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여정은 너무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가흔을 응시했다.“뭐라고요? 목걸이 하나에 60억?”가흔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건 VERE에서 맞춤 제작한 목걸이거든요. 위에 있는 다이아는 남 아프리카에서 공수해 온 건데 세상에 하나뿐이고요. HB 그룹 회장님이 부인 결혼 기념 선물로 특별 주문 제작한 거라 가격도 투명해요. 의견이 있거나 배상하기 싫다면 법적 절차대로 처리할 겁니다.”여정의 낯빛은 붉으락푸르락해졌고 방금 전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여정도 그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돈을 적잖이 벌었지만 대부분은 회사에서 가져가 현재 남아 있는 돈은 형편없이 적었다.때문에 60억이라면 거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이미 말을 내뱉었으니 이제 와서 후회하면 주위 사람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너무 신경 쓰였다.결국 한참 동안 생각하던 여정은 눈을 들어 가흔을 바라봤다.“고작 목걸이 하나로 유세는. 배상하면 될 거 아니에요.”“네.”가흔은 여정과 쓸데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대신 여름더러 회사 계좌를 알려 주도록 명령했다.“그럼 번거로우신 대로 돈은 여기로 보내주세요.”결국 여정은 이를 악물고 그 돈을 송금했다. 그리고 5분 뒤, 가흔의 핸드폰에 입금 알림이 떴다.그러자 가흔은 목걸이를 여정에게 건넸다.“이렇게 시원시원하게 결제하시니 이 목걸이는 여정 씨한테 드리죠.”여정은 살점이 떨어져 나간 듯 마음이 아팠지만 자존심 때문에 일부러 대범하게 행동했다.“고작 60억이 뭐라고. 가흔 씨는 그동안 바닥에서부터 이 자리까지 기어올라오느라 고생했겠어요.”그 말에 주위의 공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심지어 멀리에서 서 있던 하성마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마지못해 60억을 지불하게 된 여정은 이 언짢은 기분을 분출해야 했기에 모든 분노를 가흔에게 겨냥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죠?”가흔의 반문에 여정은 씩 웃으며 느긋하게 대답했다.“가흔 씨 고아라면서요? 최씨 가문 지원금으로 대학까지
여정은 한 대 맞은 것에 어리둥절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흔을 바라봤다.“지금 나 쳤어?”주위 사람들도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놀라 멍해 있다가 이내 반응했다.“때린 지가 언젠데 반응이 좀 늦네요.”“이게!”여정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그때 마침 인파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성 배우님!”그 말을 들은 여정의 얼굴을 순식간에 변했다.여정은 눈을 들어 한참 떨어진 문에 기대 있는 하성을 확인했다.하성은 늘 그렇듯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어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었다.그 모습을 보니 여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조심스럽게 말했다.“선배, 언제부터 와 있었어요?”하성 배우님이라는 호칭을 듣자마자 그대로 굳어 버린 가흔은 여정의 선배라는 호칭에 등 뒤에 있는 사람의 신분을 더 확신했다.‘방금 다 봤나?’‘내가 자기 후배 때렸다고 화내겠지?’가흔은 난처해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떠나버렸다.여정은 그 모습을 보더니 얼른 하성 앞에 달려가 불쌍한 표정으로 고자질했다.“선배, 방금 다 봤죠? 저 여자가 밑도 끝도 없이 다짜고짜 저를 때렸어요.”그러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하지만 그 누구도 나서서 사실대로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여정의 신분 때문에 본인이 화를 입을까 봐 두려웠으니까.하성은 여정의 얼굴을 보더니 덤덤하게 물었다.“가흔이 때린 거야?”여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선배, 아까 그 여자 진짜 미친 거 같아요. 분명 본인이 액세서리 잘못 챙겨왔으면서 내가 실수로 조금 망가뜨렸다고 60억이나 배상하게 하고 고작 몇 마디 투덜댔다고 저를 때렸어요.”여정은 본인이 유리한 쪽으로만 말했다. 물론 하성이 언제부터 있었고 얼마나 지켜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선배 앞에서 그동안 쌓은 이미지가 그대로 무너지게 둘 수는 없었으니까.그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하성이 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라는 거다.하성은 사람들이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신분
