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659 챕터

제381화

그 말을 들은 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생각해 봐도 자신을 비꼬고 있는 말로 들렸다.식탁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맞은편에 앉은 온지유와의 거리감이 왠지 마음 한편을 허전하게 만들었다.여이현이 말을 걸었다."좀 더 가까이 앉아."온지유는 그 말에 거절하지 않고, 의자를 끌어 그의 옆자리로 왔다. 그리고는 여이현에게 반찬을 덜어주며 말했다."시간이 꽤 지났는데 왜 아무것도 안 먹고 있어요? 요리가 입에 안 맞아요?"여이현은 온지유가 자기 그릇에 음식을 덜어주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젓가락을 집었다."요리하기 전에도 말했잖아. 네가 만든 거라면 뭐든 다 먹겠다고."그는 온지유가 덜어 준 음식을 입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음, 맛있네. 요리에도 재능이 있나 봐?"그리고는 같은 반찬을 몇 번 더 집었다.여이현이 진심으로 요리를 즐기는 모습에 온지유는 마음속이 크게 요동쳤다.그러나 티 내지 않고 그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어머, 진짜요? 저도 먹어봐야겠어요, 정말 그렇게 맛있는지."그리고 다른 접시에 젓가락을 뻗어 맛보고는 말했다."음... 그냥 평범한데요. 도우미가 해준 요리가 더 맛있는 것 같은데."몇 끼를 굶기라도 했는지, 여이현은 가볍게 웃으며 요리를 집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난 네가 만든 게 더 맛있는 것 같은데."여이현이 자신의 요리 솜씨를 계속 칭찬해 주는 모습에 온지유는 기분이 좋아졌다.그 순간, 온지유는 두 사람이 진정한 부부로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여이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은 그저 국물을 마시는 모습조차도 남들과 사뭇 달라 보였다. 온지유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떠올랐고, 여이현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저도 모르게 따뜻한 감정이 실렸다."요즘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는 거죠?"온지유가 당부했다."아무리 바빠도 끼니는 거르면 안 돼요. 돈은 천천히 벌 수 있지만, 몸은 하나뿐이잖아요.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는 데 돈도 시간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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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온지유가 계속 온 비서로 남았다면 분명히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욕심이 생겨버렸다. 여이현의 사랑을 갖기를 원했다.이대로 계속 함께 있으면, 둘은 점점 더 불행해질 것이고, 아름다웠던 추억은 결국 그림자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온지유..."여이현의 감정이 격해질수록 약효는 점점 강해졌다.여이현은 온지유를 뚫어져라 응시했다."설마 날 떠나는 이유가... 석이한테 가기 위해서야?"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이겨내며 여이현의 얼굴을 어루만질 뿐이었다.온지유는 그에게서 석이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하지만 눈앞의 그는 여이현이었다. 더 이상 그 젊고 패기 넘치던 소년이 아니었다.온지유는 강도의 손에서 자신을 구하려다 심하게 다쳤던 정의감 넘치던 그를 떠올렸다. 그에게 목숨을 빚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석이는 온지유를 위해 피를 흘렸고, 온지유도 여이현의 생명을 구하면서 그 빚을 갚았다.온지유는 석이와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중학교 졸업 이후, 온지유의 시선은 항상 그를 따라다녔다. 그가 다니던 고등학교, 그가 다니던 대학교에 따라갔다. 여이현에게 온지유는 7년 동안 존재 한 사람이지만, 온지유의 삶에 여이현은 14년 동안 존재했다.어느 한 무더운 오후였다.특별한 날을 맞아, 학교에서는 단체로 연극을 준비 하기로 했었다. 어떤 일이든 정성을 다하던 온지유는 다른 학생들보다 30분 일찍 강당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와서 대사를 연습하곤 했던 온지유는 그날도 평소처럼 강당에 들어섰고, 동시에 코를 찌르는 심한 피비린내를 맡았다.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온지유는 냄새를 따라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학교에서 사용하던 공연 의상들로 가득했다. 어딘가에서 무거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온지유는 도둑일 것이라 생각하며 두려운 마음에 문 뒤에 있던 야구 배트를 잡고 다가갔다.걸쳐있던 옷을 밀어내었을 때, 손에서 놓친 야구 배트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여이현의 얼굴이 먼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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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온지유는 마지막 한 모금 남은 잔을 여이현의 술잔에 가볍게 부딪혔다.나름 깔끔한 작별 인사였지 않을까.그 전에 함께 즐겁게 식사도 했으니 말이다.