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64화

작가: 류한나
기자는 두 사람을 인터뷰하는 중이었다.

“노승아 씨는 여이현 대표님이 직접 배양한 배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 신인상을 받으신 노승아 씨한테 한 마디 해주세요.”

여이현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걸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노승아는 트로피를 든 채로 싱긋 웃었다. 약간 부끄러운 듯한 미소였다.

이번에 기자는 노승아에게 말했다.

“오늘 아주 역사적인 날이에요. 데뷔작으로 신인상까지 받은 걸 정말 축하드려요. 그동안 도움 주신 여이현 대표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어떤 대답이 돌아와도 기사 10편을 쓸 정도의 가십거리였다. 노승아는 마이크에 대고 부드럽게 말했다.

“이런 영광을 받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앞으로 계속 노력할게요. 제 배우 인생은 이제야 시작이니까요. 그리고 이 영광은 여이현 대표님께 돌리겠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에요.”

말을 마친 그녀는 세상 다정한 눈빛으로 여이현을 바라봤다. TV 밖에서 그 사랑이 느껴질 정도였다.

현장은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여이현은 그녀가 이런 말을 할 줄 모른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조차도 온지유의 눈에는 애정 행각으로 보였다. TV 속에서 두 사람은 여느 커플과 다름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하긴, 요즘 시대에 스폰서가 있는 게 무슨 대수라고. 더군다나 노승아는 신인상을 받았으니,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말만 듣겠지.’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노승아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사석에서 만났을 때와 느낌이 전혀 달랐다. 저 정도 위치에 있으면 누구나 눈 부셔지는 법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랑놀이를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그녀는 자칫 바다에 빠져 죽을 뻔했는데도 말이다.

한쪽은 물귀신이고, 다른 한쪽은 천사였다. 노승아와 그녀 사이의 차이점이 오늘따라 유독 선명하게 보였다.

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저체온증이라도 온 듯 벌벌 떨리는 몸보다 마음이 더욱 차가웠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65화

    여이현은 여진그룹의 파티에서 한 번 밝힌 적 있었다. 그러나 일반인은 아직 모르는 상태였다. 오늘 갑자기 계획 없이 밝힌 건 그와 노승아의 스캔들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장난 아니시죠? 대표님의 결혼 소식이 어떻게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을 수가 있죠? 오늘이 만우절도 아닌데...”“저 결혼했어요. 이런 일로 장난칠 일도 없고요. 저는 아내와 만난 지 7년 됐고, 결혼은 3년 전에 했어요. 이상한 기사 때문에 제 아내가 오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노승아의 표정은 아주 부자연스러웠다. 여이현이 갑자기 결혼 사실을 밝힐 줄은 몰랐던 것이다.‘일이 왜 이렇게 된 거야? 예정에 없었던 일이잖아.’그녀는 속으로 아무리 화가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어야 했다. 손은 불안감을 애써 참아보려는 듯 꽉 움켜쥐었다.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여이현은 모든 것을 들어줬다. 연예계에서도 모자람 없이 띄워줬다. 하지만 딱 감정 문제에서만 번마다 회피했다.오늘 그녀가 계획한 대로 기사가 나가면 여진그룹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싫다면 후에 기사를 막으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러나 대놓고 사실을 밝히는 건 그녀를 우습게 만드는 것이었다.여이현은 오늘 직접 시상식에 참석했다. 물론 회사 대표로서 참석한 것이다. 다른 건 말할 필요 없었다.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말하기도 했다.인터뷰를 그만해야겠다는 것을 눈치껏 느낀 배진호는 앞으로 나가서 말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께 중요한 일정이 있으셔서 이만 가보셔야 합니다.”노승아는 묵묵히 두 사람을 뒤따라 함께 떠났다.“아내분과 만난 지 7년 되었다고 하셨죠? 이에 관해 조금만 더 말해주실 수 없을까요?”기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7년이라는 단서만으로도 조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더 많은 단서를 원했다.여이현이 멀어져가는데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다행히 경호원이 막아선 덕분에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여이현 등은 밖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차에 올라타서 카메라를 막았다. 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66화

