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401 - 챕터 410

660 챕터

제401화 계약식

일주일 후, 설영준이 서진 그룹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날.아침 햇살이 고층 빌딩의 유리창을 통해 회의실 책상 위로 쏟아져 들어왔다.몸에 딱 떨어지는 슈트를 입은 설영준은 유난히 멋있어 보였다.그리고 맞은편에는 서도재와 서지훈이 앉아 있었다.어두운 낯빛은 누가 봐도 곧 일어날 일에 대해 못마땅한 기색이었다.기자들이 회의실 주변에 둘러앉아 연이어 플래시를 터뜨렸다.카메라 렌즈는 계약을 앞둔 양측을 비추었다.볼펜을 들고 계약서에 사인하는 설영준의 모습은 거침없고 자신만만했다.서도재와 서지훈은 한숨을 내쉬더니 눈빛 교환하고 마지못해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설 대표님, 서진 그룹의 향후 계획에 대해 한마디 해주시겠습니까?”한 기자가 재빨리 질문을 던졌다.설영준이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대답했다.“서진 그룹은 시장 기반과 잠재력이 탄탄한 만큼 자원 통합과 기획 조정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그렇다면 서진 그룹의 경영진에도 변화가 있을까요?”다른 기자가 질문을 이어갔다.설영준의 시선이 서도재와 서지훈을 향했고, 이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회사의 실제 수요와 전략 기획에 따라 경영진 변화 여부를 결정 지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결과가 어떻든 간에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겁니다.”설영준은 느긋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했다.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전문성이 돋보이는 답변에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기자간담회가 끝날 무렵, 한 젊은 여성 기자가 질문권을 얻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낭랑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물었다.“설 대표님, 설한 그룹에서 서진 그룹을 인수한 다음 향후 사업 발전 방향과 시장 확대 전력에 관해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지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설영준이 대답했다.“설한 그룹은 기술 혁신과 시장 확장을 위해 항상 노력해 왔죠. 서진 그룹을 인수하고 나서 일단 두 회사의 자원을 통합하고 사업 구조를 최적화할 것입니다. 특히 신흥 시장과 첨단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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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대가를 받아내다

송재이는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손에 쥔 채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화면에는 연지수가 보낸 카톡 메시지가 떴다.[재이 씨, 조만간 한 번 볼까요? 중요한 할 얘기가 있어요.]송재이는 섣불리 답장을 보낼 수 없었다. 어쨌거나 현재 연지수의 처지가 매우 난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도재와 무슨 관계인지 폭로된 이후로 그녀의 사생활은 많은 사람의 관심사가 되었다.동시에 다른 남자와 함께 찍은 사진들도 온라인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런데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서 자신에게 연락한 연지수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저녁에 설영준이 돌아오자마자 송재이는 즉시 마중 나가 연지수한테서 받은 카톡을 보여줬다.“영준 씨, 이걸 어떡하면 좋을까? 연지수가 스스로 뒷수습하기도 벅찰 텐데 나랑 만날 시간이 어디 있겠어?”송재이가 물었다.설영준은 휴대폰 화면에 뜬 메시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답장 바로 안 하길 잘했어. 연지수는 비록 서도재의 마수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비난의 대상이 된 건 사실이야. 어차피 경주를 떠나게 생겼는데 이판사판으로 너한테 복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그럼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어 만나자고 한 걸까?”설영준은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섣불리 짐작하기는 어려워. 다만 목적이 무엇이든 신중한 대처가 필요해. 요즘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보자고 답장해 보는 건 어때?”송재이는 설영준의 조언에 따라 연지수에게 카톡을 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연지수의 답장이 도착했다.[재이 씨가 지금 날 경계하는 걸 알지만 직접 만나서 해야 할 중요한 얘기가 있어요. 영준 씨도 관련된 일이니까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요?]메시지를 확인하자 송재이는 깜짝 놀라 곧바로 설영준에게 휴대폰을 건네주었다.설영준은 문자를 보고 나서 피식 웃었다.“나까지 언급한 이상 한번 보긴 해야겠네?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알아내자고.”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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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이기고 싶었어

