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이 말하면서 당장이라도 가정의에게 전화하려고 하자, 보다 못한 상혁이 얼른 전화를 뺏으며 설명했다.“여자애들 매달 겪는 특별한 날이야. 제발 좀 그만 캐물어.”그 말에 하경은 머쓱한 듯 눈을 껌뻑거렸다. 생물 수업에서 이미 여성의 생리 현상에 관한 지식을 하경과 하성 모두 어느 정도 배웠기에 잘 알고 있다.그제야 상혁이 말한 ‘특별한 날’이 뭔지 알아챈 하경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놀랐잖아. 난 또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지. 너 앞으로 몸조심해. 우리 걱정하게 하지 말고.”하성 역시 헛기침을 하며 어색함을 애써 감추었다.“괜찮다니 다행이네. 하지만...”이윽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너 왜 그렇게 저질 체력이야? 평소 운동 많이 해야겠어.”“알았어요.”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평소 숨쉬기 운동밖에 안 하던 애가 무슨 용기로 800미터 달리기에 지원했어? 완주할 수나 있겠어?”하연은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고 이내 반박했다.“오빠, 그게 무슨 뜻이에요? 누가 800미터도 완주하지 못한대요? 완주하는 건 기본이고 제가 이번에 메달도 딸게요. 두고 봐요!”“그래? 못 믿겠는데? 네가 만약 완주하면 네 이번 학기 간식은 내가 책임질게.”그 말을 들은 순간 하연은 승부욕이 활활 타올랐다.“약속했어요? 후회하지 마요.”“후회라니, 그럴 리 없어. 하지만...”하성은 의미심장하게 말머리를 돌렸다.“만약 완주 못 하면 나 게임기 세트 사줘. 최고 사양으로다가.”“오케이, 약속했어요!”하연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그 모습을 본 하경이 다급히 하성의 팔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귀띔했다.“너 그만해. 쟤가 어릴 때부터 운동은 젬병이었잖아. 이번에도 참여에 중점을 둘 텐데 왜 그래?”그건 하성도 알고 있다.“나도 다 생각 있어. 하연이 운동 열심히 해서 체력을 키우라고 그러는 거잖아.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그래, 네 말 기억해.”하성은 뒤돌아 하연을
800미터 달리기는 곧바로 시작되었다.800미터는 그나마 장거리 종목에 속하기에 하연은 총소리가 울린 직후부터 계속 3등을 유지했다. 하지만 약 두 바퀴쯤 돌았을 때부터 체력이 달려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그때, 상혁이 언제 나타났는지 불쑥 나타나 라인 밖에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하연아, 호흡 가다듬고 세 걸음에 한 번씩 호흡해.”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하연은 무의식적으로 페이스를 조절하며 점차 속도를 끌어올렸다.그 덕에 막판 스퍼트에 3등이라는 성적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헉헉헉... 안 되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조금만 휴식할게요. 저 잠깐 누워 있을게요.”하연은 말하면서 운동장에 드러누우려 했지만 다음 순간 상혁이 하연의 팔을 잡아당겼다.“이제 막 달리자마자 앉으면 안 좋아. 내가 부축할 테니 천천히 걷다가 페이스 돌아오면 앉아서 휴식해.”“싫어요, 너무 힘들어요.”“안돼. 괜찮아, 천천히 걸을게.”상혁은 하연을 부탁한 채로 천천히 걸으며 하연을 도와줬다. 그때 하경과 하성이 달려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어때? 하연아, 괜찮아?”하성을 보자 하연은 바로 회복이라도 한 듯 우쭐댔다.“오빠, 저 3등이에요. 우리 내기 잊지 않았죠?”하성은 싱긋 웃으며 흔쾌히 대답했다.“잘하던데. 완주에 등수까지. 좋아. 이번 학기 간식은 내가 책임질게.”“약속했어요? 저 엄청 많이 먹을 거예요.”“그래.”하연은 얼른 몸을 돌려 상혁을 바라봤다.“오빠 뭐 먹을래요? 하성 오빠가 쏜다고 하니 마음대로 시켜요. 상혁 오빠가 같이 달아준 덕에 저 끝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이제 괜찮아졌어?”상혁이 걱정스레 물었다.“네, 이제 괜찮아요.”“그럼 됐어.”“...”그 일이 있은 뒤 시간은 또 빠르게 흘러 하성, 하경과 사혁은 중간고사를 치르고 고등학교로 진학했다.한편 하연도 2학년 생활을 맞이지만 물리에 도저히 흥미를 가질 수 없어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하경 오빠, 물리 너무 어려워요. 배우고 싶지 않은데 안 배울 수 없어