    “언니...”“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겪은 풍파가 어디 한둘이야? 내가 찍은 드라마가 망했다고 해도, 내 인기가 떨어졌다고 해도, 그건 다 내 문제야. 이 큰 연예계에서 나보다 잘난 모든 사람을 시기 질투할 수는 없잖아?”“그게 아니라, 노승아는 스폰서 덕분에...”“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다시는 내 귀에 들어오게 하지 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더 잘 알잖아. 잘못된 길에 들어서서는 안 돼.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지.”장다희는 자신의 미래를 아주 소중히 여겼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성과를 시기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그녀는 노승아와 달랐다. 그녀는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노승아는 부잣집에서 태어났다. 태초부터 특권층이었다는 말이다.그래도 그녀는 상관없었다. 자신의 노력으로도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언젠가 꼭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믿었다....차 안의 분위기는 가는 길 내내 아주 무거웠다.여이현은 냉랭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노승아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섣불리 말을 걸지 못하고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회사에 도착하자, 여이현은 바로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얇고 뾰족한 하이힐을 신은 노승아는 아무리 빨리 걸어도 그를 쫓아갈 수 없었다.“오빠, 아...!”노승아는 황급히 쫓아가다 결국 발을 삐끗하고 말았다. 여이현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서러운 표정으로 다리를 움켜잡고 눈물을 글썽였다.“나 발목이 삐었어요.”여이현은 가만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기자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어떤 의미로 들릴지 생각 안 해봤어?”“나는 그냥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을 뿐이에요. 오빠는 원래도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니까요.”“넌 아직도 연예계를 몰라? 아니면 내가 모를 줄 알았던 건가?”여이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한 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67화

    바닷속에서 온지유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어떻게든 올라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커다란 돌이 누르고 있어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를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었다.아니, 그녀는 죽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시체조차 찾을 수 없는 곳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난 죽고 싶지 않아!”온지유는 큰 소리로 외치면서 벌떡 일어났다.“어, 일어나셨네요.”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꿈이라는 것을 깨닫고 머리를 돌려보니 베개까지 흠뻑 젖었다.‘아... 나 병원에 있구나.’뒤늦게 정신 차린 그녀는 아랫배를 만지며 물었다.“선생님, 애는... 제 애는...”“아이는 괜찮아요, 환자분.”간호사가 부드럽게 말했다.“구급차에서 내렸을 때 온몸이 흠뻑 젖어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이는 무사해요.”“하아... 다행이에요.”온지유는 시름을 놓은 듯 한숨을 쉬었다.“핸드폰이 없으셔서 저희가 보호자께 연락하지 못했어요. 번호를 알려주시면 제가 대신 해줄게요.”온지유는 먼저 주변을 빙 둘러봤다. 다행히 지난번의 그 병원은 아닌 것 같았다. 그곳에는 여이현의 친구가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숨기기 어려웠다.“네, 그럼 부탁드릴게요.”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백지희가 병원에 도착했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기색으로 물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유산 징조가 있었다는 건 또 무슨 말이고?!”“오늘 회사 일로 항구에 갔다가 강하임 대표랑 만났어. 강하임 기억하지? 지난번 이현 씨를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고 했던... 아무튼 오늘에는 날 죽이려고 하더라.”그녀는 자초지종을 천천히 설명했다. 전부 듣고 난 백지희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신고해! 당장 신고해! 이게 살인 미수가 아니고 뭐야! 내가 그 여자 감옥에 보내고 말 거야!”“강 대표도 나랑 같이 바다에 빠졌어. 지금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혹시 죽으면 내 책임이 되는 건 아니겠지?”온지유는 살짝 걱정되는 마음이 있었다. 괜히 그녀가 감옥에 가는 일이 생길까 봐서 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68화

    온지유의 말을 들은 백지희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가 다 속상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무심한 남편이 도와주지 않으니, 온지유는 스스로 모든 것을 이겨내야 했다. 도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백지희는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내가 같이 있어 줄게. 다 괜찮아질 거야.”온지유는 백지희의 어깨에 기댔다. 함께 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그녀의 편에는 아직 많은 것이 있었다. 그저 여이현이 없달 뿐이다.링거를 맞고 난 온지유는 바로 퇴원했다. 과로와 운동을 조심해야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백지희는 그녀와 함께 걸어 나가면서 물었다.“이젠... 거기로 돌아갈 거야?”온지유는 잠깐 고민하다가 준비할 것이 있다는 생각에 머리를 끄덕였다.“응, 돌아가야지.”백지희는 온지유를 차에 태우면서 말했다.“알았어. 가서도 계속 연락해.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무조건 도울게.”“나 F국으로 가는 항공권 두 장 구해줘.”‘F국?’백지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여이현이랑 해외여행이라도 가게?”“후에 다시 알려줄게.”...여이현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퇴근할 시간은 아니었다. 그는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엘리베이터 입구는 아주 소란스러웠다. 여이현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송서연은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여이현을 본 순간 그녀는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달려왔다.“대표님! 왜 이제야 돌아오셨어요!”“무슨 일인데요?”여이현은 무덤덤하게 물었다. 송서연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절규하다시피 말했다.“온 비서님이 실종했대요! 온 비서님이... 온 비서님이... 금강의 대표랑 같이 바다에 빠졌어요!”이윤정은 병원에 있었다. 그녀도 온지유의 상황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이 말을 듣고 여이현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손도 덜덜 떨면서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그걸 왜 이제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69화

