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87화 800미터 달리기

작가: 손라떼
800미터 달리기는 곧바로 시작되었다.

800미터는 그나마 장거리 종목에 속하기에 하연은 총소리가 울린 직후부터 계속 3등을 유지했다. 하지만 약 두 바퀴쯤 돌았을 때부터 체력이 달려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그때, 상혁이 언제 나타났는지 불쑥 나타나 라인 밖에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하연아, 호흡 가다듬고 세 걸음에 한 번씩 호흡해.”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하연은 무의식적으로 페이스를 조절하며 점차 속도를 끌어올렸다.

그 덕에 막판 스퍼트에 3등이라는 성적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헉헉헉... 안 되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조금만 휴식할게요. 저 잠깐 누워 있을게요.”

하연은 말하면서 운동장에 드러누우려 했지만 다음 순간 상혁이 하연의 팔을 잡아당겼다.

“이제 막 달리자마자 앉으면 안 좋아. 내가 부축할 테니 천천히 걷다가 페이스 돌아오면 앉아서 휴식해.”

“싫어요, 너무 힘들어요.”

“안돼. 괜찮아, 천천히 걸을게.”

상혁은 하연을 부탁한 채로 천천히 걸으며 하연을 도와줬다. 그때 하경과 하성이 달려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어때? 하연아, 괜찮아?”

하성을 보자 하연은 바로 회복이라도 한 듯 우쭐댔다.

“오빠, 저 3등이에요. 우리 내기 잊지 않았죠?”

하성은 싱긋 웃으며 흔쾌히 대답했다.

“잘하던데. 완주에 등수까지. 좋아. 이번 학기 간식은 내가 책임질게.”

“약속했어요? 저 엄청 많이 먹을 거예요.”

“그래.”

하연은 얼른 몸을 돌려 상혁을 바라봤다.

“오빠 뭐 먹을래요? 하성 오빠가 쏜다고 하니 마음대로 시켜요. 상혁 오빠가 같이 달아준 덕에 저 끝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

“이제 괜찮아졌어?”

상혁이 걱정스레 물었다.

“네, 이제 괜찮아요.”

“그럼 됐어.”

“...”

그 일이 있은 뒤 시간은 또 빠르게 흘러 하성, 하경과 사혁은 중간고사를 치르고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한편 하연도 2학년 생활을 맞이지만 물리에 도저히 흥미를 가질 수 없어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하경 오빠, 물리 너무 어려워요. 배우고 싶지 않은데 안 배울 수 없어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88화 물리 실험실

    주말.자전거를 타고 최씨 저택에 도착한 상혁은 최동신을 보자마자 예의 있게 인사했다.“할아버지, 잘 지내셨어요?”최동신은 상혁을 보자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상혁이구나. 하성과 하경이 찾아왔어? 그 두 녀석은 집에 없어, 아침 일찍 나갔거든.”“괜찮아요, 저 오늘 하연이 찾아온 거예요.”그 말에 최동신은 알겠다는 듯 싱긋 웃었다.“그럼 내가 하연이 불러오라고 하마.”이윽고 가사도우미를 물러 왔다.“가서 하연이 좀 불러오게. 상혁이 왔으니 얼른 내려오라고.”“괜찮아요, 할아버지, 저 여기서 기다리면 돼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계단 입구에서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하연이 총총걸음으로 달려 내려왔다.“상혁 오빠, 왔어요?”“응.”상혁은 간단히 대답하고 최동신을 바라봤다.“할아버지, 우리 이만 나가볼게요.”“그래, 가 봐.”최동신의 답변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고, 하연은 바로 의아한 듯 물었다.“오빠, 우리 어디 가요? 뭔데 그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해요?”“아직은 말 안 할게. 이따가 알게 될 거야.”“아, 알았어요.”“뒤에 앉아.”자전거에 앉자마자 진지하게 건네는 초대에 하연은 조금도 망설이지 상혁의 뒤에 앉았다. 하연이 제대로 앉은 걸 확인하자 상혁은 바로 페달을 밟으며 출발했다.목적지에 도착했음에도 하연은 여전히 의아했다.“상혁 오빠, 여기 어디에요?”상혁은 얼른 하연의 팔을 잡고 안으로 끌었다.“자, 들어가 보자.”두 사람이 들어선 방 안에는 물리 실험 기구들이 가득 놓여 있다. 처음 보는 신기한 기구들은 단번에 하연의 흥미를 끌었다.“상혁 오빠, 이게 뭐예요?”“그건 볼록렌즈와 오목렌즈야.”“신기하네요. 그럼 저건요?”“저건 저항상자, 옆에 있는 건 발파 저항측정기와 전류 측정기.”“...”물리 실험을 하자 하연은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이것저것 물었다.그런 하연의 질문에 상혁은 인내심 있게 설명하며 실험실 반대편으로 거어갔다.그러다 목적지에 도달한 상혁은 걸음을 멈추고 하연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89화 좋아하는 일

