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Chapter 481 - Chapter 490

704 Chapters

제481화 구세주

“아니, 우리 중3이야. 이제 곧 이제 곧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데 시간 내서 공부해야지.”“이게 고작 몇 분이나 걸린다고.”상혁은 눈꺼풀을 들어 하경을 바라보더니 이내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 말을 이었다.“이제 다 된 것 같으니 우리도 돌아가자.”“...”이날 처음 지각하고 벌칙을 받은 하연은 그 뒤로는 한 번도 지각한 적 없었다.심지어 하경과 내기라도 하듯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하경보다 반 시간 더 일찍 일어났다.그리고 그날도 하연은 일찍 일어나 운전기사의 차에 앉아 학교 앞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하연의 눈에 같은 반 친구인 유대진이 들어왔다. 대진은 전형적인 공붓벌레고 학습에 매우 적극적이었으며 하연과 함께 공부에 관한 토론을 하기 즐겼다.때문에 하연을 보자마자 대진은 바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하연, 어제 수학쌤이 낸 숙제 다 풀었어? 마지막 몇 문제 답이 몇이야? 우리 맞춰보자.”“수학 어제 숙제 있었어?”“응. 교재 98페이지 문제 풀어오라고 했잖아. 꽤 어렵던데, 설마 안 했어?”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소식에 하연은 멍해졌다. 사실 하연은 이 사실을 진작 잊었다.“당... 당연히 했지.”“했다니 다행이네, 쌤이 수업시간에 검사한다고 했거든.”하연은 순간 사색이 되어버렸다. 수학쌤은 학생들 사이에서 호랑이쌤으로 통하는데, 숙제를 해오지 않으면 손바닥을 때리곤 했다.때문에 반 학생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무서워했다.하연은 그동안 성적이 우수해 한 번도 벌을 받지 않았었는데, 오늘 숙제를 하지 않은 걸 발각되면 그동안 쌓은 이미지가 무산되는 건 당연했다.‘그럼 앞으로 반에서 어떻게 지내?’“저기... 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나서 그러는데 너 먼저 들어갈래?”대진을 돌려보낸 하연은 당황한 마음을 안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다가 결국 골목길에 들어가 다급히 책을 펼치고 열심히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난이도가 있는 문제를 단번에 푸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하연은 혼란에 빠진 채 펜 끝을 이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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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친구보다 여동생

하연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1학년은 하교 시간이 3학년보다 빠르기에 하연은 진작 교문 앞에서 기다리며 학교에서 나오는 사람을 이리저리 살폈다.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경, 하성 그리고 상혁 세 명이 자전거를 타고 나오는 걸 발견했다. 하연을 보자 하경이 맨 먼저 인사했다.“하연, 너 이 자식 오빠들 기다려서 집에 같이 가는 거 처음이네.”그때 하성이 끼어들었다.“그런데 어쩌나? 우리 피시방에 가서 놀기로 했는데. 너 먼저 기사 아저씨랑 집에 가.”하연의 시선은 뒤에 서 있는 상혁에게 향했다.“누가 오빠들 기다린댔어? 상혁 오빠, 우리 가요!”하경과 하성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아니, 하연아, 너 설마 상혁이 기다린 거야?”“네, 아침에 상혁 오빠가 큰 도움을 줘서 제대로 보답하려고요. 다른 일 없으면 우린 이만 갈게요.”그때 하경이 상혁을 바라보며 경고를 날렸다.“부상혁, 너 오늘 우리랑 PC방 가기로 했잖아.”“맞아, 우리 아직 게임 다 못 했어.”하성도 맞장구쳤다. 두 사람한테는 게임이 무엇보다 대단하기에 상혁도 저들과 같다고 생각했다.때문에 하경은 아예 나서서 상혁 대신 거절했다.“상혁은 오늘 못 가. 나중에 다시 약속 잡아.”“아니야, 하연아, 우리 가자.”상혁의 말에 하성과 하경은 어안이 벙벙했다.“야, 우리 게임하기로 했잖아.”“우리 중3이야, 게임은 좀 줄일 필요 있어. 시험 준비 잘해야지.”하경과 하성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투덜거렸다.‘분명 본인이 맨 처음에 우리 둘 꼬드겼으면서 이렇게 갑자기 변한다고?’그에 반해 하연은 활짝 웃었다.“역시 상혁 오빠밖에 없어요, 우리 가요. 제가 아이스크림 살게요.”점점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던 하성은 갑자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그런데 상혁 저 자식 우리보다 하연이를 더 좋아하는 것 같지 않냐?”하경은 그 말에 눈을 가늘게 접으며 멀리 떠난 두 사람을 빤히 바라봤다.“좋아하는 사람 생겼다고 우정은 버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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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아이스크림

