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파악한 후, 온지유는 밖으로 나와 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대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아이는 손에 사탕을 쥐고 계속 바라만 보고 있었다.이를 본 온지유는 아이에게 다가가 옆에 앉았다.“어, 지유 언니.”아이가 동그랗게 눈을 뜨며 말했다.온지유는 아이에게 물었다.“왜 사탕을 안 먹고 있어?”아이의 눈은 아래로 향했고, 사탕을 손에 쥐며 고개를 저었다.“먹기 아까워서요.”“왜?”아이가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친구들이 말했어요. 이 사탕이 정말 맛있대요. 먹어 본 중에 제일 맛있는 사탕이라고요! 다 먹어버리면 이젠 없을까 봐서 아껴 먹으려고요. 조금씩 핥아서 아주 오랫동안 먹을 수 있게요.”그러고는 조심스럽게 혀로 살짝 핥았다.이 말을 듣고 온지유는 마음이 아팠다.이건 그녀에게 아주 평범한 사탕이었다. 어렸을 때 자주 먹던 것이기도 했다.온지유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지금은 아직 어리지만, 나중에 크면 사탕을 아주아주 많이 살 수 있을 거야. 그때가 되면 마음껏 먹을 수 있어.”아이가 사탕을 다시 포장지에 싸고 머리를 들어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정말요? 크면 사탕을 많이 먹을 수 있어요? 저는 사탕이 제일 좋아요.”온지유는 말했다.“그러려면 열심히 공부하고 나중에 열심히 일해서 돈도 많이 벌어야 해.”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알아요. 저는 아주 부지런히 일해서 돈을 벌면 언니처럼 다른 사람들을 도울 거예요.”“다른 사람을 돕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해. 능력껏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하거든.”온지유는 부족한 것이 없었고 이런 고달픔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이곳의 모든 고아가 사랑을 받으며 자기 자신을 더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다.그들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부족한 어린 시절은 성인이 되어서야 보상할 수 있을 것이다.그때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원장님, 원장님, 차가 여러 대 찾아왔어요!”원장은 급히 밖으로 나가며 물
말투는 날카로웠지만 행실은 그렇지 않았다. 여진그룹은 여태 많은 자선 사업을 해왔지만 여이현이 직접 나선 적은 없었다.온지유는 다시 말했다.“그게 아니라 제가 오고 난 뒤 바로 당신이 와서 물품을 보내는 게 의심스럽다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더 묻지 않을게요.”온지유는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이곳에서 여이현과 다툴 여유가 없었다.게다가 그는 온지유에게 불만이 많은 듯한 표정이었다.여이현은 온지유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자 눈살을 찌푸렸다.이미 온지유에게 쌓인 불만이 많았는데, 이제는 심지어 그에게 쌀쌀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었다.“아저씨, 아저씨!”온지유는 열 명 남짓의 아이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은 넘어지는 게 무섭지도 않은지 쏜살같이 달렸다.온지유는 아이들이 여이현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뒤를 돌아봤다.아이들은 차창 앞에 몰려들어 호기심과 감사의 눈빛으로 재잘재잘 말했다.“고맙습니다, 아저씨! 아저씨 정말 최고예요!”여이현은 이렇게 가까이에서 아이들과 접촉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열 명 넘는 아이들이 차 앞을 둘러싸고 있었다.여이현은 자신이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주목을 받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의 아이들은 더럽고 어수선해 보였다.그는 딱딱한 표정으로 거리를 두고 거부하는 기색을 보였다.온지유는 여이현이 싫어할 것을 알았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이면 시끄럽고 방해가 될 테니 분명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어쨌든 그녀의 기억 속에서는 여이현이 어떤 아이에게도 다정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온지유는 아이들이 여이현을 화나게 할까 봐 걱정되었다. 자칫 이 물자가 다시 회수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보육원으로 돌아가려고 다가갔다.“아저씨, 저 차들 다 아저씨가 부르신 거예요?”차창에 붙어 있던 어린아이가 여이현을 순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여이현은 침묵을 지켰다. 그는 아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없었다. 대기업의 대표인 그에게 보육원의
