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아, 네가 F국으로 돌아오면 너한테 중요한 할 말이 있어.”갑자기 떠오른 한마디에 하연은 손동작을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심장이 쿵쾅거리며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해다.하연은 눈을 들어 상혁을 보더니 큰 용기를 낸 것처럼 마음속에 묻고 있던 질문을 했다.“상혁 오빠, 혹시 저한테 아직까지 말하지 않은 거 없어요?”“?”상혁은 어리둥절해서 하연을 바라봤다. 두 눈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 마치 온 세상의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듯했다.하연의 심장 역시 요란하게 북을 쳐 그 소리가 들릴까 봐 조마조마했다.하지만 상혁이 입을 뻐끔거리며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 경쾌한 전화벨 소리가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깼다.먼저 정신을 차린 하연은 다급히 시선을 돌리며 반짝거리는 핸드폰 액정을 확인하며 다급히 말했다.“저기... 저, 전화 좀 받을게요.”하연은 핸드폰을 들고 다급히 주방을 나섰다. 그러더니 벽 모퉁이를 돈 순간 자기 가슴을 쾅쾅 내리치며 저를 탓했다.“최하연, 이 겁쟁이! 뭐가 그렇게 겁나?”하연은 발을 동동 구르며 중얼거리다가 전화벨이 다시 울리자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최하연, 너 왜 이제야 전화 받아?]핸드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가흔의 목소리에 하연은 헛기침을 하며 자기 감정을 숨겼다.“왜? 무슨 일인데?”[아니, 너 무슨 말투가 그렇게 덤덤해? 설마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거야?”“무슨 소리야?]하연은 더더욱 어리둥절했다.[얼른 JJ 그룹 계정에 들어가 봐, 너 인기 검색어에 올랐어.]“뭐? 내가?”못 믿겠다는 듯한 하연의 말투에 가흔은 검색어 1순위를 보며 굳건한 어조로 말했다.[응! 네가!]“무슨 일인데?”하연은 말하면서 얼른 JJ 그룹 계정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제까지 분명 0이었던 팔로우가 하룻밤 새에 몇십만 명이 되어 있었다.하연은 오히려 멍했다.어제 그저 음식 영상을 찍어 올린 게 끝인데, 그거 하나로 몇십만 팔로우가 늘었다니?그것도 모자라 하연이 올린 영상은 하룻밤 사이에 소리 없이 인기
가흔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하연을 놀려댔다.[그런데 궁금하네, 너 언제 아크로리버파크에 집을 구매했어? 그리고 요리는 언제 배웠어? 심지어 맛있어 보인다는 게 수상하단 말이야. 솔직히 말해봐, 너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가흔의 예리한 추측에 하연은 얼굴을 붉히며 조리 없게 대답했다.“숨기는 거라니! 그냥... 내 일상을 공유한 것뿐이야. 그거에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 가질 줄은 몰랐어.”하지만 가흔은 하연의 변명을 그대로 믿을 사람이 아니다.[정말이야? 최하연, 너 아크로리버파크에 숨겨둔 남자가 있지?]‘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아니거든!”무의식적으로 대답한 하연은 상혁이 앉은 식탁 쪽을 슬그머니 바라봤다. 그 순간 가슴은 또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하연은 다급히 가슴을 움켜잡으며 애써 이성을 되찾으려고 애썼다.“나 일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이윽고 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더 이상 주방으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연은 벽에 기댄 채 난감한 듯 핸드폰을 꼭 잡고 발을 동동 굴렀다.‘왜 하필 그런 질문을 해서는...’‘그게 사실이 아니면 얼마나 무안해.’“하연아.”그때 상혁이 언제 왔는지 하연을 불렀고, 갑작스러운 부름 소리에 하연은 깜짝 놀랐다.“네? 왜요?”상혁은 하연의 반응에 눈썹을 치켜 올렸다.“얼른 아침 먹어, 이따 출근 늦겠다.”평소와 다를 바 없는 상혁의 모습에 하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잔뜩 긴장했던 마음도 단번에 풀렸다.“네.”하지만 차분한 말투와는 달리 속으로 왠지 상실감이 들었다.하연의 그런 상태는 회사에 도착해서까지 지속되었다. 완전히 넋이 나간 하연을 태훈이 몇 번이나 불러서야 정신을 차렸다.“왜 그래?”태훈은 의심이 들었지만 자기 본분을 잊지 않았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사장님, 기항그룹 대표님과 약속이 있어 곧 출발하셔야 합니다.”하연은 그제야 의자에 걸쳐 있는 외투를 집어 들었다.“그래, 바로 출발하지.”태훈은 곧바로 하연의 뒤를 따라 사무
