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391 - 챕터 400

659 챕터

제391화

심지어 약까지 써가며!아이를 지우라는 요구조차도 듣지 않으려 한다.눈앞에서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으려 하다니.감히 이 여이현을 두고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여이현은 결국 온지유의 손을 놓고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미 온지유에게 크게 실망한 모습이었다.“온지유, 넌 꼭 후회할 거야!”단호한 몇 마디였다.그 말을 들은 온지유의 상처 입은 얼굴을 뒤로 한 채 돌아섰다.온지유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고, 한 방울 두 방울 흘러내렸지만, 고집을 꺾지는 않았다.여이현은 더 이상 뒤돌아보지도 않고 온지유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온지유는 그 자리에 웅크려 앉아, 붉어진 자기 손목을 꽉 잡고 고개를 떨구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회오리쳤다.온지유는 공허했다.그러나 이런 공허함을 처음부터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단지 몇 번이나 실망을 겪고 나서야 혼자 있는 것이 좋다고, 이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온지유는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다.더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여이현은 다시 나타났다.다시 절망의 날들로 데려갔다.그래, 온지유는 더 이상 불안한 삶을 원하지 않았다.그녀의 선택은 옳았다.그리고 후회해서는 안 된다.온지유는 흐르지 말았어야 할 눈물을 닦고, 일어서서 다시 용기를 내어 미소를 지어 보였다.앞으로의 삶은 나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더 좋아질 것이다.온지유는 여이현이 모든 것을 잘 이해하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기를 바랐다.또한, 이번 일을 겪고 난 여이현도 다시는 온지유를 찾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남자란 자존심이 있어야 하고, 체면도 중요하니까.미련이 남아 있었더라도, 온지유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밴 것을 알고 났으니, 이제는 더욱더 그녀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온지유는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집으로 걸어갔다.피곤했다. 그냥 푹 자고 싶었다.--여이현은 차 안에 앉아 차갑게 굳은 얼굴로 앞을 주시하며 칼날 같은 시선을 보냈다.그래도 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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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몇 초간의 정적 후, 온지유가 안정희를 보며 말했다.“제가 여진그룹 대표의 인터뷰를 맡는다는 말씀인가요?”안정희는 손을 모으고 일어나며 여유롭게 말했다.“맞아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여이현씨를 인터뷰하는 일은 쉽게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당신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온지유는 파일을 닫으며 말했다.“제가 여진그룹에서 나왔다는 건 이력서에서 잘 확인하셨을 거라 믿어요. 제게 다시 돌아가라 하시는 건가요?”온지유는 방송사에 입사할 때 여진그룹에 알리지 않고 떠났었다. 여이현과 결코 가볍지 않은 갈등을 안고 있는데, 다시 돌아가는 것은 모욕적인 일이었다. 여이현의 말처럼 후회하게 될 것이다.안정희가 온지유와 여이현 사이의 관계를 알 리가 없었다.“지유 씨가 여진그룹에서 나왔으니 서로 조금은 아는 사이잖아요. 이 일은 지유 씨 밖에 못 해요.”온지유는 파일을 책상 위에 놓으며 말했다.“편집장님, 죄송해요. 전 못 맡겠어요...”온지유는 죽어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신분을 바꿔서여도 마찬가지였다. 여이현과는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는 여이현이 더는 그녀에게 좋은 얼굴을 해주지 않을 것이기에 더욱이나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았다.나정희가 말했다.“아까도 말했잖아요? 익숙함을 벗어나야 한다고요. 여이현씨를 인터뷰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그도 옛 동료인 지유 씨에게는 호의적일 거예요.”이 작업은 계속 지연되었고,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온지유가 이곳에 온 것은 운명이나 다름없었다.“이 일을 마치면 온지유씨의 능력도 증명될 거고, 앞으로의 업무 배치도 더 수월해질 거예요. 좋은 기회가 보이면 가장 먼저 지유 씨를 생각할게요.”안정희는 온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유 씨가 여진그룹이라는 큰 나무를 버리고 방송사에 온 것도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서겠죠. 이번 일은 좋은 기회이지 않나요?”온지유는 이유를 물었다.“편집장님은 제가 여진그룹과의 갈등으로 회사를 나왔다고는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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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온지유는 방송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동료들의 이름은 기억하지만, 모든 사람과 말을 나눠 본 것은 아니었다.