여이현은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지른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온지유는 급히 아이들을 끌어안고 말했다.“걱정하지 마, 얘들아. 아저씨는 호랑이가 아니야. 아저씨는 착한 사람이야. 방금 너희들에게 물품도 보내줬잖아. 눈물 그치자, 우는 아이는 선물 못 받는다?”아이들은 금세 눈물을 그치고 말했다.“안 울어요. 우린 용감하니까 울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여이현을 보면 또 겁이 나서 눈물이 났다. 참으려 해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었다.여이현은 온지유에게 눈길을 돌렸다. 아이를 대하는 온지유는 흐르는 샘물처럼 부드러웠다.헛기침을 두 번 하고 여이현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아이들은 조금 전 일로 경계하며 온지유의 뒤로 숨었다.여이현은 얼굴을 굳혔다. 이렇게 겁이 많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말이다.“너희들 빨리 돌아가.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호랑이가 잡으러 간다!”아이들은 그 말에 단숨에 뛰어 돌아갔다.온지유는 그 뒤를 따라갔다.여이현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온지유는 꾸밈없이 자연스러웠다. 긴장한 상태를 유지할 필요도 없었고, 진심으로 다정하고 행복한 모습이었다.온지유의 색다른 모습을 엿본 듯한 기분에 여이현도 진심으로 웃음을 지었다.여이현은 기사를 보며 물었다.“제 얼굴이 무섭게 생겼나요?”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기사도 멍하니 있다고 말했다.“대표님이 무서울 리가요. 절 키워 준 부모님과도 같으신데 고마울 뿐이죠.”여이현은 아이들이 왜 자신을 무서워하는지 영문을 몰랐다.그도 곧 아이들의 뒤를 따라 보육원으로 들어섰다.“호랑이가 왔다!”여이현이 들어서자, 아이들이 경계하며 외쳤다.원장이 보고 급히 제지했다.“호랑이라니, 좋으신 분인데! 입을 것 먹을 것을 이렇게나 많이 보내주셨는데 빨리 감사해야지!”“감사합니다, 아저씨!”아이들은 말을 잘 들었다.여이현은 이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아저씨라는 소리를 듣는 동시에 온지유는 누나였다. 온지유보다 두 배는 더
“그럼 저흰 이만 돌아가 볼게요.”온지유가 말했다.“네, 또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원장이 대답했다.여이현은 아이들을 보며 돌아서기 전에 다시 한번 물었다.“우릴 어떻게 불러야 한댔지?”“형, 누나요!”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형과 누나가 아니면 또 뭐로 불러야 한댔지?”“삼촌이랑 이모!”아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열 번을 넘게 가르쳤으니 말이다.기억할 수밖에 없었다.온지유는 여이현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그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걸지도 모른다. 얼굴에는 미소가 띠어있었다.“이모, 삼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온지유가 놀라서 물었다.“얘들아, 그게 무슨 소리야?”“아까 삼촌이 그랬어요. 이모는 삼촌이랑 결혼했다고. 그러니까 족보가 꼬이지 않게 형과 누나라고 부르든지, 이모 삼촌으로 부르라고요. 어쨌든 하나는 누나, 다른 하나는 삼촌이면 안 된대요.”아이들이 사실대로 말했다.온지유는 할 말을 잃었다.여이현이 뭘 그렇게 신경 쓰고 있었는지 몰랐었는데.이것이었구나.하지만 왜 둘 사이가 부부라는 것을 말하고 다니는 걸까?온지유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지유 씨, 아직 젊으셔서 결혼을 한지도 몰랐네요. 여 대표님같이 사업을 지지해 주는 남편이 계시니 지유 씨도 꼭 행복하실 거예요.”“전...”온지유는 둘 사이는 이미 부부관계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원장이 바로 말을 이었다.“대표님처럼 아내의 일을 지지해 주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인터뷰한다는 말에 이렇게나 많은 물건을 준비해 주신다니. 저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도움을 주겠다고까지 했다니까요. 지유 씨를 알게 되어서 다음 생까지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원장은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몰랐다.듣기 좋은 말은 이미 여러 번 말했다. 모두 진심으로 우러나온 말이지만 정말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어떻게 보답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니 두 사람이 백년해로하시길 빕니다.”두 사람이 영원히 사랑하기를 원장은 진심으로 바랐다
