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 삼촌이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않고!”남자의 눈 밑에 매서운 빛이 언뜻 지나갔다.두식이 오늘 이런 짓을 벌인 첫 번째 원인은 돈이고, 두 번째 원인은 가흔을 제대로 혼내줘 짓밟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거다.“그리고 그 여자가 먼저 우리 여정한테서 60억을 먼저 뜯어냈어. 난 고작 100억 요구했으니 많지 않아.”두식은 입꼬리를 움직이며 건들거렸다.“저 여자 꽤 괜찮아 보이던데, 이따가... 헤헤헤...”사람들은 바로 눈치챘지만 경거망동하지 않았다.“두식 형님, 이렇게 좋은 건 형님 먼저 즐겨야죠. 저희는 나중에 하면 됩니다.”“그래! 의리 있네. 돈 받으면 사람당 1억씩 줄 테니까 가서 즐겨.”“감사합니다, 두식 형님.”“두식 형님 멋지십니다!”“차 준비했지?”“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동서남북으로 흩어지면 그 사람들은 잡고 싶어도 못 잡습니다.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어요. 우리 차 대포차라서 경찰들도 찾지 못할 겁니다.”“응, 돈 받으면 미련 없이 떠나자고.”“네. 그럼 저 안의 여자는...”두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잡아당겼다.“여자는 손 안 대면 가슴이 근질거리고 손 대면 중독되거든. 형이 먼저 맛 한번 볼게.”“...”가흔은 두식의 변태 같은 목소리에 속이 뒤집혀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해댔다.만약 이대로 앉아서 모든 걸 운명에 맡기면 무슨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걸 가흔은 알고 있다.때문에 반드시 스스로 도망쳐야 한다.가흔은 먼저 팔을 움직여 보았다. 다행히 남자들은 가흔에 대한 경계심이 무겁지 않아 밧줄을 꽉 묶지 않았다.이에 가흔은 힘껏 몸부림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문이 열리더니 두식이 변태 같은 표정을 지으며 가흔에게 걸어왔다.심지어 두 눈은 마치 늑대가 사냥감을 노리는 것처럼 집요하고 날카로웠다. 그 순간 가흔은 심장이 철렁해 목소리마저 떨렸다.“뭐 하려는 거야? 오지 마.”가흔은 두식에게서 멀어지려고 점점 뒤로 물러났다.그때 두식은 입꼬리를 비틀며 제 바지 버클을 풀어 헤치더니 점점
그때, 남자의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자기가 즐기려던 게 방해를 받자 두식은 언짢은 듯 전화를 무시했다.“젠장!”그러면서 핸드폰을 아예 옆으로 던져버렸다.하지만 전화벨이 끈질기게 울려대자 두식은 결국 욕설을 퍼부었다.그렇다고 별다른 수가 없었기에 잠시 가흔을 놔주고 핸드폰을 손에 쥐더니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받았다.“누구야?”이미 조바심이 날 대로 나버린 하성은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말했다.“돈 준비됐어, 당신이 말한 곳에 뒀는데, 사람은?”“이렇게 빠르다고?”두식이 언짢은 듯 시간을 확인하며 투덜대자 이미 인내심을 잃은 하성은 순간 욱해 버럭 소리쳤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사람 어디 있냐고!”두식은 바닥에 있는 가흔을 흘긋 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그렇게 조급할 거 뭐 있어? 돈 받으면 사람은 자연적으로 풀어준다니까.”하성은 주변을 빙빙 돌며 두리번댔지만 아무것도 없어 이를 갈았다.“말한 대로 해야 할 거야. 돈 가지고 당장 사람 풀어. 안 그러면 평생 후회하게 해줄 테니까.”두식은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가 두 똘마니를 불렀다.“물건 도착했대. 가서 확인해.”“네, 형님.”“내 부하가 지금 확인하러 갔으니 확인하고 말해.”말을 마친 두식은 전화를 끊고 뒤돌아 가흔을 바라보며 언짢은 기분을 달랬다.방금 끓어오른 욕망이 다시 그를 자극해 속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젠장, 왜 이렇게 빨리 오는 거야?”하지만 가흔은 이미 절망하여 바닥에 누운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속에서부터 모욕감이 피어올라 마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방금 가흔은 전화 건너편에서 하성의 목소리를 들었다.그리고 하성이 현장에 왔다는 걸 알았다.가흔은 하성이 왜 왔는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형편없는 모습은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그때 한참 동안 고민하던 두식은 이대로 포기하자니 너무 아까워 다시 가흔에게 접근했다. 거의 손에 넣을 수 있는 걸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넌 내 손에서 도망칠 생각
