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라가 그 형제에게 납치당했을 때, 진서준은 그녀에게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서라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진서라가 말리자 진서준의 몸에서 살기가 사라졌다. 그러나 최가희를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최가희는 크게 숨을 내쉬더니 다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두려운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미안해. 오빠 때문에 놀랐겠네.”진서라가 먼저 최가희에게 사과했다.최가희는 진서라가 자신을 모욕한다고 생각해 곧바로 화를 냈다.“뭔 소리야? 내가 언제 네 오빠 때문에 놀랐다고 그래? 난 그냥 갑자기 다른 일이 떠올랐을 뿐이야!”진서라는 멋쩍은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했다.최가희는 진서라의 겁 먹은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목걸이 나한테 넘겨. 그런 비싼 목걸이를 네가 살 수 있겠어?”최가희는 진서를 바라보면서 비아냥거렸다.“당신이 뭔데 당신한테 넘기라는 거야?”진서준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진서라는 몇 번이고 참아줬는데 최가희는 몇 번이고 선을 넘었다.만약 조금 전에 진서라가 막지 않았다면 진서준은 이미 그녀의 뺨을 때렸을 것이다.“당신은 또 뭔데요? 진서라가 만나는 남자 주제에!”최가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진서라는 최가희가 자신과 진서준의 사이를 오해하자 곧바로 설명했다.“이쪽은 우리 오빠...”“됐어. 너 같은 여자를 내가 한두 번 본 줄 알아? 아무나 보고 오빠라고 하지. 밤이면 아빠라고 부르는 거 아냐?”최가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목걸이 나한테 줘. 그러면 그냥 넘어가 줄게.”최가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진서준을 향해 손을 뻗었다.“당신이 사지도 않았는데 내가 왜 줘야 하지? 당신이 뭐라고!”진서준은 최가희에게 목걸이를 넘길 생각이 없었다.“우습네요. 나한테 주지 않으면 그걸 사기라도 하게요? 그럴 형편은 돼요? 그건 신상이에요. 6,000만 원짜리죠. 나도 내 남자 친구를 아주 오래 설득해서 겨우 사주겠다고 약속받은 거라고요!”최가희가 같잖다는 표정으로 진서준
최가희가 진서라를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초대한 이유는 진서라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서였다.고등학교 때는 순진한 척하더니 이젠 돈을 위해 남자를 만나고 다니지 않는가?“싫어. 난 가족들이랑 쇼핑할 거야.”진서라는 거절했다.최가희는 포기하지 않았다.“가족들이랑 쇼핑하는 건 언제 해도 괜찮잖아. 동창 모임은 1년에 한 번뿐이야. 진서라, 설마 돈 많은 남자 찾았다고 우리 같은 가난한 친구들은 눈에 차지도 않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정말 사람을 잘못 봤네!”최가희는 몸을 돌리며 떠나는 척했다.진서라는 그 모습을 보고 잠깐 갈등했다.그녀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고 그중 일부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최가희와 함께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최가희의 인품을 생각했을 때 틀림없이 그녀의 험담을 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그녀의 평판이 떨어질 것이다.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 그는 최가희가 일부러 진서라를 자극한다는 걸 알았다.진서준은 진서라와 함께 가서 막말을 내뱉는 최가희를 단단히 혼쭐내줄 생각이었다.“서라야,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이라잖아. 오빠가 같이 가줄게.”진서준은 절대 진서라 혼자 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가 가지 않는다면 진서라는 틀림없이 최가희에게 엄청나게 괴롭힘당할 것이다.진서준이 진서라와 함께 가겠다고 하자 최가희는 잘됐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은 그녀가 찜해둔 목걸이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망신을 줬다. 그래서 최가희는 반드시 그에게 복수할 셈이었다.“진서라, 네 오빠도 동의했잖아. 갈 거야, 안 갈 거야?”최가희는 오빠라는 말을 특별히 강조했다.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모임 어디서 하는데? 잠시 뒤에 갈게.”“유일 호텔이라고 들어봤어요?”최가희는 진서준을 흘겨보면서 말했다.유일 호텔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어딘지 알아.”“그래요. 점심 12시 501번 룸으로 와요. 약속 지켜야 해요!”말을 마친 뒤 최가희는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오빠, 나 혼자