온지유는 떠나기 전에 이혼 서류를 다시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 옆에는 두 장의 프랑스행 항공권도 있었다. 티켓의 주인은 여이현과 노승아였다.온지유는 이를 통해 여이현을 완전히 놓아주었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다.프랑스같이 로맨틱한 여행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니.모든 일을 마친 온지유는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이날 밤은 아무도 저택을 지키고 있지 않았다.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다음 날."대표님!""대표님, 정신 차리세요!"여이현은 서서히 깨어났으나, 머리는 여전히 묵직한 돌에 짓눌린 듯 무거웠다.밀려오는 두통에 이마를 짚으며, 엊저녁 온지유가 요리해 주던 장면을 떠올렸다.여이현은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텅 빈 주위에 온지유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대표님, 괜찮습니까? 병원에 가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배진호는 그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보고 걱정하며 물었다.이른 아침, 도우미가 여이현이 바닥에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 않자, 배진호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여이현은 온지유의 단호하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온지유는 여이현에게서 떠나기 위해서라면 약물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여이현은 자리에 앉으며 허탈한 듯 웃었다."나에게서 떠나려고 이런 태도를 보였던 거야."“사모님 말씀인가요? 정말 떠나신 건가요?”배진호는 이미 눈치를 채고, 여이현을 보며 말했다.“바로 사람을 보내 데려오겠습니다!”“됐어!”여이현이 바로 그를 제지했다.배진호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여이현의 곁으로 돌아왔다.의자에 걸터앉은 채 이미 다 포기한 듯 공허한 여이현의 모습에 배진호가 다시 물었다."사모님이 갑자기 달라지셨을 때 이미 눈치채셨던 것 아닌가요? 어제는 일부러 사모님의 함정에 빠지신 거죠?"온지유는 떠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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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그 말을 듣고 여이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어떤 비밀인데?"상대방은 여이현이 여전히 관심이 있음을 확인하고 말했다."온지유씨는 여러 번 병원에 다녀왔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온지유씨에 대해서 철저히 함구하고 있었지만, 저희 노력 끝에 온지유씨가 간 곳이 산부인과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여이현은 충격스러운 사실에 한동안 정신 차릴 수 없었다.그는 병원에서 온지유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온지유는 생리주기가 불규칙하다며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었다.여이현이 데려다주려 할 때마다 온지유는 매번 거절했었다.일부러 숨기려 한 것이었다.여이현은 온지유의 사생활에 거의 관심이 없었고,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아니, 생각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여이현은 온지유와의 지난 3년 동안 항상 거리를 두었었다.그동안 온지유를 한 번도 건드린 적이 없었다.그가 원한다고 해도 온지유가 원치 않으면 강요하지 않았다.두 사람의 혼인에는 넘을 수 없는 울타리가 있었고, 여이현은 온지유에게 최대한의 존중을 보이고자 했다.지금도 여이현은 함부로 짐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생각이 많아질수록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보이지 않는 그물에 꽉 묶여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확실해?"여이현이 여전히 침착하게 물었다."확실합니다. 온지유 씨의 병원 행적을 녹화한 것을 복사해 두었습니다. 곧 대표님께도 보내드리겠습니다.""그래."여이현은 전화를 끊었다.이윽고,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영상이 벌써 여이현의 휴대폰으로 전송된 것이었다.그러나 여이현은 바로 열어 보지 않고, 사무실 의자에 앉은 대로 깊이 고민했다.해가 지고 밤이 되어, 회사 사람들은 이미 퇴근했지만, 그의 사무실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고, 그는 쭉 같은 자세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여이현은 용기가 없었다. 온지유가 산부인과에 간 것이 단순한 검진이 아니었을까 봐 두려웠고,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있을까 봐 두려웠다. 언제부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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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그래도 여진숙은 이상함을 눈치챘다.