눈앞의 채미소와도 말을 나눈 적이 없었다.“그렇다고 들었어요.”온지유는 파일을 주워서 정리했다.채미소는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편집장님이 왜 이런 중요한 일을 지유 씨에게 맡긴 거죠? 지유 씨는 이제 온 지 얼마 안 되는데,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온지유는 채미소의 말에서 비꼬는 느낌을 받았다.“저도 제가 이 일을 맡기에는 능력 부족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이런 상황에 익숙했던 온지유는, 이 일이 매력적인 과제일 수 있음을 알고, 채미소를 쳐다보며 물었다.“이 일, 하고 싶어요?”채미소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고, 온지유와 더 이상 엮이는 것이 자신의 급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듯 편집장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온지유는 채미소의 오만함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이 일을 맡고, 편집장님이 동의해 주는 것이 온지유에게는 더 좋았다. 방송국의 경쟁은 치열해서 많은 사람들이 10년을 일해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온지유는 큰 기업들을 상대하는 데서 경험이 많았고, 여이현과의 인터뷰는 있으나 마나였다. 안정희가 온지유를 이 일에 배정한 것은 능력을 봐서가 아니라, 온지유가 여이현 옆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 인터뷰를 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지유 씨, 미소 씨는 원래 이런 성격이에요. 자존심 강하고 자기가 제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옆자리 동료인 공아영이 말했다.공아영은 나이가 많지 않았고, 방송국에 온 지 1년도 안 된 신입이다. 뉴스 관련 전공 졸업생이지만 경력이 부족해 주로 글 작성만 해왔다. 귀엽고 순진한 여자아이였다.온지유는 파일을 정리한 후 자리에 앉아 말했다.“고마워요, 전에도 이런 사람들을 만나 본 적 있어서 어떤 타입인지 알겠네요.”경쟁이 심한 곳일수록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방송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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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그래요.”온지유는 가볍게 응답했다.채미소는 기대하던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본래 하려던 말을 접었다. 신입인 온지유를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파일을 챙기고 고개를 꼿꼿이 들고 힐을 또각또각 소리 내며 돌아갔다.공아영은 채미소의 뒷모습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온지유는 공아영의 이런 모습을 보고 물었다.“채미소가 아영 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했어요?”공아영이 말했다.“여기저기 괴롭히고 다녀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요. 아무도 감히 반발하지 못해요. 미소씨가 여기서 가장 성과가 좋으니까요.”“성과가 좋은 건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미소씨는 도전하고 싸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니까요.”온지유가 말했다.공아영이 대답했다.“그것뿐이 아니에요. 채미소는 무조건 빼앗으려 해요. 전에 제가 맡았던 프로젝트도 꽤 괜찮았었는데... 제가 성공했다면 여기서 이렇게 힘들게 타이핑만 하지 않아도 됐을 거예요. 어쩌다 찾아온 기회인데, 그 기회도 채미소에게 빼앗겼어요. 채미소는 신입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해요. 방송국의 편집장 역할을 노리고 있는 거예요. 제가 볼 때, 채미소는 앞으로 편집장 자리뿐이 아니라, 더 높은 자리도 노릴 거예요!”공아영은 채미소의 야망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다.온지유는 공아영의 이야기로 채미소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그렇다면 미소씨는 적이 많겠네요.”“성과만 중요하고 동료는 필요하지 않아 보이니까요.”공아영이 말했다.“히히호호 웃으면서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몇몇도,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등을 돌릴 사람들일 거예요,”공아영의 시선을 따라 온지유도 그 사람들을 보았다. 웃으며 채미소를 도와 일하는 그들은 공아영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아마 채미소의 남은 기회를 노리고 있거나, 그녀가 자신들에게 기회를 줄 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그런데...”공아영이 다시 온지유에게 말했다.“예전에도 미소씨는 이 인터뷰에 성공해 본 적이 없어요. 이번에도 잘 될지 모르겠네요. 안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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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채미소는 물병을 받아 들고, 웃으며 말했다.