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는 원래도 외모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화장까지 하니 허사연보다 조금 더 예뻐 보였다.고수빈 등 사람들은 멍청한 얼굴로 침을 흘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많은 남자가 저열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김연아는 역겨움을 느끼는 동시에 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진서준의 뒤에 숨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제가 또 성가시게 했네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 사람들로는 성가시다고 하기도 부족하죠.”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고수빈과 어울리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무능력한 인간일 것이다.진서준의 모욕에 고수빈 등 사람들은 흉악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진서준 씨, 여긴 당신 혼자예요. 만약 편하게 죽고 싶다면 지금 나한테 머리를 세 번 조아려요.”고수빈 등 사람들은 기껏해야 7, 8명 정도였다.고수빈이 보기에 진서준이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혼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이길 수는 없었다.“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네요.”진서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고수빈을 바라보았다.고수빈 같은 머리가 텅 빈 사람들이 항상 그의 신경을 긁었다.“X발, 같이 덤벼서 저 자식을 때려죽이자고!”고수빈은 말을 마친 뒤 테이블 위에서 술병을 집어 들어 진서준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김연아는 진서준의 실력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술병이 날아오자 참지 못하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진서준 씨, 얼른 비켜요!”고수빈 일행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깨 고소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이미 진서준이 피바다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그러나 고수빈의 술병이 진서준에게 날아들기 전, 진서준이 발을 뻗었다.고수빈은 바닥에 드러누워 마치 잘 익은 새우처럼 몸을 웅크렸다.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고수빈은 숨 쉬는 것마저 힘들었다. 표저옫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고수빈 씨, 괜찮아요?”고수빈의 친구들이 서둘러 그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다들 같이 덤비라니까요. 저 자식을 죽이라고요!”고수빈이 분노에 차
“그래요. 그러면 지금 당장 호텔 경비원을 불러올게요. 그들이 와도 당신이 이렇게 건방지게 굴 수 있을까요?”말을 마친 뒤 고수빈은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나 경비원을 찾으러 가려 했다.진서준은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손가락을 살짝 튕겼다.다음 순간,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룸 안에서 울려 퍼지면서 무언가가 고수빈의 종아리를 꿰뚫었다.피가 철철 흐르고 뼈가 드러났다.룸 안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수빈은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쓰러져 끊임없이 경련했다.“내가 말했죠.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다면 여기서 나갈 생각하지 말라고.”진서준은 의자에 앉아 평온한 얼굴로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복도에 서 있던 종업원이 들어왔다.종업원은 룸 안의 광경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얼른 여기 경비원 불러요. 이 자식이 사람을 죽이려고 해요!”룸 안의 사람들은 종업원을 보자 마치 구세주를 본 것처럼 곧바로 큰 목소리로 외쳤다.종업원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무전기를 들었다.“얼른 702번 룸으로 와요. 여기 싸움이 났어요.”김연아는 상황을 보더니 황급히 진서준에게 말했다.“진서준 씨, 우리 얼른 가요. 만약 김씨 일가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일이 복잡하게 돼요!”김연아는 김씨 일가가 진서준의 은혜를 입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기에 조급해했다.“무서워하지 말아요. 김씨 일가 사람이 온다면 오히려 내게 사과할지도 모르니까요.”진서준은 포도 한 알을 먹으면서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의 덤덤한 태도에 김연아도 자리에 앉았다.호텔 직원은 진서준의 거만한 말을 듣고 같잖다는 듯이 입을 비죽였다.이내 호텔 경비원이 삼단봉을 들고 진서준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경비팀장은 피비린내를 맡더니 미간을 구겼다.유일 호텔은 새로 개업한 호텔이라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됐다.“누가 때린 거죠?”겉으로 보기에 단순히 질문하는 것 같아도 사실 경비팀장은