“많은 사람이 내 실패를 기대하고 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내가 여기까지 온 건 이 얼굴 덕분만은 아니에요.”모연은 눈을 살짝 치켜뜨더니 잘난 척하며 말을 이었다.“실력 없으면 이 바닥에서 못 살아남아요. 그리고 내가 추락한다면 우선 높은 자리에 오른다는 뜻이잖아요? 나한테 신경 쓸 시간에 본인 앞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요? 듣기로 전에 이사진들과 내기를 했다고 들었는데.”하연은 개의치 않는 듯 눈썹을 치켜 올렸다.“소식 참 빠르네요. 확실히 그런 일이 있긴 하죠.”그 말에 모연은 더 우쭐했다.“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니. 기한도 얼마 안 남았다고 하던데, 보아하니 큰 가망은 없는 것 같던데요? 이러다 최씨 가문 아가씨가 회사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 아니에요?”심지어 입을 막으며 비웃기까지 했다.“그럼 진짜 쪽팔리겠다...”모연의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까지 맞장구치며 하연을 비웃었다.하지만 하연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오히려 침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건 제 일이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하긴, 우리가 무슨 사이인 것도 아니고. 그래도 최하연 씨 행운을 빌게요, 정말 쫓겨나면 너무 쪽팔리니까.”하연은 일순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속으로 절대 소인배의 조롱에 마음이 동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위로했다.“임 대표님, 기항그룹 대표님이 오셨습니다.”그때 비서가 낮은 소리로 말하자 모연은 이내 시선을 거두며 물었다.“어디 있어?”모연이 오늘 여기에 온 건 하연이 임성재와 나노기술 로봇 프로젝트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이게 만약 완전히 성공하면 수익은 어마어마할 거다.그런데 이때 손써서 그걸 망친다면, 한편으로 하연이 이사진과의 내기에서 질 게 뻔하고, 모연 또한 하연을 쉽게 짓밟을 수 있다.하연이 DS 그룹 이사회에서 쫓겨나는 게 지금 모연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일이다.“임 대표님, 기항그룹 대표님이 저기 계십니다.”모연은 그 말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임성재 쪽으로 다가가더니 공손하게 인사했
임성재는 하연에게 안으로 들라는 손짓을 하며 공손한 태도를 취했고, 하연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너무 확연한 차별에 아무리 모연이라 해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이런 냉대를 참지 못한 모연은 빠른 걸음으로 임성재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대표님, 우리 LS 그룹도 성의를 가지고 왔습니다. 저희 그룹과 손잡으신다면 절반의 이윤을 대표님께 드리죠. 그러니 우리한테도 기회를 주지 않으실래요?”절반의 이윤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임성재도 사업가인데, 모연은 그가 이렇게 높은 이윤도 마다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임성재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걸음을 멈추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모연을 훑어보았다.“우리 그룹에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까?”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모연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다급히 해명했다.“대표님, 오해입니다. 저는 그저 성의를 보여드리려고 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하, 협력이요? 죄송하지만 우리 회사는 재벌그룹이 아니지만 B시에서 어느 정도 알아주는 회사입니다. 때문에 파트너를 구할 때 요구가 명확해서요. LS 그룹은 우리가 고려하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러니 돌아가세요.”모연은 순간 어안이벙벙했다.임성재가 이토록 직접적으로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심지어 조금의 체면도 남겨주지 않고 저를 무안 줬다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정말 우리 회사를 포기하는 겁니까? 우리 LS 그룹은 정부와 협력하는 유일한 기업입니다.”임성재는 피식 웃었다.“그게 뭐 어때서요? 그딴 건 상관없습니다. 이봐요, 손님 가시니 모셔다드리세요.”이윽고 모연의 체면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모연에게 결연한 뒷모습만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본 모연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때, 경비원이 다가와 모연을 다그쳤다.“저기요, 저희 난처하게 하지 마시고 얼른 나가주세요.”임모연은 입술을 깨물며 콧방귀를 뀌더니 바로 떠나버렸다.한편, 임성재가 회의실에 들어서자 하연은 참지 못하고 농담조로 말했다.“DS 그룹 때문에 요즘
