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71 - 챕터 480

704 챕터

제471화 계약 해지해요

하연은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60억이 걸린 일인데 별것도 아닌 일이라니 여정 씨 경제적으로 참 여유롭나 봐요?”여정은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 하연의 눈도 제대로 마주 보지 못했다.“사장님, 저...”하연은 여정의 말을 못 알아들은 척 여전히 여정 편을 들 것처럼 굴었다.“아무 말도 필요 없어요. 여정 씨는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인데, 제가 당연히 여정 씨를 지켜줘야죠. CCTV를 확인해서 만약 VERE의 신 대표가 정말 잘못했다면 제가 여정 씨 편 되어줄게요.”“최 사장님, 그게...”하연은 진작 여정의 속내를 꿰뚫어 보았기에 거리낌 없이 물었다.“왜요? 혹시 뭐 켕기는 구석이라도 있어요?”“아니요... 없어요.”“없다면 같이 CCTV 확인하러 가요.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죠.”여정은 하연이 계속 고집하자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어 마음이 혼란스러웠다.‘어떡하지? 어떡해야 하지?’“가요, 여정 씨.”하연의 재촉에 여정은 심호흡하고 마지못해 하연을 따라 감시실로 향했다.하지만 하연이 도착했을 때 하성이 이미 안에 있었다.“오빠, 행사 시작하지 않았어요? 왜 안 갔어요?”하성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여정을 바라봤다.하지만 여정은 그런 하성의 눈빛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하성을 본 순간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다급히 하성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선배도 마침 있었네요. 그 현장에 선배도 있었으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말해줘요.”하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빼버렸다.그 순간 여정은 표정이 굳어 버린 채 낮은 소리로 말했다.“선배, 왜 그래요?”그때 CCTV 화면을 흘긋 확인한 하연은 상황을 대충 눈치채고는 팔짱을 끼고 여정을 바라봤다.“여정 씨, 할 말 더 있어요?”여정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선배, 선배가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제 말 들어봐요.”하지만 하성은 여정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하연에게 말했다.“대기실 CCTV는 내가 이미 확인했어. 가흔은 아무 잘못 없어.”그 말이 떨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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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아름찬 위약금

“위약금?”여정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무슨 위약금이요? 우리 계약서에 그런 것도 있었어요?”여정의 말에 하연이 오히려 궁금했다.“여정 씨는 계약서에 사인할 때 읽어도 보지 않나 봐요?”그 말에 여정은 가슴이 철렁했다.정말 그랬으니까.계약을 체결할 때 오직 하성의 마음을 얻을 목적뿐이었으니 디테일한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었다. 심지어 계약서 내용을 보지도 않고 사인했었다.그런데...여정은 말없이 옷소매를 꽉 움켜잡으며 당황한 마음을 달랬다. 목걸이를 배상한 것도 아름찬데 위약금이라니?하지만 현재로서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위약금이 얼마인데요?”여정은 애써 덤덤한 척 물었지만 속은 이미 말이 아니었다.이에 하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사실대로 말했다.“지금 계약 해지한다면 계약서 내용에 따라 위약금 100억을 물어야 합니다. 물론 구체적인 금액은 내 기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그 말에 여정은 다리에 힘이 풀러 비틀거렸다.그 순간 여정이 든 생각은 오직 하나, 바로 이제 끝장이라는 거였다.“사장님, 저 좀 놔주세요. 제발.”여정은 분명 본인이 먼저 계약 해지를 꺼냈으면서 오히려 본인이 애원했다.마치 하연이 저를 괴롭히는 것처럼.“여정 씨, 계약 해지하겠다고 바락바락 소리치던 사람은 여정 씨 아니었어요? 우리 DS 그룹은 연예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항상 응원합니다. 만약 방금 전 발언이 후회되어 계약 해지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물론 여정 씨의 미래 발전에 대해 회사 측에서 새로운 계획을 세울 테지만.”여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하연의 말에 대답했다.“네, 해지 안 할게요. 방금 전에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계약 해지만은 하지 말아주세요.”하연은 팔짱을 낀 채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여정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네, 그래요. 그러면... 앞으로 연예계에서 연예활동을 금지시키는 거로 하죠.”‘연예활동을 금지’라는 말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여정을 내리쳤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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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개도 안 하겠네

