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361 - 챕터 370

659 챕터

제361화

만약 회사에 여이현을 대표할 다른 사람이 있다면 온지유는 무조건 알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임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워서 그녀가 직접 갈 수밖에 없었다.“그럼 어쩔 수 없이 제가 가야겠네요. 서연 씨도 같이 가요.”“네.”송서연이 대답했다.온지유는 몇몇 사람과 함께 출발했다. 송서연은 신입사원으로서 회사 업무를 익혀야 했고, 온지유는 가는 길 내내 주의할 점을 당부했다.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항구에 도착했다. 배는 이미 항구에 와 있었고, 금강의 사람들이 그곳에서 화물을 내리고 있었다.온지유가 차에서 내리기 바쁘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왜 대표님이 아닌 온 비서가 온 거죠? 온 비서가 언제부터 대표님 대행까지 했어요?”온지유는 머리를 돌렸다. 강하임은 팔짱을 낀 채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대표님이 오늘 좀 바빠서요. 제가 대표님 대신 금강과 협상하는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에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강하임은 온지유가 점점 눈에 거슬렸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여이현의 비서로 등장한 첫 순간부터 눈엣가시 같았다. 왜 꼭 여자 비서를 써야 하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남자 비서가 체력적으로 훨씬 낫지 않는가?온지유가 여이현의 아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순간, 그 의문은 완전히 풀렸다. 온지유는 그녀가 경계해야 하는 상대가 틀림없었다.“이해 못 할 건 없지만, 온 비서가 월권한 것 같은데요. 온 비서의 권력이 언제 이렇게 커진 건가요?”강하임은 냉정한 말투로 물었다. 눈빛에는 온지유에 대한 적의로 가득했다.“이미 말씀드렸잖아요. 대표님이 오늘 바쁘다고요.”“저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강하임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 시선에 그녀는 몸이 뚫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강하임의 말에는 대꾸하지 않았다.그녀는 강하임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을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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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여이현과 노승아가 특별한 사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하임에 관한 일은 전혀 들어본 적 없었다.강하임은 추억에 잠겼다. 인생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격정적인 순간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온 비서는 몰라요. 대표님이 구해준 순간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내가 성인이 된 다음 꼭 결혼하기로 약속까지 했다고요! 이건 가장 신성한 약속이에요!”온지유는 강하임의 말이 하도 어이없어서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이해에 따르면 두 사람은 어린 시절에 만난 것 같다. 어린애가 한 말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더군다나 여이현은 강하임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거창한 약속이라고 잊었을 게 뻔했다. 마치 그녀를 잊은 것처럼...여이현은 많은 사람을 구했다. 그건 그의 일이었으니까. 일로 만난 상대에게 감정이 생길 일은 절대 없었다. 그래서인지 강하임의 말도 터무니없는 것으로 느껴졌다.“그렇다면 대표님께 직접 여쭤보시죠. 저한테 말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저는 할 일이 있어서 이만...”그녀는 남의 사랑 이야기에 관심 없었다. 하지만 돌아서려는 그녀를 강하임이 꽉 붙들었다.“두 사람이 부부라는 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서요? 진짜 좋아서 한 결혼이면 숨길 리가 없어요. 전 세상에 알리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죠. 대표님은 온 비서를 좋아하지 않아요. 온 비서가 더러운 수작으로 결혼까지 한 거 맞죠?”강하임은 잔뜩 흥분한 모양새였다. 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팔을 뿌리쳤다.“이거 노세요. 저한테 말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고 했잖아요!”“회피는 묵인이에요. 난 내 말이 맞는 거로 알고 있을게요.”강하임은 금방이라도 온지유를 삼켜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역시 온 비서는 처음부터 나한테 악감정 있었죠? 나랑 윤희 사이에서 이간질 하더니, 이제는 내 남자까지 가로채요? 정말 확 죽려버리고 싶게 만드네요.”온지유는 그녀에게 밀려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임신한 몸으로 다치면 안 되기에 최대한 그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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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강하임을 문 것은 마지못해서 한 선택이었다. 