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660 챕터

제421화 감히 반격해?

같은 시각, 어두컴컴한 회의실에서 서도재와 서지훈이 긴 책상의 양 끝에 앉아 있었다. 그들 앞에는 한 무더기의 서류와 전자기기가 놓여 있고, 서도재는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빠르게 치고 있었다. 서지훈은 누군가가 그들의 계획을 눈치챌까 봐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서도재가 코웃음을 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우리가 이 서류들을 진짜처럼 만들면 송재이에게 누명을 씌울 수 있어요. 설영준의 여자라는데, 그 자식이 이 여자를 구할 수 있는지 한 번 보죠.”서지훈이 음침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 전자 서명이 송재이의 서명과 똑같아야 해. 내가 암시장 사람들에게 연락했어. 그들이 우리 대신 소문을 퍼뜨릴 거야.”서도재는 계속 컴퓨터를 다루며 말했다.“송재이 이름을 계약서에 넣었어요. 이제 허위 거래 기록만 만들면 송재이가 사기 사건에 동참한 것처럼 보일 거예요.”서지훈이 긴장하며 물었다.“하지만 설영준이 우리의 계획을 알아채고 무슨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서도재는 입가에 간사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내버려둬요. 빈틈없는 그물망을 쳐놓았으니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 거예요. 시장에서 송재이가 배후라고 믿는 분위기를 만들 거니까.”서지훈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긴장을 가라앉히려 했다.“알았어. 그럼 계획대로 하자. 송재이에게 누명을 씌울 수만 있다면 설영준에게 큰 타격이 될 거야.”...송재이는 이미 다른 5명의 여자 죄수와 함께 구치소에 3일간 갇혀있었다.그녀는 책을 손에 쥐고 침대에 조용히 앉아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다소나마 평온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조은지라는 죄수가 자꾸 생트집을 잡았다.송재이는 그녀를 상대할 기분이 아니었다. 두세 번 도발했는데도 송재이가 꿈쩍도 안 하자, 조은지는 더욱 날뛰었다.그녀는 조롱 섞인 눈빛으로 송재이를 바라보며 빈정댔다.“우리의 ‘귀부인’이 여기서도 허세를 부리는 것을 좀 봐. 네가 아직도 고귀한 송재이 아가씨인 줄 알아?”송재이는 고개를 들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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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증거

