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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달이 버드나무 끝에 걸렸을 때

설영준의 눈빛이 바뀌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 전무님,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요. 주승아의 교통사고가 진짜 사고일까요? 저는 누가 일부러 벌인 짓이 아닐까 의심스러워요.”

도정원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설영준이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경찰의 조사 보고서에 의문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주승아의 동생 현아가 오래전부터 주승아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다고 알고 있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송재이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설마 주현아가 사고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설영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저 제 추측일 뿐이에요. 민효연이 주승아가 죽었다는 가짜 사실을 꾸며낸 건, 한 편으로는 승아를 보호하기 위함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현아를 보호하기 위함일 수도 있어요. 현아가 법적 처벌을 받는 걸 피하기 위해서요.”

도정원이 한참 동안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만약 진짜 그런 거라면, 민효연 이 여자는 참... 눈물겹네요.”

...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달빛이 비처럼 조용한 거리에 쏟아졌다.

하늘은 검푸른 먹물을 풀어놓은 것 같았고 거리 양쪽에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었다.

행인들의 웃음소리, 말소리와 호객 소리가 뒤엉켜 한여름 밤의 오케스트라를 이루었다.

도정원은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설영준과 송재이는 천천히 길을 걸었다.

송재이는 노점상을 구경하고 싶어 했고 설영준도 그녀의 말에 따랐다.

송재이는 앞장서 걸으며 사슴같이 맑은 눈으로 노점상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그녀는 그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난번에 우리 여기 왔을 때 기억나요?”

설영준이 미소를 짓더니 송재이 뒤에서 나지막이 읊조렸다.

“달이 버드나무 끝에 걸렸을 때, 해 질 무렵에 다시 만납시다.”

송재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웃었다.

그 순간, 두 사람은 함께 야시장을 거닐던 추억 속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설영준이 호주머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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