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89화 좋아하는 일

Penulis: 손라떼
하연은 본인이 확실하게 인정한 일에 대해서는 집요한 사람이었는데 물리 실험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부터 물리학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 덕에 하연의 물리 성적은 중학교 졸업 때까지 매우 좋았다.

게다가 그동안 다닌 학교가 귀족학교인 만큼 커리큘럼이 풍부해 문화 수업뿐만 아니라 직업 관련 수업도 일부 섞여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하연은 집안의 배정에 따라 미리 MBA 교육을 받았고 고1 때부터 경영학 수업을 접했다.

사춘기 아이들은 어느 정도 반항기가 있다고 하는데 하연은 반항기가 좀 늦게 왔다.

“할아버지, 저 경영학 배우기 싫어요, 앞으로 회사 일에도 큰 관심이 없을 거예요.”

“제발요. 이제 더 이상 배우지 않으면 안 돼요? 집안에 큰오빠도 있잖아요.”

하연은 할아버지에게 애원하며 말했다.

최동신은 평소에 하연을 총애했지만, 이 일에서는 시종일관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다.

“안돼.”

“왜요, 할아버지?”

“경영 수업 열심히 받아, 모르는 거 있으면 큰오빠한테 물어봐.”

“싫어요, 저 정말 관심이 없어요.”

“그럼 말해봐, 넌 대체 어디에 관심이 있는 거야?”

“...”

하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록 할아버지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지만 고집을 꺾기 싫었다.

“어쨌든 저는 경영을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걸 찾으면 무조건 좋아하는 일을 할 거예요.”

하연의 말을 들은 최동신은 결국 어느 정도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그럼 관심사를 찾기 전에 얌전히 EMBA 수업 받아.”

하연은 입술을 오므렸다. 물론 내키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의 요구대로 먼저 경영학 수업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덧 고3이 된 하성과 하경은 집안 배정으로 대학 입시를 치르는 대신 졸업 후 곧바로 고등교육부에 진학했다.

그래서 남들이 모두 대학 입시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이 둘은 집에 틀어박혀 게임을 했다.

그날, 하연은 갑자기 하성과 하경을 찾았다.

“오빠들, 저 나중에 디자인을 배워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거 어때요?”

두 사람은 동작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0화 회사에 관심 없어요

    하연은 하성과 하경의 쓴소리를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자기 생각을 고수했다.“안 돼요, 이왕 배려고 마음먹었으니 잘 배워서 절대 창피한 일 없도록 할 게요.”“이건 창피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앞으로 DS 그룹은 네가 경영해야 할 건데 네가 만약 디자인을 배우러 간다면 회사는 어떻게 할 거야?”하연의 생각은 달랐다.“오빠들이 있잖아요. 큰오빠가 있는데 뭐 하러 걱정해요? 게다가 저는 정말 회사에 관심이 없어요. 그렇게 하고 싶으면 오빠들이 하던가요.”하경과 하성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안 돼, 난 회사에 관심이 없어.”하성도 이어 말했다.“나도 관심 없어. 내 취미는 음악이고 나중에 가수가 되어 연예계 활동하고 싶어.”두 사람의 거절에 하연이 잠시 침묵했다.“...”“거 봐요. 오빠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잖아요!”하연의 말에 하성과 하경은 말문이 막혔다.결국 자기들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연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이번 일에 나는 빼줘. 난 몰랐던 거야.”“나도 모르는 거로 해. 하연아, 넌 항상 주견이 뚜렷하니 이것도 네가 한 선택이야.”하연은 두 오빠의 대답이 은근히 마음에 들었다.“좋아요, 그럼 이 일은 당분간 큰오빠와 할아버지한테는 비밀로 해줘요.”하성과 하경은 말없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두 사람은 약속대로 이 일을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참지 못하고 친구한테 하소연했다.“상혁아, 하연이 무슨 귀신에게 홀렸는지 의상 디자인을 하겠다고 해. 아예 미술 취미반도 등록했대, 이름만 번지르르하지 솔직히 기본기 익히러 가는 거잖아.”듣고 있던 상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진심으로 하고 싶대?”하경이 상혁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걔 고집은 소도 못 꺾어. 한번 마음먹은 일은 뒤도 안 돌아보고 끝까지 하는 애야.”“지금 열정을 쏟아붓고 있어. 예전에 너랑 물리 실험할 때 못지않다니까.”“그럼 잘됐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게 잘못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1화 전 디자인이 좋아요