    “죄송하지만, 피해자분을 찾을 확률은 아주 낮습니다. 오늘 파도가 강해서 먼 곳까지 쓸려갔을 가능성이 높아요. 생존율도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이런 대답을 들은 여이현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마치 비수에 심장이 찔린 듯한 느낌이었다.그는 구조대원을 꽉 잡으며 외쳤다.“아니에요! 지유는 살아있어요!”구조대원은 여이현을 붙잡은 채 위로했다.“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진정하셔야 합니다. 저희가 못 찾은 대신 다른 곳에서 구조됐을 가능성도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시면서 잠시 진정하세요. 아직 구조는 진행 중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그래요... 구조됐을 수도 있어요...”여이현은 감히 안 좋은 생각을 할 엄두가 안 났다. 온지유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떠날 줄은 단 한 번도 상상한 적 없었다.“오늘 바다에 나간 어선이 바다에 빠진 사람을 몇 명이나 구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중에 피해자분이 있을 수도 있어서 확인하는 중입니다.”구조대원도 확신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여이현은 이토록 작은 희망이라도 필요해 보였다.지금은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할 때이다. 온지유를 찾지 못했더라도 시체를 보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었다.여이현은 말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해가 진 하늘을 따라 바다도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 보였다.‘다른 사람도 아닌 온지유잖아. 무조건 구조됐을 거야. 무조건 무사할 거야.’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잠시 이성을 되찾았다.“어선에 구조됐다는 사람들은 어느 병원에 있어요?”“그건 제가 물어봤는데 다들 모르는 눈치였어요. 아무래도 가장 가까운 병원에 보내지 않았을까요?”송서연이 말했다.마음이 급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던 여이현은 조사를 지시한 동시에 근처에 병원을 일일이 돌아다녔다.온지유의 물건은 전부 차 안에 있었다. 바다에 빠질 때 몸에 지니고 있었던 건 없었다. 그러니 무작정 돌아다니며 찾을 수밖에 없었다.구조는 저녁까지 계속되었다.“입원한 사람도 있고, 이미 병원을 떠난 사람도 있습니다. 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70화

    강성훈과 정연은 황급히 병실 안에 들어갔다. 강하임이 창백한 안색으로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정연은 눈물을 흘리며 털썩 주저앉았다.“아이고, 하임아. 어쩌다가 이런 일을 당한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 다른 나라에 보내지 않았지. 흑흑흑... 하임아...”강성훈은 정연을 부축하며 말했다.“하임이는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는 하임이를 괴롭힌 사람한테 책임부터 물어야지. 다시는 같은 짓을 할 사람이 없도록!”이 말을 듣고 정연은 금세 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하임이는 사고로 바다에 빠진 게 아니에요. 분명히 누가 뒤에서 밀었을 거예요!”병실 밖에는 금강그룹의 직원과 이윤정이 있었다.강하임을 발견한 사람은 이윤정이었다. 온지유와 강하임이 시선에서 사라지자 걱정됐던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으러 갔다.온지유와 강하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바닷속에서 소리를 지르던 강하임을 발견하게 되었다.그녀는 사람들을 불러서 강하임을 구조했다. 금방이라도 죽어갈 것 같은 모습의 강하임은 심폐소생술을 한 다음에야 가까스로 살아났다. 그러나 온지유는 끝까지 찾지 못했다.강하임을 병원에 보낸 후 그녀는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금강그룹은 여진그룹과 협력하는 상황이기에 그냥 내칠 수는 없었다.강하임의 부모는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아보지도 않고 자신들의 딸만 가엽게 느껴졌다. 전 세상이 가해자고, 그들의 딸만 피해자라는 기세였다.“여진그룹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내 딸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말도 한마디 안 해?”금강그룹의 직원은 이윤정을 바라봤다. 이윤정은 강하임이 일어나기도 전에 섣불리 판단하는 정연이 어이없기만 했다.“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저희는 금강의 말에 따라 화물을 확인하러 갔을 뿐이니까요. 증거도 없이 이러는 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년이 따박따박 말대답하기는!”화가 치밀어 오른 정연은 울 새도 없이 이윤정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71화