사이좋은 두 남매의 모습에 조희선의 얼굴에 행복의 미소가 지어졌다.그러나 곧 조희선의 눈동자에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진서준 아버지의 비밀을 제외하고 아직 진서준에게 얘기하지 못한 비밀이 하나 더 있었다. 심지어 진서라도 몰랐다.이 비밀은 진서라와 관련된 비밀이었다....유일 호텔, 501번 룸.최가희는 옷차림이 범상치 않은 남자와 그곳에 일찍 도착했다.“자기야, 나 점심에 쇼핑할 때 백화점에서 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났거든.”“친구를 만난 것뿐인데 뭐 얘기할 거 있어?”공수철은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말했다.“그 X이 고등학교 때 퀸카로 불렸었어. 걔를 좋아하던 남학생들이 수두룩했다고. 그런데 그때는 얼마나 순진한 척을 하던지. 남학생들이랑 전혀 친하게 지내지 않았거든. 그런데 지금은 돈 때문에 잘 사는 남자랑 만나더라고.”최가희가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얼마나 가증스럽던지. 속물이면서 말이야.”별로 신경 쓰지 않던 공수철은 진서라가 퀸카였다는 말에 곧바로 흥미가 생겼다.최가희는 외모와 몸매가 나쁘지 않았지만 자주 화장을 짙게 해서 오히려 못생겨 보였다.공수철은 최가희와 만난 지 꽤 되었는데 그녀와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기 때문이었다.그런데 돈을 밝히는 더 예쁜 여자가 있다는 말에 공수철은 구미가 당겼다.공수철은 꽤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의 아들이었다.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식약처로 들어갔다.현대 사회에서 월급이 200만 원이 넘는 직장인은 복지가 좋은 공무원보다 대우가 못했다.“그 여자 오면 나한테 소개 좀 해줘.”공수철이 웃으며 말했다.“좋아. 대신 잠시 뒤에 나 대신 화풀이 좀 해줘! 걔랑 만나는 남자가 내가 봐둔 목걸이를 빼앗았거든.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줬어!”최가희는 공수철의 몸에 바짝 붙어서 애교를 부렸다.“걱정하지 마. 네 심기를 건드린 사람들은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공수철은 최가희의 턱을 잡고 가볍게 말했다.“역시 자기가 최고야...”
진서준은 서울 병원에서 20여 명의 독에 당해서 죽을 뻔했던 노인을 구했다. 일정한 정도에서 보면 반 처장의 감투를 구한 셈이었다.반 처장은 그 은혜를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반재윤은 이제 바쁘지 않았기에 진서준에게 감사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 동시에 이 기회를 틈타서 젊고 유능한 신의와 좋은 관계가 되고 싶었다.스무여 명의 중독된 노인은 부영권도 치료할 수 없었다.“오빠, 누구 전화야?”진서라가 궁금한 듯 물었다.“서울 병원 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이 날 만나고 싶은가 봐.”진서준은 여동생에게 숨기는 것 없이 솔직히 말했다.식약처 처장이 진서준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하자 진서라는 매우 놀랐다.처장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라면 신분이 대단했다.“오빠, 중요한 일이니까 지체하지 말고 얼른 그 처장님 만나러 가.”진서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진서라는 그의 말을 듣고 혀를 찼다.다른 사람은 처장을 만나고 싶어서 사람을 찾아도 만나기 어려웠다.그런 처장이 먼저 진서준을 만나고 싶다는데 진서준은 처장에게 자신이 밥을 다 먹을때 까지 기다리라고 했다.다른 한편, 우성환은 절대 반재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반재윤이 언짢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반 처장님, 진 선생님께서는 점심에는 볼일이 있으시다고...”“급하지 않아요. 신의께서는 바쁘실 테니 이해합니다.”전화 건너편의 반재윤은 목소리가 아주 평화로웠다. 무게를 잡으려는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장님...”진서준은 차를 호텔 앞에 주차했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환영합니다!”유일 호텔의 직원은 진서준을 보더니 90도로 허리를 숙였다.이것은 김명진이 특별히 지시한 것이었다. 그는 호텔 직원에게 진서준의 생김새를 기억하게 했다.그리고 진서준을 보면 아주 깍듯이 모시라고 했다.“오빠, 여기 호텔 직원들 너무 깍듯한 거 아냐?”진서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 그녀도 알바를 해본 적이 있는데 고객을 봐