5성급 호텔의 경비팀장이 되려면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집안 배경도 좋아야 했다.눈앞의 거대한 몸집을 가진 경비팀장은 원경휘라고 하는데 김풍과는 아주 먼 친척이었다.만약 그가 여러 친척을 동원해서 김풍을 귀찮게 굴지 않았더라면 김풍은 원경휘에게 경비팀장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귀에 문제가 있다면 병원에 가봐요.”진서준이 덤덤히 말했다.원경휘는 진서준의 거만한 모습을 보자 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경비팀장이 된 지 꽤 됐는데 감히 진서준처럼 그에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원경휘는 사람들이 자신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이 호텔 뒷배경인 김씨 일가를 두려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X발, 맞고 싶은가 보네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당신을 때리고 싶어 하죠!”고수빈은 원경휘도 진서준과 갈등이 생기자 속으로 매우 기뻐했다.김씨 일가까지 건드리다니, 진서준은 이곳에서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여기 사장님은 고객에게 그렇게 말하라고 가르치던가요?”진서준은 흐려진 안색으로 말했다.“어떻게 가르쳤는지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예요?”원경휘는 삼단봉을 꺼내 벽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흠집 하나 없던 벽에 검은색 흔적이 남았다.“지금 나랑 싸우겠다는 건가요?”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봐주려 했는데 당신이 그 기회를 걷어차 버린 거예요.”원경휘가 차갑게 웃었다.진서준은 경비원들과 싸우고 싶지는 않아서 휴대전화를 꺼냈다.“뭐 하려는 거예요? 전화해서 사람을 부르기라도 할 거예요?”원경휘는 경멸에 차서 웃었다.“경고하는데 당신이 오늘 누구를 부르든 상관없어요!”서울에서 김씨 일가와 견줄 수 있는 곳은 드물었다.원경휘는 그 가문들이 눈앞의 진서준 때문에 김씨 일가와 척지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진서준은 전에 김명진의 번호를 저장한 적이 있었다.전화가 몇 분 울린 뒤 김명진이 전화를 받았다.“서준 형님, 무슨 일이세요?”전화 건너편에서 김명진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유일 호텔 김명진 씨 집안에서 운영하는 호텔 맞지?”진서
“그 사람이 오게 되면 알게 되겠죠.”진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원경휘도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만약 진서준이 정말로 호텔 임원에게 연락했다면 그는 끝장이었다.원경휘 등 사람들이 김명진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이지성은 인내심이 닳았다.“이 자식들 왜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거야? 간 지가 언젠데!”이지성은 더는 참을 수 없어 지팡이를 짚으며 룸을 나섰다.룸에서 나오자마자 이지성은 702번 룸에 경비원들이 몰려있는 걸 보았다.이지성은 고수빈 등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겼으리라고 예상하고 몰래 다가가 보았다.그는 제일 뒤에 서서 사람들 틈 사이로 바닥에 드러누운 고수빈 등 사람들을 보았다.“멍청한 것들, 여기서 소란을 피우네.”이지성은 낮게 욕하더니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았다.그가 진서준이라는 걸 확인한 이지성은 안색이 종이처럼 창백하게 질려서는 지팡이를 잡은 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진서준이 왜 여기 있지?”이지성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떴다.그는 지금 진서준에게 자신이 여기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정말 끝장이었다.“고수빈 그 자식들이 내 이름을 말했을지 모르겠네. 상관없어. 내일 바로 우 종사님을 찾아가서 진서준을 죽여달라고 해야겠어!”이지성이 호텔을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명진이 경호원들을 데리고 부리나케 도착했다.“도련님!”김명진이 부랴부랴 달려오자 원경휘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X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 감히 우리 형님을 때리려 해?”김명진은 자신의 먼 친척인 원경휘를 보자마자 그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원경휘는 그에게 차여서 멀리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고 배를 끌어안고 고통스럽게 신음했다.다른 경호원들은 그 광경을 보자 겁을 먹고 덜덜 떨었다.“서준 형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잘 가르치지 못한 탓입니다.”김명진은 빠르게 진서준의 앞으로 가서 허리 숙여 사과했다.진서준의 잔이 비어있는 걸 본 김명진은 서둘러 그에게 물을 따라줬다.그의 행동에 현장에 있