    이윤정은 이토록 막무가내인 부모를 처음 봤다. 오자마자 증거도 없이 온지유를 살인자 취급하지 않는가?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온지유의 부모는 절대 이러지 못할 것이다.이런 생각에 이윤정은 더욱 속상했다. 온지유는 그녀의 사수였다. 그녀가 아는 온지유는 절대 이런 일을 저지를 리 없다.그러나 강하임은 누가 봐도 심기가 바르지 않았다. 증거가 없더라도 그녀가 저지른 짓인 게 뻔했다. 그 과정에 어쩌다가 바다에 빠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쪽은 입 다물고 있어요.”이윤정이 끼어드는 것을 보고 강성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여진은 직원 교육을 안 하나 봐요. 일개 직원 따위가 나한테 말을 섞는 걸 보면.”여이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성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모든 제스쳐가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었다.“민주주의 나라에서 살아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발언이군요. 요즘은 언론 자유라는 게 있답니다. 말 정도는 아무나 할 수 있어요.”여이현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것을 보고 이윤정은 더욱 눈물이 났다. 그녀는 혼자서 온지유를 지켜줘야 할 줄 알았다. 오만한 자본가를 어떻게 이겨야 할지 안 그래도 고민하던 참이었다.그녀 혼자서는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기껏해야 인터넷에 글이나 쓸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온지유를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지 않는가?이윤정은 곧바로 여이현의 곁으로 달려가 고자질을 시작했다.“대표님, 우리 온 비서님 좀 도와주세요. 저 여자가 온 비서님을 해친 게 틀림없어요. 저랑 송 비서를 일부러 떼어낼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닥쳐! 헛소리하지 마! 그 입 확 찢어버리려니까!”정연은 정말 이윤정을 때릴 기세였다. 그러나 이윤정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찢을 테면 찢어 봐요!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요? 돈 있으면 억울한 사람을 모함해도 되는 줄 알아요?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고요!”“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72화

    멀지 않은 곳에서 온지유가 여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백지희가 함께 서 있었다. 시름이 놓이지 않아서 따라온 것이다.백지희의 걱정은 정확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이와 같은 막장 드라마였다.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여이현은 먼저 멈칫했다. 고개를 돌려보자 온지유가 멀쩡하게 서 있었다.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기쁨밖에 없었다. 잃은 줄 알았던 사람이 멀쩡하게 돌아온 기쁨은 처음 겪는 것이었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온지유를 품에 안았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모른 온지유는 어쩔 바를 몰랐다.여이현은 있는 힘껏 그녀를 끌어안았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이제야 그녀를 잃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깨달았다.‘다시는 잃지 않을 거야. 다시는!’온지유가 만질 수 있는 곳에 있어야만 그는 안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어디 간 거야? 내가 걱정했잖아.”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들은 온지유가 평범한 비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비서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귀찮게 이것저것 따질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비서라면 여이현이 다정하게 끌어안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강성훈과 정연은 넋이 나가버렸다. 반대로 이윤정은 온지유가 바로 여이현의 아내라는 가설에 더욱 확신을 가했다.전에는 추측만 했었다. 온지유의 회피 때문에 추측도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그러나 여이현이 오늘 보여준 모습으로 예상하건대 그녀의 촉은 정확했다.여이현은 한 번도 오늘처럼 긴장한 모습을 보여준 적 없었다. 한결같이 온지유의 편에 서는 것도 이상했다. 만약 온지유가 아니었다면 그녀를 대변해 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온지유는 뒤늦게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지나가던 어부가 저를 구해줬어요. 병원에 가기는 했는데 몸에 아무것도 없어서, 간호사한테 부탁해서 지희한테 연락했고요. 저는 운이 좋았어요. 어부가 빨리 구해준 덕분에 다친

