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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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문을 두드리지 않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허사연을 제외하고 없었다.진서준이 손을 거두어들이기 전, 허사연이 들어왔다.“진서준 씨, 괜찮아...”허사연은 말을 마치지 못하고 양소빈의 얼굴에 놓인 진서준의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뭐 하는 거예요?”허사연이 사무실 문을 쾅 닫으며 화가 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남자 친구가 자기 회사 여직원과 썸을 타다니!“사연 씨, 그런 거 아니에요. 전 양소빈 씨 얼굴에 남은 손바닥 자국을 치료하고 있었어요.”진서준은 곧바로 허사연에게 다가가서 해명했다.양소빈도 무척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아가씨, 저랑 진서준 씨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진서준 씨는 제 얼굴 부기를 가라앉혀주고 있었어요.”양소빈은 자기 때문에 진서준과 허사연 사이가 틀어지는 걸 원치 않았다.“부기를 가라앉히고 있었다고요? 진서준 씨처럼 부기를 가라앉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허사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손을 소빈 언니 얼굴에 올려뒀잖아요! 제가 제때 오지 않았더라면 소빈 언니 옷 안에 손을 넣었겠어요!”허사연은 분통을 터뜨린 뒤 억울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다 몸을 돌려 사무실에서 나갔다.진서준은 말문이 막혀서 그 자리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조금 전 그와 양소빈의 행위가 조금 남사스럽긴 했다.진서준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것이 양소빈 얼굴의 부기를 가라앉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회사 사장인 양소빈이 얼굴에 손바닥 자국을 달고 회사에 출근하게 둘 수는 없었다.“진서준 씨, 넋 놓고 있지 말고 얼른 아가씨를 쫓아가요.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죠.”양소빈은 황급히 진서준의 어깨를 밀었다.“하지만 사연 씨는 지금 단단히 화가 난 상태인걸요.”진서준은 조금 망설였다.“정말 바보 같네요. 가서 달래면 되잖아요? 여자들은 달래줘야 한다고요.”양소빈이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그녀는 진서준처럼 목석같은 남자가 어떻게 허사연의 마음을 얻은 것인지 궁금했다. “정 안 되겠으면 아가씨를 안고 입을 막아버려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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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허사연은 손을 멈췄다. 분노로 가득 찼던 그녀는 곧바로 진서준을 걱정했다.“서준 씨, 왜 그래요? 아까 어디 다친 거예요?”허사연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진서준은 속으로 몰래 웃었다.“네, 살짝 다쳤었는데 사연 씨가 때려서 부상이 심해진 것 같아요.”진서준은 콜록거리면서 거짓말을 했다.“네? 전 힘을 쓰지 않았는데요!”허사연은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진서준이 계속해 말했다.“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 이야기 못 들어봤어요?”진서준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자 허사연은 황급히 물었다.“그러면 얼른 병원에 가봐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시간이 없어요...”“진서준 씨, 나 겁주지 말아요!”허사연은 너무 초조한 나머지 눈물이 나왔다.진서준은 장난이 심했던 것 같아 곧바로 말했다.“나 지금 숨이 잘 쉬어지지 않으니까 좀 도와줘요.”허사연은 그 말을 듣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진서준의 입에 입을 맞췄다.진지하게 인공 호흡을 하던 허사연은 문득 진서준의 손이 얌전치 못하다는 걸 발견했다.허사연은 천천히 눈을 떴다가 웃음기 어린 진서준의 눈동자를 보고 자신이 속았음을 눈치챘다.그녀는 진서준을 힘껏 두 번 때렸지만 진서준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오히려 더 꽉 끌어안았다.허사연이 숨이 막혀할 때쯤에야 진서준은 그녀를 놓아줬다.“나쁜 놈!”허사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진서준을 마구 때렸다.그러나 그 정도 힘은 진서준에게 있어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것과 다름없었다.“내 부하직원에게 집적거리더니 이번에는 나한테 작업 거는 거예요?”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연 씨, 내가 그런 사람 같아 보여요?”“네!”허사연은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허사연 씨가 날 좋아했을까요?”진서준은 웃었다.“난... 난 서준 씨에게 속은 거예요.”허사연은 삐져서 말했다.