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진을 찼을 때 진서준은 마지막에 힘을 살짝 거두어들여서 그를 단번에 죽이지는 않았다.그렇지만 이혁진의 상태가 좋은 건 아니었다. 콧대가 내려앉고 얼굴과 목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다.지금 이혁진은 겨우 숨만 붙어있는 상황이었다.이혁진은 눈빛이 흐리멍덩했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흰색과 빨간색뿐이었다.진서준의 목소리를 들은 이혁진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분통함과 분노가 가득했다.“진서준, 난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네가 죽게 되면 내가 겪었던 이 모든 고통을 그대로 너에게 돌려줄 거야.”이혁진은 자신이 오늘 틀림없이 죽을 거로 생각했다. 진서준이 다시 그를 살려둘 리가 없었다.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빌 바에야 차라리 저주를 퍼붓는 게 나았다.진서준은 그의 말을 듣더니 차갑게 말했다.“이혁진 씨, 이 지경이 돼서도 아직도 날 탓하네요. 당신이랑 당신 아들의 모함 때문에 난 감옥에 3년 동안 갇혀 있었어요. 그런데 이 모든 게 지금 내 문제라는 거예요?”만약 당시 이지성이 밥 먹을 때 유지수를 희롱하지 않았더라면 진서준도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원래는 사소한 싸움이었는데 이씨 일가에서는 사람을 찾아 진서준을 감옥에 보내버렸다.더욱 괘씸한 것은 진서준이 감옥에 들어간 뒤 이지성과 유지수가 사람을 시켜 조희선의 다리를 부러뜨렸다는 점이다.두 사람의 행위는 짐승만도 못했다.이혁진은 그의 말을 듣더니 피를 뱉으며 웃어 보였다.“진서준, 사실 네가 감옥에 들어가게 된 건 우리 때문이 아니야.”“이제 와서 변명하려는 거예요?”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랑 내 아들은 당시 널 감옥에 보내고 싶은 마음은 있었어.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럴만한 인맥이 없었어. 그런데 누군가 날 찾아와서 널 감옥에 보내 3년 동안 형을 살게 할 수 있다고 했어.”이혁진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이씨 일가의 재력과 인맥으로는 검찰총장을 매수하기엔 역부족이었다.진서준이 형을 살게 된 건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 때문이었다.그런데 그 사
그 광경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그들은 조폭들까지 그들의 대표님을 존경할 줄은 몰랐다.다들 후회막급이었다. 만약 그들이 조금 전 의연하게 달려들어 양소빈을 지켰다면 대표의 눈에 들어 승진하고 월급이 인상됐을지도 몰랐다.“끌고 가요.”진서준이 이혁진을 가리켰다.강성철은 이혁진을 힐금 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그 어떤 감정 파동도 없었다.네 명의 부하가 잽싸게 이혁진을 자루 안에 넣어 그를 데리고 떠났다.“강성철 씨도 가봐요. 깔끔하게 처리해 주세요.”진서준은 낮은 목소리로 강성철에게 말했다.“진서준 씨, 걱정하지 마세요.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강성철은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진서준은 회사 직원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남자들은 알아서 떠나요. 제가 자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요.”용서해달라고 할 생각이던 사람들은 조금 전 진서준의 무시무시한 힘을 직관하고 마음을 접었다.진서준이 양소빈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양소빈은 젖은 수건으로 얼음찜질을 하고 있었다.“진서준 씨.”진서준이 들어오자 양소빈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움직이지 말아요. 그냥 앉아있어도 돼요.”진서준은 손사래를 치면서 양소빈에게 앉으라고 했다.양소빈은 허사연이 진서준을 도와 회사 업무를 처리하라고 보낸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맞았으니 진서준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죄송해요, 양소빈 씨.”진서준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진서준 씨 탓이 아니에요. 그 남자가 이상한 거죠.”양소빈은 진서준의 사과를 감당할 수 없었다.그녀는 허사연과 진서준이 연인이라는 소문을 들었다.앞으로 진서준은 허씨 일가의 주인, 그녀의 미래 상사가 될지도 몰랐다.진서준은 양소빈의 정중한 태도를 보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얼굴 좀 봐요.”진서준이 다가가서 말했다.“괜찮아요. 아직 부기가 내려가지 않아서 좀 못생겼어요.”양소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진서준이 다정하게 말했다.“난 양소빈 씨 얼굴의 부기가 더 빨리 가
