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경찰 취조실 안, 송재이가 차가운 의자에 앉아 있었다.눈앞에는 야속한 자료 더미와 엄숙한 경찰 얼굴뿐이었다.그녀는 금지품을 소지한 혐의로 잡혀 왔다.하지만 이 모든 건 황당하고 불공평했다.송재이의 마음은 절망감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자신이 무고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취조실의 문이 열렸다.설영준이 단호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왔다.그의 출현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송재이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구치소의 작은 접견실 안에 설영준과 송재이가 두꺼운 유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었다.송재이는 눈가가 빨개져 있었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많이 걱정했지?”설영준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그는 자신을 통제하려고 노력했다.전화기 너머로 설영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 난 네가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걸 믿으니까.”송재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영준 씨, 나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지금 혐의는 다 터무니없는 거야...”“알아. 난 너 믿어.”설영준이 전화를 꼭 쥐고 단호한 눈길로 송재이를 보며 말했다.“너 혼자 싸우는 거 아니야. 내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네 결백 증명할게.”송재이가 있는 힘껏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하지만 지금 증거들은... 다 나한테 불리해.”설영준이 그녀의 말을 끊고 말했다.“증거는 걱정하지 마. 우리 팀원들이 지금 너한테 유리한 증거를 찾고 있어. CCTV 보면서 목격자를 찾고 있어. 경찰의 수사 프로세스도 다시 한번 심사할 예정이야. 증거만 충분하다면 네 혐의점을 모두 뒤집을 수 있어.”송재이가 깊이 숨을 들이쉬면서 감정을 억누르려고 노력했다.“영준 씨, 나 너무 무서워. 만약 내 결백을 증명하지 못하면 난...”설영준이 다시 그녀의 말을 끊고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그런 ‘만약’은 없어. 약속할게. 우린 진실을 찾을 것이고 넌 이곳에서 나갈 거야. 그 누
박윤찬의 법률사무소, 박윤찬과 설영준이 회의실에 앉아 있고 책상에는 송재이 사건 관련 문서들이 놓여있었다.박윤찬은 진지한 표정으로 설영준에게 증거 수색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박윤찬이 문서 하나를 들고 위에 적힌 내용을 보며 말했다.“영준 씨, 이것 좀 봐요. 경찰이 수색 과정에서 ‘합리적 의심’ 원칙을 지키지 않았어요. 수색 영장 발부 과정에도 문제가 있어요.”설영준도 문서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수색이 무효화 될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박윤찬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우린 이 점을 잘 이용해야 해요. 그리고 제가 이미 모니터링 센터에 연락해서 그날 CCTV 영상을 확보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우리에게는 재이 씨가 금지품을 접촉한 적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해요.”설영준이 그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그래요. 이게 제일 중요한 증거네요. 목격자 쪽은 어때요?”박윤찬이 노트북을 열고 기록을 찾아보며 말했다.“제가 이미 증언하겠다고 하신 목격자 몇 분을 찾았어요. 그분들이 송재이 씨가 사건 발생 시각에 금지품이 발견된 장소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언해 줄 거예요.”관자놀이를 어루만지는 설영준은 좀 피곤해 보였다.“이 증거들이면 충분한가요? 더 이상 재이 씨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억측에 시달리게 하지 말아요.”박윤찬이 진지하게 말했다.“알아요, 영준 씨. 하지만 저희는 무조건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해요. 조금의 오해도 남지 않도록, 제가 이미 저희 팀원들 시켜서 송재이의 통신 기록과 재무 상황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했어요...”박윤찬과 설영준이 사건에 관해 토론하고 있을 때 설영준의 휴대폰이 울리며 엄숙한 분위기를 깨트렸다.설영준은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서도재였다.설영준은 수신 버튼을 누르고 동시에 녹음 버튼도 눌렀다.그의 눈에는 예리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형, 내가 전화할 줄 몰랐지?”전화기 너머로 의기양양하고 도발적인 서도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설영준은 냉정함을 유지한 채 담담하고 낮은