하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하성의 모습에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더 묻지 않고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켰다.“방금 저쪽으로 갔는데 아마 멀리 못 갔을 거예요.”하성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긴 다리를 내디디며 가흔이 떠난 쪽으로 쫓아갔다.그렇게 불과 10걸음 만에 하성의 눈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하성의 얼굴에 드리웠던 당황한 표정은 점차 걷혔지만 발걸음은 오히려 빨라졌다.“가흔아!”하성의 부름에 가흔은 제 자리에 우뚝 섰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하성이 가흔의 옆으로 다가왔다.“왜 그렇게 빨리 떠나?”가흔은 맑고 고요한 샘물 같은 눈동자로 하성을 빤히 보다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따지러 왔어요?”이에 하성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시선을 가흔의 손으로 옮겻다.그 시선을 느낀 가흔은 말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따지러 온 거면 저도 할 말 없어요. 저 여정 씨 때린 거 맞아요. 60억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맞아요. 의견 있으면 제 변호사랑 얘기해요.”가흔이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지만 하성은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입을 뻐끔거리다가 끝내 물었다.“손 안 아파?”가흔은 그 순간 멈칫하더니 한참 멍해 있다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뭐라고요?”하성은 가흔에게 다가가 또다시 반목했다.“아까 힘 많이 쓴 것 같던데, 손 안 아파?”가흔은 무의식적으로 제 손을 뒤로 뺐지만 하성이 틈도 주지 않고 가흔의 손을 덥석 잡았다.“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하연처럼 뭐든 본인이 직접 나서는 버릇 고쳐!”“?”가흔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걱정하는 상대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저 손 괜찮아요. 아무 문제 없어요. 오히려 여정 씨가 문제죠. 아마 얼굴이 부었을 테니 가서 후배나 걱정해요.”그러면서 일부러 후배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하지만 하성은 가흔의 말투에 드러난 질투의 감정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난 너를 거정하는 거야.”“필요 없으니 가요. 전 바빠서 이만.”가흔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에 맹
여정은 가뜩이나 여리여리하고 가녀리게 생긴 데다 눈물까지 뚝뚝 흘리자 더욱 동정심을 자아냈다.“괜찮아요. 억울한 일 당했으면 말해요.”하연의 위로에 여정은 더욱 크게 흐느껴 주위 사람들은 너도나도 두 사람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순간 하연은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야 여정은 울음을 멈추고 하연에게 호소했다.“최 사장님, VERE 브랜드 측 신 대표가 앞으로 저한테는 협찬 안 해준대요. 그것도 모자라 저를 때리기까지 했어요. 제 얼굴이 부어오른 것도 다 신 대표 때문이에요.”그 말을 들은 하연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여정의 말을 생각했다.하연은 가흔과 벌써 수년 동안 연을 이어왔기에, 가흔이 일과 생활에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다.가흔이 오늘날 거둔 성과도 한 장 한 장 스케치하며 쌓은 디자인 실력 덕이고, 인성 역시 그동안 지켜봐 왔기에 절대 남을 먼저 건드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이것만은 하연이 확신할 수 있었다.때문에 여정의 말에 하연은 표정을 숨긴 채 물었다.“괜찮으니 천천히 말해 봐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여정은 하연이 저를 믿어준다고 생각해 방금 전 벌어진 일에 이것저것 살을 덧붙여 본인에게 유리한 것만 말했다.심지어 본인에게 불리할 것 같은 일부 사실은 아예 지워버렸다.자초지종을 들은 하연은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 가차 없이 여정의 진술에 존재하는 문제점을 짚어냈다.“VERE의 신 대표가 여정 씨 개인에 대한 협찬을 취소했다고요?”여정은 하연의 말에 숨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분명 일부러 저를 겨냥하는 거라고요. 분명 자기 비서가 액세서리 잘못 챙겨온 건데 나더러 새 걸 배상하라면서 60억이나 갈취하더니. 그거 제 전 재산이에요. 최 사장님, 꼭 제 편 들어주셔야 해요.”하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저도 모르게 여정을 비웃었다.그도 그럴 게, 여정의 말에는 일말의 논리도 없었으니까.때문에 진실은 분명 다를 거라는 걸 확신했