온지유가 여이현과 함께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여진숙과 함께 지내며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여이현이 배려하여, 그동안 온지유와 그는 이 저택이 아닌 다른 곳에 머물고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이현 혼자 이 저택으로 돌아오고, 온지유는 보이지 않으니, 여진숙은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게다가 온지유에 대해 여이현이 전혀 언급하지 않으려 했기에, 여진숙은 더더욱 가슴속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수소문해 보니, 온지유는 이미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지 한참이 되었다고 한다.‘아들과 결별한 것일까?’소식을 확인해 보려 해도, 여이현이 그리하게 내버려둘지는 모르는 일이었다.예를 들면, 수려원에서 일어나는 일은 여진숙에게도 철저히 통제 되어있었다.여진숙은 여이현의 어머니로서, 이 집의 주인으로서, 수려원 역시 그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도리였다.하지만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오직 여이현의 말만 따랐다.이에 여진숙은 줄곧 감정이 상해있었다.어찌 됐든, 지금은 온지유와 여이현이 이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여진숙은 반드시 사실을 알아내기로 결심했다.여이현이 위층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여진숙이 물었다.“요 며칠 동안 지유를 보지 못했는데, 둘이 싸운 거야, 아니면 이미 이혼을 한 거니?”만약 이미 이혼했다면, 여진숙은 이 좋은 소식을 빨리 노승아에게 전하고 싶었다.그러면 여진숙도 그룹에서 한 자리 차지할 수 있을 테니까.지금의 노승아는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여진그룹의 아들이 대세인 여배우와 결혼했다고 알려지면 꽤 큰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여이현은 발걸음을 멈췄다.조금 전까지는 모자 사이의 체면을 유지했다면, 이제는 대놓고 면박을 줬다.“남 걱정할 시간에 차라리 어머니 남편이나 신경 쓰지 그러세요!”이 말에 여진숙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의 약점을 찌른 셈이었다.뭐라 대꾸하고 싶었지만, 여이현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이현은 이제 그녀를 쳐다보려 하지도 않았다.온지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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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그 사람은 온지유와 만난 뒤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았다.둘은 꽤 친한 사이로 보였다.여이현은 이 사람에게 어느 정도 기억이 있었다. 분명 회사에 있는 누군가일 것으로 생각했다.온지유가 떠난 후, 그 남자는 쓰레기통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그의 행동에 여이현은 심기가 불편했지만, 지금은 그만이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기에 참고 조사를 계속했다.도세원은 프로그래밍에 몰두하고 있었다.여진그룹 같은 큰 회사에서는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중소기업에 있을 때는 일인자였지만, 여기에는 그와 비슷한 수준의 프로그래머가 열 명은 족히 되었다.성공하기 위해서는 두각을 나타내야 했다.전 직장을 떠난 것도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어서였다.그는 한시도 쉬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식사도 간단히 빵 몇 조각으로 때우고 있었다.도세원이 손에 든 빵을 입에 넣으려던 순간, 그의 옆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몰려 들었다.고개를 들어 곁을 쳐다본 도세원은 놀란 나머지 손에 든 빵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대표님!”눈앞에는 여이현의 모습이 있었고, 그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도세원이 급히 일어섰다.“대표님, 무슨 일입니까?”여이현은 온지유와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를 바라보며 차분히 물었다.“도세원씨 맞나요?”“네, 제가 도세원입니다.”도세원은 왜 여이현이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 수 없어 물었다.“혹시 제가... 뭘 잘못한 게 있을까요?”도세원은 여진그룹에서 열정을 다해서 일하고 있었고, 혹시 모를 실수에 해고당하고 싶지 않았다.여이현은 말없이 대표 사무실로 걸어갔다.그리고 도세원을 재촉했다."서 있지 말고 이쪽으로 오세요."“아, 네!”도세원이 급히 사무실로 따라 들어갔다.사무실에는 여이현과 도세원 둘만 있었다.도세원은 숨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여태 여이현과 직접 대면한 적은 없지만, 그의 성격을 소문으로 알고 있었고, 공기에서 전해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여이현은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 도세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온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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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도세원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여이현이 일에 관해 말하러 온 줄 알았지만, 상황을 설명하지도 않은채 온지유가 병원에 간 경우만 묻고 가버렸다.