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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도발

작가: 라오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매장에서 나온 서지훈은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의 번호를 눌렀다.

휴대폰 너머로 연결음이 들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나이가 지긋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지훈이 나지막이 말했다.

“나야, 서지훈.”

휴대폰을 잡은 도경욱의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고, 가슴 속에 파도가 일렁이는 듯싶었다.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자 의외이면서도 불안했다.

서지훈은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닌 만큼 일거수일투족에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한때 그런 사람의 부하 직원으로서 서지훈을 모시던 시절에 상업계의 잔혹함과 무자비함을 여실히 느낀 적이 있지 않은가?

그동안 겪었던 사사건건 덕분에 비록 이 바닥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았지만 한편으로는 막중한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휴대폰 너머로 여유로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욱아, 네가 바쁜 건 알지만 어쨌거나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지 어언 10년이 넘었구나. 오랜만에 같이 식사하면서 회포를 푸는 건 어때?”

도경욱은 몇 초간 침묵을 지키더니 차분하고 침착하게 맞받아쳤다.

“서지훈 씨, 제가 빙빙 돌려서 말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거 아시잖아요. 본론부터 얘기하시죠? 무슨 일로 절 찾으셨나요?”

서지훈이 피식 웃었다.

“솔직한 건 여전하구나. 그래, 결론부터 얘기해줄게. 최근에 일 보다가 서씨 성을 가진 여자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왠지 너도 관심을 보일 것 같아서 연락했어.”

‘서씨’라는 말을 듣자마자 도경욱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내 머릿속으로 희미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젊은 시절의 추억과 잊고 싶은 과거들...

결국 저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서씨 성을 가진 여자라고 했나요?”

도경욱의 변화를 단번에 눈치챈 서지훈은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걸 확신했다.

그리고 뿌듯함이 묻어나는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결코 낯선 여자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도경욱은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연신 심호흡했다.