“이번에 내가 성공하면, 분명 승진할 수 있을 거야. 내부 소식에 따르면, 편집장의 자리가 조정될 예정이니까, 내가 제일 두드러진 성과를 올리면 그 자리는 내 것이 될 거야. 그러면 너희들도 잘 보살펴줄게!”“정말요! 고마워요 언니!”둘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것도 채미소가 편집장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에 달려 있었다.채미소는 이번에도 여진그룹에 쉴 새 없이 전화를 걸었다. 예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에 따라, 스스로 경쟁하고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4시간 동안 차를 몰아 여진그룹 건물 앞에 도착했다. 채미소는 경비원에 돈을 쥐여주며, 여러 번 확인했다.“정말 여이현 씨가 오후 5시에 이 문을 나설 거죠?”“확실합니다. 대표님은 일반적으로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지만, 급한 일이 있을 때는 차량을 정문에 세우고, 직접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쪽으로 오십니다.”경비원이 대답했다.“최근 대표님은 항상 5시에 퇴근하시니, 지금 이 시간대가 그를 만날 기회가 가장 많습니다!”“무슨 중요한 일인가요?”채미소는 호기심을 가지며 물었다. 인터뷰에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왜 이렇게 급히 퇴근하시는 거죠? 5시면 꽤 이르지 않나요?”경비원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 부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말하길 대표님이 이혼한다더군요.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부인이 누구인지도 저는 잘 모릅니다. 추측만 무성할 뿐, 정확한 정보는 전혀 없어요.”“결혼과 이혼…”채미소는 큰 건을 하나 잡았다고 생각했다.“이혼이 사실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결혼은 사실입니다!”“여이현씨가 정말 결혼했어요?”채미소가 다시 확인했다.경비원이 대답했다.“모르세요? 대표님이 직접 결혼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후에는 인터넷에서 삭제되었지만, 아마도 그래서 못 보셨나 보네요.”“더 상세히 알고 싶어요. 다 말해 주세요.”채미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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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KTBC, 저는 KTBC의 직원이에요!”여이현이 응답하자, 채미소는 기쁜 마음에 보안 요원의 저항을 뚫고 여이현의 앞에 나섰다.“제 명함입니다. 저는 정식 방송국 소속으로서 여러 유명 인사의 인터뷰를 맡아왔습니다. 대표님, 제 인터뷰를 수락하시면, 명성과 이익은 보장해 드리겠습니다...”채미소는 자신의 성과를 늘어놓으며, 여이현에게 더 많은 이익을 줄 수 있음을 어필했다.그러나 여이현의 관심은 방송국에 있었다. 그가 기억하기로는, 온지유가 바로 이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었다.여이현은 온지유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를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함께 있던 여러 해 동안, 이 자리에서 충분히 좋은 인맥과 자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 방송국에 가기를 선택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온지유가 낯선 환경에서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온지유는 이미 사리 분별을 못하고 꿈을 좇을 만한 어린 나이가 아니었다.채미소를 바라보면서, 여이현은 온지유가 이런 곳에서 괴롭힘을 당할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적어도 여이현의 곁에 있었다면 어떤 괴롭힘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채미소가 자기소개를 마친 후에도 계속해서 많은 말을 했지만, 여이현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결국 채미소가 여이현을 불렀다.“대표님?”여이현은 정신을 차리고 채미소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KTBC의 좋은 일거리는 모두 미소씨한테 가는 건가요?”그 말에 채미소는 잠깐 멈칫했다.“대표님을 인터뷰하는 건은 좋은 기회이긴 했습니다마는, 이 기회는 제가 쟁취해 온 겁니다.”여이현은 시선을 돌리고 그녀를 무시하며 말했다.“그럼 돌아가서 더 적합한 사람을 찾아오세요.”말이 끝나자마자 차 문이 닫혔다.채미소는 여이현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어떤 방송국 소속인지 물어본 것만으로도 인터뷰가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차 문은 닫혔고, 채미소는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대표님, 잠시만요! 좀 더 얘길 들어주세요!”차는 그녀 앞에서 아무런 말 없이 떠나갔다.채미소는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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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언니.”부하인 조민지가 채미소에게 다가와 말했다.“혹시 새로 온 그 사람이 여진그룹에서 나왔다는 거 알고 있어요?”