이지성은 서울에서 재벌가 자제에 불과했지만 재벌가 자제들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다.김명진 같은 최고 재벌가 자제였기에 그의 주위에는 자산이 몇조 원인 친구들뿐이었다.이지성처럼 자산이 몇백억 밖에 되지 않는 가문 출신은 김명진과 같은 무리에 낄 자격이 없었다.그래서 고수빈이 이지성이라고 했을 때 김명진은 잠깐 멈칫했다.곰곰이 되짚어봤지만 그의 친구 중에 이지성은 없었다.“이름이 뭐라고요?”김명진의 질문에 고수빈이 다급히 대답했다.“이지성이요. 낙산컴퍼니 이씨 일가 이지성이요!”그 말에 진서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진서준은 전에 이혁진에게 경고한 적이 있었다. 이혁진도, 이지성도 절대 두 번 다시 서울로 돌아오지 말라고 말이다.만약 고수빈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만큼은 절대 이지성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이지성 어디 있어요?”이지성이 어느 가문 자제인지 김명진이 고민하고 있을 때 진서준은 이미 고수빈의 앞에 섰다.“그... 706번 룸에 있습니다.”고수빈은 진서준이 거물이라는 걸 깨닫고 황급히 대답했다.이지성의 위치를 파악한 뒤 진서준은 곧바로 706번 룸으로 향했다.그러나 진서준이 도착했을 때 룸 안에 사람이 없었다.진서준의 처음 보인 반응은 고수빈이 자신을 속였을 거라는 것이다.“날 속인 거죠?”진서준은 돌아온 뒤 고수빈의 다리를 밟았다.“아!”고수빈은 밟혀서 앓는 소리를 내면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진서준 씨, 전 정말 진서준 씨를 속이지 않았어요. 이지성 씨는 진짜 706번 룸에 있어요.”“조금 전에 가봤는데 없던데요!”진서준이 화를 내며 말했다.“떠났을 수도 있죠. 조금 전에 정말로 저희랑 같이 밥을 먹었어요. 믿기지 않는다면 물어보세요.”고수빈은 진서준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제발 자신을 살려달라고 하고 싶었다.다른 사람들은 고수빈의 비참한 모습을 보더니 본인도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아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조금 전에 저희는 이지성 씨랑 같이 밥을 먹었어요!”“밥 먹을 때 이지성 씨가 자
“별거 아닌데요, 뭘. 그러면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두 분 편히 식사하세요.”김명진은 진서준을 향해 웃더니 자발적으로 룸에서 나갔다.진서준은 이지성의 일을 생각하느라 입맛이 떨어졌다.“연아 씨, 다 먹었어요?”“네.”김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이만 가요. 내가 바래다줄게요.”진서준이 말했다.진서준은 이지성이 이렇게 갑자기 떠난 이유가 이곳에서의 소란을 듣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자신을 봤기 때문이라고 짐작했다.진서준의 짐작이 맞았다.이지성은 호텔을 나선 뒤 곧바로 택시를 타고 이혁진과 같이 묵는 호텔로 돌아갔다.“왜 그래? 왜 이렇게 허둥지둥거려?”침대에 누워 TV를 보던 이혁진은 이지성의 초조한 모습을 보고 불쾌한 듯 물었다.“아버지, 큰일났어요!”이지성이 지팡이를 짚으며 빨게 이혁진을 향해 다가갔다.“무슨 일 있어? 설마 진서준이랑 마주친 건 아니지?”이혁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진서준과 마주친 것을 제외하면 이혁진은 다른 원인은 떠오르지 않았다.“맞아요!”이지성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이 널 봤어?”이혁진은 TV를 끄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뇨. 절 봤다면 절대 절 돌려보내지 않았겠죠.”이지성은 머금고 있던 물을 삼키며 계속해 말했다.“하지만 진서준은 이미 제가 서울에 왔다는 걸 알고 있어요. 아버지, 혹시나 시간을 끌면 뜻밖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내일 우 종사님께 진서준을 죽여달라고 해요!”이지성은 이미 진서준에게 마음속 깊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진서준만 보아도, 또는 진서준이 그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만 알게 되어도 이지성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래.”이혁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드러냈다.“우 종사님께서 조금 전에 날 만나러 왔어. 오늘 점심에 아주 대단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고 하더라. 우 종사님이 진서준의 상대가 되지 않더라도 그분을 모시면 돼. 우 종사님 말씀을 들어보니 우 종사님 사부님보다 더 대단하다고 해.”우소영의 사부보