    하연은 본인이 확실하게 인정한 일에 대해서는 집요한 사람이었는데 물리 실험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부터 물리학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었다.그 덕에 하연의 물리 성적은 중학교 졸업 때까지 매우 좋았다.게다가 그동안 다닌 학교가 귀족학교인 만큼 커리큘럼이 풍부해 문화 수업뿐만 아니라 직업 관련 수업도 일부 섞여 있었다.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하연은 집안의 배정에 따라 미리 MBA 교육을 받았고 고1 때부터 경영학 수업을 접했다.사춘기 아이들은 어느 정도 반항기가 있다고 하는데 하연은 반항기가 좀 늦게 왔다.“할아버지, 저 경영학 배우기 싫어요, 앞으로 회사 일에도 큰 관심이 없을 거예요.”“제발요. 이제 더 이상 배우지 않으면 안 돼요? 집안에 큰오빠도 있잖아요.”하연은 할아버지에게 애원하며 말했다.최동신은 평소에 하연을 총애했지만, 이 일에서는 시종일관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다.“안돼.”“왜요, 할아버지?”“경영 수업 열심히 받아, 모르는 거 있으면 큰오빠한테 물어봐.”“싫어요, 저 정말 관심이 없어요.”“그럼 말해봐, 넌 대체 어디에 관심이 있는 거야?”“...”하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비록 할아버지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지만 고집을 꺾기 싫었다.“어쨌든 저는 경영을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걸 찾으면 무조건 좋아하는 일을 할 거예요.”하연의 말을 들은 최동신은 결국 어느 정도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좋아, 그럼 관심사를 찾기 전에 얌전히 EMBA 수업 받아.”하연은 입술을 오므렸다. 물론 내키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의 요구대로 먼저 경영학 수업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어느덧 고3이 된 하성과 하경은 집안 배정으로 대학 입시를 치르는 대신 졸업 후 곧바로 고등교육부에 진학했다.그래서 남들이 모두 대학 입시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이 둘은 집에 틀어박혀 게임을 했다.그날, 하연은 갑자기 하성과 하경을 찾았다. “오빠들, 저 나중에 디자인을 배워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거 어때요?”두 사람은 동작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0화 회사에 관심 없어요

    하연은 하성과 하경의 쓴소리를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자기 생각을 고수했다.“안 돼요, 이왕 배려고 마음먹었으니 잘 배워서 절대 창피한 일 없도록 할 게요.”“이건 창피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앞으로 DS 그룹은 네가 경영해야 할 건데 네가 만약 디자인을 배우러 간다면 회사는 어떻게 할 거야?”하연의 생각은 달랐다.“오빠들이 있잖아요. 큰오빠가 있는데 뭐 하러 걱정해요? 게다가 저는 정말 회사에 관심이 없어요. 그렇게 하고 싶으면 오빠들이 하던가요.”하경과 하성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안 돼, 난 회사에 관심이 없어.”하성도 이어 말했다.“나도 관심 없어. 내 취미는 음악이고 나중에 가수가 되어 연예계 활동하고 싶어.”두 사람의 거절에 하연이 잠시 침묵했다.“...”“거 봐요. 오빠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잖아요!”하연의 말에 하성과 하경은 말문이 막혔다.결국 자기들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연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이번 일에 나는 빼줘. 난 몰랐던 거야.”“나도 모르는 거로 해. 하연아, 넌 항상 주견이 뚜렷하니 이것도 네가 한 선택이야.”하연은 두 오빠의 대답이 은근히 마음에 들었다.“좋아요, 그럼 이 일은 당분간 큰오빠와 할아버지한테는 비밀로 해줘요.”하성과 하경은 말없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두 사람은 약속대로 이 일을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참지 못하고 친구한테 하소연했다.“상혁아, 하연이 무슨 귀신에게 홀렸는지 의상 디자인을 하겠다고 해. 아예 미술 취미반도 등록했대, 이름만 번지르르하지 솔직히 기본기 익히러 가는 거잖아.”듣고 있던 상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진심으로 하고 싶대?”하경이 상혁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걔 고집은 소도 못 꺾어. 한번 마음먹은 일은 뒤도 안 돌아보고 끝까지 하는 애야.”“지금 열정을 쏟아붓고 있어. 예전에 너랑 물리 실험할 때 못지않다니까.”“그럼 잘됐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게 잘못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1화 전 디자인이 좋아요