채미소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누가?”“온지유요. 전 직장이 여진그룹이었대요.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채미소는 놀랐다. 그녀는 방송국 사람들의 출신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알 필요도 없었다. 채미소는 방송국에 들어온 지 4년이 넘었고, 그동안 자신보다 뛰어난 기자는 없었다.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고, 편집장도 그녀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여이현의 인터뷰를 성공시키면 분명 승진에는 걱정이 없었다.편집장님이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온지유에게 맡겼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여진그룹에서의 경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다음 날, 채미소는 방송국에 도착하자마자 온지유의 사무실로 달려갔다.온지유는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근에 네티즌으로부터 한 보육원이 곧 문을 닫게 되어 50명의 아이가 집이 없어질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온지유는 공계정의 힘을 빌려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글을 발표하려고 했다.온지유가 마침 정리한 파일을 들고 일어서려던 찰나, 채미소가 그녀를 막았다.온지유가 채미소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죠?”채미소는 온지유를 주의 깊게 살펴본 후, 팔짱을 끼며 말했다.“당신의 전 상사가 여이현인가요?”온지유는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대답했다.“네, 그런데요. 왜요?”채미소는 자애를 베푸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당신이 여진그룹에서 나왔고, 여이현씨와 교류가 있었다면, 저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세요.”온지유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저는 따로 일이 있어서 시간이 없어요. 실례할게요.”이 말을 듣자 채미소의 표정이 바뀌었고, 목소리도 조금 더 강해졌다.“지유 씨, 여이현씨의 인터뷰를 함께 하자고 하는데, 시간이 없다고? 지금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요? 지유 씨가 저와 함께 참여하는 것은 큰 영광으로 생각하셔야죠. 시간 없다니, 지금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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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온지유는 바보가 아니었다.이미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채미소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 했으며, 신인이 자신의 인기를 넘어서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자신의 꼼수가 들통난 것은 채미소에게 큰 수치였고, 심경이 불편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해요, 당신은 꼭 나랑 가야 해요!”그러나 온지유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저도 제 할 일이 있어요. 먼저 가볼게요.”온지유는 채미소를 무시하고 지나쳤다. 더 이상 그녀와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채미소는 온지유의 태도에 화가 나서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야, 온지유!”온지유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이 상황에서, 사무실의 사람들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채미소를 그렇게 대놓고 무시한 건 온지유가 첫 번째였다.방송국을 나와, 온지유는 택시를 잡고 보육원의 주소로 향했다.보육원이 궁핍한 이유도 있었다. 보육원은 너무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고, 시내를 벗어난 데다가 길도 좋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았다.목적지에 도착한 온지유는 차에서 내려 보육원의 문 앞에 섰다. 정문에는 녹이 슬어 있었고, 안에는 대나무가 빼곡했으며 건물은 매우 낡아 있었다. 전혀 번화한 도시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온지유 씨 맞는가요?”원장이 온지유가 밖에 서 있는 것을 보며 말했다.원장은 40대의 여성이었지만, 이미 머리카락이 많이 희어져 나이가 들어 보였다.소박한 옷차림에, 신발은 천으로 된 것이었으며, 헝겊을 덧대어 꿰맨 상태였다.생활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인터뷰하러 왔습니다.”“어머, 어서 들어오세요!”원장은 녹슨 철문을 열었다.안으로 들어가자, 내부는 더욱 허름했다. 벽에는 아이들이 분필로 그린 그림이 가득해 지저분하고 더러웠으며, 벽의 타일은 여러 군데 떨어져 있었다.온지유가 문가에 서자, 안에 있던 아이들은 호기심과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지유 씨, 저희 아이들입니다.”