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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Author: 무가
진서준은 김연아를 집으로 데려다준 뒤 허사연이 걱정되어 차를 타고 허씨 저택에 들렀다.

“서준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

문을 연 건 허윤진이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이 젖어 있고 얇은 파자마를 입고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파자마 속 아름다운 몸 선이 보였다.

진서준은 힐끗 본 뒤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사연 씨 보러 왔어요.”

진서준이 허사연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허윤진의 미소가 곧바로 사라졌다. 그녀는 코웃음을 친 뒤 고개를 돌리며 자리를 떴다.

진서준은 어리둥절했다.

“내가 뭘 어쨌길래 저러는 거지?”

“언니 샤워 중이에요. 기다려요.”

허윤진은 소파에 엎드려서 휴대전화를 봤다.

그러면 이따금 진서준을 힐끔댔다.

“성태 아저씨는요?”

“아빠는 오늘 집에 없어요. 나랑 언니뿐이에요.”

허윤진의 길고 늘씬한 두 다리가 움직이면서 매끈한 발목과 종아리가 보였다.

평소 허성태가 집에 있을 때면 허윤진은 이렇게 입지 않았다.

비록 부녀 관계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러지 않는 게 좋았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본다면 안 좋은 소문이 돌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서준 씨, 이틀 뒤에 권해철 씨 사문에 간다고 했죠?”

허윤진이 갑자기 물었다.

“네, 왜요?”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같이 가도 돼요?”

허윤진은 자리에 앉은 뒤 기대 가득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전 먼 곳에 놀라가 본 적이 없어요!”

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안 돼요. 전 권해철 씨랑 놀러 가는 게 아니에요. 아주 중요한 일 때문에 가는 거예요.”

권해철은 그의 사문에서 쫓겨났었다. 그러니 이번에 그와 함께 산에 오른다면 권해철의 사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었고, 심지어 싸울 수도 있었다.

비록 진서준과 권해철 모두 실력이 강하다지만 정말로 싸우게 된다면 권해철은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도 허윤진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일반인이었기에 권해철 사문 사람들이 허윤진의 목숨으로 그를 위협한다면 위험했다.

이번에는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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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크스와 함께 온 청년들은 충격을 받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예크스의 시신을 그대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진서준은 아무런 자비도 베풀지 않았고 손바닥을 한 번 뒤집는 순간, 또 몇 명이 죽어갔다.“진서준, 너 진짜 큰 문젯거리를 일으킨 거야.”이세아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남자가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이세아도 인정하지만 그가 일으킨 이 문제는 만만치 않았다.서오런 교회는 올림푸스 신전, 멸용 조직과 대한민국 국안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존재였다.얼마 전 이세아는 길거리에서 떠도는 소문을 들었는데 혈수가 그 세 대형 조직에 의해 함께 몰살되었다는 소식이었다.그러니 이 세 조직의 실력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내 주변은 항상 문젯거리가 끊이지 않아.”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하자 이세아는 말문이 막혔다.“그래도 더 신중하게 움직이는 게 나쁠 게 없어.”그 후, 예크스 일행의 시신은 이씨 가문 사람들이 와서 정리했고 진서준은 허윤진과 서지은에게 말했다:“너희는 먼저 올라가서 쉬어.”유람선 10층에는 전용 휴식실이 있었고 문을 열자 문 앞에 네 명이 서 있었다.“진서준 씨.”박서명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채 진서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죠?”진서준이 차갑게 물었다.“네, 사실 얘기하고 싶은 게 좀 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박서명은 자기 신분까지 낮춰가며 매우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박서명의 태도는 진서준 일행에게 다소 의외였다.이세아의 눈에도 놀라운 표정이 스쳤다.박씨 가문은 이씨 가문보다 실력이 더 강한 가문이었고 박서명은 바로 그 대단한 박씨 가문의 가주였다.대한민국 전역에서도 박서명의 신분은 최고급에 속하는 존재였다.그런 대단한 인물이 진서준에게 이런 겸손한 태도를 보일 이유가 없었다.혹시 방금 진서준이 황혼 기사를 죽인 사실이 박서명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걸까?진서준도 머릿속에서 의문이 넘쳤다.“시간은 괜찮은 것 같네요. 여기 잠시 기다리세요.”진서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32화

