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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Author: 무가
사이좋은 두 남매의 모습에 조희선의 얼굴에 행복의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곧 조희선의 눈동자에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진서준 아버지의 비밀을 제외하고 아직 진서준에게 얘기하지 못한 비밀이 하나 더 있었다. 심지어 진서라도 몰랐다.

이 비밀은 진서라와 관련된 비밀이었다.

...

유일 호텔, 501번 룸.

최가희는 옷차림이 범상치 않은 남자와 그곳에 일찍 도착했다.

“자기야, 나 점심에 쇼핑할 때 백화점에서 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났거든.”

“친구를 만난 것뿐인데 뭐 얘기할 거 있어?”

공수철은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말했다.

“그 X이 고등학교 때 퀸카로 불렸었어. 걔를 좋아하던 남학생들이 수두룩했다고. 그런데 그때는 얼마나 순진한 척을 하던지. 남학생들이랑 전혀 친하게 지내지 않았거든. 그런데 지금은 돈 때문에 잘 사는 남자랑 만나더라고.”

최가희가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

“얼마나 가증스럽던지. 속물이면서 말이야.”

별로 신경 쓰지 않던 공수철은 진서라가 퀸카였다는 말에 곧바로 흥미가 생겼다.

최가희는 외모와 몸매가 나쁘지 않았지만 자주 화장을 짙게 해서 오히려 못생겨 보였다.

공수철은 최가희와 만난 지 꽤 되었는데 그녀와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돈을 밝히는 더 예쁜 여자가 있다는 말에 공수철은 구미가 당겼다.

공수철은 꽤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의 아들이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식약처로 들어갔다.

현대 사회에서 월급이 200만 원이 넘는 직장인은 복지가 좋은 공무원보다 대우가 못했다.

“그 여자 오면 나한테 소개 좀 해줘.”

공수철이 웃으며 말했다.

“좋아. 대신 잠시 뒤에 나 대신 화풀이 좀 해줘! 걔랑 만나는 남자가 내가 봐둔 목걸이를 빼앗았거든.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줬어!”

최가희는 공수철의 몸에 바짝 붙어서 애교를 부렸다.

“걱정하지 마. 네 심기를 건드린 사람들은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공수철은 최가희의 턱을 잡고 가볍게 말했다.

“역시 자기가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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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11화

    진서준은 서울 병원에서 20여 명의 독에 당해서 죽을 뻔했던 노인을 구했다. 일정한 정도에서 보면 반 처장의 감투를 구한 셈이었다.반 처장은 그 은혜를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반재윤은 이제 바쁘지 않았기에 진서준에게 감사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 동시에 이 기회를 틈타서 젊고 유능한 신의와 좋은 관계가 되고 싶었다.스무여 명의 중독된 노인은 부영권도 치료할 수 없었다.“오빠, 누구 전화야?”진서라가 궁금한 듯 물었다.“서울 병원 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이 날 만나고 싶은가 봐.”진서준은 여동생에게 숨기는 것 없이 솔직히 말했다.식약처 처장이 진서준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하자 진서라는 매우 놀랐다.처장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라면 신분이 대단했다.“오빠, 중요한 일이니까 지체하지 말고 얼른 그 처장님 만나러 가.”진서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진서라는 그의 말을 듣고 혀를 찼다.다른 사람은 처장을 만나고 싶어서 사람을 찾아도 만나기 어려웠다.그런 처장이 먼저 진서준을 만나고 싶다는데 진서준은 처장에게 자신이 밥을 다 먹을때 까지 기다리라고 했다.다른 한편, 우성환은 절대 반재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반재윤이 언짢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반 처장님, 진 선생님께서는 점심에는 볼일이 있으시다고...”“급하지 않아요. 신의께서는 바쁘실 테니 이해합니다.”전화 건너편의 반재윤은 목소리가 아주 평화로웠다. 무게를 잡으려는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장님...”진서준은 차를 호텔 앞에 주차했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환영합니다!”유일 호텔의 직원은 진서준을 보더니 90도로 허리를 숙였다.이것은 김명진이 특별히 지시한 것이었다. 그는 호텔 직원에게 진서준의 생김새를 기억하게 했다.그리고 진서준을 보면 아주 깍듯이 모시라고 했다.“오빠, 여기 호텔 직원들 너무 깍듯한 거 아냐?”진서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 그녀도 알바를 해본 적이 있는데 고객을 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12화