평정을 되찾은 허사연은 진서준이 바람을 피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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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어제저녁 이지성이 돌아와서 진서준을 만났다고 했을 때부터 이혁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그래서 어제저녁 미리 문자를 작성해서 예약 발송했다.만약 이튿날 살아남는다면 그 문자를 취소할 생각이었고, 살아남지 못한다면 앞으로 이지성은 혼자 살아가야 했다.이것이 이혁진이 보낸 문자 내용이었다.[혁진아, 네가 이 문자를 보고 있을 때면 난 이미 세상에 없을 거야. 복수할 생각은 하지 말고 셋째 삼촌을 찾으러 가. 가서 평온하게 여생을 살아.]이혁진은 이지성에게 대신 복수해달라고 하지 않았다. 종사마저 진서준을 죽일 수 없다면 진서준의 실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할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이런 상황에서 이지성의 유일한 살길은 셋째 삼촌을 찾아가서 그가 계획해 준 대로 여생을 사는 것이었다.“아버지, 제가 꼭 복수할게요!”이지성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원한 때문에 두 눈이 멀었다.지금 이지성의 머릿속에는 진서준을 죽여 아버지를 위해 복수를 할 생각뿐이었다.이지성이 기차를 타고 고양시에 도착했을 때 이상범은 호텔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네 아버지는? 왜 너 혼자 돌아왔어?”이지성이 혼자 돌아오자 이상범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이지성은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눈물을 떨구지 않으려고 악을 썼다.이상범은 이혁진이 죽었다는 말에 심장이 조여들었다.이혁진은 그의 친형이었다. 예전에 이상범이 안산에서 창업했을 때 이혁진은 여러 차례 그를 도와줬었다.그게 아니었다면 이상범이 그들 가족을 위해 경기도에서 남주성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죽었다고? 설마 네 아버지 원수가 한 짓이야?”이상범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럴 거예요. 진서준을 제외하면 우리 아버지를 죽일 사람이 없어요.”진서준의 얘기가 나오자 이지성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진서준을 산채로 찢어 죽이고 싶었다.“가자. 일단 여기서 떠나서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할지 더 생각해 보자.”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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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탁현수의 제자는 총 5명이었고 우소영은 그중 한 명이었다.우소영의 실력은 5명의 제자 중 중간 수준이었다.“네... 제가 사부님 얼굴에 먹칠을 했습니다.”우소영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상대는 누구였니?”탁현수가 물었다.“일전에 권해철을 이긴 진 마스터입니다. 청년이에요.”우소영은 망설이다가 진서준과 구창욱의 관계를 얘기했다.“사부님, 그 진서준이라는 사람 구창욱 씨 제자입니다...”우소영과 탁현수 모두 구창욱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었다. 구창욱이 없었다면 두 사람 모두 지금 같은 성과를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다.“그게 뭐? 내 은인은 구창욱 어르신이지 그 진 마스터가 아니야.”탁현수의 혼탁한 눈동자가 매우 날카로워졌다.“이제 난 한 번만 더 폐관하면 선천 대종사 경지에 이를 수 있어. 폐관을 마치고 나온 뒤에 그 진 마스터를 죽여서 네 복수를 해주마.”탁현수가 대종사 경지에 이를 거라는 말에 우소영은 서둘러 허리를 숙였다.“미리 축하드립니다, 사부님!”“이만 가봐.”탁현수는 눈을 감으며 덤덤히 말했다.“네.”...진서준은 허사연을 위로한 뒤 그녀를 회사로 데려다줬다.차에서 내릴 때 허사연은 진서준의 손을 잡고 말했다.“참, 오늘 아빠가 서준 씨랑 같이 밥 먹고 싶대요. 오늘은 꼭 와야 해요!”장인어른이 같이 밥을 먹자는데 어떻게 거절하겠는가?“문제없어요! 저녁에 시간 맞춰 도착할게요.”진서준이 웃는 얼굴로 장담했다.허사연과 웃는 얼굴로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진서준은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강성철과 도진수에게 이지성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했다.진서준이 보기에 이혁진이 혼자서 우소영과 함께 온 이유가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이지성은 아직 이혁진의 소식을 모를 것이다. 어쩌면 이지성이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그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강성철과 도진수는 진서준이 내린 임무를 하달받은 뒤 곧바로 그 일을 처리하러 갔다.수천 명의 부하들이 서울의 모든 호텔과 모텔을 뒤져서 이지성을 찾았다. 그렇게 그들은 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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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조희선은 비록 싫다고 했지만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아들딸과 함께 놀러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진서준은 조희선을 안아서 뒷좌석에 앉힌 뒤 그녀의 휠체어를 마이바흐 트렁크에 넣었다. 