    하지만 오늘 손원순은 너무나 큰 실수를 저질렀다.진서준이 조금 전 링에 올라와 손원순을 돕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쯤 황혼 기사의 창에 맞아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다시 묻는다. 내 실력이 의심스러운 사람 있어?”진서준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지며 지하 1층에 메아리쳤다.링 아래에서 적막만 흘렀다.천의방의 강자도 처치할 수 있는 사람을 누가 감히 건드릴 수 있겠는가?진서준은 그제야 빙그레 웃으며 몸을 돌려 링에서 내려갔다.“용존님!”손원순이 재빨리 진서준을 따라갔다.“방금 실례가 많았습니다. 용존님께서 부디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손원순은 진서준에게 고개를 숙여 진심으로 사과했다.그러자 진서준은 즉시 손원순을 손으로 붙잡고 웃으며 말했다.“의협심이 넘치시는 손 천사님은 우리 모두의 본보기입니다.”그 말에 손원순이 어색하게 웃어넘겼다.“용존님, 과찬입니다. 저는 그저 제 능력 범위내에서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용존님, 명주시에 돌아가신 후 시간이 되면 꼭 한 번 식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손원순이 이 기회를 빌려 진서준을 식사에 초대했다.“좋습니다, 시간이 되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손원순과 같은 선량한 사람과는 당연히 친구가 되어야 했다.진서준이 방으로 돌아가자 허윤진이 신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다가왔다.“진서준, 방금 진짜 멋있었어. 공격 두세 번 만에 그 사람을 처치할 줄은 몰랐어.”“그 해외 사람들 좀 잡아 와.”진서준의 말에 이세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정말 그렇게 할 거야?”“당연하지.”잠시 후,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예크스 일행을 끌고 왔다.“너... 너 뭐 하려고 그래?”예크스의 얼굴에는 아까 보였던 거만하고 교만한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대신 두려움이 가득한 기색이 역력했다.예크스의 눈에선 원탁 십이 기사가 신의 사자와도 같은 존재였다.하지만 지금 진서준은 신의 사자를 죽였다.그러니 진서준은 분명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마일 것이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31화

    현장은 말 그대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링 위의 그 인물을 쳐다보았다.원탁 십이 기사는 말 그대로 천의방에 오르는 슈퍼 강자였다.천의방은 비록 대한민국 국안부가 만든 목록이지만 국내외 모든 권력자와 강자가 그 권위성을 인정하는 목록이기도 했다.전 세계를 둘러보면 강자가 수없이 많지만 70억 가까운 인구 중에서 단 100명만이 천의방에 기록된다.이 100명은 어느 나라에 가든 각국의 권력자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애쓰는 존재였다.수많은 강자가 천의방에 올라가려고 발버둥 칠 때 놀랍게도 천의방 78위에 위치한 황혼 기사가 지금 20살 남짓한 청년의 공격 세 번으로 죽음을 맞이했다.용존 진서준.이 이름은 해외 강자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이름이었고 갑자기 떠오른 인물일 뿐이었다.진서준이 대한민국에서 벌인 가장 유명한 전투는 봉호전과 강남에서 육급 대종사 두 명을 단 일격으로 처치한 일이었고 그 외에는 특별한 전과가 없었다.천의방의 다른 강자와 비교했을 때, 이 정도의 전과는 너무나 미미해 보였다.만약 국안부가 보해 전투의 결과를 공개했다면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질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의 안전을 고려해 진서훈 일행은 그 사실을 숨겼다.지금 진서준은 각국 강자들 앞에서 교회의 기사를 단번에 처치했다.이번 결투 이후로 진서준의 명성은 앞으로 더욱 널리 퍼질 것이다.가장 중요한 점은 진서준이 겨우 26살이라는 것이다.실력도 무시무시했지만 이토록 어린 나이는 더 공포스러운 사실이었다.VIP룸안에서 이세아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얼음처럼 차가운 황예은이 저 녀석을 따랐구나.”“세 분, 여러분이 힘을 합친다면 저 녀석을 이길 수 있을까요?”박서명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박서명은 진서준이 기껏해야 지의방 정도의 실력밖에 없을 거라 여겼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 당황하기 시작했다.진서준이 천의방의 강자를 처치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춘 것이다.게다가 진서준은 너무 쉽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30화