    “안녕...”진서라가 뒤에서 나오며 친구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진서라를 보자 남자들의 눈이 반짝였다.고등학교 때 진서라는 소녀여서 몸매도 얼굴도 다 발육된 상태가 아니었다.여자는 크면서 많이 변한다고 하는데 진서라는 이제 연예인만큼 예쁜 여자로 성장했다.많은 미녀를 본 공수철도 흠칫할 정도였다. 그는 진서라가 이렇게 예쁠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의 눈동자에서 욕망이 스쳐 지나갔다.“그렇게 서 있지 말고 어서 앉아서 밥 먹어요.”공수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적극적으로 진서라를 초대했다.진서준은 공수철을 무시한 뒤 진서라의 손을 잡고 빈자리에 앉았다.진서준이 자신을 무시하자 공수철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아주 불쾌한 듯했다.최가희는 그 모습을 보더니 화가 난 듯 진서라를 향해 소리쳤다.“진서라, 네 남자 친구가 예의 없어서 너도 예의 없는 거니? 우리 자기가 너한테 말 걸었잖아?”오전에 백화점에 조희선도 있어서 진서준은 최가희를 가만히 내버려뒀다.그런데 최가희가 계속해 선을 넘자 진서준도 더는 그녀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이곳은 진서준의 구역이었다. 이곳에서 사람을 때리더라도 호텔 사람들은 절대 최가희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진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공수철이 최가희를 혼냈다.“진서라 씨는 내 말을 못 들어서 그런 건데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그 광경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최가희는 억울했다. 그러나 감히 공수철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기에 억울해도 참고 그 화를 진서라에게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진남준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그는 공수철이 진서라에게 딴마음을 품은 걸 눈치챘다.그러나 진서준은 공수철 같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진서라 씨, 전 공수철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식약처에서 일하고 있고 제 아버지는 식약처 차장이에요.”공수철이 우쭐한 얼굴로 말했다.진서라는 그 말을 듣더니 놀란 기색 하나 없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전 식약처 처장이 진서준을 만나고 싶다고 했고, 진서준은 자기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13화

    수준 떨어지는 술은 마시지 않는다고?다들 진서준의 건방진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테이블 위에 놓인 건 한 병에 40만 원인 술로, 일반인들은 1년에도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술이다.다른 건 몰라도 진서라의 친구들은 최가희의 잘 사는 남자 친구 공수철을 제외하면 다들 평범한 직장인이고 한 달에 기껏해야 200만 원 정도 벌었기에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비싼 술을 사기는 어려웠다.공수철은 도발하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자존심을 부려? 그러면 오늘 한 번 어디까지 하나 지켜봐야겠어!’“그러면 어떤 술을 원하는 거죠? 이 호텔이 그리 좋은 호텔은 아니지만 그래도 5성급 호텔이라 당신이 원하는 술은 다 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살 형편이 될는지 모르겠네요.”공수철은 비싼 술을 사는 게 두렵지 않았다. 매년 많은 사람이 그의 아버지에게 전해달라며 그에게 뇌물을 줬기 때문이다.현재 공수철의 카드에는 1억 6천만 원이 있었다.진서준의 차림새를 봤을 때 공수철은 그에게 기껏해야 1,600만 원 정도 있을 거로 생각했다.공수철은 진서준의 생각대로 움직여줬다.진서준에게 어떤 술을 원하냐 물어보다니, 진서준은 당연히 가장 비싼 술을 원했다.“이 호텔에서 가장 비싼 술이 뭐죠?”진서준이 직원을 불러서 물었다.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던 직원은 안으로 들어와서 정중하게 대답했다.“고객님, 저희 호텔에서 가장 비싼 술은 한 병에 8,000만 원인 위스키입니다. 현재 호텔에는 단 3병뿐입니다.”직원이 말한 금액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술 한 병에 8,000만 원이라니, 집 반 채는 살 수 있을 듯했다.공수철도 놀랐지만 그는 진서준이 그걸 살 형편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오늘 식사 비용은 공평하게 나눠서 지불하는 것이었기에 십여 명의 사람이 이 술 한 병을 시킨다면 인당 800만 원을 내야 했다.800만 원은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큰돈이었다.“그러면 세 병 다 시킬게요.”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진서준이 세 병 다 달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14화