가흔은 저한테로 날아오는 몽둥이를 보자 일순 굳어버렸다.그러다 몽둥이가 점점 가까워져 가흔에게 닿으려 할 때 어디서 누군가 튀어나와 두식의 등을 발로 걷어찼다. 그 힘이 어찌나 셌는지 두식은 비틀거리다 결국 중심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하성 오빠.”가흔은 놀랍고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때 하성이 빠른 걸음으로 가흔에게 달려와 손을 꼭 잡으며 물었다.“괜찮아?”가흔은 어눌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무사한 가흔을 보자 하성 역시 가슴에 막힌 돌멩이가 내려가는 기분이었다.“무사하다니 다행이야.”하지만 하성은 등 돌린 터라 뒤에서 두식이 살금살금 기어 일어나 몽둥이를 들고 다가오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몰랐다.“조심해요!”그때 가흔이 하성을 밀쳐버리고 몸으로 몽둥이를 막았다. 곧이어 퍽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몽둥이에 머리를 맞은 가흔은 눈앞이 캄캄해져 앞으로 넘어졌다.“가흔아!”하성은 가흔의 이름을 불리며 앞으로 달려가 부축하고는 두식을 인정사정없이 발로 걷어찼다.하성은 두식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기에 온 발에 힘을 싫은 채 쉴 새 없이 두식을 차댔다.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한 두식은 비명소리를 꽥꽥 내질렀지만 하성은 듣지 못한 것처럼 온 힘을 다해 두식을 혼냈다.그러다 한참 뒤, 두식은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고, 하성은 그제야 동작을 멈추었다.“가흔아, 어때?”하성은 걱정 가득한 말투로 물었지만 손에는 점차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그리고 손을 확인한 그는 그게 모두 가흔의 머리에서 난 피라는 걸 발견했다.가흔은 눈앞에 뭇별이 돌아다니는 것처럼 정신이 점점 아득했고, 하성의 얼굴도 두개로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손에 힘이 빠져 툭 늘어지더니 의식이 점멸 되었다.“두식 형님!”소문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온 똘마니들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보고는 하나둘 하성에게 달려들었다.“감히 우리 두식 형님을 다치게 해? 오늘 네놈을 죽이고 말 거야.”항성은 두 눈은 이미 새빨갛게 충혈된 채로 쉴 새 없이 가
병원에 도착한 가흔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났다.가흔 머리의 상처는 꽤 심각했다. 뇌진탕인 데다 상처가 찢겨 몇 바늘 꿰매기까지 했다.하연이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서더니 걱정스럽게 물었다.“가흔아. 어때? 괜찮아?”가흔은 입을 꾹 다물며 미안한 기색을 드러냈다.“미안해, 너한테 폐 끼쳤네.”평소 가흔이 이토록 내외하고 소외감 느껴지게 구는 걸 제일 싫어하는 하연은 얼른 가흔의 손을 잡았다.“너 나한테까지 그럴 거야?”가흔은 그제야 표정을 가다듬고 눈을 내리깔았다. 가흔도 하연이 저를 진심으로 대하고 항상 자매 같은 친구로 대한다는 걸 알고 있다.가흔 역시 그렇고. 하지만 출생과 신분 대문에 가흔은 늘 민감하다.그도 그럴 게, 하연과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니까.“하연아, 저기 그... 괜찮아?”가흔이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하성이다. 그동안 가흔이 항상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은 하성 말고는 없었으니.“걱정하지 마. 오빠는 튼튼해서 아무 문제 없어. 그런데... 그렇게 걱정되면 왜 병실로 들이지 않아? 하성 오빠가 널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가흔은 말없이 이불을 꽉 움켜쥐더니 한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 돌아가라고 해.”하연은 여전히 고집부리는 가흔을 어쩔 수 없어 마지못해 동의햇다.“그래, 오늘 밤은 예나 불러 너 돌봐주라고 할 테니 그동암 몸조리 잘해. 그리고 널 이렇게 만든 사람은 이미 잡아들였어, 나머지는 나한테 맡겨.”“그래... 혹시 누가 시켰는지는 알아냈어?”“응, 그런데 이 일은 상관하지 마. 지금은 네 건강이 우선이니까.”“그래.”가흔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조금 홀가분해진 듯했다. 이윽고 하연과 눈을 마주치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고마워, 하연아.”“됐어. 나한테 예의 차릴 필요 없어.”그 뒤로도 한참 동안 수다를 떤 뒤 하연은 병실을 나섰다. 하연이 나와 문을 닫기 바쁘게 하성이 달려와 하연의 팔을 잡아당겼다.“가흔은 어때? 나 들어가도 돼?”하연은 고개를 돌려 가흔의 병