하연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알바생을 불러 아이스크림 세트 두 개를 주문했다.“얼른 먹어봐요. 이건 딸기 맛, 이건 바닐라 맛, 이건 초콜릿 맛이예요.”상혁은 하연의 기대에 찬 눈빛을 받으며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어때요? 맛있죠?”“응. 괜찮네.”그 말에 하연은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오빠도 좋아할 줄 알았어요.”상혁은 또 한 숟갈 더 먹어보더니 감탄했다.“맛있어. 네가 좋아할 만하네.”“그렇죠? 이 집 아이스크림은 맛도 좋고 광고 문구도 아주 좋아요.”하연은 말하면서 아이스크림 상자를 들어 위에 찍힌 광고 문구를 보여주었다.“자동차에 롤스로이스가 있다면 아이스크림에는 하겐다즈가 있다.”“그리고 이것도요. 매 순간 네가 있고, 매 순간 사랑이 있다. 항상 무심코 너에게 세심한 배려를 주다.”“사랑하는 그녀에게 하겐다즈를.”“...”하연은 아이스크림 통에 있는 광고 문구를 하나하나 확인했다.“이것 봐요. 이 아이디어도 정말 기막히지 않아요?하연은 자기가 할 말에만 집중하느라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 박스를 빤히 보고 있는 상혁을 발견하지 못했다.그 박스에는 방금 하연이 읽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사랑하는 그녀에게 하겐다즈를.”그날 저녁 상혁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전제품 가게 직원에게 명령했다.“2층 침실로 옮겨주세요.”조진숙은 주방 쪽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내려왔다가 새로 산 냉장고를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아들, 왜 갑자기 냉장고를 샀어?”“물건 넣으려고요.”그 말에 조진숙은 더욱 의아해졌다.“집에 냉장고 있잖아. 이건 뭘 넣을 건데?”그제야 상혁은 매장에서 가져온 아이스크림 몇 상자를 가리켰다.“저기, 아이스크림이요.”조진숙은 너무 놀라 의아한 듯 물었다.“너 단 음식 안 좋아하잖아? 아이스크림은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이 샀어?”‘그것도 몇 상자씩이나. 이걸 언제 다 먹는담?’상혁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오늘 맛봤는데 괜찮더라고요. 어머니도 맛 좀 볼래요?”“아니야, 엄마는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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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수학 올림피아드