    “2억 4천만 원짜리 술이니까 수철 씨가 반을 낸다고 해도 나머지를 내려면 이 호텔에서 평생 일해야 할 거야!”다들 조롱 가득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진서준이 대체 어떻게 할 건지 지켜볼 생각이었다.진서라는 진서준이 돈을 내지 못할까 걱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돈이 아까울 뿐이었다.만약 조희선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돈을 펑펑 쓴다고 진서준을 나무랄 것이다.“진서라, 네 남자 돈도 많고 성격도 있네.”최가희가 싸늘한 시선으로 진서라를 바라보면서 말했다.“하지만 행동하기 전에는 생각이란 걸 해야지. 2억 4천만 원이야. 우리 자기가 반을 낸다고 해도 나머지 1억 2천만 원을 어떻게 낼 거야?”공수철이 이때 입을 열었다.“난 이 호텔 사장이랑 아는 사이야. 호텔 사장은 내가 여기서 밥 먹는 걸 알면 나한테 1억 2천을 내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이렇게 말한 이유는 사실 체면 때문이었다.그는 이 호텔이 김씨 집안 호텔이라는 것만 알지 김명진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공수철의 아버지도 김씨 일가와는 잘 모르는 사이였다.김씨 일가는 예전에 요식업계에 종사한 적이 없었고 유일 호텔이 김씨 집안의 첫 호텔 사업이었다.만약 수익이 높다면 호텔을 몇 개 더 운영할 것이고 수익이 별로라면 1년 뒤 양도할 것이다.“역시 수철 씨는 다르네요. 1억 2천짜리 술을 공짜로 마실 수 있다니!”“우리도 수철 씨처럼 집안이 좋았으면...”“수철 씨, 우리도 한 모금씩 마셔봐도 될까요?”사람들은 곧바로 아부를 떨면서 기대 가득한 얼굴로 공수철을 바라보았다.“좋아요. 여러분 술값은 내가 낼게요!”공수철은 그렇게 말하면서 일부러 진서준과 진서라를 보았다.그는 이렇게 하면 진서라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진서라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수철 씨, 정말 대단하네요. 마음이 아주 넓어요. 누구처럼 돈도 없으면서 있는 척하지 않잖아요!”“하하, 그런 사람은 쓰레기죠. 잠시 뒤에 그도 수철 씨 앞에서 꼬리를 내릴 거예요.”최가희는 코웃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15화