“무슨 그런 농담을, 저 놀리지 마세요. 우리 얼른 업무 얘기나 합시다.”임성재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은 이내 본론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지난번 목걸이 사건 때문에 초안을 다시 그리느라 밤샘 작업을 한 가흔은 겨우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뽑아냈다.이윽고 침실로 돌아가 휴식하려고 기지개를 켜며 창밖을 내다보았다.그때,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가흔은 그 순간 어안이벙벙했다.‘이 시간에 집에 올 사람이 없는데, 아침부터 누구지?’가흔은 서재에서 걸어 나오며 물었다.“누구세요?”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돌아오지 않았다.인터폰을 켜고 문밖을 확인해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가흔이 뒤돌아 떠나려 할 때 또다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이번에는 곧바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수도 계량기 체크하러 왔습니다, 문 열어 주세요.”가흔은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지만 다음 순간 건장한 남자 몇 명이 안으로 쳐들어와 깜짝 놀랐다.“당신들 누구야? 뭐 하는 짓이야?”그때 한 남자가 사진을 꺼내 들고 사람을 확인하더니 물었다.“당신이 신가흔이야?”가흔은 곧바로 도망치려 했지만 상대방은 마치 가흔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한발 빠르게 막아섰다.“도망치려고? 우리 손에 들어오면 도망치지 못해.”“당신들 무슨 짓이야! 오지 마.”“저리 가!”“오지 마!”“...”하지만 다음 순간 건장한 남자 몇 명이 가흔을 잡고 입을 막았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흔은 의식을 잃었다....“임 대표님, 그러면 이번 분기의 신제품은 대표님 회사에 맡기겠습니다. 나중에 우리 세 회사 모두 함께 만납시다. 이번 분기의 매출액이 역대 최고를 찍었으면 좋겠네요.”“걱정하지 마세요. 최 사장님, 그건 시름 푹 놓으셔도 됩니다.”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하연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 전화 좀 받고 올게요.”하연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어, 예나야. 무슨 일이야?”[하연아, 가흔한테 사고가 났
하연은 미안한 듯 말했다.“정말 죄송해요. 갑자기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 오늘 얘기는 이쯤에서 끝내야 할 것 같아요. 다음에 연락할게요.”하연이 말하면서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어디론가 전화하며 떠나자 임성재가 재빨리 쫓아왔다.“지금 많이 급해 보이는데 혹시 무슨 일 있나요? 말씀하면 제가 도울 수도 있잖아요.”“호의는 감사하지만 아직은 필요 없어요.”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하연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서는 은행에 전화했다. 100억은 크게 문제 될 것 없지만 현금으로 요구하면 달라진다.다행히 하연의 특수한 신분 덕에 은행에서는 흔쾌히 승낙했다. 물론 현금을 마련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렸지만.그 시각, 하성도 똑같은 문자를 받았다.화보 촬영을 하던 하성은 문자를 받자마자 촬영을 전면 중했다.하지만 가흔에게 아무리 전화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런 하성을 발견한 서명훈이 다급히 물었다.“하성아, 무슨 일이야? 왜 그래?”하성은 외투 하나를 챙기고 촬영 의상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는 말만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한편, 하연이 은행에서 현금을 가져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때 상혁이 먼저 찾아왔다.“상혁 오빠, 어떻게 왔어요?”“네가 갑자기 그렇게 큰돈을 쓴다는 건 무슨 일 있다는 뜻이잖아. 정 실장한테 물어서 알아냈어. 납치한 범인이 누구인지 특정됐어?”하연은 고개를 저었다.“몰라요. 가흔은 평소 생활 패턴이 단조롭거든요, 게다가 쉽게 원수 맺는 성격이 아닌데.”“그럼 상대는 어떤 사람이야? 왜 갑자기 납치했대?”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잘 몰라요. 하지만 뭐가 됐든 우선 가흔을 구하는 게 우선이에요.”“응, 이따 내가 갈 테니 넌 가지 마.”“안 돼요. 가흔은 제 오랜 친구예요. 그리고 오래전부터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가서 무사한지 확인해야겠어요.”상혁은 하연의 손을 잡으며 간곡히 말했다.“이번 일은 내 말 들어. 집에서 내 소식 기다려. 내가 꼭 무사히 구해줄게.”“하지만...