상혁은 눈을 들어 하경과 하성을 바라보더니 조금도 숨김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응. 하연이 분명 너희랑 같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즘 성적이 좀 떨어져서 할아버지가 집에서 공부하라고 했거든. 당분간 올 수 없어.”“아, 무슨 과목인데?”“수학 올림피아드.”“...”다음날, 잔뜩 풀이 죽어 학원에 도착한 하연은 불만스러운 듯 투덜거렸다.“수학 올림피아드 너무 바쁜데 안 하면 안 되나?”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하연은 제 자리에 앉은 상혁을 발견했다. 이에 너무 놀란 하연은 믿기지 않아 연신 눈을 비볐다.“상혁 오빠? 여긴 어쩐 일이에요?”상혁은 눈꺼풀을 들어 하연을 바라봤다.“수학올림피아드는 중간고사 때 가산점이 붙어. 우리 어머니도 그래서 학원 끊어줬거든.”하연은 상혁의 말에 깨고소해했다.“난 또 나 혼자만 강요당한 줄 알았는데, 이모도 오빠를 강요했네요.”“응, 같은 처지야.”“그런데 이거 너무 바빠요.”하연은 수학올림피아드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 울고 싶었다.상혁은 그런 하연을 보며 못 말린다는 듯 웃더니 책을 펼쳤다.“나 중1 문제는 할 줄 아는데, 내가 설명해 줄까? 방금 네가 푸는 거 지켜봤는데 이 문제 풀이 과정이 틀렸어. 이건 우선 문제부터 잘 봐야 해...”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알고 있던 하연은 상혁의 설명을 듣고 난 뒤 머리가 탁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상혁 오빠, 오빠가 설명하면 바로 알겠는데 쌤이 설명하는 건 하나도 모르겠어요. 오빠가 쌤보다 더 대단한 것 같아요. 앞으로 오빠가 저 가르쳐주면 안 되나요?”하연은 마치 아기 고양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혁을 바라봤다.“그래.”이윽고 들려오는 짤막한 한마디에 하연은 활짝 웃었고, 순간 수학올림피아드가 그렇게 싫지 않았다.그 뒤로 상혁은 하연과 함께 반 학기 동안 수학올림피아드를 다녔고, 그 덕에 하연은 중학교 1학년 조에서 금상을 수상했다.트로피를 받은 순간까지 하연은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상혁 오빠, 이거 다 오빠 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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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역시 상혁 오빠밖에 없어요

이제 막 정신이 든 하연은 상혁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흑흑, 상혁 오빠, 저 이제 죽는 거예요?”상혁은 다급히 앞으로 다가가 하연의 어깨를 꼭 껴안아 주며 위로했다.“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죽는다니.”“그런데 저 피 엄청 많이 흘렸어요. 바지도 침대 시트도 온통 피범벅이에요...”상혁은 그 말에 감전이라도 돈 듯 흠칫 떨더니 귀까지 빨개져서는 모기 소리로 말했다.“뭐라고?”“상혁 오빠, 어떡해요? 저 죽고 싶지 않아요. 흑흑...”하연이 더 큰 소리로 울자 상혁은 얼른 하연의 입을 막았다.“바보, 너 안 죽어. 내 말 듣고 여기서 기다려.”하연은 그제야 울음을 멈추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상혁을 바라봤다.“오빠 어디 가요?”“얌전히 기다려.”상혁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이 말만 남기고 떠났다.덩그러니 혼자 남은 하연이 어리둥절해 있을 때 보건쌤 강지은이 들어오며 물었다.“쓰러졌다며? 어떻게 된 거야?”“흑흑, 쌤, 저 죽는 거예요?”“뭐? 무슨 상황이야?”하연은 자초지종을 모두 말했고, 그걸 들은 지은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하연을 위로했다.“괜찮아. 여자가 나이가 되면 나타나는 생리 반응이야. 네가 이제 컸다는 증거야.”의사의 말에 상황을 알아차린 하연은 너무 난처했다.그런데 마침 그때, 상혁이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와서는 헐떡이면서 비닐 주머니를 건넸다.“얼른 화장실에 가서 갈아입어.”하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화장실로 달려가 옷을 갈아입은 뒤 꾸물대며 밖으로 나왔다.그에 반해 상혁은 오히려 아무 일 없는 듯 흑설탕과 생강을 끓인 물을 하연에게 건넸다.“이거 마셔, 배 아플 때 통증 완화에 좋아.”“...”“상혁 오빠, 이런 건 어떻게 이렇게 많이 알아요?”상혁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간단하게 당부했다.“앞으로 특별한 날에는 보온에 주의해. 수시로 흑설탕물 준비해 두고 찬물에 몸 닿지 않게 하고, 격렬한 운동 하지 말고 찬 음식 먹지 말고...”상혁은 주절주절 길게 말했지만 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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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특별한 날