    “뭐라는 거야? 그게 내가 나중에 내가 짝 찾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제대로 말해.”“네가 직접 깨닫도록 해.”“싫어. 오늘 제대로 말하라니까!”“...”상혁은 하경의 조롱을 무시한 채 혼자 묵묵히 미술실로 향했다.그러고는 창밖에서 열심히 스케치하고 있는 하연을 빤히 바라봤다.펜을 잡은 하연은 선 하나하나 열심히 긋고 있었다. 물론 동작은 아직 미숙해 보였지만 표정만은 무척 진지했다.하연의 이런 모습을 전에 본 적 없기에 상혁은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하연을 바라봤다. 한편 하연은 미술 수업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나도 계속 앉은 그 자리에 앉아 미술 숙제를 완성했다.그러다 한참이 지난 뒤 겨우 동작을 멈추고 시큰거리는 팔을 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후, 겨우 완성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상혁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일 다 봤어?”하연은 그 말에 곧바로 뒤돌았다. 하지만 얼굴에는 언제 묻었는지 연료가 가득 묻어 있었는데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그걸 본 상혁의 눈 밑에 미소가 드리웠다.“상혁 오빠, 어떻게 왔어요?”상혁은 싱긋 웃으며 하연에게 걸어가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하연아, 우선 거울부터 확인하는 게 어떻겠어? 얼룩 고양이가 다 됐어.”“네? 뭐라고요?”하연은 다급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거울 앞에 다가갔다.“헐, 이거 언제 묻은 거지? 상혁 오빠, 잠깐만 기다려요. 저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말을 마친 하연은 쪼르르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 한참 뒤 다시 나오자 상혁이 손수건을 건넸다.“손 닦아.”“고마워요.”하연은 손수건을 받아 손에 묻은 물기를 깨끗이 닦아내고 나서 물었다.“상혁 오빠, 오늘 수업 안 했어요? 이 시간에 왜 저 찾아왔어요?”“별일 아니야. 그냥 얼굴 좀 보려고. 네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한테서 들었는데 디자인 공부하고 싶어 한다며?”하연은 조금도 숨김없이 바로 인정했다.“전 디자인이 좋아요. 앞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숍을 열어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제가 디자인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2화 갑작스러운 소식

    이 말은 하연에게 하는 말인지 본인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상혁은 하연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실현해 줄 생각이었다.“그래요? 그럼 상혁 오빠 응원에 힘입어 노력할게요.”“그래. 늦었는데 우리 학식 먹으러 가자.”“좋아요. 오늘 크로켓, 등심 스테이크 그리고 호박죽이 나온대요.”“...”저녁.집에 돌아온 하연은 위층으로 올라가려다가 서재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걸음을 멈추었다.호기심에 조심스럽게 서재 쪽으로 가 살그머니 문을 열었더니 늘 존중하던 할아버지 최동신이 거의 쓰러질 것처럼 의자에 앉아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서 집사가 좋은 말로 권하고 있었다.“어른신, 몸조심하세요.”그때 최동신은 얼굴을 가린 채 낮게 흐느끼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집사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어르신, 큰 도련님은 아직 젊은 데다 원래부터 건강하니 꼭 이겨낼 겁니다.”“하, 우리 집 애들 중에서 하민이가 제일 듬직하고 철이 들었는데, 장손이라 우리 최씨 가문 희망이기도 하고. 그동안 항상 후계자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젊은 나이에 그런 병에...”“어르신, 큰 도련님은 운이 좋은 사람이니 하늘이 도울 거고 반드시 무사할 겁니다. 게다가 그룹에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심장 기증자를 찾고 있으니 반드시 적합한 심장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수술을 진행하면 앞으로 회복할 확률도 높고요.”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하연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이에 무의식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할아버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큰오빠가 왜요?”하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최동신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다가 이내 정서를 숨기며 물었다.“하연아, 여긴 어쩐 일이야?”하연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입을 뻐끔거리다가 물었다.“할아버지, 사실대로 말씀하세요, 큰오빠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예요? 그리고... 심장 기증자는 또 뭐고요? 큰오빠가 혹시 아파요? 왜 아무도 저한테 말해주지 않았어요?”최동신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3화 졸업 선물