    “뭐라는 거야? 그게 내가 나중에 내가 짝 찾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제대로 말해.”“네가 직접 깨닫도록 해.”“싫어. 오늘 제대로 말하라니까!”“...”상혁은 하경의 조롱을 무시한 채 혼자 묵묵히 미술실로 향했다.그러고는 창밖에서 열심히 스케치하고 있는 하연을 빤히 바라봤다.펜을 잡은 하연은 선 하나하나 열심히 긋고 있었다. 물론 동작은 아직 미숙해 보였지만 표정만은 무척 진지했다.하연의 이런 모습을 전에 본 적 없기에 상혁은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하연을 바라봤다. 한편 하연은 미술 수업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나도 계속 앉은 그 자리에 앉아 미술 숙제를 완성했다.그러다 한참이 지난 뒤 겨우 동작을 멈추고 시큰거리는 팔을 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후, 겨우 완성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상혁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일 다 봤어?”하연은 그 말에 곧바로 뒤돌았다. 하지만 얼굴에는 언제 묻었는지 연료가 가득 묻어 있었는데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그걸 본 상혁의 눈 밑에 미소가 드리웠다.“상혁 오빠, 어떻게 왔어요?”상혁은 싱긋 웃으며 하연에게 걸어가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하연아, 우선 거울부터 확인하는 게 어떻겠어? 얼룩 고양이가 다 됐어.”“네? 뭐라고요?”하연은 다급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거울 앞에 다가갔다.“헐, 이거 언제 묻은 거지? 상혁 오빠, 잠깐만 기다려요. 저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말을 마친 하연은 쪼르르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 한참 뒤 다시 나오자 상혁이 손수건을 건넸다.“손 닦아.”“고마워요.”하연은 손수건을 받아 손에 묻은 물기를 깨끗이 닦아내고 나서 물었다.“상혁 오빠, 오늘 수업 안 했어요? 이 시간에 왜 저 찾아왔어요?”“별일 아니야. 그냥 얼굴 좀 보려고. 네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한테서 들었는데 디자인 공부하고 싶어 한다며?”하연은 조금도 숨김없이 바로 인정했다.“전 디자인이 좋아요. 앞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숍을 열어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제가 디자인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2화 갑작스러운 소식

    이 말은 하연에게 하는 말인지 본인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상혁은 하연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실현해 줄 생각이었다.“그래요? 그럼 상혁 오빠 응원에 힘입어 노력할게요.”“그래. 늦었는데 우리 학식 먹으러 가자.”“좋아요. 오늘 크로켓, 등심 스테이크 그리고 호박죽이 나온대요.”“...”저녁.집에 돌아온 하연은 위층으로 올라가려다가 서재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걸음을 멈추었다.호기심에 조심스럽게 서재 쪽으로 가 살그머니 문을 열었더니 늘 존중하던 할아버지 최동신이 거의 쓰러질 것처럼 의자에 앉아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서 집사가 좋은 말로 권하고 있었다.“어른신, 몸조심하세요.”그때 최동신은 얼굴을 가린 채 낮게 흐느끼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집사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어르신, 큰 도련님은 아직 젊은 데다 원래부터 건강하니 꼭 이겨낼 겁니다.”“하, 우리 집 애들 중에서 하민이가 제일 듬직하고 철이 들었는데, 장손이라 우리 최씨 가문 희망이기도 하고. 그동안 항상 후계자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젊은 나이에 그런 병에...”“어르신, 큰 도련님은 운이 좋은 사람이니 하늘이 도울 거고 반드시 무사할 겁니다. 게다가 그룹에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심장 기증자를 찾고 있으니 반드시 적합한 심장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수술을 진행하면 앞으로 회복할 확률도 높고요.”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하연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이에 무의식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할아버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큰오빠가 왜요?”하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최동신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다가 이내 정서를 숨기며 물었다.“하연아, 여긴 어쩐 일이야?”하연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입을 뻐끔거리다가 물었다.“할아버지, 사실대로 말씀하세요, 큰오빠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예요? 그리고... 심장 기증자는 또 뭐고요? 큰오빠가 혹시 아파요? 왜 아무도 저한테 말해주지 않았어요?”최동신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3화 졸업 선물