하연은 이미 전화 건너편 사람이 가흔이라고 확신했다.가흔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이런 상황에서 가흔은 하연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아무 말도 안 했을 거다.“원하는 돈은 가흔이 무사해야 줄 수 있어. 한 푼도 빠짐없이. 하지만 만약 가흔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일전도 없을 줄 알아.”남자는 하연의 말에 설득됐는지 곧바로 동작을 멈추고 일어서서 가흔을 내려다봤다.그러다가 한참 뒤 콧방귀를 뀌었다.“그렇다면 전에 약속한 시간과 장소대로 돈 보내. 조금이라도 늦으면 이 여자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래.”하연은 눈을 들어 상혁과 시선을 교환했다.그때 상혁이 ok 사인을 보내왔고, 하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가흔아, 너인 줄 알아. 무서워하지 마. 내가 꼭 구하러 갈 테니까, 나 믿어줘!”하연의 말에 가흔은 결국 와르르 무너져 눈물을 쏟아냈다.“하연아, 미안해. 폐만 끼쳐서.”“바보, 미안하긴! 너만 무사하면 돼. 기다려.”“돈은 보낼 건데 반드시 사람과 돈 한 곳에서 주고받아야 해.”“하, 지금 나한테 조건 따져? 꿈 깨! 돈 받으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놔줄 거야. 하지만 다른 허튼수작 부리거나 경찰에 신고하면 바로 저승 보내줄 거야. 우리도 이 바닥에서 구를 대로 굴렀어. 아무것도 없는 우리가 뭐 두려울 게 있겠어? 안 그래? 그러니 얌전히 굴어.”말을 마친 남자가 아예 전화를 끊어버리는 바람에 하연은 조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상혁 오빠, 어떡해요?”“위치 추적했어. 현금 놓고 가라는 곳과 500미터가량 떨어져 있어.”“누구인지 확인 가능해요?”상혁이 건네는 핸드폰을 보자 위에는 낯선 남자 얼굴이 떠 있었다.“위치추적에 따라 신상전보를 알아냈는데 이런 사람이 떠. 본 적 있어?”하연은 고개를 저었다.“모르는 사람이에요.”“응, 뒷골목 건달이야. 이 바닥에서 잔인하다고 유명해.”“가흔이 어떻게 그런 사람을 건드렸을까요?”“아직은 모르지. 하지만 이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기에 반드시 빨리 가야
“그 애 삼촌이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않고!”남자의 눈 밑에 매서운 빛이 언뜻 지나갔다.두식이 오늘 이런 짓을 벌인 첫 번째 원인은 돈이고, 두 번째 원인은 가흔을 제대로 혼내줘 짓밟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거다.“그리고 그 여자가 먼저 우리 여정한테서 60억을 먼저 뜯어냈어. 난 고작 100억 요구했으니 많지 않아.”두식은 입꼬리를 움직이며 건들거렸다.“저 여자 꽤 괜찮아 보이던데, 이따가... 헤헤헤...”사람들은 바로 눈치챘지만 경거망동하지 않았다.“두식 형님, 이렇게 좋은 건 형님 먼저 즐겨야죠. 저희는 나중에 하면 됩니다.”“그래! 의리 있네. 돈 받으면 사람당 1억씩 줄 테니까 가서 즐겨.”“감사합니다, 두식 형님.”“두식 형님 멋지십니다!”“차 준비했지?”“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동서남북으로 흩어지면 그 사람들은 잡고 싶어도 못 잡습니다.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어요. 우리 차 대포차라서 경찰들도 찾지 못할 겁니다.”“응, 돈 받으면 미련 없이 떠나자고.”“네. 그럼 저 안의 여자는...”두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잡아당겼다.“여자는 손 안 대면 가슴이 근질거리고 손 대면 중독되거든. 형이 먼저 맛 한번 볼게.”“...”가흔은 두식의 변태 같은 목소리에 속이 뒤집혀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해댔다.만약 이대로 앉아서 모든 걸 운명에 맡기면 무슨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걸 가흔은 알고 있다.때문에 반드시 스스로 도망쳐야 한다.가흔은 먼저 팔을 움직여 보았다. 다행히 남자들은 가흔에 대한 경계심이 무겁지 않아 밧줄을 꽉 묶지 않았다.이에 가흔은 힘껏 몸부림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문이 열리더니 두식이 변태 같은 표정을 지으며 가흔에게 걸어왔다.심지어 두 눈은 마치 늑대가 사냥감을 노리는 것처럼 집요하고 날카로웠다. 그 순간 가흔은 심장이 철렁해 목소리마저 떨렸다.“뭐 하려는 거야? 오지 마.”가흔은 두식에게서 멀어지려고 점점 뒤로 물러났다.그때 두식은 입꼬리를 비틀며 제 바지 버클을 풀어 헤치더니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