    상혁은 속으로 은근히 놀랐다.하지만 하연은 점점 평온을 되찾으면서 눈을 들어 먼 곳을 응시했다.“네, 생각 정리했어요.”“이건 네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데 정말 이렇게 포기할 거야?”“상혁 오빠, 저 포기한 거 아니에요. 그저 제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좀 줄였을 뿐이에요. 그리고 저 이미 생각해놨어요. 나중에 대학에 가면 경영학을 전공하고 패션 디자인은 따로 배우면 돼요.”“그래, 네 선택이라면 뭐든 응원해.”하연은 고개를 돌려 상혁을 바라봤다.“역시 상혁 오빠밖에 없어요.”“어느 대학 지원할지 생각했어?”F국에서 기회 되면 대학원도 가려고요, 컬럼비아 대학으로. 컬럼비아 대학의디자인 학과가 엄청 강하대요, 기회 되면 가보고 싶어요.”“네가 하루빨리 소원을 이루었으면 좋겠어.”...하민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다행히 최씨 가문 인맥이 넓은 덕에 곧바로 심장 기증자를 찾을 수 있었고 하민도 제때 수술을 마치고 재활 치료도 열심히 받으며 회복했다.그렇게 몇 년간의 회복 끝에 하민의 몸은 끝내 원래대로 회복했으며 하연의 대학 졸업식 날 직접 컬럼비아 대학 대학원 합격 통지서를 하연에게 건넸다.“하연아, 네가 그동안 꿈을 포기하지 않은 걸 알아. 이제 집에 오빠가 있으니까 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하연은 합격 통지서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더니 하민을 와락 끌어안았다.“오빠, 고마워요.”그때 하경과 하성 그리고 상혁도 다가왔다.몇 년 사이 하성은 연예 기획사와 계약하여 연예인으로 데뷔했고, 하경은 뛰어난 해킹 기술로 F국 대외안보총국에 들어갔다.그리고 상혁은 BN 그룹을 이어받아 새로운 경영자가 되었다.“하연아, 졸업 축하해.”하경이 먼저 축하하며 손에 든 선물 박스를 건넸다.“이건 졸업선물, 마음에 드는지 확인해 봐.”“오빠, 이거 뭐예요?”“열어보면 알아.”하연은 호기심을 안고 선물을 받아 들더니 박스를 열어봤다. 안에 놓인 건 다름 아닌 포르쉐 차키였다.“어때? 마음에 들어?”하연은 차키를 본 순간 얼굴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4화 바다의 심장

    두 사람이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에 하연은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야 손으로 각각 두 사람의 팔짱을 꼈다.“됐어요, 오라버니들, 다들 나한테 제일 잘해주는 거 알아요. 세분 모두 제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이에요!”“진작 그럴 것이지.”“참, 상혁아, 넌 무슨 선물 준비했어?”하경의 질문에 하연마저 기대를 품은 눈빛으로 상혁을 바라봤다.“상혁 오빠도 선물 준비했어요? 뭔데요?”“네 상혁 오빠가 네 선물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모르지? 반년 전부터 미리 준비했다니까.”하경의 말에 하성은 곧바로 눈치챘다. 몇 년 사이 하성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에서 벗어났다.게다가 상혁이 하연에 대한 마음도 눈치챘다.“저기, 하연아 나 갑자기 처리해야 할 일이 생각 났는데 너희끼리 대화 나눠. 난 먼저 가볼게.”“맞아, 둘이서 얘기 나눠. 우리는 이만 가볼게.”하경과 하성이 하민을 데리고 사라지는 바람에 순식간에 하연과 상혁 둘만 남게 되었다.두 사람의 행동에 하연은 그저 의아할 뿐이었다.“왜들 저러지?”“괜찮아, 상관하지 마.”상혁은 말하면서 커다란 손으로 자기의 호주머니를 들추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머뭇거리더니 겨우 작은 비단 상자 하나를 꺼냈다.“하연아, 졸업 축하해.”“정말 제 선물 준비했어요? 저 너무 기뻐요!”하연은 잔뜩 신이 나서 상혁이 건넨 상자를 열어보았다.그 안에는 파란 사파이어 목걸이가 놓여 있었는데 어찌나 예쁜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와, 목걸이 너무 예뻐요!”상혁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마음에 들어?”“그럼요.”“이 목걸이 이름이 바다의 심장이야. 경매에서 낙찰받은 건데 네 졸업선물로 줄게. 앞으로 하는 일이 순조롭길 바라.”“고마워요, 상혁 오빠. 제 목에 걸어줄래요?”“그래.”상혁은 목걸이를 받아 들고 열심히 하연의 목에 걸어주었다.“너무 예쁘다.”“하연아, 사실 나 할 말이 있는데...”하연은 눈을 들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상혁을 바라봤다.“무슨 말인데요? 말해요.”반짝반짝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95화 약속을 어긴 사람