    상혁은 속으로 은근히 놀랐다.하지만 하연은 점점 평온을 되찾으면서 눈을 들어 먼 곳을 응시했다.“네, 생각 정리했어요.”“이건 네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데 정말 이렇게 포기할 거야?”“상혁 오빠, 저 포기한 거 아니에요. 그저 제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좀 줄였을 뿐이에요. 그리고 저 이미 생각해놨어요. 나중에 대학에 가면 경영학을 전공하고 패션 디자인은 따로 배우면 돼요.”“그래, 네 선택이라면 뭐든 응원해.”하연은 고개를 돌려 상혁을 바라봤다.“역시 상혁 오빠밖에 없어요.”“어느 대학 지원할지 생각했어?”F국에서 기회 되면 대학원도 가려고요, 컬럼비아 대학으로. 컬럼비아 대학의디자인 학과가 엄청 강하대요, 기회 되면 가보고 싶어요.”“네가 하루빨리 소원을 이루었으면 좋겠어.”...하민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다행히 최씨 가문 인맥이 넓은 덕에 곧바로 심장 기증자를 찾을 수 있었고 하민도 제때 수술을 마치고 재활 치료도 열심히 받으며 회복했다.그렇게 몇 년간의 회복 끝에 하민의 몸은 끝내 원래대로 회복했으며 하연의 대학 졸업식 날 직접 컬럼비아 대학 대학원 합격 통지서를 하연에게 건넸다.“하연아, 네가 그동안 꿈을 포기하지 않은 걸 알아. 이제 집에 오빠가 있으니까 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하연은 합격 통지서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더니 하민을 와락 끌어안았다.“오빠, 고마워요.”그때 하경과 하성 그리고 상혁도 다가왔다.몇 년 사이 하성은 연예 기획사와 계약하여 연예인으로 데뷔했고, 하경은 뛰어난 해킹 기술로 F국 대외안보총국에 들어갔다.그리고 상혁은 BN 그룹을 이어받아 새로운 경영자가 되었다.“하연아, 졸업 축하해.”하경이 먼저 축하하며 손에 든 선물 박스를 건넸다.“이건 졸업선물, 마음에 드는지 확인해 봐.”“오빠, 이거 뭐예요?”“열어보면 알아.”하연은 호기심을 안고 선물을 받아 들더니 박스를 열어봤다. 안에 놓인 건 다름 아닌 포르쉐 차키였다.“어때? 마음에 들어?”하연은 차키를 본 순간 얼굴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4화 바다의 심장

    두 사람이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에 하연은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야 손으로 각각 두 사람의 팔짱을 꼈다.“됐어요, 오라버니들, 다들 나한테 제일 잘해주는 거 알아요. 세분 모두 제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이에요!”“진작 그럴 것이지.”“참, 상혁아, 넌 무슨 선물 준비했어?”하경의 질문에 하연마저 기대를 품은 눈빛으로 상혁을 바라봤다.“상혁 오빠도 선물 준비했어요? 뭔데요?”“네 상혁 오빠가 네 선물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모르지? 반년 전부터 미리 준비했다니까.”하경의 말에 하성은 곧바로 눈치챘다. 몇 년 사이 하성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에서 벗어났다.게다가 상혁이 하연에 대한 마음도 눈치챘다.“저기, 하연아 나 갑자기 처리해야 할 일이 생각 났는데 너희끼리 대화 나눠. 난 먼저 가볼게.”“맞아, 둘이서 얘기 나눠. 우리는 이만 가볼게.”하경과 하성이 하민을 데리고 사라지는 바람에 순식간에 하연과 상혁 둘만 남게 되었다.두 사람의 행동에 하연은 그저 의아할 뿐이었다.“왜들 저러지?”“괜찮아, 상관하지 마.”상혁은 말하면서 커다란 손으로 자기의 호주머니를 들추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머뭇거리더니 겨우 작은 비단 상자 하나를 꺼냈다.“하연아, 졸업 축하해.”“정말 제 선물 준비했어요? 저 너무 기뻐요!”하연은 잔뜩 신이 나서 상혁이 건넨 상자를 열어보았다.그 안에는 파란 사파이어 목걸이가 놓여 있었는데 어찌나 예쁜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와, 목걸이 너무 예뻐요!”상혁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마음에 들어?”“그럼요.”“이 목걸이 이름이 바다의 심장이야. 경매에서 낙찰받은 건데 네 졸업선물로 줄게. 앞으로 하는 일이 순조롭길 바라.”“고마워요, 상혁 오빠. 제 목에 걸어줄래요?”“그래.”상혁은 목걸이를 받아 들고 열심히 하연의 목에 걸어주었다.“너무 예쁘다.”“하연아, 사실 나 할 말이 있는데...”하연은 눈을 들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상혁을 바라봤다.“무슨 말인데요? 말해요.”반짝반짝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5화 약속을 어긴 사람