조은지와 이연홍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즉시 태세를 전환했다. 그들은 순찰 중인 교도관을 불러 송재이를 모함하기 시작했다.“교도관님, 이 여자를 좀 보세요.”조은지는 불쌍한 척하며 송재이를 가리켰다.“저희는 그저 이 여자와 잘 지내고 싶었을 뿐인데, 이 여자가 저희를 공격했습니다.”이연홍도 급히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교도관님. 저희는 그저 이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 여자가 저희를 때렸습니다.”교도관은 미간을 찌푸리며 세 사람을 훑어보더니 송재이에게 말했다.“송재이, 나를 따라와.”송재이는 더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줄 알고 잔뜩 긴장했다.그녀는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나 교도관을 따라 감방 밖으로 나갔다.긴 복도를 지나 교도관은 송재이를 데리고 조용한 방에 도착했다.송재이는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교도관은 송재이 쪽으로 돌아서더니 예상치 못한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송재이 씨가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을 아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조은지와 이연홍의 말을 다 믿지는 않아요.”이런 반응을 예상치 못한 송재이는 의문스럽게 물었다.“왜 저를 믿으십니까?”교도관이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설영준 씨가 구치소에 찾아와서 송재이 씨한테 잘해주라고 특별히 부탁하고 갔어요. 송재이 씨가 이유 없이 문제를 일으킬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설영준의 이름을 듣는 순간, 송재이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마음이 따스해졌고, 설영준의 관심과 보호가 있어 이 시각 더없이 따뜻하고 안심됐다.송재이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애써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 교도관님. 저는 제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설영준 씨의 관심에도 감사드립니다.”교도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송재이 씨는 강한 여자예요. 이 환경에서는 냉정함과 용감함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송재이는 감사의 마음이 가득했다.“감사합니다. 기억하고 있겠습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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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박윤찬은 빙그레 웃었다.“영준 씨,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의 모든 증거는 관련성과 적법성 등 법정 증거 규칙에 부합해요. 송재이 씨가 어떠한 범법 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물인 CCTV 영상도 확보했고.”설영준이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법정에서 영상의 진실성과 신빙성을 인정 받기 위해 편집 흔적이 없도록 확보해야 해요.”박윤찬이 대답했다.“전자 데이터 감정 전문가를 불러 영상이 편집되거나 수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증인의 증언에 관해서도 고소인측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반대 심문의 전략을 준비했습니다.”설영준은 잠시 혼자 중얼거렸다.“변호의견서도 준비해 송재이의 변호 입장을 자세히 설명하고 고소인 측의 증거를 반박해야 해요.”말을 마치고 설영준은 일어서더니 방에서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박윤찬은 그가 이렇게까지 초조해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위로하려 했다.하지만 설영준은 짜증 내며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사건이 발생한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박윤찬은 그가 이렇게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설영준은 창백한 얼굴로 한마디 했다.“사실 다 나 때문이라는 걸 알아요... 그자들이 저한테 복수하려고 송재이를 끌어들였어요. 송재이는 전적으로 무고해요. 나 때문에 이런 일들을 겪는 거예요.”박윤찬이 급히 일어섰다.“영준 씨, 이렇게 되길 바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현재 급선무는 송재이를 구해내는 것이에요. 재이 씨가 무사해지면 그때 잘 보상해 주면 돼요. 서씨 부자를 아예 외국으로 쫓아낼 수도 있고.”서씨 가문이 설씨 가문과 약간의 친분이 있지만 설영준의 성격상 어떤 친분이 있어도 송재이만 건드리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설영준의 눈빛은 어둡고 서늘했다.지금 송재이의 혐의를 벗겨주느라 바빠서 서씨 부자를 상대할 시간이 없는 거지, 안 그랬으면 진작에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이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번호를 보니 의외로 아버지 설경철이었다.설영준은 감정을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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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무죄석방

이내 재판이 열리는 날이 됐다. 이른 아침부터 법정의 분위기는 긴장하고 엄숙했다.피고인석에 앉은 송재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방청석에 앉은 설영준은 줄곧 송재이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반듯한 양복 차림의 박윤찬은 확고한 눈빛을 하고 변호인석에 앉아 있었다.“피고인에 대한 고소인 측의 주장은 모두 입증되지 않은 가정과 잘못된 증거에 기반하기 때문에 무죄 취지로 부인하고 있습니다.”고소인 측 변호사가 즉시 반박했다.“피고인 측이 제출한 증거는 피고인의 혐의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피고인의 계좌가 불법 거래에 참여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고, CCTV 영상도 피고인의 결백을 명확히 증명할 수 없습니다.”박윤찬이 침착하게 대응했다.“고소인 측이 제공한 증거는 사실상 치밀하게 조작된 것입니다. 소위 거래 기록이 인위적으로 조작되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전자 데이터 감정 전문가가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CCTV 영상에 관해서는, 전문적인 영상 분석가의 증언으로 영상이 편집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어떻나 금지품도 취급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법정 분위기는 점점 더 긴장해졌다.방청석의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이 설전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송재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지만 가슴은 조여들었다.그녀의 귀에 박윤찬의 또렷하고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피고인이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증인도 법정에 출두했습니다. 고소인 측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거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시길 바랍니다.”박윤찬의 최후 변론이 끝나자 법정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판사는 모든 증거와 진술을 검토한 후에 판결을 선고했다.“사건 관련 증거와 양측 변호사의 변론에 근거해 고소인 측이 피고인의 유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보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법정의 판결은 이른 아침의 햇살처럼 송재이의 마음에 오랫동안 드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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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명성 추락