    ‘상혁 오빠’라는 외침에 상혁은 순간 당황하여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연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상혁은 말하면서 성큼성큼 교문 안으로 들어섰다. 심지어 자기 캐리어는 내팽개친 채로.그렇게 캠퍼스 안으로 달려간 상혁은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방향을 찾지 못해 그제야 진정하고 다시 물었다.“하연아, 지금 어디야?”“기숙사요.”“그래, 착하지? 거기서 딱 기다려.”“상혁 오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하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 사이 상혁은 걸음을 재촉하며 하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맨 처음 기대와 긴장으로 가득했던 마음 역시 하연의 기분이 안 좋다는 생각 하나로 대체되었다.“내려와, 네 기숙사 아래 있으니까.”하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불을 걷고 총총걸음으로 창가로 달려갔다. 커튼을 여는 순간 오랜만에 보는 햇빛이 방 안으로 흘러들어 눈이 부실 정도였다.며칠 동안 기숙사에 틀어박혀 폐인처럼 지낸 터라 하연은 기운 없는 모습이었다.하지만 아래층 화단 옆에서 저를 향해 손을 흔드는 익숙한 실루엣을 본 순간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상혁 오빠, 오빠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 잠깐만요, 바로 내려갈게요.”하연은 외투 하나를 챙겨 입고 슬리퍼를 신고 잔뜩 신이 나서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그러고는 곧장 달려가 상혁의 품에 와락 안겼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 것 같은 느낌에 하연은 말투에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다.“상혁 오빠, 어쩐 일로 우리 학교에 왔어요? 말도 없이.”상혁은 대답하는 대신 하연의 얼굴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한동안 보지 않았더니 하연은 많이 여위어 있었고 조금 의기소침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심지어 예전에 늘 반짝반짝 빛나던 눈동자마저 빛을 잃은 것 같았다.게다가 눈시울이 붉어진 걸 보아서는 얼마 전에 운 게 틀림없었다.상혁은 하연을 꼭 안으며 물었다.“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 말에 하연은 순간 서러움이 밀려왔다. 그동안 혼자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을 생각하니

최신 챕터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73화 나를 원망하시는 겁니까?

    다른 곳에서 있던 조봉규가 소란이 일자마자 급히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송혜선에게 다가가며 다급히 말했다. “설날인데, 뭐하러 이렇게 화를 내...” 조봉규가 입을 여는 순간, 남준의 온몸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남준의 시선이 날카롭게 쏘아붙었고, 조봉규는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애써 태연한 척하며 한 발 다가섰다. 송혜선의 팔을 조심스레 부축하며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건강이 우선입니다.” ‘건강?’남준은 손에 쥔 염주를 힘껏 움켜쥐었다. 힘이 들어간 손등에는 핏대가 서고, 눈빛은 살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리고 시선은 서로 닿아 있는 두 사람의 손목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입가에 엷은 조소가 떠올랐다. “조 선생님, 참으로 열정적인 분이시군요. 설날에도 근무 태세를 유지하시다니.” 조봉규는 눈치가 빠른 인물이었다. 당연히 그의 말 속에 담긴 조롱을 알아챘다. 그러나 겉으로는 한껏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머리를 숙였다. “별말씀을요. 환자의 곁을 지키는 게 제 본분입니다.” 남준은 가만히 조봉규를 노려보다가, 짧고 날 선 경고를 던졌다. “그렇다면 본분에만 충실하시죠. 여긴 부씨 가문의 본가이니까.”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남준아!” 송혜선이 다급히 나섰다. 남준을 나무라는 말투였지만, 그 속에는 조봉규를 감싸려는 의도가 분명히 깔려 있었다. 남준의 눈빛은 더욱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송혜선은 오히려 기세를 올려 쏟아내듯 말했다. “네가 좀 더 나서서 잘했더라면, 부상혁한테 밀릴 일도 없었어! 내가 왜 조진숙한테 설날마다 굽신거려야 하냐고?” “지금, 어머니는 나를 원망하시는 겁니까?”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남준의 손에서 염주의 한 알이 ‘탁' 하고 부서졌다. “남준아!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송혜선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염주는 영적인 기운이 깃든 물건이야. 함부로 부수면 불길한 일이 생길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72화 운명의 장난

    부동건의 말은 송혜선을 전적인 신뢰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면, 과연 부동건은 스스로를 어떻게 납득할까?’ ‘결국 속아서 살아온 날이 우스운 바보일 뿐...’ 조진숙은 아무 말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애틋한 사랑인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 서류들, 가져가.” “나 다른 뜻은 없어.” 부동건은 조진숙의 단호한 태도에 살짝 주춤했지만, 곧장 다시 설득을 시도했다. “네가 아직 날 원망하고 있다는 거 알아. 그동안... 혹시 네가...” “착각하지 마.” 조진숙은 부동건의 말을 끊었다. 더 이상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부동건은 한 발 더 다가섰다. “하지만 네가 이걸 받지 않는다면, 결국 날 아직도 원망하고 있다는 뜻 아니야?” 조진숙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가슴 깊숙이 가라앉은 감정이 불쑥 떠오르는 듯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감정을 정리한 뒤,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부동건은 말없이 서류를 정리하더니, 숙련된 손놀림으로 만년필을 열어 조진숙 앞에 내밀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대답이었다. “후회할 거였으면, 애초에 여기 오지도 않았어.” 이번엔 조진숙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펜을 들어, 서류 맨 아래에 단호한 필체로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부디 이 선택을 후회하는 날이 오지 않길 바라.” 부동건은 서류를 덮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마음속에 짓눌려 있던 무언가가 비로소 내려앉는 듯했다. 그는 문득 나직이 말했다. “이제야... 후회한들, 이제 돌아갈 길도 없어.” 조진숙은 그 말에 가슴이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끝내 시선을 돌렸다. 담담한 표정 속에 모든 감정을 삼키며, 단 한마디만 남겼다. “이건... 다 정해진 운명이야.” ‘운명의 장난...’ ‘어쩔 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71화 서명만 하면 돼