    ‘상혁 오빠’라는 외침에 상혁은 순간 당황하여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연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상혁은 말하면서 성큼성큼 교문 안으로 들어섰다. 심지어 자기 캐리어는 내팽개친 채로.그렇게 캠퍼스 안으로 달려간 상혁은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방향을 찾지 못해 그제야 진정하고 다시 물었다.“하연아, 지금 어디야?”“기숙사요.”“그래, 착하지? 거기서 딱 기다려.”“상혁 오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하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 사이 상혁은 걸음을 재촉하며 하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맨 처음 기대와 긴장으로 가득했던 마음 역시 하연의 기분이 안 좋다는 생각 하나로 대체되었다.“내려와, 네 기숙사 아래 있으니까.”하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불을 걷고 총총걸음으로 창가로 달려갔다. 커튼을 여는 순간 오랜만에 보는 햇빛이 방 안으로 흘러들어 눈이 부실 정도였다.며칠 동안 기숙사에 틀어박혀 폐인처럼 지낸 터라 하연은 기운 없는 모습이었다.하지만 아래층 화단 옆에서 저를 향해 손을 흔드는 익숙한 실루엣을 본 순간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상혁 오빠, 오빠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 잠깐만요, 바로 내려갈게요.”하연은 외투 하나를 챙겨 입고 슬리퍼를 신고 잔뜩 신이 나서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그러고는 곧장 달려가 상혁의 품에 와락 안겼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 것 같은 느낌에 하연은 말투에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다.“상혁 오빠, 어쩐 일로 우리 학교에 왔어요? 말도 없이.”상혁은 대답하는 대신 하연의 얼굴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한동안 보지 않았더니 하연은 많이 여위어 있었고 조금 의기소침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심지어 예전에 늘 반짝반짝 빛나던 눈동자마저 빛을 잃은 것 같았다.게다가 눈시울이 붉어진 걸 보아서는 얼마 전에 운 게 틀림없었다.상혁은 하연을 꼭 안으며 물었다.“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 말에 하연은 순간 서러움이 밀려왔다. 그동안 혼자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을 생각하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6화 기억 속의 그들

    하연의 말을 듣던 상혁은 끝내 참지 못하고 하연의 손을 꼭 잡았다.하연은 갑작스러운 상혁의 동작에 놀라 다급히 물었다.“상혁 오빠, 왜 그래요?”상혁은 하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속으로 수도 없이 고민했지만 결국 자기 진심을 또 한번 숨겼다.“갑자기 일이 생긴 거겠지.”제가 생각한 것과 똑같은 답을 얻은 하연은 일순 환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상혁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그럴 줄 알았어요. 걔가 그렇게 막 일부러 약속 어기고 안 올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어디 갔을까요? 에이, 그래도 일 다 보면 꼭 찾아와서 설명하겠죠...”“응.”상혁은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자기의 기분을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려 먼 곳을 응시했다. 그러더니 일부러 더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하연아, 나 어렵게 걸음 했는데 그 남자애 얘기만 할 거야? 나 제대로 대접하지 않고?”하연은 그제야 자기가 아주 자연스럽게 상혁의 팔짱을 끼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미안해요, 상혁 오빠. 오빠가 학교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저 너무 기뻐요. 우리 학교 부근에 맛집도 있고 재밌는 곳도 많은데 여기서 며칠 지낸다면 제가 제대로 대접할게요.”하연이 다시 평소의 활력을 되찾은 걸 보자 상혁의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코끝에서 느껴지는 하연만의 향기에 세게 흔들렸던 상혁의 마음도 다시 소속감을 찾은 듯 차분해졌다.그 해의 마지막 날, 상혁은 하연의 곁에서 새해를 함께 맞이했고, 하연이 대학원생으로 지내는 동안 F국에서 G국으로 백 번도 넘게 오갔다.물론 힘들었지만 상혁은 오히려 삶에 희망이 생긴 느낌이었다. 게다가 하연이 그리워하던 남자도 다시는 나타나지 않아 한시름 놓은 동시에 희망을 보았다.그 뒤로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하연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상혁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상혁아, 이따가 절대 긴장하지 말고 평소대로만 해.”하경이 상혁의 넥타이를 정리해 주며 응원하자 옆에 있던 하성도 잊지 않고 놀려댔다.“그러니까 말이야. 이따가 하연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7화 지난날의 기억