“여긴 동떨어진 곳이라 내리면 몇 시간은 걸어야 시내로 나올 수 있어. 기분으로 고집부리지 마.”여이현은 차창에 기대 창밖을 바라보며 가볍게 말했다.온지유는 길을 보고 확실히 여기서는 몇 시간을 흙길 위를 걸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야생동물이 나타날지도 몰랐다.안전을 위해 온지유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때와 시간을 가리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방송국 앞에 차를 세우고 여이현은 간판을 보며 물었다.“여기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던데.”“그래요?”온지유가 한마디 대답했다.여이현이 깊은 눈동자로 온지유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네가 오지 않은 거지?”온지유는 자신이 거절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여 대표님을 인터뷰하는 일은 아직 제게 들어오지 않아요. 들어간 지 열흘도 안 되는데, 아직 제가 할 수 있는 건 글 몇 자 적는 것 뿐이에요.”여이현은 그 말을 일단 믿는 수밖에 없었다. 온지유의 말을 존중하기 위해서일 뿐이었지만 말이다.잠시 생각하던 여이현이 또 물었다.“날 인터뷰하면 너에게도 꽤 유리하지 않은가?”온지유는 말없이 의문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무슨 뜻인 걸까? 온지유를 돕기라도 하겠다는 건가?하지만 그는 자기 일에 바쁘니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때, 온지유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지유야.”온지유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는지 나민우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나민우? 여긴 왜 왔어?”나민우는 차 문을 닫고 말했다.“회사를 옮겼다는 말을 듣고 잘 적응하고 있나 보러 왔는데. 잘 지내나 보네?”나민우는 시선을 여이현에게 돌리며 말했다.“우연이네요, 대표님도 계셨군요.”여이현은 나민우를 보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만 돌아가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대표님, 여기서 만난 건 우연이 아닐 것 같은데요.”“맞아요, 온지유씨를 보러왔습니다. 밥이라
“...”나민우는 놀란 나머지 할 말을 잃었다.온지유도 경악을 금치 못해 여이현을 바라봤다.혼인 증명서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여이현은 겹겹이 싸인 것을 벗기고 서류를 꺼냈다.나민우에게 더 잘 보이도록 높이 들어 말했다.“저와 온지유의 증명서입니다. 보이시죠?”나민우는 눈빛이 짙어졌다.여이현의 눈길에서 자기의 것이 아닌 자신감을 느꼈다.아직 온지유와의 관계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 기쁘기라도 한 듯했다.그러나 계약 결혼이었다면 이혼이 반가워야 하는 것 아닌가?처음에는 여이현이 남자로서 자존심을 세우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온지유가 자기 아내라고 한 번도 밝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은 그가 유치하기 그지없다고 처음으로 느꼈다.누가 혼인 증명서를 층층이 감싸서 들고 다니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꺼내 보이기까지 한단 말인가.“여 대표님, 어차피 이혼은 하셔야지 않습니까.”나민우가 무덤덤하게 말했다.그러나 여이현이 반박했다.“누구 마음대로요?”나민우는 생각에 잠겼다. 이 상태를 보아하니 여이현은 이혼을 하고 싶지 않은 게 분명하다.“제 마음대로요.”온지유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여이현을 쏘아보며 말했다.“이혼 하겠다고 처음부터 계속 말하지 않았나요? 혼인 증명 서류가 있더라도 앞으로는 이혼 증명 서류를 들고 다니게 해드리죠.”나민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온지유를 바라보았다.여이현은 온지유를 바라보며 얼굴을 굳혔다. 손안에 든 서류를 꼿꼿하게 펴 들고 말했다.“결혼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소꿉장난이 아니야. 지금 이게 놀음 거리 같아?”온지유는 더더욱 여이현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 말은 내가 해야 하는 게 아닌가.지금 혼인을 장난으로 여기는 건 다름 아닌 여이현 아닌가. 이 혼인 관계에서 온지유는 하루라도 아내로서의 행복을 느낀 적이 없었다,말해도 이미 소용없다.온지유는 이미 그의 아내로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자유가 갖고 싶었다