    “무슨 말씀인지 압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제 뜻대로 하게 해주십시오.” 부동건의 태도가 단호했다. 이를 지켜보던 부해철이 더 이상의 말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미 네가 마음을 정했다면, 내가 더 이상 뭐라 할 수도 없지. 다만, 앞으로 그 여자를 내 앞에 데려오지는 마라. 네가 어떻게 살든 상관하지 않을 테니.” “그리고...” 부동건이 무슨 말을 더 하려 했지만, 부해철은 손을 휘저으며 등을 돌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지는 뒷모습만이 남았다. ‘그렇게까지 반대할 줄은 몰랐네...’ 부동건은 묘한 기분으로 그 자리에 멈춰섰다. ...설날 온 나라가 한 해의 끝을 보내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 예전에는 늘 조진숙과 상혁 모자가 함께 보내던 명절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최씨 가문과 부씨 가문의 본가가 가까운 데다, 명절이 지나면 하연과 상혁의 약혼식이 있을 예정이었다.그래서 조진숙이 제안했고, 양가 가족들이 함께 부씨 가문에서 설날 저녁을 보내기로 했다. 그 덕분에 조진숙은 하루 종일 분주하게 준비에 매진했다. 그러나 제사가 끝나자마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진숙아, 새해 복 많이 받아.” 부동건이 어색한 미소를 띠며 낮은 자세로 인사를 건넸다. 평소 같았으면 송혜선과 함께 명절을 보낼 사람이, 오늘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조진숙에게는 뜻밖이었다.그녀는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 “여긴 웬일이죠?” “잠깐 들렀어, 당신한테 할 말도 있고 해서.” 조진숙은 그의 시선을 따라 문득 집안 분위기를 둘러보았다. 송혜선이 이곳에 들어온 이후, 부씨 가문 본가는 한 지붕 아래에서도 철저하게 북쪽과 남쪽으로 나뉘어 있었다.그 경계는 뚜렷했고, 불필요한 마주침은 없었다. 부동건이 송혜선과의 결혼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이후, 둘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만약 이번 일이 없었다면, 조진숙 역시 이미 오래전에 이 집을 떠났을 터였다. “들어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70화 한 걸음 잘못 디디면

    송혜선은 급히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했다. “아무래도 남준이가 좀 늦나 봐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는 게 어떨까요?” 부동건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얼굴을 굳혔다. “말 같지도 안은 소리를 하고 있어! 오늘 같은 날에, 시간 개념도 없이 늑장을 부려.” 송혜선은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남준이 오면 꼭 제가 주의를 줄게요.” “교육 똑바로 시켜. 좀 상혁이 하는 것에 반만큼이라도 신중했으면, 나도 그 녀석한테 좀더 잘해 줬을 거야.” ‘또 시작이군.’ 송혜선은 속이 쓰렸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오면 오는 거고, 못 오면 어쩔 수 없지.” 부동건은 한 치의 여지도 주지 않고 단호하게 내뱉곤,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어서 남준이를 찾아와! 오늘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를 어머니라고 부를 생각은 하지도 마.” 송혜선의 가슴이 격하게 오르내렸다. 이 모든 노력들이 사소한 실수 하나로 무너질 순 없었다. ...부씨 가문은 제사에 있어서 철저한 예법을 중시했다. 다행히도 상혁은 부동건과 수년간 제사를 지내며 익숙해져 있었고, 모든 절차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진행했다. 부씨 가문의 어른들 역시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동건아, 상혁이가 있어서 네 대가 끊길 걱정은 없겠구나.” “앞으로 부씨 가문의 대업을 상혁이가 이어간다면, 우리 늙은이들도 한시름 덜겠어.” 부동건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야 물론이죠. 상혁이는 부씨 가문의 기둥이 될 인재입니다.” 상혁은 겸손한 태도로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앞으로도 많이 지도해 주십시오.” “어디 우리가 너희 젊은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지!” “...”제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부남준이 느지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동건은 남준을 보자마자 눈빛이 차갑게 식었지만, 일단 감정을 누르고 말했다.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어서 와서 절부터 올려라.” 남준은 살짝 눈썹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69화 이상한 직감

