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281 - 챕터 290

1206 챕터

제281화

김연아가 진서준에게 연락했을 때, 진서준은 수련 중이었다.벨소리 때문에 수련 중에 정신을 차린 진서준은 휴대전화를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김연아 씨가 왜 나한테 연락한 거지?”진서준은 살짝 당황했다. 그러나 곧 그는 점심에 일어났던 일을 떠올렸다.분명 조성우 부부가 김연아에게 다시 한번 진서준에게 사과를 전해달라고 부탁한 것일 테다.역시나 진서준이 연락을 받자마자 김연아는 다짜고짜 말했다.“진서준 씨, 저녁에 시간 있어요? 진서준 씨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요.”음식을 대접한다는 건 결국 다시 사과하기 위해서였다.“조해영 씨 일 때문이죠?”진서준이 덤덤히 말했다.“네... 그런 셈이죠.”김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제가 그냥 보내줬다는 건 더 따지지 않겠다는 뜻이었어요. 조해영 씨가 목숨 귀한 줄 모르고 날뛴다면 모를까.”진서준은 앞뒤가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조해영을 봐주겠다고 했으니 당연히 사람을 시켜 조해영이거나 조성우 부부를 괴롭힐 생각은 없었다.“진서준 씨가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란 거 나도 알아요. 하지만 지유 언니랑 형부가 걱정된다고 하더라고요.”김연아가 말했다.“아직 밥 안 먹었죠? 저랑 같이 저녁 먹어주는 거로 생각해 줘요. 그래야 저도 지유 언니랑 형부가 안심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으니까요.”김연아의 설명을 들은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어디 가서 먹을 거예요?”“유일 호텔은 어때요? 김씨 일가에서 새롭게 오픈한 호텔이에요.”김씨 일가라는 말에 진서준은 그곳이 김연아가 운영하는 호텔인 줄 알았다.“김씨 일가요? 김연아 씨 집안에서 오픈한 곳인가요?”진서준이 물었다.“당연히 아니죠. 제가 무슨 돈이 있어서 호텔을 운영하겠어요?”김연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영운 그룹 대표 김풍 씨가 운영하는 곳이에요.”진서준은 서울에 비교적 큰 집안인 김씨 일가가 있다는 걸 그제야 떠올렸다.“네, 그럼 지금 갈게요.”“호텔 입구에서 봐요.”전화를 끊은 뒤 김연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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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행인들의 부러운 눈길을 받으면서 진서준은 김연아와 함께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에 들어가서야 김연아는 진서준을 놓아줬다.“혹시 화를 낼 생각은 아니죠? 전 다른 남자들이 제게 집적대는 게 싫어서 그런 거예요.”김연아가 자발적으로 말했다.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아뇨. 하지만 연아 씨도 이제는 남자 친구를 찾아야죠. 병이 완전히 나았잖아요.”김연아의 구궁한증은 진서준에 의해 완전히 치료됐다. 그녀는 이제 점점 다른 여자들과 같이 울 줄 알고 웃을 줄 알게 되었다.김연아의 재력과 외모라면 서울시 그 어떤 남자도 고를 수 있었다.“남자 친구를 찾을 때가 되긴 했죠. 하지만 제가 좀 까다로워서요. 가장 강한 남자가 아니라면 싫어요!”김연아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웃으며 대꾸했다.“강하다는 건 어떤 뜻이죠? 설마 모든 걸 다 할 줄 알아야 하고 또 모든 것에 가장 강해야 한다는 건가요?”“그건 아니에요. 하나만 잘하면 돼요. 예를 들면 의술이나 무공이 아주 강해서 절 지킬 수 있으면 돼요.”김연아는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 두 점은 분명 진서준을 가리키는 것이었다.적어도 지금까지 서울시에서 진서준보다 의술이 강한 사람은 없었다.무공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만월호에서의 결투로 진서준은 큰 명성을 얻었다.진서준도 김연아가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아서 대꾸하지 않았다.그에게는 이제 허사연이 있으니 다른 여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될 생각은 없었다.그렇게 한다면 유지수 그 여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진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김연아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엘리베이터가 멈춘 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김연아가 예약해 둔 룸으로 향했다.룸에 들어서자 종업원이 말했다.“고객님, 음식은 지금 올리면 될까요?”“네, 지금 올리죠.”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종업원이 떠난 뒤 룸 안의 분위기가 조금 답답하고 어색했다.결국 김연아가 먼저 입을 열어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진서준 씨, 앞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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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진서준은 비록 엄청난 실력을 원했지만 그의 수련 속도로는 아마 늙어 죽을 때까지 수련해도 그 정도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다.가장 중요한 건 허사연이 일반인이라는 점이었다.