그녀는 너무 위험한 곳에 서 있었고, 조금이라도 휘청거리면 바다에 빠질 수 있었다.그녀는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죽더라도 강하임은 꼭 데려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하임이 손을 뿌리친 순간 다른 손으로 그녀를 붙잡았다.두 사람은 동시에 바다에 빠졌다. 풍덩 소리와 함께 커다란 물보라가 쳤다.수영할 줄 몰랐던 강하임은 세차게 버둥대며 외쳤다.“살려주세요!”오늘은 강풍이 부는 날이었다. 그만큼 파도의 힘도 강했다. 집채만 한 파도가 덮이자, 살려달라는 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았다.온지유는 수영할 줄 아는데도 벗어나기 힘들었다. 아무리 팔을 뻗어도 점점 멀리 밀려나기만 했다.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곳에서 죽고 싶지 않았다. 배 속의 아이도 다쳐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살아 남기 위해 수영했는데도 몸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무기력감이 몰려오는 동시에 힘이 빠져버렸다. 바닷물은 끝없이 입속으로 들어왔고, 정말 죽는 것인지 주마등도 스쳐 지나갔다.아이... 부모... 그리고 여이현.‘엄마랑 아빠한테 효도해야 하는데. 이현 씨랑 이혼하고 아이도 낳아야 하는데...’이대로 죽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일이 너무 많았다.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과 만나겠다고 다짐했다.‘힘들어... 잠깐만 쉴래.’의식은 점점 모호해지고 몸도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저기 사람이 있어요!”“빨리! 빨리 건져내!”“아가씨, 잠들면 안 돼요! 정신 차리고 밧줄을 잡아요!”온지유는 시끄러운 말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마침 지나가던 어선에서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밧줄을 던지고 있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밧줄을 잡았다. 어디에서 온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어부들이 도와준 덕분에 그녀는 무사히 배에 탈 수 있었다. 그들은 그녀의 곁에 빙 둘러서서 우왕좌왕했다.“아가씨, 괜찮아요?”한 여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의식이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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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기자는 두 사람을 인터뷰하는 중이었다.“노승아 씨는 여이현 대표님이 직접 배양한 배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 신인상을 받으신 노승아 씨한테 한 마디 해주세요.”여이현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걸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네요.”노승아는 트로피를 든 채로 싱긋 웃었다. 약간 부끄러운 듯한 미소였다.이번에 기자는 노승아에게 말했다.“오늘 아주 역사적인 날이에요. 데뷔작으로 신인상까지 받은 걸 정말 축하드려요. 그동안 도움 주신 여이현 대표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어떤 대답이 돌아와도 기사 10편을 쓸 정도의 가십거리였다. 노승아는 마이크에 대고 부드럽게 말했다.“이런 영광을 받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앞으로 계속 노력할게요. 제 배우 인생은 이제야 시작이니까요. 그리고 이 영광은 여이현 대표님께 돌리겠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에요.”말을 마친 그녀는 세상 다정한 눈빛으로 여이현을 바라봤다. TV 밖에서 그 사랑이 느껴질 정도였다.현장은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여이현은 그녀가 이런 말을 할 줄 모른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조차도 온지유의 눈에는 애정 행각으로 보였다. TV 속에서 두 사람은 여느 커플과 다름없이 행동하고 있었다.‘하긴, 요즘 시대에 스폰서가 있는 게 무슨 대수라고. 더군다나 노승아는 신인상을 받았으니,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말만 듣겠지.’카메라 앞에 서 있는 노승아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사석에서 만났을 때와 느낌이 전혀 달랐다. 저 정도 위치에 있으면 누구나 눈 부셔지는 법이었다.두 사람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랑놀이를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그녀는 자칫 바다에 빠져 죽을 뻔했는데도 말이다.한쪽은 물귀신이고, 다른 한쪽은 천사였다. 노승아와 그녀 사이의 차이점이 오늘따라 유독 선명하게 보였다.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저체온증이라도 온 듯 벌벌 떨리는 몸보다 마음이 더욱 차가웠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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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여이현은 여진그룹의 파티에서 한 번 밝힌 적 있었다. 그러나 일반인은 아직 모르는 상태였다. 