    이런 5성급 호텔에서는 가장 싼 브랜디도 천만 원은 했다.그런데 진서준은 무려 5병을 달라고 했다. 정말 돈이 많은 걸까? 아니면 아예 미쳐버린 걸까?살짝 취기가 올랐던 사람들은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서 놀란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직원이 물었다.“고객님, 어떤 가격대의 브랜디를 원하시나요?”“가장 비싼 거요.”진서준은 평온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가장 비싼 브랜디는 6천만 원입니다.”말을 마친 뒤 직원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가장 비싼 브랜디가 6천만 원이라는 말에 공수철은 패닉에 빠졌다.다섯 병이면 3억 원이다. 조금 전 마셨던 위스키까지 더하면 식사 한 끼에 4억 원 넘게 쓴 셈이다.“잠깐만요!”공수철이 황급히 직원을 불러세웠다.“왜 그러십니까?”직원이 물었다.공수철은 증오 가득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브랜디 다섯 병을 더 시키려고요? 경고하는데 이 호텔은 김씨 집안에서 운영하는 호텔이에요. 영운 그룹 산업이라고요. 만약 잠시 뒤에 돈을 내지 못한다면...”공수철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진서준이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내가 돈을 낼 수 있든 말든 당신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아니면 당신이 돈이 없는 건가요?”진서준은 냉소했다.“돈이 없다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요. 아니면 절 형님이라고 부르던가요. 제가 기분이 좋으면 밥을 사줄지도 모르잖아요?”조금 전 공수철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그러나 이번에는 진서준이 똑같은 말을 했다.“왜 자꾸 큰소리를 치는 거죠? 우리 자기가 밥값도 계산하지 못할 것 같아요? 우리 자기를 형님이라고 부른다면 당신 밥값까지 계산해 줄지도 모르죠!”최가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다른 사람들도 옆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그러니까요. 당신이 뭐라고. 수철 씨 아버지는 식약처 차장이라고요!”“수철 씨랑 당신 중에 누가 더 돈이 많겠어요? 수철 씨는 모든 술을 한 병씩 시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거예요!”“돈 없는 사람은 당신이겠죠. 이젠 될 대로 되라 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16화

    진서준이 6천만 원짜리 브랜디를 물처럼 마시자 사람들은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진서준은 조금 전 혼자 위스키 한 병을 다 마셨고 지금은 연달아 브랜디 두 병을 마셨다. 그런데도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멀쩡해 보였다.공수철은 이 식사를 진작에 끝내고 싶었다. 잠시 뒤 진서준이 또 몇천만 원짜리 술을 시킬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다들 배불렀죠?”공수철이 물었다.“그럼요. 오늘 위스키를 이렇게 많이 마실 줄은 몰랐어요.”“수철 씨가 아니었다면 난 평생 이렇게 비싼 술을 마셔보지 못했을 거예요.”“누구는 참 주제 파악도 못 하네요. 우리 수철 씨를 이기려 들다니, 사람이 자기 분수를 알아야죠.”진서준은 술을 다 마시고 추태를 부리는 그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냉소했다.그는 잠시 뒤 계산할 때가 되어서 그들이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볼 생각이었다.“서라야, 이만 가자.”진서라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몇 걸음 걷지 못하고 쓰러질 뻔했다.다행히 진서준이 잽싸게 진서라의 허리를 안아서 그녀를 바로 세웠다.“내가 부축해 줄게.”진서준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진서라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았지만 정신은 멀쩡했다.그녀는 조금 쑥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미안해, 오빠. 나 때문에 창피했지...”“그게 무슨 말이야? 나 때문에 네가 술을 이렇게 많이 마신 거잖아.”진서준은 진서라를 부축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공수철 등 사람들은 친근해 보이는 진서준과 진서라의 모습을 보고 질투심이 불타올랐다.그들은 진서준을 걷어 차고 자신이 진서라를 부축하고 싶었다.아래층으로 내려와서 공수철이 가장 앞에 섰다.“얼마나 나왔어요?”공수철이 카운터 직원에게 물었다.“총 5억 4,120만 원인데 5억 4천 원만 내시면 됩니다.”직원이 빠르게 대답했다.그런데 진서준이 이렇게 말했다.“안 되죠. 120만 원도 호텔에서 마땅히 받아야 하는 돈이에요.”공수철은 화가 나서 이가 바득바득 가렸다. 그는 이렇게 제정신이 아닌 사람은 처음 봤다.공수철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17화

