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겪은 풍파가 어디 한둘이야? 내가 찍은 드라마가 망했다고 해도, 내 인기가 떨어졌다고 해도, 그건 다 내 문제야. 이 큰 연예계에서 나보다 잘난 모든 사람을 시기 질투할 수는 없잖아?”“그게 아니라, 노승아는 스폰서 덕분에...”“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다시는 내 귀에 들어오게 하지 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더 잘 알잖아. 잘못된 길에 들어서서는 안 돼.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지.”장다희는 자신의 미래를 아주 소중히 여겼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성과를 시기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그녀는 노승아와 달랐다. 그녀는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노승아는 부잣집에서 태어났다. 태초부터 특권층이었다는 말이다.그래도 그녀는 상관없었다. 자신의 노력으로도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언젠가 꼭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믿었다....차 안의 분위기는 가는 길 내내 아주 무거웠다.여이현은 냉랭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노승아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섣불리 말을 걸지 못하고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회사에 도착하자, 여이현은 바로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얇고 뾰족한 하이힐을 신은 노승아는 아무리 빨리 걸어도 그를 쫓아갈 수 없었다.“오빠, 아...!”노승아는 황급히 쫓아가다 결국 발을 삐끗하고 말았다. 여이현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서러운 표정으로 다리를 움켜잡고 눈물을 글썽였다.“나 발목이 삐었어요.”여이현은 가만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기자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어떤 의미로 들릴지 생각 안 해봤어?”“나는 그냥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을 뿐이에요. 오빠는 원래도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니까요.”“넌 아직도 연예계를 몰라? 아니면 내가 모를 줄 알았던 건가?”여이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한 말
바닷속에서 온지유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어떻게든 올라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커다란 돌이 누르고 있어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를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었다.아니, 그녀는 죽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시체조차 찾을 수 없는 곳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난 죽고 싶지 않아!”온지유는 큰 소리로 외치면서 벌떡 일어났다.“어, 일어나셨네요.”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꿈이라는 것을 깨닫고 머리를 돌려보니 베개까지 흠뻑 젖었다.‘아... 나 병원에 있구나.’뒤늦게 정신 차린 그녀는 아랫배를 만지며 물었다.“선생님, 애는... 제 애는...”“아이는 괜찮아요, 환자분.”간호사가 부드럽게 말했다.“구급차에서 내렸을 때 온몸이 흠뻑 젖어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이는 무사해요.”“하아... 다행이에요.”온지유는 시름을 놓은 듯 한숨을 쉬었다.“핸드폰이 없으셔서 저희가 보호자께 연락하지 못했어요. 번호를 알려주시면 제가 대신 해줄게요.”온지유는 먼저 주변을 빙 둘러봤다. 다행히 지난번의 그 병원은 아닌 것 같았다. 그곳에는 여이현의 친구가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숨기기 어려웠다.“네, 그럼 부탁드릴게요.”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백지희가 병원에 도착했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기색으로 물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유산 징조가 있었다는 건 또 무슨 말이고?!”“오늘 회사 일로 항구에 갔다가 강하임 대표랑 만났어. 강하임 기억하지? 지난번 이현 씨를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고 했던... 아무튼 오늘에는 날 죽이려고 하더라.”그녀는 자초지종을 천천히 설명했다. 전부 듣고 난 백지희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신고해! 당장 신고해! 이게 살인 미수가 아니고 뭐야! 내가 그 여자 감옥에 보내고 말 거야!”“강 대표도 나랑 같이 바다에 빠졌어. 지금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혹시 죽으면 내 책임이 되는 건 아니겠지?”온지유는 살짝 걱정되는 마음이 있었다. 괜히 그녀가 감옥에 가는 일이 생길까 봐서 말
온지유의 말을 들은 백지희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가 다 속상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무심한 남편이 도와주지 않으니, 온지유는 스스로 모든 것을 이겨내야 했다. 도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백지희는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내가 같이 있어 줄게. 다 괜찮아질 거야.”온지유는 백지희의 어깨에 기댔다. 함께 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그녀의 편에는 아직 많은 것이 있었다. 그저 여이현이 없달 뿐이다.링거를 맞고 난 온지유는 바로 퇴원했다. 과로와 운동을 조심해야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백지희는 그녀와 함께 걸어 나가면서 물었다.“이젠... 거기로 돌아갈 거야?”온지유는 잠깐 고민하다가 준비할 것이 있다는 생각에 머리를 끄덕였다.“응, 돌아가야지.”백지희는 온지유를 차에 태우면서 말했다.“알았어. 가서도 계속 연락해.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무조건 도울게.”“나 F국으로 가는 항공권 두 장 구해줘.”‘F국?’백지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여이현이랑 해외여행이라도 가게?”“후에 다시 알려줄게.”...여이현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퇴근할 시간은 아니었다. 그는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엘리베이터 입구는 아주 소란스러웠다. 여이현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송서연은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여이현을 본 순간 그녀는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달려왔다.“대표님! 왜 이제야 돌아오셨어요!”“무슨 일인데요?”여이현은 무덤덤하게 물었다. 송서연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절규하다시피 말했다.“온 비서님이 실종했대요! 온 비서님이... 온 비서님이... 금강의 대표랑 같이 바다에 빠졌어요!”이윤정은 병원에 있었다. 그녀도 온지유의 상황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이 말을 듣고 여이현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손도 덜덜 떨면서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그걸 왜 이제야