낮고 절망적인 그녀의 울음소리는 마치 요 며칠의 모든 두려움, 불안과 무력감을 털어놓으려는 듯했다.설영준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는 송재이의 몸이 품에서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의 울음소리에 설영준은 마음속에 있는 가시를 건드리는 것처럼 아팠다.그녀는 간신히 버티고 있었고 강인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그런 그녀가 이제 모든 경계를 내려놓고 이 안전한 품에서 모든 서러움을 쏟아낼 수 있게 됐다.송재이의 눈물은 설영준의 옷깃을 적셨다. 한참 후 그녀의 울음소리는 점차 약해졌다.설영준은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 재이야, 다 지나갔어. 이제는 안전해. 내가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설영준의 위로로, 송재이는 천천히 감정을 가라앉혔다.그녀의 울음은 가벼운 흐느낌으로 바뀌었다.송재이가 끝내 마음을 추스르자, 설영준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얼굴을 받쳐 들고 말했다.“먼저 목욕할래? 내가 물을 받아줄까?”송재이는 너무 울어서 눈이 빨개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설영준은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받은 후 수온을 적당한 온도로 맞추었다.그러고 나서야 그녀를 들여보냈다.송재이는 온통 열기로 가득한, 따뜻한 욕조에 앉아 눈을 감고 물이 주는 따뜻함을 느꼈다. 먼지도 씻어내고 마음의 부담도 덜어냈다.송재이는 깊게 숨을 들이마셔서 욕실에 가득 찬 증기로 폐부를 꽉 채웠다.그녀는 하나하나의 물방울이 피부의 긴장을 부드럽게 털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물결이 출렁임에 따라 송재이의 기분도 몽롱하고 평온해졌다.그녀는 그동안의 여러 가지 일들을 회상했다.잠을 못 이루던 밤, 구치소에서의 외로움과 절망이 물줄기를 따라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녀는 전에 없던 편안함을 느꼈다.목욕을 마친 송재이는 포근한 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나왔다. 설영준은 이미 침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이 우유를 마시고 푹 자.”송재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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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설영준이 더 모질어

같은 시간 어느 클럽의 룸에서 서도재는 무언가를 예감한 듯 무거운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친구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그의 눈빛은 유난히 튀었다. 그는 입가에 간신히 웃음을 머금고 있었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자, 도재 도련님,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야. 취할 때까지 마시자.”한 친구가 얼큰하게 취해서 잔을 들고 그에게 술을 권했다.서도재는 기계적으로 잔을 들고 억지웃음을 지었다.“물론이지, 오늘 밤 제대로 즐기자.”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룸의 문이 열리더니 경찰 몇 명이 걸어 들어왔다.룸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맨 앞에 선 경찰이 예리한 눈빛으로 서도재를 쳐다보았다.“서도재 씨, 당신의 불법 행위에 관한 제보가 들어와서 조사를 받으셔야 합니다.”서도재는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지만 침착하려고 애썼다.“조사요? 무슨 조사인데요?”경찰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서도재 씨는 지금 불법 상업 행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같이 경찰서로 가셔서 심문에 응해 주시길 바랍니다.”서도재는 창백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친구들도 모두 당황한 기색이었다.그는 지금 이 순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는 일어서서 잔을 내려놓으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따라갈게요. 하지만 전화 한 통만 하게 해주세요.”경찰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통화를 허락했다.서도재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건 후 나지막이 말했다.“아버지, 저 도재예요. 제가 지금 경찰에 끌려갈 것 같아요.”전화기 저편에서 서지훈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알았어. 도재야, 냉정을 잃지 말고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마. 내가 변호사를 데리고 갈게.”전화를 끊은 서도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경찰에게 말했다.“따라갈 수는 있지만 변호인을 만나게 해주세요.”경찰은 그래도 된다고 말한 후 그를 데리고 룸을 떠났다.서도재의 친구들은 근심과 의문 가득한 얼굴로 그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때 서지훈은 서재에서 혼자 장기를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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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세상을 모르고 날뛰다

