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Chapter 461 - Chapter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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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1화 배팅

모연이 멀리 떠난 뒤 호현욱은 그제야 멀리에 있는 비서 민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호 이사님, 시키실 일 있습니까?”호현욱은 어두운 눈으로 물었다.“내 손에 유동자금 얼마 정도 남았지?”“현재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약 200억 정도입니다. 만약 이사님 명의로 된 부동산과 DS 그룹 지분까지 합치면 약 1000억 정도 있습니다.”그 말에 호현욱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현재 이 판에 뛰어들지 말지.만약 뛰어들면 모든 재산을 걸어야 하고, 또 뛰어들지 않자니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네 생각에 부동산이 계속 이대로 쭉 좋을 것 같아?”민호는 그 물음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부동산이라면 걱정할 거 없지 않나요? 부동산은 항상 남는 장사 아닙니까?”호현욱도 그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다년간 이 바닥에서 굴러본 경험으로 봐도 부동산의 비전은 아주 좋다고 생각했으니. 만약 투자만 한다면 절대 밑지는 장사는 아닐 거다.게다가 이번에 수익을 내면 DS 그룹에서 하연과 우열을 가릴 필요도 없이 혼자만의 영역을 차지할 수 있으니, 이번 프로젝트가 최고의 발판이 아닐 수 없었다.“내 명의로 된 모든 부동산을 은행에 담보로 맡겨.”“이사님, 이건... 너무 경솔한 처사 아닙니까?”호현욱은 손을 휘휘 저으며 민호의 말을 잘랐다.“내 말대로 해.”“네, 이사님.”“그리고, DS 그룹 지분은 팔면 안 돼. 그것까지 팔면 물러날 곳이 없어.”호현욱은 입으로 중얼거리며 뭔가 생각하더니 잠시 뒤 말을 이었다.“암시장에 가서 사채 빌릴 수 있는 곳이 있나 알아봐. 빌릴 수 있으면 조금 빌려. 프로젝트로 돈을 벌면 다시 갚으면 되니까 문제없을 거야.”“이사님, 사채는 아무래도 위험하니 조심하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아니야. 이번 프로젝트는 자금 유동이 바르니 아마 얼마 뒤면 바로 돈 들어올 거야. 큰 문제없어.”“하지만...”그 어떤 투자도 위험은 따릅니다.민호는 이 말을 하려다가 호현욱이 계속 고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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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할머니의 선물

“하연이 왔구나?”창밖에서 열정적으로 저를 맞이하는 강영숙을 보자 하연은 뒤에 보이는 익숙한 모습을 무시하기로 했다.이윽고 얼른 차에서 내려 활짝 웃었다.“할머니!”강영숙은 너무 기뻐 하연의 팔을 잡아끌었다.“하연아, 정말 오랜만이구나.”그러면서 하연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며 이제 막 정원에 차를 세운 서준은 완전히 무시했다.멀리서부터 정원에 주차된 익숙한 차를 본 서준은 처음에는 본인이 잘못 봤다고 생각했지만 하연이 차에서 내리고 강영숙이 따뜻하게 맞이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 한구석이 무언가에 세게 부딪힌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곧바로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서준이 차에서 내리자 최향숙이 다가와 마중했다.“도련님, 오셨어요?”“네.”서준은 가볍게 대답하고 최향숙에게 제 물건을 맡긴 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하편, 강영숙은 거실에서 하연을 끌고 이것저것 물으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현관에서부터 두 사람의 웃음소리를 들은 서주의 얼굴에는 웃음이 더욱 선명해졌다.그걸 본 최향숙도 서준이 웃는 걸 오랜만에 본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최향숙의 눈빛이 느껴졌는지 서준은 헛기침하며 본인의 감정을 숨기더니 이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뒤 거실로 들어갔다.“할머니!”서준의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래를 돌린 강영숙의 낯빛은 순간 어두워지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평소에 집에 오지도 않더니 내가 귀한 손님 모셔왔을 때 왜 하필 오고 그래?”서준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덤덤하게 대답했다.“오늘 회사 일이 바쁘지 않아 할머니 보러 왔어요.”강영숙은 서준에게 시간을 할애하기도 귀찮다는 듯 하연을 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가자, 하연아, 할머니가 너한테 줄 선물 준비했는데 같이 보러 가자.”하연이 강영숙에게 끌려 위층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거실에는 서준만 멍하니 남게 되었다.하지만 그래도 서준은 기분이 좋아 곧바로 주방으로 향했다.