진서라는 조희선의 곁에 앉았다. 혹시라도 뜻밖의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잘 앉았죠? 저 운전할게요.”진서준이 말했다.차는 평온하게 달렸다. 진서준은 전처럼 빨리 운전하지 않고 아주 천천히 달렸다.조희선은 창문을 통해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봤다.그녀는 비록 매일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가지만 활동 범위가 아파트 안이었다. 아파트를 벗어난 적은 아주 드물었다.진서준은 거울을 통해 조희선의 눈동자에 기쁨과 흥분이 가득 차 있는 걸 보았다. 그는 반드시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그러려면 권해철 사문에 있는 영골을 반드시 얻어야 했다.30분 뒤, 진서준 가족은 레미안 쇼핑센터에 도착했다.레미안 쇼핑센터는 서울에서 가장 큰 곳은 아니지만 없는 게 없었다.진서준이 굳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조희선이 가격을 보고 너무 비싸서 아무도 사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였다.그래서 레미안 쇼핑센터로 온 것이었다. 그럼에도 조희선은 조금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서준아, 여기 아주 호화로운데 물건도 아주 비싸겠지?”“아뇨, 엄마. 저 지금 돈 많아요. 원하시는 거 있으면 말만 하세요.”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이제 돈이 좀 생겼다고 해서 돈을 펑펑 쓰면 안 돼.”조희선이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조희선은 예전에 형편이 어려웠었기에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알고 있었다.“어머니, 그런 생각은 바꿔야 해요. 저는 어머니랑 서라를 위해서 돈을 버는 건데요. 돈이 없으면 벌면 되지만 이런 기쁨과 즐거움을 놓쳐서는 안 돼요!”진서준은 어머니의 생각을 바꿀 셈이었다.돈이란 건 써도 다시 벌면 됐다.지금 진서준은 돈이 부족하지도 않았고, 서울시와 주변 지역의 세가들은 진서준에게 돈을 주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그저 진서준이 받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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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이건 별로예요. 은은 안 좋아요. 오래 끼면 색이 변하잖아요. 이걸로 해요.”진서준은 순금으로 된 팔지를 가리키며 말했다.조희선은 그 팔찌를 힐끗 보았다. 너무 눈이 부셨다.곧이어 가격표를 확인한 그녀는 심장이 철렁했다.무려 5,600만 원이었다.이렇게 많은 돈이라면 혼자서 여생을 살기에 충분했다.“서준아, 이건 너무 비싸. 이렇게 비싼 건 사지 마.”조희선이 다급히 말했다.“우리 엄마 말은 듣지 마시고 저 팔찌 가져다주세요.”진서준은 조희선의 말에 따르지 않고 확고한 태도로 직원에게 부탁했다.직원은 잠깐 망설이다가 한마디 했다.“고객님, 흠집 나지 않게 조심하셔야 해요. 흠집 나면 배상하셔야 해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말 한마디 없이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카드 안에 돈이 얼마 들어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몇십억은 있었다.“흠집 나면 살게요.”진서준이 흔쾌히 말하자 직원도 더는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곧바로 팔찌를 꺼내 진서준에게 건넸다.진서준은 몸을 돌려 그것을 어머니에게 끼워줬다.팔에 5,600만 원짜리 금팔찌를 끼고 있어서 조희선은 손이 떨렸다.그녀는 손을 떨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혹시라도 실수로 팔찌를 떨어뜨린다면 얼마나 배상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꽤 예쁘네요!”진서준이 말했다.“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엄마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진서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거로 할게요. 결제 부탁드려요.”진서준은 조금 전 꺼냈던 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직원은 당황했다.“고객님, 더 둘러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진서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뭘 더 둘러봐야 하나요?”“이벤트 같은 거요. 낡은 거로 새것을 바꾼다든지...”직원은 자신이 티 나지 않는 엄청난 갑부를 만난 건지, 아니면 정신 이상자를 만난 건지 알지 못했다.진서준의 분위기를 봤을 때 직원은 그가 갑부일 거라고 짐작했다.“괜찮아요. 카드 긁으시면 돼요.”진서준은 그런 이벤트를 알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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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진서준은 그 말을 한 사람이 자기를 향해 소리친 것이라고 직감했다.