심문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언론에서 서씨 부자의 행각이 화제가 됐다.인터넷에서 분노한 누리꾼들이 서씨 가문을 맹렬히 비난하기 시작했다.[뉴스를 봤어요? 서지훈과 서도재가 상업 범죄를 저질렀대요. 정말 놀랍네요.]한 누리꾼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자 다른 한 누리꾼이 댓글을 달았다.[소문에 의하면, 송재이가 회사를 망쳤다며 책임을 떠넘기려고 했대요. 진짜 우습네요. 자기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가?][맞아요. 이 두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져야 해요. 지금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데, 정말 쌤통이네요.]또 다른 누리꾼이 댓글을 달았다.[서씨 가문의 명성이 철저히 무너졌네요. 더 이상 국내에 머물 수 없을 것 같아요.]누군가는 고소해했다.서씨 부자는 거액의 벌금을 내고 끝내 경찰서를 떠날 수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이내 비난의 대상이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빗발치는 인터넷 여론 때문에 이전에 그들과 관계가 좋았던 사업 파트너들도 그들과 계속 왕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서지훈은 염치 불고하고 하루 종일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그들을 상대해 주지 않았다.이번에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것은 확실하다.빌딩은 한순간에 무너진 것 같다.아니, 어쩌면 그들이 세상을 모르고 설영준을 건드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의 비극이 결정되었을지도 모른다....서씨 저택의 거실에서 TV 뉴스를 보는 서지훈과 서도재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서도재가 분노하며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저 사람들이 뭘 알아요? 덩달아 욕할 뿐 진실이 뭔지 전혀 몰라요.”서지훈은 표정이 굳어지고 눈빛이 어두웠다.“이제 와서 그런 말이 무슨 소용 있어? 가문의 명성은 이미 손상됐으니 반드시 만회할 방법을 찾아야 해.”서도재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다 설영준이 한 짓이에요.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서지훈이 아들을 돌아다보며 엄숙하게 말했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냉정을 잃지 않는 거야. 앞으로 기회를 봐서 반격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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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꿈 같아

설영준이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재이야,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어. 이번 여행은 우리 둘만 가는 것이 아니야.”호기심이 발동한 송재이가 캐물었다.“무슨 서프라이즈인데? 영준 씨, 빨리 알려줘.”설영준이 일부러 신비감을 조성하며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말했다.“이번에 특별한 사람과 같이 갈 거야.”송재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특별한 사람? 누군데?”설영준이 한 발짝 물러서며 미소를 지었다.“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약간의 신비감을 남겨두는 것이 좋지 않아?”송재이는 화난 척하며 그를 째려보았다.“흥! 뜸 들여? 하지만 서프라이즈라고 하니 참고 기다릴게.”설영준은 웃으며 송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 충분히 기다릴 가치가 있는 서프라이즈니까.”그다음 날부터 설영준은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그는 인터넷에서 바르셀로나의 역사, 문화, 음식, 관광지까지 모든 것을 망라한 자료를 가득 수집했다.출발하는 날, 하늘이 맑고 햇빛이 화사했다.송재이와 설영준은 흥분해서 이른 아침에 출발했다.공항에 도착한 후 모든 수속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10여 시간의 비행 끝에 그들은 마침내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시차 때문에 두 사람은 일단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깨어났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뒤였다.그들이 묵은 곳은 창밖에 도시 야경이 펼쳐지는 호화로운 호텔이었다.오색찬란한 불빛이 밤하늘을 환상적으로 아름답게 수놓았다.창가에 선 송재이는 눈앞의 경치에 깊이 매료되었다.“영준 씨, 빨리 와.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바르셀로나의 밤은 화려한 드레스로 갈아입은 댄서처럼 우아하고 매력적이었다.석양은 하늘의 구름을 보랏빛으로 물들였고,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면서 다이아몬드처럼 어두운 하늘을 장식했다.호텔 창문으로 바라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불빛애 비쳐 거대한 촛불처럼 부드러운 금빛을 발산했다.탑신의 조각은 어둠 속에서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고, 이 도시의 유구한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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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소원