서지훈이 뜬금없이 이런 말을 꺼내 리가 만무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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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은 도경욱의 심장을 꿰뚫을 기세였다.서지훈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경욱아, 요즘 이 바닥이 얼마나 가혹한지 잘 알고 있을 거로 믿어. 솔직히 서진 그룹의 인수는 우리에게 꽤 큰 타격을 줬어.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구나.”도경욱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지만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이는 결코 가벼운 부탁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아들인 도정원의 사업과 더 나아가 가문의 명예까지 걸린 문제였다.잠깐의 침묵을 끝으로 그는 느릿느릿 말했다.“서지훈 씨도 알다시피 전 아들의 일에 간섭한 적이 없죠. 제민 그룹 CEO로서 정원도 본인만의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으니까.”서지훈은 도경욱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피식 웃었다.“물론이지. 다만 중요한 순간인 만큼 현시점에서는 비즈니스 전략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야. 따라서 네가 마냥 수수방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단호한 눈빛은 결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결연함이 엿보였다.이내 도경욱을 똑바로 바라보며 거절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경욱아, 설영준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분석했을 때 시장 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야. 설한 그룹에서 출시한 제품은 현시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켰을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어.”서지훈의 극단적인 해결 방법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 도경욱은 침묵으로 일관했다.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회중시계의 잔상 때문에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었다.결국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시장 분석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운영하기 위해서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간과해서는 안 돼요. 비록 유망한 프로젝트인 건 사실이지만 잠재적인 시장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죠.”하지만 서지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정원은 제민 그룹 CEO로서 풍부한 자원과 인맥을 갖고 있잖아. 이러한 우세를 적극 활용하여 전략적 M&A를 통해 시장 점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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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영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지훈의 일하는 스타일은 저도 잘 알고 있죠. 항상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려고 하잖아요. 다만 저를 공격하려는 이상 마냥 당할 생각은 없어요.”도경욱이 감탄 어린 눈빛으로 되물었다.“즉 상대방의 계략을 역이용해서 오히려 서지훈을 골탕 먹이겠다는 뜻인가?”설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맞아요. 시장 경쟁은 곧 전쟁이라 매번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수는 없죠. 때로는 선제공격을 날리는 게 최선의 방어책이 될지도 몰라요.”도경욱은 잠시 고민하더니 느긋하게 물었다.“혹시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나?”설영준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속으로 계획을 세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설영준과 도경욱은 처음으로 단둘이 밖에서 식사했다. 이번은 단지 사업 파트너가 아니라 장인어른과 예비 사위라는 관계도 존재했다.도경욱이 여유롭게 차를 음미하며 별안간 물었다.“재이는 잘 지내고 있어요?”송재이가 언급되는 순간 설영준은 고개를 번쩍 들었고, 사뭇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네, 물론이죠.”도경욱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서지훈이 날 찾아와서 설한 그룹을 공격하려고 우리 집안의 도움을 받기 위해 뭐라고 협박했는지 알아요?”설영준은 흠칫 놀랐다. 사실 처음부터 서지훈이 대체 무슨 약점을 잡고 있기에 이런 부탁을 하는지 묻고 싶었다.“서지훈은 아직 영준 씨와 재이가 어떤 관계인지 모를 가능성이 커요. 다만 내 과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죠. 예를 들면 서지원이라던가...”설영준이 눈살을 찌푸렸다.“송재이의 어머님이요?”도경욱의 눈빛에 씁쓸함이 드러났고, 이내 허스키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나랑 서지원에 대해 이미 전해 들었죠? 아득히 먼 옛날 우리에게 짧지만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어요.”설영준은 귀를 기울였다. 어쩌면 도경욱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과거를 털어놓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내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지원은 한때 내 목숨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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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경욱은 착잡한 눈빛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때 서지원에게 회중시계를 선물한 적이 있죠. 내가 유일하게 준 물건이기도 해서 우리 둘한테 남다른 의미를 지녔지만 지금은 서지훈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어요.”설영준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어떤 회중시계요?”도경욱이 대답했다.“젊은 시절 서지원과 함께한 세월이 담긴 징표 같은 물건이죠. 그런데 서지훈이 이를 빌미로 본인의 제안에 동의해야만 돌려주겠다고 하네요.”설영준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그리고 대답이 들려오기도 전에 도경욱은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 추억에 젖은 얼굴로 회중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보이죠? 이거예요.”이내 시선은 사진으로 향했고, 설영준은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고개를 돌려 도경욱을 바라보았다.“서지훈이 지금 회중시계를 갖고 있다고 그랬어요? 심지어 이걸 빌미로 협박까지 마다하지 않고?”그의 말투에서 수상한 낌새를 느낀 도경욱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맞아요.”설영준이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경멸과 조롱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도경욱은 대체 무슨 상황인지 당최 이해가 안 갔다.이때, 설영준이 주머니에서 사진 속 시계와 똑같이 생긴 회중시계를 꺼냈다.이를 보자마자 도경욱의 눈이 번쩍 띄었다.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회중시계를 건네받았는데 마치 세월의 흔적과 서지원의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싶었다.곧이어 눈가가 촉촉해지고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잃어버린 보물을 다시 찾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도무지 진정이 안 되었다.도경욱은 고개를 들어 착잡한 눈빛으로 설영준을 바라보았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회중시계가 왜 영준 씨한테 있죠?”설영준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이건 송재이가 저한테 준 선물이었어요. 그러다 언제 실수로 한 번 떨어뜨린 적이 있는데 마침 서지훈의 눈에 띈 거죠.”도경욱은 생각지도 못한 사건의 진상에 어안이 벙벙했다.“다시 말해서 서지훈이 가진 건 사진뿐이고, 물건은 영준 씨가 지니고 있단 뜻인가요?”설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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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가 종료된 후 설영준은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는 다시 한번 송재이 병실로 가 침대 끝에 앉았다. 그리곤 창백한 얼굴로 고요히 잠든 송재이의 얼굴을 보았다.설영준은 마치 송재이에게 자신이 한 말이 들리는 것처럼 나직하게 말했다.“재이야, 내 말 들려? 나 여기 있어. 네 옆에 있어.”그는 조심스럽게 송재이의 손을 잡으며 미약해진 체온을 느꼈다.“어쩌면 지금 내 말이 안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야.”설영준은 이내 심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우리 아직 함께 해보진 못한 일들이 많아. 혹시 기억해? 우리 그때 그랬었잖아. 함께 세계 곳곳에 있는 나라로 여행 가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문화를 체험해 보고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자고. 네가 지금 눈만 떠준다면 난 지금 당장 너랑 함께 그 떠날 거야.”이때 누군가 노크하더니 도정원이 들어왔다. 그는 아주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영준 씨, 경찰들이 지금 출동했다고 하네요. 곧 도진욱의 거처로 들이닥칠 거예요.”설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한 눈길로 송재이를 보았다.“정원 씨,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면 도와드릴게요.”“저 대신 재이 좀 잘 챙겨주세요. 전 누구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그 사람이 아마 이 사건에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걱정하지 말고 가봐요. 여긴 제가 꼭 붙어 있을 테니까 아무도 재이를 건들지 못할 거예요.”설영준은 고마운 눈빛으로 도정원을 힐끗 보곤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떠나기 전 설영준은 나직하게 송재이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재이야, 나 얼른 돌아올게. 그러니까 나 꼭 기다려줘야 해.”송재이의 병실에선 도정원만이 묵묵히 곁을 지키며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설영준은 이미 진상을 찾으러 떠났다.그는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갈 생각이다. 그 친구는 의학 부문에서 아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9화 새로운 증거