진서준은 허사연도 조금씩 수련시킬 생각이었다.진서준은 체맥과 재능이 장철결에 매우 적합하여 구창욱의 후계자가 될 수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진서준이 아무리 애원해 봤자 구창욱은 그에게 수련 비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을 것이다.허사연은 일반인이기에 그녀가 수련을 시작하려면 아주 어려웠다.그러나 구창욱의 말에 따르면 은영과라는 영약이 사람의 체맥을 바꿔주고 일반인도 공법을 수련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한다.진서준이 생각하는 공법은 무도나 술법 대사와는 달랐다.진서준이 수련한 공법은 진짜 선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인생은 고달프고 짧은데 매일 한 곳에서 수련하는 게 뭐 재밌다고 그래요? 차라리 밖에 많이 나가서 인생을 즐기는 게 낫죠.”김연아가 감개하며 말했다.과거 김연아는 구궁한증 때문에 매일 회사를 더 크고 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다.그러나 완전한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된 지금, 그녀는 이 세상에 무미건조한 일만 있는게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즐길 만한 아름다운 것들이 차고 넘친다고 생각됐다.진서준은 웃었다.“그럴 거예요.”장철결 수련 단계가 높아질수록 진서준의 수명 또한 증가한다.수명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진서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더 길어질 것이다.음식이 곧 올라왔고 진서준과 김연아는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조금 전의 어색함은 사라졌다.두 사람이 있는 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큰 룸 안, 이지성과 그의 친구들이 그 안에 있었다.“지성이 형, 형 다리는 어떻게 된 거야? 설마 누구한테 맞은 거야?”누군가 웃으며 물었다.“뭔 소리야? 지성이 형이 어떤 사람인데 누가 감히 형 다리를 부러뜨린단 말이야?”“설마 교통사고라도 당했어? 그동안 우리랑 같이 밥 안 먹은 이유가 있었네.”그들은 이지성의 다리가 어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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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우소영이 현재 서울에 있었기에 이지성은 아무도 두렵지 않았다.“사실 며칠 전에 감히 제 여자를 빼앗으려는 건방진 자식을 만났거든요.”고수빈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저번에 초운산 레이싱에서 고수빈은 진서준에게 원한을 품었다.그러나 진서준은 그가 안중에도 없었고 심지어 그의 이름마저 잊었다.“뭐라고요? 그 사람 뭐 하는 사람인데요?”이지성은 그 말을 듣자 눈썹을 치켜올렸다.“별 볼 일 없는 쓰레기 같은 놈이에요.”고수빈은 일부러 진서준을 깎아내렸다.“그런 사람을 고수빈 씨가 해결하지 못한다고요?”이씨 일가가 망한 뒤로 이지성은 더는 예전처럼 무식하지 않았다.분명 고수빈이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라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일 테다.상대방 대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좋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수가 필요했다.“전 조폭 쪽은 잘 몰라서요.”고수빈이 웃으며 말했다.“이지성 씨가 호스텔 그룹의 성철 어르신과 아는 사이라고 들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좀 구해줬으면 해요.”강성철 얘기가 나오지 이지성의 표정이 부자연스러워졌다.강성철은 진서준의 사람이었기에 지금 강성철을 찾아간다면 스스로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었다.하지만 체면을 위해서라도 이지성은 이씨 일가와 강성철이 척을 졌다는 걸 얘기할 수 없었다.“그건...”이지성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고수빈이 어떤 이득을 줄지 기다렸다.고수빈도 이지성의 뜻을 이해하고 곧바로 카드 한 장을 꺼냈다.“이지성 씨, 안에 1억이 들어있습니다. 전 그 녀석이 죽기를 바라는데 가능할까요?”고수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고수빈이 1억으로 원수를 죽여달라고 하자 이지성은 내심 놀랐다.그러나 거저 굴러들어 온 복을 그냥 차버릴 수는 없는 법이었다.이지성은 곧바로 카드를 거두어들였다.“문제없어요. 돈만 준다면 가장 믿음직스러운 사람을 찾아 이 일을 맡길 테니까요. 참, 그 사람 이름이 뭔가요? 어디서 살고 어떻게 생겼어요?”고수빈은 당황하더니 이내 말했다.“그 자식 이름이 진서준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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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룸 안에 들어서자마자 고수빈은 이지성을 향해 눈빛을 보냈고 이지성은 그의 모습을 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무슨 일이에요? 말로 해요!”이지성이 짜증을 내며 고수빈을 흘겨봤다.“이지성 씨, 조금 전에 화장실에 갔다가 엄청 예쁜 여자를 봤어요!”고수빈은 자리에 앉은 뒤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마치 엄청난 여신이라도 만난 것처럼 말이다.이지성은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코웃음쳤다.