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별로예요. 은은 안 좋아요. 오래 끼면 색이 변하잖아요. 이걸로 해요.”진서준은 순금으로 된 팔지를 가리키며 말했다.조희선은 그 팔찌를 힐끗 보았다. 너무 눈이 부셨다.곧이어 가격표를 확인한 그녀는 심장이 철렁했다.무려 5,600만 원이었다.이렇게 많은 돈이라면 혼자서 여생을 살기에 충분했다.“서준아, 이건 너무 비싸. 이렇게 비싼 건 사지 마.”조희선이 다급히 말했다.“우리 엄마 말은 듣지 마시고 저 팔찌 가져다주세요.”진서준은 조희선의 말에 따르지 않고 확고한 태도로 직원에게 부탁했다.직원은 잠깐 망설이다가 한마디 했다.“고객님, 흠집 나지 않게 조심하셔야 해요. 흠집 나면 배상하셔야 해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말 한마디 없이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카드 안에 돈이 얼마 들어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몇십억은 있었다.“흠집 나면 살게요.”진서준이 흔쾌히 말하자 직원도 더는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곧바로 팔찌를 꺼내 진서준에게 건넸다.진서준은 몸을 돌려 그것을 어머니에게 끼워줬다.팔에 5,600만 원짜리 금팔찌를 끼고 있어서 조희선은 손이 떨렸다.그녀는 손을 떨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혹시라도 실수로 팔찌를 떨어뜨린다면 얼마나 배상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꽤 예쁘네요!”진서준이 말했다.“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엄마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진서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거로 할게요. 결제 부탁드려요.”진서준은 조금 전 꺼냈던 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직원은 당황했다.“고객님, 더 둘러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진서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뭘 더 둘러봐야 하나요?”“이벤트 같은 거요. 낡은 거로 새것을 바꾼다든지...”직원은 자신이 티 나지 않는 엄청난 갑부를 만난 건지, 아니면 정신 이상자를 만난 건지 알지 못했다.진서준의 분위기를 봤을 때 직원은 그가 갑부일 거라고 짐작했다.“괜찮아요. 카드 긁으시면 돼요.”진서준은 그런 이벤트를 알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비
진서준은 그 말을 한 사람이 자기를 향해 소리친 것이라고 직감했다.진서준은 그를 무시하고 목걸이를 꺼냈다.“사람 말 못 알아들어요?”조금 전 그 건방진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렸다.늘씬한 몸매에 예쁘장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자였다.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화가 가득 난 얼굴로 진서준을 향해 다가왔다.진서준은 그제야 몸을 돌려 조금 전 자신더러 멈추라고 한 여자를 바라보았다.“난 사람 말은 알아듣는데 그쪽 말은 못 알아듣겠네.”진서준은 상대방을 힐끗 본 뒤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 말은 곧 그 여자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짙은 화장을 한 여자도 그 뜻을 이해했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진서준의 뺨을 때리려 했다.그러나 진서준이 고분고분 맞아줄 리가 없었다. 그는 상대방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비록 난 여자를 때리지는 않지만 선 넘는 사람들은 교육할 의향은 있어.”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손에 힘도 더 들어갔다.“아! 손목 아파요. 이거 얼른 놔요!”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진서준을 향해 화를 냈다.“서준아, 싸우지 말고 얼른 손 놔!”조희선은 아들이 다시 감옥에 들어가기를 바라지 않았기에 서둘러 큰 목소리로 말했다.옆에 있던 진서라도 서둘러 그들을 말리며 진서준을 끌고 갔다.짙은 화장을 한 여자는 진서준에게 잡혔던 자기 손목에 붉은 손자국이 남은 걸 보았다.“빌어먹을, 우리 남편이 오면 아주 단단히 혼내줄 거예요!”짙은 화장을 한 여자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화가 난 얼굴로 진서준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진서라는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눈에 익었다. 그녀의 학창 시절 동창인 듯했다.“최가희?”진서라는 확신 없는 목소리로 상대방의 이름을 불렀다.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최가희는 고개를 돌려 진서라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자세히 살펴보았고, 최가희는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난 또 누군가 했네! 우리 학교 퀸카 진서라 아냐!”고등학교에 다닐 때 진서라는 청순하고 예쁜 외모로