주말.자전거를 타고 최씨 저택에 도착한 상혁은 최동신을 보자마자 예의 있게 인사했다.“할아버지, 잘 지내셨어요?”최동신은 상혁을 보자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상혁이구나. 하성과 하경이 찾아왔어? 그 두 녀석은 집에 없어, 아침 일찍 나갔거든.”“괜찮아요, 저 오늘 하연이 찾아온 거예요.”그 말에 최동신은 알겠다는 듯 싱긋 웃었다.“그럼 내가 하연이 불러오라고 하마.”이윽고 가사도우미를 물러 왔다.“가서 하연이 좀 불러오게. 상혁이 왔으니 얼른 내려오라고.”“괜찮아요, 할아버지, 저 여기서 기다리면 돼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계단 입구에서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하연이 총총걸음으로 달려 내려왔다.“상혁 오빠, 왔어요?”“응.”상혁은 간단히 대답하고 최동신을 바라봤다.“할아버지, 우리 이만 나가볼게요.”“그래, 가 봐.”최동신의 답변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고, 하연은 바로 의아한 듯 물었다.“오빠, 우리 어디 가요? 뭔데 그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해요?”“아직은 말 안 할게. 이따가 알게 될 거야.”“아, 알았어요.”“뒤에 앉아.”자전거에 앉자마자 진지하게 건네는 초대에 하연은 조금도 망설이지 상혁의 뒤에 앉았다. 하연이 제대로 앉은 걸 확인하자 상혁은 바로 페달을 밟으며 출발했다.목적지에 도착했음에도 하연은 여전히 의아했다.“상혁 오빠, 여기 어디에요?”상혁은 얼른 하연의 팔을 잡고 안으로 끌었다.“자, 들어가 보자.”두 사람이 들어선 방 안에는 물리 실험 기구들이 가득 놓여 있다. 처음 보는 신기한 기구들은 단번에 하연의 흥미를 끌었다.“상혁 오빠, 이게 뭐예요?”“그건 볼록렌즈와 오목렌즈야.”“신기하네요. 그럼 저건요?”“저건 저항상자, 옆에 있는 건 발파 저항측정기와 전류 측정기.”“...”물리 실험을 하자 하연은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이것저것 물었다.그런 하연의 질문에 상혁은 인내심 있게 설명하며 실험실 반대편으로 거어갔다.그러다 목적지에 도달한 상혁은 걸음을 멈추고 하연을
하연은 본인이 확실하게 인정한 일에 대해서는 집요한 사람이었는데 물리 실험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부터 물리학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었다.그 덕에 하연의 물리 성적은 중학교 졸업 때까지 매우 좋았다.게다가 그동안 다닌 학교가 귀족학교인 만큼 커리큘럼이 풍부해 문화 수업뿐만 아니라 직업 관련 수업도 일부 섞여 있었다.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하연은 집안의 배정에 따라 미리 MBA 교육을 받았고 고1 때부터 경영학 수업을 접했다.사춘기 아이들은 어느 정도 반항기가 있다고 하는데 하연은 반항기가 좀 늦게 왔다.“할아버지, 저 경영학 배우기 싫어요, 앞으로 회사 일에도 큰 관심이 없을 거예요.”“제발요. 이제 더 이상 배우지 않으면 안 돼요? 집안에 큰오빠도 있잖아요.”하연은 할아버지에게 애원하며 말했다.최동신은 평소에 하연을 총애했지만, 이 일에서는 시종일관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다.“안돼.”“왜요, 할아버지?”“경영 수업 열심히 받아, 모르는 거 있으면 큰오빠한테 물어봐.”“싫어요, 저 정말 관심이 없어요.”“그럼 말해봐, 넌 대체 어디에 관심이 있는 거야?”“...”하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비록 할아버지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지만 고집을 꺾기 싫었다.“어쨌든 저는 경영을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걸 찾으면 무조건 좋아하는 일을 할 거예요.”하연의 말을 들은 최동신은 결국 어느 정도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좋아, 그럼 관심사를 찾기 전에 얌전히 EMBA 수업 받아.”하연은 입술을 오므렸다. 물론 내키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의 요구대로 먼저 경영학 수업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어느덧 고3이 된 하성과 하경은 집안 배정으로 대학 입시를 치르는 대신 졸업 후 곧바로 고등교육부에 진학했다.그래서 남들이 모두 대학 입시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이 둘은 집에 틀어박혀 게임을 했다.그날, 하연은 갑자기 하성과 하경을 찾았다. “오빠들, 저 나중에 디자인을 배워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거 어때요?”두 사람은 동작