박윤찬이 잠시 설영준을 바라봤다.그러고는 모든 주의력을 책상 위의 문서에 집중했다.그는 이 한 통의 전화가 그들에게 돌파구를 제공했다는 걸 알고 있다.“영준 씨, 우리 이 녹음을 법정에 증거로 제출하죠. 그리고 서도재가 반격할 수도 있으니까 미리 준비해야죠.”박윤찬의 말투에는 엄숙함이 묻어있었다.설영준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눈은 뭔가 결심한 듯 반짝거렸다.“이건 우리가 지금까지 모은 증거 리스트에요. 모든 증거가 법정에서 증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죠.”설영준이 문서를 건네받고는 자세히 읽었다.그는 머릿속으로 재빨리 모든 세부 사항을 분석하며 어떻게 완벽하게 변호할지 생각했다.“사건 당일 재이 씨의 행적을 증명할 만한 증인을 더 많이 찾아야 해요.”설영준이 이어서 말했다.“동시에 경찰의 수색 절차에 도전할 준비도 같이해서 절차의 하자도 밝혀내야 합니다.”박윤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네, 자세한 타임라인을 준비해서 송재이가 금지품을 만질 기회가 없었다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박윤찬의 타임라인 단서 정리가 끝나갈 때쯤, 또다시 갑자기 터진 폭탄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책상에 놓여있던 휴대폰이 끊임없이 울리며 밤을 꼬박 새운 설영준과 박윤찬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두 사람은 책상에 엎드린 채로 겨우 눈을 떴다.설영준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머리를 잡으며 맞은켠에 앉은 박윤찬을 찔렀다.“전화 받아요.”박윤찬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던 그는 내용을 듣고 난 뒤 벌떡 일어섰다.어깨에 걸린 정장도 땅에 떨어졌다.“왜 그래요?”설영준은 박윤찬이 쉽게 흥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이 반응이라면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네. 감사합니다.”통화를 마친 박윤찬이 천천히 휴대폰을 내려놨다.그는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 털썩 앉았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괜히 나 놀라게 하지 마요.”설영준도 순간 긴장하며 말했다.“영준 씨, 이것 좀 봐요. 경찰이 방금 새
같은 시각, 어두컴컴한 회의실에서 서도재와 서지훈이 긴 책상의 양 끝에 앉아 있었다. 그들 앞에는 한 무더기의 서류와 전자기기가 놓여 있고, 서도재는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빠르게 치고 있었다. 서지훈은 누군가가 그들의 계획을 눈치챌까 봐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서도재가 코웃음을 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우리가 이 서류들을 진짜처럼 만들면 송재이에게 누명을 씌울 수 있어요. 설영준의 여자라는데, 그 자식이 이 여자를 구할 수 있는지 한 번 보죠.”서지훈이 음침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 전자 서명이 송재이의 서명과 똑같아야 해. 내가 암시장 사람들에게 연락했어. 그들이 우리 대신 소문을 퍼뜨릴 거야.”서도재는 계속 컴퓨터를 다루며 말했다.“송재이 이름을 계약서에 넣었어요. 이제 허위 거래 기록만 만들면 송재이가 사기 사건에 동참한 것처럼 보일 거예요.”서지훈이 긴장하며 물었다.“하지만 설영준이 우리의 계획을 알아채고 무슨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서도재는 입가에 간사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내버려둬요. 빈틈없는 그물망을 쳐놓았으니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 거예요. 시장에서 송재이가 배후라고 믿는 분위기를 만들 거니까.”서지훈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긴장을 가라앉히려 했다.“알았어. 그럼 계획대로 하자. 송재이에게 누명을 씌울 수만 있다면 설영준에게 큰 타격이 될 거야.”...송재이는 이미 다른 5명의 여자 죄수와 함께 구치소에 3일간 갇혀있었다.그녀는 책을 손에 쥐고 침대에 조용히 앉아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다소나마 평온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조은지라는 죄수가 자꾸 생트집을 잡았다.송재이는 그녀를 상대할 기분이 아니었다. 두세 번 도발했는데도 송재이가 꿈쩍도 안 하자, 조은지는 더욱 날뛰었다.그녀는 조롱 섞인 눈빛으로 송재이를 바라보며 빈정댔다.“우리의 ‘귀부인’이 여기서도 허세를 부리는 것을 좀 봐. 네가 아직도 고귀한 송재이 아가씨인 줄 알아?”송재이는 고개를 들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조은