    사실, 눈앞의 이 청년은 기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서 살짝 놀랐다.하지만 황혼 기사는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황혼 기사는 갑자기 뒤로 물러났고 긴 머리가 공중에서 휘날렸다.그러고는 두 손을 가슴에 교차시켜 놓고 경건한 신도처럼 거만한 고개를 살짝 숙였다.“신성한 빛이여, 이 세상 모든 악을 멸해 버리옵소서.”기사가 입으로 중얼거리자 손에 쥔 긴 창에서 눈부신 빛이 방출되었다.황혼 기사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기도 이 순간 전부 폭발했다.조금 어두운 지하 링은 지금 한낮의 밝은 햇살처럼 강렬한 빛을 발산했다.“저 녀석 드디어 숨통이 끊어지겠네. 황혼 기사가 성력을 사용했어.”예크스가 눈을 반짝이며 흥분한 말투로 말했다.성력은 오직 교회 원탁 십이 기사와 주교 세 명만이 소유한 특별한 힘이다.이 힘은 산을 하나 통째로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이세아도 그 눈 부신 빛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유람선이 과연 이 엄청난 힘을 견딜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이세아이 우려한 것처럼 유람선에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유람선 위의 손님들은 저마다 불안해했다.그때, 링 위의 황혼 기사가 갑자기 움직였다.기사는 순간 이 세상에서 사라진 듯, 한순간에 모두의 눈앞에서 사라졌다.그리고 다시 나타났을 때, 이미 진서준의 앞에 서 있었다.진서준은 검을 쥔 손을 급하게 들어 올리며 청색의 검빛이 발산하는 일격을 날리자 눈앞의 눈 부신 빛을 찢어버렸다.우르릉!굳건한 링의 바닥이 진서준의 일격을 맞고 기다란 균열이 나타나며 부서진 돌멩이가 사방으로 튀었다.그 후, 진서준은 손에 쥔 참선검을 풀었고 이내 그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청색과 적색을 띤 거대한 용 두 마리가 진서준의 뒤에서 나타났다.두 용은 하나로 합쳐졌다가 다시 청색과 적색이 엇갈린 용 세 마리로 나뉘었다.진서준의 주먹 앞에서 거대한 용 한 마리가 거대한 입을 벌려 모든 것을 삼켜버리려 했다.콰지직!한 줄기의 갈라진 금이 황혼 기사의 창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29화

    모든 사람은 입을 떡 벌린 채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이 청년은 지금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선전포고하는 건가?구경꾼들만 놀란 게 아니었다. 진서준 뒤에 서 있던 손원순도 진서준을 미친 사람 취급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이 애송이가 대담해도 너무 대담한 것 같았다.이 유람선에 올라탄 사람은 모두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어쩌면 링 아래에 팔급, 심지어 구급 대종사 경지의 경호원이 있을지도 모른다.이런 강자가 지금 링에 올라간다면 진서준도 무척이나 난감해질 것이다.“너 과연 그렇게 오만하게 굴 실력이 있을까?”이세아가 밝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진서준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잠시 후, 사람들이 정신을 가다듬었고 그들의 눈에서 스치던 경악은 사라지고 그 대신 불타오르는 분노가 가득 찼다.“오만하고 무지한 애송이가 감히 큰소리를 쳐? 이따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거야.”“우리가 나설 필요 없어. 저 기사님이 알아서 널 처단해 버릴 거야.”“허세를 부리다가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군중의 분노가 폭발했지만 아무도 무대에 올라가지 않았다.다들 무대 위에 있는 황혼 기사가 진서준의 목을 쳐낼 것이라 믿고 있었다.황혼 기사는 차가운 살기를 눈에 띄게 드러내며 말했다.“이봐, 너 지금 대형 사고 친 건 알고 있어?”“몰라. 단지 네가 이제 곧 죽을 거라는 것만 알아.”진서준이 평온하게 답하자 손원순이 목소리를 낮게 깔고 외쳤다.“빨리 물러나. 이 사람은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명주시 최고의 술법 천사인 손원순도 황혼 기사를 이길 수 없었는데 어떻게 한낱 국안부 소속의 상경인 진서준이 상대할 수 있겠는가?진서준은 손원순을 힐끗 바라보더니 가볍게 그의 어깨에 손바닥을 얹었다.그러자 손원순의 얼굴이 급변했다.하지만 진서준이 손원순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기운이 손원순의 온몸에 편안한 흐름처럼 퍼져 나갔다.그러자 방금 황혼 기사의 공격에 심각하게 다쳤던 상처가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28화