“안녕...”진서라가 뒤에서 나오며 친구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진서라를 보자 남자들의 눈이 반짝였다.고등학교 때 진서라는 소녀여서 몸매도 얼굴도 다 발육된 상태가 아니었다.여자는 크면서 많이 변한다고 하는데 진서라는 이제 연예인만큼 예쁜 여자로 성장했다.많은 미녀를 본 공수철도 흠칫할 정도였다. 그는 진서라가 이렇게 예쁠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의 눈동자에서 욕망이 스쳐 지나갔다.“그렇게 서 있지 말고 어서 앉아서 밥 먹어요.”공수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적극적으로 진서라를 초대했다.진서준은 공수철을 무시한 뒤 진서라의 손을 잡고 빈자리에 앉았다.진서준이 자신을 무시하자 공수철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아주 불쾌한 듯했다.최가희는 그 모습을 보더니 화가 난 듯 진서라를 향해 소리쳤다.“진서라, 네 남자 친구가 예의 없어서 너도 예의 없는 거니? 우리 자기가 너한테 말 걸었잖아?”오전에 백화점에 조희선도 있어서 진서준은 최가희를 가만히 내버려뒀다.그런데 최가희가 계속해 선을 넘자 진서준도 더는 그녀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이곳은 진서준의 구역이었다. 이곳에서 사람을 때리더라도 호텔 사람들은 절대 최가희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진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공수철이 최가희를 혼냈다.“진서라 씨는 내 말을 못 들어서 그런 건데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그 광경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최가희는 억울했다. 그러나 감히 공수철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기에 억울해도 참고 그 화를 진서라에게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진남준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그는 공수철이 진서라에게 딴마음을 품은 걸 눈치챘다.그러나 진서준은 공수철 같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진서라 씨, 전 공수철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식약처에서 일하고 있고 제 아버지는 식약처 차장이에요.”공수철이 우쭐한 얼굴로 말했다.진서라는 그 말을 듣더니 놀란 기색 하나 없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전 식약처 처장이 진서준을 만나고 싶다고 했고, 진서준은 자기가
수준 떨어지는 술은 마시지 않는다고?다들 진서준의 건방진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테이블 위에 놓인 건 한 병에 40만 원인 술로, 일반인들은 1년에도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술이다.다른 건 몰라도 진서라의 친구들은 최가희의 잘 사는 남자 친구 공수철을 제외하면 다들 평범한 직장인이고 한 달에 기껏해야 200만 원 정도 벌었기에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비싼 술을 사기는 어려웠다.공수철은 도발하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자존심을 부려? 그러면 오늘 한 번 어디까지 하나 지켜봐야겠어!’“그러면 어떤 술을 원하는 거죠? 이 호텔이 그리 좋은 호텔은 아니지만 그래도 5성급 호텔이라 당신이 원하는 술은 다 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살 형편이 될는지 모르겠네요.”공수철은 비싼 술을 사는 게 두렵지 않았다. 매년 많은 사람이 그의 아버지에게 전해달라며 그에게 뇌물을 줬기 때문이다.현재 공수철의 카드에는 1억 6천만 원이 있었다.진서준의 차림새를 봤을 때 공수철은 그에게 기껏해야 1,600만 원 정도 있을 거로 생각했다.공수철은 진서준의 생각대로 움직여줬다.진서준에게 어떤 술을 원하냐 물어보다니, 진서준은 당연히 가장 비싼 술을 원했다.“이 호텔에서 가장 비싼 술이 뭐죠?”진서준이 직원을 불러서 물었다.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던 직원은 안으로 들어와서 정중하게 대답했다.“고객님, 저희 호텔에서 가장 비싼 술은 한 병에 8,000만 원인 위스키입니다. 현재 호텔에는 단 3병뿐입니다.”직원이 말한 금액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술 한 병에 8,000만 원이라니, 집 반 채는 살 수 있을 듯했다.공수철도 놀랐지만 그는 진서준이 그걸 살 형편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오늘 식사 비용은 공평하게 나눠서 지불하는 것이었기에 십여 명의 사람이 이 술 한 병을 시킨다면 인당 800만 원을 내야 했다.800만 원은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큰돈이었다.“그러면 세 병 다 시킬게요.”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진서준이 세 병 다 달라