    상혁은 들뜨고 긴장한 마음으로 엑셀을 밟고 공항으로 출발했다.하지만 이번에는 하연이 상혁과의 약속을 어기고 말았다....문득 정신을 차린 상혁은 제 앞에서 곤히 잠든 하연을 빤히 바라봤다. 물론 오랫동안 돌고 돌았지만 하연이 다시 그의 곁에 왔다는 게 가장 다행이었다.상혁은 몸을 숙여 하연의 이마에 가볍게 입 맞췄다.“잘 자, 하연아”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연의 침실을 떠났다. 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던’ 하연은 천천히 눈을 덨다.이마에 남아 있는 온기에 하연은 처장을 바라보며 복잡한 상념에 휩싸였다. 그 순간, 지난날의 기억이 하나하나 하연의 머릿속에 떠 올랐이다.그러면서 이미 깊이 잠식되어 있던 기억이 하나하나 되살아났다.다음날.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방 안에 비쳐 들었지만 하연은 여전히 꿈나라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어젯밤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밤새 뒤척이다가 날이 거의 밝을 무렵에야 졸음을 못 이기고 깊이 잠들어버렸으니 그럴 만도.똑똑-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상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연아, 깨어났어?”비몽사몽인 상태였던 하연은 상혁의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이윽고 주위를 한참 동안 두리번거리고 나서야 자기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챘다.“아... 그게, 네! 일어났어요...”하연은 대답하면서 다급히 화장실로 달려 들어갔다. 하지만 헐레벌떡 씻고 난 하연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여기에 갈아입을 옷이 한 벌도 없다는 거였다.하연은 저를 탓하며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그러게 왜 이기지도 못할 술을 마셔서는, 여기에서 자겠다고 하냐고?’하연이 괴로워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상혁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내가 피터더러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라고 했어. 문 앞에 놓고 갈 테니 갈아입어. 나 먼저 내려갈게.”그 순간 하연은 눈을 반짝이며 다급히 대답했다.“알았어요.”그러면서 속으로 연신 감탄했다.‘상혁 오빠는 준비성도 갑이네.’이윽고 살금살금 문을 연 하연의

Bab terbaru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4화 진작 알고 있었지?

    상혁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검진을 마친 뒤, 하연은 선명한 초음파 사진을 손에 들고 있었다. 사진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손끝으로 사진 속 동그란 그림을 가리켰다. “여기 봐봐요. 이게 우리 아기래요.” 목소리엔 설렘과 떨림이 그대로 묻어났다. 상혁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하연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눈엔 이미 감동이 차올라 있었다. 상혁은 조심스레 하연의 아랫배에 손을 얹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순간... 난 정말 너무 행복해.” ‘네가 내 옆에 있고,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자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야.’ 하연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남자아기일까요, 여자아기일까요?” 그녀의 눈빛에는 이미 사랑스러운 미래가 그려지고 있었다. 상혁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어.” 하연은 고개를 살짝 돌려 상혁을 바라봤다. 그 눈동자엔 별빛이 머물러 있는 듯 반짝였다. “그래요... 건강하게만 태어나면... 그걸로 충분해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았고, 서로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을 느꼈다. 그 순간, 상혁의 주머니 속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하곤 순간 눈빛이 깊어졌다. 화면엔 낯익은 이름이 선명히 떠 있었다. [부동건.]‘이 타이밍에...?’ ‘설마 무슨 일 생긴 건가?’ 지난 연회 이후, 부동건과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의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송혜선과 조봉규. 그 두 사람 때문에 무너진 자존심. 그리고 결국, 부동건은 송혜선을 아이와 함께 본가에서 내쫓았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하연이 조용히 말했다. “받아봐요. 무슨 일일 수도 있으니까.” 상혁은 하연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이고, 그녀를 옆에 있는 의자에 앉힌 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3화 배신당한 남자

    부동건은 갑작스레 거칠게 기침을 터뜨렸다. “컥”‘피 맛...?’ 목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피비린내를 억지로 삼켰다. 손등에 핏줄이 선명히 드러나고, 이성의 끈은 이미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부동건의 시선이 천천히 송혜선과 조봉규를 향했다. ‘죽여버리고 싶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너희들... 너희들...” 부동건의 입술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송혜선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이건 아니야... 이렇게 끝나면 안 돼...’ 그녀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 부동건의 팔을 붙잡았다. “회장님... 우리, 조 선생님이랑 그냥 산후 회복 얘기하던 중이었어요. 진짜예요, 저희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 부동건의 손이 송혜선의 뺨을 후려쳤다. 짝! 순간 정적. 강하게 내리친 손바닥 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숨을 멈춘 듯 조용해졌다. 송혜선의 얼굴 한쪽이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다. 눈가가 덜덜 떨리며, 눈물도 같이 맺혔다. “이 천하의... 배은망덕 같은 것. 내가 너를 어떻게 믿었는데... 감히 날 기만해?” 뒤에 서 있던 하객들 사이에서도 탄식이 흘러나왔다. “저 정도였어?” “저게 진짜였네... 소문이 아니고...” “...”송혜선은 뺨의 통증을 애써 무시한 채, 다시 붙잡았다. “회장님, 제발... 오해예요.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저는... 당신뿐이었어요.” 그러나 부동건은 그 손마저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고는 힘껏 송혜선의 복부를 발로 찼다. 퍽!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송혜선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조봉규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아니야... 지금 나섰다간 나도 끝장이야.’ 한 걸음 다가가려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회... 회장님... 저희...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하지만 그 한마디가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부동건은 그대로 조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2화 최악의 스캔들 파티