하성은 설명을 길게 늘어놓았다.“하연아,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여자애가 용기를 내어 나 대신 공격을 막아줬는데, 신경 쓰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아니, 가흔이 왜 오빠를 구해줬는지 모르겠어요?”그 말에 하성은 더 어리둥절해졌다. 그 표정을 본 하연은 한숨을 푹 내쉬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그럼 오늘 왜 그곳에 나타났어요?”“문자를 받았거든. 가흔이 위험하다고 해서 문자에서 요구한 대로 현금 인출해서 구하러 간 거였어.”“그럼 그때 기분은 어땠어요?”“기분? 하연아, 그런 긴급상황에서 기분이 어땠겠어. 당연히 속이 타들어 가고 급하지.”하성은 그제야 그때 자신이 급박했던 것 외에 머릿속에 오로지 가흔에 대한 걱정뿐이었다는 게 떠 올랐다.하성은 가흔이 다칠까 봐 걱정했고, 가장 먼저 가흔이 무사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게다가 소식을 접한 순간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불안함과 당황함을 느꼈다.“오빠, 그동안 가흔도 우리랑 오랫동안 함께 있었잖아요. 그런데 가흔한테 정말 특별한 감정을 못 느꼈어요?”하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는 가흔과 함께했던 매 순간이 떠 올랐다. 게다가 무엇 때문인지 분명 아주 오래전 일들인데 머릿속에 너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오빠, 설마 가흔이 오빠 좋아하는 거 모르는 건 아니죠?”하연의 말은 마치 나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하성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충격적인 소식에 하성은 몸이 뻣뻣하게 굳어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것처럼 되물었다.“뭐라고? 가흔이 나를 좋아한다고?”그 말을 하는 순간 하성은 왠지 심장이 두근거렸고 저도 모르게 기쁘고 설렜다.하연은 하성의 반응에 답답한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실 하연은 가흔 대신 답변을 받아내고 싶었다. 만약 하성이 정말 가흔에게 마음이 있다면 하연은 제대로 두 사람을 이어줄 생각이고, 반대로 마음이 없다면 가흔을 설득해 자기 오빠를 잊고 더 좋은 남자를 만나게 할 생각이었으니.“오빠, 제대로 답변해 줘요. 대체 가흔한테 마음이 있는
“네?”상혁은 고개를 돌려 하연을 바라보더니 사뭇 진지한 얼굴로 분석했다.“가흔이 그렇게 오랫동안 네 오빠를 좋아하면서 왜 고백하지 않은 줄 알아?”하연은 흠칫 놀라 고개를 마구 저었다.사실 하연도 그 부분이 늘 이상했다. 하연이 아는 가흔은 목표가 명확하고 한 가지 일을 확정하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게다가 주얼리 디자인을 좋아해서 열심히 연구한 끝에 이제는 세계 패션계에서 유명한 주얼리 디자이너의 위치까지 올라왔고, 혼자 자기만의 브랜드도 만들었다.이것만 봐도 가흔이 얼마나 우수한지, 또 얼마나 집요한지 알 수 있고, 한 가지 일을 확정 지으면 끝까지 견지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가흔이 하성에 대한 감정 역시 그렇다.그동안 일편단심 하성만 좋아하고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하지만 남녀 사이의 감정을 아는 건 당사자뿐이다.“이유가 뭐예요? 상혁 오빠는 알아요?”상혁은 하연의 손을 잡고 나란히 밖으로 나가더니 천천히 설명했다.“가흔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가흔이 독립적이고 사업심이 강하고, 능력 있고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사실은 아주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야, 우리가 아는 것처럼 강하지도, 자신감 넘치지도 않아.”그러고 보니 하연은 저도 가흔의 생각을 읽지 못할 때가 많았다는 걸 느꼈다.‘그동안 절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게 말할 자격 없네.’“상혁 오빠, 오빠는 어떻게 발견했어요? 가흔은 절대 우리 앞에서 말한 적 없는데.”상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다가 하연이 조금 실망하자 이내 위로했다.“감정은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 하는 거야. 우리는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어.”그 말에 상혁과 눈빛을 교환한 하연은 곧바로 이해했다는 듯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확실히 그 인간 말종 쓰레기들 좀 만나 봐야겠어요.”상혁은 하연을 데리고 곧장 교외로 향했다. 그러다가 마지막 목적지인 FL 그룹 소유의 폐기 창고에 도착했다.이 창고의 위치는 매우 은밀해 아는 거의 사람이 없고 오가는 사람도 없어