    최씨 가문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부씨 가문의 본가는 싸늘하고 조용했다.예년과 다름없이, 설날이 되면 부동건은 집안의 남자들과 함께 조상들에게 제사를 올려야 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른 아침부터 송혜선은 핸드폰을 손에 쥐고 부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연결음만 울릴 뿐, 남준은 끝내 받지 않았다. ‘이 녀석은 정말이지, 사람 속을 태우는 재주가 있다니까.’ 송혜선의 얼굴에 점점 초조한 기색이 드러났다. 옆에서 지켜보던 조봉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때? 아직도 전화를 안 받아?” 송혜선은 짙어진 눈매로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 녀석, 정말 사람을 신경 쓰게 만드네!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조봉규는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를 달랬다. “혹시 무슨 사정이 있어서 늦는 걸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너무 걱정 마십시오. 남준이가 철없는 아이도 아니고.” ‘철없는 아이가 아닌데 이러겠어?’ 송혜선은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최대한 감정을 눌렀다. “부씨 가문의 어른들이 원래부터 남준이를 못마땅해했는데. 이런 중요한 제사까지 빠지면, 분명 뒷말이 나올 거야.” 그녀의 말투에는 이미 불안과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그러는 사이, 두 사람이 작은 응접실에서 나와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그때, 정면에서 다가오던 부동건과 마주쳤다. 부동건은 갓 외투를 정리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송혜선과 조봉규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자, 손동작이 살짝 느려지며 묘한 시선을 던졌다. “조 선생, 올해도 그렇게 혜선이 옆에 딱 붙어서 열심히 잘 보살펴 주세요.” 그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묘하게 변했다.조봉규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회장님, 제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부동건은 묘한 눈빛을 유지한 채, 덤덤히 말했다. “혜선이가 아이를 무사히 낳으면, 그에 대한 보상도 충분히 해줄 테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68화 기쁜 소식

    두 집안이 한데 모여 북적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런 귀한 순간을 마음껏 즐기며 보내다 보니, 어느덧 설날 전날이 되었다. 모두 함께 전용기를 타고 F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설날이 밝았다. 올해는 오랜만에 최씨 가문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인 데다, 기쁜 소식까지 겹친 한 해였다. 그 덕분인지 최동신은 평소보다 더욱 설 준비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최씨 가문의 본가는 분주했다. 집사와 고용인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저택 곳곳을 장식했다. 새빨간 복주머니와 길상 문양이 새겨진 장식들이 하나둘 자리 잡았고, 정원에는 화려한 등불이 걸리며 설 분위기가 한층 더 짙어졌다.하연이 계단을 내려오자, 기다렸다는 듯 최하성이 환한 얼굴로 다가왔다. “하연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그러면서 두툼한 세뱃돈 봉투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하연은 두 눈을 반짝이며 얼른 봉투를 받았다. “와! 이렇게 두꺼워요? 하성 오빠 최고!” 그때, 계단 위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있다.” 최하경이었다. 그 역시 두툼한 세뱃돈 봉투를 들고 내려왔다. “작년, 재작년 다 해외에 있어서 못 챙겨줬잖아. 그래서 올해 한꺼번에 더 두둑이 넣었다.” “와! 이건 더 두껍잖아요! 이러다 손목 나가겠어요!” 하연은 연달아 두 개의 두툼한 봉투를 받아 들고, 각각 한쪽 팔을 오빠들에게 걸었다. “오빠들 있어서 진짜 좋아요!” 최하성, 최하경 둘 다 서로를 바라보며 우애가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그리고 최하민과 예아름이 나란히 들어왔다. 추운 바깥 공기를 뚫고 들어오자마자, 하민은 아름의 목에서 목도리를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그는 안쪽에서 떠들썩하게 웃고 있는 세 남매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집이 이렇게 활기찬 게 얼마 만이에요!” 아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러게요. 앞으로 더 행복한 일만 가득할 거예요.” 하민은 아내의 허리를 가볍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67화 프로포즈(3)