나민우는 곁에 놓여있던 술을 들고 들이켰다.그는 늘 이성적이었다.온지유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친구 관계를 유지해 왔다.온지유를 좋아한다고 인정한 날에도, 술을 먹고 그 기운에 취해 말이 나온 것이었다.하지만, 이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었다.나민우는 온지유가 여이현을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온지유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의 의지를 존중하고 싶었다.나민우는 시종 여이현처럼 대범하게 나가지 못했다.사랑받는 사람은 자신감이 생기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는 온지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여이현이 부러웠다.나민우는 쓴웃음을 삼키며 잔에 술을 더 붓고 한입에 들이켰다.손 옆에 놓인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진동했다.나민우는 곁눈으로 힐긋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받을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저 끊임없이 술을 마실 뿐이었다.온지유는 자리를 뜨고 택시를 불러 집으로 가려던 참이었다.근처에 빈 택시가 없는지 앱을 켜 확인해 보니 대기 순번이 30을 넘어가고 있었다.차를 타려면 아직도 30분은 더 기다려야 할 듯했다.여이현이 쫓아 온 것을 본 온지유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집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여이현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았다. 이 시간에는 차를 탈 수 없음을 눈치챘다.기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차에 탄 여이현은 온지유의 뒤에 따라붙었다.그는 차창을 열고 외쳤다.“타, 데려다줄게.”온지유는 뒤돌아보지 않았다.“필요 없어요.”여이현은 잘 알고 있었다.“여기서 집까지 차로 20분밖에 안 걸려. 걸으려면 1시간은 넘게 걸리잖아.”“이미 차 불렀어요.”“지금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차를 불러. 거짓말하지 말고 빨리 타.”“신경 끄세요!”온지유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어오는 여이현에 짜증이 났다.여이현은 그대로 클락션을 울렸다.길가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그에 또 2번을 연속으로 울렸다.“안 타면 뒤에서 따라가면서 계속 울릴 거야.”여이현이 말했다
여이현은 주변을 빙 둘러봤다. 그의 침실보다도 작은 집안에는 온지유의 물건만 놓여 있었다.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늘 집 안을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래도 현관에 놓여 있는 복슬복슬한 토끼 슬리퍼는 약간 놀라웠다.온지유는 어색한 표정으로 슬리퍼를 거두며 물었다.“다 봤어요?”여이현은 두 사람만 앉을 수 있는 소파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여기서 지내는 거 괜찮아?”“네.”“가구도 모자란 집인데 괜찮긴. 도우미랑 같이 살다가 이런 데서 산다는 게 말이 돼? 어차피 당분간 이혼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그냥 내 집에 돌아가자.”“아직도 이혼하겠다는 말이 장난 같아요? 저는 싸우고 가출한 게 아니에요!”온지유는 그가 이런 식으로 달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했다. 이혼 얘기는 가벼운 마음으로 꺼낸 것이 아니었다.“다 봤으면 나가요. 저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요.”“남편이 아내 집에 있는 게 뭐가 문제야? 자꾸 그러면 동네방네 소문 내 버릴 거야.”“도대체 뭘 원하는 건데요?”온지유는 인내심이 바닥났다. 이제 와서 여이현이 고집을 부릴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반대로 여이현은 다리를 꼬고 앉으며 덤덤하게 눈썹을 튕겼다.“뭐 딱히 원하는 게 있는 건 아니고, 분가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내가 여기에서 지내면 분가 안 해도 되는 건가? 편안한 생활도 지겹던 참인데, 가끔 평범하게 지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여이현 씨!”온지유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현 씨는 이런 곳에서 지내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침대도 일인용이에요. 당장 내 집에서 나가요!”“내가 못 지낸다고 어떻게 확신해? 그 말을 들으니 더 증명해 보이고 싶네.”말을 마친 그는 곧장 온지유의 침실로 향했다. 소녀다운 분위기로 꾸며진 침실에는 핑크색으로 가득했다. 참대에는 토끼 인형도 놓여 있었다.그와 함께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다.그가 거리낌 없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온지유는 어쩐지 나체를 보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어떻게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