하연은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60억이 걸린 일인데 별것도 아닌 일이라니 여정 씨 경제적으로 참 여유롭나 봐요?”여정은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 하연의 눈도 제대로 마주 보지 못했다.“사장님, 저...”하연은 여정의 말을 못 알아들은 척 여전히 여정 편을 들 것처럼 굴었다.“아무 말도 필요 없어요. 여정 씨는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인데, 제가 당연히 여정 씨를 지켜줘야죠. CCTV를 확인해서 만약 VERE의 신 대표가 정말 잘못했다면 제가 여정 씨 편 되어줄게요.”“최 사장님, 그게...”하연은 진작 여정의 속내를 꿰뚫어 보았기에 거리낌 없이 물었다.“왜요? 혹시 뭐 켕기는 구석이라도 있어요?”“아니요... 없어요.”“없다면 같이 CCTV 확인하러 가요.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죠.”여정은 하연이 계속 고집하자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어 마음이 혼란스러웠다.‘어떡하지? 어떡해야 하지?’“가요, 여정 씨.”하연의 재촉에 여정은 심호흡하고 마지못해 하연을 따라 감시실로 향했다.하지만 하연이 도착했을 때 하성이 이미 안에 있었다.“오빠, 행사 시작하지 않았어요? 왜 안 갔어요?”하성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여정을 바라봤다.하지만 여정은 그런 하성의 눈빛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하성을 본 순간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다급히 하성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선배도 마침 있었네요. 그 현장에 선배도 있었으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말해줘요.”하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빼버렸다.그 순간 여정은 표정이 굳어 버린 채 낮은 소리로 말했다.“선배, 왜 그래요?”그때 CCTV 화면을 흘긋 확인한 하연은 상황을 대충 눈치채고는 팔짱을 끼고 여정을 바라봤다.“여정 씨, 할 말 더 있어요?”여정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선배, 선배가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제 말 들어봐요.”하지만 하성은 여정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하연에게 말했다.“대기실 CCTV는 내가 이미 확인했어. 가흔은 아무 잘못 없어.”그 말이 떨어지기
“위약금?”여정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무슨 위약금이요? 우리 계약서에 그런 것도 있었어요?”여정의 말에 하연이 오히려 궁금했다.“여정 씨는 계약서에 사인할 때 읽어도 보지 않나 봐요?”그 말에 여정은 가슴이 철렁했다.정말 그랬으니까.계약을 체결할 때 오직 하성의 마음을 얻을 목적뿐이었으니 디테일한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었다. 심지어 계약서 내용을 보지도 않고 사인했었다.그런데...여정은 말없이 옷소매를 꽉 움켜잡으며 당황한 마음을 달랬다. 목걸이를 배상한 것도 아름찬데 위약금이라니?하지만 현재로서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위약금이 얼마인데요?”여정은 애써 덤덤한 척 물었지만 속은 이미 말이 아니었다.이에 하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사실대로 말했다.“지금 계약 해지한다면 계약서 내용에 따라 위약금 100억을 물어야 합니다. 물론 구체적인 금액은 내 기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그 말에 여정은 다리에 힘이 풀러 비틀거렸다.그 순간 여정이 든 생각은 오직 하나, 바로 이제 끝장이라는 거였다.“사장님, 저 좀 놔주세요. 제발.”여정은 분명 본인이 먼저 계약 해지를 꺼냈으면서 오히려 본인이 애원했다.마치 하연이 저를 괴롭히는 것처럼.“여정 씨, 계약 해지하겠다고 바락바락 소리치던 사람은 여정 씨 아니었어요? 우리 DS 그룹은 연예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항상 응원합니다. 만약 방금 전 발언이 후회되어 계약 해지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물론 여정 씨의 미래 발전에 대해 회사 측에서 새로운 계획을 세울 테지만.”여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하연의 말에 대답했다.“네, 해지 안 할게요. 방금 전에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계약 해지만은 하지 말아주세요.”하연은 팔짱을 낀 채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여정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네, 그래요. 그러면... 앞으로 연예계에서 연예활동을 금지시키는 거로 하죠.”‘연예활동을 금지’라는 말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여정을 내리쳤다.“네