강영숙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하연을 끌고 침실로 가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하연아, 화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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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강영숙은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하연을 끌고 침실 솔파에 앉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내가 물건 가지러 갈게.”“뭘 가지러 가세요? 제가 가져올게요.”“괜찮아. 내가 가져오면 돼.”강영숙은 말하면서 다락방으로 들어가더니 한참 뒤 손에 상자 하나를 들고나왔다.“하연아, 너한테 특별히 줄 건 없고, 이건 내가 서준이 할아버지와 결혼할 때 챙겨온 혼수야.”그러면서 상자를 열어 안에 있는 비취 팔찌를 꺼내 하연의 손을 잡았다.“이건 너한테 주는 선물이야.”“할머니, 이건 너무 귀중합니다.”하연이 거절했지만 강영숙은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고 하연의 손에 팔찌를 끼워주었다.“귀중하고 말고가 뭐 있어? 내 마음인데. 하연아, 뭐가 됐든 할머니 마음속에 너는 내 손녀나 마찬가지야. 피가 섞이지 않았어도.”“할머니.”“예쁘네.”강영숙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앞으로 어느 집 자식이 너와 결혼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누구든 안목과 복이 있는 사내라는 건 사실이겠지.”하연은 왠지 부끄러웠다.“할머니, 저...”“착해 빠져서는. 너만 좋으면 된다.”강영숙의 위로에 하연은 코끝이 시큰거렸다.“네, 알았어요, 할머니.”두 사람은 침실에서 한참 동안 얘기 나누다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하연의 방문에 강영숙도 모처럼 기뻐했고 두 사람 사이에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반면 서준은 계속 두 사람 옆에 있었지만 오히려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았다.강영숙이 휴식을 취한 뒤 집을 나선 하연은 정원에서 진작 기다리고 있던 서준을 만났다.하연은 가던 걸음을 우뚝 멈추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그 전에 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할머니가 이렇게 기뻐하는 거 오랜만이야. 고마워.”“나한테 고마워할 거 없어. 난 그냥 할머니랑 같이 있어 드리러 온 거니까.”“응, 그동안 할머니 몸이 안 좋았거든. 난 회사 일 때문에...”“알아, 한 대표님이야 매일 바쁘겠지. 하지만 할머니는 연세도 있으시니 시간 내서 곁에 자주 같이 있어 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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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내쫓을 거야

하지만 서준은 계속 하연과 거리를 유지한 채 조용히 뒤를 쫓다가 하연의 집에 도착하자 그제야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길옆에 세웠다.한참 떨어진 거리에서 서준은 하연의 집 정원에서 하연을 기다리는 사람의 실루엣을 보았다. 물론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상대가 남자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새로운 애인이 생겼나?’‘벌써 동거하나?’‘저 사람 부상혁인가?’서준은 왠지 마음 한구석이 꽉 막힌 것 같다가 뭔가 빠져나가 텅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시선마저 흐릿해졌다.서준은 말없이 핸들을 꽉 붙잡았다. 오늘 왜 하연의 뒤를 밟았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모습을 보니 왠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한편 정원에서 하연을 맞이하던 하성은 멀리 멈춰 있는 차를 흘긋거리며 농담조로 말했다.“하연아, 부상혁 저 자식 집에 초대 안 해?”하연은 얼른 다가가 하성의 팔짱을 꼈다.“오빠, 언제부터 이런 일에 관심 있었어요”하성은 그저 궁금한 것뿐이었다.“너희 싸웠어?”“아니요!”“그런데 왜 따로 왔어? 서로 아는 척도 안 하고?”“오빠, 저 사람 누구인지 제대로 봐요.”하연의 말에 하성은 더 궁금해졌다.“뭐? 부상혁이 아니면 누구야? 너 설마 새 애인 생긴 거 아니지? 미리 말해두는데, 난 제부로 부상혁만 인정해. 다른 사람이 우리 집에 들어오려 하면 빗자루로 내쫓을 거야.”하연은 웃음을 참았다.“아, 그래요? 밖에 있는 사람 한서준이에요.”“뭐?”하성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내가 바로 빗자루 가지러 갈게.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나 진작에 저 자식 처리하고 싶었어. 기회를 못 찾았을 뿐이지, 오늘 제대로 혼내줄 거야.”하성은 진심이었다.곧이어 사용인더러 빗자루를 건네 달라고 손짓하고는 당장이라도 싸우려고 달려가려는 바람에 하연이 다급히 막아섰다.“오빠. 뭐 하는 거예요?”“흥, 저 자식 쫓아내려고!”하성은 말하면서 밖으로 달려 나갔지만 밖에 주차되어 있던 차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그냥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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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비서의 실수