연지수와 송재이는 구석진 자리에 앉았고, 순간 긴장감이 맴돌았다.이때, 연지수가 다소 노골적이며 직설적인 질문으로 정적을 깼다.“재이 씨, 궁금한 게 있는데 영준 씨는 하룻밤에 몇 번까지 가능해요?”그녀는 도발적인 말투로 비아냥거렸다.어리둥절한 표정의 송재이는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얼떨결에 대답했다.“지수 씨, 우리 둘이서 얘기할 적절한 화제는 아니라고 보는데?”하지만 연지수는 끈질기게 물어지며 냉소를 지었다.“서도재랑 자면서도 항상 영준 씨와 한다고 상상했거든요. 아니면 끝까지 갈 수가 없죠.”송재이는 연지수가 점점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에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지수 씨가 전화에서 영준 씨랑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고 했잖아요. 대체 뭐죠?”연지수가 피식 웃으며 조롱했다.“아, 영준 씨를 정말 좋아하나 보네.”송재이는 페이스를 잃지 않고 다시 물었다.“연지수 씨! 영준 씨 관련해서 할 말이 있어요? 없어요?”이내 시큰둥한 대답이 들려왔다.“아까 얘기했잖아요. 영준 씨 체력이 어떤지 궁금하다고.”그제야 무의미한 만남에 응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할 말을 잃었다.이내 떠나려고 뒤돌아서는 순간 연지수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붙잡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 액체를 끼얹었다.“뭐 하는 거야!”송재이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뒤로 물러서 피했다.연지수의 눈에 광기가 가득했다.“송재이! 영준 씨와 사귄다고 해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지? 잘 봐! 아주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연지수가 손목을 꺾자 병 속의 액체가 튀어나왔다.송재이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눈을 질끈 감았다.그런데 이때, 누군가의 인영이 시야에 나타났다.설영준이 어디선가 뛰쳐나와 신속하고 단호하게 송재이의 앞을 가로막았다.곧이어 액체가 등에 닿았지만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영준 씨?!”연지수의 비명이 들려왔다.설영준은 뒤돌아서 연지수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지금 뭐 하자는 거지?”연지수는 심장이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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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시계의 전 주인

연지수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이미지 따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앞으로 돌진하면서 송재이를 붙잡으려고 양팔을 허우적거렸다.송재이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 연지수의 공격을 피하려 했다.“죽여버릴 거야!”연지수가 험상궂은 얼굴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이때, 경찰 몇 명이 카페에 들이닥치더니 아수라장에 재빨리 가담했다.그중 한 사람이 버럭 외쳤다.“당신을 고의적 타인 신체 상해 혐의로 법에 따라 체포합니다.”연지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경찰을 바라보았다.“네? 말도 안 돼요!”경찰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형법 조항에 따르면 고의로 타인의 신체를 훼손하려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구류, 단속에 처합니다.”연지수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며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이내 고개를 돌려 설영준을 바라보며 두려움과 분노에 찬 눈빛으로 악을 썼다.“감히... 날 모함하다니!”설영준이 차분하게 되받아쳤다.“이미 법을 어긴 행동을 저질렀기에 화를 자초한 셈이야.”경찰은 그날 밤 연지수와 한 남자가 거래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주며 싸늘하게 말했다.“당신한테 황산을 제공한 범인을 체포했는데 경찰서에서 모조리 자백했죠. 이미 범죄를 저질렀다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습니다.”연지수의 눈에는 절망이 가득했다.그리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조금 전에 겪은 일 때문에 송재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평정심을 되찾았다.연지수의 행동은 도의적 한계를 훨씬 넘어섰고, 광기와 절망에 빠진 모습은 보기에 안쓰러웠으나 한편으로 화가 나면서 무섭기도 했다.설영준은 송재이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재이야,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응.”...한편, 서지훈은 사설탐정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회중시계의 구입처를 알아냈다.이는 올드타운의 한 빈티지 시계 매장으로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시계 마니아들의 성지와 다름없었다.서지훈은 매장 문 앞에 서서 심호흡한 뒤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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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도발

