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660 챕터

제381화 다시는 네 얼굴 보고 싶지 않아

송재이가 이원희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는 여전히 학교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우선 그녀가 가장 조심해야 할 건 무엇일까?송재이와 문예슬은 이미 완전히 사이가 틀어진 사이였다. 이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접점이 생길지는 송재이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송재이는 이원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네, 조심할게요.”이원희는 진심으로 송재이가 걱정돼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설영준을 갖고 싶어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던 문예슬이 완전히 본모습을 드러냈으니 말이다.설영준의 이름이 언급되자 이원희의 호기심이 다시 발동했다.“지금 설 대표님이랑은 잘 지내고 계시죠?”며칠 전, 설영준과 함께 언덕 위에서 별구경을 했던 그 밤이 송재이에게는 아주 특별했다. 잠시 입술을 깨물던 송재이가 입을 열었다.“저랑 영준 씨... 정말 잘 지내죠.”설영준이 송재이에게 얼마나 마음을 쓰는지 이원희는 다 알아볼 수 있었다.특히 송재이가 구치소에 갇혔을 때, 설영준은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다녔지만 뒤에서는 송재이를 빼 내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그와 박윤찬이 아니었다면 송재이가 그렇게 이른 시일 안에 구치소를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다.송재이는 이미 문예슬이 다시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것에 대해 각오를 하고 있었다. 역시나 하루가 지나자 문예슬이 점심 무렵에 건물 아래에 와 있었다.“재이야, 시간 괜찮아? 같이 점심이라도 먹으러 갈까?”지금 송재이는 문예슬을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이제 송재이는 억지웃음을 지으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문예슬의 말을 듣는 순간, 표정을 굳힌 송재이가 그 자리에서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니, 싫어. 약속이 있어서.”송재이가 자신을 불편해한다는 것을 뻔히 보아낼 수 있었지만 문예슬은 여전히 얼굴에 철팔을 깔고 뻔뻔하게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송재이는 자동반사적으로 문예슬의 손을 뿌리쳤다.“이미 약속이 있어서, 미안해.”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힘주어 말하는 송재이의 말투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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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넌 온갖 방법으로 감추고 있어

송재이 역시 그 자리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그녀가 건물 1층으로 내려온 이유도 식사를 위해서였다. 다만 중간에 문예나라는 방해물이 등장해 불쾌한 일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금방 잊어버렸다.근처 식당으로 가 밥을 먹던 중 우연히 동료 두 명을 만났다.평소에 그다지 친하게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함께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하며 꽤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송재이의 기분은 문예슬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송재이와 헤어진 후, 문예슬은 직접 차를 몰고 남도 시내를 쭉 돌아다녔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는 못 돌아갈 것 같았다.지난번에도 설영준의 지사에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후로 다시 가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문예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민효연....민효연에게서 온 메시지를 받은 설영준은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아직 그 둘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건 아니었지만 설영준에게서 민효연은 이미 믿음을 잃은 지 오래였다.민효연이 또 무슨 일로 자신을 찾는지 설영준은 알 수 없었다.역시나 민효연에게서 온 메시지가 심상치 않았다.“설 대표, 재이 씨랑 헤어졌어? 남도로 출장 왔는데 재이 씨가 박윤찬 차에 타는 걸 봐서. 두 사람이 막 웃고 떠드는 게 엄청 친해 보이더라. 재이 씨는 남녀관계에 엄청 개방적인 편이신가 봐. 대표님이랑 박윤찬이 절친이라는 걸 뻔히 아는 사람이 두 사람 사이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왔다 갔다 하잖아. 내가 재이 씨를 너무 과소평가했나?”이 말은 마치 송재이에게 “줏대 없는 여자”라는 꼬리표를 직접 단 것과 다름없었다.설영준이 빠른 속도로 답장했다.“안 헤어졌습니다. 재이가 윤찬이 차에 탔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고요.”이 말의 숨겨진 뜻을 해석해 보자면 송재이는 아직 내 사람이니 민효연이 자신의 앞에서 그녀의 험담을 더 늘어놓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경고 중이었다.민효연은 지금 설영준이 송재이를 감싸주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설영준은 자신의 소유물을 항상 지나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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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이미 늦었어