    “맙소사, 이게 바로 손 천사님의 실력인가?”“이 검을 과연 저 기사가 막을 수 있을까?”“막을 수 없을 거야. 손 천사님은 우리 명주시 최고 술법 강자잖아.”대다수 사람은 황혼 기사가 이 공격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황혼 기사도 눈앞의 광경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우리 스승님 시그니처 술법이네!”곽윤상이 흥분하며 소리쳤다.예전에 명주시에서 요괴들이 날뛰었을 때, 손원순은 바로 이 보라색 검으로 악귀 세 마리를 단번에 처치했다.그 사건을 계기로 손원순은 일약 명성을 떨쳤다.지금의 손원순은 그때보다 몇 배나 더 강해졌고 이 전설적인 기술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해졌다.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 보라색 뇌검에 집중되었다.하지만 황혼 기사도 물러서지 않았다.황혼 기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손원순 못지않았다.황혼 기사는 은색 창을 높이 들고 길게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전쟁의 신처럼 우뚝 섰다.그리고 황혼 기사가 갑자기 바닥에 발을 내딛자 강철처럼 단단한 바닥에 거미줄처럼 금이 가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황혼 기사의 모습은 빛처럼 빠르게 움직였고 순식간에 링 중앙에 도달했다.손원순 앞에 있던 뇌검도 같은 순간에 바닥을 쪼개듯 사나운 기세로 내려쳤다.창과 검이 공중에서 충돌하며 폭발적인 소리가 터져 나왔다.펑!그 후, 뇌검은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부서져 날아갔다.그리고 공중에서 멈췄던 황혼 기사의 모습이 바로 손원순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술법이 깨져버리자 손원순은 원기가 크게 상하며 시뻘건 피를 왈칵 토해냈다.손원순의 강기는 심각하게 손상되었고 격렬한 충격에 연신 뒤로 물러서며 발을 제대로 디딜 수도 없었다.“죽어!”황혼 기사는 손에 들었던 창을 힘껏 던졌고 그 창은 손원순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그 창에 맞으면 신선이라도 구할 수 없을 것 같았다.이 순간, 두 사람의 결투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명주시에서 오랜 세월 명성을 떨친 술법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27화

    내기를 건 사람들은 전부 불만을 표했다.다들 진서준이 질 것에 내기를 걸었고 이건 확실한 이득이 보장된 거래였다.하지만 이제 손원순이 갑자기 진서준을 대신해 출전한다고 하니 그들의 돈줄이 끊긴 셈이었다.“손 천사님, 그 녀석과 무슨 관계인가요? 왜 그 녀석을 대신해 나서시는 거죠?”“맞아요, 손 천사님, 이건 경기 규칙에 맞지 않아요.”“손 천사님, 그냥 내려가세요. 우리 돈 벌게 놔두세요.”사람들이 하나둘씩 손원순에게 내려가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그러자 손원순은 차가운 눈빛으로 구경꾼들을 쏘아보며 답했다.“불만이 있으면 먼저 올라와서 날 이겨봐.”손원순의 말 한마디에 떠들썩하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손원순을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칠급 영선 술사라면 누구나 다 인정하는 실력이었다.황혼 기사도 냉정하게 말했다.“좋아, 그럼 먼저 너부터 죽이고 저 녀석을 죽여야겠어.”VIP룸에 앉아 있던 예크스는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황혼, 저 녀석도 죽여버려! 저 늙다리에게 우리 교회 실력을 알려줘야 해.”심판이 마지막 확인을 마친 뒤 경기가 드디어 시작되었다.“난 밖에 나가 있을게. 손 천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구할 수 있게.”진서준의 말에 이세아가 놀란 듯 물었다.“너 손원순이 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이세아가 놀란 듯 물었다.“아까 보니까 교회 기사들 강기는 호국장군과 비슷한 수준이야. 손 천사 실력도 약한 편은 아니지만 저 기사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좀 불안해.”진서준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무인와 수선자는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다.무인도 나이가 많으면 실력이 점점 더 강해지긴 하지만 나이가 너무 많아도 문제였다.나이가 너무 많으면 예전처럼 정정하지 않아 작은 상처나 질병이 있을 경우, 고수와 결투할 때 그 사소한 문제가 점점 더 커져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었다.수선자는 한 단계씩 경지가 올라가면 수명이 늘어나지만 무인은 그렇지 않았다.무인은 지선 경지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26화