    일 순간 충격의 정점이었다.부동건은 들고 있던 와인잔을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저... 저런 미친...!” 그는 화면을 가리키며, 얼굴을 붉힌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숨이 거칠게 턱 끝까지 차올랐다. ‘송혜선... 네가 감히!’ 주변 하객들도 이미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게 진짜야?” “부 회장님 딸이... 아니라고?” “와... 이건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미친 패륜이야, 상상도 못 했어.” 오늘의 연회는 더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이제 와선 최악의 스캔들 파티가 되어버렸다. ‘이 연회가... 전부 거짓된 일 때문에 생긴 일이란 말이야?’ ‘우리, 사기당한 거네. 다 같이.’ 그때 스크린이 멈췄고, 연회장 전체의 조명이 다시 환히 켜졌다. 하객들은 본능적으로 두리번거리며 부동건을 찾았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하지만 부동건은 아무런 대답 없이 어금니를 꽉 물고, 몸을 떨며 계단 쪽으로 향했다. 하객들은 그 뒤를 따라붙었다. ‘뭔가 일어나겠군...’ ‘이번엔 진짜 끝장이다.’ ...같은 시각, 2층 방 안. 송혜선은 조봉규의 손등을 다독이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참아. 며칠만 지나면 내가 다시 올게.” 조봉규는 싱긋 웃으며, 그녀의 허벅지를 장난스럽게 움켜쥐었다. “응. 기다릴게, 자기.”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 문이 거칠게 흔들렸고,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송혜선! 당장 안 나와?!” 송혜선의 온몸이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조봉규의 팔을 꽉 잡았다. ‘망했다.’ “어떡해, 부동건이 올라왔어.” 두 사람은 당황하며 방 안을 둘러봤지만, 창문 하나 없는 좁은 방엔 도망칠 곳조차 없었다. ‘안 돼... 이렇게 들키면, 끝장이야. 정말 끝이야.’ 송혜선은 급하게 숨을 고르며 애써 이성을 붙잡으려 했다. ‘진정해. 침착해야 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1화 이건 진짜 레전드다

    연회장 안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부동건은 손에 잔을 들고, 연신 들어오는 축하 인사에 밝은 표정으로 답하고 있었다. “회장님, 따님이 너무 예뻐요.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이런 경사는 자주 있어야죠!” ‘그래, 이 정도면 완벽하지. 오늘은 그 누구도 나를 흔들 수 없어.’ 그렇게 술이 한 잔, 두 잔 더해지며 연회장의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고 있었다. 그때, 갑작스레 모든 조명이 꺼졌다. 탁! “어, 뭐야?” “불 꺼졌어! 왜 이래?” “아야, 누가 내 발 밟았어!” “...”순식간에 어둠이 덮친 연회장.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와 웅성거림이 퍼졌다. 잔을 들고 있던 부동건은 순간 정지된 듯 멈췄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가서 확인해봐!” “네, 회장님!” 직원들이 급히 움직였고, 부동건은 진정시키려는 듯 손을 들고 말했다. “여러분, 당황하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전기 쪽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금방 복구됩니다.”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서서 어둠 속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그 순간, 연회장 한쪽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이 조용히 켜졌다. “위이잉...” 어둠 속에서 갑작스레 터진 화면의 빛에 모두가 눈을 찌푸리며 반사적으로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 빛이 익숙해질 무렵, 누군가가 터트린 외마디 감탄에, 시선이 일제히 스크린으로 향했다. “어... 저거 뭐야? 헉, 저게... 말이 돼?” 그리고, 그 스크린 안에 있는 건... 분명 두 남녀의 은밀한 장면이었다. 화면 속, 분명히 누군가를 알아본 듯한 목소리가 터졌다. “저 여자... 그분 아니야?” “옆에 있는 남자는...?” “헐, 이건 진짜 레전드다.” “아, 눈 버렸어. 이게 뭐야, 이게...”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순식간에 연회장은 도저히 되돌릴 수 없는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었다.사람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0화 우리 둘 다 끝장이야