온지유가 임신한 것이 여이현과 무슨 관계라도 있는 걸까?도세원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직장만 잃지 않았으면 된 거로 생각했다.여이현은 엘리베이터에 타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분노를 감추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온지유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요!"‘감히 나 여이현을 배신하다니. 천하의 끝까지 도망가도 잡아 올 것이다!’배진호는 여이현히 이렇게 화난 눈빛을 처음 봤다. 마치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였다.온지유의 행방을 묻기 시작한 후로 배진호는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온지유가 발견된 날은 큰 일이 일어나리라 생각했다.그녀가 스스로 운이 좋기를 바랄 뿐이었다.--“에취—”온지유는 갑자기 나온 재채기에 눈물이 찡 났다.휴지로 대충 눈물을 닦고 다시 문서를 작성했다.누가 뒤에서 몰래 말하고 있기라도 한 건지.‘요즘 사이가 안 좋아진 사람이 있었나?’‘새 일자리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으니, 그럴 리는 없을 텐데.’"지유 씨, 편집장님께서 이 뉴스 기사를 수정해달라고 하시네요."온지유는 동료가 건넨 문서를 받아 들고 대답했다."네, 바로 수정할게요."온지유는 방송국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었다.전부터 뉴스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 일을 선택했다.이전부터 매거진 에디터인 진솔과의 관계가 있었기에 추천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온지유의 풍부한 경력 덕분에 인턴이 아닌 정직원으로 시작할 수 있었고, 이미 방송국의 공식 계정을 맡아 독자들의 투고를 기사로 편집해 계정에 게시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단순히 타이핑만 하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내용이 빈약하면 구독자는 찾아오지 않는다.편집자는 독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필력과 좋은 소재가 필요했다.그래도 온지유는 이 업무에 꽤 잘 적응하고 있었다.대학 시절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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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다급한 상황에서 온지유는 힘껏 상대방의 등을 쳐대며 크게 외쳤다.“누구야, 놔, 빨리 놓으라고!”남자는 말을 듣지 않고, 온지유가 때리고 욕하는 대로 두고는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다.온지유는 흥분한 나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그저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는 본능뿐이었다.온 지 며칠 되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서 주위에 위험한 곳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온지유는 다칠까 두려워 일단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무리 물고 때려도 상대방은 그녀에게 해를 가할 의사가 없었다.이건 강도가 아니었다.또한 이렇게 큰 소리로 외치는데도 겁먹지 않는 것을 보면, 설마...온지유가 상황을 파악할 때쯤, 남자는 그녀를 다시 바닥에 안정적으로 내려줬다.그를 알아본 온지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당신...”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을 때, 온지유는 그들 사이가 이미 이렇게 틀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젠 이름을 부를 마음이 들지 않았다.온지유는 입을 닫고 그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 빠르게 돌아서 걸어갔다.“날 보자마자 도망가는 걸 보니, 양심에 찔리기는 하는가 보지?”남자가 차갑게 말했다.온지유는 발걸음을 멈추고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온지유가 떠난 이후, 여이현은 그녀를 잡지 않았다.여이현은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온지유는 그가 다시는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고, 자연스럽게 그대로 이혼할 거라 생각했다.정밀 온지유를 찾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찾아냈을 것이다.헤어진 지 며칠이나 지난 후에 찾아왔다는 것은, 새로운 집념이라도 생겼음을 의미하는 걸까?“전 명확하게 말했어요. 이혼 합의서도 준비되어 있으니, 서명하기만 하면 당신은 자유로워요. 그런데 왜 절 찾아온 거죠? 우리 관계는 이 지경이고, 이미 보기 흉해졌지 않아요. 아니면 대표님께서 이미 예약을 마쳤으니, 당장 함께 이혼 신고하러 가겠다는 건가요?”온지유는 시험 삼아 물었다.등을 돌리고 있어 그의 표정이나 감정을 알 수 없었지만, 발걸음 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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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그럼, 네 배 속의 아이는 뭔데?”