그 순간, 문예슬에게서 메시지가 하나 더 날아왔다.“대표님, 사실 저도 다른 의도는 없어요. 우리에게는 설영준이라는 공공의 적이 있잖아요. 우리가 손을 잡아야 서로에게 제일 큰 이득을 줄 수 있다고요. 저는 지금 협박하는 게 아니라 협업만이 우리에게 최선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은 겁니다...”민효연은 뒤의 내용까지 읽어내릴 정신이 없었다.평생 누군가에게 협박당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민효연이었다. 하지만 이 문예슬은...민효연의 손이 절로 천천히 굽어들며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상대에게 약점을 잡혀버린 지금, 무턱대고 감정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내가 뭘 더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야?”민효연은 가까스로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문예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던 문예슬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민효연의 문자에 답장을 보내지는 않았다.문예슬은 그저 이런 식으로 민효연을 압박하고 싶었다. 둘의 관계에서 누가 갑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문예슬에게 이런 사진 있는 이상, 민효연은 절대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민효연은 문예슬에게서 아무런 답장을 받을 수 없었다.그녀도 문예슬의 의도를 알아챘다.하지만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듯한 기분은 정말이지 불쾌했다.민효연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몸을 뒤로 기대며 가늘게 실눈을 떴다.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만 한다.곰곰이 생각하던 민효연의 결론은 이러했다. 설영준을 증오하는 것은 맞지만 문예슬 같은 사람에게 휘둘릴 바에는 차라리 더 강력한 권력과 힘을 가진 사람에게 기대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사실 문예슬과 비교했을 때, 민효연은 설영준을 더 믿고 있었다.생각을 마친 그녀는 차키를 들고 곧장 설영준의 회사로 향했다.설영준도 민효연이 자신을 찾아온다는 소식에 조금은 놀랐다.하지만 직감적으로 중요한 일이 있을 것만 같았다.민효연이 일관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던 탓에 그녀는 설영준과 민효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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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양어머니

박윤찬이 돌아왔을 때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서로 대화가 아주 잘 통하는 송재이와 성수연의 모습을 발견했다.박윤찬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둘의 미소가 금세 사라졌다.그 모습에 박윤찬은 그 둘이 분명 자신의 얘기를 나누고 있었으리라 확신했다.박윤찬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내 얘길 하고 있었던 거라면 그냥 앞에서 하죠?”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하더니 성수연의 눈짓에 송재이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그제야 용기를 낸 송재이가 말했다.“사실 아주머니께서 윤찬 씨한테 물어보고 싶으셨던 게 있대요. 윤찬 씨랑랑 류지안 씨 다시 만날 가능성은 없는지 말이에요.”그 말에 잠시 놀란 박윤찬이 이내 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성수연은 지금 박윤찬의 결혼 문제가 급해 보였다.전에는 송재이를 며느리로 점찍어 두었지만 송재이에게서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류지안에게 관심을 돌렸다.박윤찬이 힘없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저랑 지안이는 이미 끝났다고...”박윤찬은 말하던 도중 성수연의 얼굴에 서서히 드러나는 자책과 슬픔의 감정을 발견했다. 또 저 표정이었다.박윤찬에게는 정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계산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이 식사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꽤 즐거운 편이었다.모두가 솔직한 얘기를 나눌 만큼 송재이나 박윤찬도 더는 서로를 신경 쓰지 않았다.성수연을 집까지 데려다준 후 박윤찬은 다시 차로 송재이까지 데려다주었다.돌아가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앞에 신호등이 나타나자 박윤찬은 무심코 송재이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우리 엄마는... 신경 쓰지 마요.”송재이 역시 함께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아주머니 귀여우신데요, 뭘.”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아마도 정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인연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 같았다. 성수연이 송재이를 좋게 보고 있는 것처럼 송재이도 성수연을 좋아하고 있었다. 둘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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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쟤도 너랑 똑같아