가게를 떠나기 전에 그녀는 가장 마음에 드는 도자기 몇 점을 골랐다.설영준은 옆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이들 예술품에 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이따금 가게 주인과 몇 마디 주고받았다.수공예품 가게를 떠난 후 두 사람은 계속 고딕지구에서 거닐었다.그들은 분수가 있는 작은 광장에 도착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여름날의 무더위에 한줄기 청량감을 선사했다.광장 주위에는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누군가가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은은한 선율이 공중에서 울려 퍼졌다.“여기 너무 기분 좋고 편안해. 이곳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설영준은 감탄하는 송재이의 어깨를 가볍게 껴안았다.“바르셀로나는 예술과 생활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도시야. 곳곳에 독특한 매력이 있지.”그들은 분위기 있어 보이는 카페를 찾아 들어가서 아이스 상그리아 두 잔과 현지 간식들을 시켰다.이곳에서 그들은 속도를 늦추고 간만에 여유와 평온을 즐길 수 있었다.어둠이 내려앉음에 따라 바르셀로나의 밤 생활도 시작됐다.거리의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술집과 식당들이 벅적거리기 시작했다.설영준과 송재이는 현지 밤 생활을 체험해 보기로 하고, 플라멩코 공연이 있는 벅적벅적한 술집에 들어갔다.송재이는 열정 넘치는 춤에 깊이 매료되어 흥분한 나머지 눈이 반짝거렸다.“영준 씨, 저 사람들이 춤을 추는 것을 봐. 동작 하나하나에 힘과 감성이 넘쳐. 너무 아름다워.”송재이가 흥분하며 말했다.“스페인의 문화재인 플라멩코를 직접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야.”음악의 리듬이 점점 경쾌해지자, 설영준이 송재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재이야, 우리도 같이 추자.”송재이는 어리둥절해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그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두 사람은 댄스홀 한가운데로 가서 플라멩코 댄서의 스텝을 따라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송재이는 처음에 동작이 서툴렀지만 설영준이 잘 이끌어 주어 이내 긴장을 풀고 리듬과 열정을 즐기기 시작했다.그들이 동참하는 것을 보고, 주변의 스페인 사람들이 박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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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충돌

이튿날.어젯밤에 춤을 추느라 피곤했는지 송재이는 오후까지 잠을 잤다. 깨어나 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설영준과 송재이는 간단히 샤워한 후 아래층 식당에서 브런치를 먹고 한가하게 거리를 거닐었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바르셀로나의 유명 관광지 파세오 데 그라시아에 도착했다.넓은 도로에 햇살이 쏟아지고 양옆의 나무들이 아롱다롱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곳은 오랜 건물과 현대 예술이 잘 조화되어 있었다.송재이는 아름다운 분수 옆에 서서 리드미컬한 물 흐름을 감상하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는 유쾌한 웃음이 넘쳐흘렀다.그때 잘생긴 스페인 남자가 송재이의 아름다운 외모에 끌려 그녀에게 다가왔다.잘생긴 남자는 스페인 억양의 영어로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카를로스라고 합니다. 이 분수를 좋아하는가 봐요.”송재이가 미소를 지었다.“네, 정말 아름다워요. 저는 송재이라고 합니다.”카를로스는 더 가까이 다가와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계속했다.“바르셀로나에는 처음 오셨나요? 여기 가볼 만한 아름다운 곳이 많아요.”송재이는 다소 의외였지만 여행의 즐거움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네, 처음 왔어요. 다음에 어디로 갈지 생각 중이에요.”바로 그때 설영준이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돌아왔다.송재이와 카를로스가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그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송재이에게 다가가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며 약간 불쾌한 말투로 물었다.“재이야, 여기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어?”아이스크림을 받아 든 송재이는 설영준이 질투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나지막이 설명했다.“카를로스는 지나가던 길이었고 그냥 몇 마디 얘기를 나눴어.”카를로스는 설영준이 언짢아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여전히 열정적으로 송재이에게 말했다.“송재이 씨, 관심이 있다면 제가 더 많은 재미있는 곳으로 데려가 줄 수 있어요.”설영준은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예의 바르게 말했다.“감사하지만, 저희는 정해진 일정이 있습니다.”카를로스는 설영준의 태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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