진서준은 그를 무시하고 목걸이를 꺼냈다.“사람 말 못 알아들어요?”조금 전 그 건방진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렸다.늘씬한 몸매에 예쁘장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자였다.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화가 가득 난 얼굴로 진서준을 향해 다가왔다.진서준은 그제야 몸을 돌려 조금 전 자신더러 멈추라고 한 여자를 바라보았다.“난 사람 말은 알아듣는데 그쪽 말은 못 알아듣겠네.”진서준은 상대방을 힐끗 본 뒤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 말은 곧 그 여자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짙은 화장을 한 여자도 그 뜻을 이해했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진서준의 뺨을 때리려 했다.그러나 진서준이 고분고분 맞아줄 리가 없었다. 그는 상대방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비록 난 여자를 때리지는 않지만 선 넘는 사람들은 교육할 의향은 있어.”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손에 힘도 더 들어갔다.“아! 손목 아파요. 이거 얼른 놔요!”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진서준을 향해 화를 냈다.“서준아, 싸우지 말고 얼른 손 놔!”조희선은 아들이 다시 감옥에 들어가기를 바라지 않았기에 서둘러 큰 목소리로 말했다.옆에 있던 진서라도 서둘러 그들을 말리며 진서준을 끌고 갔다.짙은 화장을 한 여자는 진서준에게 잡혔던 자기 손목에 붉은 손자국이 남은 걸 보았다.“빌어먹을, 우리 남편이 오면 아주 단단히 혼내줄 거예요!”짙은 화장을 한 여자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화가 난 얼굴로 진서준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진서라는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눈에 익었다. 그녀의 학창 시절 동창인 듯했다.“최가희?”진서라는 확신 없는 목소리로 상대방의 이름을 불렀다.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최가희는 고개를 돌려 진서라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자세히 살펴보았고, 최가희는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난 또 누군가 했네! 우리 학교 퀸카 진서라 아냐!”고등학교에 다닐 때 진서라는 청순하고 예쁜 외모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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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진서라가 그 형제에게 납치당했을 때, 진서준은 그녀에게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서라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진서라가 말리자 진서준의 몸에서 살기가 사라졌다. 그러나 최가희를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최가희는 크게 숨을 내쉬더니 다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두려운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미안해. 오빠 때문에 놀랐겠네.”진서라가 먼저 최가희에게 사과했다.최가희는 진서라가 자신을 모욕한다고 생각해 곧바로 화를 냈다.“뭔 소리야? 내가 언제 네 오빠 때문에 놀랐다고 그래? 난 그냥 갑자기 다른 일이 떠올랐을 뿐이야!”진서라는 멋쩍은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했다.최가희는 진서라의 겁 먹은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목걸이 나한테 넘겨. 그런 비싼 목걸이를 네가 살 수 있겠어?”최가희는 진서를 바라보면서 비아냥거렸다.“당신이 뭔데 당신한테 넘기라는 거야?”진서준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진서라는 몇 번이고 참아줬는데 최가희는 몇 번이고 선을 넘었다.만약 조금 전에 진서라가 막지 않았다면 진서준은 이미 그녀의 뺨을 때렸을 것이다.“당신은 또 뭔데요? 진서라가 만나는 남자 주제에!”최가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진서라는 최가희가 자신과 진서준의 사이를 오해하자 곧바로 설명했다.“이쪽은 우리 오빠...”“됐어. 너 같은 여자를 내가 한두 번 본 줄 알아? 아무나 보고 오빠라고 하지. 밤이면 아빠라고 부르는 거 아냐?”최가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목걸이 나한테 줘. 그러면 그냥 넘어가 줄게.”최가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진서준을 향해 손을 뻗었다.“당신이 사지도 않았는데 내가 왜 줘야 하지? 당신이 뭐라고!”진서준은 최가희에게 목걸이를 넘길 생각이 없었다.“우습네요. 나한테 주지 않으면 그걸 사기라도 하게요? 그럴 형편은 돼요? 그건 신상이에요. 6,000만 원짜리죠. 나도 내 남자 친구를 아주 오래 설득해서 겨우 사주겠다고 약속받은 거라고요!”