그녀의 교육방식은 생모와 완전히 달랐다.오서희는 설영준에게 상업적 능력을 더 강조해왔고 그가 가업을 이어받아 성공적인 사업가가 되길 원했다.시간이 지나며 설영준도 점차 성장했고 그러던 중 오서희의 다른 모습도 알게 되었다.오서희는 설씨 가문의 회사에 아주 강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싶어 했고 모든 결정적인 사안에 어떻게든 자신의 영향을 받게 하려 애썼다.설경철 역시 오서희의 영향 아래, 점차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업가도 변해가기 시작했다.회사는 그들의 손에서 점차 따뜻한 인간미를 잃어갔다.가족회의에서 설경철은 오서희의 몇 가지 결정들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규탄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오서희에게 어쩌면 전에 없던 위협으로 다가온 것일지도 모른다.그녀는 점점 더 적극적으로 설영준을 완전히 통제할 기회를 엿봤다.그러던 바로 그때, 설경철이 갑자기 설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공식적으로 설영준에게 넘기고 자신은 영국에 이민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돌발적인 결정으로 권력을 잃게 된 오서희는 마치 자신이 발붙일 곳을 빼앗긴 듯한 배신감에 휩싸였지만 그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녀에게는 친정에서 물려받은 유산이 남아있었지만 그동안 설씨 가문을 위해 열심히 일해온 자신이 이렇게 빈손으로 남겨졌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게 되었다.게다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자식도 낳지 못한 탓에 여생 동안 오서희의 부귀영화는 모두 설영준의 손에 달려있었다.박윤찬의 말을 다 들은 송재이는 오서희가 왜 처음부터 자신과 설영준의 관계를 반대해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오서희가 그토록 가문과 가문의 지위를 중요하게 여겼는지도 알게 되었다. 단지 명문 가문 때문이 아니라 설영준이 부와 능력을 겸비한 여자를 만나길 원했던 것이다.설씨 가문을 더 강하게 만들어줌으로써 자신의 안전도 보장될 수 있는 그런 가문 말이다.송재이가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서서히 많은 일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전에 경주에 있을 때, 둘은 서로 만나는 것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는 송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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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행운을 빌게

송재이의 눈빛이 은은하게 어두워졌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설영준의 고통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사람마다 다 저마다의 과거가 있기 마련이었고 다만 설영준의 이야기는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송재이는 사업계에서 맹활약하던 남자의 뒤에 숨겨진 어머니를 향한 갈망과 그리움, 가문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상상했다.“저도 알아요. 영준이도 계속 노력 중이라는 걸요.”송재이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약간의 결의가 섞여 있었다.“영준이가 원하는 건 단순히 성공한 사업가가 되는 게 아니에요.”박윤찬이 송재이를 슬쩍 바라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송재이가 남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똑똑한 여자라는 사실을 박윤찬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송재이도 설영준을 이해해줄 수 있다는 사실까지.“맞아요. 영준이는 항상 노력해왔어요.”박윤찬이 송재이의 말을 반복하며 마치 스스로에게도 용기를 불어넣어 주듯 말했다.차가 천천히 막혀있던 도로를 벗어났다.박윤찬의 기분도 도로 상황이 괜찮아짐에 따라 점점 가벼워졌다.곧이어 그는 송재이에게 관한 재미있는 일화들을 몇 가지 들려주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조금 더 유쾌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박윤찬은 대학 시절 설영준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사업 계획서를 준비하거나 함께 농구장에서 땀 흘리던 날들을 얘기해줬다.그 말을 열심히 듣고 있던 송재이의 눈에 흥미가 가득했다. 마치 젊은 시절의 열정 넘치고 에너지 넘치는 설영준을 엿보는 것만 같았다.“그때 영준이는 항상 에너지 넘치고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박윤찬이 과거를 떠올리며 약간의 그리움이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송재이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박윤찬의 말을 들으며 송재이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농구장에서 뛰고 있는 설영준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 젊고 활기찬 기운이 송재이에게 또 다른 따뜻함을 안겨주는 것만 같았다.“걘 항상 그랬죠. 무슨 일이든 언제나 직진만 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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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회중시계