하연은 일순 눈빛이 어두워졌다. 이 일의 자초지종은 하연도 진작 알아봤다. 하지만 고작 60억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이미 많이 봐준 처사다.그런데 그 일을 계기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안에 있는 강두식은 안여정의 외삼촌이야. 저 사람 말로는 안여정이 너무 억울한 일을 당해 이런 계획을 세웠다더라고.”하연은 그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이런 상황이었어?’“그럼 이 일 안여정과는 상관있어요?”하연의 말이 떨어지자 상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하연에게 건넸다.그리고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영상 속 여정은 눈물범벅이 되어 흐느끼며 말하고 있었다.“최 사장님, 이번 일은 저와 상관없어요. 저는 모르는 일이라고요. 그냥 외삼촌한테 하소연 좀 한 건데, 삼촌이 그런 짓을 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하연은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어 그대로 핸드폰을 꺼버렸다.“본인은 아예 깨끗하게 발 빼겠다는 거네?”이번 일이 아무리 여정이 지시한 게 아니라고 해도 절대로 책임을 벗을 수 없다.“정말 네 말 대로 아무 상관 없어야 할 거야. 안 그러면 남에게 납치를 지시하는 건 콩밥 신세를 져야 할 테니까.”하연의 어두운 눈빛으로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상혁과 시선을 교환했다.“들어가서 뭐라 하는지 들어봐요.”이윽고 말을 마친 뒤 성큼성큼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강두식은 누군가 들어오자 무척 흥분하는 모습이었다.“나 풀어주러 온 거지? 당신들 이렇게 나를 감금하는 거 불법이야. 그런데 나 풀어주기만 하면 과거 일을 묻어둘 수 있어. 아무 일 없었던 거로 할 수 있다고.”하연은 너무 어이없어 피식 웃었지만 미소가 눈까지 닿지는 않았다. 하연은 한 걸음 한 걸음 두식에게 걸어갔다.“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하자고? 그건 당신한테만 너무 좋은 처사 아닌가?”하연의 목소리는 마치 12월의 서리처럼 뼈를 에는 듯한 고통을 주었다. 심지어 두식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당신 누구야? 뭐 하자는 거야?”하연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두식의
하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두식은 하연이 곽대철의 이름에 겁먹었다고 생각해 더 보충했다.“왜? 무서워? 무서우면 당장 풀어줘. 늦어서 대철 형님이 오기라도 하면 너희들 제명에 못 죽어.”“풀어달라고? 꿈 깨. 감옥에 처넣으면 모를까.”두식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나를 감옥에 넣는다고? 그럴 능력은 있고? 우리 대철 형님은 비즈니스계와 조폭계에 모두 발 담고 있는 분이셔.”“그래? 그럼 오늘 그 곽대철 형님이 너 구하러 오나 보자고.”하연은 말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곧바로 곽대철한테 전화했다.그걸 본 두식은 당연히 하연이 허세 부린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여자인 하연이 조폭계를 주름잡는 거물 곽대철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하지만 웬걸? 연결음은 약 두 번 정도 울리더니 곧바로 곽대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흑흑, 보스. 처음으로 저한테 먼저 연락한 거 아시죠? 내가 이렇게 귀한 경험을 하다니...”하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볼 일 있어서 전화했어요.”“무슨 일인데요? 보스 명령이라면 뭐든 따를게요.”“혹시 강두식이라고 알아요?”대철은 머릿속으로 한참 동안 이름을 검색하다가 겨우 뭐가 생각난 듯 대답했다.“알죠. 제 부하 중 한 명이에요.”하연은 눈을 들어 두식을 바라봤다. 그 눈빛은 어찌나 날카로운지 두식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이윽고 확신 없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너 정말 대철 형님을 안다고?”두식은 저절로 말하고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대철 형님이 어떤 인물인데. 조폭계에서 명성을 널리 알린 분인데, 고작 명문가 아가씨가 그런 거물과 알고 지낼 리 없어.’‘분명 나를 겁주는 걸 거야.’“허세 좀 그만 부려. 대철 형님이 어떤 분인데. 네까짓 게 알고 지낸다고?”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하연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핸드폰을 두식에게 던져주었다. 이윽고 두식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대철의 분노 가득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왔다.“강두식! 너 이 자식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