문을 두드리지 않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허사연을 제외하고 없었다.진서준이 손을 거두어들이기 전, 허사연이 들어왔다.“진서준 씨, 괜찮아...”허사연은 말을 마치지 못하고 양소빈의 얼굴에 놓인 진서준의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뭐 하는 거예요?”허사연이 사무실 문을 쾅 닫으며 화가 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남자 친구가 자기 회사 여직원과 썸을 타다니!“사연 씨, 그런 거 아니에요. 전 양소빈 씨 얼굴에 남은 손바닥 자국을 치료하고 있었어요.”진서준은 곧바로 허사연에게 다가가서 해명했다.양소빈도 무척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아가씨, 저랑 진서준 씨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진서준 씨는 제 얼굴 부기를 가라앉혀주고 있었어요.”양소빈은 자기 때문에 진서준과 허사연 사이가 틀어지는 걸 원치 않았다.“부기를 가라앉히고 있었다고요? 진서준 씨처럼 부기를 가라앉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허사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손을 소빈 언니 얼굴에 올려뒀잖아요! 제가 제때 오지 않았더라면 소빈 언니 옷 안에 손을 넣었겠어요!”허사연은 분통을 터뜨린 뒤 억울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다 몸을 돌려 사무실에서 나갔다.진서준은 말문이 막혀서 그 자리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조금 전 그와 양소빈의 행위가 조금 남사스럽긴 했다.진서준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것이 양소빈 얼굴의 부기를 가라앉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회사 사장인 양소빈이 얼굴에 손바닥 자국을 달고 회사에 출근하게 둘 수는 없었다.“진서준 씨, 넋 놓고 있지 말고 얼른 아가씨를 쫓아가요.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죠.”양소빈은 황급히 진서준의 어깨를 밀었다.“하지만 사연 씨는 지금 단단히 화가 난 상태인걸요.”진서준은 조금 망설였다.“정말 바보 같네요. 가서 달래면 되잖아요? 여자들은 달래줘야 한다고요.”양소빈이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그녀는 진서준처럼 목석같은 남자가 어떻게 허사연의 마음을 얻은 것인지 궁금했다. “정 안 되겠으면 아가씨를 안고 입을 막아버려요
허사연은 손을 멈췄다. 분노로 가득 찼던 그녀는 곧바로 진서준을 걱정했다.“서준 씨, 왜 그래요? 아까 어디 다친 거예요?”허사연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진서준은 속으로 몰래 웃었다.“네, 살짝 다쳤었는데 사연 씨가 때려서 부상이 심해진 것 같아요.”진서준은 콜록거리면서 거짓말을 했다.“네? 전 힘을 쓰지 않았는데요!”허사연은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진서준이 계속해 말했다.“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 이야기 못 들어봤어요?”진서준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자 허사연은 황급히 물었다.“그러면 얼른 병원에 가봐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시간이 없어요...”“진서준 씨, 나 겁주지 말아요!”허사연은 너무 초조한 나머지 눈물이 나왔다.진서준은 장난이 심했던 것 같아 곧바로 말했다.“나 지금 숨이 잘 쉬어지지 않으니까 좀 도와줘요.”허사연은 그 말을 듣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진서준의 입에 입을 맞췄다.진지하게 인공 호흡을 하던 허사연은 문득 진서준의 손이 얌전치 못하다는 걸 발견했다.허사연은 천천히 눈을 떴다가 웃음기 어린 진서준의 눈동자를 보고 자신이 속았음을 눈치챘다.그녀는 진서준을 힘껏 두 번 때렸지만 진서준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오히려 더 꽉 끌어안았다.허사연이 숨이 막혀할 때쯤에야 진서준은 그녀를 놓아줬다.“나쁜 놈!”허사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진서준을 마구 때렸다.그러나 그 정도 힘은 진서준에게 있어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것과 다름없었다.“내 부하직원에게 집적거리더니 이번에는 나한테 작업 거는 거예요?”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연 씨, 내가 그런 사람 같아 보여요?”“네!”허사연은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허사연 씨가 날 좋아했을까요?”진서준은 웃었다.“난... 난 서준 씨에게 속은 거예요.”허사연은 삐져서 말했다.평정을 되찾은 허사연은 진서준이 바람을 피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