하연은 하성과 하경의 쓴소리를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자기 생각을 고수했다.“안 돼요, 이왕 배려고 마음먹었으니 잘 배워서 절대 창피한 일 없도록 할 게요.”“이건 창피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앞으로 DS 그룹은 네가 경영해야 할 건데 네가 만약 디자인을 배우러 간다면 회사는 어떻게 할 거야?”하연의 생각은 달랐다.“오빠들이 있잖아요. 큰오빠가 있는데 뭐 하러 걱정해요? 게다가 저는 정말 회사에 관심이 없어요. 그렇게 하고 싶으면 오빠들이 하던가요.”하경과 하성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안 돼, 난 회사에 관심이 없어.”하성도 이어 말했다.“나도 관심 없어. 내 취미는 음악이고 나중에 가수가 되어 연예계 활동하고 싶어.”두 사람의 거절에 하연이 잠시 침묵했다.“...”“거 봐요. 오빠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잖아요!”하연의 말에 하성과 하경은 말문이 막혔다.결국 자기들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연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이번 일에 나는 빼줘. 난 몰랐던 거야.”“나도 모르는 거로 해. 하연아, 넌 항상 주견이 뚜렷하니 이것도 네가 한 선택이야.”하연은 두 오빠의 대답이 은근히 마음에 들었다.“좋아요, 그럼 이 일은 당분간 큰오빠와 할아버지한테는 비밀로 해줘요.”하성과 하경은 말없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두 사람은 약속대로 이 일을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참지 못하고 친구한테 하소연했다.“상혁아, 하연이 무슨 귀신에게 홀렸는지 의상 디자인을 하겠다고 해. 아예 미술 취미반도 등록했대, 이름만 번지르르하지 솔직히 기본기 익히러 가는 거잖아.”듣고 있던 상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진심으로 하고 싶대?”하경이 상혁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걔 고집은 소도 못 꺾어. 한번 마음먹은 일은 뒤도 안 돌아보고 끝까지 하는 애야.”“지금 열정을 쏟아붓고 있어. 예전에 너랑 물리 실험할 때 못지않다니까.”“그럼 잘됐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게 잘못
“뭐라는 거야? 그게 내가 나중에 내가 짝 찾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제대로 말해.”“네가 직접 깨닫도록 해.”“싫어. 오늘 제대로 말하라니까!”“...”상혁은 하경의 조롱을 무시한 채 혼자 묵묵히 미술실로 향했다.그러고는 창밖에서 열심히 스케치하고 있는 하연을 빤히 바라봤다.펜을 잡은 하연은 선 하나하나 열심히 긋고 있었다. 물론 동작은 아직 미숙해 보였지만 표정만은 무척 진지했다.하연의 이런 모습을 전에 본 적 없기에 상혁은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하연을 바라봤다. 한편 하연은 미술 수업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나도 계속 앉은 그 자리에 앉아 미술 숙제를 완성했다.그러다 한참이 지난 뒤 겨우 동작을 멈추고 시큰거리는 팔을 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후, 겨우 완성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상혁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일 다 봤어?”하연은 그 말에 곧바로 뒤돌았다. 하지만 얼굴에는 언제 묻었는지 연료가 가득 묻어 있었는데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그걸 본 상혁의 눈 밑에 미소가 드리웠다.“상혁 오빠, 어떻게 왔어요?”상혁은 싱긋 웃으며 하연에게 걸어가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하연아, 우선 거울부터 확인하는 게 어떻겠어? 얼룩 고양이가 다 됐어.”“네? 뭐라고요?”하연은 다급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거울 앞에 다가갔다.“헐, 이거 언제 묻은 거지? 상혁 오빠, 잠깐만 기다려요. 저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말을 마친 하연은 쪼르르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 한참 뒤 다시 나오자 상혁이 손수건을 건넸다.“손 닦아.”“고마워요.”하연은 손수건을 받아 손에 묻은 물기를 깨끗이 닦아내고 나서 물었다.“상혁 오빠, 오늘 수업 안 했어요? 이 시간에 왜 저 찾아왔어요?”“별일 아니야. 그냥 얼굴 좀 보려고. 네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한테서 들었는데 디자인 공부하고 싶어 한다며?”하연은 조금도 숨김없이 바로 인정했다.“전 디자인이 좋아요. 앞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숍을 열어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제가 디자인