    송혜선이 복도 입구에 막 다다랐을 때였다. 갑작스레 어디선가 튀어나온 그림자가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꺄악!” 놀란 송혜선은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렀고, 누군가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았다. “나야! 나야, 혜선아.” 익숙한 목소리에 송혜선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남자의 손을 떼어내며 차갑게 말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이 사람, 지금 제정신인 거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어서 급히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송혜선은 그제야 숨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흘기듯 말했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미쳤어, 사람들 눈에 띄면 어쩌려고!!” 그 말엔 명백한 불만과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 조봉규는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되는데...’ 그 순간의 긴장, 그리고 복잡한 감정이 두 사람 사이에 감돌았다.조봉규의 시선이 송혜선의 얼굴에서 천천히 내려앉았다. 송혜선은 산후라 그런가, 몸매는 훨씬 더 부드럽고 풍성해져 있었다. ‘이러니까, 잊으려고 해도... 더 생각이 나잖아.’ 그는 순간 충동적으로 송혜선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 당황한 송혜선이 눈을 부릅떴다. “뭐 하는 거야!! 지금...” 그러나 조봉규는 말없이 송혜선을 옆방으로 이끌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작게 ‘탁’ 하고 울렸다. 좁은 공간, 차오르는 침묵. 송혜선은 남자를 노려보며 벽에 등을 댔다. “정신 차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조봉규는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숨을 내쉬었다. “다들 홀에 있잖아. 아무도 몰라.” 남자의 말투엔 간절함과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 이건 단순한 욕망이 아니었다. 그리움, 억눌림, 그리고 못다 한 말들. 그는 조심스럽게 송혜선의 턱선을 손끝으로 만지며 말했다. “혜선아... 나, 정말 많이 참았어.” ‘이 사람 또 이러네...’ 송혜선의 심장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9화 선물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정문 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부동건이 고개를 돌리자, 최하연이 부상혁의 팔을 자연스럽게 끼고 등장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많은 이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잘생긴 남자와 우아한 여자의 조합. 누가 봐도 완벽한 한 쌍이었다. ‘딱 봐도 좋은 그림이야. 저 둘은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길을 끌어...’ “회장님, 부상혁 대표님은 정말 복도 많으십니다. 최씨 가문의 따님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누군가의 말에 부동건의 표정이 확 풀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묘하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부동건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피어났다. 부동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젊은 사람들이 서로 마음이 맞아 좋아하는 걸, 우리 어른들은 그저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줘야 하는 일일 뿐이지요.” “게다가 상대가 최씨 가문의 따님이라니, 정말 금상첨화가 아닙니까.” 부동건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역시 상혁이다. 내 아들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상혁은 오늘 이 자리에서 당당히 아버지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었다. 한편, 송혜선도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방금 전까지 얼굴에 띄웠던 미소는 점점 사라져 갔고,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하연에게 향했다. 오늘의 하연은, 나무나 예쁘고... 아니, 그냥 눈이 부실 만큼 찬란했다. 그리고 또렷한 이목구비에 윤기 흐르는 머릿결, 화사하게 피어난 얼굴빛까지. 하연의 행복함이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송혜선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 ‘정다영... 그년, 나를 속였어.’ 그동안 하연 쪽에서 뭔가 반응이 있을 줄 알고 기다려 왔다. 하지만 소식은커녕, 정다영조차 자취를 감췄다. ‘다영이 걔가 하연이에게 약 먹이는 계획이 분명 실패한 거야. 그렇지 않고 선 지금 저렇게 멀쩡한 얼굴로 서 있을 수는 없어.’ 이대로 배가 불러오면, 섣불리 손도 쓸 수 없게 된다. ‘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8화 제 딸의 어머니

    이 질문에 송혜선은 눈을 반짝이며 부동건을 바라봤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젠 나를 당당히 소개해 줄 때가 됐겠지.’ 오늘 이 자리에서, 그녀는 부동건의 정식 아내로서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었다. “회장님, 말씀 좀 해보세요?” 조금은 성급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자, 주변의 시선도 하나둘 송혜선과 부동건을 향했다. 모두 속으로는 뻔히 알고 있었다. 부동건이 과연 예전 애인을 진짜로 정실로 앉혔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부동건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숨기거나 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담백하게 말했다. “오 회장님, 이 사람은 제 딸의 어머니입니다.” 순간, 송혜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딸의... 어머니?’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이 살짝 흔들렸다. 금세 넘칠 듯한 와인, 애써 잡고 있는 감정. ‘지금... 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억울함이 툭 하고 솟구쳤다. 심지어 손에 힘이 들어가며 하얗게 질린 손등이 떨렸다. 오병지는 단번에 눈치챘고, 싱긋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고, 대신 가볍게 말을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부 회장님, 여전히 복이 많으시네요.” 부동건은 공손하게 웃으며 송혜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손길엔 무언의 위로가 담겨 있었다. “아닙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저와 이 사람의 결혼식엔 꼭 오셔서 축배 들어주세요.” 그 말에 송혜선의 눈이 번쩍 뜨였다. ‘결혼식...?’ 순간,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이어서 고개를 들며 수줍게 웃었다. “회장님...” 부동건은 말없이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더 이상의 말은 없었지만, 그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 시선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송혜선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던 눈빛이, 지금은 선망과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결국, ‘부동건의 아내’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송혜선은 온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7화 이분은?