“아직 명확한 건 없지만 사채를 빌린 것도 모자라 은행에 본인 명의로 된 부동산을 담보로 내놓았어요.”“보아하니 큰 일을 도모할 모양이네.”“혹시 우리를 겨냥하려고 그러는 거 아닐까요?”“호현욱의 최근 동태를 잘 살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네, 사장님.”보고를 마친 태훈은 곧바로 뒤돌아 떠났다. 하지만 이제 막 두 걸음 뗐을 때 하연이 그를 불러 세웠다.“참, 우리 셋째 오빠의 스케줄이 어떻게 돼?”“JJ 그룹이 국민대로에 있는 타임 쇼핑센터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는데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들 모두 참석했습니다.”“아.”‘어쩐지 아침부터 오빠가 안 보이더라니.’“알았어, 가서 일 봐.”“네.”태훈이 나간 뒤 하연은 계속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참 뒤 하연의 개인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하연아, 혹시 오늘 네 오빠가 참석한 행사 위치가 어디 잇는지 알아?”전화 건너편에서 가흔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왜 그래? 무슨 일인데?”하연의 물음에 가흔은 얼른 대답했다.“비서가 정신이 없어 액세서리 잘못 가져갔어. 지금 현장에 가져간 건 아직 외부에 발표하지 않은 새 디자인이야. 그 액세서리는 발매 전에 외부에 공개되면 안 된다고 계약까지 했었거든.”“더 큰일은 비서 핸드폰이 꺼져서 아무리 전화해도 안 받아. 네 오빠 매니저도 연락이 안 닿고.”때문에 가흔은 급한 마음에 하연을 찾은 거다.상황을 들은 하연은 다급히 가흔을 달랬다.“조급해하지 마. 오빠가 오늘 국민대로에 있는 타임 쇼핑셑너에 있어. 지금 가도 시간 될 거야. 나도 연락해 볼게.”“알았어. 그럼 난 먼저 가볼게.”전화가 끊기기 바쁘게 하연은 하성의 개인 폰으로 전화했다.하지만 여러 번 연결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하성은 평소 폰을 몸에 지니고 있는데 오늘 이런 상황에 하연은 너무 의아했다.‘행사가 있어도 핸드폰은 매니저한테 줬을 텐데. 왜 안 받지? 이런 적 없었는데.’‘오늘 무슨 일이지?’그 시각, 행사장 뒤편에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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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고작 60억

“배우님, 안 돼요!”여름이 다급히 말렸지만 목걸이는 이미 바닥에 나뒹굴었다.“앞으로 이딴 거 내 앞에 가져오지 마.”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이를 본 여름은 얼른 쪼그려 앉아 목걸이를 줍고는 고개를 숙여 공손하게 사과했다.“여정 배우님, 이 목걸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가 회사에 다른 걸 가져오라고 요청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하고 계신 목걸이는 오늘 하면 안 됩니다.”“난 꼭 이걸 착용해야겠는데?”여정은 안색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팔짱을 끼고 기고만장해서 말했다.그 말에 여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건 안 될 것 같습니다.”“이봐, 날 건드리고 무사할 것 같아?”여정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싸늘하게 경고했다.“내가 너 이 일도 못 하게 해줄까?”“오호? 누가 감히 그런 말 하는지 궁금하네요.”그때 마침 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가흔이 인파를 지나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가흔을 본 순간 여름은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흐느꼈다.“신 대표님!”가흔은 손을 뻗어 여름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하고는 여정을 바라봤다.“액세서리 잘못 챙긴 건 저희 실수 맞아요. 인정하게요. 하지만 그걸 빌미로 사람 난처하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하.”여정은 코웃음을 치며 가흔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사실 여정은 처음에 가흔이 하연과 같이 자란 베프라는 소리에 가흔 역시 대단한 가문 아가씨인 줄 알고 사람을 시켜 뒷조사를 해봤다.하지만 가흔의 진짜 신분은 여정을 정말 놀라게 했다.때문에 이 순간에도 가흔의 체면은 고려하지 않고 사정없이 맞받아쳤다.“신 대표님도 인정했네요. 본인이 액세서리를 잘못 챙겨왔다고. 실수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아무리 그래도 그걸 여정 씨가 이래라저래라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가흔의 여유로운 대답에 여정의 얼굴은 백지장이 되었다.“난 그저 저 여자한테 일 잘하라고 가르친 것뿐이에요.”“배우님이 본인 처지를 모른 것 같아 말씀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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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가흔의 상처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여정은 너무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가흔을 응시했다.