최가희가 같잖다는 표정으로 진서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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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최가희가 진서라를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초대한 이유는 진서라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서였다.고등학교 때는 순진한 척하더니 이젠 돈을 위해 남자를 만나고 다니지 않는가?“싫어. 난 가족들이랑 쇼핑할 거야.”진서라는 거절했다.최가희는 포기하지 않았다.“가족들이랑 쇼핑하는 건 언제 해도 괜찮잖아. 동창 모임은 1년에 한 번뿐이야. 진서라, 설마 돈 많은 남자 찾았다고 우리 같은 가난한 친구들은 눈에 차지도 않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정말 사람을 잘못 봤네!”최가희는 몸을 돌리며 떠나는 척했다.진서라는 그 모습을 보고 잠깐 갈등했다.그녀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고 그중 일부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최가희와 함께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최가희의 인품을 생각했을 때 틀림없이 그녀의 험담을 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그녀의 평판이 떨어질 것이다.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 그는 최가희가 일부러 진서라를 자극한다는 걸 알았다.진서준은 진서라와 함께 가서 막말을 내뱉는 최가희를 단단히 혼쭐내줄 생각이었다.“서라야,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이라잖아. 오빠가 같이 가줄게.”진서준은 절대 진서라 혼자 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가 가지 않는다면 진서라는 틀림없이 최가희에게 엄청나게 괴롭힘당할 것이다.진서준이 진서라와 함께 가겠다고 하자 최가희는 잘됐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은 그녀가 찜해둔 목걸이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망신을 줬다. 그래서 최가희는 반드시 그에게 복수할 셈이었다.“진서라, 네 오빠도 동의했잖아. 갈 거야, 안 갈 거야?”최가희는 오빠라는 말을 특별히 강조했다.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모임 어디서 하는데? 잠시 뒤에 갈게.”“유일 호텔이라고 들어봤어요?”최가희는 진서준을 흘겨보면서 말했다.유일 호텔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어딘지 알아.”“그래요. 점심 12시 501번 룸으로 와요. 약속 지켜야 해요!”말을 마친 뒤 최가희는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오빠, 나 혼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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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사이좋은 두 남매의 모습에 조희선의 얼굴에 행복의 미소가 지어졌다.그러나 곧 조희선의 눈동자에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진서준 아버지의 비밀을 제외하고 아직 진서준에게 얘기하지 못한 비밀이 하나 더 있었다. 심지어 진서라도 몰랐다.이 비밀은 진서라와 관련된 비밀이었다....유일 호텔, 501번 룸.최가희는 옷차림이 범상치 않은 남자와 그곳에 일찍 도착했다.“자기야, 나 점심에 쇼핑할 때 백화점에서 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났거든.”“친구를 만난 것뿐인데 뭐 얘기할 거 있어?”공수철은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말했다.“그 X이 고등학교 때 퀸카로 불렸었어. 걔를 좋아하던 남학생들이 수두룩했다고. 그런데 그때는 얼마나 순진한 척을 하던지. 남학생들이랑 전혀 친하게 지내지 않았거든. 그런데 지금은 돈 때문에 잘 사는 남자랑 만나더라고.”최가희가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얼마나 가증스럽던지. 속물이면서 말이야.”별로 신경 쓰지 않던 공수철은 진서라가 퀸카였다는 말에 곧바로 흥미가 생겼다.최가희는 외모와 몸매가 나쁘지 않았지만 자주 화장을 짙게 해서 오히려 못생겨 보였다.공수철은 최가희와 만난 지 꽤 되었는데 그녀와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기 때문이었다.그런데 돈을 밝히는 더 예쁜 여자가 있다는 말에 공수철은 구미가 당겼다.공수철은 꽤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의 아들이었다.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식약처로 들어갔다.현대 사회에서 월급이 200만 원이 넘는 직장인은 복지가 좋은 공무원보다 대우가 못했다.“그 여자 오면 나한테 소개 좀 해줘.”공수철이 웃으며 말했다.“좋아. 대신 잠시 뒤에 나 대신 화풀이 좀 해줘! 걔랑 만나는 남자가 내가 봐둔 목걸이를 빼앗았거든.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줬어!”최가희는 공수철의 몸에 바짝 붙어서 애교를 부렸다.“걱정하지 마. 네 심기를 건드린 사람들은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공수철은 최가희의 턱을 잡고 가볍게 말했다.“역시 자기가 최고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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