최신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90화

    “하지만 도우미 일이 돈을 더 많이 버는걸요.”양시은은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가사도우미 중개소를 운영하는 유영숙도 그녀와 같은 나이에 도우미 일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었다. 만약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그녀도 당연히 이 일을 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하민이에겐 병원비가 필요했다. 비록 지금은 양채은에게서 돈을 빌리긴 했지만 전부 그녀가 나중에 갚아야 하는 돈이었다.하민이 병원비만큼은 그녀는 직접 두 손으로 벌고 싶었고 힘들다고 해도 그녀의 힘으로 벌어온 돈이니 안심하고 쓸 수 있다.“집에 남동생이라도 있어요?”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말하는 남자의 몸에선 벌써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양시은은 아무것도 모른 채 티브이 서랍을 닦고 있었다.“아니요. 남동생은 없고 아들이 있어요. 전 아들 병원비를 벌고 있거든요.”남자는 그녀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에이, 그런 농담은 하지 말아요. 몸매도 이렇게 좋은데 어떻게 아들이 있어요. 한눈에 봐도 젊은 아가씨인걸요.”그의 아내는 작년에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를 낳고 난 아내의 모습은 바람을 불어넣은 풍선처럼 살이 오르기 시작했고 결국 인생 최대 몸무게 74kg을 달성했다.아이를 낳고 나면 원래부터 여자의 배는 축 처지게 되었지만 거기에다 지방 살이 있으니 앉을 때마다 불룩 몇 겹으로 튀어나왔다. 그 모습은 정말이지 돼지 같았기에 부부 생활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양시은처럼 허리는 잘록하고 엉덩이는 탄탄하여 보는 사람마저 본능적인 욕망을 일으키게 하지 않았다.“정말이에요. 아들이 올해 세 살인걸요.”양시은은 남자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었던지라 물어보는 대로 전부 대답해주었다. 남자는 그제야 양시은이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님을 눈치챘고 표정이 변해버렸다. 아이가 있다는 말은 이미 결혼했다는 의미였기에 손을 대기가 어려워지게 된다.“대충 보니 청소 다 한 것 같은데 오늘은 바깥에 바람이 세게 부니까 강아지 산책은 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9화

    “언니가 임신했을 때를 전 아직도 기억하고 있거든요. 출산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때 언니는 이별의 상처를 받아서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굳이 그 일에 관해 묻지 않았어요. 또 묻는다는 건 어쩌면 언니의 상처를 후벼 파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제 추측으로는 하민이가 언니의 전 남자친구의 아이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생각해요.”양시은의 전 남자친구는 바로 그였다. 나도현은 태연하게 계속 떠보았다.“그럼 네 언니가 왜 남자친구랑 헤어지게 되었는지는 알아? 아이까지 있었다면서, 그러면 결혼해야 하는 거잖아. 대체 왜 이렇게 된 거래?”“아마도 언니 전 남자친구 쪽에서 결혼을 바라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어쨌든 구체적인 건 저도 잘 몰라요. 언니가 말해주지 않았거든요.”양채은은 별생각 없이 말했지만 나도현은 다르게 듣고 있었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비웃었다. 그에게 갑자기 헤어지자고 통보를 해놓고, 그를 고통 속에서 괴롭게 살게 해놓고 동생 앞에서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 않았는가. 진정한 피해자는 그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쓰레기가 되어 있었다.“어차피 4년도 지난 일이에요. 하민이도 컸고 전 언니에게도 몇 번이나 그때 일은 잊으라고 말했거든요. 좋은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하고 말이에요. 그러는 게 언니한테도 좋고 하민이한테도 좋을 테니까요.”나도현의 서늘해진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양채은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는 절대 양시은이 다른 남자를 만나게 하지 않을 것이고 결혼도 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었으니까.“됐어. 넌 먼저 들어가서 쉬어. 난 변호사 사무소로 가봐야 하니까. 최근에 새 사건을 맡았거든. 의뢰인과 잘 얘기를 나눠봐야 해.”나도현은 더는 그녀와 이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양채은은 그에게 걱정 어린 말을 몇 마디 하곤 차에서 내렸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나도현은 양시은이 떠올랐고 가슴이 답답해졌다.시동을 걸어 사무소로 향했다. 그는 일로 복잡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8화