여정은 정말 두려웠다.게다가 현 상황에 퇴로가 없었다.“정말 그렇게 할래요?”하연이 되묻자 여정은 하연이 자기 말에 동의했다고 생각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네, 이렇게 해주세요. 저한테 기회만 주신다면 소처럼 일할게요.”하연은 열심히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후회 안 할 수 있어요?”“안 해요. 절대 안 해요.”“그럼 생각 좀 해볼게요.”여정은 무거운 짐을 벗은 듯 마음이 후련해졌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하연이 떠난 뒤에야 여정은 몸에 힘이 빠졌다. 심지어 등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여정은 후회되는지 제 머리를 내리쳤다.‘그러게 애초에 왜 홀린 듯 DS 그룹에 합류해서는.’그래도 다행히 하연이 자신의 연예활동을 금지시키지만 않는다면 열심히 돈 벌어 이 지옥 같은 곳을 떠날 생각이었다.‘그때 다시 최하연한테 제대로 복수할 거야.’여정의 생각은 아주 완벽했다. 하지만 하연은 그런 여정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이튿날 바로 새로운 일을 배정해 주었다.그리고 새 일을 확인한 여정은 바로 불만을 토로했다.“뭐요? 지금 나더러 프런트 데스크에서 일하라고 했어요?”태훈은 프런트 직원들이 입는 유니폼을 여정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최 사장님 지시입니다.”“난 이 회사 연예인이라고요. 회사를 위해 큰돈을 벌어들일 시 있는데 프런트 직원이 말이 돼요? 이런 일을 누가 해요? 개도 안 하겠네. 난 안 해요. 최 사장님 만나게 해줘요.”태훈은 여전히 예의 바른 태도로 말했다.“안여정 씨, 사장님은 바쁘셔서 여정 씨와 만날 시간 없습니다. 그리고 프런트 직원으로 일하면 한 달에 120만은 벌 수 있습니다. 물론 연예인 대우만 못하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 데는 문제 없어요.”“120만 원으로 산다고요? 정 실장님 지금 장난해요? 내가 전 회사에서도 한 달에 몇억씩 벌었는데 120만 원으로 밥 한 끼도 못 사요.”태훈은 겉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만약 이 일자리가 싫으면 다른 일자리 배정해 드리죠. 회사 청소부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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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비아냥

말을 마친 태훈은 긴 다리를 내디디며 떠나버리며 풀이 죽은 채 서 있는 여정만 덩그러니 남겨 두었다.맨 위층 사무실.사무실 의자에 앉기 바쁘게 태훈이 들어오자 하연은 눈을 들어 한번 확인하고는 계속 서류를 처리했다.태훈은 그 모습을 보더니 앞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보고했다.“사장님,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하연은 펜을 들고 큼지막하게 서류에 사인을 하며 말했다.“우선 이렇게 하는 거로 해. 나머지는 안여정이 어떻게 하는가에 달렸지 뭐.”“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이윽고 태훈이 말을 잇지 못하자 하연은 펜을 멈칫하며 눈을 들었다.“무슨 일인데 그래?”이에 태훈은 대답하는 대신 질문했다.“사장님, 오늘 뉴스 봤습니까? LS 그룹이 정부와 체결한 부지 착공식이 보도됐는데...”하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임모연이 이렇게 빨리 움직였다고?’이제 고작 보름이 지났는데 벌써 성동 부지를 손에 넣고 착공에 들어갔다니.그 시각, B 시 뉴스에는 모두 이 건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다. 티브이 속 모연은 도급업자 신분으로 환하게 웃으며 착공식에 참석했다.시 영도들마저 이번 프로젝트를 중시하고 있었기에 테이프 커팅 이식에 직접 참석해 그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게다가 이제 막 일어선 신흥 그룹인 LS 그룹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DS 그룹의 이사들은 이 뉴스를 본 뒤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아침에 최 사장더러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라고 하니 그렇게 말을 안 듣고 무슨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다 하더니. 이제 봐요, 눈앞에 있던 고깃덩이를 남의 입에 넣어주게 생겼으니. 우리한테는 국물 한 모금도 안 차려지겠네.”“그러니까 부동산은 전망이 좋고 정부도 중요시하는 데다 밑질 리 없는 사업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렇게 좋은 기회를 이렇게 날리다니.”“애초에 우리 DS 그룹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으면 LS 그룹에 이렇게 좋은 일이 차려지지도 않았을 텐데. LS 그룹이 어디 우리와 비교할 감량이 되기나 해요?”“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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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눈 앞에서 잃은 기회

