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351 - 챕터 360

659 챕터

제351화

지시를 받은 송서연은 빠르게 대답했다.“네.”여이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온지유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내가 다른 사람이 탄 건 마실 수 없어서요.”송서연은 또다시 멈춰 섰다. 이때 온지유가 말했다.“승아 씨 얘기 못 들었어요? 회사는 쓸데없는 사람을 남겨두지 않아요. 커피 타는 일도 제가 해야 하면, 송 비서를 고용해서 뭐 하죠?”온지유의 말에는 가시가 잔뜩 돋아 있었다. 곁에서 듣고 있던 이윤정과 송서연이 다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아무래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온지유와 꽤 긴 시간 함께 있은 이윤정도 당황할 정도였다. 평소 냉정한 감이 없지 않아 있기는 했지만,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말한 적 없는 그녀였다.두 사람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여이현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불쾌한 듯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온 비서가 고용한 비서잖아요?”“맞아요. 제가 고용한 비서예요. 그러니 가르치는 것도 제 책임이겠네요. 제가 커피 타는 법을 가르치는데 의견 없으시죠?”여이현은 비서가 필요 없었다. 그건 단지 온지유를 붙잡을 핑계에 불과했다.온지유는 오늘 유독 예민해 보였다. 여이현의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싸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그래요.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르쳐요. 대신 오늘은 온 비서가 탄 커피를 마셔야겠어요.”말을 마친 그는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고 사무실에 들어가 버렸다. 이윤정은 이제야 한숨 돌리며 온지유에게 말했다.“온 비서님 너무 멋져요! 노승아 씨 표정 봤어요? 아마 단단히 빡쳤을 거예요.”노승아는 등장 자체가 온지유에게 스트레스였다. 더군다나 듣기 싫은 말까지 해대니 당연히 쉽게 보내줄 수 없었다.“노승아 씨는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예요. 평생 온 비서님의 경지에 오르지 못할 테니까요!”노승아가 반갑지 않기는 이윤정도 마찬가지였다. 온지유의 말 덕분에 그녀도 덩달아 속이 후련해졌다. 동시에 깨달았다. 온지유의 적이 되어서 득이 될 건 없다는 것을 말이다.“이 얘기는 그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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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온지유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여이현은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결혼한 지 한참 되었지만 외식 한 번 한 적 없다. 원래도 진짜 커플끼리 하는 일이기에 바란 적이 없다.그녀가 대답 없는 것을 보고 여이현이 말을 이었다.“왜 대답 안 해? 레스토랑은 이미 예약했어. 밥 먹고 영화관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가자.”“갑자기 왜요? 무슨 영화까지... 오늘 무슨 날이에요?”그녀는 모든 일에 의심을 품었다. 여이현과 관련된 일에는 무조건 그래야 했다.요즘 이혼 얘기를 꺼내고 나서 그녀는 계속 차갑게 굴었다. 여이현은 조금만 잘해주면 그녀가 생각을 바꿀 것으로 여기고 대답했다.“그냥 그러고 싶어서. 이따가 나랑 같이 가자.”말을 마친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미간을 찌푸렸다.“브랜드 바꿨어?”“원래 브랜드가 없어서 다른 걸 사봤어요. 원래 마시던 게 오면 금방 바꿔줄게요. 오늘은 일단 있는 걸 마셔요.”“괜찮아.”여이현은 예상 밖으로 덤덤하게 커피를 계속 마셨다. 온지유는 무조건 안 마실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녀는 커피 때문에 한바탕 또 시끄러워질 줄 알았다.그러나 새로 바꾼 브랜드도 괜찮은 듯 그는 묵묵히 마시고 있었다. 온지유는 그를 조용히 바라봤다. 자세히 생각해 보니 오늘따라 일로도 너그럽게 굴었던 것 같다.‘갑자기 무슨 외식이야. 오늘 노승아랑 마주친 것 때문에 미안해서 그러나?’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그녀의 예상과 달랐다. 하지만 뭐가 됐든 여이현은 인간적으로 그녀와 이혼하고 노승아에게 명분을 줘야 했다....같은 시각, 노승아는 회사 밖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때 한 차량이 멀지 않은 곳에서 다가왔다.“하임아, 저 사람 노승아 아니야? 대박, 이렇게 실물을 보다니!”강하임과 같은 차에 타 있던 여자가 흥분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강하임은 아직도 강윤희와 어색했다. 어차피 친구는 많으니, 이제는 그냥 다른 사람과 놀 생각이었다.연예계에 관심이 없었던 그녀는 덤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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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여자는 궁금한 듯 물었다.“넌 어떻게 알아? 아, 혹시 전에 여진이랑 협력하면서 여이현 대표한테 들은 거야?”강하임은 곁으로 지나가는 노승아를 힐끗 봤다. 