    그리곤 진심을 담은 남자의 목소리가 멈추었다. 하지만 하연의 눈가에는 이미 촉촉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글귀, 한 글자 한 글자마다 상혁이 진심을 담아 전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건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상혁이 하연에게 건네는 가장 솔직하고 깊은 속마음이었다. 그때, 뒤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목소리. “하연아.” 하연은 본능적으로 뒤돌아섰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숨이 멎었다. 아까까지의 편안한 차림은 온데간데없이, 눈앞의 상혁은 새하얀 수트를 차려입고 있었다. 반듯하게 맨 보타이, 정갈하게 빗어 넘긴 머리, 그리고 손에 들린 한 다발의 꽃. ‘동화 속에서 막 나온 왕자님 같아.’ 하연은 멍하니 서서 남자를 바라보았다. 상혁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하연의 가슴이 터질 듯이 뛰었다. 남자의 시선, 남자의 걸음, 그가 다가오는 순간의 모든 것이 하연의 가슴속 깊이 새겨졌다. 마침내, 상혁은 하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두 사람은 마주 섰고, 서로의 눈동자에 상대방의 모습이 담겼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떨림이 전해지는 듯했다.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상혁이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꽃을 건넸다. 남자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하연아...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말이 끝나자, 그는 왼발을 살짝 앞으로 내디디더니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벨벳 상자를 꺼냈다. 이어서 뚜껑을 열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혁의 눈빛에는 단 하나의 감정만이 가득 차 있었다. 바로 사랑이었다. “한때 나는 사랑이란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널 만나고, 그게 아니란 걸 알았어.” “사랑은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라,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서로를 아껴주고, 이해하고, 감싸주는 거라는 걸.” “그래서 나는... 너와 함께, 그런 사랑을 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66화 프로포즈(2)

    둥근 형태의 테라스는 새하얀 난간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위로 푸릇푸릇한 덩굴식물이 감싸고 있었다. 연둣빛 야자수 잎 사이로 작고 앙증맞은 꽃들이 군데군데 피어 있었고, 은은한 향기가 바람에 실려왔다. 테라스 중앙에는 우아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이미 차와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하연아, 우리 저기에 앉자.” 상혁은 하연의 손을 잡고 테이블로 이끌었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직접 꽃차를 따라주었다. 하연은 손으로 찻잔을 감싸고 조심스레 한 모금 머금었다. 부드러운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거 무슨 차예요? 향이 너무 좋아요.” “목련차야. 테라스 뒤쪽에 한가득 피어 있는데, 한번 가볼래?” ‘목련꽃이 이렇게 가까이에서 피어 있다니.’ 순백의 꽃잎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모습이라니,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연은 찻잔을 내려놓고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가보자!” 둘은 테라스를 나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하얀 원형 아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눈부신 꽃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우와...’ 하연은 숨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순백의 목련이 바람에 살랑이고, 보랏빛 라벤더가 넘실댔으며, 튤립이 형형색색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각종 귀한 품종의 꽃들이 경쟁하듯 피어나고 있었고, 이 모든 아름다움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꿈 속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상혁은 걸음을 멈추고 어디선가 꽃으로 엮은 화관을 꺼내더니, 조심스레 하연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하연아, 여기는 너만을 위한 꽃밭이야.” 놀란 듯 하연이 눈을 깜빡이며 상혁을 올려다보았다. ‘설마...?’ 여자의 가슴이 터질 듯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상혁은 하연의 손을 잡고, 꽃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길을 따라 걷자 길이 점점 넓어졌고, 상혁과 함께 그 길을 따라 가자 점점 하연의 시야가 트였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65화 프로포즈(1)

    고개를 돌려 반짝이는 눈빛으로 하연이 상혁을 바라보았다. “여긴 어디예요?” 상혁은 여자의 시선을 따라 앞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때 버려졌던 작은 섬인데. 나중에 내가 사들였어.” 그는 자연스럽게 하연의 손을 잡으며 손가락을 맞물렸다. “어때? 마음에 들어?” 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네, 좋아요!” ‘좋다니 다행이야.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보람이 있었네.’이 순간을 상혁이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그는 하연의 손을 살짝 당기며 말했다. “일단 우리 아침부터 먹자. 그리고 이따가 바닷가에 데려가 줄게.” “좋아요.” 이 섬은 남태평양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작은 외딴섬이었다. 한때는 몇 년 동안 방치되어 잡초가 무성하고 황폐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상혁이 이곳을 매입해 전문가에게 맡겼다. 불과 2년 만에 섬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집도 짓고, 길도 만들고, 섬 전체가 아름답게 정돈되었다. 한낮이 되자 햇살이 섬을 따스하게 감쌌다. 하연과 상혁은 손을 잡고 깔끔하게 정돈된 자갈길을 따라 걸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했다. 바람이 불어오자 하연의 원피스 자락이 살짝 날렸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멀리 두었다. 눈앞에는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고, 곱디고운 모래가 햇빛 아래 반짝이고 있었다. “저기 봐요! 야자수가 있어요!” 하연은 설레는 듯 조심스레 뛰어나갔다. 상혁은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그녀가 가는 곳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푸른 하늘 아래, 키가 큰 야자수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서 있었다. 커다란 잎사귀들이 바닷바람을 타고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마치 오랜 세월을 품고 바다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것 같았다. 하연은 신발을 벗고 모래 위에 발을 내디뎠다. 발끝을 감싸는 모래가 부드럽고도 간질거려, 묘한 전율이 발끝에서부터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