매장에서 나온 서지훈은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의 번호를 눌렀다.휴대폰 너머로 연결음이 들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나이가 지긋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누구시죠?”서지훈이 나지막이 말했다.“나야, 서지훈.”휴대폰을 잡은 도경욱의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고, 가슴 속에 파도가 일렁이는 듯싶었다.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자 의외이면서도 불안했다.서지훈은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닌 만큼 일거수일투족에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한때 그런 사람의 부하 직원으로서 서지훈을 모시던 시절에 상업계의 잔혹함과 무자비함을 여실히 느낀 적이 있지 않은가?그동안 겪었던 사사건건 덕분에 비록 이 바닥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았지만 한편으로는 막중한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휴대폰 너머로 여유로운 목소리가 이어졌다.“경욱아, 네가 바쁜 건 알지만 어쨌거나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지 어언 10년이 넘었구나. 오랜만에 같이 식사하면서 회포를 푸는 건 어때?”도경욱은 몇 초간 침묵을 지키더니 차분하고 침착하게 맞받아쳤다.“서지훈 씨, 제가 빙빙 돌려서 말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거 아시잖아요. 본론부터 얘기하시죠? 무슨 일로 절 찾으셨나요?”서지훈이 피식 웃었다.“솔직한 건 여전하구나. 그래, 결론부터 얘기해줄게. 최근에 일 보다가 서씨 성을 가진 여자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왠지 너도 관심을 보일 것 같아서 연락했어.”‘서씨’라는 말을 듣자마자 도경욱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이내 머릿속으로 희미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젊은 시절의 추억과 잊고 싶은 과거들...결국 저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서씨 성을 가진 여자라고 했나요?”도경욱의 변화를 단번에 눈치챈 서지훈은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걸 확신했다.그리고 뿌듯함이 묻어나는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 결코 낯선 여자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도경욱은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연신 심호흡했다.서지훈이 뜬금없이 이런 말을 꺼내 리가 만무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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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약점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은 도경욱의 심장을 꿰뚫을 기세였다.서지훈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경욱아, 요즘 이 바닥이 얼마나 가혹한지 잘 알고 있을 거로 믿어. 솔직히 서진 그룹의 인수는 우리에게 꽤 큰 타격을 줬어.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구나.”도경욱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지만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이는 결코 가벼운 부탁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아들인 도정원의 사업과 더 나아가 가문의 명예까지 걸린 문제였다.잠깐의 침묵을 끝으로 그는 느릿느릿 말했다.“서지훈 씨도 알다시피 전 아들의 일에 간섭한 적이 없죠. 제민 그룹 CEO로서 정원도 본인만의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으니까.”서지훈은 도경욱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피식 웃었다.“물론이지. 다만 중요한 순간인 만큼 현시점에서는 비즈니스 전략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야. 따라서 네가 마냥 수수방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단호한 눈빛은 결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결연함이 엿보였다.이내 도경욱을 똑바로 바라보며 거절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경욱아, 설영준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분석했을 때 시장 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야. 설한 그룹에서 출시한 제품은 현시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켰을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어.”서지훈의 극단적인 해결 방법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 도경욱은 침묵으로 일관했다.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회중시계의 잔상 때문에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었다.결국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시장 분석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운영하기 위해서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간과해서는 안 돼요. 비록 유망한 프로젝트인 건 사실이지만 잠재적인 시장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죠.”하지만 서지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정원은 제민 그룹 CEO로서 풍부한 자원과 인맥을 갖고 있잖아. 이러한 우세를 적극 활용하여 전략적 M&A를 통해 시장 점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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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프로젝트의 무산