진서준은 김연아를 집으로 데려다준 뒤 허사연이 걱정되어 차를 타고 허씨 저택에 들렀다.“서준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문을 연 건 허윤진이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이 젖어 있고 얇은 파자마를 입고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파자마 속 아름다운 몸 선이 보였다.진서준은 힐끗 본 뒤 시선을 거두어들였다.“사연 씨 보러 왔어요.”진서준이 허사연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허윤진의 미소가 곧바로 사라졌다. 그녀는 코웃음을 친 뒤 고개를 돌리며 자리를 떴다.진서준은 어리둥절했다.“내가 뭘 어쨌길래 저러는 거지?”“언니 샤워 중이에요. 기다려요.”허윤진은 소파에 엎드려서 휴대전화를 봤다.그러면 이따금 진서준을 힐끔댔다.“성태 아저씨는요?”“아빠는 오늘 집에 없어요. 나랑 언니뿐이에요.”허윤진의 길고 늘씬한 두 다리가 움직이면서 매끈한 발목과 종아리가 보였다.평소 허성태가 집에 있을 때면 허윤진은 이렇게 입지 않았다.비록 부녀 관계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러지 않는 게 좋았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본다면 안 좋은 소문이 돌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서준 씨, 이틀 뒤에 권해철 씨 사문에 간다고 했죠?”허윤진이 갑자기 물었다.“네, 왜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같이 가도 돼요?”허윤진은 자리에 앉은 뒤 기대 가득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어렸을 때부터 전 먼 곳에 놀라가 본 적이 없어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안 돼요. 전 권해철 씨랑 놀러 가는 게 아니에요. 아주 중요한 일 때문에 가는 거예요.”권해철은 그의 사문에서 쫓겨났었다. 그러니 이번에 그와 함께 산에 오른다면 권해철의 사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었고, 심지어 싸울 수도 있었다.비록 진서준과 권해철 모두 실력이 강하다지만 정말로 싸우게 된다면 권해철은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도 허윤진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일반인이었기에 권해철 사문 사람들이 허윤진의 목숨으로 그를 위협한다면 위험했다.이번에는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할 수
진서준은 그 조건을 듣더니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이 자세를 허사연이 본다면 오해할지도 몰랐다.진서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위층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허윤진은 토끼처럼 바로 진서준을 풀어주고는 다른 소파 위에 앉았다. 진서준과 딱 달라붙어 있은 적이 없던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그녀의 빨개진 얼굴이 조금 전의 일을 얘기해주고 있었다.“서준 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있던 허사연은 진서준을 보자 싱긋 웃으며 물었다.“사연 씨가 걱정돼서 참지 못하고 침을 삼켰다.허사연이 입고 있는 옷은 허윤진의 것보다 더 얇았다. 진서준은 심지어 안쪽의 중요 부위까지 보았다.허사연은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진서준은 깜짝 놀라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허사연은 진서준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자신이 속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것을 떠올렸다.그러나 이미 아래층까지 내려왔고 그녀와 진서준은 연인이기도 했으니 굳이 그런 걸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두 사람은 언젠가는 서로를 솔직히 마주해야 했다. 그래서 허사연은 지금 진서준에게 이런 복지를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바보, 왜 오늘 갑자기 절 걱정하는 거예요?”허사연은 머리를 닦으며 평온한 얼굴로 진서준의 곁에 앉았다.그녀에게서 맡아지는 옅은 향기에 진서준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아름다운 얼굴이 진서준의 바로 앞에 있었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허사연은 평소보다 더 희고 부드러워 보였고 빨간 입술도 아주 요염했다.진서준은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허사연을 끌어안으며 애정 행각을 벌이려고 했다.“뭐 해요?”허윤진이 타이밍 좋지 않게 끼어들면서 진서준의 손을 쳐낸 뒤 허사연을 자신이 앉고 있던 소파로 끌고 왔다.진서준은 조금 화가 났다. 허윤진은 그의 일을 자꾸만 망치려고 했다.진서준의 불만스러운 표정을 본 허사연은 참지 못하고 몰래 입을 가리고 웃었다.“이지성이 다시 서울로 돌아왔어요.”진서준은 흑심을 억누르며 진지한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