    그러자 보안 요원이 말했다.“여긴 병원 CCTV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외부인에게 함부로 영상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설영준은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전 송재이 씨 약혼자입니다. 전 반드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겠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보안 요원은 다소 망설이더니 결국 그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영상 속에서 설영준은 세세한 부분까지 발견했다. 송재이가 쓰러지기 전 도진욱은 물잔을 송재이에게 건넸다. 그 순간 설영준은 의심을 하게 되었다.같은 시각 도정원은 병실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쪽지엔 갈겨 쓴 글씨가 있었다. 약물의 이름과 사용량이 적힌 쪽지였다. 그는 발견하자마자 바로 설영준에게도 알렸다.두 사람은 각자 발견한 것을 공유하곤 분석하기 시작했다. 설영준은 도진욱이 송재이에게 건넨 물잔과 쪽지 위에 쓴 약물의 명칭을 보았다. 그는 순간 무언가 깨닫게 되었다.송재이가 검사실로 들어간 뒤 설영준과 도정원은 각자 단서를 찾으러 움직였기에 설영준은 다시 돌아와 송재이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도정원은 쪽지에 적힌 약물 이름을 보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설영준은 초조한 얼굴로 검사실 밖에서 송재이를 기다렸다.“재이야, 꼭 버텨야 해.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시간이 1분 1초 흘러갔다. 설영준은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머릿속에 송재이의 미소와 웃음소리, 그리고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는 속으로 기도했다. 송재이가 무사히 나오길 바라며 말이다.설영준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재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네가 그때 엄청 찬란한 미소를 지었었어. 네 찬란한 웃음이 온통 어둠뿐이던 내 세상을 환하게 빛내주었지. 그때 널 지켜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지금은...”바로 이때 문이 스르륵 열리고 의사가 나왔다. 설영준은 바로 다가가 물었다.“선생님, 재이는 어때요?”“저희가 최선을 다해 독이 퍼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희귀한 독에 중독된 거라 독 분석하고 해독제를 만드는 데 시간이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8화 단서