“하지만 이렇게 좋은 프로젝트를 놓쳤다는 게 너무 아쉽네요.”그때 누군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재산 싹싹 끌어다 투자하는 건데. 그러면 아주 크게 벌었을 텐데 말입니다.”“...”호현욱은 싱긋 웃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난 역시 안목이 있다니까.’이제 공사가 시작되었으니 다음 달이면 새로운 건물이 개장될 거고, 그러면 돈을 끌어 모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누가 왔는지 보세요.”그때 누군가 갑자기 말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시선을 모두 오른쪽으로 돌렸다.“이게 누굽니까? 최 사장님 아닙니까? 자, 우리 모두 최 사장님과 얘기나 나눕시다.”그중 한 이사의 제의에 다른 이사들도 맞장구치며 뒤를 따랐다.“최 사장님.”하연은 저를 부르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그랬더니 회사 이사진이 무리 지어 저에게로 오고 있었다.“무슨 일이죠?”맨 앞에 선 정태권, 정 이사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요즘 뉴스는 보셨습니까? 성동 프로젝트가 착공되었다는 걸 이미 아셨겠죠?”상대의 의도를 파악한 순간 하연의 눈빛은 한층 어두워졌다.“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아쉽게도 DS 그룹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정태권은 그것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었다.“DS 그룹이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지 않은 게 모두 최 사장님이 극구 반대한 탓 아니겠습니까? 이제 눈앞에 있던 고깃덩이를 다른 사람이 채갔는데, 최 사장님 리더십이 심히 의심되네요.”“내 말이! 우리가 만약 애초에 성동 프로젝트에 뛰어들면 LS 그룹이 이렇게 단번에 주목받을 일도 없었겠죠.”“사장님이 말씀하신 위 미디어는 전혀 차도가 보이지 않던데, 엔터 쪽에도 내세울 사람이라곤 최하성 밖에 더 잇나요?”“그러니까 진작 말씀드렸잖습니까. 우리 회사는 그런 쪽에 서툴러 차라리 부동산에 뛰어들자고. 그랬으면 진작 돈방석에 앉았을 거 아닙니까?”“...”이사들이 한마디씩 보태며 하연을 몰아세우자 뒤에서 듣고 있던 호현욱은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됐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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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절대 질 수 없는 싸움

사람들의 기대에 찬 눈빛을 받으며 상혁은 끝내 입을 열었다.“사실 뭐 하나 궁금해서요. 여기 계신 분들 모두 DS 그룹 이사와 주주님들 맞으시죠?”“물론이죠.”“DS 그룹의 이익이 곧 여러분이 연말에 받게 될 배당금과 관련이 있는데 왜 다들 최 사장님을 곤란하게 하지 못해 안달입니까?”그 말에 사람들은 난감해서 바로 되물었다.“왜 그런 말을 하죠?”“최 사장님은 DS 그룹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이데, 여러분은 그걸 보지 못하고 오히려 깎아내리고 헐뜯으려 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저기 붙어 본인에게 유리한 것만 챙기려 하는 것으로 보이거든요.”그 말에 이사진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때 정태권이 얼굴을 붉히며 상혁에게 따져 물었다.“부 대표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는 모두 DS 그룹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 사장이 전에 우리 의견을 듣고 성동 부지를 사들였다면 우리 회사 주식은 분명 단번에 뛰어오를 거고, 그 프로젝트로 얻을 이익도 기대 이상이었을 겁니다.”“심지어 명예와 실리를 모두 챙길 기회였을 거라고요.”“...”상혁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세 글자를 내뱉었다.“아니요.”그 말에 이사들은 펄쩍 뛰었다.“부 대표님, 지금 본인이 무슨 발언을 하는지 알고 있습니까?”상혁은 싱긋 웃었다.“물론이죠! 성동 프로젝트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좋지 않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한 달 뒤에 어떻게 되나 지켜보시죠.”상혁은 그 말만 남긴 뒤 말없이 하연의 손을 잡고 힘을 주었다.“하연아, 가자.”“네.”하연은 고분고분 상혁을 따라 나란히 떠나갔다.두 사람이 떠난 뒤 몇몇 이사들은 다급히 호현욱을 둘러쌌다.“호 이사님, 방금 부 대표님 말이 무슨 뜻입니까?”“한 달 뒤면 알게 될 거라니? 혹시 성동 프로젝트에 무슨 문제라도 있단 말입니까?”“부상혁이 누구입니까? FL 그룹 대표라고요. 물론 B시에 오래 정착한 건 아니지만 F국에 있는 BN 그룹은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회사잖아요. 그런 사람이니 내막을 알고 있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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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성동 프로젝트의 문제점