    가사도우미 중개소에서 소개해주는 일자리는 대부분 시급이 만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해준 곳에서 만육천 원을 주겠다고 하니 많이 주는 것이었다.몇 시간만 일해도 6만 원을 벌 좋은 기회였던지라 양시은은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그녀의 대답에 유영숙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자세한 집 주소를 문자로 보내줄게요. 아, 이 집은 디지털 도어락이라 앱으로도 문을 열 수 있다고 했으니까 시은 씨는 그냥 가면 돼요. 엄청나게 잘사는 집이거든요. 일 잘하고 행동이 빠릿빠릿하고 깔끔한 도우미를 원한다고 했으니까 이번에 시은 씨가 잘하면 앞으로 주기적으로 시은 씨만 부를 수도 있을 거예요.”오래 일할 수 있다니.양시은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하민이를 안았다.“미안해, 하민아. 엄마도 하민이랑 시간 더 보내고 싶었는데 영숙 아주머니가 엄마한테 연락해서 엄마는 지금 일하러 가봐야 할 것 같아.”그녀는 당연히 아들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아들 옆에 있으면 돈을 벌 수 없고, 돈이 없으면 아들의 병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있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곁에 아들이 없는데...“엄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되고 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사과해야 할 사람은 저인걸요.”하민이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는 하민이 병원비를 위해 일하고 계시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엄마예요.”아이의 말을 들은 양시은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적어도 하민이만큼은 그녀를 이해해 주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병실을 떠나기 전 사과를 예쁘게 깎아 하민이에게 준 뒤 택시를 타고 늘봄아파트로 갔다....한편 나도현은 차를 몰고 양채은은 집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지만 그는 차에서 내릴 생각은 없었다.“태경 씨, 같이 안 들어가요?”양채은은 안전벨트를 풀면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며칠 동안 너무 바쁘게 보낸 거 아니에요? 쉬엄쉬엄해요. 입에 풀칠하고 살 정도만 아니면 되니까요.”그녀는 돈을 밝히는 물질적인 여자가 아니었고 남자에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7화

    강태경 성격이 원래 이런 걸 어쩌겠는가. 다른 방면에서는 양채은에게 아주 잘해주었기에 그녀도 굳이 자신의 스킨십을 피하는 이유를 꼬치꼬치 캐묻고 싶지 않았다.“검사는 해봤어? 아기는 어떻대?”나도현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양채은은 웃으며 말해주었다.“아기는 무사하대요. 방금 의사 선생님께 물어봤는데 출혈한 흔적도 없다고 했어요. 조금 전 배가 아팠던 건 갑작스럽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것이니 집에서 휴식하면 괜찮을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운동도 되도록 피하라고 했고 이제 처방해준 약을 먹으면 된다고 했어요.”“그럼 요 며칠은 얌전히 집에만 있어. 자꾸 언니 따라 어딜 가지도 말고.”나도현은 양채은과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양시은을 지나치면서 그는 깊은 의미가 담긴 두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양채은은 마치 하나의 끈 같았다. 한쪽 끝은 나도현의 손에 단단히 쥐어져 있었고 다른 한 끝은 양시은에게 묶여 있었다. 양채은이 그에게 더 의지할수록 이 끈은 나도현에게 더 단단히 묶이고 있었다.“언니, 우리랑 함께 돌아갈 거야. 아니면 하민이 보러 갈 거야?”양채은은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가 병원으로 온 이유도 애초에 자신의 아이를 보기 위함이었기에 당연히 그녀의 선택은 후자였다. 어차피 그녀는 나도현을 피하고 싶기도 했다.“그럼 우린 먼저 집으로 갈게. 하민이 상태 확인하고 꼭 택시 타고 돌아와. 버스 타지 마. 버스는 오래 기다려야 하잖아. 그리고 사람도 많아서 앉을 자리도 없잖아.”양채은은 또 그녀에게 걱정 서린 잔소리를 해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시은의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양시은이 한 달 내내 택시를 탈 정도는 되었다.양시은은 두 사람의 모습을 눈으로 배웅하였다.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나서야 그녀는 계단으로 올라가 하민이의 병실로 갔다.“엄마,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오신 거예요?”하민이는 그녀를 보자마자 달려와 꽈악 끌어안았다.“방금 병실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중에 엄마 목소리도 있었던 것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6화

    만약 나도현도 다른 부잣집 자식들처럼 망나니로 살았다면, 여자를 그저 한낱 놀이 상대라고만 생각했다면 양시은이 떠나든 말든 그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고 그토록 슬퍼하지 않았을 것이다.양채은도 그와 같은 처지인 것 같았다. 만약 양채은이 양시은을 진심으로 언니로 대하고 걱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오늘처럼 나서줄 수 있었겠는가.양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현이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다 예전에는 서로 사랑했던 사이였으니 나도현은 어떤 말로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아주 잘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속으로 한번 또 한 번이고 자신에게 말했다. 나도현의 말을 신경 쓰지도 말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라고 했지만 나도현이 내뱉은 말은 마치 저주를 거는 주문이 되어 그녀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버렸다.“왜 말을 하지 않는 거지?”나도현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꽉 잡으며 억지로 자신과 눈을 맞추게 했다.“안 들리는 것처럼 연기하지 마. 남자 앞에서 재잘재잘 잘 떠들지 않았나? 왜 지금 내 앞에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거지?”끼익.이때 등 뒤에 있던 문이 열리고 양채은이 나왔다. 나오자마자 맞이하게 된 두 사람의 모습에 걸음을 멈추고 당황한 듯 말했다.“태경 씨, 언니. 두 사람 지금 뭐 해요?”양채은의 시선에서 두 사람은 코가 닿을 정도로 바싹 붙어 있었다. 거리가 너무도 가까운 것이 아니겠는가.하지만 양시은은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언니였고 나도현은 그녀와 평생을 함께할 약혼자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배신해도 언니와 약혼자만은 그녀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것이다.양시은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지만 나도현은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그 자세 그대로 유지했다.“전부 다 본 거 아닌가?”“태경 씨, 일단 우리 언니를 놔줘요. 대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양채은은 나도현과 양시은은 번갈아 보며 설명을 요구했다.“네 언니가 밖에서 아무 남자나 만나도 다니는 바람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5화