서지훈은 송재이가 그의 딸이라는 걸 모를 가능성이 컸다. 물론 송재이 본인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설영준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만약 서지훈이 회중시계를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날이 오게 된다면 송재이의 출생 비밀을 계속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설한 그룹이 서진 그룹을 인수했다는 뉴스는 이미 매체를 도배했다. 비록 도경욱은 오래전에 이 바닥을 떠났지만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했다.설영준처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회중시계를 서지훈의 손에 넘어가게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서지훈은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는 도경욱을 보자 방금 자신이 한 말에 감명받은 줄 알고 굳이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그리고 잠시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경욱아, 무슨 걱정하는지 이해는 하지만 현재로서 네 인맥과 자원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도경욱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일부러 설득당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서지훈 씨 제안을 고민 좀 해볼게요.”이내 도경욱의 마음이 흔들렸다고 확신하고 미소를 지었다.“그래. 나중에 모든 정보와 계획을 정리해서 보내줄게. 네가 해야 할 일은 의사 결정뿐만 아니라 올바른 전략을 세우는 거야.”도경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아들한테 연락해서 의중을 한 번 물어볼게요. 다만 미리 말씀드리지만 결과가 어떻든 전 아들의 결정을 존중할 거예요.”...집에 돌아온 도경욱은 심사숙고한 끝에 우선 설영준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전화는 곧 연결되었고, 발신인이 도경욱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설영준은 두 눈을 의심했다.이내 목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세요, 도경욱 씨. 무슨 일 때문에 연락하셨을까요?”사실 도경욱도 설영준에게 먼저 연락한 게 처음인지라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영준 씨랑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혹시 지금 시간 괜찮아요?”설영준은 멈칫했다. 도경욱이 그를 찾는 데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비록 속으로 바짝 긴장했지만 겉으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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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반격

설영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지훈의 일하는 스타일은 저도 잘 알고 있죠. 항상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려고 하잖아요. 다만 저를 공격하려는 이상 마냥 당할 생각은 없어요.”도경욱이 감탄 어린 눈빛으로 되물었다.“즉 상대방의 계략을 역이용해서 오히려 서지훈을 골탕 먹이겠다는 뜻인가?”설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맞아요. 시장 경쟁은 곧 전쟁이라 매번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수는 없죠. 때로는 선제공격을 날리는 게 최선의 방어책이 될지도 몰라요.”도경욱은 잠시 고민하더니 느긋하게 물었다.“혹시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나?”설영준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속으로 계획을 세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설영준과 도경욱은 처음으로 단둘이 밖에서 식사했다. 이번은 단지 사업 파트너가 아니라 장인어른과 예비 사위라는 관계도 존재했다.도경욱이 여유롭게 차를 음미하며 별안간 물었다.“재이는 잘 지내고 있어요?”송재이가 언급되는 순간 설영준은 고개를 번쩍 들었고, 사뭇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네, 물론이죠.”도경욱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서지훈이 날 찾아와서 설한 그룹을 공격하려고 우리 집안의 도움을 받기 위해 뭐라고 협박했는지 알아요?”설영준은 흠칫 놀랐다. 사실 처음부터 서지훈이 대체 무슨 약점을 잡고 있기에 이런 부탁을 하는지 묻고 싶었다.“서지훈은 아직 영준 씨와 재이가 어떤 관계인지 모를 가능성이 커요. 다만 내 과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죠. 예를 들면 서지원이라던가...”설영준이 눈살을 찌푸렸다.“송재이의 어머님이요?”도경욱의 눈빛에 씁쓸함이 드러났고, 이내 허스키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나랑 서지원에 대해 이미 전해 들었죠? 아득히 먼 옛날 우리에게 짧지만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어요.”설영준은 귀를 기울였다. 어쩌면 도경욱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과거를 털어놓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내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지원은 한때 내 목숨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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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신분 공개