    공수철의 카드 잔액은 2억 원이 채 되지 않았기에 계산할 수가 없었다.그는 진서준이 망신당하는 꼴을 구경하고 호텔 매니저가 나오면 그때 자신의 아버지를 방패막이로 쓸 생각이었다.그런데 상황을 보니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판 셈이었다.“수철 씨, 수철 씨...”공수철이 반응이 없자 다들 공수철을 불렀다.“왜 불러요? 내가 귀가 먹은 것도 아니고.”공수철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카드를 꺼냈다.“긁어요.”카운터 직원은 카드를 건네받은 뒤 곧바로 긁었다.삑 소리가 들리자 공수철은 가슴이 찢기는 것만 같았다.“고객님, 카드에 1억 5천만 원밖에 없습니다.”직원은 공수철에게 카드를 돌려주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공수철은 곧바로 자신의 모든 카드를 꺼냈다.그러나 직원이 모든 카드를 긁었음에도 여전히 1억 2천만 원이 부족했다.최가희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자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공수철을 바라봤다.식약처 차장의 아들이 2억 6천만 원도 없다니.진서준은 허둥지둥하는 공수철을 바라보면서 웃더니 진서라를 데리고 로비의 소파로 걸어가서 앉아 구경했다.호텔 경비원은 문을 지키고 있었다. 공수철 일행이 도망칠까 봐서 말이다.“자기야, 설마 돈이 없는 건 아니지?”최가희가 물었다.“뭔 헛소리야? 내가 돈이 없을 리가 있겠어? 기다려, 전화 한 통 할 테니까!”공수철은 휴대전화를 꺼내 옆으로 걸어가서 자기 친구들에게 전화했다.공수철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기 전까지 다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그를 대했다.그러나 그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자마자 다들 태도가 180도 달라져서 우물쭈물했다.어떤 이들은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했지만 겨우 10만 원 정도였다.“X발, 이 빌어먹을 놈들!”공수철은 화가 나서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특히 진서준의 조롱 가득한 눈빛을 마주했을 때, 그는 자신이 놀아났음을 깨달았다.진서준은 밥을 먹어도 돈을 내지 않아도 됐기에 일부러 가장 비싼 술을 시켜 그를 호구로 만든 것이다.공수철은 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18화

    공수철은 매니저가 자기 아버지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자 으름장을 놓았다.“그래요, 당신 후회할 거예요!”말을 마친 뒤 공수철은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유 팀장님, 사람 데리고 유일 호텔로 오세요. 여기 호텔에 문제가 있어요!”공수철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자 매니저는 잠깐 망설이다가 진서준에게로 다가갔다.“진서준 씨, 저 사람이 자기가 식약처 차장 아들이라고 하네요. 조금 전에 식약처에 연락한 것 같은데...”“괜찮아요. 나도 식약처에 인맥이 있거든요.”진서준은 웃었다.그의 태연한 모습에 매니저도 조급해하지 않았다.김명진은 매니저에게 진서준이 김씨 일가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라고 했었다.“자기야, 어때?”공수철이 전화를 들고 돌아오자 최가희가 서둘러 물었다.다른 사람들도 초조한 얼굴로 공수철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자기들이 돈을 내게 될까 봐서 말이다.“문제없어. 내가 방금 식약처 사람에게 연락했거든. 잠시 뒤에 여기 조사 나올 거야.”공수철은 차갑게 웃으며 도발하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힐끗 보았다.공수철의 도발에도 진서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곧 식약처에서 조사 나온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여기 책임자가 누구죠?”선두에 선 중년 남성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매니저는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그 남자가 공수철이 부른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제가 호텔 매니저입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여기 호텔 위상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요. 그리고 가격도 시장의 요구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중년 남ㅅ자가 차갑게 말했다.공수철이 웃는 얼굴로 다가갔다.“유 팀장님, 제가 제보한 겁니다. 여기는 술값이 천정부지로 비싼 데다가 몇 병은 가짜 술인 듯했어요.”유지혁은 공수철을 보자 그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공수철이 정말로 식약처 사람을 알고 있자 다들 한숨 돌렸다.“말도 안 됩니다. 저희 호텔의 음식과 술값은 일반 5성급 호텔 수준이에요. 그리고 가짜 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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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2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1화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0화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9화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8화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7화