“상혁 오빠, 제가 만약 애초에 성동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지금 상황이 이렇게 어렵지 않았을까요?”상혁은 옆을 흘긋거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왜? 너조차도 자기를 의심하는 거야?”“네, 이사진 말이 맞는 것 같아요.”“신심을 가져. 성동 프로젝트는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쉬운 사업이 아니야.”그 말에 하연은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방금 전 상혁이 이사진 앞에서 한 말과 지금 한 말을 종합해 보더니 상혁 앞으로 얼굴을 불쑥 내밀고 눈을 깜빡거렸다.“상혁 오빠, 뭐 내막 같은 거 알고 있죠?”상혁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하연을 바라봤다. 하연의 맑은 눈동자는 오롯이 그를 담고 있었다.“내막 같은 거 없어. 그냥 직감이야. 처음에 부지를 사들이고 착공하기까지 너무 빨리 진행되는 것 같아서. 마치 가속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정상적인 프로젝트는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승인받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거든. 그런데 왜 성동 프로젝트만 이렇게 빨리 진행될까?”그 말에 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고이어 깊은 고민에 빠진 하연을 보자 상혁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하연의 관심을 끌었다.“됐어, 생각하지 마. 시간이 답을 줄 거야.”“하긴, 맞아요.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 가요?”상혁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야.”말을 마친 상혁은 액셀을 밟으며 고속도로를 지나 본인의 별장으로 향했다.그러다 차가 천천히 멈춰서자 하연은 그제야 놀란 듯 물었다.“여긴 오빠 집이잖아요? 여기엔 왜 왔어요?”“밥 먹으러.”“?”상혁은 하연의 앞으로 다가와 하연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 가사도우미 장숙희는 하연을 보자 모두 깍듯이 인사했다.“대표님, 아가씨, 오셨어요?”“이모님, 준비하라는 건 준비했죠?”장숙희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물론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 주방에 있어요.”“고생했어요. 오늘은 이만 퇴근하세요.”장숙희는 하연과 상혁을 번갈아 보더니 난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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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대단한 요리 실력

상혁은 갈고 닦은 요리 솜씨를 발휘하여 고작 1시간 내에 요리 네 가지와 국 한 가지를 뚝딱 준비했다.“킹크랩찜, 마늘 당면 가리비찜, 전복죽, 갈비찜, 채소볶음, 그리고 해물탕...”하연은 메뉴명을 하나하나 읊으며 감탄했다.“상혁 오빠, 너무 대단해요. 다 제가 좋아하는 것만 준비했네요.”상혁은 환한 미소를 짓는 하연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앞으로 다가가 하연의 손을 잡았다.“얼른 가서 손 씻고 와.”하연은 종종걸음으로 화장실에 달려가 손을 씻은 뒤 주방에서 식기를 챙겨와 테이블에 가지런히 내려놓았다.곧이어 상혁이 의자를 빼내 주자 두 사람은 식탁 앞에 마주 앉았다.“얼른 먹어 봐, 입에 맞아?”하연은 젓가락으로 음식 하나를 집어먹더니 연신 칭찬했다.“너무 맛있어요.”“맛있으면 많이 먹어.”상혁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짚어 주자 하연은 다급히 막았다.“안 돼요. 이런 건 사진으로 기록해야 한다고요.”말을 마친 하연은 얼른 거실로 뛰어가 핸드폰을 챙겨오더니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댔다.“아름다운 순간은 기록해야 해요!”하연은 중얼거리며 JJ 그룹에서 만든 어플을 열었다.“지난번에 주 회장님이 그러셨거든요. JJ 그룹 계정으로 일상생활을 공유하라고, 이걸 올리면 딱 좋을 것 같아요.”그 말에 상혁도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너 아이디가 뭐야? 구독할게.”“핸드폰 번호로 검색하면 돼요.”“응.”상혁은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곧바로 하연의 전화번호를 입력해 검색하고는 하연의 계정이 나타나자 클릭하여 구독했다.한편 글을 작성한 하연은 사진과 음악을 추가하여 게시물을 올렸다.“됐어요, 이제 먹어요.”모든 걸 마친 뒤에야 하연은 핸드폰을 옆에 두고 열심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오늘 저녁 하연은 오랜만에 느끼는 온정에 어느 때보다도 기쁘게 식사했다.그동안 계속 밖에 있으며 집에서 할아버지와 가족과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또 매번 혼자 챙겨 먹으며 대충 먹었으니 오늘 한 끼가 어느 때보다 소중했다.“오빠가 한 음식 앞으로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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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익숙한 곳