여이현은 거의 소리치듯 외쳤고, 눈에는 불꽃이 일었다.그 말을 듣고 온지유는 눈을 크게 뜨며 충격을 받았다.여이현이 갑자기 온지유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것은 상상치도 못한 일이었고, 순간적 적절한 변명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여이현은 그녀의 멍해진 눈빛을 보며 모든 것이 사실임을 깨달았다.그는 비웃으며 말했다.“할 말도 없나? 평생 누구에게도 배신당한 적이 없는데, 네가 첫 번째네.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까!”온지유는 그의 뜨겁고도 위험한 손길을 느끼며 그가 지금 와서야 자신을 찾은 이유가 임신 소식을 알게 되어서라는 것을 깨달았다.여이현의 위험한 눈빛을 보며 그녀는 더욱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온지유는 한 손으로 배를 감싸며 말했다.“임신한 게 사실이라 해도, 우리 사이의 계약을 어긴 건 아니에요.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한 건 당신이 한 말이니, 약속을 지키길 바라요. 어차피 우리 결혼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이혼하면 당신도 다시 결혼할 수 있잖아요.”“아이의 아빠는 누구야?”여이현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떨며 눈을 감았다.“무슨 상관이에요? 어차피 당신은 아니에요!”“석이의 아이야?”여이현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석이가 대체 누군데? 나민우...?”“아니에요!”온지유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누구야?”여이현은 그 사람에 대해 매우 궁금했다. 온지유가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이 남자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온지유는 다시 말했다.“제 사생활일 뿐이에요. 지금 말할 의무는 없어요. 그럼, 대표님, 이미 늦었으니 저는 돌아가서 쉬어야 할것같네요. 내일도 출근해야 하거든요.”온지유는 그의 손을 피해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다.여이현이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 배 속의 아이도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온지유는 자신의 아이를 잃고 싶지 않았다.여이현은 온지유가 떠나려 하자 얼굴이 차갑게 변하며 다시 품속에 끌어안아 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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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온지유는 여이현의 뺨을 세게 때렸다.여이현은 피하지 않고 그대로 그녀의 손길을 받았다.얼굴에는 선명한 자국이 남았다.그는 고개를 잠시 돌렸다가 다시 온지유를 차갑게 쳐다보았다.온지유 역시 충격을 받아 자기 손을 바라보았다. 힘이 많이 들어가 손이 얼얼했다.온지유는 이렇게 반응한 것에 본인도 매우 놀랐다.여이현과 7년을 함께 지내면서 어떤 갈등이 있어도 손을 대본 적이 없었다.그녀뿐만 아니라 여이현도 자라면서 아무에게도 맞아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온지유...”여이현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온지유는 저리는 손을 거두며 변명했다.“고의가 아니었어요… 당신이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았다면 때릴 일 없었잖아요!”여이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온지유는 이제 자신을 떠날 용기도 생기고, 때릴 용기도 생겼다. 꽉 쥔 주먹의 관절에서 소리가 났다.화난 여이현의 모습에 온지유는 조금 두려웠고, 그가 마찬가지로 손을 올릴까 봐 겁이 났다.하지만 여이현은 그저 온지유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그 남자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거야?”온지유는 아이의 진실을 그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온지유는 여이현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이 아이는 그녀가 결정할 문제다.이기적일 수는 있지만, 그가 노승아와 몰래 눈치 보며 얽혀있는 것보다야, 차라리 시원하게 관계를 끊는 것이 나았다.여이현이 만약 그녀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되면, 아이를 지우든, 낳아 키우든, 어떤 선택도 온지유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온지유는 여이현과 아무런 연관도 갖고 싶지 않았고, 이 아이가 온지유의 것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아이의 존재를 안 여이현이 오늘은 남기길 용서한다 해도,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다시 이혼을 원할 것이고, 아이의 양육권은 그에게 박탈될 것이다.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온지유는 여이현이 자신과 잘 지내리라고 믿을 수 없었다.예전에는 많이 양보를 해왔지만, 이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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