세상 물정 모르는 고수빈이라면 안목이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얼마나 예쁘길래 그렇게 신난 거예요?”이지성이 덤덤히 말했다.“허씨 일가의 허사연 씨 본 적 있죠?”고수빈의 질문에 이지성은 피식 웃었다.“본 적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이 밥도 먹은 적 있어요.”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곧바로 이지성의 비위를 맞추며 그에게 아부하기 시작했다.“역시 지성이 형, 허사연 씨 같은 미녀랑 밥도 같이 먹은 적 있다니 대단하네!”“지성 씨가 허사연 씨와 같이 식사한 건 허사연 씨의 영광이죠!”“이지성 씨랑 허사연 씨가 서로에게 호감이 있던 거 아닐까요...”아부가 과한 것 같아 이지성은 서둘러 그들을 말렸다.혹시라도 이런 얘기가 진서준의 귀에 들어간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다들 헛소리 하지 말아요. 전 허사연 씨랑 그냥 친구예요.”이지성이 서둘러 말했다.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지만 믿지는 않았다.고수빈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이지성 씨, 제가 아까 본 그 여자는 허사연 씨랑 막상막하였어요. 외모와 몸매 모두 아주 최상이었죠!”고수빈의 말에 다들 구미가 당겼다.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다 남자였고 그들처럼 하는 일이라고는 유흥밖에 없는 재벌가 자제들에게 화제는 오로지 하나, 바로 여자뿐이었다.특히 예쁜 여자에 관한 얘기가 가장 많았다.“고수빈 씨, 그 말 사실이에요? 허사연 씨는 아주 보기 드문 미인인데 그녀와 막상막하라니, 우리 서울에 또 그런 미녀가 있다고요?”“그러게. 고수빈 이 자식 오버하는 거 아니야?”다들 고수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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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진서준 씨, 당신이 절 치료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김연아는 반짝거리는 큰 눈으로 진서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은 김연아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했다.“만약 제가 김연아 씨 병을 치료하지 못했다면 김연아 씨는 다른 여자들처럼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없었을 거예요.”진서준이 솔직히 대답했다.“하지만 진서준 씨가 제 병을 치료한 뒤로 전 더는 다른 남자를 좋아하고 싶지 않은데요.”김연아는 무더운 여름날처럼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게다가 고백과 다름없는 그녀의 말까지 더해지자 진서준은 더욱더 안절부절못했다.분위기는 다시 한번 어색해졌고 룸 안은 조용해졌다.진서준은 김연아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진서준이 제일 처음 만났던 사람이 허사연이 아니라 김연아였다면, 그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은 김연아였을지도 모른다.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진서준이 곧바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문밖에서 고수빈 등 사람들은 방 안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문을 열었다.상대방이 말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진서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누구세요?”진서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자기 몸으로 김연아를 가렸다.“비켜요. 우리는 당신을 만나러 온 게 아니니까!”한 사람이 다가가서 진서준을 옆으로 밀쳤다.진서준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상대방이 자신에게 닿기 전 주먹을 뻗어 상대의 얼굴을 때렸다.퍽 소리와 함께 먼저 진서준을 때리려 했던 사람이 날아가서 벽에 부딪혔다.조금 취기가 올랐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다들 놀란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한 주먹에 80kg쯤 되는 성인을 날려버리다니, 얼마나 무시무시한 힘인가!고수빈도 당황했다. 진서준의 얼굴을 똑바로 보게 되자 그는 단번에 표정이 바뀌었다.“당신!”원수를 만나게 되자 고수빈은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진서준은 고수빈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초운산에서 고수빈이 진서준을 도발한 적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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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김연아는 원래도 외모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화장까지 하니 허사연보다 조금 더 예뻐 보였다.고수빈 등 사람들은 멍청한 얼굴로 침을 흘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많은 남자가 저열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김연아는 역겨움을 느끼는 동시에 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진서준의 뒤에 숨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제가 또 성가시게 했네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 사람들로는 성가시다고 하기도 부족하죠.”