오늘 갑자기 계획 없이 밝힌 건 그와 노승아의 스캔들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장난 아니시죠? 대표님의 결혼 소식이 어떻게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을 수가 있죠? 오늘이 만우절도 아닌데...”“저 결혼했어요. 이런 일로 장난칠 일도 없고요. 저는 아내와 만난 지 7년 됐고, 결혼은 3년 전에 했어요. 이상한 기사 때문에 제 아내가 오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노승아의 표정은 아주 부자연스러웠다. 여이현이 갑자기 결혼 사실을 밝힐 줄은 몰랐던 것이다.‘일이 왜 이렇게 된 거야? 예정에 없었던 일이잖아.’그녀는 속으로 아무리 화가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어야 했다. 손은 불안감을 애써 참아보려는 듯 꽉 움켜쥐었다.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여이현은 모든 것을 들어줬다. 연예계에서도 모자람 없이 띄워줬다. 하지만 딱 감정 문제에서만 번마다 회피했다.오늘 그녀가 계획한 대로 기사가 나가면 여진그룹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싫다면 후에 기사를 막으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러나 대놓고 사실을 밝히는 건 그녀를 우습게 만드는 것이었다.여이현은 오늘 직접 시상식에 참석했다. 물론 회사 대표로서 참석한 것이다. 다른 건 말할 필요 없었다.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말하기도 했다.인터뷰를 그만해야겠다는 것을 눈치껏 느낀 배진호는 앞으로 나가서 말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께 중요한 일정이 있으셔서 이만 가보셔야 합니다.”노승아는 묵묵히 두 사람을 뒤따라 함께 떠났다.“아내분과 만난 지 7년 되었다고 하셨죠? 이에 관해 조금만 더 말해주실 수 없을까요?”기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7년이라는 단서만으로도 조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더 많은 단서를 원했다.여이현이 멀어져가는데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다행히 경호원이 막아선 덕분에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여이현 등은 밖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차에 올라타서 카메라를 막았다. 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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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언니...”“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겪은 풍파가 어디 한둘이야? 내가 찍은 드라마가 망했다고 해도, 내 인기가 떨어졌다고 해도, 그건 다 내 문제야. 이 큰 연예계에서 나보다 잘난 모든 사람을 시기 질투할 수는 없잖아?”“그게 아니라, 노승아는 스폰서 덕분에...”“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다시는 내 귀에 들어오게 하지 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더 잘 알잖아. 잘못된 길에 들어서서는 안 돼.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지.”장다희는 자신의 미래를 아주 소중히 여겼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성과를 시기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그녀는 노승아와 달랐다. 그녀는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노승아는 부잣집에서 태어났다. 태초부터 특권층이었다는 말이다.그래도 그녀는 상관없었다. 자신의 노력으로도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언젠가 꼭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믿었다....차 안의 분위기는 가는 길 내내 아주 무거웠다.여이현은 냉랭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노승아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섣불리 말을 걸지 못하고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회사에 도착하자, 여이현은 바로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얇고 뾰족한 하이힐을 신은 노승아는 아무리 빨리 걸어도 그를 쫓아갈 수 없었다.“오빠, 아...!”노승아는 황급히 쫓아가다 결국 발을 삐끗하고 말았다. 여이현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서러운 표정으로 다리를 움켜잡고 눈물을 글썽였다.“나 발목이 삐었어요.”여이현은 가만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기자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어떤 의미로 들릴지 생각 안 해봤어?”“나는 그냥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을 뿐이에요. 오빠는 원래도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니까요.”“넌 아직도 연예계를 몰라? 아니면 내가 모를 줄 알았던 건가?”