조은지와 이연홍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즉시 태세를 전환했다. 그들은 순찰 중인 교도관을 불러 송재이를 모함하기 시작했다.“교도관님, 이 여자를 좀 보세요.”조은지는 불쌍한 척하며 송재이를 가리켰다.“저희는 그저 이 여자와 잘 지내고 싶었을 뿐인데, 이 여자가 저희를 공격했습니다.”이연홍도 급히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교도관님. 저희는 그저 이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 여자가 저희를 때렸습니다.”교도관은 미간을 찌푸리며 세 사람을 훑어보더니 송재이에게 말했다.“송재이, 나를 따라와.”송재이는 더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줄 알고 잔뜩 긴장했다.그녀는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나 교도관을 따라 감방 밖으로 나갔다.긴 복도를 지나 교도관은 송재이를 데리고 조용한 방에 도착했다.송재이는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교도관은 송재이 쪽으로 돌아서더니 예상치 못한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송재이 씨가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을 아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조은지와 이연홍의 말을 다 믿지는 않아요.”이런 반응을 예상치 못한 송재이는 의문스럽게 물었다.“왜 저를 믿으십니까?”교도관이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설영준 씨가 구치소에 찾아와서 송재이 씨한테 잘해주라고 특별히 부탁하고 갔어요. 송재이 씨가 이유 없이 문제를 일으킬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설영준의 이름을 듣는 순간, 송재이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마음이 따스해졌고, 설영준의 관심과 보호가 있어 이 시각 더없이 따뜻하고 안심됐다.송재이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애써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 교도관님. 저는 제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설영준 씨의 관심에도 감사드립니다.”교도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송재이 씨는 강한 여자예요. 이 환경에서는 냉정함과 용감함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송재이는 감사의 마음이 가득했다.“감사합니다. 기억하고 있겠습니다.”그
박윤찬은 빙그레 웃었다.“영준 씨,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의 모든 증거는 관련성과 적법성 등 법정 증거 규칙에 부합해요. 송재이 씨가 어떠한 범법 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물인 CCTV 영상도 확보했고.”설영준이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법정에서 영상의 진실성과 신빙성을 인정 받기 위해 편집 흔적이 없도록 확보해야 해요.”박윤찬이 대답했다.“전자 데이터 감정 전문가를 불러 영상이 편집되거나 수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증인의 증언에 관해서도 고소인측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반대 심문의 전략을 준비했습니다.”설영준은 잠시 혼자 중얼거렸다.“변호의견서도 준비해 송재이의 변호 입장을 자세히 설명하고 고소인 측의 증거를 반박해야 해요.”말을 마치고 설영준은 일어서더니 방에서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박윤찬은 그가 이렇게까지 초조해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위로하려 했다.하지만 설영준은 짜증 내며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사건이 발생한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박윤찬은 그가 이렇게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설영준은 창백한 얼굴로 한마디 했다.“사실 다 나 때문이라는 걸 알아요... 그자들이 저한테 복수하려고 송재이를 끌어들였어요. 송재이는 전적으로 무고해요. 나 때문에 이런 일들을 겪는 거예요.”박윤찬이 급히 일어섰다.“영준 씨, 이렇게 되길 바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현재 급선무는 송재이를 구해내는 것이에요. 재이 씨가 무사해지면 그때 잘 보상해 주면 돼요. 서씨 부자를 아예 외국으로 쫓아낼 수도 있고.”서씨 가문이 설씨 가문과 약간의 친분이 있지만 설영준의 성격상 어떤 친분이 있어도 송재이만 건드리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설영준의 눈빛은 어둡고 서늘했다.지금 송재이의 혐의를 벗겨주느라 바빠서 서씨 부자를 상대할 시간이 없는 거지, 안 그랬으면 진작에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이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번호를 보니 의외로 아버지 설경철이었다.설영준은 감정을 추