하경이 말하면서 당장이라도 가정의에게 전화하려고 하자, 보다 못한 상혁이 얼른 전화를 뺏으며 설명했다.“여자애들 매달 겪는 특별한 날이야. 제발 좀 그만 캐물어.”그 말에 하경은 머쓱한 듯 눈을 껌뻑거렸다. 생물 수업에서 이미 여성의 생리 현상에 관한 지식을 하경과 하성 모두 어느 정도 배웠기에 잘 알고 있다.그제야 상혁이 말한 ‘특별한 날’이 뭔지 알아챈 하경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놀랐잖아. 난 또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지. 너 앞으로 몸조심해. 우리 걱정하게 하지 말고.”하성 역시 헛기침을 하며 어색함을 애써 감추었다.“괜찮다니 다행이네. 하지만...”이윽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너 왜 그렇게 저질 체력이야? 평소 운동 많이 해야겠어.”“알았어요.”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평소 숨쉬기 운동밖에 안 하던 애가 무슨 용기로 800미터 달리기에 지원했어? 완주할 수나 있겠어?”하연은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고 이내 반박했다.“오빠, 그게 무슨 뜻이에요? 누가 800미터도 완주하지 못한대요? 완주하는 건 기본이고 제가 이번에 메달도 딸게요. 두고 봐요!”“그래? 못 믿겠는데? 네가 만약 완주하면 네 이번 학기 간식은 내가 책임질게.”그 말을 들은 순간 하연은 승부욕이 활활 타올랐다.“약속했어요? 후회하지 마요.”“후회라니, 그럴 리 없어. 하지만...”하성은 의미심장하게 말머리를 돌렸다.“만약 완주 못 하면 나 게임기 세트 사줘. 최고 사양으로다가.”“오케이, 약속했어요!”하연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그 모습을 본 하경이 다급히 하성의 팔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귀띔했다.“너 그만해. 쟤가 어릴 때부터 운동은 젬병이었잖아. 이번에도 참여에 중점을 둘 텐데 왜 그래?”그건 하성도 알고 있다.“나도 다 생각 있어. 하연이 운동 열심히 해서 체력을 키우라고 그러는 거잖아.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그래, 네 말 기억해.”하성은 뒤돌아 하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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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800미터 달리기

800미터 달리기는 곧바로 시작되었다.800미터는 그나마 장거리 종목에 속하기에 하연은 총소리가 울린 직후부터 계속 3등을 유지했다. 하지만 약 두 바퀴쯤 돌았을 때부터 체력이 달려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그때, 상혁이 언제 나타났는지 불쑥 나타나 라인 밖에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하연아, 호흡 가다듬고 세 걸음에 한 번씩 호흡해.”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하연은 무의식적으로 페이스를 조절하며 점차 속도를 끌어올렸다.그 덕에 막판 스퍼트에 3등이라는 성적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헉헉헉... 안 되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조금만 휴식할게요. 저 잠깐 누워 있을게요.”하연은 말하면서 운동장에 드러누우려 했지만 다음 순간 상혁이 하연의 팔을 잡아당겼다.“이제 막 달리자마자 앉으면 안 좋아. 내가 부축할 테니 천천히 걷다가 페이스 돌아오면 앉아서 휴식해.”“싫어요, 너무 힘들어요.”“안돼. 괜찮아, 천천히 걸을게.”상혁은 하연을 부탁한 채로 천천히 걸으며 하연을 도와줬다. 그때 하경과 하성이 달려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어때? 하연아, 괜찮아?”하성을 보자 하연은 바로 회복이라도 한 듯 우쭐댔다.“오빠, 저 3등이에요. 우리 내기 잊지 않았죠?”하성은 싱긋 웃으며 흔쾌히 대답했다.“잘하던데. 완주에 등수까지. 좋아. 이번 학기 간식은 내가 책임질게.”“약속했어요? 저 엄청 많이 먹을 거예요.”“그래.”하연은 얼른 몸을 돌려 상혁을 바라봤다.“오빠 뭐 먹을래요? 하성 오빠가 쏜다고 하니 마음대로 시켜요. 상혁 오빠가 같이 달아준 덕에 저 끝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이제 괜찮아졌어?”상혁이 걱정스레 물었다.“네, 이제 괜찮아요.”“그럼 됐어.”“...”그 일이 있은 뒤 시간은 또 빠르게 흘러 하성, 하경과 사혁은 중간고사를 치르고 고등학교로 진학했다.한편 하연도 2학년 생활을 맞이지만 물리에 도저히 흥미를 가질 수 없어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하경 오빠, 물리 너무 어려워요. 배우고 싶지 않은데 안 배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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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물리 실험실