집으로 들어온 송재이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그녀는 설영준을 위해 특별한 선물 하나를 준비하기로 했다.컴퓨터를 켜 한참이나 검색을 하던 송재이의 눈에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회중시계가 들어왔다.설영준이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었던 골동품 회중시계였다. 높은 위에 있는 회사의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설영준의 단순한 취향과 낮은 물욕 때문에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 하는 물건은 얼마 없었다.그런 설영준이 이 시계를 언급했다는 것은 이 물건이 분명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송재이는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그 시계를 주문했다....다음 날, 이른 아침에 일찍 일어난 송재이는 직접 회중시계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이른 아침의 햇볕은 따사로웠고 산들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왔다.지금 그녀는 매우 들떠있는 상태였다. 마치 이 세상이 자신을 위해 춤을 추고 있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드디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송재이가 도착한 곳은 작은 골동품 가게였다. 작은 가게 안에 역사의 숨결들이 가득 차 있었다.그 골동품 가게의 주인은 인자한 인상의 노인이었다. 그는 가게 안으로 들어선 송재이를 발견하고는 물었다.“회중시계 가지러 오신 분이죠?”송재이가 가게 주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노인은 진열장 안에서 정교하게 조각된 나무 상자를 꺼내 송재이에게 건네주었다.“이거 정말 귀한 회중시계예요. 전 주인이 성공한 사업가였거든요.”말을 하던 노인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송재이가 나무 상자를 열어보았다. 시계의 외관은 고풍스러우면서도 우아했다.시계 덮개에는 섬세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시곗줄은 순금으로 만들어져 딱 봐도 귀한 물건 같았다.송재이는 조심스레 시계를 어루만졌다. 마치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역사와 이야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이 시계에는 전설이 하나 깃들어 있죠.”노인이 갑자기 낮고 신비로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이 시계의 주인은 사랑을 위해 모든 재산과 지위를 포기했답니다. ‘사랑만 있다면 불가능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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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너랑 도재는 친구 사이 아니었나

브라운 호텔 15층의 프라이빗 룸.서지훈이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의 복잡한 거리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그의 마음은 소용돌이치듯 복잡했다.그는 오늘 이 만남이 회사를 구할 유일한 기회일 것임을 알고 있었다.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자 그는 급히 몸을 돌려 숨을 깊게 들이쉬며 최대한 침착하려 노력했다.“들어오세요.”서지훈이 말했다.문이 열리자 무표정의 설영준이 침착한 걸음으로 방 안에 들어섰다.설영준의 시선이 서지훈을 스쳐 그의 뒤에 서 있는 아들 서도재에게 머물렀다.서도재는 민망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형제간의 우정으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보려고 했다.“안녕하세요, 아저씨.”설영준은 서지훈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넸지만 서도재의 인사는 깔끔하게 무시해 버렸다.서지훈이 재빨리 다가가 설영준의 손을 잡아 그를 자리에 앉혔다.“영준아, 왔구나. 얼른 앉아라. 오늘 널 부른 건 도움을 좀 청하고 싶어서야.”설영준은 자리에 앉아 평온한 눈빛으로 서지훈을 바라보았다.“아저씨, 어려워하지 마시고 말씀하세요.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꼭 돕겠습니다.”서지훈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회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설명하기 시작했다.“영준아, 지금 알다시피 우리 회사가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자금줄도 막히고 몇몇 프로젝트로 중단된 상태야. 너희 회사는 요즘 잘 나간다며. 그래서 말인데...”설영준이 손을 들어 서지훈의 말을 끊었다.“아저씨, 제가 아저씨를 존경하는 건 맞지만 아저씨도 아시다시피 비즈니스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닙니다. 저희 회사 자금도 이미 다 정해진 것들이라 함부로 조정할 수는 없습니다.”서지훈의 표정이 변했다. 설영준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거절할 줄은 몰랐다.“영준아, 나도 지금 이런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게 민망해. 하지만 더 방법이 없단다. 너와 도진이는 친구잖니? 그걸 생각해서라도 좀 도와줄 수 없겠니...”설영준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아저씨, 저랑 도진이의 관계는 아저씨가 더 잘 아시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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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토론