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고수빈과 어울리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무능력한 인간일 것이다.진서준의 모욕에 고수빈 등 사람들은 흉악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진서준 씨, 여긴 당신 혼자예요. 만약 편하게 죽고 싶다면 지금 나한테 머리를 세 번 조아려요.”고수빈 등 사람들은 기껏해야 7, 8명 정도였다.고수빈이 보기에 진서준이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혼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이길 수는 없었다.“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네요.”진서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고수빈을 바라보았다.고수빈 같은 머리가 텅 빈 사람들이 항상 그의 신경을 긁었다.“X발, 같이 덤벼서 저 자식을 때려죽이자고!”고수빈은 말을 마친 뒤 테이블 위에서 술병을 집어 들어 진서준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김연아는 진서준의 실력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술병이 날아오자 참지 못하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진서준 씨, 얼른 비켜요!”고수빈 일행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깨 고소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이미 진서준이 피바다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그러나 고수빈의 술병이 진서준에게 날아들기 전, 진서준이 발을 뻗었다.고수빈은 바닥에 드러누워 마치 잘 익은 새우처럼 몸을 웅크렸다.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고수빈은 숨 쉬는 것마저 힘들었다. 표저옫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고수빈 씨, 괜찮아요?”고수빈의 친구들이 서둘러 그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다들 같이 덤비라니까요. 저 자식을 죽이라고요!”고수빈이 분노에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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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그래요. 그러면 지금 당장 호텔 경비원을 불러올게요. 그들이 와도 당신이 이렇게 건방지게 굴 수 있을까요?”말을 마친 뒤 고수빈은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나 경비원을 찾으러 가려 했다.진서준은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손가락을 살짝 튕겼다.다음 순간,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룸 안에서 울려 퍼지면서 무언가가 고수빈의 종아리를 꿰뚫었다.피가 철철 흐르고 뼈가 드러났다.룸 안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수빈은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쓰러져 끊임없이 경련했다.“내가 말했죠.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다면 여기서 나갈 생각하지 말라고.”진서준은 의자에 앉아 평온한 얼굴로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복도에 서 있던 종업원이 들어왔다.종업원은 룸 안의 광경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얼른 여기 경비원 불러요. 이 자식이 사람을 죽이려고 해요!”룸 안의 사람들은 종업원을 보자 마치 구세주를 본 것처럼 곧바로 큰 목소리로 외쳤다.종업원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무전기를 들었다.“얼른 702번 룸으로 와요. 여기 싸움이 났어요.”김연아는 상황을 보더니 황급히 진서준에게 말했다.“진서준 씨, 우리 얼른 가요. 만약 김씨 일가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일이 복잡하게 돼요!”김연아는 김씨 일가가 진서준의 은혜를 입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기에 조급해했다.“무서워하지 말아요. 김씨 일가 사람이 온다면 오히려 내게 사과할지도 모르니까요.”진서준은 포도 한 알을 먹으면서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의 덤덤한 태도에 김연아도 자리에 앉았다.호텔 직원은 진서준의 거만한 말을 듣고 같잖다는 듯이 입을 비죽였다.이내 호텔 경비원이 삼단봉을 들고 진서준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경비팀장은 피비린내를 맡더니 미간을 구겼다.유일 호텔은 새로 개업한 호텔이라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됐다.“누가 때린 거죠?”겉으로 보기에 단순히 질문하는 것 같아도 사실 경비팀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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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5성급 호텔의 경비팀장이 되려면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집안 배경도 좋아야 했다.