    부지윤의 ‘한 달 잔치’는 그야말로 성대한 수준의 파티였다. 초대받은 인사들만 봐도, 그 위세가 느껴졌다. F국 재계의 실력자들, 정재계의 핵심 인물, 이름만 대면 아는 명문가 자제들이 대거 초청됐고, 심지어 부씨 가문 어른들에게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직접 청첩장을 보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이 아이를 공식적으로 가문에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나 다름없었다. 부동건이 이 아이에게 얼마나 애정을 집착하듯 쏟고 있는지, 이날 행사 하나로 증명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동건은 스스로의 체면과 명예를 걸고, 딸을 세상에 내보이고 있었다. ...잔치 당일, 연회장은 유난히 붐볐다. 샹들리에의 조명이 화사하게 반짝였고, 고급스러움이 풍겨 나는 악단의 선율이 분위기를 감싸고 있었다. 송혜선은 산후조리를 마친 직후였지만, 여전히 그만의 풍채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예전보다 조금 살이 오른 듯했지만, 그 덕에 오히려 분위기가 더 너그러워 보였다. 그녀가 행사장에 들어서자, 평소 자주 어울리던 재벌가 부인들이 앞다투어 다가왔다. “혜선씨는 진짜 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 고생 끝에 드디어 볕뜰날이 왔네요.” “부 회장님이 이렇게까지 챙기시는 거 보니까, 이제 정말 한 자리 하시겠어요.” “정말 이러다 조만간 ‘겹경사’ 나는 거 아니예요? 우리라도 미리 축하해줘야 하는 거야?” 송혜선은 그 소리에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얄미울 정도로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역시 사람은 자리가 높아야 대접 받는 거야.’ “지윤이는 회장님의 첫 딸이잖아요. 그러니까 귀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회장님이 우리 모녀를 절대 가볍게 보지 않으신다는 건, 여기 있는 분들도 느끼셨을 테고요.” 그 말에 다들 박수까지 치며 웃었다. “이제 우리도 호칭 바꿔야지, 사모님!” 누군가 먼저 그렇게 불렀고, 뒤이어 몇몇이 장난처럼 따라 불렀다. 송혜선은 그 말에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턱을 살짝 들며, 그 호칭이 제법 익숙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6화 초대장

    진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마침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남준은 법을 무시하고, 사람을 죽였어요. 부씨 가문이 이 일에 개입한다면... 여론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감싸려 들면 들수록, 결국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겠죠.” ‘이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가문의 존망이 걸린 문제야.’ 맞은편 소파에 앉은 상혁은 다리를 꼬고, 한쪽 손으로 턱을 괸 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눈빛엔 어떤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세속의 먼지 따윈 전혀 묻지 않은 사람처럼. 진윤의 말이 끝났지만, 상혁의 표정엔 미동 하나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씨 가문은 항상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왔습니다. 그건 변하지 않습니다, 여사님.” 그는 손짓으로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거기엔 작은 검은색 USB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 안에... 고나희 씨가 남긴 게 있습니다. 여사님께 드리라고 하더군요.” 순간, 진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표정으로, USB를 바라봤다. “지금... 뭐라고 하셨죠?” 그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나희가... 뭔가를 남겼다고...?’ 사고는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딸의 마지막을 함께할 시간조차 없이, 그녀는 세상을 떠났고, 어떤 유언도, 한마디 말도 남기지 못한 줄 알았다. “나희... 그 애가... 무슨 말을 남겼다는 거예요...” 진윤은 입을 틀어막았다. 눈물은 이미 참을 수 없다는 듯 쏟아지려 하고 있었다. 상혁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사람이 떠난 건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남겨진 마음은, 누군가가 반드시 전해야죠.”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거운 공기를 뒤로한 채, 조용히 방을 나섰다. 잠시 후.룸 안에서 낮고, 억눌렀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희야...” 진윤은 USB를 손에 쥐고,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으로 울고 있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