이 말은 하연에게 하는 말인지 본인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상혁은 하연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실현해 줄 생각이었다.“그래요? 그럼 상혁 오빠 응원에 힘입어 노력할게요.”“그래. 늦었는데 우리 학식 먹으러 가자.”“좋아요. 오늘 크로켓, 등심 스테이크 그리고 호박죽이 나온대요.”“...”저녁.집에 돌아온 하연은 위층으로 올라가려다가 서재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걸음을 멈추었다.호기심에 조심스럽게 서재 쪽으로 가 살그머니 문을 열었더니 늘 존중하던 할아버지 최동신이 거의 쓰러질 것처럼 의자에 앉아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서 집사가 좋은 말로 권하고 있었다.“어른신, 몸조심하세요.”그때 최동신은 얼굴을 가린 채 낮게 흐느끼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집사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어르신, 큰 도련님은 아직 젊은 데다 원래부터 건강하니 꼭 이겨낼 겁니다.”“하, 우리 집 애들 중에서 하민이가 제일 듬직하고 철이 들었는데, 장손이라 우리 최씨 가문 희망이기도 하고. 그동안 항상 후계자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젊은 나이에 그런 병에...”“어르신, 큰 도련님은 운이 좋은 사람이니 하늘이 도울 거고 반드시 무사할 겁니다. 게다가 그룹에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심장 기증자를 찾고 있으니 반드시 적합한 심장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수술을 진행하면 앞으로 회복할 확률도 높고요.”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하연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이에 무의식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할아버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큰오빠가 왜요?”하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최동신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다가 이내 정서를 숨기며 물었다.“하연아, 여긴 어쩐 일이야?”하연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입을 뻐끔거리다가 물었다.“할아버지, 사실대로 말씀하세요, 큰오빠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예요? 그리고... 심장 기증자는 또 뭐고요? 큰오빠가 혹시 아파요? 왜 아무도 저한테 말해주지 않았어요?”최동신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상혁은 속으로 은근히 놀랐다.하지만 하연은 점점 평온을 되찾으면서 눈을 들어 먼 곳을 응시했다.“네, 생각 정리했어요.”“이건 네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데 정말 이렇게 포기할 거야?”“상혁 오빠, 저 포기한 거 아니에요. 그저 제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좀 줄였을 뿐이에요. 그리고 저 이미 생각해놨어요. 나중에 대학에 가면 경영학을 전공하고 패션 디자인은 따로 배우면 돼요.”“그래, 네 선택이라면 뭐든 응원해.”하연은 고개를 돌려 상혁을 바라봤다.“역시 상혁 오빠밖에 없어요.”“어느 대학 지원할지 생각했어?”F국에서 기회 되면 대학원도 가려고요, 컬럼비아 대학으로. 컬럼비아 대학의디자인 학과가 엄청 강하대요, 기회 되면 가보고 싶어요.”“네가 하루빨리 소원을 이루었으면 좋겠어.”...하민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다행히 최씨 가문 인맥이 넓은 덕에 곧바로 심장 기증자를 찾을 수 있었고 하민도 제때 수술을 마치고 재활 치료도 열심히 받으며 회복했다.그렇게 몇 년간의 회복 끝에 하민의 몸은 끝내 원래대로 회복했으며 하연의 대학 졸업식 날 직접 컬럼비아 대학 대학원 합격 통지서를 하연에게 건넸다.“하연아, 네가 그동안 꿈을 포기하지 않은 걸 알아. 이제 집에 오빠가 있으니까 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하연은 합격 통지서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더니 하민을 와락 끌어안았다.“오빠, 고마워요.”그때 하경과 하성 그리고 상혁도 다가왔다.몇 년 사이 하성은 연예 기획사와 계약하여 연예인으로 데뷔했고, 하경은 뛰어난 해킹 기술로 F국 대외안보총국에 들어갔다.그리고 상혁은 BN 그룹을 이어받아 새로운 경영자가 되었다.“하연아, 졸업 축하해.”하경이 먼저 축하하며 손에 든 선물 박스를 건넸다.“이건 졸업선물, 마음에 드는지 확인해 봐.”“오빠, 이거 뭐예요?”“열어보면 알아.”하연은 호기심을 안고 선물을 받아 들더니 박스를 열어봤다. 안에 놓인 건 다름 아닌 포르쉐 차키였다.“어때? 마음에 들어?”하연은 차키를 본 순간 얼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