“뭐라고요? 목걸이 하나에 60억?”가흔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건 VERE에서 맞춤 제작한 목걸이거든요. 위에 있는 다이아는 남 아프리카에서 공수해 온 건데 세상에 하나뿐이고요. HB 그룹 회장님이 부인 결혼 기념 선물로 특별 주문 제작한 거라 가격도 투명해요. 의견이 있거나 배상하기 싫다면 법적 절차대로 처리할 겁니다.”여정의 낯빛은 붉으락푸르락해졌고 방금 전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여정도 그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돈을 적잖이 벌었지만 대부분은 회사에서 가져가 현재 남아 있는 돈은 형편없이 적었다.때문에 60억이라면 거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이미 말을 내뱉었으니 이제 와서 후회하면 주위 사람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너무 신경 쓰였다.결국 한참 동안 생각하던 여정은 눈을 들어 가흔을 바라봤다.“고작 목걸이 하나로 유세는. 배상하면 될 거 아니에요.”“네.”가흔은 여정과 쓸데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대신 여름더러 회사 계좌를 알려 주도록 명령했다.“그럼 번거로우신 대로 돈은 여기로 보내주세요.”결국 여정은 이를 악물고 그 돈을 송금했다. 그리고 5분 뒤, 가흔의 핸드폰에 입금 알림이 떴다.그러자 가흔은 목걸이를 여정에게 건넸다.“이렇게 시원시원하게 결제하시니 이 목걸이는 여정 씨한테 드리죠.”여정은 살점이 떨어져 나간 듯 마음이 아팠지만 자존심 때문에 일부러 대범하게 행동했다.“고작 60억이 뭐라고. 가흔 씨는 그동안 바닥에서부터 이 자리까지 기어올라오느라 고생했겠어요.”그 말에 주위의 공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심지어 멀리에서 서 있던 하성마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마지못해 60억을 지불하게 된 여정은 이 언짢은 기분을 분출해야 했기에 모든 분노를 가흔에게 겨냥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죠?”가흔의 반문에 여정은 씩 웃으며 느긋하게 대답했다.“가흔 씨 고아라면서요? 최씨 가문 지원금으로 대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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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고자질

여정은 한 대 맞은 것에 어리둥절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흔을 바라봤다.“지금 나 쳤어?”주위 사람들도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놀라 멍해 있다가 이내 반응했다.“때린 지가 언젠데 반응이 좀 늦네요.”“이게!”여정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그때 마침 인파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성 배우님!”그 말을 들은 여정의 얼굴을 순식간에 변했다.여정은 눈을 들어 한참 떨어진 문에 기대 있는 하성을 확인했다.하성은 늘 그렇듯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어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었다.그 모습을 보니 여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조심스럽게 말했다.“선배, 언제부터 와 있었어요?”하성 배우님이라는 호칭을 듣자마자 그대로 굳어 버린 가흔은 여정의 선배라는 호칭에 등 뒤에 있는 사람의 신분을 더 확신했다.‘방금 다 봤나?’‘내가 자기 후배 때렸다고 화내겠지?’가흔은 난처해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떠나버렸다.여정은 그 모습을 보더니 얼른 하성 앞에 달려가 불쌍한 표정으로 고자질했다.“선배, 방금 다 봤죠? 저 여자가 밑도 끝도 없이 다짜고짜 저를 때렸어요.”그러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하지만 그 누구도 나서서 사실대로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여정의 신분 때문에 본인이 화를 입을까 봐 두려웠으니까.하성은 여정의 얼굴을 보더니 덤덤하게 물었다.“가흔이 때린 거야?”여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선배, 아까 그 여자 진짜 미친 거 같아요. 분명 본인이 액세서리 잘못 챙겨왔으면서 내가 실수로 조금 망가뜨렸다고 60억이나 배상하게 하고 고작 몇 마디 투덜댔다고 저를 때렸어요.”여정은 본인이 유리한 쪽으로만 말했다. 물론 하성이 언제부터 있었고 얼마나 지켜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선배 앞에서 그동안 쌓은 이미지가 그대로 무너지게 둘 수는 없었으니까.그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하성이 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라는 거다.하성은 사람들이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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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손 안 아파?