“죄송하지만, 피해자분을 찾을 확률은 아주 낮습니다. 오늘 파도가 강해서 먼 곳까지 쓸려갔을 가능성이 높아요. 생존율도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이런 대답을 들은 여이현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마치 비수에 심장이 찔린 듯한 느낌이었다.그는 구조대원을 꽉 잡으며 외쳤다.“아니에요! 지유는 살아있어요!”구조대원은 여이현을 붙잡은 채 위로했다.“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진정하셔야 합니다. 저희가 못 찾은 대신 다른 곳에서 구조됐을 가능성도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시면서 잠시 진정하세요. 아직 구조는 진행 중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그래요... 구조됐을 수도 있어요...”여이현은 감히 안 좋은 생각을 할 엄두가 안 났다. 온지유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떠날 줄은 단 한 번도 상상한 적 없었다.“오늘 바다에 나간 어선이 바다에 빠진 사람을 몇 명이나 구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중에 피해자분이 있을 수도 있어서 확인하는 중입니다.”구조대원도 확신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여이현은 이토록 작은 희망이라도 필요해 보였다.지금은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할 때이다. 온지유를 찾지 못했더라도 시체를 보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었다.여이현은 말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해가 진 하늘을 따라 바다도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 보였다.‘다른 사람도 아닌 온지유잖아. 무조건 구조됐을 거야. 무조건 무사할 거야.’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잠시 이성을 되찾았다.“어선에 구조됐다는 사람들은 어느 병원에 있어요?”“그건 제가 물어봤는데 다들 모르는 눈치였어요. 아무래도 가장 가까운 병원에 보내지 않았을까요?”송서연이 말했다.마음이 급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던 여이현은 조사를 지시한 동시에 근처에 병원을 일일이 돌아다녔다.온지유의 물건은 전부 차 안에 있었다. 바다에 빠질 때 몸에 지니고 있었던 건 없었다. 그러니 무작정 돌아다니며 찾을 수밖에 없었다.구조는 저녁까지 계속되었다.“입원한 사람도 있고, 이미 병원을 떠난 사람도 있습니다. 그
강성훈과 정연은 황급히 병실 안에 들어갔다. 강하임이 창백한 안색으로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정연은 눈물을 흘리며 털썩 주저앉았다.“아이고, 하임아. 어쩌다가 이런 일을 당한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 다른 나라에 보내지 않았지. 흑흑흑... 하임아...”강성훈은 정연을 부축하며 말했다.“하임이는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는 하임이를 괴롭힌 사람한테 책임부터 물어야지. 다시는 같은 짓을 할 사람이 없도록!”이 말을 듣고 정연은 금세 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하임이는 사고로 바다에 빠진 게 아니에요. 분명히 누가 뒤에서 밀었을 거예요!”병실 밖에는 금강그룹의 직원과 이윤정이 있었다.강하임을 발견한 사람은 이윤정이었다. 온지유와 강하임이 시선에서 사라지자 걱정됐던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으러 갔다.온지유와 강하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바닷속에서 소리를 지르던 강하임을 발견하게 되었다.그녀는 사람들을 불러서 강하임을 구조했다. 금방이라도 죽어갈 것 같은 모습의 강하임은 심폐소생술을 한 다음에야 가까스로 살아났다. 그러나 온지유는 끝까지 찾지 못했다.강하임을 병원에 보낸 후 그녀는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금강그룹은 여진그룹과 협력하는 상황이기에 그냥 내칠 수는 없었다.강하임의 부모는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아보지도 않고 자신들의 딸만 가엽게 느껴졌다. 전 세상이 가해자고, 그들의 딸만 피해자라는 기세였다.“여진그룹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내 딸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말도 한마디 안 해?”금강그룹의 직원은 이윤정을 바라봤다. 이윤정은 강하임이 일어나기도 전에 섣불리 판단하는 정연이 어이없기만 했다.“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저희는 금강의 말에 따라 화물을 확인하러 갔을 뿐이니까요. 증거도 없이 이러는 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년이 따박따박 말대답하기는!”화가 치밀어 오른 정연은 울 새도 없이 이윤정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이윤정은 이토록 막무가내인 부모를 처음 봤다. 오자마자 증거도 없이 온지유를 살인자 취급하지 않는가?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온지유의 부모는 절대 이러지 못할 것이다.이런 생각에 이윤정은 더욱 속상했다. 온지유는 그녀의 사수였다. 그녀가 아는 온지유는 절대 이런 일을 저지를 리 없다.그러나 강하임은 누가 봐도 심기가 바르지 않았다. 증거가 없더라도 그녀가 저지른 짓인 게 뻔했다. 그 과정에 어쩌다가 바다에 빠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쪽은 입 다물고 있어요.”이윤정이 끼어드는 것을 보고 강성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여진은 직원 교육을 안 하나 봐요. 일개 직원 따위가 나한테 말을 섞는 걸 보면.”여이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성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모든 제스쳐가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었다.“민주주의 나라에서 살아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발언이군요. 요즘은 언론 자유라는 게 있답니다. 말 정도는 아무나 할 수 있어요.”여이현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것을 보고 이윤정은 더욱 눈물이 났다. 그녀는 혼자서 온지유를 지켜줘야 할 줄 알았다. 오만한 자본가를 어떻게 이겨야 할지 안 그래도 고민하던 참이었다.그녀 혼자서는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기껏해야 인터넷에 글이나 쓸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온지유를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지 않는가?이윤정은 곧바로 여이현의 곁으로 달려가 고자질을 시작했다.“대표님, 우리 온 비서님 좀 도와주세요. 저 여자가 온 비서님을 해친 게 틀림없어요. 저랑 송 비서를 일부러 떼어낼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닥쳐! 헛소리하지 마! 그 입 확 찢어버리려니까!”정연은 정말 이윤정을 때릴 기세였다. 그러나 이윤정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찢을 테면 찢어 봐요!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요? 돈 있으면 억울한 사람을 모함해도 되는 줄 알아요?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고요!”“너.