주말.자전거를 타고 최씨 저택에 도착한 상혁은 최동신을 보자마자 예의 있게 인사했다.“할아버지, 잘 지내셨어요?”최동신은 상혁을 보자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상혁이구나. 하성과 하경이 찾아왔어? 그 두 녀석은 집에 없어, 아침 일찍 나갔거든.”“괜찮아요, 저 오늘 하연이 찾아온 거예요.”그 말에 최동신은 알겠다는 듯 싱긋 웃었다.“그럼 내가 하연이 불러오라고 하마.”이윽고 가사도우미를 물러 왔다.“가서 하연이 좀 불러오게. 상혁이 왔으니 얼른 내려오라고.”“괜찮아요, 할아버지, 저 여기서 기다리면 돼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계단 입구에서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하연이 총총걸음으로 달려 내려왔다.“상혁 오빠, 왔어요?”“응.”상혁은 간단히 대답하고 최동신을 바라봤다.“할아버지, 우리 이만 나가볼게요.”“그래, 가 봐.”최동신의 답변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고, 하연은 바로 의아한 듯 물었다.“오빠, 우리 어디 가요? 뭔데 그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해요?”“아직은 말 안 할게. 이따가 알게 될 거야.”“아, 알았어요.”“뒤에 앉아.”자전거에 앉자마자 진지하게 건네는 초대에 하연은 조금도 망설이지 상혁의 뒤에 앉았다. 하연이 제대로 앉은 걸 확인하자 상혁은 바로 페달을 밟으며 출발했다.목적지에 도착했음에도 하연은 여전히 의아했다.“상혁 오빠, 여기 어디에요?”상혁은 얼른 하연의 팔을 잡고 안으로 끌었다.“자, 들어가 보자.”두 사람이 들어선 방 안에는 물리 실험 기구들이 가득 놓여 있다. 처음 보는 신기한 기구들은 단번에 하연의 흥미를 끌었다.“상혁 오빠, 이게 뭐예요?”“그건 볼록렌즈와 오목렌즈야.”“신기하네요. 그럼 저건요?”“저건 저항상자, 옆에 있는 건 발파 저항측정기와 전류 측정기.”“...”물리 실험을 하자 하연은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이것저것 물었다.그런 하연의 질문에 상혁은 인내심 있게 설명하며 실험실 반대편으로 거어갔다.그러다 목적지에 도달한 상혁은 걸음을 멈추고 하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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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좋아하는 일