확실히 첫사랑으로 불릴 만한 예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여이현에게 직접 물었을 때는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지나가던 노승아는 소리를 듣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노승아 씨.”노승아가 다시 머리를 돌리려고 할 때 강하임이 그녀를 불렀다. 상대가 여자인 것을 보고 그녀도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다.그녀는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이다.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언제나 친절한 모습을 유지해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했다.“안녕하세요.”“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저 노승아 씨 팬이에요. 노승아 씨가 나온 영화랑 드라마는 전부 봤어요. 장다희 씨보다 백배 천배 아름다우세요.”강하임은 신이 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노승아가 출연한 작품은 조금 전 검색으로 알아본 것이었다.노승아는 이런 칭찬에 아주 약했다. 특히 장다희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가장 좋았다. 장다희는 그녀의 경쟁 상대로 쉽게 이길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그녀를 아니꼽게 여기는 장다희는 태도가 좋았던 적이 없다. 그녀가 이미지를 위해 먼저 미소를 지어 보여도 무시하기 일쑤였다.다행히 신은 공평했다. 좋은 캐릭터를 만난 덕분에 그녀의 인기가 장다희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도 겉으로는 항상 겸손하게 공로를 돌렸다.“아니에요. 선배님은 실력파 배우예요. 저는 아직 선배님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는걸요. 계속 공부해야죠.”강하임은 원래 노승아와 인사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강한 사람을 선호했다. 하지만 노승아는 예외였다. 어쩐지 알아 둬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았다.“이건 제 명함이에요.”그녀는 명함을 건넸다. 노승아는 힐끗 보고 놀란 듯 물었다.“금강그룹의 대표님이셨어요?”노승아는 강하임을 잠깐 바라보다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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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노승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오빠는 오래전에 결혼했다는 걸 인정했거든요. 하지만 아내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노승아 씨는 알아요?”“네. 하지만 말할 수 없어요. 괜히 비밀 결혼인 게 아니니까요. 결혼한 지 한참 됐는데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예민한 문제예요.”“...”“저는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다음에 같이 커피라도 한잔해요.”말을 마친 노승아는 차에 올라탔다. 강하임은 제자리에 덩그러니 서서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차에 오르고 시선이 차단된 다음, 노승아는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언니, 이럴 때 기선 제압해야지 왜 가만히 있었어요? 대표님이 언니를 좋아한다는 걸 밝혀야 그 여자들이 귀찮게 굴지 않을 거 아니에요!”김예진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만약 예전 같으면 노승아도 오늘처럼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강하임과 여이현이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다음에는 달랐다.두 사람은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했다. 여이현이 학교에 있은 시간이 별로 길지 않았는데도 인상이 깊을 정도면 무언가 일어났을 게 분명했다.“그 여자 절대 내 드라마를 본 적 없어.”“네? 그건 어떻게 알았어요?”노승아는 손톱을 바라보며 말했다.“핸드폰에 내 이름을 검색한 기록이 있었어. 팬은 무슨, 그냥 말 걸려고 급하게 찾아봤던 거야. 나랑 오빠 사이가 궁금했겠지. 저 여자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아. 괜히 엮여 봤자 좋을 게 없어. 운 좋으면 도움받을 수도 있겠지.”김예진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언니 진짜 똑똑해요!”강하임은 제자리에서 한참이나 생각에 잠겼다.‘여이현이 결혼했다고? 말도 안 돼!’그녀는 섬뜩한 눈빛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우리의 약속은 잊은 거야? 내가 성인이 된 다음 결혼하기로 했잖아! 나랑 그런 약속을 해놓고 어떻게 다른 여자랑 결혼할 수 있지? 도대체 누구랑 결혼한 거야?’노승아의 대답은 아주 애매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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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여이현은 살짝 기대되었다. 한 번도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선물을 준비한 적이 없었기에, 온마음의 반응이 궁금했다.하지만 막상 사무실에 도착하니, 온마음의 자리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그는 가까이 다가가 컴퓨터가 꺼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가오는 이윤정에게 차갑게 물었다.