여이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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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바닷속에서 온지유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어떻게든 올라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커다란 돌이 누르고 있어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를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었다.아니, 그녀는 죽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시체조차 찾을 수 없는 곳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난 죽고 싶지 않아!”온지유는 큰 소리로 외치면서 벌떡 일어났다.“어, 일어나셨네요.”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꿈이라는 것을 깨닫고 머리를 돌려보니 베개까지 흠뻑 젖었다.‘아... 나 병원에 있구나.’뒤늦게 정신 차린 그녀는 아랫배를 만지며 물었다.“선생님, 애는... 제 애는...”“아이는 괜찮아요, 환자분.”간호사가 부드럽게 말했다.“구급차에서 내렸을 때 온몸이 흠뻑 젖어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이는 무사해요.”“하아... 다행이에요.”온지유는 시름을 놓은 듯 한숨을 쉬었다.“핸드폰이 없으셔서 저희가 보호자께 연락하지 못했어요. 번호를 알려주시면 제가 대신 해줄게요.”온지유는 먼저 주변을 빙 둘러봤다. 다행히 지난번의 그 병원은 아닌 것 같았다. 그곳에는 여이현의 친구가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숨기기 어려웠다.“네, 그럼 부탁드릴게요.”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백지희가 병원에 도착했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기색으로 물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유산 징조가 있었다는 건 또 무슨 말이고?!”“오늘 회사 일로 항구에 갔다가 강하임 대표랑 만났어. 강하임 기억하지? 지난번 이현 씨를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고 했던... 아무튼 오늘에는 날 죽이려고 하더라.”그녀는 자초지종을 천천히 설명했다. 전부 듣고 난 백지희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신고해! 당장 신고해! 이게 살인 미수가 아니고 뭐야! 내가 그 여자 감옥에 보내고 말 거야!”“강 대표도 나랑 같이 바다에 빠졌어. 지금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혹시 죽으면 내 책임이 되는 건 아니겠지?”온지유는 살짝 걱정되는 마음이 있었다. 괜히 그녀가 감옥에 가는 일이 생길까 봐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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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온지유의 말을 들은 백지희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가 다 속상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무심한 남편이 도와주지 않으니, 온지유는 스스로 모든 것을 이겨내야 했다. 도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백지희는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내가 같이 있어 줄게. 다 괜찮아질 거야.”온지유는 백지희의 어깨에 기댔다. 함께 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그녀의 편에는 아직 많은 것이 있었다. 그저 여이현이 없달 뿐이다.링거를 맞고 난 온지유는 바로 퇴원했다. 과로와 운동을 조심해야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백지희는 그녀와 함께 걸어 나가면서 물었다.“이젠... 거기로 돌아갈 거야?”온지유는 잠깐 고민하다가 준비할 것이 있다는 생각에 머리를 끄덕였다.“응, 돌아가야지.”백지희는 온지유를 차에 태우면서 말했다.“알았어. 가서도 계속 연락해.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무조건 도울게.”“나 F국으로 가는 항공권 두 장 구해줘.”‘F국?’백지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여이현이랑 해외여행이라도 가게?”“후에 다시 알려줄게.”...여이현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퇴근할 시간은 아니었다. 그는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엘리베이터 입구는 아주 소란스러웠다. 여이현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송서연은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여이현을 본 순간 그녀는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달려왔다.“대표님! 왜 이제야 돌아오셨어요!”“무슨 일인데요?”여이현은 무덤덤하게 물었다. 송서연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절규하다시피 말했다.“온 비서님이 실종했대요! 온 비서님이... 온 비서님이... 금강의 대표랑 같이 바다에 빠졌어요!”이윤정은 병원에 있었다. 그녀도 온지유의 상황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이 말을 듣고 여이현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손도 덜덜 떨면서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그걸 왜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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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죄송하지만, 피해자분을 찾을 확률은 아주 낮습니다. 