진서라가 그 형제에게 납치당했을 때, 진서준은 그녀에게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서라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진서라가 말리자 진서준의 몸에서 살기가 사라졌다. 그러나 최가희를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최가희는 크게 숨을 내쉬더니 다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두려운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미안해. 오빠 때문에 놀랐겠네.”진서라가 먼저 최가희에게 사과했다.최가희는 진서라가 자신을 모욕한다고 생각해 곧바로 화를 냈다.“뭔 소리야? 내가 언제 네 오빠 때문에 놀랐다고 그래? 난 그냥 갑자기 다른 일이 떠올랐을 뿐이야!”진서라는 멋쩍은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했다.최가희는 진서라의 겁 먹은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목걸이 나한테 넘겨. 그런 비싼 목걸이를 네가 살 수 있겠어?”최가희는 진서를 바라보면서 비아냥거렸다.“당신이 뭔데 당신한테 넘기라는 거야?”진서준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진서라는 몇 번이고 참아줬는데 최가희는 몇 번이고 선을 넘었다.만약 조금 전에 진서라가 막지 않았다면 진서준은 이미 그녀의 뺨을 때렸을 것이다.“당신은 또 뭔데요? 진서라가 만나는 남자 주제에!”최가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진서라는 최가희가 자신과 진서준의 사이를 오해하자 곧바로 설명했다.“이쪽은 우리 오빠...”“됐어. 너 같은 여자를 내가 한두 번 본 줄 알아? 아무나 보고 오빠라고 하지. 밤이면 아빠라고 부르는 거 아냐?”최가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목걸이 나한테 줘. 그러면 그냥 넘어가 줄게.”최가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진서준을 향해 손을 뻗었다.“당신이 사지도 않았는데 내가 왜 줘야 하지? 당신이 뭐라고!”진서준은 최가희에게 목걸이를 넘길 생각이 없었다.“우습네요. 나한테 주지 않으면 그걸 사기라도 하게요? 그럴 형편은 돼요? 그건 신상이에요. 6,000만 원짜리죠. 나도 내 남자 친구를 아주 오래 설득해서 겨우 사주겠다고 약속받은 거라고요!”최가희가 같잖다는 표정으로 진서준
최가희가 진서라를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초대한 이유는 진서라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서였다.고등학교 때는 순진한 척하더니 이젠 돈을 위해 남자를 만나고 다니지 않는가?“싫어. 난 가족들이랑 쇼핑할 거야.”진서라는 거절했다.최가희는 포기하지 않았다.“가족들이랑 쇼핑하는 건 언제 해도 괜찮잖아. 동창 모임은 1년에 한 번뿐이야. 진서라, 설마 돈 많은 남자 찾았다고 우리 같은 가난한 친구들은 눈에 차지도 않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정말 사람을 잘못 봤네!”최가희는 몸을 돌리며 떠나는 척했다.진서라는 그 모습을 보고 잠깐 갈등했다.그녀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고 그중 일부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최가희와 함께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최가희의 인품을 생각했을 때 틀림없이 그녀의 험담을 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그녀의 평판이 떨어질 것이다.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 그는 최가희가 일부러 진서라를 자극한다는 걸 알았다.진서준은 진서라와 함께 가서 막말을 내뱉는 최가희를 단단히 혼쭐내줄 생각이었다.“서라야,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이라잖아. 오빠가 같이 가줄게.”진서준은 절대 진서라 혼자 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가 가지 않는다면 진서라는 틀림없이 최가희에게 엄청나게 괴롭힘당할 것이다.진서준이 진서라와 함께 가겠다고 하자 최가희는 잘됐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은 그녀가 찜해둔 목걸이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망신을 줬다. 그래서 최가희는 반드시 그에게 복수할 셈이었다.“진서라, 네 오빠도 동의했잖아. 갈 거야, 안 갈 거야?”최가희는 오빠라는 말을 특별히 강조했다.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모임 어디서 하는데? 잠시 뒤에 갈게.”“유일 호텔이라고 들어봤어요?”최가희는 진서준을 흘겨보면서 말했다.유일 호텔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어딘지 알아.”“그래요. 점심 12시 501번 룸으로 와요. 약속 지켜야 해요!”말을 마친 뒤 최가희는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오빠, 나 혼자