“온 비서는 어디 있죠?”이윤정은 서류 다발을 들고서 대답했다.“온 비서님은 10분 전에 나가셨어요. 친구랑 저녁 약속 있다고 하던데요?”여이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친구랑 저녁 약속? 남자일까, 여자일까... 그 전에 오늘은 나랑 밥 먹자고 하지 않았나? 이건 혹시 거절...?’여이현은 굉장히 언짢았다. 깊고 날카로운 눈동자도 순식간에 서늘해졌다.그의 점점 어두워지는 안색을 보면서, 이윤정은 도망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그가 왜 갑자기 화났는지 몰랐지만 일단은 급히 말을 덧붙였다.“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기로는 여자분과 약속을 잡은 것 같습니다.”여이현은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사무실을 나섰다. 아래층에는 배진호가 기다리고 있었다.오늘의 식사를 위해 그들은 많은 준비를 했다. 배진호는 여이현이 혼자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급히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대표님, 이건 주문하신 꽃입니다. 사모님께서는 데이트한다고 위에서 준비하고 계시죠?”꽃은 여이현의 눈앞에 다가왔다. 그는 배진호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배진호는 웃는 얼굴 그대로 얼어붙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그러나 여이현의 감정 변화는 대부분 온지유 때문이었다.“대표님... 혹시 사모님께서... 먼저 가신 건 아니겠죠...?”그는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기를 바랐다.여이현은 입술을 굳게 다물며 분노를 억누르다가 말했다.“차에 타요!”“네!”배진호는 오늘 두 사람의 사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 너무 터무니없었던 것 같다. 그는 꽃다발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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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왜 그래?”온지유가 갑자기 얼어붙은 것을 보고 백희지도 장난을 멈췄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그러다가 머리를 돌리자 불청객 여이현이 떡하니 서 있는 것이 보였다.백지희도 당황했다.‘여이현이 어떻게 여기에...?’그러나 이곳에 온지유보다 더 떨리는 사람은 없었다. 원래는 백지희와 수다 떨려고 만난 것인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여이현이 나타난 것이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정리하며 당황함을 감추려고 했다. 여이현은 여전히 불쾌한 표정으로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차갑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온지유가 백지희와 즐겁게 웃고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은 잊힌 것 같아 더욱 불쾌해졌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온지유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두 사람이 주문한 디저트, 그리고 레스토랑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택배 상자와 그 아래 숨겨진 몇 권의 책에 머물렀다. 온지유는 황급히 책과 택배 상자를 손에 쥐고 뒤로 숨겼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지희랑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장난을 쳤어요.”“맞아요, 맞아요.”백지희도 말을 덧붙였다.“여이현 씨가 따라올 줄은 몰랐네요. 우리 지유랑 그렇게 떨어지기 싫었어요? 우리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오셨네요. 만약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적지 않게 놀랐을 거예요.”백지희는 온지유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논담으로 말했다. 하지만 웃고 있는 사람은 백지희밖에 없었다.주변은 정적에 휩싸였고 백지희는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다. 여이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예리하게 온지유의 손을 바라봤다.“평소 그렇게 틱틱대던 분이 오늘은 왜 이렇게 친절할까요?”두 사람 사이의 은밀한 신호를 여이현도 느꼈다. 그는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백지희는 혹시라도 무언가 들킬까 봐 안절부절못했다. 그럴수록 여이현의 의심은 점점 더 켜져 갔다.“저는...”백지희는 설명하려고 했다.“지희도 이제 반쯤 사업가가 됐으니, 이현 씨랑 친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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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여이현은 온지유를 바라보며 물었다.“소설? 이건 왜 숨긴 거야? 내가 보면 안 되는 거라도 있나?”백지희는 곧바로 해명했다.“자고로 로맨스 소설은 방에서 몰래 읽어야 맛있어요. 그리고 살짝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잖아요. 아무튼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다행히도 온지유는 언제나 신중하게 행동한다. 그녀는 육아 책과 같은 것을 함부로 꺼내 놓지 않았다. 