오늘 파도가 강해서 먼 곳까지 쓸려갔을 가능성이 높아요. 생존율도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이런 대답을 들은 여이현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마치 비수에 심장이 찔린 듯한 느낌이었다.그는 구조대원을 꽉 잡으며 외쳤다.“아니에요! 지유는 살아있어요!”구조대원은 여이현을 붙잡은 채 위로했다.“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진정하셔야 합니다. 저희가 못 찾은 대신 다른 곳에서 구조됐을 가능성도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시면서 잠시 진정하세요. 아직 구조는 진행 중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그래요... 구조됐을 수도 있어요...”여이현은 감히 안 좋은 생각을 할 엄두가 안 났다. 온지유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떠날 줄은 단 한 번도 상상한 적 없었다.“오늘 바다에 나간 어선이 바다에 빠진 사람을 몇 명이나 구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중에 피해자분이 있을 수도 있어서 확인하는 중입니다.”구조대원도 확신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여이현은 이토록 작은 희망이라도 필요해 보였다.지금은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할 때이다. 온지유를 찾지 못했더라도 시체를 보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었다.여이현은 말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해가 진 하늘을 따라 바다도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 보였다.‘다른 사람도 아닌 온지유잖아. 무조건 구조됐을 거야. 무조건 무사할 거야.’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잠시 이성을 되찾았다.“어선에 구조됐다는 사람들은 어느 병원에 있어요?”“그건 제가 물어봤는데 다들 모르는 눈치였어요. 아무래도 가장 가까운 병원에 보내지 않았을까요?”송서연이 말했다.마음이 급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던 여이현은 조사를 지시한 동시에 근처에 병원을 일일이 돌아다녔다.온지유의 물건은 전부 차 안에 있었다. 바다에 빠질 때 몸에 지니고 있었던 건 없었다. 그러니 무작정 돌아다니며 찾을 수밖에 없었다.구조는 저녁까지 계속되었다.“입원한 사람도 있고, 이미 병원을 떠난 사람도 있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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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강성훈과 정연은 황급히 병실 안에 들어갔다. 강하임이 창백한 안색으로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정연은 눈물을 흘리며 털썩 주저앉았다.“아이고, 하임아. 어쩌다가 이런 일을 당한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 다른 나라에 보내지 않았지. 흑흑흑... 하임아...”강성훈은 정연을 부축하며 말했다.“하임이는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는 하임이를 괴롭힌 사람한테 책임부터 물어야지. 다시는 같은 짓을 할 사람이 없도록!”이 말을 듣고 정연은 금세 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하임이는 사고로 바다에 빠진 게 아니에요. 분명히 누가 뒤에서 밀었을 거예요!”병실 밖에는 금강그룹의 직원과 이윤정이 있었다.강하임을 발견한 사람은 이윤정이었다. 온지유와 강하임이 시선에서 사라지자 걱정됐던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으러 갔다.온지유와 강하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바닷속에서 소리를 지르던 강하임을 발견하게 되었다.그녀는 사람들을 불러서 강하임을 구조했다. 금방이라도 죽어갈 것 같은 모습의 강하임은 심폐소생술을 한 다음에야 가까스로 살아났다. 그러나 온지유는 끝까지 찾지 못했다.강하임을 병원에 보낸 후 그녀는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금강그룹은 여진그룹과 협력하는 상황이기에 그냥 내칠 수는 없었다.강하임의 부모는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아보지도 않고 자신들의 딸만 가엽게 느껴졌다. 전 세상이 가해자고, 그들의 딸만 피해자라는 기세였다.“여진그룹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내 딸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말도 한마디 안 해?”금강그룹의 직원은 이윤정을 바라봤다. 이윤정은 강하임이 일어나기도 전에 섣불리 판단하는 정연이 어이없기만 했다.“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저희는 금강의 말에 따라 화물을 확인하러 갔을 뿐이니까요. 증거도 없이 이러는 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년이 따박따박 말대답하기는!”화가 치밀어 오른 정연은 울 새도 없이 이윤정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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