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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강영숙은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하연을 끌고 침실 솔파에 앉았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내가 물건 가지러 갈게.”

“뭘 가지러 가세요? 제가 가져올게요.”

“괜찮아. 내가 가져오면 돼.”

강영숙은 말하면서 다락방으로 들어가더니 한참 뒤 손에 상자 하나를 들고나왔다.

“하연아, 너한테 특별히 줄 건 없고, 이건 내가 서준이 할아버지와 결혼할 때 챙겨온 혼수야.”

그러면서 상자를 열어 안에 있는 비취 팔찌를 꺼내 하연의 손을 잡았다.

“이건 너한테 주는 선물이야.”

“할머니, 이건 너무 귀중합니다.”

하연이 거절했지만 강영숙은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고 하연의 손에 팔찌를 끼워주었다.

“귀중하고 말고가 뭐 있어? 내 마음인데. 하연아, 뭐가 됐든 할머니 마음속에 너는 내 손녀나 마찬가지야. 피가 섞이지 않았어도.”

“할머니.”

“예쁘네.”

강영숙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어느 집 자식이 너와 결혼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누구든 안목과 복이 있는 사내라는 건 사실이겠지.”

하연은 왠지 부끄러웠다.

“할머니, 저...”

“착해 빠져서는. 너만 좋으면 된다.”

강영숙의 위로에 하연은 코끝이 시큰거렸다.

“네, 알았어요, 할머니.”

두 사람은 침실에서 한참 동안 얘기 나누다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하연의 방문에 강영숙도 모처럼 기뻐했고 두 사람 사이에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반면 서준은 계속 두 사람 옆에 있었지만 오히려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강영숙이 휴식을 취한 뒤 집을 나선 하연은 정원에서 진작 기다리고 있던 서준을 만났다.

하연은 가던 걸음을 우뚝 멈추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그 전에 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할머니가 이렇게 기뻐하는 거 오랜만이야. 고마워.”

“나한테 고마워할 거 없어. 난 그냥 할머니랑 같이 있어 드리러 온 거니까.”

“응, 그동안 할머니 몸이 안 좋았거든. 난 회사 일 때문에...”

“알아, 한 대표님이야 매일 바쁘겠지. 하지만 할머니는 연세도 있으시니 시간 내서 곁에 자주 같이 있어 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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