육아 책은 이미 가방에 숨겨져 있었고, 밖에 있던 것은 페이크로 함께 산 소설뿐이다.온지유는 여이현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모든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이토록 작은 부분도 결코 놓치지 않았다.그녀는 여이현과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모든 의심이 그녀가 임신한 것이 아닌지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지금으로서는 임신 여부를 떠나 여이현의 강압적인 태도에 화가 나서 떠나고 싶었다. 그녀는 가방을 챙겨 들고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여이현은 책을 테이블 위에 던지며 언성을 높였다.“온지유, 거기 서!”온지유는 그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계속 걸어 나갔다. 여이현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내 말 안 들려? 이제 내 말도 안 듣겠다는 거야?”온지유는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뒤돌아보며 대답했다.“대표님, 저는 퇴근했어요. 지금은 제 자유 시간이에요. 근데 왜 대표님 말을 들어야 하죠?”이 말에 여이현은 잠시 넋이 나갔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여이현은 항상 이득을 보는 쪽이었다. 그만큼 온지유가 순종적이라는 말이다. 직장이든 집이든 간에 그녀는 항상 그를 배려해 줬다.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는 안 이랬잖아.”온지유는 그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어쩐지 약간 불안해 보였다. 그의 목소리도 전처럼 강압적이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손을 빼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맞아요, 예전에는 안 이랬죠. 이현 씨한테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순종적이기만 했어요. 심지어 이현 씨가 원하는 건 전부 해줬죠. 이현 씨 입장에서는 제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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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온지유와 마주친 배진호는 우뚝 멈춰 서서 물었다.“사모님, 두 분 오늘 함께 식사 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온지유의 눈가에 눈물이 차오른 것을 보고, 배진호는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있었음을 직감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표님이 많이 반성하고 계세요. 보세요, 오늘 꽃다발까지 준비하셨어요. 사모님을 위해서요.”배진호는 두 사람이 빨리 화해하기를 바랐다.그는 여이현의 아래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 그래서 더 잘 알았다. 여이현은 누군가를 위해 꽃다발을 준비할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여이현은 연애하는 법을 전혀 몰랐다. 정확히는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정성을 쏟을 여자가 없었던 것이다. 여이현이 온지유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은 그녀를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였다.온지유는 배진호가 들고 있는 꽃을 보고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전에 온 비서라고 부르기로 했잖아요? 왜 또 사모님이라고 부르세요. 이제 그 호칭은 쓰지 마세요. 저는 이제 평범한 직원일 뿐이에요. 그리고 이 꽃은 진짜 중요한 사람한테 주길 바라요.”“아니에요. 사모님보다 더 중요한 사람은 없어요!”배진호는 어떻게든 좋게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온지유는 여이현에게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하고 싶지 않았다.지금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단지 이혼, 그리고 깔끔한 이별일 뿐이었다.“사모님...”점점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배진호는 뒤쪽에서 다가오는 여이현에게 말했다.“대표님, 빨리 쫓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사모님이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에요.”그는 여이현보다 더 걱정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을 구하기 위해 속이 다 타들어 갔다.반대로 여이현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배진호에게 물었다.“아까 지유가 우는 것 같던데,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나요?”“네. 저도 봤습니다. 많이 힘들어 보였어요.”“그런 눈으로 끝내자는 말은 왜 할까요? 나랑 있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던 건가요?”“그럴 리가 없어요!”배진호는 급히 말했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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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하게 마셔?”맞은편에 앉은 최주하가 물었다.그들은 나이트클럽에 있었다. 