너무 익숙하다 못해 어디서 봤던 느낌이 들어 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어디서 봤지?’그 말에 상혁은 싱긋 웃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 별장은 상혁이 3년 전 구매한 건데, 하연과 서준이 결혼하여 B시에서 살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구매한 거다.그리고 꼬박 2년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지만 그 뒤로 지금까지 계속 비워 두었다. 그러다가 회사를 B시로 이전하고 FL 그룹을 설립한 뒤 이곳에 정착했다.“아마도 인테리어가 다 거기서 거기라 그럴 거야.”상혁의 애매모호한 대답에 하연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그런가 보죠.”자리에 앉은 뒤, 상혁은 와인잔에 붉은색 와인을 반쯤 채워 하연에게 건넸다.“마셔봐.”하연은 술 한 모금 마신 뒤 먼 곳을 응시했다.“오늘 밤하늘 예쁘네요. 별도 있고 달도 있고. 이렇게 밤하늘을 구경한 지도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밤하늘 아래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다는 현실에 하연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예전에 학교 다닐 때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 그리고 상혁 오빠까지 이렇게 우리 넷이 학교 운동장에서 별구경 했었잖아요. 벌써 몇 년이 흘렀는데 꼭 어제 일 같아요.”상혁은 하연의 시선을 따라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벌써 십몇 년 전 일이네.”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히 세어봤다.“14년 전 일이에요. 그때 제가 중학교 1학년이었고 상혁 오빠와 우리 둘째 오빠, 셋째 오빠가 중학교 3학년이었으니...”이윽고 싱긋 웃었다.“그때 오빠를 좋아한 여자애들만 해도 수두룩했는데, 매번 선물에 연애편지에 난리도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오빠는 매번 관심이 없는 것처럼 연애편지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었죠...”“좋아하지도 않는데 편지를 왜 받아줘? 차라리 빨리 포기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지.”하연은 상혁의 말에 크게 웃었다.“그래도 너무 직설적인 거 아니에요? 그런데 뭐 그때 우리는 아직 어렸으니 사랑에 대해 잘 모를 때였죠.”하연은 와인을 마시며 천천히 음미했다. 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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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소년시절

“최하연 얼른 일어나. 오늘 입학 첫날인데 지각하면 안 되지.”침실 밖에서 하경이 가방을 메고 하연 방문을 두드리며 재촉 해댔지만 방금 전까지 꿈나라에 있던 하연은 겨우 잠에서 깨 좀처럼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심지어 이불을 머리끝까지 잡아당기며 귀찮은 듯 웅얼거렸다.“알았어요.”하지만 기다리다 못한 하경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얼른 가사 도우미한테 몇 마디 당부하고는 학교로 떠나버렸다.결국 가사 도우미의 재촉에 울며 겨자 먹기로 깨어난 하연은 개학 첫날부터 지각하고 말았다.“최하연이랬지? 개학 첫날부터 지각이라니, 벌로 계단 청소 깨끗하게 해놔!”선생님의 꾸중을 들은 하연은 마지못해 빗자루를 들고 복도로 향했다. 그렇게 한창 청소하고 있을 때 하경이 언제 나타났는지 계단 손잡이를 잡은 채로 불 난 집에 부채질 해댔다.“그러게 내가 몇 번을 깨울 때 깨어났어야지. 계속 안 깨어나더니 지각했잖아.”하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빗자루로 하경의 발 옆을 마구 쓸어댔다.“비켜요. 청소해야 하니까.”“제대로 쓸어. 선생님이 이따 검사하러 오실 거니까.”하영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하연을 놀려댔다.그 태도에 화가 난 하연은 콧방귀 뀌며 하경의 팔을 잡아당겼다.“비켜요.”“네가 쫓은 거야? 난 또 좋은 마음에 도와주려 했더니...”“필요 없거든요, 얼른 가요. 오빠 얼굴 보고 싶지 않으니까.”하연이 팔짱을 끼며 화난 듯 말했다.그때 하경의 뒤에서 상혁이 나타나더니 하경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도와주자, 혼자 다 못해. 이거 다 하려면 언제 끝날지 몰라.”하연은 그 말에 너무 감동해 하경을 향해 혀를 날름거렸다.“봤죠? 역시 상혁 오빠가 최고예요! 오빠는 맨날 나 괴롭히기만 하고.”“내가 언제 너 괴롭혔다고 그래? 상혁은 내가 불렀거든, 너 도와주려고. 어디서 고마운 줄도 모르고.”하경이 어이없다는 듯 반박했지만 하연은 믿지 않고 상혁을 바라봤다.“상혁 오빠 고마워요.”상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하연이 건네는 빗자루를 건네받았다.“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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