    송재이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도정원과 도진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수사관이 빠르게 다가와 상태를 살폈다. 그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어 얼른 입을 열었다.“저희가 바로 의사를 불러오겠습니다.”도정원은 빠르게 긴급 호출 벨을 누르면서 송재이를 부축한 채 옆에 있던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혔다.의자에 앉히자마자 도정원은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어깨에 기대게 했다.“재이야, 조금만 버텨줘. 의사가 금방 도착할 거야.”도진욱은 다소 복잡한 감정이 담긴 얼굴로 송재이를 보았다. 속으로 뭔가 갈등하고 있는 듯했다.그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독에 중독됐다고? 그럴 리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예리한 수사관은 그런 도진욱의 상태를 눈치채고 바로 심문했다.“도진욱 씨, 이 상황에 관해 설명하세요. 송재이 씨가 왜 갑자기 중독된 거죠?”도진욱의 안색은 더 창백해졌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전 정말로 모릅니다. 제가 왜 제 조카를 죽이겠습니까?”바로 이때, 의사와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오며 송재이를 살펴보았다.의사가 엄숙하게 말했다.“아무래도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송재이는 급하게 검사받으러 갔다. 도정원과 도진욱이 그 뒤를 따라갔다. 수사관은 묵묵히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머릿속에 이미 사건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도정원이 밖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기다렸다. 그러나 도진욱은 홀로 구석으로 간 뒤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안에 있는 핸드폰만 불안한 마음으로 만지작거렸다.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했다.“나야. 일이 복잡하게 됐어. 송재이가 갑자기 독에 중독되어서 경찰이 개입하게 되었어. 나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하지만 우린 지금 반드시 움직여야 해.”전화기 너머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군요. 일단 절대 증거를 찾게 해서는 안 돼요. 안 그러면 우리 모두 끝장나게 되니까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7화 중독

    화가 난 도정원은 이를 빠득 갈았다.“그게 무슨 의미죠? 설마 아버지 병이 당신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요?”정체 모를 남자는 웃음을 터뜨렸다.“곧 알게 될 거야. 참, 도진욱. 가문의 이익을 위해 네 동생 행복을 희생했었지? 이젠 네가 희생할 차례야.”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송재이와 도정원은 고개를 돌려 도진욱을 보며 설명을 바랐다.그러자 도진욱이 말했다.“난... 난 정말 몰랐어. 그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때 내가 그런 선택을 한 건 인정해. 하지만 전부 가문을 위해서였어. 난 너희들을 해칠 생각한 적 없다고.”송재이는 무력감이 들었다. 거짓과 배신으로 가득한 이 가족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절망에 빠진 송재이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 거예요?”도정원도 다소 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그러셨다고요. 우리 도씨 가문이 언제부터 이익에만 눈멀어 가족을 버리는 가문이 된 거죠?”도진욱의 얼굴엔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는 힘이 없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원아, 그땐 내 잘못이 맞아. 나도 인정해. 난 내 선택으로 우리 가문이 더 힘이 있는 가문이 될 줄 알았고 가족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난... 난 정말 미안하구나.”옆에서 듣고 있던 송재이는 막막하면서도 불안했다.“두 사람은 전부 제 가족이에요. 전 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송재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그 순간 문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면서 이 숨 막히는 침묵을 깨버렸다.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았다.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엄숙한 얼굴로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저희는 경찰서 수사과에서 나왔습니다. 몇 가지 당신들이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도정원과 도진욱은 서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것이 진상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조사라는 것을“네, 협조하겠습니다.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6화 충격적인 사실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짙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도진욱이 입을 열었다.“그래, 알았다. 너희들한테... 해줄 얘기가 있단다. 네 아버지의 과거와 어머니에 관한 얘기란다.”도정원과 송재이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의아하면서도 초조했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뭔가 알고 계신 거예요?”도진욱은 미간을 찌푸렸다.“곧 도착하니 얼굴을 보면서 얘기하자꾸나. 이 일은 내가 너희들 얼굴을 보면서 직접 말해줘야 할 것 같구나.”전화를 끊은 후 도정원과 송재이는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은 도진욱이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몰랐고 도진욱이 그들에게 해줄 얘기가 그들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진욱이 병원에 도착했다. 그의 얼굴엔 초조함과 죄책감이 담겨 있었다.그는 송재이와 도정원의 얼굴을 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마음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고 있단다. 하지만 더는 너희에게 숨길 수 없을 것 같구나. 너희들이 모르는 사실은 더 많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머리가 어질거렸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아직도 모르는 비밀이 있는 건가요?”“그래, 그때 당시 나와 네 엄마는 확실히 그런 사이였었지. 하지만 그건 다 지나간 일이란다. 나중에 난 그 삼각관계에 빠지기로 했고 네 엄마랑 네 아빠를 이어주기로 했었지. 그때의 난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지금까지도 말이야.”송재이와 도정원은 충격받은 얼굴로 도진욱을 보았다. 그가 꺼낸 얘기는 도경욱이 꺼낸 얘기보다 더 충격적이었다.“큰아버지, 정말로... 정말로 그러셨어요?”“나도 알고 있단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과거의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난 아직 살아 있을 때 너희들에게 진실을 말해주고 싶구나.”바로 이때 병실 안에서는 긴급 호출 벨이 울렸다.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하게 병실로 달려왔고 송재이와 도정원도 얼른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의사는 그들을 보더니 고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5화 마지막 오늘