    하지만 여자는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양시은을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그녀는 허민기와 연인 사이가 된 지 5년이나 되었다. 그 5년 동안 그녀는 매일 같이 허민기에게 결혼 얘기를 꺼내면서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했지만 허민기는 그때마다 거절했다.허민기는 그녀에게 아직은 젊으니 결혼 결정을 빨리할 필요 없다는 이유를 내놓았다. 그의 말에 그녀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믿고 있었지만 오늘 양시은을 보니 모든 게 이해가 갔다. 허민기는 아직 젊어서 결혼을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못해서 결혼하기 싫은 것이었다.만약 결혼 얘기를 꺼낸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 양시은이었다면 허민기는 분명 아주 기뻐하면서 멍청이처럼 헤실헤실 웃었을 것이다.“얼른 가자. 굳이 신고까지 당해야 미친 짓을 멈추려는 건 아니지?”허민기는 다시 한번 여자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여긴 병원이야. 네 집이 아니라고. 지랄도 정도껏 해.”‘지랄도 정도껏 하라니! 지금 내가 이러는 이유도 전부 너 때문이잖아!'‘네가 병원으로 출근하듯 드나들지 않았다면, 양시은과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난 피해자라고!'서러운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지만 신물이 난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허민기에 전부 꾹 삼켜버리고 말았다.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애초에 그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었고 그저 그녀가 억지를 부리고 난동을 피운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소란을 피워봤자 그녀에게 남는 건 미친 여자라는 꼬리표였고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태경 씨, 저 여자가 분명 저랑 언니한테 손찌검하려고 했어요. 어떡해요. 배가 조금 아픈 것 같아요. 태경 씨, 너무 무서워요.”양채은은 나도현의 팔을 꽉 잡았다.“아기는 괜찮아?”그녀와 양시은의 집안 사정은 좋지 않았다. 비록 부모가 있긴 했지만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명은 도박에 빠져 살았고 다른 한 명은 자주 집안의 물건을 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4화

    하얀 종이엔 까만 글씨로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하민이와 나도현은 혈연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이다.그는 몇 번이나 종이를 펄럭이며 꼼꼼히 읽어보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 바뀌어버린 건 싸늘해진 그의 눈빛이었다.예상하고 있던 결과였고 하민이가 그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더는 양시은을 봐줄 필요가 없었다.오전에 모든 업무를 마친 그는 시간이 남아돌았던지라 병원에 가서 양시은을 괴롭힐 생각을 하면서 차 키를 들고 사무소를 나섰다....한편 병원에서는 양시은이 무슨 말을 하든 여자는 양시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특히 양시은을 바라보는 허민기의 눈빛을 봤을 때 그녀는 폭탄이 터지듯 폭발하고 말았다.“지금 시대가 개방적인 시대여서 다행인 줄 아세요. 만약 예전이었으면 그쪽 같은 여우는 이미 간통죄로 징역을 받았을 테니까요!”“미쳤어요? 머리에 문제라도 있는 거예요? 우리 언니가 그냥 단순한 친구 사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아직도 못 알아듣는 거예요? 평소에도 자주 대화를 나눈 적 없다고 하잖아요. 못 믿겠으면 그쪽 남편 핸드폰 기록이라도 뒤져봐요! 설마 그것도 확인하지 않고 찾아온 거예요? 그리고 그쪽 남편이 우리 언니 학생 시절 사진을 저장하고 있든 말든 우리 언니와 무슨 상관있다고 그래요! 그건 저 사람이 멋대로 저장한 거잖아요!”양채은은 더는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허민기가 마음에 들었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증오하게 되었다. 애인이 있었으면서 양시은을 찾아와 잘 보이려고 하고 이런 소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그쪽은 끼어들지 말아요.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요. 그쪽도 뒤에서 바람이나 피우고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보나 마나 그 언니에 그 동생이겠죠.”여자는 양채은을 위아래 훑어보았다.“행색을 딱 보니 답이 나오네요. 그쪽도 누군가의 내연녀인 거죠?!”그 말에 양채은은 버튼이 눌려버렸다. 그녀와 강태경은 분명 떳떳한 커플이었고 약혼식도 했는데 어떻게 내연녀라는 말인가.“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3화