원장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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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상황을 파악한 후, 온지유는 밖으로 나와 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대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아이는 손에 사탕을 쥐고 계속 바라만 보고 있었다.이를 본 온지유는 아이에게 다가가 옆에 앉았다.“어, 지유 언니.”아이가 동그랗게 눈을 뜨며 말했다.온지유는 아이에게 물었다.“왜 사탕을 안 먹고 있어?”아이의 눈은 아래로 향했고, 사탕을 손에 쥐며 고개를 저었다.“먹기 아까워서요.”“왜?”아이가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친구들이 말했어요. 이 사탕이 정말 맛있대요. 먹어 본 중에 제일 맛있는 사탕이라고요! 다 먹어버리면 이젠 없을까 봐서 아껴 먹으려고요. 조금씩 핥아서 아주 오랫동안 먹을 수 있게요.”그러고는 조심스럽게 혀로 살짝 핥았다.이 말을 듣고 온지유는 마음이 아팠다.이건 그녀에게 아주 평범한 사탕이었다. 어렸을 때 자주 먹던 것이기도 했다.온지유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지금은 아직 어리지만, 나중에 크면 사탕을 아주아주 많이 살 수 있을 거야. 그때가 되면 마음껏 먹을 수 있어.”아이가 사탕을 다시 포장지에 싸고 머리를 들어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정말요? 크면 사탕을 많이 먹을 수 있어요? 저는 사탕이 제일 좋아요.”온지유는 말했다.“그러려면 열심히 공부하고 나중에 열심히 일해서 돈도 많이 벌어야 해.”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알아요. 저는 아주 부지런히 일해서 돈을 벌면 언니처럼 다른 사람들을 도울 거예요.”“다른 사람을 돕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해. 능력껏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하거든.”온지유는 부족한 것이 없었고 이런 고달픔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이곳의 모든 고아가 사랑을 받으며 자기 자신을 더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다.그들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부족한 어린 시절은 성인이 되어서야 보상할 수 있을 것이다.그때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원장님, 원장님, 차가 여러 대 찾아왔어요!”원장은 급히 밖으로 나가며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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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말투는 날카로웠지만 행실은 그렇지 않았다. 여진그룹은 여태 많은 자선 사업을 해왔지만 여이현이 직접 나선 적은 없었다.온지유는 다시 말했다.“그게 아니라 제가 오고 난 뒤 바로 당신이 와서 물품을 보내는 게 의심스럽다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더 묻지 않을게요.”온지유는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이곳에서 여이현과 다툴 여유가 없었다.게다가 그는 온지유에게 불만이 많은 듯한 표정이었다.여이현은 온지유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자 눈살을 찌푸렸다.이미 온지유에게 쌓인 불만이 많았는데, 이제는 심지어 그에게 쌀쌀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었다.“아저씨, 아저씨!”온지유는 열 명 남짓의 아이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은 넘어지는 게 무섭지도 않은지 쏜살같이 달렸다.온지유는 아이들이 여이현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뒤를 돌아봤다.아이들은 차창 앞에 몰려들어 호기심과 감사의 눈빛으로 재잘재잘 말했다.“고맙습니다, 아저씨! 아저씨 정말 최고예요!”여이현은 이렇게 가까이에서 아이들과 접촉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열 명 넘는 아이들이 차 앞을 둘러싸고 있었다.여이현은 자신이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주목을 받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의 아이들은 더럽고 어수선해 보였다.그는 딱딱한 표정으로 거리를 두고 거부하는 기색을 보였다.온지유는 여이현이 싫어할 것을 알았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이면 시끄럽고 방해가 될 테니 분명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어쨌든 그녀의 기억 속에서는 여이현이 어떤 아이에게도 다정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온지유는 아이들이 여이현을 화나게 할까 봐 걱정되었다. 자칫 이 물자가 다시 회수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보육원으로 돌아가려고 다가갔다.“아저씨, 저 차들 다 아저씨가 부르신 거예요?”차창에 붙어 있던 어린아이가 여이현을 순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여이현은 침묵을 지켰다. 그는 아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없었다. 대기업의 대표인 그에게 보육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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