“2억 4천만 원짜리 술이니까 수철 씨가 반을 낸다고 해도 나머지를 내려면 이 호텔에서 평생 일해야 할 거야!”다들 조롱 가득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진서준이 대체 어떻게 할 건지 지켜볼 생각이었다.진서라는 진서준이 돈을 내지 못할까 걱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돈이 아까울 뿐이었다.만약 조희선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돈을 펑펑 쓴다고 진서준을 나무랄 것이다.“진서라, 네 남자 돈도 많고 성격도 있네.”최가희가 싸늘한 시선으로 진서라를 바라보면서 말했다.“하지만 행동하기 전에는 생각이란 걸 해야지. 2억 4천만 원이야. 우리 자기가 반을 낸다고 해도 나머지 1억 2천만 원을 어떻게 낼 거야?”공수철이 이때 입을 열었다.“난 이 호텔 사장이랑 아는 사이야. 호텔 사장은 내가 여기서 밥 먹는 걸 알면 나한테 1억 2천을 내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이렇게 말한 이유는 사실 체면 때문이었다.그는 이 호텔이 김씨 집안 호텔이라는 것만 알지 김명진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공수철의 아버지도 김씨 일가와는 잘 모르는 사이였다.김씨 일가는 예전에 요식업계에 종사한 적이 없었고 유일 호텔이 김씨 집안의 첫 호텔 사업이었다.만약 수익이 높다면 호텔을 몇 개 더 운영할 것이고 수익이 별로라면 1년 뒤 양도할 것이다.“역시 수철 씨는 다르네요. 1억 2천짜리 술을 공짜로 마실 수 있다니!”“우리도 수철 씨처럼 집안이 좋았으면...”“수철 씨, 우리도 한 모금씩 마셔봐도 될까요?”사람들은 곧바로 아부를 떨면서 기대 가득한 얼굴로 공수철을 바라보았다.“좋아요. 여러분 술값은 내가 낼게요!”공수철은 그렇게 말하면서 일부러 진서준과 진서라를 보았다.그는 이렇게 하면 진서라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진서라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수철 씨, 정말 대단하네요. 마음이 아주 넓어요. 누구처럼 돈도 없으면서 있는 척하지 않잖아요!”“하하, 그런 사람은 쓰레기죠. 잠시 뒤에 그도 수철 씨 앞에서 꼬리를 내릴 거예요.”최가희는 코웃음
이런 5성급 호텔에서는 가장 싼 브랜디도 천만 원은 했다.그런데 진서준은 무려 5병을 달라고 했다. 정말 돈이 많은 걸까? 아니면 아예 미쳐버린 걸까?살짝 취기가 올랐던 사람들은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서 놀란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직원이 물었다.“고객님, 어떤 가격대의 브랜디를 원하시나요?”“가장 비싼 거요.”진서준은 평온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가장 비싼 브랜디는 6천만 원입니다.”말을 마친 뒤 직원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가장 비싼 브랜디가 6천만 원이라는 말에 공수철은 패닉에 빠졌다.다섯 병이면 3억 원이다. 조금 전 마셨던 위스키까지 더하면 식사 한 끼에 4억 원 넘게 쓴 셈이다.“잠깐만요!”공수철이 황급히 직원을 불러세웠다.“왜 그러십니까?”직원이 물었다.공수철은 증오 가득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브랜디 다섯 병을 더 시키려고요? 경고하는데 이 호텔은 김씨 집안에서 운영하는 호텔이에요. 영운 그룹 산업이라고요. 만약 잠시 뒤에 돈을 내지 못한다면...”공수철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진서준이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내가 돈을 낼 수 있든 말든 당신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아니면 당신이 돈이 없는 건가요?”진서준은 냉소했다.“돈이 없다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요. 아니면 절 형님이라고 부르던가요. 제가 기분이 좋으면 밥을 사줄지도 모르잖아요?”조금 전 공수철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그러나 이번에는 진서준이 똑같은 말을 했다.“왜 자꾸 큰소리를 치는 거죠? 우리 자기가 밥값도 계산하지 못할 것 같아요? 우리 자기를 형님이라고 부른다면 당신 밥값까지 계산해 줄지도 모르죠!”최가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다른 사람들도 옆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그러니까요. 당신이 뭐라고. 수철 씨 아버지는 식약처 차장이라고요!”“수철 씨랑 당신 중에 누가 더 돈이 많겠어요? 수철 씨는 모든 술을 한 병씩 시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거예요!”“돈 없는 사람은 당신이겠죠. 이젠 될 대로 되라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