    송재이는 얼른 도경욱의 손을 꼭 잡았다. 눈물이 그녀의 눈 앞을 가렸다.옆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던 도정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병실 안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저 일정한 의료 기기 소리만 들려오며 시간이 흘렀다.도경욱은 송재이를 빤히 보았다. 그의 두 눈엔 아쉬움과 죄책감만 남아 있었다.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죽기 전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미약한 목소리지만 그는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재이야, 내 딸. 너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단다. 네 출생의 비밀과 네 엄마에 관한 얘기야.”송재이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 그렁그렁 맺힌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 엄마가 왜요?”도경욱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마치 온몸의 힘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깊이 숨겨둔 진실을 정확하게 말해주기 위해서 말이다.“그때 네 엄마, 그러니까 서지원의 약혼 상대는 내 형이었단다. 네 큰아버지지. 하지만 운명이 장난을 쳤지. 서지원이... 네 엄마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나였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너무도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출생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던 거죠?”도정원도 놀란 표정인 것을 보아 처음 알게 된 사실인 것 같았다.도경욱은 다소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네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렇지만 전부 사실이란다. 난 지원이를 단 한 번도 강요한 적 없었어. 우리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어. 하지만 그때는 이런 추문을 받아들이지 않던 시절이었지.”송재이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운 감정은 처음이었다.그녀는 이렇게나 갑작스러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아빠, 그럼 대체 왜 일찍 말씀해 주지 않으신 거예요? 왜 그동안 숨기고 계셨던 거예요?”도경욱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송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4화 마지막 만남

    박정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다소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박윤찬을 보았다.“그때 내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어. 아주 똑똑하고 예쁘고 착한 사람이었지. 나한테 아주 특별한 사람이기도 했어. 하지만 어머니가... 어머니가 우리 사이를 반대하셨어.”박윤찬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머니가 왜 반대하셨는데? 어머니는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러실 분이 아니잖아.”박정후가 대답했다.“처음엔 나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때의 난 분명 어머니가 그 여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 또 어쩌면 내가 사랑놀이에 푹 빠져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시는 건 줄 알았어.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전혀 아니었어.”박윤찬은 초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어머니가 아무 이유도 없이 반대하실 분은 아니야.”박정후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선 슬픔이 느껴졌다.“그 여자는 성이 임 씨였어. 임씨 가문은 우리 성씨 가문과 오래전부터 원한이 있었지. 이 원한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거라 저주와도 같은 것이었어. 두 가문의 후대에도 아주 큰 영향을 주고 있어.”박윤찬은 놀란 모습이었다.“난 임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 단 한 번도 없었어. 어머니도 나한테 한 번도 말씀하신 적 없었다고.”박정후가 말했다.“어머니는 이 원한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길 바라셨던 거야. 하지만 사실상 잊히지 않았지. 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지난 세대에서도 심각한 충돌이 있었어. 두 가문은 사업 경쟁을 벌이다가 더 틀어지게 되었지.”박윤찬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사업 경쟁이라니? 그게 언제 일인데 아직도 신경 쓰고 있다는 거야?”“그래, 하지만 지난번 경쟁에서 임씨 가문은 파산당하게 되었지. 그 가문 어르신도 결국 그때 세상을 뜨게 되신 거야. 임씨 가문에서는 우리 성씨 가문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을 벌여 그런 비극을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박윤찬은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러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3화 떠난 이유