    “이 진서준이라는 사람, 이름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구경꾼들은 결투장에 오를 사람의 정보를 보고 수군대기 시작했다.토론이 끝나자 적지 않은 사람이 황혼 기사에게 돈을 걸었다.교회의 원탁 십이 기사의 명성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반면 진서준을 아는 사람들도 그의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다.“진서준, 너 왜 교회 기사와 결투하게 된 거야?”이세아가 진서준을 보며 물었다.“전부 내 탓이야...”허윤진의 얼굴에 자책과 후회가 가득했다.“윤진아, 이 일은 네 탓이 아니야. 저 사람들이 일부러 시비를 걸었잖아.”서지은은 허윤진을 위로하며 한편으로 진서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우리가 아까 3층에서 당구를 치고 있을 때, 저 무리가 음흉하게 웃으며 우리 쪽으로 걸어오더니 일부러 윤진과 부딪힌 거야. 당시 윤진도 상대가 일부러 건드리자 화를 참지 못하고 그만...”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윤진 앞에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네가 잘못을 깨달았다면 앞으로는 절대 도박에 손을 붙이지 마.”허윤진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진서준, 앞으로 절대 도박 같은 걸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도박은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 쉬웠다.돈을 잃은 사람은 기분이 더러워지고 기분이 더러울 때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기면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규모가 커지기 마련이다.“조심해. 교회 기사는 그렇게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이세아가 진서준에게 경고하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황예은은 어디 있어? 왜 여기 없지?”“우리 둘이 한방에서 사이좋게 있을 것 같아?”이세아가 이내 진서준에게 되물었다.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심한데 한 방에 있을 리 없었다.두 사람 전부 훌륭한 교육을 받은 교양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미 싸움이 일어났을 것이다.“그럼 어디 갔어?”진서준의 질문에 이세아는 아니꼬운 눈길을 보냈다.“그렇게 걱정돼?”진서준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황예은이 경호원 없이 혼자 나갔으니까 사고라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25화

    은발의 청년은 자기 목을 겨누는 장검을 보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눈앞의 청년은 아무래도 자기 뒤에 있는 세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런데 자기 배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우리 아버지는 서오런 교회의 계아 주교야. 이래도 날 죽이겠다고 헛소리 칠 거야?”어느새 흉측한 몰골이 된 은발의 청년은 벌겋게 충혈된 두 눈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주변에서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사람들은 그 이름을 듣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유람선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거액의 자산과 막강한 권력을 손에 넣은 사람들이었다.이들은 각국의 세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은발 청년이 말한 계아 주교는 바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회의 3대 주교 중 한 사람이었고 그 명성 또한 자자했다.중요한 교회의 의식이 있을 때면 항상 계아 주교가 그 자리에 참석했다.계아 주교는 명성이 자자한 걸 떠나서 실력도 대단한 인물이었다.무려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전설 속의 지선 경지에 들어설 수 있는 놀라운 실력이었다.그때, 3층의 관리자가 급히 달려왔다.진서준이 검을 휘두른 것을 본 관리자는 서둘러 말렸다.“손님, 천하 유람선에서는 무력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원한이 있으시면 유람선 지하 1층에서 해결해 주세요.”관리자가 말한 곳은 바로 지하 1층에 있는 생사 결투장이었다.유람선에서 누군가와 사적인 원한이 있으면 전부 그 결투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규칙이 있었다.하지만 보통 결투장에 가서 해결하려면 규모가 큰 소란이 일어나야 했다.소란이 그다지 크지 않으면 유람선의 사람들은 전부 보고도 모른 척하곤 했다.다들 괜히 끼어들어 소란의 규모를 부풀려고 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예크스 씨, 무슨 일이죠?”이때 한 서양의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이 남자는 거대한 체구와 여성들이 부러워할 만큼 찬란한 금발 머리를 자랑하는 잘생긴 남자였다.이 남자는 바로 원탁 십이 기사 중 하나인 황혼 기사였고 실력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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