    이 말이 나오자 방 안의 분위기가 다소 묘해졌다.조호의 머리는 미친 듯이 회전했다.‘이게 무슨 뜻이지? 설마 조상규의 아내를 탐낸다는 건가?’“진서준 씨, 농담이죠? 제 아내는 그저 다도 실력만 조금 괜찮을 뿐입니다.” 조상규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조상규, 거참 겸손하네. 네 아내는 피부도 하얗고 몸매도 좋고 얼굴은 요염한 여우처럼 매혹적인데?”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치파오 여자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했다.이 행동에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오영수조차도 눈썹을 꿈틀거리며 진서준이 도대체 뭘 하려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혹시 진짜 여자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린 건가?치파오 여자는 난감하게 웃으며 진서준의 손을 밀어냈다.“진서준 씨, 농담이 지나치네요. 저도 벌써 서른이 넘었어요. 젊은 아가씨들과는 비교도 안 돼요.”“맞아요, 진서준 씨. 혹시 여자가 필요하시면 잠시 후 가게 아가씨들을 전부 데려오겠습니다. 마음껏 고르세요.”조상규가 웃으며 말했다.“젊을 땐 숙녀의 매력을 몰라보고 철없이 어린 여자를 보물로 여긴다고 하지.”진서준의 손이 다시 치파오 여자의 허벅지 위에 올려졌다.“난 이렇게 성숙하고 섹시한 여자가 좋더라. 점심 식사 후에 네 아내 잠자리 기술을 직접 체험해 보면 어떨까?”이 말을 듣자 조호 일행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겉보기엔 신사인 줄 알았던 진서준이 사실 이렇게 천하의 난봉꾼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남의 아내를 탐내는 것도 모자라 남편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아내를 달라고 하다니, 조상규가 격분해 목숨을 내걸고 싸우자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오영수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린 채 진서준의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오영수는 진서준이 절대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진서준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게다가 진서준이 김연아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진서준 씨, 정말 농담이 지나칩니다. 우선 차부터 드시죠.”조상규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마음속 분노를 억눌렀다.누구라도 이런 말을 직접 들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6화

    “진서준 씨나 잘 모셔. 내가 당장 전화해 안배할 거니까.”조상규는 단호한 말투로 말하며 조호에게 반박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알겠습니다.”조호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진서준 씨, 이쪽으로 오시죠.”휴게실에 도착하자 진서준은 손짓하며 오영수를 가리켰다.“이쪽은 내 친구 오영수야.”“오영수요? 설마 그 오씨 가문 사람입니까?”조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맞아.”오영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 씨,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조호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오씨 가문은 르벨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가였고 감히 귀도파 따위가 건드릴 상대가 아니었다.“괜찮아. 사실 나도 조상규 씨 같은 고수를 한 번 상대해 보고 싶었거든.”오영수가 담담하게 대응했다.조호는 이때다 싶어 슬쩍 말을 붙였다.“오영수 씨가 진서준 씨와 친구라면 이제부터 우리도 한 식구 아닙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하지만 오영수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난 집에 자주 가지도 않아. 나한테 잘 보여봤자 얻을 건 없을 거야.”오영수는 오랫동안 전신전에서 임무를 수행해 왔고 사람들의 속셈이 무엇인지 한눈에 간파할 수 있었다.그러니 조호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목적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아, 아닙니다. 그냥 오영수 씨와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었을 뿐입니다.”조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자기 속내를 대놓고 들켜버리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조호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참, 진서준 씨. 이따가 제 아들도 와서 직접 사과드릴 겁니다.”하지만 진서준은 대수롭지 않아 하는 태도였다.“굳이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진짜 화났다면 넌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했을 거야.”“네, 그 말이 맞네요.”조호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조호는 아까 진서준이 조상규 같은 대종사를 가볍게 처치하는 걸 직접 확인했다.그러니 조호는 손가락 하나로도 죽일 수 있었다.쓸데없는 행동으로 진서준의 심기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5화