사이좋은 두 남매의 모습에 조희선의 얼굴에 행복의 미소가 지어졌다.그러나 곧 조희선의 눈동자에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진서준 아버지의 비밀을 제외하고 아직 진서준에게 얘기하지 못한 비밀이 하나 더 있었다. 심지어 진서라도 몰랐다.이 비밀은 진서라와 관련된 비밀이었다....유일 호텔, 501번 룸.최가희는 옷차림이 범상치 않은 남자와 그곳에 일찍 도착했다.“자기야, 나 점심에 쇼핑할 때 백화점에서 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났거든.”“친구를 만난 것뿐인데 뭐 얘기할 거 있어?”공수철은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말했다.“그 X이 고등학교 때 퀸카로 불렸었어. 걔를 좋아하던 남학생들이 수두룩했다고. 그런데 그때는 얼마나 순진한 척을 하던지. 남학생들이랑 전혀 친하게 지내지 않았거든. 그런데 지금은 돈 때문에 잘 사는 남자랑 만나더라고.”최가희가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얼마나 가증스럽던지. 속물이면서 말이야.”별로 신경 쓰지 않던 공수철은 진서라가 퀸카였다는 말에 곧바로 흥미가 생겼다.최가희는 외모와 몸매가 나쁘지 않았지만 자주 화장을 짙게 해서 오히려 못생겨 보였다.공수철은 최가희와 만난 지 꽤 되었는데 그녀와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기 때문이었다.그런데 돈을 밝히는 더 예쁜 여자가 있다는 말에 공수철은 구미가 당겼다.공수철은 꽤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의 아들이었다.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식약처로 들어갔다.현대 사회에서 월급이 200만 원이 넘는 직장인은 복지가 좋은 공무원보다 대우가 못했다.“그 여자 오면 나한테 소개 좀 해줘.”공수철이 웃으며 말했다.“좋아. 대신 잠시 뒤에 나 대신 화풀이 좀 해줘! 걔랑 만나는 남자가 내가 봐둔 목걸이를 빼앗았거든.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줬어!”최가희는 공수철의 몸에 바짝 붙어서 애교를 부렸다.“걱정하지 마. 네 심기를 건드린 사람들은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공수철은 최가희의 턱을 잡고 가볍게 말했다.“역시 자기가 최고야...”
진서준은 서울 병원에서 20여 명의 독에 당해서 죽을 뻔했던 노인을 구했다. 일정한 정도에서 보면 반 처장의 감투를 구한 셈이었다.반 처장은 그 은혜를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반재윤은 이제 바쁘지 않았기에 진서준에게 감사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 동시에 이 기회를 틈타서 젊고 유능한 신의와 좋은 관계가 되고 싶었다.스무여 명의 중독된 노인은 부영권도 치료할 수 없었다.“오빠, 누구 전화야?”진서라가 궁금한 듯 물었다.“서울 병원 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이 날 만나고 싶은가 봐.”진서준은 여동생에게 숨기는 것 없이 솔직히 말했다.식약처 처장이 진서준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하자 진서라는 매우 놀랐다.처장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라면 신분이 대단했다.“오빠, 중요한 일이니까 지체하지 말고 얼른 그 처장님 만나러 가.”진서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진서라는 그의 말을 듣고 혀를 찼다.다른 사람은 처장을 만나고 싶어서 사람을 찾아도 만나기 어려웠다.그런 처장이 먼저 진서준을 만나고 싶다는데 진서준은 처장에게 자신이 밥을 다 먹을때 까지 기다리라고 했다.다른 한편, 우성환은 절대 반재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반재윤이 언짢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반 처장님, 진 선생님께서는 점심에는 볼일이 있으시다고...”“급하지 않아요. 신의께서는 바쁘실 테니 이해합니다.”전화 건너편의 반재윤은 목소리가 아주 평화로웠다. 무게를 잡으려는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장님...”진서준은 차를 호텔 앞에 주차했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환영합니다!”유일 호텔의 직원은 진서준을 보더니 90도로 허리를 숙였다.이것은 김명진이 특별히 지시한 것이었다. 그는 호텔 직원에게 진서준의 생김새를 기억하게 했다.그리고 진서준을 보면 아주 깍듯이 모시라고 했다.“오빠, 여기 호텔 직원들 너무 깍듯한 거 아냐?”진서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 그녀도 알바를 해본 적이 있는데 고객을 봐