눈앞의 거대한 몸집을 가진 경비팀장은 원경휘라고 하는데 김풍과는 아주 먼 친척이었다.만약 그가 여러 친척을 동원해서 김풍을 귀찮게 굴지 않았더라면 김풍은 원경휘에게 경비팀장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귀에 문제가 있다면 병원에 가봐요.”진서준이 덤덤히 말했다.원경휘는 진서준의 거만한 모습을 보자 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경비팀장이 된 지 꽤 됐는데 감히 진서준처럼 그에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원경휘는 사람들이 자신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이 호텔 뒷배경인 김씨 일가를 두려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X발, 맞고 싶은가 보네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당신을 때리고 싶어 하죠!”고수빈은 원경휘도 진서준과 갈등이 생기자 속으로 매우 기뻐했다.김씨 일가까지 건드리다니, 진서준은 이곳에서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여기 사장님은 고객에게 그렇게 말하라고 가르치던가요?”진서준은 흐려진 안색으로 말했다.“어떻게 가르쳤는지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예요?”원경휘는 삼단봉을 꺼내 벽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흠집 하나 없던 벽에 검은색 흔적이 남았다.“지금 나랑 싸우겠다는 건가요?”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봐주려 했는데 당신이 그 기회를 걷어차 버린 거예요.”원경휘가 차갑게 웃었다.진서준은 경비원들과 싸우고 싶지는 않아서 휴대전화를 꺼냈다.“뭐 하려는 거예요? 전화해서 사람을 부르기라도 할 거예요?”원경휘는 경멸에 차서 웃었다.“경고하는데 당신이 오늘 누구를 부르든 상관없어요!”서울에서 김씨 일가와 견줄 수 있는 곳은 드물었다.원경휘는 그 가문들이 눈앞의 진서준 때문에 김씨 일가와 척지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진서준은 전에 김명진의 번호를 저장한 적이 있었다.전화가 몇 분 울린 뒤 김명진이 전화를 받았다.“서준 형님, 무슨 일이세요?”전화 건너편에서 김명진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유일 호텔 김명진 씨 집안에서 운영하는 호텔 맞지?”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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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그 사람이 오게 되면 알게 되겠죠.”진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원경휘도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만약 진서준이 정말로 호텔 임원에게 연락했다면 그는 끝장이었다.원경휘 등 사람들이 김명진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이지성은 인내심이 닳았다.“이 자식들 왜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거야? 간 지가 언젠데!”이지성은 더는 참을 수 없어 지팡이를 짚으며 룸을 나섰다.룸에서 나오자마자 이지성은 702번 룸에 경비원들이 몰려있는 걸 보았다.이지성은 고수빈 등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겼으리라고 예상하고 몰래 다가가 보았다.그는 제일 뒤에 서서 사람들 틈 사이로 바닥에 드러누운 고수빈 등 사람들을 보았다.“멍청한 것들, 여기서 소란을 피우네.”이지성은 낮게 욕하더니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았다.그가 진서준이라는 걸 확인한 이지성은 안색이 종이처럼 창백하게 질려서는 지팡이를 잡은 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진서준이 왜 여기 있지?”이지성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떴다.그는 지금 진서준에게 자신이 여기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정말 끝장이었다.“고수빈 그 자식들이 내 이름을 말했을지 모르겠네. 상관없어. 내일 바로 우 종사님을 찾아가서 진서준을 죽여달라고 해야겠어!”이지성이 호텔을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명진이 경호원들을 데리고 부리나케 도착했다.“도련님!”김명진이 부랴부랴 달려오자 원경휘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X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 감히 우리 형님을 때리려 해?”김명진은 자신의 먼 친척인 원경휘를 보자마자 그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원경휘는 그에게 차여서 멀리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고 배를 끌어안고 고통스럽게 신음했다.다른 경호원들은 그 광경을 보자 겁을 먹고 덜덜 떨었다.“서준 형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잘 가르치지 못한 탓입니다.”김명진은 빠르게 진서준의 앞으로 가서 허리 숙여 사과했다.진서준의 잔이 비어있는 걸 본 김명진은 서둘러 그에게 물을 따라줬다.그의 행동에 현장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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