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숙은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하연을 끌고 침실 솔파에 앉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내가 물건 가지러 갈게.”“뭘 가지러 가세요? 제가 가져올게요.”“괜찮아. 내가 가져오면 돼.”강영숙은 말하면서 다락방으로 들어가더니 한참 뒤 손에 상자 하나를 들고나왔다.“하연아, 너한테 특별히 줄 건 없고, 이건 내가 서준이 할아버지와 결혼할 때 챙겨온 혼수야.”그러면서 상자를 열어 안에 있는 비취 팔찌를 꺼내 하연의 손을 잡았다.“이건 너한테 주는 선물이야.”“할머니, 이건 너무 귀중합니다.”하연이 거절했지만 강영숙은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고 하연의 손에 팔찌를 끼워주었다.“귀중하고 말고가 뭐 있어? 내 마음인데. 하연아, 뭐가 됐든 할머니 마음속에 너는 내 손녀나 마찬가지야. 피가 섞이지 않았어도.”“할머니.”“예쁘네.”강영숙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앞으로 어느 집 자식이 너와 결혼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누구든 안목과 복이 있는 사내라는 건 사실이겠지.”하연은 왠지 부끄러웠다.“할머니, 저...”“착해 빠져서는. 너만 좋으면 된다.”강영숙의 위로에 하연은 코끝이 시큰거렸다.“네, 알았어요, 할머니.”두 사람은 침실에서 한참 동안 얘기 나누다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하연의 방문에 강영숙도 모처럼 기뻐했고 두 사람 사이에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반면 서준은 계속 두 사람 옆에 있었지만 오히려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았다.강영숙이 휴식을 취한 뒤 집을 나선 하연은 정원에서 진작 기다리고 있던 서준을 만났다.하연은 가던 걸음을 우뚝 멈추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그 전에 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할머니가 이렇게 기뻐하는 거 오랜만이야. 고마워.”“나한테 고마워할 거 없어. 난 그냥 할머니랑 같이 있어 드리러 온 거니까.”“응, 그동안 할머니 몸이 안 좋았거든. 난 회사 일 때문에...”“알아, 한 대표님이야 매일 바쁘겠지. 하지만 할머니는 연세도 있으시니 시간 내서 곁에 자주 같이 있어 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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