    양시은은 허민기가 건넨 것을 받지 않았다.“괜찮아. 하민이는 지금 우유를 먹으면 안 되는 상태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거든.”“그럼 네가 먹어. 이렇게나 말랐는데 우유라도 먹어야 영양분이 조금이라도 보충될 거 아니야.”허민기는 고집스럽게 우유를 그녀에게 건넸다.“이건 비싼 것도 아니잖아.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설마 이 정도도 못 받아주는 거야?”양채은은 그를 보다가 이내 자신의 언니를 보더니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어제까지만 해도 그녀는 양시은에게 언젠가 좋은 남자를 만날 거라고, 과거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남자를 만날 거라고 말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렇게 바로 나타나 주지 않았는가. 양시은은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기에 얼른 손을 내밀어 우유를 받았다.“고마워요. 전 언니 동생 양채은이라고 해요.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아, 전 허민기예요.”허민기는 간단히 자신을 소개했다. 말하면서 그는 부단히 양시은을 힐끗힐끗 보았고 양채은은 당연히 그 눈빛을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예전의 그녀도 허민기와 같은 눈빛으로 강태경을 보았으니 허민기가 자신의 언니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게다가 양채은은 자신의 언니가 예전에 어떤 힘든 연애를 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늘 양시은이 걱정되었다. 그 상처 속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을까 봐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양시은이 평생 혼자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지금은 하민이가 어려 매일 엄마를 찾고 있다고 하지만 나중에 어른이 되면 분명 자기 가정을 이룰 것이었기에 그때가 되면 그녀의 언니는 외롭게 혼자 살게 되지 않겠는가.양채은이 두 사람을 어떻게 이어줄까 생각하고 있을 때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다가왔다. 그리곤 세 사람 앞에 멈춰서더니 양채은이 들고 있던 우유 박스를 들어 바닥에 던졌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양채은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곤 미간을 한껏 구겼다.“이건 제 물건이에요. 미친 거라면 우리한테 시비 걸지 말고 데스크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2화

    얇은 잠옷은 나도현의 손에 갈기갈기 찢겨 나갔지만 양시은은 저항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항해봤자 잔뜩 화가 난 나도현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가 화를 내면 낼수록 그녀는 평범한 일상과 멀어지게 된다. 마치 마리오네트처럼 아무 반응 없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현은 더 화가 치밀었다.“산송장이야?”“그럼 뭘 어떻게 하라고. 말해줘.”양시은은 너무도 서러웠다.“지금 당장 네가 보냈던 사진에서 했던 동작 그대로 전부 보여줘. 내 앞에서 다시 해봐.”조금 전 수치스러웠던 행동을 다시 한번 더 하라고 하니 양시은은 순간 죽고 싶었다. 지금 죽는다면 나도현이 더는 그녀를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그 사진들 내가 이미 전부 저장해 두었지. 너도 하민이한테 보여주고 싶지...”“할게. 하면 되잖아.”양시은은 얼른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들을 위해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했고 결국 날이 밝을 때까지 그에게 시달리게 되었다.그제야 만족한 나도현은 잠을 자지 않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한 뒤 변호사 사무소로 출발했고 그곳에서 잠을 보충했다.방에 남겨진 양시은은 미약해진 스탠드 조명을 보다가 천장을 바라보았다.이 고통은 대체 언제쯤 끝이 날까.그녀는 새벽이 되어서야 잠들게 되었기에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양채은은 평소처럼 그녀의 방 문을 두드리며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오히려 아침을 만들어 놓고 주방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양시은은 일어나자마자 나도현이 목에 남긴 흔적을 화장품으로 가린 후 목폴라 티를 입고 1층으로 내려갔다.“언니, 요즘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나? 혹시 밤마다 나 몰래 서리하러 간 거 아니야?”양채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그릇을 챙겨주며 말했다.“농담이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난 사실 언니가 조금 늦게 일어났으면 해.”양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양채은이 한 말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없었으니까. 그녀가 늦게 일어난 건 핸드폰을 늦게까지 봐서가 아닌 밤새 내내 괴롭힌 누군가의 탓이었다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