤 얼굴에 웃음기가 생긴 그녀를 보며 눈치껏 자리를 피해 주며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온지유는 죽을 먹었다. 임산부에게 좋은 음식이라곤 했지만, 여전히 메스꺼움은 사라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