    체육관 안은 죽은 듯이 조용했다.믿을 수 없는 장면에 사람들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귀도파의 최종 병기라 불리던 조상규가 진서준에게 이렇게 처참하게 얻어터질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조상규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영수를 가볍게 쓰러뜨린 자였기에 실력 하나만 봐도 절대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그렇다면 단 한 가지 결론만이 모두의 앞에 놓였다.지금 귀도파을 건드린 이 청년은 인간을 뛰어넘는 괴물이었다.“와, 대박이야. 이 녀석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어? 야, 너 때문에 나 큰일 날 뻔했잖아.”늑대가 정신을 차리고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엄승현을 노려봤다.조상규 같은 고수도 진서준 앞에서는 그저 두들겨 맞을 뿐이었는데 늑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링에 올라가 진서준과 붙었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결과가 나올 게 뻔했다.“늑대 형, 오해입니다. 저도 저 자식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어요.”엄승현이 기겁하며 변명했다.어제 진서준이 왜 무사하게 유흥업소에서 나갈 수 있었는지, 자기가 호랑이를 찾아갔을 때 호랑이가 왜 버럭 화냈는지 이제야 퍼즐이 맞춰졌다.그 모든 이유는 진서준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호랑이의 부하 중에 진서준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멍때리지 말고 얼른 튀어. 이따가 저놈이 우리까지 상대하면 너도나도 여기서 뒤질 거야.”늑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다들 얼른 도망쳐.”엄승현도 체면 따위 집어치우고 그 뒤를 따랐다.링 위에서 조상규는 온몸이 축 늘어진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조상규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고 피까지 줄줄 흘러내렸다.“아까 네가 뭐라고 했더라? 내 사지를 갈기갈기 찢는다 하지 않았어?”조상규를 내려다보는 진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졌다.그 말에 조상규는 흠칫 놀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진, 진서준 씨. 살려주십시오. 제가 눈이 멀어 감히 진서준 씨에게 헛소리를 지껄였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조상규는 머리를 박아가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4화

    하지만 조상규 앞의 보호막은 한 치도 밀려나지 않았다.“이게 바로 너와 나의 차이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상규의 손바닥이 진동했다.그리고 산을 뒤엎는 듯한 힘이 오영수를 덮쳤다.그러자 오영수의 몸이 통제할 수 없이 끊어진 연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쿵!오영수의 몸이 바닥에 세게 내리꽂히며 몸속에서 우두둑하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모두가 넋이 나간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4대 천왕을 가뿐히 쓰러뜨린 오영수가 인간도륙의 한 방에 허무하게 무너졌다.역시 인간도륙의 명성은 헛소문이 아니었다.“대박이야, 사촌 형 너무 멋져요!”조호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었고 신나서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이봐, 이제야 알겠어? 이게 귀도파의 진정한 실력이야.”늑대가 잔뜩 으스대며 자기가 오영수를 때려눕힌 것처럼 신나 있었다.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오영수에게 다가가 손을 그의 어깨 위에 올리더니 장청의 힘을 체내에 흘려보내며 치료하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 진서준 씨. 저 사람 실력이 너무 강하네요. 제가 도저히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오영수는 깊은 자책감에 고개를 숙였다.적어도 몇 방 정도는 버틸 줄 알았는데 단 한 방도 막지 못하고 처참하게 패배한 것이다.“저 사람은 노련한 대종사입니다. 대장님이 못 이기는 게 당연하죠. 이제부터는 제가 상대할게요.”진서준이 조용히 돌아서서 링 위로 걸어갔다.“저 자식 미쳤나? 대체 뭘 믿고 올라가는 거야?”늑대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설마 살려달라고 빌려는 건 아니겠죠?”엄승현이 비꼬듯 말했다.“끝까지 숨어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깡은 있네.”조호가 코웃음을 쳤다.다른 사람들도 의아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도대체 진서준이 올라가서 뭘 하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때, 링에 올라오는 진서준을 확인한 조상규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어라? 여기서 다시 보네.”그날, 서광문이 갑자기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조상규와 진서준은 이미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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