멀지 않은 곳에서 온지유가 여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백지희가 함께 서 있었다. 시름이 놓이지 않아서 따라온 것이다.백지희의 걱정은 정확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이와 같은 막장 드라마였다.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여이현은 먼저 멈칫했다. 고개를 돌려보자 온지유가 멀쩡하게 서 있었다.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기쁨밖에 없었다. 잃은 줄 알았던 사람이 멀쩡하게 돌아온 기쁨은 처음 겪는 것이었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온지유를 품에 안았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모른 온지유는 어쩔 바를 몰랐다.여이현은 있는 힘껏 그녀를 끌어안았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이제야 그녀를 잃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깨달았다.‘다시는 잃지 않을 거야. 다시는!’온지유가 만질 수 있는 곳에 있어야만 그는 안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어디 간 거야? 내가 걱정했잖아.”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들은 온지유가 평범한 비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비서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귀찮게 이것저것 따질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비서라면 여이현이 다정하게 끌어안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강성훈과 정연은 넋이 나가버렸다. 반대로 이윤정은 온지유가 바로 여이현의 아내라는 가설에 더욱 확신을 가했다.전에는 추측만 했었다. 온지유의 회피 때문에 추측도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그러나 여이현이 오늘 보여준 모습으로 예상하건대 그녀의 촉은 정확했다.여이현은 한 번도 오늘처럼 긴장한 모습을 보여준 적 없었다. 한결같이 온지유의 편에 서는 것도 이상했다. 만약 온지유가 아니었다면 그녀를 대변해 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온지유는 뒤늦게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지나가던 어부가 저를 구해줬어요. 병원에 가기는 했는데 몸에 아무것도 없어서, 간호사한테 부탁해서 지희한테 연락했고요. 저는 운이 좋았어요. 어부가 빨리 구해준 덕분에 다친
“지유가 한 말 못 들었어요? 지유도 바다에 빠졌어요. 당신 딸만 피해자인 척 말하지 마요. 방귀 낀 놈이 성내는 격만 되니까요.”백지희는 어이없는 듯 먼저 반박했다.정연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받아쳤다.“내 딸이 그럴 리가 없어. 누가 더 심하게 다쳤는지만 봐도 피해자가 알리잖아. 저 여자가 내 딸을 해친 게 틀림없어! 실수로 바다에 빠졌다는 말은 통하지 않아. 애초에 저 여자도 바다에 빠졌다는 걸 누가 증명해? 그냥 거짓으로 하는 말이야!”정연은 온지유가 질투로 강하임을 죽이려고 했다고 생각했다. 온지유의 말도 증인이 없기에 할 수 있는 거짓말로 여겼다.“말이 통하지 않네요. 그냥 신고해요. 그게 낫겠어요.”“그래! 신고해! 언제까지 거짓말을 할지 두고 보겠어!”백지희의 말에 정연이 귀청을 찌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온지유는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신고는 제가 이미 했어요. 경찰이 도착하면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정연은 전혀 두려울 게 없었다. 온지유의 당당한 태도에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증거가 없을 줄 알고 당당하게 말하는 거지? 그 지역 CCTV는 며칠 전부터 고장 나 있었어. 경찰은 아무것도 찾지 못할 거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 너 하나 감옥 보낼 명분은 벌써 차고 넘쳐!”이 말을 듣고 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지유가 감옥에 가는 게 먼저인지, 금강이 파산하는 게 먼저인지, 두고 봐요.”“여 대표, 우리 금강이 그렇게 만만해? 우리가 여진 하나 이기지 못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는 않아.”여이현은 강성훈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것 역시 두고 보면 알겠죠.”두 집안 사람은 누구도 양보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때 병실에서 간병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정신이 들어요?”이 말을 듣자 강성훈과 정연은 부리나케 병실에 돌아갔다.허약한 모양새로 침대에 누워있는 강하임을 보자, 정연은 한없이 속상했다. 침대 가로 걸어간 그녀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하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