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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두 사람의 싸움에 누구도 감히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여이현의 두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온지유의 말에 이성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온지유는 이상하리만큼 냉정했다.

그녀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가슴 쪽에서 씁쓸한 감정이 밀려왔다.

이혼은 그녀가 원하는 것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그와 이혼하게 되니 실망에 휩싸였다.

어쩌면 그녀는 여이현이 자신에게 이렇듯 화를 낼 거라곤 예상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또 어쩌면 오늘 너무도 많은 일이 벌어져 그녀가 아직 전부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에서 그와 다투게 되어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여이현은 그녀를 빤히 보았다.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온지유는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네, 그럼 동사무소에서 봬요.”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기대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헛웃음만 나왔다.

“그래!”

여이현은 몸을 틀어 떠나버렸다.

떠나기 전에 바닥에 있는 임산부를 위한 비타민을 보곤 짜증이 났는지 발로 걷어찼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온지유는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감정 기복이 너무도 심했던지라 이번엔 어지럼증에서 그치지 않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온지유 씨!”

보육원의 원장이 쓰러지는 그녀를 보며 바로 달려와 부축했다.

“괜찮아요? 안 되겠어요. 쉬어요.”

온지유는 원장의 부축을 받으며 바닥에 앉아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다.

“자, 물 좀 마셔요.”

선생님이 그녀에게 물잔을 건넸다.

“고마워요.”

온지유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물잔을 받았다.

“온지유 씨, 세상에 싸우지 않고 사는 부부는 없어요. 그래도 싸우고 나면 한 침대에서 자면서 화해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녀에게 물잔을 건넨 선생님은 그녀를 위로했다.

“그러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사실 예전의 그녀는 여이현과 다툰 적이 거의 없었다.

그녀는 불만이 있어도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여이현은 그녀를 무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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