서지훈의 눈에는 실망과 분노로 가득 찼다. 그는 서도재를 보며 점점 억누르기 힘든 화를 느꼈다.설영준의 거절과 현재 회사의 어려운 상황이 서도재의 과거 행동과 절대 떼어놓을 수 없음을 서지훈도 알고 있었다.“지금 이 꼴 좀 봐라! 다 그때 네가 했던 어리석은 짓 때문에 설영준이 우릴 완전히 돌아섰어. 지금 회사까지 이렇게 어려워졌잖니!”서지훈의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회의실의 정적을 와장창 깨뜨렸다.서도지의 표정이 변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지금 이때 화가 폭발해버릴 줄은 몰랐다.“아버지, 그건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저도 지금 열심히 다 보상하려고 노력 중이에요!”서도재가 애써 변명하려 했다.“보상? 네가 한다는 보상이 우리한테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켰는지 알아? 설영준이 사업계에서 어떤 사람인데, 네가 그런 사람의 여자를 건드린 거야!”서지훈의 분노가 점점 커지더니 그의 손가락이 몇 번이나 서도재의 이마에 닿았다.서도재의 낯빛이 창백해지더니 순간적으로 무력감을 느꼈다.“저도 잘못한 거 알아요. 하지만...”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지훈에 의해 가로막혔다.“하지만이 어디 있어! 네가 아무리 변명해봤자 네 무능함과 무지가 우릴 절망에 빠뜨린 거야! 이제 어떻게 할 거니? 단순히 사과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야 이게?”서지훈의 목소리를 거의 고함에 가까웠다.더 참을 수 없었던 서도재가 분노 어린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몸을 일으켰다.“아버지, 저도 잘못한 거 안다고요.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했잖아요!”“고칠 수 있어? 뭐로 고칠 건데? 네 그 무능이랑 분노로?”서지훈이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실망감만 가득한 눈빛으로 서도재를 바라보았다.“저는...”서도재의 말이 다시 한번 끊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 끊은 것이다.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하며 최대한 차분해지려 노력했다.“아버지, 지금 제가 뭐라고 해도 과거는 바꿀 수 없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기회를 한 번만 주세요. 제가 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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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말 하나가 많아졌다

설영준이 고개를 살짝 까딱였다. 그의 시선이 연지수의 몸에 떨어졌다.“네, 연지수 씨.”연지수의 얼굴이 발그레해지더니 심장이 쿵쿵 뛰었다.“설 대표님, 저... 저 계속하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요. 저 사실...”연지수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설영준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연지수 씨,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지는 알고 있습니다.”설영준의 목소리가 차가웠다.“하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감정에 관해 얘기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연지수 씨랑 서도진과의 관계도 대충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구해드리죠.”그 자리에 얼어붙은 연지수는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설영준을 바라보았다.연지수가 서도진에게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영준이 알고 있었던 걸까?그녀는 순간적으로 발가벗겨진 듯한 수치심이 들었다.연지수는 밀려드는 수치심과 민망함에 입술을 꽉 깨물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하지만 설영준은 그런 연지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금 전의 말을 다시 반복했다.“그러니까, 도와드리겠다는 말입니다.”연지수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지금 그녀는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설 대표님, 제... 제가 뭐라고 답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연지수의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설영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서워하지 마세요, 연지수 씨.”그저 간단한 말 한마디일 뿐이었지만 그 말에 연지수는 엄청난 안정감을 느꼈다. 설영준은 그녀가 오랫동안 꿈꿔온 남자였으니 말이다.그런 남자가 이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두려워 말라는 말을 해주고 있었다.어쩌면 서도진의 곁에서 받던 고통 때문에 작은 달콤함에도 홀라당 넘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망설이고 있던 연지수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매우 확고해 보였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설영준을 바라보며 결심한 듯 말했다.“네, 도와주세요.”설영준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말을 얻었다....설영준은 연지수를 이용해 서진 그룹에 대한 공격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었다.그렇다. 연지수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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