이내 재판이 열리는 날이 됐다. 이른 아침부터 법정의 분위기는 긴장하고 엄숙했다.피고인석에 앉은 송재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방청석에 앉은 설영준은 줄곧 송재이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반듯한 양복 차림의 박윤찬은 확고한 눈빛을 하고 변호인석에 앉아 있었다.“피고인에 대한 고소인 측의 주장은 모두 입증되지 않은 가정과 잘못된 증거에 기반하기 때문에 무죄 취지로 부인하고 있습니다.”고소인 측 변호사가 즉시 반박했다.“피고인 측이 제출한 증거는 피고인의 혐의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피고인의 계좌가 불법 거래에 참여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고, CCTV 영상도 피고인의 결백을 명확히 증명할 수 없습니다.”박윤찬이 침착하게 대응했다.“고소인 측이 제공한 증거는 사실상 치밀하게 조작된 것입니다. 소위 거래 기록이 인위적으로 조작되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전자 데이터 감정 전문가가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CCTV 영상에 관해서는, 전문적인 영상 분석가의 증언으로 영상이 편집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어떻나 금지품도 취급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법정 분위기는 점점 더 긴장해졌다.방청석의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이 설전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송재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지만 가슴은 조여들었다.그녀의 귀에 박윤찬의 또렷하고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피고인이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증인도 법정에 출두했습니다. 고소인 측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거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시길 바랍니다.”박윤찬의 최후 변론이 끝나자 법정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판사는 모든 증거와 진술을 검토한 후에 판결을 선고했다.“사건 관련 증거와 양측 변호사의 변론에 근거해 고소인 측이 피고인의 유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보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법정의 판결은 이른 아침의 햇살처럼 송재이의 마음에 오랫동안 드리워
낮고 절망적인 그녀의 울음소리는 마치 요 며칠의 모든 두려움, 불안과 무력감을 털어놓으려는 듯했다.설영준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는 송재이의 몸이 품에서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의 울음소리에 설영준은 마음속에 있는 가시를 건드리는 것처럼 아팠다.그녀는 간신히 버티고 있었고 강인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그런 그녀가 이제 모든 경계를 내려놓고 이 안전한 품에서 모든 서러움을 쏟아낼 수 있게 됐다.송재이의 눈물은 설영준의 옷깃을 적셨다. 한참 후 그녀의 울음소리는 점차 약해졌다.설영준은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 재이야, 다 지나갔어. 이제는 안전해. 내가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설영준의 위로로, 송재이는 천천히 감정을 가라앉혔다.그녀의 울음은 가벼운 흐느낌으로 바뀌었다.송재이가 끝내 마음을 추스르자, 설영준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얼굴을 받쳐 들고 말했다.“먼저 목욕할래? 내가 물을 받아줄까?”송재이는 너무 울어서 눈이 빨개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설영준은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받은 후 수온을 적당한 온도로 맞추었다.그러고 나서야 그녀를 들여보냈다.송재이는 온통 열기로 가득한, 따뜻한 욕조에 앉아 눈을 감고 물이 주는 따뜻함을 느꼈다. 먼지도 씻어내고 마음의 부담도 덜어냈다.송재이는 깊게 숨을 들이마셔서 욕실에 가득 찬 증기로 폐부를 꽉 채웠다.그녀는 하나하나의 물방울이 피부의 긴장을 부드럽게 털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물결이 출렁임에 따라 송재이의 기분도 몽롱하고 평온해졌다.그녀는 그동안의 여러 가지 일들을 회상했다.잠을 못 이루던 밤, 구치소에서의 외로움과 절망이 물줄기를 따라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녀는 전에 없던 편안함을 느꼈다.목욕을 마친 송재이는 포근한 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나왔다. 설영준은 이미 침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이 우유를 마시고 푹 자.”송재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