하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하성의 모습에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더 묻지 않고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켰다.“방금 저쪽으로 갔는데 아마 멀리 못 갔을 거예요.”하성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긴 다리를 내디디며 가흔이 떠난 쪽으로 쫓아갔다.그렇게 불과 10걸음 만에 하성의 눈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하성의 얼굴에 드리웠던 당황한 표정은 점차 걷혔지만 발걸음은 오히려 빨라졌다.“가흔아!”하성의 부름에 가흔은 제 자리에 우뚝 섰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하성이 가흔의 옆으로 다가왔다.“왜 그렇게 빨리 떠나?”가흔은 맑고 고요한 샘물 같은 눈동자로 하성을 빤히 보다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따지러 왔어요?”이에 하성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시선을 가흔의 손으로 옮겻다.그 시선을 느낀 가흔은 말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따지러 온 거면 저도 할 말 없어요. 저 여정 씨 때린 거 맞아요. 60억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맞아요. 의견 있으면 제 변호사랑 얘기해요.”가흔이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지만 하성은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입을 뻐끔거리다가 끝내 물었다.“손 안 아파?”가흔은 그 순간 멈칫하더니 한참 멍해 있다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뭐라고요?”하성은 가흔에게 다가가 또다시 반목했다.“아까 힘 많이 쓴 것 같던데, 손 안 아파?”가흔은 무의식적으로 제 손을 뒤로 뺐지만 하성이 틈도 주지 않고 가흔의 손을 덥석 잡았다.“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하연처럼 뭐든 본인이 직접 나서는 버릇 고쳐!”“?”가흔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걱정하는 상대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저 손 괜찮아요. 아무 문제 없어요. 오히려 여정 씨가 문제죠. 아마 얼굴이 부었을 테니 가서 후배나 걱정해요.”그러면서 일부러 후배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하지만 하성은 가흔의 말투에 드러난 질투의 감정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난 너를 거정하는 거야.”“필요 없으니 가요. 전 바빠서 이만.”가흔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에 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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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꼭 제 편 들어주셔야 해요

여정은 가뜩이나 여리여리하고 가녀리게 생긴 데다 눈물까지 뚝뚝 흘리자 더욱 동정심을 자아냈다.“괜찮아요. 억울한 일 당했으면 말해요.”하연의 위로에 여정은 더욱 크게 흐느껴 주위 사람들은 너도나도 두 사람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순간 하연은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야 여정은 울음을 멈추고 하연에게 호소했다.“최 사장님, VERE 브랜드 측 신 대표가 앞으로 저한테는 협찬 안 해준대요. 그것도 모자라 저를 때리기까지 했어요. 제 얼굴이 부어오른 것도 다 신 대표 때문이에요.”그 말을 들은 하연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여정의 말을 생각했다.하연은 가흔과 벌써 수년 동안 연을 이어왔기에, 가흔이 일과 생활에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다.가흔이 오늘날 거둔 성과도 한 장 한 장 스케치하며 쌓은 디자인 실력 덕이고, 인성 역시 그동안 지켜봐 왔기에 절대 남을 먼저 건드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이것만은 하연이 확신할 수 있었다.때문에 여정의 말에 하연은 표정을 숨긴 채 물었다.“괜찮으니 천천히 말해 봐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여정은 하연이 저를 믿어준다고 생각해 방금 전 벌어진 일에 이것저것 살을 덧붙여 본인에게 유리한 것만 말했다.심지어 본인에게 불리할 것 같은 일부 사실은 아예 지워버렸다.자초지종을 들은 하연은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 가차 없이 여정의 진술에 존재하는 문제점을 짚어냈다.“VERE의 신 대표가 여정 씨 개인에 대한 협찬을 취소했다고요?”여정은 하연의 말에 숨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분명 일부러 저를 겨냥하는 거라고요. 분명 자기 비서가 액세서리 잘못 챙겨온 건데 나더러 새 걸 배상하라면서 60억이나 갈취하더니. 그거 제 전 재산이에요. 최 사장님, 꼭 제 편 들어주셔야 해요.”하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저도 모르게 여정을 비웃었다.그도 그럴 게, 여정의 말에는 일말의 논리도 없었으니까.때문에 진실은 분명 다를 거라는 걸 확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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