도경욱은 착잡한 눈빛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때 서지원에게 회중시계를 선물한 적이 있죠. 내가 유일하게 준 물건이기도 해서 우리 둘한테 남다른 의미를 지녔지만 지금은 서지훈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어요.”설영준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어떤 회중시계요?”도경욱이 대답했다.“젊은 시절 서지원과 함께한 세월이 담긴 징표 같은 물건이죠. 그런데 서지훈이 이를 빌미로 본인의 제안에 동의해야만 돌려주겠다고 하네요.”설영준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그리고 대답이 들려오기도 전에 도경욱은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 추억에 젖은 얼굴로 회중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보이죠? 이거예요.”이내 시선은 사진으로 향했고, 설영준은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고개를 돌려 도경욱을 바라보았다.“서지훈이 지금 회중시계를 갖고 있다고 그랬어요? 심지어 이걸 빌미로 협박까지 마다하지 않고?”그의 말투에서 수상한 낌새를 느낀 도경욱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맞아요.”설영준이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경멸과 조롱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도경욱은 대체 무슨 상황인지 당최 이해가 안 갔다.이때, 설영준이 주머니에서 사진 속 시계와 똑같이 생긴 회중시계를 꺼냈다.이를 보자마자 도경욱의 눈이 번쩍 띄었다.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회중시계를 건네받았는데 마치 세월의 흔적과 서지원의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싶었다.곧이어 눈가가 촉촉해지고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잃어버린 보물을 다시 찾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도무지 진정이 안 되었다.도경욱은 고개를 들어 착잡한 눈빛으로 설영준을 바라보았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회중시계가 왜 영준 씨한테 있죠?”설영준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이건 송재이가 저한테 준 선물이었어요. 그러다 언제 실수로 한 번 떨어뜨린 적이 있는데 마침 서지훈의 눈에 띈 거죠.”도경욱은 생각지도 못한 사건의 진상에 어안이 벙벙했다.“다시 말해서 서지훈이 가진 건 사진뿐이고, 물건은 영준 씨가 지니고 있단 뜻인가요?”설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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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조작

이 말을 듣자 도경욱은 머뭇거리더니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영준 씨도 알다시피 난 재이를 무척 아끼죠. 하지만 우리 집안이 워낙 관계가 복잡해서 딸아이를 보호해 주려는 마음에 여태껏 모른 척하고 있었어요.”설영준은 귀를 기울였다. 도경욱의 근심과 걱정이 그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하지만 고집을 꺾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도경욱 씨가 무슨 걱정하는지 이해는 하지만 전 재이를 지켜주지 못할 만큼 무능한 사람이 아니에요. 가족의 사랑이 늘 고팠던 만큼 만약 친아버지와 친오빠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척 기뻐할 거예요.”도경욱은 침묵을 지켰다. 확신에 찬 설영준의 말투에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나도 재이한테 신분을 밝히고 싶어요. 어쨌거나 피는 물보다 진하기에 혈연은 결코 끊을 수 없으니까.”설영준이 안도하는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그럼 서지훈의 일이 마무리되면 부녀가 상봉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할게요.”도경욱은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작별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순간 설영준의 얼굴에는 온화함이 온데간데없었고, 대신 싸늘함이 감돌았다.그는 차에 앉아 서지훈을 떠올렸다.이러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과 과감한 행동력은 필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내 휴대폰을 꺼내 도정원의 번호를 눌렀다.통화는 곧바로 연결되었다.설영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도 전무님, 만나서 상의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요.”휴대폰 너머로 시원스러운 대답이 들려왔다.“시간과 장소만 알려주세요. 전 언제든지 다 되니까.”두 사람은 프라이빗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도정원은 일찌감치 도착했고, 설영준이 들어서자마자 인사는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설영준은 서지훈의 계략에 대해 낱낱이 공개했다.도정원의 눈살이 점점 찌푸려졌고, 곧바로 그에게 물었다.“대책이 있으신가요?”설영준이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칼날처럼 예리한 눈빛으로 말했다.“이번 기회에 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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