어제저녁 이지성이 돌아와서 진서준을 만났다고 했을 때부터 이혁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그래서 어제저녁 미리 문자를 작성해서 예약 발송했다.만약 이튿날 살아남는다면 그 문자를 취소할 생각이었고, 살아남지 못한다면 앞으로 이지성은 혼자 살아가야 했다.이것이 이혁진이 보낸 문자 내용이었다.[혁진아, 네가 이 문자를 보고 있을 때면 난 이미 세상에 없을 거야. 복수할 생각은 하지 말고 셋째 삼촌을 찾으러 가. 가서 평온하게 여생을 살아.]이혁진은 이지성에게 대신 복수해달라고 하지 않았다. 종사마저 진서준을 죽일 수 없다면 진서준의 실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할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이런 상황에서 이지성의 유일한 살길은 셋째 삼촌을 찾아가서 그가 계획해 준 대로 여생을 사는 것이었다.“아버지, 제가 꼭 복수할게요!”이지성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원한 때문에 두 눈이 멀었다.지금 이지성의 머릿속에는 진서준을 죽여 아버지를 위해 복수를 할 생각뿐이었다.이지성이 기차를 타고 고양시에 도착했을 때 이상범은 호텔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네 아버지는? 왜 너 혼자 돌아왔어?”이지성이 혼자 돌아오자 이상범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이지성은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눈물을 떨구지 않으려고 악을 썼다.이상범은 이혁진이 죽었다는 말에 심장이 조여들었다.이혁진은 그의 친형이었다. 예전에 이상범이 안산에서 창업했을 때 이혁진은 여러 차례 그를 도와줬었다.그게 아니었다면 이상범이 그들 가족을 위해 경기도에서 남주성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죽었다고? 설마 네 아버지 원수가 한 짓이야?”이상범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럴 거예요. 진서준을 제외하면 우리 아버지를 죽일 사람이 없어요.”진서준의 얘기가 나오자 이지성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진서준을 산채로 찢어 죽이고 싶었다.“가자. 일단 여기서 떠나서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할지 더 생각해 보자.”이
탁현수의 제자는 총 5명이었고 우소영은 그중 한 명이었다.우소영의 실력은 5명의 제자 중 중간 수준이었다.“네... 제가 사부님 얼굴에 먹칠을 했습니다.”우소영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상대는 누구였니?”탁현수가 물었다.“일전에 권해철을 이긴 진 마스터입니다. 청년이에요.”우소영은 망설이다가 진서준과 구창욱의 관계를 얘기했다.“사부님, 그 진서준이라는 사람 구창욱 씨 제자입니다...”우소영과 탁현수 모두 구창욱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었다. 구창욱이 없었다면 두 사람 모두 지금 같은 성과를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다.“그게 뭐? 내 은인은 구창욱 어르신이지 그 진 마스터가 아니야.”탁현수의 혼탁한 눈동자가 매우 날카로워졌다.“이제 난 한 번만 더 폐관하면 선천 대종사 경지에 이를 수 있어. 폐관을 마치고 나온 뒤에 그 진 마스터를 죽여서 네 복수를 해주마.”탁현수가 대종사 경지에 이를 거라는 말에 우소영은 서둘러 허리를 숙였다.“미리 축하드립니다, 사부님!”“이만 가봐.”탁현수는 눈을 감으며 덤덤히 말했다.“네.”...진서준은 허사연을 위로한 뒤 그녀를 회사로 데려다줬다.차에서 내릴 때 허사연은 진서준의 손을 잡고 말했다.“참, 오늘 아빠가 서준 씨랑 같이 밥 먹고 싶대요. 오늘은 꼭 와야 해요!”장인어른이 같이 밥을 먹자는데 어떻게 거절하겠는가?“문제없어요! 저녁에 시간 맞춰 도착할게요.”진서준이 웃는 얼굴로 장담했다.허사연과 웃는 얼굴로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진서준은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강성철과 도진수에게 이지성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했다.진서준이 보기에 이혁진이 혼자서 우소영과 함께 온 이유가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이지성은 아직 이혁진의 소식을 모를 것이다. 어쩌면 이지성이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그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강성철과 도진수는 진서준이 내린 임무를 하달받은 뒤 곧바로 그 일을 처리하러 갔다.수천 명의 부하들이 서울의 모든 호텔과 모텔을 뒤져서 이지성을 찾았다. 그렇게 그들은 결