“안녕...”진서라가 뒤에서 나오며 친구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진서라를 보자 남자들의 눈이 반짝였다.고등학교 때 진서라는 소녀여서 몸매도 얼굴도 다 발육된 상태가 아니었다.여자는 크면서 많이 변한다고 하는데 진서라는 이제 연예인만큼 예쁜 여자로 성장했다.많은 미녀를 본 공수철도 흠칫할 정도였다. 그는 진서라가 이렇게 예쁠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의 눈동자에서 욕망이 스쳐 지나갔다.“그렇게 서 있지 말고 어서 앉아서 밥 먹어요.”공수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적극적으로 진서라를 초대했다.진서준은 공수철을 무시한 뒤 진서라의 손을 잡고 빈자리에 앉았다.진서준이 자신을 무시하자 공수철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아주 불쾌한 듯했다.최가희는 그 모습을 보더니 화가 난 듯 진서라를 향해 소리쳤다.“진서라, 네 남자 친구가 예의 없어서 너도 예의 없는 거니? 우리 자기가 너한테 말 걸었잖아?”오전에 백화점에 조희선도 있어서 진서준은 최가희를 가만히 내버려뒀다.그런데 최가희가 계속해 선을 넘자 진서준도 더는 그녀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이곳은 진서준의 구역이었다. 이곳에서 사람을 때리더라도 호텔 사람들은 절대 최가희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진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공수철이 최가희를 혼냈다.“진서라 씨는 내 말을 못 들어서 그런 건데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그 광경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최가희는 억울했다. 그러나 감히 공수철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기에 억울해도 참고 그 화를 진서라에게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진남준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그는 공수철이 진서라에게 딴마음을 품은 걸 눈치챘다.그러나 진서준은 공수철 같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진서라 씨, 전 공수철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식약처에서 일하고 있고 제 아버지는 식약처 차장이에요.”공수철이 우쭐한 얼굴로 말했다.진서라는 그 말을 듣더니 놀란 기색 하나 없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전 식약처 처장이 진서준을 만나고 싶다고 했고, 진서준은 자기가
수준 떨어지는 술은 마시지 않는다고?다들 진서준의 건방진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테이블 위에 놓인 건 한 병에 40만 원인 술로, 일반인들은 1년에도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술이다.다른 건 몰라도 진서라의 친구들은 최가희의 잘 사는 남자 친구 공수철을 제외하면 다들 평범한 직장인이고 한 달에 기껏해야 200만 원 정도 벌었기에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비싼 술을 사기는 어려웠다.공수철은 도발하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자존심을 부려? 그러면 오늘 한 번 어디까지 하나 지켜봐야겠어!’“그러면 어떤 술을 원하는 거죠? 이 호텔이 그리 좋은 호텔은 아니지만 그래도 5성급 호텔이라 당신이 원하는 술은 다 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살 형편이 될는지 모르겠네요.”공수철은 비싼 술을 사는 게 두렵지 않았다. 매년 많은 사람이 그의 아버지에게 전해달라며 그에게 뇌물을 줬기 때문이다.현재 공수철의 카드에는 1억 6천만 원이 있었다.진서준의 차림새를 봤을 때 공수철은 그에게 기껏해야 1,600만 원 정도 있을 거로 생각했다.공수철은 진서준의 생각대로 움직여줬다.진서준에게 어떤 술을 원하냐 물어보다니, 진서준은 당연히 가장 비싼 술을 원했다.“이 호텔에서 가장 비싼 술이 뭐죠?”진서준이 직원을 불러서 물었다.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던 직원은 안으로 들어와서 정중하게 대답했다.“고객님, 저희 호텔에서 가장 비싼 술은 한 병에 8,000만 원인 위스키입니다. 현재 호텔에는 단 3병뿐입니다.”직원이 말한 금액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술 한 병에 8,000만 원이라니, 집 반 채는 살 수 있을 듯했다.공수철도 놀랐지만 그는 진서준이 그걸 살 형편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오늘 식사 비용은 공평하게 나눠서 지불하는 것이었기에 십여 명의 사람이 이 술 한 병을 시킨다면 인당 800만 원을 내야 했다.800만 원은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큰돈이었다.“그러면 세 병 다 시킬게요.”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진서준이 세 병 다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