하연은 본인이 확실하게 인정한 일에 대해서는 집요한 사람이었는데 물리 실험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부터 물리학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었다.그 덕에 하연의 물리 성적은 중학교 졸업 때까지 매우 좋았다.게다가 그동안 다닌 학교가 귀족학교인 만큼 커리큘럼이 풍부해 문화 수업뿐만 아니라 직업 관련 수업도 일부 섞여 있었다.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하연은 집안의 배정에 따라 미리 MBA 교육을 받았고 고1 때부터 경영학 수업을 접했다.사춘기 아이들은 어느 정도 반항기가 있다고 하는데 하연은 반항기가 좀 늦게 왔다.“할아버지, 저 경영학 배우기 싫어요, 앞으로 회사 일에도 큰 관심이 없을 거예요.”“제발요. 이제 더 이상 배우지 않으면 안 돼요? 집안에 큰오빠도 있잖아요.”하연은 할아버지에게 애원하며 말했다.최동신은 평소에 하연을 총애했지만, 이 일에서는 시종일관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다.“안돼.”“왜요, 할아버지?”“경영 수업 열심히 받아, 모르는 거 있으면 큰오빠한테 물어봐.”“싫어요, 저 정말 관심이 없어요.”“그럼 말해봐, 넌 대체 어디에 관심이 있는 거야?”“...”하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비록 할아버지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지만 고집을 꺾기 싫었다.“어쨌든 저는 경영을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걸 찾으면 무조건 좋아하는 일을 할 거예요.”하연의 말을 들은 최동신은 결국 어느 정도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좋아, 그럼 관심사를 찾기 전에 얌전히 EMBA 수업 받아.”하연은 입술을 오므렸다. 물론 내키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의 요구대로 먼저 경영학 수업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어느덧 고3이 된 하성과 하경은 집안 배정으로 대학 입시를 치르는 대신 졸업 후 곧바로 고등교육부에 진학했다.그래서 남들이 모두 대학 입시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이 둘은 집에 틀어박혀 게임을 했다.그날, 하연은 갑자기 하성과 하경을 찾았다. “오빠들, 저 나중에 디자인을 배워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거 어때요?”두 사람은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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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회사에 관심 없어요

하연은 하성과 하경의 쓴소리를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자기 생각을 고수했다.“안 돼요, 이왕 배려고 마음먹었으니 잘 배워서 절대 창피한 일 없도록 할 게요.”“이건 창피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앞으로 DS 그룹은 네가 경영해야 할 건데 네가 만약 디자인을 배우러 간다면 회사는 어떻게 할 거야?”하연의 생각은 달랐다.“오빠들이 있잖아요. 큰오빠가 있는데 뭐 하러 걱정해요? 게다가 저는 정말 회사에 관심이 없어요. 그렇게 하고 싶으면 오빠들이 하던가요.”하경과 하성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안 돼, 난 회사에 관심이 없어.”하성도 이어 말했다.“나도 관심 없어. 내 취미는 음악이고 나중에 가수가 되어 연예계 활동하고 싶어.”두 사람의 거절에 하연이 잠시 침묵했다.“...”“거 봐요. 오빠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잖아요!”하연의 말에 하성과 하경은 말문이 막혔다.결국 자기들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연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이번 일에 나는 빼줘. 난 몰랐던 거야.”“나도 모르는 거로 해. 하연아, 넌 항상 주견이 뚜렷하니 이것도 네가 한 선택이야.”하연은 두 오빠의 대답이 은근히 마음에 들었다.“좋아요, 그럼 이 일은 당분간 큰오빠와 할아버지한테는 비밀로 해줘요.”하성과 하경은 말없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두 사람은 약속대로 이 일을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참지 못하고 친구한테 하소연했다.“상혁아, 하연이 무슨 귀신에게 홀렸는지 의상 디자인을 하겠다고 해. 아예 미술 취미반도 등록했대, 이름만 번지르르하지 솔직히 기본기 익히러 가는 거잖아.”듣고 있던 상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진심으로 하고 싶대?”하경이 상혁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걔 고집은 소도 못 꺾어. 한번 마음먹은 일은 뒤도 안 돌아보고 끝까지 하는 애야.”“지금 열정을 쏟아붓고 있어. 예전에 너랑 물리 실험할 때 못지않다니까.”“그럼 잘됐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게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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