조희선은 비록 싫다고 했지만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아들딸과 함께 놀러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진서준은 조희선을 안아서 뒷좌석에 앉힌 뒤 그녀의 휠체어를 마이바흐 트렁크에 넣었다. 진서라는 조희선의 곁에 앉았다. 혹시라도 뜻밖의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잘 앉았죠? 저 운전할게요.”진서준이 말했다.차는 평온하게 달렸다. 진서준은 전처럼 빨리 운전하지 않고 아주 천천히 달렸다.조희선은 창문을 통해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봤다.그녀는 비록 매일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가지만 활동 범위가 아파트 안이었다. 아파트를 벗어난 적은 아주 드물었다.진서준은 거울을 통해 조희선의 눈동자에 기쁨과 흥분이 가득 차 있는 걸 보았다. 그는 반드시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그러려면 권해철 사문에 있는 영골을 반드시 얻어야 했다.30분 뒤, 진서준 가족은 레미안 쇼핑센터에 도착했다.레미안 쇼핑센터는 서울에서 가장 큰 곳은 아니지만 없는 게 없었다.진서준이 굳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조희선이 가격을 보고 너무 비싸서 아무도 사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였다.그래서 레미안 쇼핑센터로 온 것이었다. 그럼에도 조희선은 조금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서준아, 여기 아주 호화로운데 물건도 아주 비싸겠지?”“아뇨, 엄마. 저 지금 돈 많아요. 원하시는 거 있으면 말만 하세요.”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이제 돈이 좀 생겼다고 해서 돈을 펑펑 쓰면 안 돼.”조희선이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조희선은 예전에 형편이 어려웠었기에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알고 있었다.“어머니, 그런 생각은 바꿔야 해요. 저는 어머니랑 서라를 위해서 돈을 버는 건데요. 돈이 없으면 벌면 되지만 이런 기쁨과 즐거움을 놓쳐서는 안 돼요!”진서준은 어머니의 생각을 바꿀 셈이었다.돈이란 건 써도 다시 벌면 됐다.지금 진서준은 돈이 부족하지도 않았고, 서울시와 주변 지역의 세가들은 진서준에게 돈을 주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그저 진서준이 받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다.“
“이건 별로예요. 은은 안 좋아요. 오래 끼면 색이 변하잖아요. 이걸로 해요.”진서준은 순금으로 된 팔지를 가리키며 말했다.조희선은 그 팔찌를 힐끗 보았다. 너무 눈이 부셨다.곧이어 가격표를 확인한 그녀는 심장이 철렁했다.무려 5,600만 원이었다.이렇게 많은 돈이라면 혼자서 여생을 살기에 충분했다.“서준아, 이건 너무 비싸. 이렇게 비싼 건 사지 마.”조희선이 다급히 말했다.“우리 엄마 말은 듣지 마시고 저 팔찌 가져다주세요.”진서준은 조희선의 말에 따르지 않고 확고한 태도로 직원에게 부탁했다.직원은 잠깐 망설이다가 한마디 했다.“고객님, 흠집 나지 않게 조심하셔야 해요. 흠집 나면 배상하셔야 해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말 한마디 없이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카드 안에 돈이 얼마 들어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몇십억은 있었다.“흠집 나면 살게요.”진서준이 흔쾌히 말하자 직원도 더는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곧바로 팔찌를 꺼내 진서준에게 건넸다.진서준은 몸을 돌려 그것을 어머니에게 끼워줬다.팔에 5,600만 원짜리 금팔찌를 끼고 있어서 조희선은 손이 떨렸다.그녀는 손을 떨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혹시라도 실수로 팔찌를 떨어뜨린다면 얼마나 배상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꽤 예쁘네요!”진서준이 말했다.“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엄마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진서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거로 할게요. 결제 부탁드려요.”진서준은 조금 전 꺼냈던 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직원은 당황했다.“고객님, 더 둘러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진서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뭘 더 둘러봐야 하나요?”“이벤트 같은 거요. 낡은 거로 새것을 바꾼다든지...”직원은 자신이 티 나지 않는 엄청난 갑부를 만난 건지, 아니면 정신 이상자를 만난 건지 알지 못했다.진서준의 분위기를 봤을 때 직원은 그가 갑부일 거라고 짐작했다.“괜찮아요. 카드 긁으시면 돼요.”진서준은 그런 이벤트를 알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