    박정후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더니 생각에 잠겨 버렸다.그는 나직하게 말했다.“제가 멀리 떠나기로 결정한 건 저와 윤찬이 사이에... 오해가 있기 때문이에요. 저랑 윤찬이 사이에 갈등이 있었는데 전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윤찬이 곁을 떠났죠. 하지만 혈연관계는 영원히 끊을 수 없는 거잖아요.”묵묵히 박정후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송재이는 박정후의 안타까움과 죄책감을 고스란히 느꼈다.송재이가 말했다.“가족 사이에 확실히 갈등이 생길 수도 있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서로 항상 응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죠.”설영준은 진지한 얼굴로 박정후를 보았다.“정후 씨는 정의를 위해, 동생을 위해 이미 많은 것을 했으니 윤찬 씨도 이해해줄 거예요.”장주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정후 씨가 한 모든 것을 박윤찬 씨가 알게 된다면 분명 아주 자랑스러워할 거예요.”박정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려 확고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다.“그랬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돌아온 것도 윤찬이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서였어요. 그리고 윤찬이와 화해할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네요.”그들을 도와준 정체 모를 인물은 바로 박정후였다.그는 마음이 너무도 복잡했다.이번 일로 동생과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화목하게 지내고 싶었다.박정후가 말했다.“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기다릴 수 있어요. 윤찬이가 저한테 기회만 준다면 형으로서 책임을 다할 거예요.”그는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박윤찬과의 거리감을 하루아침에 줄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다시 창밖을 보았다. 꼭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전 반드시 윤찬이한테 찾아가야 해요.”박정후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윤찬이가 저를 만나고 싶어 하든 말든 상관없이 알려주고 싶어요. 전 단 한순간도 윤찬이를 포기한 적 없다고 말이에요.”송재이는 박정후의 손을 잡아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2화 그의 정체

    설영준과 송재이는 서도재의 비웃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방 안의 상황을 살펴본 뒤 도망칠 길이나 반격할 기회가 없는지 파악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조용히 숨어서 행동을 개시하려고 했다.설영준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서도재, 이러면 네가 정말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저지른 범죄는 이미 전부 드러났어. 밖엔 경찰들이 깔려 있다고.”서도재의 웃음이 사라지고 표정이 굳어졌지만 빠르게 다시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경찰이 깔려 있다고? 넌 내가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거로 보이나 봐? 이 아지트는 아주 단단하게 만들었거든. 너희들은 도망칠 수 없어.”송재이는 설영준이 방 한구석에 있는 창문에 힐끗 본 것을 발견하곤 바로 그의 의도를 눈치챘다.그녀는 일부러 서도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그럼 우린 여기서 그쪽과 시간을 끌 수밖에 없겠네요. 그쪽 아지트가 먼저 무너질지 아니면 밖에 경찰들이 먼저 쓰러지게 될지 한 번 지켜보자고요.”서도재는 손을 들어 올리며 부하들에게 준비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 방 안의 불빛이 꺼지더니 어둠이 내려앉았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확성기로 말했다.“꼼짝 마!”설영준과 송재이는 어둠 속에서 빠르게 창문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설영준은 있는 힘껏 발로 창문을 깨버렸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바깥엔 이미 에어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서도재는 갑자기 어두워진 주위에 당황스러워하면서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불빛이 다시 켜졌을 땐 설영준과 송재이는 이미 사라졌다.그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쫓아가! 반드시 두 사람 내 앞에 잡아 와!”그러나 서도재의 부하들이 아지트에서 나가자마자 이미 밖을 포위하고 있는 경찰들을 발견하게 되었다.알고 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미리 익명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경찰은 확성기로 말했다.“안에 있는 사람 모두 들으세요. 당신들은 포위되었습니다. 당장 손에 든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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