여정은 정말 두려웠다.게다가 현 상황에 퇴로가 없었다.“정말 그렇게 할래요?”하연이 되묻자 여정은 하연이 자기 말에 동의했다고 생각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네, 이렇게 해주세요. 저한테 기회만 주신다면 소처럼 일할게요.”하연은 열심히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후회 안 할 수 있어요?”“안 해요. 절대 안 해요.”“그럼 생각 좀 해볼게요.”여정은 무거운 짐을 벗은 듯 마음이 후련해졌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하연이 떠난 뒤에야 여정은 몸에 힘이 빠졌다. 심지어 등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여정은 후회되는지 제 머리를 내리쳤다.‘그러게 애초에 왜 홀린 듯 DS 그룹에 합류해서는.’그래도 다행히 하연이 자신의 연예활동을 금지시키지만 않는다면 열심히 돈 벌어 이 지옥 같은 곳을 떠날 생각이었다.‘그때 다시 최하연한테 제대로 복수할 거야.’여정의 생각은 아주 완벽했다. 하지만 하연은 그런 여정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이튿날 바로 새로운 일을 배정해 주었다.그리고 새 일을 확인한 여정은 바로 불만을 토로했다.“뭐요? 지금 나더러 프런트 데스크에서 일하라고 했어요?”태훈은 프런트 직원들이 입는 유니폼을 여정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최 사장님 지시입니다.”“난 이 회사 연예인이라고요. 회사를 위해 큰돈을 벌어들일 시 있는데 프런트 직원이 말이 돼요? 이런 일을 누가 해요? 개도 안 하겠네. 난 안 해요. 최 사장님 만나게 해줘요.”태훈은 여전히 예의 바른 태도로 말했다.“안여정 씨, 사장님은 바쁘셔서 여정 씨와 만날 시간 없습니다. 그리고 프런트 직원으로 일하면 한 달에 120만은 벌 수 있습니다. 물론 연예인 대우만 못하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 데는 문제 없어요.”“120만 원으로 산다고요? 정 실장님 지금 장난해요? 내가 전 회사에서도 한 달에 몇억씩 벌었는데 120만 원으로 밥 한 끼도 못 사요.”태훈은 겉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만약 이 일자리가 싫으면 다른 일자리 배정해 드리죠. 회사 청소부라던
말을 마친 태훈은 긴 다리를 내디디며 떠나버리며 풀이 죽은 채 서 있는 여정만 덩그러니 남겨 두었다.맨 위층 사무실.사무실 의자에 앉기 바쁘게 태훈이 들어오자 하연은 눈을 들어 한번 확인하고는 계속 서류를 처리했다.태훈은 그 모습을 보더니 앞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보고했다.“사장님,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하연은 펜을 들고 큼지막하게 서류에 사인을 하며 말했다.“우선 이렇게 하는 거로 해. 나머지는 안여정이 어떻게 하는가에 달렸지 뭐.”“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이윽고 태훈이 말을 잇지 못하자 하연은 펜을 멈칫하며 눈을 들었다.“무슨 일인데 그래?”이에 태훈은 대답하는 대신 질문했다.“사장님, 오늘 뉴스 봤습니까? LS 그룹이 정부와 체결한 부지 착공식이 보도됐는데...”하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임모연이 이렇게 빨리 움직였다고?’이제 고작 보름이 지났는데 벌써 성동 부지를 손에 넣고 착공에 들어갔다니.그 시각, B 시 뉴스에는 모두 이 건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다. 티브이 속 모연은 도급업자 신분으로 환하게 웃으며 착공식에 참석했다.시 영도들마저 이번 프로젝트를 중시하고 있었기에 테이프 커팅 이식에 직접 참석해 그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게다가 이제 막 일어선 신흥 그룹인 LS 그룹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DS 그룹의 이사들은 이 뉴스를 본 뒤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아침에 최 사장더러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라고 하니 그렇게 말을 안 듣고 무슨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다 하더니. 이제 봐요, 눈앞에 있던 고깃덩이를 남의 입에 넣어주게 생겼으니. 우리한테는 국물 한 모금도 안 차려지겠네.”“그러니까 부동산은 전망이 좋고 정부도 중요시하는 데다 밑질 리 없는 사업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렇게 좋은 기회를 이렇게 날리다니.”“애초에 우리 DS 그룹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으면 LS 그룹에 이렇게 좋은 일이 차려지지도 않았을 텐데. LS 그룹이 어디 우리와 비교할 감량이 되기나 해요?”“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