음악의 사운드는 크고 열정적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섹시한 여자가 춤을 추고 있었다. 모두가 이 밤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분위기 또한 시끄러웠다.여이현이 이 온 것은 단지 마음이 답답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시끄러운 곳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반대로 최주하에게는 일상과 다름없었다.“아무것도 아니야.”여이현은 온지유와의 갈등을 말하고 싶지 않아 얼굴을 굳힌 채 생각에 빠졌다.최주하는 와인을 가볍게 홀짝였다. 품에는 진한 메이크업을 한 여자를 안고 있었다.“왜, 연애가 또 잘 안돼?”“에이, 설마...”지석훈이 잘 아는 양 입을 열었다.“이현이 형이 어떤 사람인데. 안 넘어올 여자는 없어.”“너 그 여자 얕보지 마. 지난번 온지유 씨가 다른 남자랑 말 좀 했다고, 이현이 질투를 얼마나 하는지... 내가 그 산 증인이다, 이거야.”지석훈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결혼한 사이에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해?”“둘 다 닥쳐!”여이현은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최주하도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똑똑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알 수 있었다. 여이현의 결혼 생활에 적신호가 떴다는 것을 말이다.그는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 없었다. 전에는 외박을 밥 먹듯이 하며 온지유는 완전히 없는 사람 취급했다. 지금도 몸은 이 자리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온지유에게 가 있는 듯했다.“도현이 있었으면 좋겠다. 도현이는 제대로 분석할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변호사니까 이런 문제 자주 보지 않겠어?”최주하가 다시 말했다.“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냥 형이 취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가 지난번처럼 전화를 걸어 볼게. 아무리 매정한 여자라고 해도 걱정을 안 할 수 없을걸.”두 사람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여이현은 점점 짜증이 났다. 온지유의 이름 석 자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모든 말에 그녀가 들어있었다.“내가 언제 온지유랑 관련 있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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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온지유는 별다른 감정 없는 얼굴로 한동안 셔츠의 자국을 응시했다.여이현이 접대하는 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여자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점은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사람도 그의 셔츠에 립스틱 자국을 남긴 적은 없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셔츠를 꼭 잡았고, 셔츠는 그녀의 손에서 점점 구겨지기 시작했다. 이때 욕실 문이 열리고 그녀는 벌떡 정신을 차렸다.여이현은 욕실에서 나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그녀를 보고 물었다.“왜 거기에 그러고 서 있어?”온지유의 감정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 그는 시간을 한 번 확인한 후 다시 말했다.“평소에는 잠들었을 시간 아니야? 오늘은 왜 안 잤어?”최근 온지유는 거의 그를 기다리지 않고 잠에 들었다. 예전에는 그가 돌아와야만 안심하고 잠들 수 있었는데 말이다.지금은 그가 늦게 돌아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잠들었다. 물론 온지유가 잠자는 시간까지 그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전과 다른 세세한 변화에서 오는 기분의 낙차가 도무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했다.그가 술을 먹고 돌아왔는데도 온지유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이건 노승아가 물어봐야 할 일이다. 애초에 립스틱 자국의 주인이 노승아일 수도 있었다.“옷은 세탁기에 넣어줄게요.”온지유는 차분하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여이현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그녀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냉기를 알아챘던 것이다.‘이제는 나를 쳐다보는 것도 싫다는 건가?’생각하다 보니 여이현도 기분이 나빠졌다. 그는 이불을 덮고 옆으로 누워 잠을 청하려 했다.온지유가 돌아왔을 때, 여이현은 등을 돌린 채 이불을 단단히 덮고 있었다. 이미 잠들었는지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온지유는 그를 방해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등을 돌려 누웠다.두 사람 사이에 드넓은 강이 있는 것 같았다.잠시 후 여이현은 이불을 걷어냈다. 잠들기는커녕 땀만 흠뻑 났다. 그는 고개를 돌려 깊은 잠에 빠진 온지유를 확인했다. 그녀는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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